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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학번인 내가 대학생일때도 내가 다니던 대학에 평생교육원이라는데가 있었다. 대학에 처음 입학해서는 입구에 세워진 신식 건물을 보며 저기가 뭐하는데인가 했었다. 학생 나이는 훨씬 지난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가방을 들고 교정 내를 다니는 것 보면 학교 교수님도 아니고, 마치 나들이 온 양 곱게 차려 입으신 분들이 그 건물로 드나드는 것을 보고서 평생교육원으로 강의 들으러 오신, 학생 아닌 학생들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땐 저렇게 한가하게 한두 과목 강의 들으러, 저렴하지도 않은 수강료 내고 학교 나들이 하는, 대부분 졸업생 출신 아주머니들 보면 딴 세상 사람들 같았고 나와는 아무 상관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공부가 하고 싶어서 오는 거 맞아? 이런 심통 맞은 생각도 했었던 것 같다.

그랬던 내가 평생교육원이라는데 다니기 시작한지 벌써 3학기째이다. 그것도 같은 제목의 강의를, 한 교수님으로부터 계속 듣고 있다. 내 원래 전공도 아니고 2시간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까지 가는데도 이 강의를 듣고 오는 날은 마음이 그렇게 좋을 수 없다.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각오로, 내 존재는 과연 무엇인가 따위의 평소 고민을 다시 흔들어 재 정리할 수 있게 해준다.

교수님은 영문과 교수님이신데 정년퇴직하신지 3년 되셨다고 하고, 정년퇴직과 함께 서울을 떠나 지방에 집을 지으시고 텃밭을 가꾸고 책 읽으시고 쓰시면서 지내시는데 일주일에 딱 하루 이 강의하러 서울의 옛 근무처로 오시는거다.

이번주 강의에선 세익스피어의 비극에 대한 것이 수업 내용이었는데, A C Bradley 란 사람이 <Shakespearean Tragedy> 란 책에서 비극이 예술로 되기 위해선 다음 세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했단다. 첫째, pity  (연민의 감정): 작품 속 주인공을 보며 저런 일이 일어나다니 저 사람 참 불쌍하구나 하는 느낌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fear (두려움의 감정): 나에게도 저런 일이 일어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과 공포감이 일어나야 한다. 세째, catharsis (정화): 극중 비극을 경험함으로써 정신을 정화하는 효과를 주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 한가지를 더 제시하셨다. 윌리엄 예이츠의 시 "Lapis Lazuli (청옥 부조)"에서 인용한 대목으로 배우가 우느라 대사를 망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세상이라는 무대에 선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비극을 연출하고는 무대뒤로 사라진다. 그러나 그의 비극적인 삶이 예술적으로도 아름다운 비극이 되기 위해서는 무대 위에 선 배우는 흐느끼느라 자신의 대사를 망쳐서는 안된다.

앞의 세가지 조건으로는 그냥 수업 내용이었다. 그런데 네번째 조건을 첨가하신 노교수님의 안목과 경험과 살아온 지혜때문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바라보는 세상은 갈때와 같지 않다.

 

학생들에게 강의할때보다 평생교육원의 지긋한 학생들에게 강의할때 더 보람을 느끼신다고 교수님께서 언젠가 그러셨다. 요즘 학생들은 시험을 안보면 공부를 안한다고. 그런데 평생교육원 학생들은 시험도 안보는데도 수업 시간에 보면 지난 시간에 강의한 내용을 다 알고 앉아있다고 하셨다. 같은 내용을 강의해도 학생들은 아직 세상 산 경험이 적어서 그런제 잘 이해하는 눈빛이 아닌데 평생교육원에서 강의하면 인생 경험이 꽤 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이 느껴지신다고.

 

교수님은 언제까지 강의를 하실 수 있으실지 모르지만, 나 역시 언제까지 강의를 들으러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되도록 오래 오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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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9-28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h님! 참 부지런 하십니다.
옛날에 저도 졸업하고 한동안 평생교육원 기웃 거렸던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저도 뭔가를 끊임없이 배우고 그래야 할 텐데 이러고 있습니다.ㅠ

삶이 예술적으로도 아름다운 비극이 되기 위해서는 무대 위에 선 배우는 흐느끼느라
자신의 대사를 망쳐서는 안된다.
정말 멋진 말이네요. 저도 기억하고 살겠슴다.^^

hnine 2017-09-28 16:10   좋아요 0 | URL
저도 저보다 한학기 먼저 이 강의를 듣기 시작한 친구가 권해서 알게 되었어요. 집이 멀어서 권해보긴 하지만 듣는다고 하려나 했다는군요. 그런데 저는 친구가 너도 이 강의 들을래? 라고 묻자 마자 5초도 안기다리도 ‘응! 나도 들을래!‘ 이랬답니다.
때로는 문학 수업인지, 철학 수업인지, 이해가 어려울때도 있지만 교수님께서 최대한 이해가 쉽게 설명해주세요.
우리는 모두 무대위에 선 배우. 우리 인생은 진행되고 있는 연극. 우리의 대사를 망치지 말고 연극을 완결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이런 말을 어떤 철학서도 아닌, 시인의 시에서 선별해내었다니 과연 영시 전공한 영문학자 다우시지요.

페크pek0501 2017-09-29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 평생교육원에 문학 강의 들으러 다녔었어요. 강의도 좋았지만 수업 뒤에 문우들과 어울려 밥 먹고 차 마시는 시간을
즐겼었어요. 그때 사귄 친구를 아직도 연락하며 지낸답니다. 지금 생각하면 좋은 시절이었어요.
마음껏 즐기시길요...

hnine 2017-09-29 17:02   좋아요 0 | URL
저는 집이 멀다는 핑계로 끝나면 바로 튕기듯 일어나 집으로 온답니다. 이제 3학기째 듣다보니 얼굴도 다 알고 결석한 것도 금방 아는 정도인데 말입니다.
수업은 못알아듣는 내용도 많아서 지지난 수업엔가 sonnet 에 대해 배우는데 sonnet이라면 세익스피어 소넷만 겨우 알고 있는 제게 Petrachan sonnet 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금시초문. 한글로 소리나는대로 받아적었다가 나중에 검색해보고 알았어요 ㅠㅠ
아직도 그때 함께 수업들으시던 분들과 연락하며 지내신다니 사람들과 관계가 좋으신가봐요. 저는 그걸 잘 못해서 친구가 별로 없어요 ㅠㅠ
 

 

"집이 왜 집인줄 알아? 집 밖이 전쟁터라면 집은 안식처이어야 한다구. 그런데 어떻게 집이 더 전쟁터같아? 왜 사람을 그냥 쉬게 두질 않고 닥달이야?"

남편 말에 기가 막혔다. 집은 자기에게만 쉴 곳이어야 하나? 자기에게 안식처가 되게 하기 위해 여자인 나에게는 일터가 되어야 한다는 말 아닌가.

"당신이야 하루 종일 집에 있잖아. 그런 사람이 뭐 따로 안식처가 필요해. 하루 종일 안식이면서."

전업주부의 아킬레스의 건이다.

"그래, 쉬어. 쉬라고. 누가 말려."

이것 저것 챙기다보면 마음이 누그러들까봐 그 옷차림 그대로, 지갑과 휴대폰만 들고 나왔다.

갈곳을 대자면 열곳도 넘는다. 하루 이틀이었나. 집을 나오는 상상을 하는 날이. 아니, 상상에 그치지 않고 마치 가상현실 속을 체험하듯이 마냥 쏘다니고 다시 가상현실이 아닌 그냥 맹맹한 현실 속으로 나와야 했던 날이.

 

지금과 다르게 직접 강의실마다 발도장 찍고 다니며 수강신청을 하던, 고리짝 같은 시절이었다. 내 전공과 전혀 상관없이 심리학 과목을 꼭 듣고 싶던 나는 겨우 한 두 자리밖에 여유가 없다는 말에 새벽같이 가서 그 과목 신청을 하고 돌아오는길이었는데 아차 싶었다. 서두르다가 결국 내가 듣고 싶은 교수의 심리학이 아닌, 엉뚱한 교수의 과목을 신청하고 말았다는 사실을. 시간은 벌써 한참 흘렀는데 오던 길을 마구 뛰어, 8월의 그 뜨거운 햇빛 아래 쓰러지지 않은게 다행일 정도로 뛰어가 수강신청 정정을 하고 나니 몸은 온통 땀 범벅에, 몇걸음도 더 제대로 걸을 수가 없는 상태가 되었다. 아직 카페들이 문을 열기엔 이른 시간. 두리번 거리다가 들어간 곳이 에뛰드라는 이름의 카페였다. 에뛰드. 쇼팽의 피아노연습곡 에뛰드? 발레의 에뛰드?

들어가니 물론 손님은 아무도 없고 주인도 있는지 없는지 인기척이 없다.

"여기요~"

하고 사람을 찾으니 그때서야 젊은 남자가 물잔을 들고 와서 주문을 받아갔다. 그곳에 대한 기억은 그게 전부.

대학 다니며 아무 추억거리도 없고, 아니 못만들고 졸업해서 그 시절에 대한 애정도 없고, 그 곳이 아직 남아있으리라고 기대도 안하면서 왜 거기가 가보고 싶었을까.

 

지하철 2호선에서 내려 골목골목을 찾아가는 길.

상점들은 바뀌었을지 몰라도 골목 구조는 그대로였기 망정이지 아니면 길눈 어두운 나는 많이 헤매었을뻔 했다.

'엇, 저기야 저기!'

간판은 에뛰드가 아니었지만 자리는 분명 그 에뛰드 자리였다.

'베르세우스'

자장가라는 뜻의 프랑스어.

요즘 카페는 자장가와 어울리게 쉴 곳의 장소라기보다는 단기임대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와서 잠깐 자기 할일을 하고 가는 곳이라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서 바로 알았다. 이곳은 카페가 아니라는걸.

"어떻게 오셨나요~?"

녹아내릴 듯한 목소리로 묻는 여자의 인상은 여자라기 보다 여인이라고 해야 더 어울렸다. 가늘한 몸매에, 전혀 튀지 않는 옷차림인데 그게 오히려 튀어 보였다. 녹색, 그러니까 식물의 잎 같은 진초록이 아니라 톤다운된 녹색, 올리브그린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색 치마, 흰색 블라우스, 미색 가디건.

나중에 보고서 알았다. 베르세우스라는 간판 옆에 작게 ASMR 이라는, 봐도 지나쳤을 단어가 조그맣게 써있다는 것을. 

ASMR (Automonous sensory meridian responses). 이걸 유튜부 동영상으로만 봤지 실제로 이런 샵이 있는줄은 몰랐다.

"책을 읽어드릴까요? 아니면 얼굴 마사지를 받으시겠어요? 귀청소를 해드릴까요?"

 

엄마 품속이 이랬을까? 내가 지금 왜 여기 있고, 어디서 왔다는 것 조차 다 잊었다. 걱정이라는 이름의 옷, 불만이라는 이름의 옷, 열등감이라는 이름의 옷, 미움이라는 이름의 옷, 기대라는 이름의 옷. 걸치고 있던 옷을 모두 벗어던진 듯한 느낌.

'이게 쉼이야. 이런게 안식이지.'

여자의 손길에, 여자의 목소리에 나를 맡기고 아무 것도 안하고 누워 있는 동안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이런 도움을 받는 기분도 좋지만 이런 도움을 주는 일도 참 좋을 것 같다,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얼마나 보람있는 일이겠는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나는 그 샵에서 일하게 되었다. 오후3시에 출근하여 10시까지 일했다. 퇴근하는 남편과 얼굴 마주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덤이었다. 내가 집에 들어갈때까지 남편은 아직 퇴근 전인 날이 더 많았지만 그건 이전부터 일상이었으니까.

남자 손님보다 여자 손님, 나이가 지긋한 분보다는 젊은 여성들이 훨씬 많다는 것은 의외였다.

일 시작하고 일주일쯤 된 날이었다. 드물게 남자 손님 목소리가 나기에 내다보고는 다시 뒷걸음질쳐 들어왔다.

나는 그를 보았지만 그는 나를 보지 못했다.

"어서 오세요. 오늘은 어떤 걸 도와드릴까요?"

카운터 여자의 물음에 개미소리만한 그의 대답을 제대로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쉴 수 있으면 돼요. 무슨 도움이든간에, 편히 쉬고 갈 수 있으면 됩니다."

남편이라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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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7-09-25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깜짝이야.ㅎㅎ
당연히 픽션이지요~~
선입견은 왠지...

hnine 2017-09-25 22:49   좋아요 0 | URL
ㅋㅋ 안식을 찾는 아내와 안식을 찾는 남편. 결국 서로에게서 못찾고 다른 곳에서 찾는다는 얘기가 갑자기 생각나길래 10분 만에 말이 되는지 안되는지 따지지도 않고 휘리릭 써봤어요 재미삼아서요 ^^

2017-09-26 0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26 0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른희망 2017-09-26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를 수백개 눌러드리고싶습니다.
제마음을 들며다보신 줄 알고 깜놀 했습니디~

hnine 2017-09-26 22:53   좋아요 0 | URL
푸른희망님, 다듬어지지 않은 글을 읽어주신것만해도 감사한데, 공감해주셨다니 더 감사드립니다. 그러면서 한편 충분히 쉬지 못하는 일상을 역시 보내고 계시구나 생각이 들어 마음이 좀 그렇기도 하네요.
ASMR이라는 것을 들으며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끼던 중, 이게 차라리 지금 그 누구보다 나에게 안식을 주는구나 생각이 들었답니다. 부부 사이라면 서로 의지가 되고 안식이 되고 그럴거라 기대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너무 찬물을 끼얹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지난 주 목요일 문화인류학 강의.

짧은 동영상을 먼저 보자고 교수님께서 그러신다.

영국의 Steve Cutts라는 사람의 <Man>이라는 제목의 동영상.

 

집에 와서 이 사람 Steve Cutts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그것 말고도 여러편의 그림과 동영상들이 있었다. 다음은 그중 <Wake Up Call>이라는 제목의 동영상. 제목속에 메시지가 다 들어있다.

 

 

 

 

 

 

 

 

 

 

 

강의의 시작은 3분짜리 동영상이었는데,

강의의 마지막은 한줄 요약으로 맺는다.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

"책 제목이기도 하죠"

라는 말씀을 하시기에 집에 와서 찾아보니 그렇다.

여러 명 공저자 중에 강의하신 교수님 이름도 있었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제목부터 마음에 든다.

 

스코트 니어링의 좌우명이 <덜 갖고 더 많이 존재하라> 였다는데, 아마도 여기서 인용한 제목인 듯.

덜 갖고 더 많이 존재하라.

근래 들은 제일 멋진 말, 따르고 싶은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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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7-03-26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전자기기는 2년에서 길게쓰면 3년 밖에 안되는 유통기간이다보니 자주 바꾸게 되고 조금 오래쓰는 사람에게 우스게소리로 골동품 취급하는 이야기 들으면 좀 씁쓸했는데 ㅎ ‘덜 갖고 더 많이 존재하라‘는 이야기 널리 퍼졌으면 좋겠어요~^^

hnine 2017-03-27 05:07   좋아요 0 | URL
저도 골동품 쓴다는 소리 많이 듣고 사는 사람 중 하나인데, 오래 잘 쓰고 있는게 왜 미덕이 아니라 웃음거리가 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답니다. 덜 갖는 것과 더 많이 존재하는 것을 연결시켜 말하니 거기 의미가 팍 살아나는 것 같아요.
요즘은 다른 매체보다도 웹툰이나 애니메이션 같은 것이 보는 사람에게 쉽고 설득력 있게 뜻이 전달되는 것 같더군요. 특히 저렇게 강의 시작할때 짧은 동영상 보는 것으로 시작하니까 강의 주제도 단번에 전달되고 좋더라고요.

nama 2017-03-26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an>은 틈틈이 제가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동영상인데...반갑네요.^^ 장수라는 개념도 그냥 목숨만 길게 사는 게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하며 ‘더 많이 존재‘하는 게 장수라고 하네요.

hnine 2017-03-27 05:13   좋아요 0 | URL
nama님은 알고 계셨군요. 저는 문화인류학이라는 분야도 생소했고 Steve Cutts의 동영상도 처음 보는 것이었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요즘 제가 20대 때보다 오히려 더 새로운 것에 대해 호기심도 많아지고 받아들일 마음의 문도 열려있는 것 같아서 재미있게 잘 듣고 보고 왔답니다.
존재라는 말의 의미부터 다시 새겨야 하는, 짧지만 철학적인 말이 아닌가 싶어요 덜 갖고 더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요. 여행을 다니는 것도 더 많이 존재하며 사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닌가, nama님 여행기 떠올리며 드는 생각이네요~ ^^

2017-03-26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27 05: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ttp://healthcare.utah.edu/publicaffairs/news/2017/02/chris-gregg-genetics-close-up.php

 

 

http://www.cell.com/neuron/fulltext/S0896-6273(17)30057-0

 

 

기계와 기술의 발달로 젊음과 건강을 몇년 까지 연장 시킬 수 있을지 모르나,

그리고 아직은 그게 전 인류의 희망사항인 것처럼 생각하기 쉬우나,

과연 그럴까?

 

위의 기사에서 우리는 또한번 현재 알려져 있는 유전과 뇌과학 상식에 한방 맞지 않았는가.

멘델의 유전 법칙이 절대 진리가 아닌 예는 이미 유전 법칙이 발표된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 알려져 오고 있고, 그것이 멘델 법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기 보다는 모든 법칙에는 예외가 있기 마련이라는, 예외 없는 법칙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하나의 예로 인정될 뿐이다.

 

원하는 유전자를 마음대로 조작하여 원하는 유전자형의 인간을 만든다는 것은 사실 현재 기술 수준으로만 보면 그렇게 불가능한 미래는 아니다. 얼마전에 npr news에서도, 강력하고 제한적인 조건하에서 유전자 조작을 허용하는 방침이 곧 실행될거라는 기사를 들었다.

 

하지만 생명현상은 우리가 예상한대로 꼭 실현되지 않는다. 98%까지는 가능할지 모르나 100%는 아주 다른 세계.

나머지 2%는 영원한 장벽으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인간에게 전해지는 유전자는 부모 양쪽으로부터 하나씩 물려받게 되어 있고, 양쪽 유전자가 다른 대립형질일 경우 우성 유전자가 발현된다는 것. 이것이 멘델의 유전 법칙중 우성의 법칙이고, 이 법칙은 각 유전자에 독립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멘델의 유전법칙중 독립유전의 법칙인데 위의 기사의 내용은 부모중 어느 한쪽에 편향되게 닮는다는 것이다. 즉, 각 유전자가 독립적으로 유전되는 것이 아니라 같은 형제라 할지라도 어떤 자식은 엄마 쪽 유전자를 많이 발현시키고 어떤 자식은 아빠 쪽 유전자를 선택적으로 많이 발현시킨다는 것이다.

왜?

어떤 기작으로?

이건 연관과 또 다른 차원에서 설명되어야 할 현상이다. 아직 우리가 모르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아직 우리가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 조차 잊고 살지는 않는가.

 

 

 

 

 

 

 

 

 

 

 

 

 

 

 

 

 

 

 

 

 

 

 

 

인간의 수명이 계속 연장된다면 인간은 과연 행복할까.

벌써 오래전인데 위의 책을 읽고서 받은 그 놀라움과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이건 무슨 미래 소설도 아니고 SF 도 아니다. 그저 아이들에게 많이 권장되고 있는 고학년 정도가 읽을만한 이야기 책이다. 우리 나라에 <트리갭의 샘물>이라고 번역되어 나와있는.

 

어쩌면 문학은 과학이 설명할 수 없는, 예측할 수 없는 그 너머를 내다볼 수 있겠구나 생각했던 것도 저 책을 읽고 나서이다.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은 98%까지는 설명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100%는 아니다.

그래서 오만해서도 안되겠고, 그렇다고 98%까지 알아내기까지의 인간의 노력과 기술과 능력을 무시해서도 안될것이다.

 

 

* 98%라는 수치는 과학적 근거가 있는 값이 아니라 100% 에 못미치는 값으로 예시한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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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lph 2017-02-26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의 기사를보니.. 아는게 많아질수록 모르는것이 많아지는 것이....과학이 그런게 아닐까하는 생각이드는군요

hnine 2017-02-27 06:51   좋아요 0 | URL
네, Ralph님은 아시겠지만 random X inactivation이나 genomic imprinting 같은 것 외에도 또 어떤 후성유전학적 효과가 밝혀지지 않은채 존재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고, 그런 후성유전학을 조절하는 것은 또 무엇인지, 그리고 이런 효과가 뇌신경 세포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은 또 무엇을 의미하는지...잠깐 위에 링크한 Neuron 저널의 논문만 읽어도 모르는 것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말씀하신대로 아는게 많아질수록 모르는것도 함께 많아지니, 빙산의 안보이는 부분의 존재를 의식하고 있어야하고 아마도 과학의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그것을 피부로 느낄지 모르는데 그것이 상업성과 연결되어 대중에게 과장되게 발표되거나 일부 사실만 알려지게 되면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2017-02-27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집트인들은 이승에서의 삶이 끝이 아니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사후 세계가 있다고 믿었고, 죽어서 그 세계로 안전하게 들어가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여러 단계를 글로, 그림으로 남겨 두었다. 심장과 깃털의 무게를 달아서 깃털보다 심장이 무거우면 사후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통과 못하며 (살아서 죄를 많이 지을 수록 심장이 무거워진다고 믿었기 때문에), 또한 주문을 제대로 잘 외워야 통과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죽은 이가 그 주문을 잊지 않도록 글자로 새겨서 관에 함께 넣었다. 이것이 사자의 서 (Book of the dead) 라는 것이다.

 

 

혹시 관람하실 분들이라면 설명을 꼭 함께 들으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나는 줄 서는데 시간이 예상보다 많이 걸리는 바람에 박물관에서 마련한 도슨트 설명 시간을 놓치고 말았지만 다행히 이날 초등학생들과 이들을 인솔하시는 선생님들이 여러분 계셔서 그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들었다 (^^). 선생님들께서 얼마나 설명을 쉽고 자세하게 잘 해주시던지.

 

 

꾸물한 날씨, 혼자 서울까지 가서 보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며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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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香 2017-01-09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라를 만드는 과정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 방학때 함께 갈 생각인데, 도슨트 시간 챙겼다가 맞춰서 가겠습니다. ^^

hnine 2017-01-09 10:02   좋아요 1 | URL
혹시 가실 분들에게 스포일이 될까봐 안올렸지만 다 둘러본 후 퀴즈를 맞춰보는 곳도 있어요. 제가 해봐도 재미있었어요. 오후보다 오전 시간이 더 좋으실 것 같아요. 어제는 아무튼 사람이 무척 많았거든요.

oren 2017-01-09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라를 만드는 상세한 과정이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아주 잘 기록되어 있더군요. 저는 마침 그 책을 읽고 난 뒤에 이집트를 갔었는데, 현지 가이드가 ‘미라 제작 과정‘을 아주 세세하게 설명해 주는 걸 듣고 깜짝 놀랬더랬습니다. 헤로도토스의 책 내용을 그대로 베낀 듯이 너무나 똑같이 설명을 해서 말이지요. 미라 때문에 까마득한 옛날부터 이집트에서 아주 발달한 분야가 바로 향수 산업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집트에 가면 다른 건 몰라도 향수 한 병씩은 다들 꼭 사온다지요. 그때 저도 약병만 한 크기로(‘바나나 우유‘ 크기쯤) 한 병 사 왔는데 아직까지도 다 못 쓰고 반쯤 남아 있답니다..

hnine 2017-01-09 12:20   좋아요 1 | URL
네, 제가 다 적지 않았지만 어제 전시에서도 헤로도토스의 <역사> 내용 인용이 많았답니다. 현지 가이드가 공부를 제대로 해서 설명을 해주었나봐요. 그걸 알아차리시는 oren님 같은 분이 계셨으니 설명이 더 빛났겠어요.
그러니까 이집트에서 향수 발달 계기를 제공한게 바로 미라였군요. 저도 나중에 혹시 이집트 여행을 가게 되면 향수를 꼭 사와야겠어요. 되도록 소용량으로요 ^^
저희 집엔 부모님께서 여행 중 사다주신 파피루스 액자가 있어요.

blanca 2017-01-09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안 그래도 여기 너무 가보고 싶은데 사람이 어마어마하다고 해서 겁 먹고 있어요. oren님 댓글 읽으니 헤로도토스의 <역사>도 꼭 읽어보고 싶네요.

hnine 2017-01-10 00:16   좋아요 0 | URL
4월 초 까지니까 시간이 아직 여유 있어요. 그리고 사람이 많으면 많은대로 또 재미있더라고요. 제가 오랜만에 사람 많은데 가서 그런지도 모르지만요.^^
사진 촬영도 허용이 되어서 아주 신나서 구경하고 듣고 찍고, 그랬답니다. 꼭 가보세요~

해피북 2017-01-09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언뜻 미라가 되는 과정을 글로 읽은 적이 있는데 그림하고 함께보니까 이해가 쉽네요 ㅎ 그리고 혼자서 서울에 다녀오셨다는 글에 감동했습니다. 저도 혼자 다녀보고 싶은데 아직 용기가 안나서요 ^~^

hnine 2017-01-10 00:24   좋아요 0 | URL
저는 혼자 다니는거 원래 잘 하기도 하지만, 요즘 이렇게 훌쩍 서울가는 날은 대부분 심적으로 매우 갑갑하고 울적한 날의 돌파구로 선택한 나들이랍니다 ㅠㅠ
대전만 해도 서울까지 버스로 2시간이니 그리 지루하지 않게 다닐만 해요. 서울은 태어나고 자란 곳이라서 멀리 간다는 느낌이 안들기도 하고요.
미라를 만드는 과정은 간단하게 정리해서 6단계이지, 70일동안 아주 정교하고 복잡한 과정인 것 같아요. 주검을 저렇게 실험하듯이 처리한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닌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