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아이 친구 엄마가 우리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집을 한번 둘러보더니 하시는 말씀,
"책 밖에 없군요."
우리 집에 그렇게 책이 많으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아마 우리 집에 있는 책보다 남편 사무실에 있는 책이 권수로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책을 사서 보고 나면 애장서로 두고 싶은 책 외에는 다른 사람에게 주기를 즐기는 편이다. 읽어만 준다면 지인에게도 주고, 가끔 중고책으로 팔기도 하고, 병원 도서실에 기증도 하고.
그럼에도 처음 보시는 분이 책 밖에 없다고 하는데에는 아마 다른 물건들이 눈에 안띄었기 때문일 것이다. 침대 없고, 거실 (거실이랄 것도 없다) 탁자, 의자 같은 것 없고. 냉장고도 아담 사이즈에, 흔한 전기밥솥도 없다. 가스 렌지는 명절때나 제사때 음식을 하다보면 3구, 4구짜리가 아쉬워질 때도 있는데 자리가 협소하다는 이유로 그냥 2구짜리로 만족하기로 한다.
오늘 아래의 <가난한 이의 살림집>을 읽던 중 예전에 읽었던 다른 책이 생각 났다.
개성있고 아름다운, 이 세상에 두 채 이상 없을 것 같은 멋진 집들이 소개된 왼쪽 책 <김 서령의 家>는 내가 무척 아끼는 책 중의 하나이다. 넓은 거실, 값비싼 가구, 유명한 그림 등으로 답답하게 채워져 있는 그런 집은 한 곳도 소개되어 있지 않다.
남들의 기준과 상관없이, 주인장이 정성들여 꾸미고 나 자신에게 제일 어울리는 공간으로 만들어놓은 집. 편리함만 추구하여 화장실을 두 발자국도 떼기 전에 닿는 곳에 둘게 아니라 울 안을 한참 걸어가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인장의 집, 제집 뜰에 나무가 자라는 걸 보고 큰 아이는 인생이 얼마나 깊은 것인지를 저절로 알게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집, 장난감 같이 작은 사직동의 어느 시인의 집 등. 정말 멋진 집, 멋진 책이다.
오른 쪽의 책은 지금 읽고 있는 중인 <가난한 이의 살림집>인데, 제목에서 보듯이 서민들의 살림집, 아니 어떻게 보면 변변한 서민층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집에 대한 이야기이다. 집의 의미를 다시 되돌아보게 하는 책인데 다큐멘터리 작가와 칼럼니스트라는 저자의 직업과 어울리게 집을 보는 관점이 남다르다. 실려있는 사진들도 집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기 보다는 어느 산골의 풍경 사진 같은데 잘 찾아보면 구석에 집 한채가 발견되는, 그런 사진들이 실려 있는 책. 의외로 지금은 많이 쓰이지 않는 우리 말 표현이 불쑥불쑥 나와 따로 메모도 하며 읽고 있는 책. 조용한 목소리로 읽는 사람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책.
이 책 역시 나의 애장서가 될 것 같다.
과연, 집이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