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희망이나 긍정이 약간 투박해 보이고 갸웃거리게 했는데, 요즘은 그게 용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희망을 갖거나 뭔가 이해하고 화해하려는 태도가, 타협이 아니라 용기일 수 있겠구나 하는.
유머는 자기를 타자화시키는 능력이라고 했는데 그 말에 공감했다. 타자화라는 것은 거리감각인 것 같다. 그 거리감이 그 사람을 건강하게 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또 상대나 자신에게 수치심을 주지 않으면서도 위로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 같다. 농담이 좋은 것은 가벼워서가 아니라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에 균형을 맞춰주기 때문이 아닐까. 부력과 중력 사이의 균형 같은.
- 김 애란, 2011년 6월 19일자 한국 일보 인터뷰 중에서 -
난 이런 사람을 보면 참 신기하다. 이렇게 균형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사람, 한군데 치우치지 않고 유머와 용기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좋아지려고 하다가, 또 나랑 다른 세계 사람 같기도 하다가, 존경스럽기도 하다가, 미워지려고도 하다가. 한마디로 나를 갈팡질팡하게 한다.
결국은 마음에 들여놓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