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교 시인의 '먼지'라는 시를 읽어준 후 선생님이 반 아이들에게 물었다. 

"시인은 보통 사람하고 어떻게 다른 것 같아?" 

"시인들은 별거 하고 다 얘기해요."

....

선생님은 행복했다. 

 

 

 

 

 

 

 

 

 

<동시마중>이라는 잡지에 실린 탁 동철님의 글 중 일부를 발췌하였다.
이 상교 시인의 시와 그 시인에 대해 아이들에게 소개하고, 썬그라스에, 스카프까지 둘러 쓰고 이 상교 시인 흉내까지 내보이는 선생님.
그러자 곧 아이들 사이에 자기네 담임 선생님이 이 상교 시인의 남편이라고 소문이 났단다 ㅋㅋ
아이들이란 참...연구 대상이고 보물 상자이고, 어른을 웃기고 울리고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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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8-30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귀엽네요
전 이상교 시인 팬이에요
만났을 땐 키가 너무 크시고 캐주얼한 복장에 멀리서도 눈에 뜨이셔서 아주 깜짝 놀랐어요
그분이 쓰실 글은 참 따뜻하고 이뻐서 전 그냥 그분닮은 글을 쓰고 프단 생각해보아요 잘 안되지만.
그러고 보면 시인이나 동화작가는 아주 나이가 들어서도 예쁜 생각을 하고 사니 좋은 것 같아요

hnine 2011-08-30 15:28   좋아요 0 | URL
이 상교 시인의 시들을 보면 어떤 것들은 정말 쉽게 쓰여진 것 같은 시들도 있고 어떤 시들은 정말 아이들이 쓴 것 아닌가 싶게 쓰여진 시도 있고요.
동시를 쓰는 사람은 겉으로 봐도 알 수 있다지요 ^^
요즘 동시 읽는 재미을 제대로 느끼고 있어요.

숲노래 2011-09-05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교 시인이 쓴 성교육 동화도 참 괜찮답니다~

hnine 2011-09-06 05:09   좋아요 0 | URL
이상교 시인이 그런 책도 쓰셨나요? 된장님께서 참 괜찮다고 하시니 찾아봐야겠습니다.
 

 

나도 화 낼 수 있어 

 

소리가 커지기 시작한다. 가슴이 쿵쿵 뛰는 소리. 물론 다른 아이들에게는 들리지 않을, 미르만 들을 수 있는 소리이다. 미르 몸속 뜨거운 열이 모두 위쪽으로 몰려온 듯 얼굴도 화끈거린다. 아이들은 미르가 그러든 말든 이제 쳐다보지도 않는다. 미르는 이제 거기 계속 서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발길을 돌려 교실로 돌아가는 미르의 눈이 뜨거워지더니 금세 축축해진다. 눈물이다. 미르의 고개가 아래로 푹 떨어진다.
‘그래, 아이들 말이 맞아. 요즘 이런 머리 스타일 하고 다니는 아이는 나도 못 본 것 같아.’
머리핀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 미르는 앞가르마를 타서 양쪽에 핀을 쌍으로 꼽고 다닌다. 모아놓은 핀 상자를 열고 그날 입은 옷과 그날 기분에 따라 어울리는 핀을 골라 꼽는 것은 미르가 매일 아침 즐기는 일 중의 하나이다. 조금 전 채리가 이제 그 촌스러운 스타일 좀 바꿔보라고 했을 때 까지도 미르는 참을 수 있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수지까지 거들고 나설 때는 돌이 날아와 마음 한가운데를 맞은 기분이었다.
“쟤 아마 학교 졸업할 때까지 저 스타일 그대로 하고 다닐 거야. 한번 정하면 바꿀 줄을 몰라.”
더 이상 말하기가 싫어진 미르는 이후의 오후 수업 시간 내내 입을 꼭 다물고 있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채리랑 수지가 나에게 못마땅한 게 있나? 나를 안 좋게 보고 있는 것 같아.’
채리와 수지는 미르가 제일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는 애들이기 때문에 자꾸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미르는 자기가 뭘 잘 못 했는지 찾을 수가 없다.
‘채리와 수지 아니면 난 친구도 별로 없는데, 그 아이들마저 나를 멀리하면 어떡하지? 점심시간에 밥도 나 혼자 먹어야 할지 몰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미르의 걱정은 눈덩이 굴릴 때처럼 머릿속에서 자꾸 커져 간다. 커져버린 눈덩이에 깔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다음 날 미술 시간. 찰흙으로 만들기를 할 테니 찰흙과 찰흙칼을 준비해오라고 어제 선생님께 말씀하셨다. 가지고 온 것을 꺼내어 만들기를 시작하려는데 미르 뒤에서 쪽지가 넘어온다.
‘나 오늘 준비물을 깜빡 했어. 좀 빌려주라. -채리-’
미르는 자기가 가져온 찰흙 덩어리의 반을 뚝 떼어내서 찰흙칼과 함께 채리에게 빌려준다. 다른 아이가 아닌 미르 자기에게 빌려달라고 했다는 것은 채리가 미르를 제일 친한 친구로 여긴다는 뜻 같아서 미르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 그런데 미술 시간이 끝날 때까지 미르는 찰흙칼을 만져보지도 못한다. 채리가 내내 가지고 썼기 때문이다.
‘찰흙칼이 꼭 있어야하는 건 아니니까. 없어도 이렇게 만들 만하네 뭐.’
미르는 애써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 한다.
미술 시간이 끝나고 쉬는 시간. 채리가 찰흙칼을 들고 미르 자리로 온다.
“여기 있다 찰흙칼. 이게 이번 시간에 네가 만든 거야?”
미르가 만든 찰흙집을 보고 채리가 묻는다.
“응.”
“야, 이 정도는 유치원 애들도 만들겠다. 이제 좀 벗어나야지. 집이 꼭 이렇게 생긴 집만 있니? 이 세상에 집 모양이 얼마나 많이 있는데.”
채리는 미르가 만든 집을 보고 웃으며 떠들어댄다. 주위의 아이들도 무엇을 보고 그러나 해서 모여든다.
“난 집이라고 하면 이렇게 생긴 집이 제일 먼저 떠오르더라.”
미르는 겸연쩍어하며 모기소리 만하게 대답한다.
“미르 네가 그렇다니까. 하나 밖에 몰라요 하나 밖에. 둘도 있고 셋도 있다 미르야, 알았냐?”
옆에 있는 아이들이 웃으며 수군거린다.
미르는 어제처럼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한다. 가슴도 쿵쾅거린다.
채리에게 빌려주고서 찰흙 도구 없이 손으로 자르고 뭉치며 간신히 만든 작품이다. 미르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채리로부터 그것 때문에 비웃음을 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미르는 자리로 돌아가는 채리를 따라 간다.
“채리야, 이게 네 작품이니?”
채리 책상 위의 작품을 보며 미르가 묻는다.
“그래. 어때, 멋있지? 도구가 좀 더 있어야겠더라. 네 것만 가지고는 내 생각대로 만들기가 어렵더라고.”
“그래? 나는 찰흙이 부족했는데. 이것 도로 가져가서 도구도 함께 써서 다시 만들어보려고 해.”
미르는 채리가 만든 작품을 들어서 두 손으로 뭉치기 시작한다.
“야! 너 뭐하는 거야 지금?”
채리의 눈이 동그래진다.
다 뭉쳐서 이제는 둥그런 찰흙덩이로 변해버린 채리의 작품을 가지고 미르는 자기 자리로 돌아와 앉는다. 가슴이 후련해지는 것을 느낀다.
‘나도 화를 냈다 드디어!’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와 보니 마루 테이블 위에 엄마가 읽는 것인지 책이 한 권 눈에 들어온다.
<화내지 않는 법>
무심코 그 책을 몇 장 넘겨보다 미르는 생각한다.
‘난 화를 내고 싶다고. 화가 날 땐 화를 내고 싶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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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아로 2011-12-15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난 이 글이 너무 좋아요^^

hnine 2011-12-15 23:3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하늘아로님 ^^
 

 

"저기 온다 코끼리!"
"맞아, 쟤야, 쟤."
점심 시간, 내가 급식실에 들어가자마자 수근대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 처음 있는 일은 아니지만 내 얼굴은 또 화끈거린다.
'휴~'
차라리 후련하다. 매일 급식실에 갈때마다 혹시나 듣게 될 그 수근거림 때문에 점심을 다 먹고 나올 때까지 줄곧 두근두근, 조마조마해야하는데, 오늘처럼 들어서자 마자 저렇게 수근거려주니 최소한 오늘은 더 이상 조마조마하면서 점심을 먹을 필요가 없어졌으니 말이다.
"맞지? 딱 코끼리 아니니?"
"아이, 그래도 코끼리는 좀 심하다. 들으면 어떡해."
"우리 교복 색깔도 잘 받쳐주잖아, 회색 코끼리. 크크"
여기서 표정 변하면 안돼. 대책 안선다.
나는 안보이는 손으로 귀를 막고, 안보이는 손으로 눈을 가리고 급식대 앞으로 나아간다. 급식 담당 아주머니께서 나를 흘끔 보시더니 식판에 밥을 듬뿍 퍼주신다. 저기 반찬 중에 내가 좋아하는 계란 말이가 보인다.
"저거 많이 주세요."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나오고 있는 소리다. 아주머니는 두개 더 집어서 놓아주신다. 방금 전의 시무룩하던 마음이 금방 밝아진다.
이게 나다. 코끼리.
가까운 곳에 앉아 밥을 먹는다. 하나도 남기지 않고 식판이 깨끗해질때까지.
먹는 동안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내 외모도, 아이들이 수근거리는 것도, 창피한 것도, 부끄러운 것도, 먹는 동안에는 다 잊어버릴 수 있다. 그래서 코끼리가 된다 해도 할 수 없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 어린이집에 들른다. 동생 초록이를 데리고 와야 하기 때문이다.
초록이를 집에 데리고 온 후부터 엄마가 퇴근하실 때까지 내가 해야할 일은 초록이와 놀아주는 일이다. 내가 초록이만할 때는 엄마가 나를 다른 집 아주머니에게 맡겼었지만 초록이 돌보는 일은 나에게 맡겨졌다. 나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
"누나, 이 책 읽어줘."
교복을 갈아입고 나오니 이 녀석 벌써 책꽂이의 책을 다 뽑아 놓고 그 중 한권을 내민다.
<코끼리가 최고야>
'이건 뭐야? 하필이면 코끼리 책이야?'
초록이가 내미는 책을 한장 한장 넘기며 읽어주기 시작한다.
"덩치도 최고, 먹는 것도 최고, 그래서 싸는 것도 최고인 코끼리."
'그래 이런 내용일 줄 알았어.'
다음 장을 넘겨 계속 읽어주다가 갑자기  마음이 뭉클해진다.
'무지 큰 발에 다른 작은 동물들이 밟힐까봐 조심조심. 코끼리는 마음도 최고. 사자가 나타나면 큰 귀를 활짝 펴고 엄니를 쳐들어 사자가 슬금슬금 도망가게 하는, 코끼리는 힘도 최고......'
코끼리는 마음씨도 최고, 힘도 최고.
코끼리는 다른 동물들을 해치지 않아.

어린이집에서 피곤했는지, 초록이는 내 무릎 위에서 금방 잠이 들었지만 나는 읽은 책을 자꾸 다시 읽어보고 있다.

 

 --  아래 책을 인용하여 써본 짧은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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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8-13 0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코끼리는 최고야, 책을 인용한 창작인거죠?^^
나는 어제 정말 코끼리 덩치만한 여고생을 봤는데,
여권봉사팀 정모에 나온 내 짝꿍의 딸~ 정말 놀랐어요.ㅜㅜ
하지만 코끼리는 힘도 최고, 마음도 최고라니까 근사해요!!

hnine 2011-08-13 08:48   좋아요 0 | URL
어쩌다가 이야기를 먼저 써보기 시작했고, 그러던 중 코끼리가 등장하는 아이들책을 검색하다가 위의 책을 찾았어요.
사실 여고생때 제일 살이 찌기 쉬운 때 아닌가 싶어요. 저도 그랬던 것 같고 제 아래 여동생도 그랬고요. 먹성 좋고 스트레스는 쌓이고 따로 풀 방법은 없고 하니까요.
그런데 순오기님, 여권봉사팀은 또 뭔가요, 도대체 몇가지 활동을?? ^^ 저는 맨발 벗고 뛰어도 못따라갑니다 ㅋㅋㅋ

하늘바람 2011-08-13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역시
!!!
넘 근사합니다. 코끼리가 최고야라는 책 여러번 읽었는데 이런 생각 못했는데 말이에요.

hnine 2011-08-13 14:09   좋아요 0 | URL
역시 하늘바람님은 이 책 읽으셨군요. 저는 오늘 아침에 처음 발견해낸 책인데...

2011-08-13 1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3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1-08-13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뭉클뭉클! 더 써줘요!

hnine 2011-08-13 14:10   좋아요 0 | URL
더 얘기를 전개해나갈 능력이 없으니 어쩌지요? ㅠㅠ
마노아님이라면 더 재미있게 이어나가실수 있지 않을까요?

2011-08-13 14: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4 0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11-08-14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코끼리하니... 토마스 프렌치의 <동물원>을 추천드립니다. 코끼리에 대해, 동물들에 대해, 지금까지 절대 가지지 못했던, 가질 수 있을꺼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그런 감정들이 새로이 생겨나요. 즐거운 기분. 세상이 다채로워지는.

hnine 2011-08-14 18:56   좋아요 0 | URL
여기서 눈동냥 귀동냥으로 익숙해진 제목의 책이네요. 읽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절대 가지지 못했던 감정들을 새로이 불러 일으키는 글을 쓰는 작가란 얼마나 멋진 사람일까요!

하늘아로 2011-12-17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morning님 전 이 이름이 편해서 morning님이라고 부를께요!!!
이 글도 참 좋은것 같아요. 겨울방학 이벤트도 하실꺼죠???
 
윤동주 시인과 함께하는 송알송알 동시논술

오늘 출판사 초록우체통 소인이 찍힌 소포를 받았다. 하늘바람님께서 엮으신 책 <윤동주 시인과 함께 하는 동시 논술> 책이 온 것이다. 

 

 

 

 

 

 

 

 

윤 동 주.
중학교 1학년 국어 시간. 선생님으로부터 처음 그 이름을 들었고, 이어 '서시'를 읊어주시는 것을 들으며 그야말로 한눈에가 아니라 한귀에 반했다고 해야하나. 그 나이 때가 원래 별 일도 아닌  것을 계기로 느닷없이 누군가, 또는 무언가를 마음에 담고 좋아하게 되는 때라고는 하지만 아무튼 그날부터 나는 윤 동주의 시를 찾아 읽고 마침 집에 있던 윤 동주의 평전도 읽어치우고는 젊은 나이에 옥사한 탓에 더 읽을 작품이 남아있지 않음을 아쉬워 했었다. 대학에 들어간 후엔 그의 시비가 있는 남의 학교까지 찾아가보았던 것을 생각하니 지금은 웃음이 나온다. 
그가 아이들을 염두에 두고 쓴 시들이 한권 속에 모였다. 아이들 마음 속엔 어떻게 파고 들어갈까 궁금하다. 책을 보더니 내 아이가 먼저 후다닥 읽는다. 처음은 그렇게 후다닥 읽더라도 꼭 또 한번 들춰보게 되었으면 좋겠다.

자연, 동물, 아기 등이 주로 등장하는 그의 동시들은 운율을 띠고 있어 소리내어 읽기 좋다. 

아래 발치에서 코올코올/부뚜막에서 가릉가릉/나뭇가지에 소올소올/하늘 한가운데서 째앵째앵 ('봄' 중에서)

 요즘 시들에서 보기 힘든 리듬이 느껴지니 반갑고 재미있다. 원래 있던 주어를, 여기에 인용해오면서 생략했음에도 누가 주체인지 알 것 같다. (애기가) 코올코올, (고양이가) 가릉가릉, (바람이) 소올소올, (햇님이) 째앵째앵. 

눈을 보고 길이랑 밭이 추워할까봐 덮어주는 이불이라고 했고 ('눈'), 바람이 불어 나무가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춤을 추면 바람이 분다고 했다 ('나무'). 

자연을 주제로 한 시들이 몇 편 묶어 나온 뒤엔 그 시에 나온 예쁜 우리말을 소개하고 (예. 우리가 흔히 여우비라고 하는 '햇비') 비슷한 소재의 다른 시를 소개하여 비교해보게 했다. 눈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지 무작위로 한번 써보라고 했다. 아이들로 하여금 시 쓰는 과정을 조용히 유도해보자는 시도로 생각된다.  

'만돌이'나 '거짓부리' 같은 시에서는 시인의 장난기가 느껴지며 웃음이 나온다. '참새'는 어딘가 초보 시인의 식상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귀뚜라미와 나와'에서는 자연이나 동물을 나와 동일시하고 서로 비밀까지 만드는 관계로 설정하는 시인의 마음이 전해온다. 42쪽 예문에서는 태은이도 나오고, 그 뒤에는 하늘바람님의 자작시 '엄마와 우산' 그리고 '겨울'이란 시도 나온다 ^^
아이가 어릴 때 자주 읽어주던 '호주머니'란 시를 다시 보니 반갑다. '주먹 두개 갑북갑북'이란 표현이 재미있어 그 부분만 더 과장해서 읽어주곤 했는데.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시 '새로운 길'과 '소년'은 중학교때 나만의 노트에 적어 놓고 읽고 또 읽고, 새로운 친구가 생길 때마다 편지에 적어보내기도 하던 시였는데.  

오랜만에 만나본 윤 동주. 예전에 읽은 기억이 나는 시들이 많아서 반갑고, 책의 기획 의도가 새롭다. 귀엽고 예쁜 현대적 일러스트보다는 나 어릴 때 교과서 삽화를 연상시키는 소박한 그림들도 정이 가는, 정성 가득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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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4 2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5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5 0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5 1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07-15 17:05   좋아요 0 | URL
원문에 '햇님'이라고 나왔기에 인용하는 입장이라서 그대로 옮겼습니다 ^^
 

어린이책과 소설의 차이는 무엇일까.
염두에 두고 쓰는 대상의 차이만 알고 있었는데 자꾸 읽다보니 대상 연령 외에 다른 차이도 분명히 있는 것 같아 문학을 공부한 사람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 사람 말에 의하면 뚜렷한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린이 책을 쓸때는 어느 정도 가르침, 즉 교훈이 들어가게 써야한다고 수업 시간에 배웠다고 했다. 끄덕끄덕 했는데, 국내 작가의 어린이책과 외국 작가의 어린이책들을 읽다 보면 확실히 우리 나라 어린이책들은 그 가르침이라는 것이 너무 드러난다. 재미를 앞서는 경우도 많다. 조금 읽어나가다 보면 그만 읽어도 어떻게 끝날지, 무엇을 가르치려고 하는 것인지 어른의 입장에서는 다 보여서 흥미가 떨어지기도 한다. 반면 우리 나라에서 인기있는 외국 작가들의 책을 보면 어른인 내가 봐도 그 결말이 금방 눈에 보이지 않는다. 가르침도 있지만 일단 재미가 있다.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 알겠지만 그래도 현재까지 나의 생각은 그렇다. 말로 가르칠 때에도 그것이 너무 앞서서 드러나면 효과가 떨어지는 법인데 하물며 재미있자고 읽는 책에서야 말할 것도 없다. 책은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결말이 너무 쉽게 짐작이 되면 안된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요며칠 읽은 어린이 책들에서도 그런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최 나미 <바람이 울다 잠든 숲>

엄마를 병으로 여의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밑에서 지내는 주하. 외할머니는 잔소리꾼, 외할아버지는 무뚝뚝하기 이를데 없어 차라리 아빠 계신 서울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외할아버지와 끝내 감정적인 벽을 허물지 못하고 외할아버지댁을 떠나는데, 나중에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는 내용인데 너무나 평범하게 읽히는 내용이라 아쉬웠던 책이다.

 

 

 

 

 
수지 모건스턴 <박물관은 지겨워>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관, 미술관에 가본 부모들은 한번이라도 이런 생각을 해봤을까? 살아움직이는 것들에 더 관심이 많은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의 의사는 안중에도 없이 꾸역꾸역 박물관으로 데리고 가며 흐뭇해하는 부모. 아이들의 심리를 어찌 이렇게 잘 써 놓았는지. 수백년 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그대로 있고 앞으로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그런 구닥다리 물건들은 관심 없다면서 이번엔 아이가 부모를 자기만의 박물관으로 안내한다. 대체 어떤 박물관일까? 

 

 

 


수지 모건스턴 <공주는 등이 가려워> 

수지 모건스턴의 작품에는 공주가 자주 등장한다. 어린이책은 아니지만 <딸에게 주는 편지>를 쓴 것을 봐도 작가는 아마 같은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으로 생각된다.
공주가 결혼할 상대를 찾는데 조건은 단 하나. 자기의 등이 가려울 때 긁어줄 사람이면 된다. 말을 돌려서 한것도 아니고 그대로 등 좀 긁어달라고 하는데 그것을 해주는 남자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다른 조건들은 훌륭하면서.
결혼할 상대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읽는 어른들은 뭔가 깨닫는 것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수지 모건스턴 <사인 받기 대소동> 

자기만의 소중한 것을 가져오기를 숙제로 내주자 아이들이 집에서 가져오는 것들은 정말 가지각색이다. 한 아이가 유명한 첼리스트 로스트로비치의 사인이 있는 종이를 가져와서 천재의 손길의 흔적이라고 자랑하자 반 아이들은 너도 나도 유명인의 사인이라며 진품인지 의심되는 사인이 끄적거려있는 종이를 들고 오고, 담임 선생님은 아예 자기가 좋아하는 유명인의 사인 받아오기를 숙제로 내준다.
수지 모건스턴의 다른 책 <엉뚱이 소피의 못말리는 패션>에 나오는 소피 같은 아이가 여기에도 등장. 이 아이가 가져오는 것은 누구의 사인일까? 역시 재미도 있으면서 결국엔 끄덕끄덕하게 만드는 책. 




플로랑스 세이보스 <파스칼의 실수> 

어느 날 학교에 지각하게 된 파스칼은 지각의 이유를 묻는 선생님에게 자기도 모르게 엄마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라고 한다. 얼떨결에 나온 거짓말 때문에 또다른 거짓말을 하게 되고. 그것 때문에 걱정하느라 정말 엄마가 돌아가셔서 시무룩한 아이처럼 되어가고.
혼자 끙끙 앓는 아이의 심리가 잘 나타나 있다.
아이들의 실수를 어른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해나가는지, 내가 이 책에서 배운 것은 그것이었다. 

 

 

아이를 위해 비룡소의 난 책읽기가 좋아 시리즈를 대여해주고, 나도 틈틈이 읽는 재미가 좋다. 한권 읽는데 10분 정도 걸릴려나?
오늘 아이 데리고 어딜 가는데 버스에서 읽는다고 이 책 몇권을 집어들다가 아이가 그런다.
"버스에서 사람들이 보면 다 큰 애가 저렇게 어린 아이들 보는 책을 읽고 있다고 할지 모르겠어요."
하긴 글자가 큼직큼직 하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람?
"내가 읽고 싶으면 읽는거지, 아이들 책, 어른 책이 어디있어?"
버스에서 아이와 나는 나란히 앉아 큼직큼직한 글씨의 책을 읽으며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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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1-06-10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재미가 있어야한다,에 동의해요.
그런 점으론 수지 모건스턴은 보증수표 같아요.^^
나인님, 흐린아침이지만 좋은 하루 보내요~~~

hnine 2011-06-11 05:06   좋아요 0 | URL
특히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책은 재미라는 요소를 못한다고 봐요.
말씀처럼 수지 모건스턴은 작품 수도 많으면서 모두 어느 정도 이상은 한다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지요.
어제는 정말 하루 종일 흐렸는데 비는 안오더군요. 오늘도 여기 저기 다닐데가 많은데 (아이 데리고) 비는 오지 않았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특히 축구를 해야하는 오전에는요 ^^

숲노래 2011-06-12 0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가 있어야 하기보다는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울 수 있어야 한다고 느껴요.
재미는 있으면서 아름답지 않거나 사랑스럽지 않다면
아이한테는 조금도 밥이 못 되는 책이라고 느껴요.
어른책도 매한가지이고요...

hnine 2011-06-12 11:59   좋아요 0 | URL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운 이야기, 저는 그것도 글을 읽는 재미에 포함시켜 생각하거든요. '흥미'와 재미가 조금 다르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