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이라고 까지 한 것은 과장이다.

어린이, 청소년 대상의 외국 작품과 우리 나라 작품들을 함께 읽어보면 느끼게 되는 것 중 하나는 우리의 눈으로 볼때 외국 작품들에 기본적으로 흐르는 그 긍정, 낙관적인 삶의 태도이다. 아무리 비참하고 밑바닥 같은 상황에서도 주인공들의 그 낙천성, 그리고 삶에 대한 희망적인 태도는 어른이 배우고 싶을 정도이다. 그건 작가들이 일부러 그렇게 묘사한다고만 생각되어지지 않는다. 아무래도 그네들의 가치관, 사고방식의 차이가 반영되는 거라고 보여지는데 반해 우리 나라 작품들은 문학적, 서정적, 감성적인 느낌에 호소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인데, 이분법적인 정리가 될까봐 조심스럽긴 하다.

 

최근에 읽은 두 작가의 작품이다.

 

1. 엄청나게 시끄러운 폴레케 이야기 1, 2

 

 

 

 

 

 

 

 

 

 

 

 

 

 

 

네덜란드 태생 휘스 카위어는 원래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 틈틈이 글을 쓰다가 청소년소설을 발표하면서 작가로 전향,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 책의 시작이 어떻게 되느냐 하면,

담임이 엄마와 사랑에 빠졌다!
제목도 그렇듯이 첫문장부터 독자의 관심을 확 끌어당긴다.

엄마와 아빠가 헤어지고 담임선생님이 엄마와 사랑에 빠진 상황에서도 열한 살 소녀 폴트케는 아빠에 대한 동정과 애정을 멈추지 않는다. 보아하니 당장 생활도 어려워보이는 아빠에게 끊임없이 아빠의 꿈, 즉 시를 쓰는 일을 멈추지 않기를 권유한다. 폴트케 본인은 세상에서 자기가 가장 불행한  열한 살 짜리 아이라고 말하지만 읽는 사람이 보기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는 아이이기 때문이다.

아빠는 "이 세상에서 과연 뭘 해야 좋을지 모르겠구나."라고 했다.
세상에! 그런 바보 같은 말이 어디 있지? 하긴 뭘 해? 그냥 걸어 다니고, 놀고, 공부하고, 웃고 그러면 되지. 진짜 문제는 이 세상에서 뭘 할지가 아니라 뭘 하지 말아야 하는지다. (88쪽)

열한 살 아이의 때묻지 않은 진심이라고 보기엔 내가 너무 때가 묻었는지 오히려 어색한 느낌이 드는 걸 어쩔까. 차라리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행한 아이라고 불평하는 아이가 더 아이답고 공감이 간다. 외국의 어린이, 청소년 대상 작품을 읽어보면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불우한 상황에서도 그렇게 긍정적일 수가 없다. 작가들에게 어떤 공식처럼 작용하나? 한때 우리 나라에서 동심천사주의가 공식처럼 작용했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심리 묘사는 확실히 돋보인다.

할아버지가 한마디 거들었다.

"네 머리에는 뭐가 참 많이 들어있구나."

내가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그건 사실이었다. 내 머릿속에는 온갖 것들이 다 들어가 있었다. ...눈을 감으면 별의별 것들이 다 보였다. 내 머리는 꼭 쓰레기통 같았다. (116쪽)

열한 살, 감성이 풍부한 아이의 그런 심리 묘사 뒤에 바로 따라 나오는 할아버지의 대사를 보자.

"내 머릿속에는 무엇보다도 고요함이 들어 있단다. 머릿속이 텅 비었다고나 할까?... 내 머릿속은 조용하니 얼마나 멋진지 몰라. 생각이니 뭐니 하는 일은 피곤하고 힘들어서 싫어." (117쪽)

작가는 이렇게 열한 살 아이의 마음속에도 들어갔다 나와야 하고 노인의 마음 속에도 들어갔다 나와야 하나보다. 모든 사람이 작가가 될 수 없는 이유이겠다.

 

 

2.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사람들은 어떤 내용을 연상할까?

 

 

 

 

 

 

 

벨라스케스의 유명한 그림 <시녀들>을 보며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낀건 나뿐만이 아니었나보다. 이상하게 일그러지고 비례가 맞지 않는 인물들.  오른 쪽 아래 엎드려 있는 개 한마리의 존재감이란 적어도 내게는 눈에 띄지도 않았을 정도였다. 이 책의 작가 라헐 판 코에이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름아닌 바로 그 존재감 없는 개. 그것도 무릎을 치겠는데, 그건 개가 아니라 사람이었다는, 이 책의 이야기를 꾸려간 작가의 상상력이란!

읽기 시작하고 얼마 안되서부터 얼마나 가슴이 먹먹하던지. 이 개의 정체에 대해서, 그리고 아직 어린 자식을 개로 만든건 다른 사람이 아닌 그의 아버지였다는 것에 대해서.

하지만, 아버지로부터 외면을 당한 상황에서 이 소년 바르톨로메가 대처해나가는 모습을 본다. 슬퍼도 하고 눈물도 흘리지만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는 모습을 본다. 그래서 오히려 아버지의 마음을 돌려놓는 결과를 부르는 바르톨로메.

그래, 이쯤이면 희망과 긍정이 공식이라 할지라도 그건 흠이 아니라 덕이겠다.

작가의 뛰어난 통찰력과 상상력때문에, 이야기 자체의 감동때문에, 또, 읽고 나서 생겨나는 그놈의 희망과 꿈, 격려라는 것 때문에, 그누구에게든 읽어보라고 권유할 수 있을 책이다. 그런 책이 많지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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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6-17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넣었어요 :)

제가 생각하기에도 외국 작품에는 그런 공식이 있는 것 같아요. 한국 단편소설을 읽을 때면 종종 '왜 이렇게 공통된 우울한 정서가 흐르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곤 하는데, 그러고 보면 한국이란 나라와 낙관주의는 어째 좀 어색한 사이처럼 느껴져요.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의 줄거리를 읽으니까 문득 <제인 에어>가 생각나네요. 제인처럼 고난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인간상은 일찍이 본 적이 없어요. 내일 도서관 가는데 <제인 에어>를 빌려서 다시 읽어야겠어요!

hnine 2012-06-18 08:41   좋아요 0 | URL
지금 생각하니 외국의 문학 작품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네들과 우리의 어떤 기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우리가 겪은 역사도 다를 것이고요. 그러니, 문학 작품에서도 다른 것이 느껴지는 건 당연한건가요? ^^
제인에어를 지금 다시 읽으면 분명히 처음에 읽었을 때와 다른 무엇인가를 전해받을 것 같아요. 중학교때 읽을 때는 완전 연애 소설로 초점을 맞춰 읽었었는데 지금 읽으면 말없는 수다쟁이님 말씀대로 강인한 인간상이 눈에 들어오겠지요. 제인에어를 다시 읽으시겠다는 수다쟁이님, 멋져요 ^^

... 2012-06-18 0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폴레케 이야기는 네꼬님 페이퍼에서도 본 것 같은데 역시...흐음.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저 책을 클릭 해서 보고 있는데 책 설명보다 미역을 준다는 이벤트가 화악~ 눈에 들어오네요 ㅋㅋ 담아가요!

hnine 2012-06-18 08:44   좋아요 0 | URL
저도 네꼬님 페이퍼에서 보고 구매했어요 ^^ 재미있답니다. 캐릭터도, 이야기도. 그런데 어른들에게 없는 것을 열한 살 어린 아이가, 그것도 자기처럼 불행한 아이는 없을 거라고 스스로 말하는 아이가,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을 더 잘 견뎌나가는 것을 보고 제가 심통이 났는지도 모르겠어요.
바르톨로메와 미역이라...ㅋㅋ 우리는 참 재미있는 세상에 살고 있어요 ^^

숲노래 2012-06-18 0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하는 사람들 환경이나,
문학을 읽을 사람들 환경이,
한국과 다른 나라는
참 많이 다르기에
여러모로 이분법이 되겠다 싶도록
느낌이 갈라질밖에 없으리라 느껴요..

hnine 2012-06-18 08:47   좋아요 0 | URL
다른 것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거라고 받아들이고 비교하며 읽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생생하고 톡톡 튀는 이야기 진행, 밝고 긍정적인 결말...요즘 엄마나 학교에서 일부러 권하지 않는한 아이들이 외국 작품 읽기를 더 좋아하는 것을 보고 이유가 뭘까 저도 생각하며 읽게 되더군요.

책읽는나무 2012-06-18 0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아이가 어리다보니 딱 그수준에 맞는 책만 읽게 되더라구요.
그래도 한 번씩 청소년책도 읽고 싶은 충동이 일던데(쌓아둔 내책은 안읽구요.ㅋ)
아이가 좀 더 크면 나도 막 읽고 있겠구나~ 란 상상을 해요.

우리네 정서와 외국의 정서가 다르다는 것은 아이들의 책을 읽어도 확연히 표가 나긴해요.그래서 때론 이질감이 느껴져 전 좀 멀리하게 되곤 하던데,
아들녀석은 또 그것(?)이 맘에 든다네요.
어른인 '나'는 이미 그렇게 한국 문학에 이미 길들여져버린 것이 아닐까? 싶네요.
요즘 신간 어린이책들은 예전보다는 좀 더 많이 밝아진 듯 하더라구요.
한 번씩 외국동화를 읽는지? 한국동화를 읽는지? 헷갈릴정도에요.^^
암튼. 청소년 소설책엔 좀 문외한이라 많이 배우고 가네요.
일단 보관함에 슝~ 넣고 봅니다.^^

hnine 2012-06-18 08:50   좋아요 0 | URL
아이 따라 그 연령대의 책을 다시 읽게 되는 것도 어찌 보면 좋은 기회 같아요. 아이가 없다면 제가 이 나이에 그런 책을 이렇게 관심있기 읽을 것 같지 않거든요. 그리고 오히려 아이들 책을 보며 위로와 격려를 받을 때도 많고요.
제 경우엔 아이와 상관없이 예전부터 이상하게 청소년소설을 좋아했는데요 ,음...뭐랄까, 제가 자라온 성장 배경과도 상관이 있는 것 같아요. 바르톨로메는 청소년소설이라고 굳이 할것 없이 권해드리고 싶은 책이랍니다.

프레이야 2012-06-18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오래 전 읽었던 책이네요.
상상력이 무시무시했고 아팠던 기억이...
문장은 빌려오거나 인용이라도 할 수 있지만
작가의 상상력은 훔쳐올 수도 없는, 그만의 값진 재산인 것 같아요.
글 쓰는 사람이라면 부러울 수밖에 없는.
즐거운 한 주 시작해요, 우리^^

hnine 2012-06-18 12:16   좋아요 0 | URL
저도 귀에 익숙해서 읽은 줄 착각할 뻔 했지요. 진주귀거리소녀와 또다른 매력이 있는 작품이네요. 정말 무시무시한 상상력이라고 밖에...작가가 특수교육분야에서 일한 사람이라서 더 그런 쪽으로 상상을 했는가봐요.
부모에게도 자랑스런 자식만 자식일까, 무조건적 사랑이라는게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그런 생각도 잠깐 해보았고요.
더위를 심하게 타는 저는, 올여름은 또 어떻게 보내게 될까, 벌써부터 흥미진진(!)해진답니다 ^^

순오기 2012-06-21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르톨로메는 정말 굉장한 작품이죠.
2006년 어머니독서회 두번재 토론도서로 추천했었는데 모두들 감동받고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도 뜨겁게 토론했던 기억이...
이 책을 읽고 나면 돈키호테를 다시 읽고 싶어지죠.^^

hnine 2012-06-21 12:35   좋아요 0 | URL
바르톨로메에 대해서는 열이면 열, 이견(異見)이 없을 듯해요. 저도 몇 사람들과 함께 읽고 의견을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옥의 티를 골라내시는 분도 계시긴 헀지만 그건 그야말로 옥의 '티'였고요 ^^

Jeanne_Hebuterne 2012-06-25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그림 속 치맛자락이 꼭 만져질 것 같았어요. 저 때만 해도 공주의 턱이 합스부르크가 특유의 사각턱으로 자라나기 전이었나 봐요. 눈매가 동그랗고 입술이 고집스럽습니다. 자랑스럽게 자신의 모습을 그려넣은 벨라스케스의 표정보다도 더.오랜만에 이 그림을 hnine님 덕분에 보게 되었어요 :)

hnine 2012-06-25 20:49   좋아요 0 | URL
이 그림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시네요. 전 이 책 읽으면서 비로소 자세히 보게 되었어요. 유명한 그림이니 언젠가 또 마주치게 되겠지요. 그럴 때마다 이 책을 같이 떠올리게 되겠지요. 그리고 슬픔이 느껴지겠지요...
 

지난 주말 읽은 두권의 책.

한권은 스위스 작가 찰스 레빈스키의 499살 외계인, 지구에 오다,

다른 한권은 우리 나라 하은경 작가의 우리들의 작은 신이다.

 

 

 

비룡소의 일공일삼 시리즈 즉 초등 고학년 이상이면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 작품 속 화자는 어린이가 아닌, 우리 같은 어른. 글 쓰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작가이다. 글이 안써져 머리 쥐어짜던 어느 날 밤, 외계인이 느닷없이 방으로 들어와 말을 건다.

키와 몸집은 지구에 사는 어린 아이 정도 되어 보이는데 499살이 되었다고 소개하는 이 외계인은 학교 숙제때문에 모르는 별 지구에 떨어지게 된 것이란다. 그 별에서는 태어날 때 어른으로 태어나고, 나이를 먹을수록 어린이가 되어 간다. 그리고 더 지혜로와진다. 기발하다. 499살의 이 늙은 어린이가 지구에 와서 무엇을 느끼고, 숙제장에 뭐라고 적어갈까.

식상한 이야기가 아닌 것이, 독자로 하여금 결말이 어떻게 될지 '감히' 예측을 할 수 없게 한다.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으며, 그 뒤에 감춰진 의미와 가르침도 있고, 우리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별점을 준다면 다섯개 중 다섯을 주겠다.

 

 

 

 

 

우리 나라 무속 신앙과 동학 혁명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청소년 대상 작품 속에 도입했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읽어보고 싶은 관심을 끄는 작품이라 하겠다.

작가의 문장력, 묘사력, 표현 기법, 모두 출중하다. 이야기가 무리없이 매끈하게 진행된다.

그런데, 참신한 소재는 아니다. 독창성이 떨어진다.

어디서 비슷한 이야기를 듣거나 읽은 적 있다. 앞으로도 또 만나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결말이 예측 가능하다. 다음 페이지가 궁금하지 않다.

아...또 드러나고 마는 우리 나라 작가 작품들의 한계점이다.

쓰는 동안 작가가 주인공 연화에 몰입하여 일심동체가 되다시피 했다는데, 과연 문장이 매우 수려하고 심리묘사도 뛰어나다. 우리 나라 작품들의 강점이 스토리보다는 이런 세세한 묘사와 표현력에 있으니, 외국에 번역되어 소개되기에 불리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별점을 준다면 다섯 개 중 셋을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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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2-05-07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위의 책, 언젠가 우리 아들이 읽고 있는 걸 봤었는데...그렇게 그렇게 까먹었더랬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어린이가 되어간다는 설정, 잼난걸요~^^

hnine 2012-05-07 16:53   좋아요 0 | URL
재미있더라고요. 나이를 먹을수록 더 많이 알고 더 지혜로와지는 줄 알고 있지만 사실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작가의 그런 풍자가 들어가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 세상을 더 어렵고 복잡하게 만드는 것, 그것 말고 우리 어른들이 하는 일이란 뭘까요...
아드님은 책도 참 골고루 많이 읽는가봐요.

숲노래 2012-05-07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한국 작가들이 '줄거리' 있다는 대목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서양 작가들처럼 '문장과 묘사력'을 잘 한다고들 하더군요.

줄거리를 잃으면 문장과 묘사력이 있어도
이야기책을 읽을 맛이 사라지잖아요...

hnine 2012-05-07 18:40   좋아요 0 | URL
'줄거리'란 말, 오랜만에 들어요 ^^
아무리 아름다운 뜻이 담긴 책이라도 재미없으면 아이들이 안보려고 해요. 그나마 우리 나라는 엄마들의 적극적인 책구매욕으로, 추천목록에 있는 책들을 아이들에게 많이 읽히고 있어 다행인데 저처럼 아이에게 그냥 읽고 싶은 책 읽으라고 방치해두는 부모 밑에 있는 아이들은 번역물에 비해 우리 나라 작품들을 스스로 골라 읽는 예가 많지 않을 듯 싶어요.

비로그인 2012-05-07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나이 들수록 어린이가 되어간다면... 그건 또 모르겠네요. 지금보다는 더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동화책 읽는 아이들 보면 참 신기해요.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왜 신기할까요? <내 친구 파란 곰>이라는 동화책이 생각나네요 :)

hnine 2012-05-07 18:49   좋아요 0 | URL
그래서 말이지요, 동화책을 읽는 시기가 일생에 두번 있는 것 같아요. 어릴 때, 그리고 저처럼 다 어른이 된 후에 다시 찾게 되더란 말이지요.
<내 친구 파란 곰>은 저도 아직 안 읽어본 책인데 전 왜 제목부터 겁이 나지요? 인형 말고 진짜 곰이 파란 색이라면 무섭지 않을까요? 에구구...
499살 저 책은 재미있어요, 권해드릴만 합니다. 저 외계인이 하필 지구로 오게 된 것도 저 499살이란 나이와 상관이 있답니다.

비로그인 2012-05-07 22:24   좋아요 0 | URL
ㅎㅎ 보관함에 담았어요! 아, 그런데 요새는 책 살 돈도 쪼들려서 걱정이에요. 생활비도 딱히 넉넉한 것이 아니니... 저도 투잡을 뛰어야겠어요 +_+

hnine 2012-05-08 05:22   좋아요 0 | URL
ㅋㅋ 그래도 이 책은 그리 부담가는 가격이 아니지요.
투잡, 저도 투잡입니다! ^^

세실 2012-05-09 0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른에서 어린이로 변한다는 설정. 문득 우리 삶도 그렇다는 생각 듭니다. 치매도 같은 맥락 아닐까요?...... 얼굴도 어린이로 변한다. 음 그건 싫다 ㅎ

hnine 2012-05-09 07:34   좋아요 0 | URL
외모나 치매도 그렇지만, 어른이 되면서 더 '기본'을 잊고 사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때가 있어요. 다른 사람의 눈이 나의 마음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질때도 있고...아무튼 작가는 이 작품 속에서 그런 것을 밉지 않게 비꼬고 있는 것 같더군요.
 

 

초콜렛을 너무나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 이름은 헨리. 초콜렛 케익, 초콜렛 시리얼, 초콜렛 시럽, 초콜렛 우유, 초콜렛 쿠키등 이런 것들을 아침 식사로 먹는 아이이다. 그리고 하루 종일 초콜렛을 달고 산다. 그럼 이가 많이 썩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뚱뚱할까? 그것도 아니다. 오히려 약간 마르기까지 했다. 아무리 봐도 초콜렛을 너무 많이 먹어서 이상한 곳은 없어보인다. 그러니 식구들도 특별히 말리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 날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그날도 초콜릿 범벅의 아침 식사를 잘 하고 학교엘 갔는데 몸의 여기 저기에 뭐가 나는 것이다. 초콜렛 색의 반점 같은 것이 불쑥불쑥 솟아나더니 점점 커져간다. 이른바 Chocolate fever 라고 말을 하면서도 의사 선생님도 이 증상에 대해 원인과 치료 방법을 몰라 이 검사 저 검사 해대느라 헨리는 병원에 갇힌 채 시달리기만 한다.  결국 병원을 탈출하는 헨리! 제2의 모험이 기다리고 있다.

결국 헨리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될까? Chocolate fever에서 회복될 수 있을까?

책이 얇기도 하고 내용이 재미있고 또 궁금증을 일게 해서 부담없이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다.

 

CHOCOLATE FEVER written by Robert Kimmel Smith

 

 

 

 그 유명한 Roald Dahl의 이야기를 한권도 직접 읽어본 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아이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집에 있는 그의 시리즈 중에서 이 책을 가져다준다. 이것부터 읽어보라고.

그가 이름 짓는데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것 쯤은 알고 있다. 이 책에서 Twit 은 흉칙한 외모 만큼이나 흉칙한 심보를 가진 부부의 이름이다. 남편 Mr. Twit은 온몸이 털로 덮여서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구별이 안 될 정도로, 입 주위의 수염에는 늘 음식 찌꺼기가 붙어 있어서 배고플땐 이것을 떼어 먹기도 한다. 그러면서 한번도 이 수염을 닦아본 적이 없다. 아내 Mrs. Twit은 Mr.Twit 처럼 온몸이 털로 덮인 것은 아니지만 얼굴이 흉칙하기 그지없다. 젊었을 때는 이렇게 못생긴 얼굴이 아니었다는데 왜 이렇게 흉칙하게 바뀌었을까?  흉칙한 생각을 자꾸 하면 얼굴이 그렇게 바뀐단다. 좋은 생각을 늘 하는 사람은 아무리 나이 들어도 절대 얼굴이 그렇게 변하지 않는다고.

이들은 부부이지만 서로 원수처럼 싸워댄다. 서로 누가 더 괴롭히나 시합이라도 벌이듯이 온갖 술수를 다써서 상대방을 못살게 군다. 그 괴롭히는 방법들이 읽는 사람의 상상을 초월한다. 그래서 읽으면서 깔깔거리기도 하지만 어떤 대목에서는 엽기적이라는 생각도 들게 된다. 예전에 서커스단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는 Twit부부는 여전히 원숭이 가족을 한집에 데리고 살며 늘 거꾸로 서는 물구나무를 시켜댄다. 그것이 너무나 힘이 들었던 원숭이들은 역시 Twit부부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새들과 지혜와 힘을 모아 이 부부를 무너뜨리는데, 과연 어떤 방법으로 이들에게 영원히 돌이키지 못할 복수를 할까? 웬만한 사람은 상상도 못할 방법이다.

이 책 뒤에 작가에 대한 얘기가 몇 쪽에 걸쳐 부록처럼 실려 있는데 이 사람, 상당히 재미있는 사람이다. 부모가 모두 노르웨이 출신인데 아버지는 일찍 세상을 떠나 실제로 아버지 얼굴도 기억못하고 자랐다고 한다. 하지만 어머니와 누나, 여동생들과 화목한 분위기에서 성장했고 그 역시 다섯명의 자녀를 두었다. 그의 집필실이라고 할 수 있는 작은 오두막집 소개도 재미있다. 아무에게도 공개하지 않고 출퇴근하듯이 매일 규칙적으로 집필 시간을 가졌던 그는 늘 쓰는 연필 종류가 있었고 여섯 자루의 연필을 깎아 놓는 것으로 일을 시작한다는 것.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매일 글을 쓰던 이 오두막집은 아직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그가 한 말중에, 사람은 어른이 되면 대부분 어렸을 때 일을 잊지만 자기는 여전히 어렸을 때를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마음 속에 '유머'를 가지고 있다면 누구든지 어린이를 위한 무슨 글이든 쓸 수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동화 작가가 되는데 꼭 필요한 두가지 점을 짚은 말이 아닌가 한다. 그가 그 본보기!

 

THE TWITS written by Roald Dahl

 

 

아이가 엄마도 한번 읽어보라고 내미는 책은 되도록 읽어보려고 한다. 당장 못 읽더라도 언젠가는. 아이가 무슨 책을 읽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다 읽은 후 아이에게 네가 읽어보라고 한 책 다 읽었다고 하면 아이가 참 좋아한다. 그런데 아무리 아이가 한번 읽어보라고 해도 못읽고 있는 책도 있다. 해리 포터가 그 대표적인 예. 나는 확실히 환타지 체질이 아닌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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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데이지 2012-01-14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병원에서 탈출하는 헨리가 ....어~궁금해요!
저 이번기회에 원서 한번 읽어볼까요?

ㅋㅋ 근데 진짜 해리포터 안읽히세요?
진짜 재미있는데.....ㅋㅋ

hnine 2012-01-14 04:38   좋아요 0 | URL
궁금하시죠?? 저도 다 쓰고 싶었는데 그러면 안 읽으신 분들께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참았습니다 ㅋㅋ
블루데이지님은 해리포터 읽으셨구나...저도 시도는 몇번 해봤는데 그 두꺼운 책이 저는 별로 재미가 없는거예요, 다음 장면이 궁금하지도 않고 ㅠㅠ

울보 2012-01-14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류랑 동갑이라고 알고있는데 ,,정말 빠른건가요, 류가 느린건가요, 좋아하는 책은 재미있게 읽으면서 영어책도 편식을 하는편 이책도 사달라고 해서 사주기는 했는데 한번 쓱보더니 열심히 보는것 같지는 않던데,,ㅎㅎ
그래도 가끔 뒤적이기는 하더라구요,
저도 시간이 걸려도 읽어봐야겠어요 원서로,,ㅎㅎ

2012-01-14 0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Myself 2012-01-17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두권의 책을 다 읽었는데 아주 재밌던데요?

hnine 2012-01-17 19:13   좋아요 0 | URL
권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밤의 요정 톰텐 -그림책-

빅토르 뤼드베리 원작,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각색

 

빅토르 뤼드베리라는 스웨덴 시인의 시를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동화로 각색한 작품.

동화에는 동화가 갖추어야할 '형식'의 수준을 넘어, 거의 '공식'이라고 할만한 것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해준다.

이름처럼 자그맣고 귀여운 톰텐은 스웨덴 농가에 살고 있다는 요정. 누구도 본 사람이 없지만 톰텐은 어디에나 있다. 모두가 잠든 밤, 동물들에게, 사람들에게 찾아가 그들을 보듬어 주고 위로해 주고 안심시키는 일을 한다. 이런 존재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인간의 심리가 작용하여 탄생한 상상 속의 존재인 셈이다. 우리는 누구도 자신이 이 톰텐의 역할을 담당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우리는 누구나 이런 톰텐의 역할을 우리 주위에서 누군가가 해주기를 바란다. 새삼스런 사실에 동화가 가지는 상징을 배운다.

 

 

 

너무 친한 사이인데. 여자애들 이야기

크리스 도네르 지음

 

대저택에 사는 프랑스 상위층 가정의 시도니. 그리고 아랍계 출신으로 방 두칸 짜리 집에 아홉 명의 형제 자매와 함께 사는 알리마.

프랑스에서 아랍계 출신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여러 가지를 의미한다. 하지만 비슷한 아이들끼리 친구가 되면 이야기 거리가 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민족, 환경의 이 두 여자 아이들이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어 떨어질 수 없는 절친이 된다.
그런데, '여자애들 이야기'라는 제목에서 짐작할수 있듯이 아주 사소한 일로 사이가 벌어지게 된다. 독자가 상상할 수도 없을 아주 사소한 일로.

작가는 이 주인공들 나이에서 성장이 멈췄나? 어떻게 이렇게 잘 묘사할 수 있나. 결말 부분에서는 다시 어른의 입장으로 돌아와 멋진 마무리를 하는 것을 보면 어린이책 작가는 두개의 다른 나이대를 능숙하게 넘나들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그게 잘 안될때 어른의 목소리가 역력한 작품이 되거나 작품성이 떨어지는 작품에서 그치게 되나보다.

이 세상에 서로 같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꼭 인종과 환경, 계층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나와는 다른 사람. 이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화합해야 하는지를 멋지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최윤정 번역. 그것도 마음에 든다.

 

 

 

용과 함께

하나가타 미쓰루 지음

 

오늘 읽은 세권 중 베스트.

제목은 용과 함께이지만 진짜 용은 등장하지 않는다.
언젠가, 마음의 빈 공간 혹은 상처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어린 아이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의 친구를 만들어 늘 같이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사는, 그런 이야기를 머리 속으로 만들어 본 적 있는데 이 책이 그와 비슷한 구성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 관심있게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해체되어 가고 있는 가족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마음의 문이 닫혀 버린 어린 아이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경쟁 사회라는 현실에 발을 딛기 시작하는 청소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가족이 어떻게 방향을 잡아 나아갈까?

읽는 동안 마음이 아프다가 따뜻한 결말로 마무리를 해준 작가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 마지막에 이미 세상을 떠난 엄마가 어떻게 관여하는지도 눈여겨 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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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01-03 0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톰텐은 사 놓고 아직 읽지도 않았네요 ^^;;;;;
에고고... ㅠ.ㅜ

hnine 2012-01-03 08:50   좋아요 0 | URL
톰텐 나오는 책이 저 책 말고도 더 있더군요.
우리 나라에도 톰텐은 아니지만 비슷한 이야기가 꼭 있을 것 같아요.
 

 

 

<내 동생, 여우> (문학동네, 2010) 김 옥  

눈 덮인 숲에서 여동생 연이를 잃은 연오의 이야기이다.
눈 오는 날 함께 걷고 있던 동생이 갑자기 숲으로 뛰어들어간다는 설정에 갸우뚱. 갑자기 왜?
아이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작가의 메시지도 모르겠다. 슬픔을 불러 일으키자? 어른이라면 그럼으로써 카타르시스가 되겠지만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은 무엇을 얻나?
너무 뻔한 얘기라서 재미도 떨어진다.

김 옥 작가의 다른 작품은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작품은 적어도 내게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   

 

 

 

 

<잃어버린 일기장> (창비, 2011) 전 성현 

2011년제15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고학년 창작 부문 대상.

전 성현 작가는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였고 이 책이 작가의 첫 책이다.
다섯 아이들의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나가는 구성이 이 책에서 돋보이는 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일본의 오카다 준의 <비를 피할 때는 미끄럼틀 아래서>, 시게마츠 기요시의 <친구가 되기 5분전>에서 만났던 적이 있으니 이 작품만의 독특한 구성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래도 이런 형식의 장편을 구성하려면 특별히 치밀하고 꼼꼼해야 하는 것은 맞을 것이다.

6학년 준호는 몸이 아파 한동안 병원 신세를 지다가 다시 학교에 돌아오며 외삼촌으로부터 받은 푸른 색 일기장을 벗삼아 지낸다. 우연히 이 일기장이 다른 아이의 눈에 띄게 되고, 그 일기장을 들춰 본 그 아이는 일기장 아래에 자기의 생각을 몇 줄 적어넣는다. 그리고 다시 준호 자리에 돌려놓는다는 것이 엉뚱하게 또 다른 아이의 손에 들어가게 되고, 그 아이 역시 준호의 일기를 읽은 후 뭔가 자기 생각을 남겨놓고 싶어진다. 그렇게 네 아이의 손을 거쳐 다시 준호의 손으로 돌아오는데 준호를 포함한 다섯 아이의 이야기가 소제목 아래 각각 다른 이야기로 펼쳐지는 것이 이 책의 구성이다. 
처음에 소개된 지우의 이야기, 세희의 이야기까지는 재미있게 읽혔으나, 작가도 이야기를 이어나가느라 무리했을까? 그 다음 동현이의 이야기부터는 어딘가 앞과 이야기가 억지로 이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에 오는 혜진이의 이야기도 마찬가지. 위에 소개한 오카다 준의 이야기에서 그 이야기들의 이어짐이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감탄하며 읽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시게마츠 기요시의 작품에서는 다섯 명이 아니라 훨씬 더 많은 아이들이 등장하는 장편임에도 하나의 작품 속에 어색함 없이 어울려 들어가있던 기억도 떠올린다.
또하나, 개인의 비밀스런 일기장인데 이렇게 자기도 모르게 여러 아이를 거쳐 돌아왔다는데 일기장의 주인인 준호는 아무렇지도 않았을까?
이보다 더 눈에 거슬렸던 것은 마지막 부분에, 네명의 아이들이 준호의 일기장에 뭐라고 썼는지 직접 소개하는 부분이다.  

   
  어떤 사람은 가난이 불편할 뿐인 거라고 말해. 하지만 가난을 생활로 겪어 보면 불편한 정도에서 그치지 않아. 마치 내가 감당해햐 할 운명인 것처럼 나를 짓눌러서 무척 힘들지.  (177쪽)

어떤 것이든 대하는 사람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는 것 같다. 요즘 며칠 동안 나는 달라지는 내 몸을 감당하지 못해서 무척 힘들었어. 하지만 다행히 이제 그 힘든 길을 거의 지나온 것 같아. 그래서 앞으로는 내 몸을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려고 해. (180쪽)
 
   

이건 초등학교 아이들의 말투가 아니다. 마치 일기장 검사를 마친후 선생님이 남겨놓은 도움글 같다. 이리 정돈되고 결론적이고 교훈적인 이야기를 아이들이 할 수 있을까? 우리 창작 동화의 문제점이 살짝 엿보고 말았다. 결말은 어떤식이어야 한다는. 특히 공모전 당선작이 되려면 말이다.
황선미 작가가 어느 인터뷰에서 공모전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지금 나와 있는 수상작을 찾아 읽어볼 것 없다, 거기엔 이미 새로운 것이 없으니까 라고.
답답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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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1-12-03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 사람들 이야기를 짤막하게 완성된 틀로 보여주는 작품을 쓰자면
평생에 남을 훌륭한 작품이 아니라면
섣불리 나아가지 말아야 한다고 느껴요.

이를테면 <아즈망가 대왕>이라는 만화책이 널리 사랑받은 뒤
이 틀을 똑같이 따르는 만화가 많은데,
하나같이 실패하기만 해요.
소재와 틀과 구성을 따른다지만,
알맹이가 없으면 젬병이에요.

hnine 님, <여자의 식탁>이라는 만화책 보셨나요?
이 만화책을 보시면, 여러 사람들 다 다른 이야기를 틀 하나로 모두는 작품을
어떻게 보여주어야 하는가를 잘 느낄 수 있어요.

hnine 2011-12-03 08:51   좋아요 0 | URL
이곳 알라딘에는 없는 권이 많아서 다른 인터넷 서점까지 가서 구입하고 왔습니다. 여자의 식탁이요. 12월 중순, 좀 바쁜 일정이 시작되기 전에 집에 푹 파묻혀서 읽어보려고요.

2011-12-04 1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04 2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