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모건스턴 (Susie Morgenstern) 은1945년에 태어났으니 올해 우리 나이로 66세.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나 프랑스 수학자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프랑스 니스로 이주, 박사 학위를 받고 비교 문학을 가르치고 있단다. 두 딸을 낳아 기르면서 어린이 문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40여 권의 어린이, 청소년 소설을 발표하였고 상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얼마 전 그녀의 <공주도 학교에 가야한다>를 처음 읽은 후, 단순하지만 독창적인 그녀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여 그녀의 다른 책들도 눈에 보이는대로 찾아 읽고 있는 중이다. 
그중 나이듦에 대한 책 두권이다.

<어느 할머니 이야기>

원작 출판년도가 1979년으로 되어 있으니 저자가 아직 마흔도 안되었을 때의 작품인데 어찌 이렇게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심리 묘사를 잘 해낼 수 있는지 놀랍다.
자식들도 다 키우고 혼자 사는 할머니. 외출했다가 돌아올 때면 열쇠를 잃어버릴까봐 항상 걱정을 해야하고, 열쇠 구멍에 열쇠를 넣어 문을 여는 것도 잘 되지 않아 무지 고생을 하지만 결코 투덜거리는 법이 없다. "예쁜 문, 착하지? 나 좀 들어가게 해 주렴."
책을 좋아했지만 눈이 너무 피곤해져서 이젠 그것도 잘 안한다. 바느질도 좋아했지만 손이 말을 안 들어서 그것도 잘 못한다. 아침 햇살과 바다와 등산을 좋아했지만 위험하다는 의사의 경고에 따라 그것도 못한다. 그러면서 할머니 하는 말, '그러면 적어도 신발은 덜 닳겠군.'
마늘과 양파를 볶아서 먹곤 했지만 이제 속이 안 좋아서 그런 걸 못 먹는다. '이젠 양파 때문에 눈물 흘릴 일은 없겠네.'
예전엔 너무 할일이 많아 시간 가는 줄도 몰랐는데 이제 할머니는 소파에 가만히 앉아 생각할 시간이 있다. 그러면서 하는 생각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없다면 자기가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어하면 되는거지.'
가끔 옛날 생각을 한다. 가난했던 남자와 결혼하여 돈이 별로 없었지만,  그러면서 생각한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이를 주셨으니 빵도 주실거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던 아이들 생각을 한다. 유치원 가던 것, 공부하러 멀리 떠나던 것, 군대 가던 것. 결국엔 모두 자기 삶을 찾아 날아가 버린 아이들. 그 중에서도 전쟁 중에 영원히 사라져 버린 아들이 특히 더 생각난다. 그 일로 할머니는 세상의 사탕이란 사탕을 다 모아도 마음의 상처 때문에 생기는 쓴 맛을 없앨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뭐 필요한 거 없냐는 아들의 전화를 가끔 받을 때 할머니는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으로 만질 수 없는 게 생각나지만 그냥 이렇게 대답한다. "아니, 없어."
이런 저런 물건을 잃어버리고 하루 종일 찾아다니기 일쑤지만 그것 때문에 슬퍼하지 않는다. '할 수 없는 거지, 뭐. 하나가 없어지고 열 개가 다시 나타나는 수도 있는거야.'
밤이나 낮이나 혼자 있는 할머니에게 유일한 벗이라면 그것은 텔레비전. 텔레비전을 보며 할머니는 자그마한 자기 아파트를 벗어나 세상 구석구석을 여행한다.
추억을 돌리는 기계가 자꾸 돌아가는 탓에 할머니는 밤에도 잠이 오지 않을 때가 많다.
할머니가 다시 한번 젊어지면 좋겠다는 손자들의 말에 할머니는 전혀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아니, 내 몫의 젊음을 살았으니 이젠 늙을 차례야. 내 몫의 케이크를 다 먹어서 나는 배가 불러." 

아, 이건 너무나 슬프고 아름답잖은가. 나이 들어 조금만 더 젊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내 몫의 케이크를 다 먹어놓고, 더 먹고 싶어 탐 내는 것이라 이제부터 생각하기로 한다.
아이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을까. 아마 아이들보다 부모들이 더 감동을 받지 않을까 한다. 지금 나처럼. 

 

<우리 선생님 폐하>

40년 동안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온 스틸리아노 선생님은 곧 정년 퇴직을 앞두고 있다. 한 직종에서 오래동안 일을 해오다 보니 바꾸는 것, 옮기는 것은 무엇이든 질색을 하지만 나름대로의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아이들을 진심으로 애정을 다해 가르친 선생님. 정년 퇴직이란 곧 후퇴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그동안 많은 학생들을 가르쳐왔음에도 앞으로도 계속, 더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고 학교를 떠나고 싶지 않다.
정년 퇴직을 기념하기 위해 학생들과 학교 측에서는 축제같은 파티를 열어주기도 하는데 선생님은 이런 축제를 조금도 기뻐하지 않고 급기야 이 선생님은 자기 교실 벽장안에다 자기 임시 침소를 마련하고 버티기 시작한다. 교장선생님이 와서 아무리 설득을 해도 꼼짝을 않고.
해결책은 무엇이었을까? 강제로 선생님을 교실에서 끌어내는 것? 그것은 너무 서글프다. 원칙을 위반하고 계속 아이들을 가르치게 하는 것도 바람직한 해결책은 아니다. 작가의 예지와 위트가 발휘되는 결말이 돋보인다.
평균 수명은 늘어나고, 정년은 빨라지는 요즘, 더욱 마음에 와 닿는 내용이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에 40년을 몸담다가 떠나야 되는 심정이 어떨까? 이런 주제를 아이들 책 소재로 삼은 작가의 의도를 알것 같다. 아이들이 매일 학교에서 보는 선생님, 그 선생님의 입장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 아닐지.
퇴직, 후퇴, 물러남. 이런 단어가 곧 피부로 와닿는 때가 올것이다. 누구에게나.
지금 막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 한번 쯤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어른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들이다. 
특히 위의 <어느 할머니 이야기>는 어른들에게도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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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1-02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할머니 이야기 넘 넘 넘 좋은걸요~
어제 저녁 춥다고 샤워를 대충하는 우리 아들에게 '웬일이야?'했더니,
(이 녀석이 사춘기여서 저희집 화장실을 거의 독식하는 수준입니다.)
'물세 안 나오고 좋잖아?'이러는 겁니다.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으로 만질 수 없는 것이라뇨,아웅~!!!

hnine 2010-11-02 12:20   좋아요 0 | URL
읽으시며 눈물 나올지도 몰라요...

하늘바람 2010-11-02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다 넘 재미날 것같아요 할머니 이야기 참 정감이 가네요 눈물나온다 흑
좀 겁도 나네요
눈물 날까봐 겁나는 나날들이어서요

hnine 2010-11-03 04:53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전 눈물 날때는 그냥 나게 내버려 두지만 그건 혼자 있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지요. 옆에 누가 있거나 특히 일터에서는 그럴 수도 없고...
눈물모다 웃음이 나오는 시간들이 많아졌으면 해요. 그럴꺼에요.

마녀고양이 2010-11-02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그렇게 나이 들고 싶어요.
노년에 "내 몫의 삶을 열심히 살았으니, 이제는 늙어서 평화롭게 죽을 차례야." 라고.
이런 삶을 살려면, 얼마나 열심히 살아야 할까요? 아아, 아니군요.
모든 것을 놓고,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간다면, 그렇게 살아간다면....

좋은 저녁입니다. 나인언니, 굿나잇~ 쪽!

hnine 2010-11-03 04:57   좋아요 0 | URL
그 '열심히 산다는 것'의 정의가 무엇인가, 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어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
하고 있지 않은 것,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한 걱정으로 시간을 보내지 말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
현재 저의 생각인데 앞으로 또 달라질지도 모르지요.

굿나잇 키스 댓글을 어제 못보고 잠자리에 들어서인지, 추워서 그랬는지, 밤에 잠을 설쳤네요 ^^

순오기 2010-11-16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할머니 이야기는 장바구니로 직행해요. 이렇게 늙으면 너무 근사할 거 같아요.^^
수지 모건스턴 <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도 재밌어요.

hnine 2010-11-03 04:57   좋아요 0 | URL
또 소개해주실 줄 알았습니다 ^^ <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 찾아봐야겠어요.

비로그인 2010-11-03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도 책이겠지만 hnine님 리뷰도 재밌고 솔깃해서..ㅎ

책 감상기를 따라 가다보면 읽지 않아도 왠지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때론 흐뭇해지기도 하고, 때론 좀 안타깝기도 하고요. ^^

hnine 2010-11-04 05:50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쓰다보니 스포일러가 되었어요. 아래 책은 그래서 결말 부분은 쓰지 않고 남겨두었는데 위의 책은 그렇게 안되더군요.
좋은 책이었어요. 저 작가의 책 더 찾아 읽어보려고요.
 

 고등학교 2학년 딸을 둔 친구가 어느 날 딸의 학교로부터 경고 문자를 받았단다.
'귀댁의 자녀가 복장이 불량하여 벌점을 받았으니 가정내 연계지도 부탁드립니다' 라는.
치마 길이가 짧았다는  이유인데, 일부러 치마 길이를 줄여 입은 것도 아니고 허리 사이즈에 맞추어 사다 보니 길이가 좀 짧았던 것 뿐이고, 그래봤자 무릎 길이였다는데. 
사실 그것보다 더 웃긴건, 그래서 벌점을 주었으면 되었지 그걸 일일이 집에다가 친절하게 통보해주었다는 것이다. 초등학생도 아니고 고등학교 2학년, 내일 모레면 고등학교 3학년 되는 아이인데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 소피는 어릴 때부터 인형이나 장난감 같은데에는 관심이 없고 옷에 관심이 많은 아기였다. 다섯 살이 되었을 때에는 어린이 그림책보다 패션 잡지 뒤적이는 걸 더 좋아했고, 못보던 옷을 보면 그것을 구경하며 넋을 잃곤 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소피는 남들과 똑같은 옷을 입고 가는 것이 너무나 싫었다. 발은 두개인데 왜 사람들은 똑같은 구두 두 짝을 신는지 이상했고, 왜 같은 색의 양말을 신는지 이해가 안갔다. 되도록 남들이 안 입는 옷을, 집에 있는 엄마 옷, 아빠 옷, 모두 동원하여 자기 나름대로 꾸며 입고 학교 가는 것을 즐겼다. 그러던 어느 날, 소피 부모님은 학교로부터 경고성 편지를 받는다. '사육제 차림'으로 학교에 오게 하지 말라는 것. 소피의 부모는 소피에게 묻는다. 왜 그렇게 옷을 여러겹으로 입고 악세사리를 잔뜩 달고 다니는지. 그러자 소피는 이렇게 대답한다.
"이렇게 해야 옷을 입은 기분이 들거든요. 그러니까 나는 시를 쓰는 것처럼 옷을 입는 거예요. 내 몸은 종이고요, 두 손은 만년필, 두 눈은 영감의 창이에요. 모자는 느낌표이고, 스카프는 쉼표, 레이스는 말줄임표죠." (와~ 난 여기서 감탄!) 소피는 자신의 '시'가 무엇 때문에 문제가 되는지 전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그런 소피를 보고 엄마, 아빠는 학교에 이렇게 써서 답장을 보낸다.  

 

 

 

 

 

 

 

 

 

 

 

 

 

 

 

 

 

 

 

 

 

 

 

만약 자신의 아이가 이 책에 나오는 소피 같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나는 내 아이의 독특함에 내심 기쁠 것 같은데, 그건 여러 학생들이 모인 학교라는 집단을 지도하는 입장이 되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하는 생각일까? 

아이가 네 살 때로 기억된다. 사진의 날짜를 보니 9월 초인데 여전히 땀이 줄줄 나는 더운 여름이었다. 어린이집 갈 준비를 시키고 나는 출근 준비를 하는 아침, 아이가 부득부득 지난 겨울에 신던 털장화를 신고 가겠다는 것이다. 이 신발은 겨울에 추울 때 신는 것이라고 얘기를 해도 막무가내였다. 그래서 그냥 신겨서 보냈다. 덥긴 하겠지만 그거 하루 신고간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고 해서. 신나서 털장화 신고 아파트를 나서는 아이를 보고 웃음만 나왔다. 


 

 

    

 

 

 

 

 

 

  

 

 

 

 

 

 

 

 

 

 

 

 

 

 

 

 

 

 

 

 

 

 

나중에 여동생이 이 사진을 보고서 내게 뭐라고 했다. 그날 남들이 애 옷차림을 보고 뭐라고 했겠느냐고.
'남들이 뭐라고 하는게 뭐 그리 문제야, 자기가 저러고 싶다는데 ㅋㅋ'
그리고 나도 바쁜 아침 시간이라서 더 아이를 말릴 시간이 없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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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0-31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소피랑 소피의 부모님께 추천 꾸욱이요~!!!
이 책 넘 좋은 걸요.
저희 아들의 패션감각도 남달라서,제가 곤혹스러울 때가 있는데...훌륭한 참고서가 되겠어요.

hnine 2010-10-31 12:17   좋아요 0 | URL
엊그제 <공주도 학교에 가야한다>라는 책을 읽고 관심이 가기 시작한 작가라서 도서관에 가서 세권을 더 빌려온 중 한권이어요. 책 괜찮지요? 소피의 패션은 하나의 예이고, 아이들의 취향이나 개성을 획일화로 밀어붙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어요.
양철나무꾼님 아들의 패션 감각, 궁금해요~ ^^

세실 2010-10-31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이들도 패션감각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 들어요. 규환이는 아직도 제가 꺼내주는 옷 입는 답니다. 스스로 꺼내 입으라고 하니 귀찮아서 싫다고 합니다. 에구구...

담주에 규환이가 중간고사 보는지라 오늘은 방콕입니다. 좀 답답해요.

hnine 2010-10-31 12:20   좋아요 0 | URL
엄마의 패션 감각을 규환이가 믿고 맡기는 것 아닐까요? ^^
저도 어디 나갈때마다 없는 감각에 옷 골라 입는 것이 어찌나 귀찮고 서투른지 모른답니다 이 나이까지요.
다음주가 중간 고사 기간이군요. 모범생 규환이, 잘 할거예요.

다락방 2010-10-31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피랑 소피의 부모님께 추천이에요! 저라면, 제 아이에게 남들과 똑같이 입고 다니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 같긴 한데, 저렇게 현명한 편지를 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내 아이의 편이 되어서 지혜롭게 편지를 쓴다는게 제가 과연 할 수 있는 일일지 말이죠. hnine님, 가끔 아이가 궁금해하는 것을 잘 설명해주시 잖아요. 그런 모습으로 유추하건데, hnine님은 저런 편지를 참 잘 써내실 것 같아요!

hnine 2010-10-31 12:22   좋아요 0 | URL
아, 다락방님, 바로 그거죠. 저렇게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고 현명한 편지를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것. 소피의 부모님을 보니, 소피가 전혀 엉뚱한 성격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옷을 입는 것을 시를 쓰는 것에 비유하는 것을 듣고 어리지만 자기 아이의 마음을 믿고 지지해줄 수 있는 부모, 발끝 만큼이라도 닮고 싶네요.

프레이야 2010-10-31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 큰딸도 같은 학년이네요.
치마길이 일부러 잘라서 무릎위로 올라가게 해서 입고 다녀요.
처음엔 한두 번 말렸지만 그러고 싶어하는 애한테 더 못말리겠더라구요.
한번은 단속한다고 급히 교복치마 하나 새로 사서 갖다달라고 해서 그래준 적도 있어요.ㅎㅎ
너무 많은 규제와 통제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게 참..
9월 초였지만 더웠을 건데 털장화 신은 아이 귀여워요.
요즘 아가씨들도 뭐 여름에 핫팬티에 긴부츠 신고 그러죠.ㅋ

hnine 2010-10-31 18:47   좋아요 0 | URL
한참 그러고 싶을 때 아닌가 해요. 우리 세대는 그래보기도 전에 미리 억압당해버렸지요. 너무 그 시기를 답답하게 지낸 것 같아 지금 생각하면 좀 억울한걸요 ^^

마노아 2010-10-31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그런 내용이었군요. 소피의 부모님에게 더 큰 박수를 주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보다 어릴 때의 다린이라니, 깜찍해 죽겠어요. 울 조카도 저럴 때가 많았는데 언니도 말리다가 시간 없어서 그냥 포기하고 보내더라구요.^^ㅎㅎㅎ

hnine 2010-10-31 18:49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요즘 제가 새로이 발견한 작가예요. 수지 모건스턴이요. 마노아님도 이 사람 책들 읽어보세요, 좋아하실거라 믿어요.

춤추는인생. 2010-10-31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 남자아이들은 관심없는 패션에 다린이는 어릴적부터 남달랐군요.^^
저런 고집 맘에 들어요... 요즘도 다린이 머리에 물묻히고 학교가는지, 나인님 궁금해져요.

hnine 2010-10-31 18:52   좋아요 0 | URL
춤추는 인생님, 초록바탕의 흰말, 혹시 김 점선 화가 그림인가요? 예뻐요.
다린이는 여전하지요. 머리에 물묻히고 학교가는거요 ^^ 그것까지는 괜찮은데요, 가끔 급하면 손에 침 묻혀서 머리 만지려고 해서 저를 기겁하게 한답니다 ㅋㅋ
요즘은 가끔 제 책상 뒤에서 끙끙대는 소리가 들려서 보면 누워서 윗몸일으키기 하고 있어요. 뭐하냐고 물으면 자기도 식스팩 만들려고 그런대요 ㅋㅋ

상미 2010-10-31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 추억이지 ? ㅎㅎㅎ 털장화에 반바지차림 사진도
준이 반응이 의외네...

hnine 2010-10-31 18:53   좋아요 0 | URL
경은이때문에 쓰게 된 페이퍼야...^^

상미 2010-11-01 16:1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안그래도 시작이 우리 딸 얘기네 했단다 ㅎㅎㅎ
어제밤에 병규는 <어제도 학교 갔는데, 내일도 학교를 간다는건 말이 안돼>
그러는데,
딸은 <인간이 만든 조직 사회중 제일 잘 만든게 학교같아~ >
학교가는거 좋아하는거 뭔가 수상하지 ?? ㅎㅎㅎ

2010-11-01 0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1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oren 2010-11-01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철에 털장화 신은 꼬맹이가 너무 귀여운데요. ㅎㅎ

우리 모두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해주는 데 대해 너무 인색한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눈을 돌려보면,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 '자기 나름대로' 멋지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방식대로 자기 자신을 표현하면서 살아가고 있고 또 그게 너무나 당연한데도 말입니다.

* * * * * * * * *

자기 감정 나름

자, 그렇게 이상한 자극들 앞에서 왜 동물들은 우리에게 그토록 이상하게 보이는 행동들을 할까? 예를 들어 왜 암탉은 결과를 어렴풋이 예측이나 하듯이, 지독하게 흥미 없는 둥우리 속의 알들을 밤새 온몸으로 품을까? 유일한 대답은 자기 감정 나름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짐승들의 본능을 단지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 자신의 본능을 기준으로 해석한다. 왜 사람들은 가능하다면 딱딱한 바닥이 아니라 푹신푹신한 침대에 누울까? 왜 사람들은 추운 날 난로 곁에 앉을까? 왜 방 안에서는 벽을 마주 보는 대신 얼굴을 중앙 쪽으로 향할까? 왜 딱딱한 비스킷과 개울물보다 양 등심과 샴페인을 좋아할까? 왜 젊은이는 아가씨에게 사로잡히고, 그래서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이 세상의 어느 것보다 더 중요하고 의미심장하게 보일까? 그것이 인간의 방식이라는 것, 그리고 동물들은 저마다 각자의 방식을 좋아하고 그 방식을 따라 행동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 외에는 달리 말할 것이 없다. 과학이 그 방식들을 신중히 고찰한다면 그것들 대부분이 유용하다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그러나 각자가 자신의 방식을 따르는 것은 유용함 때문이 아니라 그 방식을 따르는 순간 그것이 유일하게 적절하고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수십억의 사람 중에서 단 한 명도 저녁을 먹으면서 유용성을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음식이 맛이 있고 그래서 더 먹고 싶기 때문에 먹는다. 만일 누군가가 왜 그런 맛의 음식을 더 먹고 싶어하느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존경스런 철학자가 아니라 바보 같은 사람으로 여기고 비웃음을 던질 것이다.

이와 같이 동물들은 특정한 물건이 있으면 특정한 행동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알을 보면 품고 싶어하는 암탉은, 둥우리 속의 알이 너무나 매력적이고 소중해서 밤새 품고 있을 물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생물이 지구상에 존재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294쪽)

- 스티븐 핑커,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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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비약해서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들과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게 만드는' 기술이 좀 부족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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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주의적 관점에 기여하는 기술

로버트 라이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일본을 폭격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내 미니밴이 일본제라는 것이다." 이 외에도 다른 사람들과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게 만드는 세계주의적 관점에 기여하는 기술에는, 언어 능력, 여행, 역사적 지식, 사실주의 예술이 포함된다. 이런 기술들을 통해 사람들은 다른 시대였다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적이었을 사람들의 일상 생활에 자기 자신을 투사해 본다.(561쪽)

- 스티븐 핑커, 『빈서판』中에서

hnine 2010-11-01 15:07   좋아요 0 | URL
그야말로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 내 맘대로만 하고 살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의 생각과 방식을 하나의 규격 아래 묶어 놓는다는 것은 눈에 안보이는 감옥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요. 결국 대중을 이리 저리 다루기 쉽게 하는 수단이 될 뿐이지요.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들어보고 교환하는 행위에는 참 취약하면서 비난하는 것은 쉽게들 해요.
위의 스티븐 핑커의 말은 '마음이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라는 말과 통하는 것 같아요. 공감합니다.

BRINY 2010-11-01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습지만, 학교에서 문자를 보내는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학생인권조례로 체벌이 금지되었으니까요. 아마 문자 경고가 쌓이면 그 다음은 보호자 호출이 아닐까요? 저희학교 상벌점제도 그런 방향으로 개정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벌점 주고 말지'로 끝날 게 아니니까요.
지난 여름에 신임교장이 '아예 여름 교복을 체육복으로 할까?'라고 말 꺼냈다가 부장교사들의 맹반대에 부딪히는 현장을 보았습니다. 학교운영위원회라도 뒤집어지지 않는 한, 이런 일들은 당분간 학교현장에서 계속될 거 같습니다.

hnine 2010-11-01 15:02   좋아요 0 | URL
Briny님, 안그래도 쓰면서 짐작은 해보았네요. 학교 측의 입장이라는 것이 있으니까요. 체벌이 금지되었으니 더욱 더 경고 조치가 늘어날 것이라는 말씀도 맞고요. 보호자 호출, 저도 받아봤지요. 긴장해서 갔는데 막상 교장 선생님께서는 자상하게 조목조목 설명해주시더라고요.
그런데 저 책에서요, 소피의 영향이 온 학교로 다 퍼져서는 선생님 마저 옷차림이 바뀌기 시작해요. 예전에는 소피 혼자서 튀는 차림이었는데 전교생의 옷차림이 그렇게 바뀌기 시작하자 소피는 예전에 쳐다보지도 않던 얌전한 스타일의 블라우스와 치마를 꺼내 입고 학교에 가는 것으로 끝나지요 ^^

같은하늘 2010-11-02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피와 소피의 부모님이 존경스러운걸요~~
거기다 다린이의 반팔,반바지에 털장화 패션도요~~
저는 아들만 둘을 키우지만 아홉살인 큰 아이는 지금도 저에게 무슨 옷을 입느냐고 묻고, 다섯살인 작은 아이는 팬티, 양말, 내복마저도 골라 입어요. 그것도 아주 어려서부터...ㅜㅜ 아침에 유치원 시간때문에 저도 포기하고 하고싶은데로 해서 보낸적이 있네요.

hnine 2010-11-02 04:45   좋아요 0 | URL
같은 부모 밑의 형제나 자매가 이렇게 다른 것을 보면 참 재미있어요. 저도 어릴 때 두 살 아래 여동생과 여러 면에서 무척 달라서 그야말로 '아롱이 다롱이'였거든요. 저희 세대가, 아니 어쩌면 제가 워낙 스스로 선택하기 보다는 시키는대로 하는 것에 길들여져 있다보니 제 생각엔 아이들이 자기가 선택할 기회가 있을 때 웬만하면 그대로 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제가 못 누려 본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공주도 학교에 가야 한다> 수지 모건스턴 글
이 작가는 원래 미국 태생이지만 프랑스인과 결혼한 후 프랑스에 정착하여 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도 프랑스어로 출간된 것을 우리 나라에서 번역 출판한 것.
제목을 보고 어떤 이야기가 짐작되는가. 공주도 공부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 그러니까 책을 읽는 너희들도 공부 하기를 싫어하면 안된다는 이야기? 물론 그런 이야기일리는 없다. 제목은 이야기의 내용을 어느 정도 암시하고 있어야 하지만 제목에 모든 것이 다 드러나있어서도 안된다.
파산한 왕 조르주 114세는 왕궁을 팔고 가족을 데리고 허름한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되는데 어린 딸 알뤼에스테르 공주는 아는 친구도 없고 할일도 없어 심심하기만 하다. 어느 날 공주는 동네 사는 또래 아이들이 아침마다 가는 곳을 따라가 보기로 하는데. 
그 날 이후로 공주는 자기도 다른 아이들이 아침마다 가는 그 곳을 가고 싶어 왕과 왕비를 조른다.
어떻게 이런 소재를 생각해낼수 있었을까 궁금해지기도 하고, 읽으며 슬며시 웃음을 머금게 되는 책이다. 초등 3,4 학년 용이라고 되어 있는데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 없고.  


<퀴즈 왕들의 비밀> E.L.코닉스버그 글
원제는 The View From Saturday
책의 내용으로 미루어 봐도 원제가 더 알쏭달쏭하다.
코닉스버그는 화학을 전공한 과학교사 출신. 역시 많이 알려져 있는 <클로디아의 비밀>의 저자이기도 하다. 두 권 모두 그에게 '뉴베리 상'의 영예를 안겨주기도 했는데 읽어보면 이 사람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어느 누구도 쓴 적이 없으리라 생각되는 신선하고 독특한 소재, 여러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서로 연관되어 진행되도록 하는 돋보이는 구성력, 행간에 흐르는 유머, 그리고 이 책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를 수 있는 자신의 경험, 과거를 상처로 생각하지 않고 떳떳하게 드러내보여도 된다는 가르침이 아주 살짝 느껴지기도 했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게 만든다. 지금, 찾으러 간다!  

 

 
<어린이가 닮고 싶은 조선의 고집쟁이들>
이 책은 배송을 기다리고 있지만 기대감때문에 미리 올려본다. 아는 분이 저자 중 한사람으로 참여한 책이라서 ^^
책에 수록된 사람들은 우리 귀에 익은 위인들이 아니라 모두 숨어 있는 인물들. 기획이 참신한데 쓰는 사람은 자료 조사하느라 얼마나 애썼을지 짐작이 간다.
'고집쟁이들'이라...무슨 일을 해내려면 확실히 고집이 필요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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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바닷속 집> 히라타 겐야 글, 가토 구니오 그림
조심스런 의견이지만 일본의 어린이책들을 보면 참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할 때가 많다. 혼, 신, 유령 등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의 특성도 한 몫 하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우리보다 판타지 세계, 상상력의 세계를 잘 그려내는 것 같다.
집의 공간적 깊이와 할아버지가 그간 살아온 시간을 서로 맞물려 감동적인 이야기 한편이 만들어졌고 그림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어린이들의 상상력과 재미를 더하기 위해 그 집은 지상 위의 집이 아니라 바닷속 집이며, 아래층으로 내려가보게 되는 계기가 떨어뜨린 도구를 찾기 위해서라는 것은 작가가 억지로 설정했다는 티가 나지 않아 자연스럽고 납득이 갈 만한 상황으로 보였다.
할아버지가 망치를 떨어뜨리지 않았더라면 이전의 시간의 흔적을 못 볼수도 있었을까?
계속 허물어져가는 집에 계속 살려면 (미래) 보수가 필요했고, 그러다가 망치를 떨어뜨리는 사건이 일어났고 (현재), 그것을 찾으러 갔다가 과거와 만난다. 멋진 구성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동생은 싫어> 로리 뮈라이, 장노엘 로쉬 글
6-7세를 위한 그림 동화이다.
새로 태어난 동생 때문에 생기는 형의 고충을 그린 이야기들은 많다. 그런 이야기에 또 하나 보태는 책인가? 하고 들춰 보았는데, 아니었다. 책 속의 세바스티앙이란 아이는 표지 그림의 왼쪽의 아이. 혼자 노는게 심심해서 상상 속의 동생 피에르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늘 자기와 얘기하고 같이 놀아주는, 한마디로 자기 취향에 맞는 상대를 만들어냈는데, 문제는 엄마가 그것을 알고 세바스티앙에게 어떤 행동을 권할때 비교 대상으로 이 피에르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부터 세바스티앙은 자기와 반대로 뭐든지 엄마가 원하는대로 즉시 행동하는 이 가상의 동생이 싫어진다.
제목을 보고 미리 어떤 내용일거라 짐작하며 읽기 시작한 사람들을 유쾌하게 만들 수 있는 책이다. 

 

<비를 피할 때는 미끄럼틀 아래서> 오카다 준 글
이 작가의 <신기한 시간표>를 읽고서 감탄했던 기억이 있어서 이 책도 기대하며 읽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내용, 구성, 소재. 어느 하나 모자람이 없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 열명이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비를 피하기 위해 공원의 미끄럼틀 아래로 들어간다. 그리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미스테리한 인물 아마모리씨에 대한 자신들의 경험담을 돌아가며 하나씩 풀어놓는데, 이 이야기들이 다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라는 것이 포인트이다. <신기한 시간표>에서 그랬듯이 아이들이 어떤 혼자만의 걱정이나 근심에 빠졌을 때, 정말로 바라는 것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상상만 하고 있는 것들, 그런 것들이 이 아마모리씨를 통해 잠깐 동안이나마 이루어지는 경험들을 하는 것이다. 열명의 아이들이 이야기를 다 끝내고난 후 결말 처리는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역시 아이들은 어른들이 따라갈 수 없는 면이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좋은 작품이다. 

 

<방귀 한 방> 제4회 푸른문학상 동시집.
2006년 푸른문학상 동시 부문에 수상을 한 이 옥근, 유 은경, 조 향미, 이 정림 시인의 작품 묶음이다. 이 분들의 이력을 보니 국문학을 전공한 분도 있지만, 경영학, 생화학 등, 그렇지 않은 분도 계셨는데 공통적으로 참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는 시였다.  그러면서도 가만히 읽다 보면 네 사람만의 개성도 짚을 수 있었다. 이 옥근의 시 속에는 시인의 눈이 아니면 찾아내기 어려웠을 아이들의 심리가 잘 드러나 있었고, 조 향미의 시는 어른들의 마음에도 울림이 큰 내용들이 많았으며 이 중 제일 연배가 높은 이 정림 시인은 시각적인 이미지가 두드러진 시를 썼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사내아이 때문에  

                                               조 향미

서울서 전학 온 사내아이
하얀 얼굴 말쑥한 옷차림이
내 마음에 쏙 들었죠 

그 아이 뒷그림자 조심스레 밟으며
교문을 나서는데
장에 오신 아버지가
고추 보따리 지고서 교문 앞에 계셨죠 

이리저리 날 찾는 아버지 보고도
모르는 척 담장 밑으로 쏙 숨어 버렸는데
우리 아버지 날 봤는지
슬그머니 뒤돌아 학교서 멀어졌죠 

집으로 오는 내내
돌아서던 아버지 모습 자꾸만 눈에 서려
목줄기가 뻣뻣이 저리고 아파 왔죠 

쇠죽물 끓이시는 아버지 옆에서
마른침 삼키며 아무 말 못 하고 앉았는데
부지깽이만 탈탈 터시던 아버지
눈가 주름 굵게 잡으시며
씨익 한 번 웃으셨죠 

그 사내아이가 뭐라고
내가 왜 그랬을까? 

불씨를 뒤적이는 아버지의 옆을 보니
어느새 귀밑머리 하얀 눈이 소복했죠.

무슨 이유라고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으나, 어른의 시든, 아이들의 시든, 시를 늘 가까이 하고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시를 읽을 때마다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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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0-28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를 피할때는 미끄럼 아래서...잼날것 같아여~

시도 좋고요~^^

hnine 2010-10-28 22:33   좋아요 0 | URL
재미있어요. 저는 성인용 일본 소설은 잘 안보는데 (저랑 별로 궁합이 안맞는것 같아요 ㅠㅠ) 어린이책은 일본 작가의 작품 많이 봐요. 재미있고 기발해서요.
 

 

문선이 작가의 <지엠오 아이>
지엠오 아이란 유전자 조작에 의해 태어난 아이라는 뜻.
2005년 제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수상작 답게 헛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구성이 치밀하고, 무엇보다도 기술적인 용어가 등장하는 부분도 아이가 이해하는데 무리없이 잘 넘어간 점이 돋보인다.
유전자 조작 생물이 역시 유전자 조작된 식품을 먹을 때 해결 못할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게 되었을까. 유전자 조작 생물, 냉동 인간, 유전자 조작 반대 시위, 효율 극대화의 생활 환경, 그리고 인체 관리 시스템 등이 작위적이지 않게 내용 중에 자연스럽게 포함되어 있고, 그럴 때 우리의 감정은, 생각은, 가치관은 어떻게 영향을 받을 수 있을지도 잘 그려져 있다. 별 다섯 개 주고 싶었던 작품. 

  

 

 

 

박효미 작가의 <훈따와 지하철 모키>
훈따는 이 글의 주인공 훈도를 일컫는 말이다. 곤충 모으기를 좋아하는 훈따는 어느 날 지하철 좌석밑 작은 구멍에서 이상한 곤충이 샤르륵 빠져나오는 것을 목격하고 그것도 자기만의 보물수집통에 모으려고 한다. 이 곤충의 이름을 모기와 비슷한 '모키'라고 붙인 것은 작가의 재치. 쓸데 없는 것을 모아서 거기에만 정신 판다고 훈따의 엄마는 몇번이고 이 보물수집통을 버리려고 하지만 그때마다 그것을 사수하려는 훈도의 노력은 가상하다. 어떻게 이런 소재를 찾아내었을까. 정말 어린이책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또한번 하며 읽었다. 독창적인 소재를 생각해내고 또 그것을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하고, 아이들의 언어로 그려내는 일이 어른으로서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읽는 것을 보고 무슨 책이냐고 하며 물어보더니 아이도 단숨에 읽어버린다.
"재미있니?"
"네~"
성공작이다. 어른뿐 아니라 아이에게도 재미있다는 뜻이다. 



어린이책 작가로 역시 많이 알려져 있는 소중애 작가의 <구슬이네 아빠 김덕팔씨>
저자는 현재 천안의 초등학교에서 직접 교편을 잡고 있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의 생활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느낄 것 같은데 이 책은 초판 나온 것이 1993년이어서 그런지 요즘 초등학교 아이들이 과연 얼마나 재미있게 읽을까 싶게 밋밋하고 현장감이 떨어졌다. 농촌에서 넉넉하지 않게 사는 구슬이네 가족은 어느 날 아버지 김덕팔씨가 중고 경운기를 한대 구입하게 되자 한번도 구경해보지 못한 바다로 이른바 캠핑을 떠나게 되는데, 말이 캠핑이지 변변히 채비도 갖추지 못한 고생길이 되고 만다. 가난 속에서도 꿋꿋하게 가족의 의미를 잃지 않고 함께 한다는 것을 작가는 독자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은데 글의 긴장감이 좀 떨어져서, 차라리 어른들이라면 공감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요즘 아이들이 이 정도 템포와 강도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을까 의문이 들었다. 위의 박효미 작가의 책의 소재, 주제, 그리고 문체와 금방 대조가 되었다. 작가는 자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의 소재를 찾는 것도 좋지만 출발을 그렇게 하였더라도 읽는 대상을 늘 염두에 두고 써야함을 보여주는 예라고 하겠다. 

 

어린이책은 아니지만 최규석 작가의 <울기에는 좀 애매한>도 함께 올려본다. 우선, 재미있게 읽었다. 작품 전체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보다는 등장하는 각 인물들의 묘사에 많이 치중한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런 만큼 각 인물들의 특징이 잘 표현되어 있었다. 인물들의 말과 생각을 통해 작가의 목소리를 실었다. 그런데 욕심같아서는 좀 더 강렬하고 뚜렷한 스토리 라인을 만들었더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귀납적으로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등장시켜 그들의 경우를 예시하는 방식으로 내용을 이끌어가기보다, 중심이 되는 사건이 있고 뚜렷한 갈등이 있고, 거기서 주제를 전달하며 작가의 의도가 드러나는 그런 작품이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뭔가 미완성의 이야기를 보는 듯한 아쉬움이 남았다. 

 

 

 


 

유다정<놀라운 미생물의 역사>
감탄을 하며 읽었다. 어쩌면 이렇게 알차게 책을 구성할 수 있을까.
국문학을 전공한 저자가 이 책을 위해 얼마나 공부하고 준비했을까 짐작해보기도 했다. 미생물이란 한마디로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생물체를 말한다. 이 책에는 미생물이라는 정체가 알려지기 까지 역사적 배경부터 시작해서, 미생물과 뗄레야 뗄수 없는 질병의 역사, 질병이 미생물의 감염으로 일어난다는 것을 밝히기 까지의 과정, 그리고 마지막 장에는 현재 미생물이 우리 생활에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설명하면서 바이러스가 병을 일으키는 것 뿐 아니라 치료 목적으로도 이용되고 있다는 소개까지 해놓았다. 처음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장황하지 않게, 그리고 지루하지 않게 썼는지. 미생물의 역사 부분을 이집트 피라미드의 투탕카멘의 저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지루할 수 밖에 없는 내용을 정반대로 놀라움과 신기함아로 읽어내려가게 할 수 있는 작가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미생물의 정체가 밝혀지기까지 현미경이 얼마나 큰 역할을 했으며, 자기의 생각을 바꾸지 않으려는 사람에게 직접 실험하여 증명해보이는 과정은, 읽는 아이들로 하여금 나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증명해보이는 방법에 대한 소개 역할도 하고 있는 것이다. 미생물을 배양할 때 한천 배지를 사용하게 된 유래에 대해서는 나도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알게 되었다.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의 정체를 밝히고 그것에 대항하는 약물을 개발한다 할지라도 그것이 언제까지나 이용될 수 없는 이유는 미생물은 워낙 변이를 잘 일으키기 때문이다. 즉, 진화하는 것이다. 의학의 발달, 그리고 미생물의 진화, 서로 달리기 시합을 하고 있는 셈인데 과연 누가 이길지, 본문에서는 '의학의 발달이 미생물의 진화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152쪽) 라고 현대 미생물학의 딜레마를 독자들에게 질문 형식으로 던져놓기도 한다.
옥의 티랄까? 165쪽의 내용 중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이용하여 항체를 만드는 방법과 164쪽의 바이러스를 직접 종양 부위에 주입하여 치료하는 바이러스 치료가 같은 맥락으로 혼동되어 읽혀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 정도이다. 초등 고학년 이상이라면 누구에게나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근래 읽은 정말 훌륭한 과학 정보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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