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어린이책과 어린이책 관련 도서를 읽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 달에 내가 읽어가기로 한 책 두 권은 '배경' 관련 어린이책 목록에서 손연자 작가의 <까망머리 주디>, 그리고 '플롯' 관련 목록에서는 송재찬 작가의 <무서운 학교 무서운 아이들>이었다. 

송 재찬<무서운 학교 무서운 아이들> 

난 내 아이에게도 그렇고 가끔 조카 아이들도 만나면 '학교 다니는 거 재미있니?' 라고 물어보길 좋아한다. 시험도 없고 공부 스트레스 없는 학교 덕분에 내 아이는 언제나 학교가 재미있다고 대답하는 반면, 다른 아이들은 그냥 그래요, 그저 그래요, 또는 재미없다고 대답하는 것을 많이 본다. 왜 재미가 없냐고 물어보면 몰라요, 그냥요, 심지어는 공부 할 것이 너무 많아 학년 올라가는 것이 별로 기쁘지 않다고 대답하는 2학년 조카도 있다. 대신 이 또래 여자 아이들은 친구 사귀기에 한참 관심이 많은 듯 보였다. 친구들로부터 얼마나 인기가 많은가, 어떻게 하면 인기가 좋을 수 있는가, 그런 얘기를 자주 한다고 한다.
이 책은 초등학교 교사로 있던 저자가 <늑대와 사냥꾼>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던 것을 2001년에 푸른책들에서 제목을 바꿔 다시 나온 것이다. 제목에서 연상될 수도 있겠는데 초등학생들의 '집단따돌림'에 관한 이야기. 아직은 티없고 밝기만 할 것이라 생각되는 초등 학생들 사이에서, 끌려가 폭행을 당하고 돈을 빼앗기고 협박을 당하고, 그 사실을 말 못하고 숨기면서 혼자 괴로와하는 아이들. 1985년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라니 요즘은 어떨까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결국 주인공 아이의 용기로 문제가 풀려가기 시작하지만 그건 이 책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고 실제 상황에서 그렇게 일이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을까.
반 친구가 괴롭힘을 당하는 현장을 목격하고 자기도 직접 당하기도 하면서 오랜 고민 끝에 선생님에게 폭로하기까지, 괴로와하는 아이의 심리 묘사가 잘 되어 있다는 점은 좋았는데 처음부터 너무나 뻔한 이야기에 페이지를 넘겨가는 흥미, 궁금증, 이런 것이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 어떤 소재에 대해 쓰고 싶다고 생각한 후 그것을 남들이 읽을만한 책으로 내기 위해서는 작가만의 독특한 플롯에 대해 오래 고민해야 할 것 같다. 누구도 쓴 적 없는,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손 연자<까망머리 주디> 

이 책도 1998년에 처음 나왔으니 나온지 십년이 넘었는데 내가 읽은 이 책이 2002년 지식산업사에서 나온 9쇄 본이고 지금은 푸른책들에서 새로운 옷을 입고 다시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정도면 어린이 책 중 스테디 셀러라고 할 수 있지 않을지.
어릴 때 미국으로 입양간 한국 소녀 주디. 좋은 부모를 만나 잘 크고 있지만 자기의 외모가 엄마, 아빠, 그리고 오빠와 다르다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학교에서 좋아하는 남자아이와 약속 장소에 가면서 예쁘게 보이고 싶어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간 주디를 보자마자 그 남자 아이가 옐로우 멍키라고 대뜸 놀려댄 것. 혼자 집에 돌아와 애써 염색한 머리 카락을 가위로 뭉텅뭉텅 잘라버린다. 친자식이라 생각하고 사랑으로 주디를 키우고 있는 엄마에게도 반항하며 오해의 벽을 쌓아가는 주디. 위의 '무서운 학교 무서운 아이들'에서는 남자 아이의 심리 묘사가 잘 되어 있었다면 이 책에서는 여자 아이의 심리가 아주 잘 묘사되어 있었다. 너무 세세하고 구체적인 묘사가 어린이 심리라고 보기엔 과한 느낌마저 들 만큼. 사실 이 책보다 더 많이 알려진 <마사코의 질문>을 아직 안 읽어봐서 이 작가의 스타일을 잘 모르겠지만 기대하던 만큼 재미가 있거나 작가만의 개성이 뚜렷이 드러나는 정도는 아니었다. 적어도 내게는.
입양문제, 정체성 문제, 또 그런 문제들이 해결되어 가는 과정 등이 기존의 책들과 크게 다른 점이 없었고 앞으로도 비슷한 책들이 또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 대신, 이런 이야기는 예전에도 읽은 적 없고, 앞으로도 나올 수 없겠다 싶은, 그런 참신한 이야기를 쓰는 것은 이 유명한 작가에게도 쉽지 않은가 보다.  

* 이상한 곳 

(147쪽 본문 중) 실로폰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맨 앞에 제트는 발음이 안 났다.

 실로폰의 철자는 xylophone. 맨 앞에 제트라니?

 


클로드 콩베, 티에리 르페브르
<달콤한 에너지 설탕> 

주니어 김영사의 어린이 지식 정보책을 요즘 많이 접하게 된다. 우연인지, 아니면 워낙 이런 쪽 책에 관심이 많은 출판사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읽어보려고 도서관에서 빌려다 놓았는데 아이가 집어들더니 먼저 읽는다. 제목처럼 달콤해보여서 였을까?
'설탕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예요'라는 설명이 붙어 있는데 잠시 혼동이 왔다. 여기서 말하는 설탕이 우리가 음식에 맛을 내기 위해 첨가하는 그 백색가루 설탕을 얘기하는 것인지, 아니면 포도당, 젖당 등의 탄수화물, 즉 당류를 일컫는 말인지. 흔히 외국에서는 당류를 쉬운 말로 sugar라고도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말하는 설탕이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는 아니다. 위의 문장의 설탕은 당류로 바꿔써야 옳다.
책의 목적에 맞게 설탕에 관한 모든 것이 담겨져 있다. 설탕이란 단어의 유래, 설탕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우리 몸 속에 들어가서 무슨 일을 하는지, 설탕을 가지고 어떤 기상 천외한 것들을 만들수 있는지, 직접 설탕 가지고 해보는 요리법, 그리고 우리말 번역본으로 나오면서 첨가되어 들어갔을 우리 나라 전통 당류에 대한 짤막 상식도 좋았다. 당분이 하는 역할을 얘기하면서 '칼로리'가 무엇인지도 알려준다. 이 책을 읽더니 아이가 금방 배우게 된 용어이다. 아마 내가 설명을 해야 했다면 이렇게 쉽고 빠르게 아이에게 전달시킬 수 있었을까? 책 맨 뒤의 설탕에 관한 퀴즈까지 기획 만점. 먼저 읽고는 이런 것 알았냐면서 나에게 읽은 내용을 아이가 얘기해주는 것을 듣는 즐거움도 누렸다. 번역에서 발견되는 헛점과 오자들이 눈에 거슬리지만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걸 그랬다.

* 이해가 안되는 문장

(25쪽 본문 중) 꿀은 꿀벌이 초록의 꿀샘에서 분비된 꽃의 꿀을 채취하고 이것을 벌집으로 운반하여 숙성시킨 액체 감미료예요.

'초록의 꿀샘에서 분비된 꽃의 꿀'이라니, 여기서 초록의 꿀샘이란 어디에 있는 것을 말하나? 꽃? 벌?  번역이 엉킨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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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2 16: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12-12 22:53   좋아요 0 | URL
'누구도 쓴 적 없는,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이라는 말은 제가 좀 오버했지요? ^^ 하지만 무슨 생각으로 쓴 말인지는 이미 간파하셨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어린이작가 중 앤드류 클레먼츠의 <프린들> 같은 책을 읽어보면 이런 책은 누구도 흉내를 못내겠다는 생각을 하며 감탄하거든요. <기억전달자> 같은 책도 그랬고요.
성장하는 작가, 고민하는 작가이기 위해서는 자기 일을 사랑해야 함은 물론이고 그러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터이니 쉬운 일이 아니겠지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이렇게 따지면서 읽는 편이 못되는데 제가 읽어가기로 한 책이어서 좀 까탈을 부려봤습니다 ^^

순오기 2010-12-13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망머리 주디에서 지적한 실로폰 이야기는 푸른책들에서 출판한 '까망머리 주디'에선 나오지 않네요. 위 책과 쪽수가 달라서 앞뒤 다 살펴봤는데
"영어는 찰자랑 발음이 다른 게 많잖아. 그런데 한글은 발음 나는 대로 쓰기만 하면 끝이야~~' 방울이 엄마가 주디에게 한글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목이라 맞을 거 같은데... 개정판에서는 실로폰 이야기는 빠진 거 같네요.

엊그제 유은실 작가도, 참신하게 써가면 너무 앞서 갔다고 난리고, 그저 그만하게 쓰면 어디선가 본 이야기 들은 이야기라고 또 핀잔한다먀 웃었어요. 창작의 어려움이 그런 거겠지요.^^

hnine 2010-12-13 07:01   좋아요 0 | URL
새로 나온 책을 살펴볼 생각은 미처 못했는데 이렇게 알아봐 주시니 고맙습니다. 작가가 뭘 착각했던 것 같아요. 방울이 엄마가 주디에게 한글을 이야기하는 대목 맞는데 저 문장이 안 나온다는 것을 보면 알아서 뺀 것 맞는 것 같네요.
유은실 작가와의 만남 다녀오셨군요. 무슨 얘기가 나왔을까, 무척 궁금하지만 후기 올려달라고 조르면 죄송하니까 조용히~~ ^^

2010-12-13 1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3 1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 만약 어떤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면 꼭 쓰고 싶은 사람이 그레고르 멘델 (Gregor Medel) 이다. 세상에 알려져 있는 과학자들은 많고 그 중에는 내가 아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아마 지식이 짧음으로 인해 이름도 생소한 과학자들도 많을 것이다. 그 중에서 내가 각별한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 멘델.
그는 1822년 지금은 체코 땅이지만 그 당시는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에 속해있던 하인첸도르프라는 곳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농부였고 어머니는 과수원을 하던 집 딸이었으며 멘델이 태어난 곳은 양을 많이 키우던 곳이었으니 어릴 때부터 동식물 키우는 것에 매우 익숙할 수 밖에 없었다 (역시, 어릴 때부터 무엇을 보고 자라느냐가 중요). 

공부를 하고 싶은 열망은 어릴 때부터 늘 가지고 있었으나 풍족하지 않은 가정 형편때문에 늘 고민해야 했고, 나중엔 보다 못한 누이가 자기 결혼 자금을 내주어 학교에 입학하기도 했다. 장학금을 타야한다는 부담때문이었을까, 그는 시험 공포증에 신경 쇠약 증세까지 있어 시험에 여러 번 떨어지기도 했던 사람이다. 배움의 길로서 선택한 수사의 길은 그가 일생을 마칠 때까지 계속되었다. 혼자서 묵묵히 7년 동안 실험하고 얻은 결과를 학회에 가서 발표하지만 누구도 그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았고 그는 자기가 얼마나 위대한 발견을 했는지 모른 채 눈을 감았다. 

스스로 일어나는 의문과 호기심에서 출발해야 하는 학문의 길. 주위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그 노력에 대한 댓가를 받을 수 있으며 그에 따른 명예도 얻을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을 수는 없겠지만, 그것이 학문의 목적이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잊어가며, 기한 내에 결과를 내어 놓는 것이 첫째 관건이 되는, 그런 일상이 과학자의 일상의 전부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멘델을 존경하고 이상적인 과학자로 생각하게 된 이유이다. 

막연하게 생각해오던 유전 현상을 수학적 지식을 동원하여 법칙을 발견한 사람. 겨우 현미경으로 세포의 모양을 관찰하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눈에 보이지 않는 유전자의 존재를 밝힌 사람. 나는 비록 인정을 못받지만 내가 살아있는 동안 노력한 결과는 내 다음에 오는 사람들 사이에 꽃피리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뜬 사람.   

그에 대한 어린이 책이 나와있는가 찾아보았다.

주니어 김영사에서 나온 과학자 인터뷰 시리즈 7권 멘델. 우리는 왜 부모를 닮았을까? 

루카 노벨리라는 작가이자 화가가 쓰고 그렸다. 멘델의 일대기와 함께 그가 행한 실험에 대한 소개, 그 무렵 과학의 다른 발견들, 역사적 사건등,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면 읽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림책으로 나와 있는 Gregor Mendel
'완두콩을 키운 수사' 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시카고  Field Museum의 전시기획담당자로 있는 Cheryl Bardoe가 쓰고 뉴욕 Fratt Institute 교수로 있는 Jos Smith가 그림을 그렸다. 위의 책이 글밥이 많고 그림은 간략한  만화식 삽화로 되어 있다면 이 책은 그림이 비교적 구체적이고 상세하다.
그림책이라고는 하지만 멘델의 실험 방법, 내용도 요점은 제대로 잘 소개 되어 있는데 이 부분은 초등 저학년 정도의 아이는 이해하기가 좀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위의 Gregor Mendel 책은 포토 리뷰로 따로 올려두었다. 번역이 아닌, 우리 나라 작가가 직접 쓴 책은 아직 나와있지 않은지 좀 더 찾아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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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10-11-29 0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권 모두 찜합니다. ^^

hnine 2010-11-29 06:36   좋아요 0 | URL
과학(책)에 관심 많으신 책세상님, 추천 드릴만 합니다. 그런데 아래의 책은 주문하시면 좀 오래 기다리셔야 할거예요.

꿈꾸는섬 2010-11-29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매력적이네요. 저는 잘 모르니 한번 읽어보고 싶어요.^^

hnine 2010-11-29 20:20   좋아요 0 | URL
읽으면서 알게 되는 것이죠 뭐~ ^^
두권 모두 지루하지 않게, 재미있게 쓰여졌더라고요.

울보 2010-11-29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류는 여자아이라서 그런지 과학에 별로 관심은 없지만 실험하는것은 참좋아해요,,저도 찜해둘게요,,

hnine 2010-11-29 20:21   좋아요 0 | URL
실험하는 것 좋아하면 과학에 관심이 '있는'거죠~ ^^
과학은 사실 책으로 읽기 전에 실험으로 재미를 느끼는게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보거든요.

순오기 2010-11-29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님같은 과학도가 있어서 문외한인 저는 너무 좋아요.
님 서재에서 본 걸 우리 아이들에게도 전해줍니다.^^

hnine 2010-11-29 20:23   좋아요 0 | URL
아이쿠, 과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저도 그리 과학을 좋아하는 학생은 아니었어요 ㅋㅋ 과학도 그저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 중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인 것 같아요. '유전'에 대한 것은 과학에 흥미없는 사람들도 대개 관심이 많더라고요. 직접 우리가 눈으로 보고 있는 현상이기 때문인가봐요.

차좋아 2010-11-29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멘델이라는 과학자가 있었군요. 익숙한 이름이긴 했지만(멘델스존?) 과학자라고는 미처 생각 못했어요. 저 두 책에는 과학자 멘델의 이야기가 담겨 있겠죠? 저는 저 두 책 안 읽었지만 멘델에 대해서 조금 안 듣한 기분입니다. 하인님의 책 소개로요. 제 아이들에게도 소개할만한 사람인 거 같아요. 멘델이요. 아직 어려 저 책들은 무리겠지만 멘델, 기억하고 있으려구요.ㅎㅎ

저는요 하인님의 자기소개 사진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서로 안고 있는 곰. 아빠곰인지 엄마 곰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따듯한 그림이에요. 가끔씩 저 그림을 보고 '참 좋다',라고 생각을 하곤해요.


hnine 2010-11-29 20:27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검색창에 '멘', '델' 까지 치면 멘델스존이 팍~ 하고 뜨더군요. 그럼 저는 또 찾으려던 멘델 제쳐두고 멘델스존에 대한 것 마구 읽고 나오기도 해요 ㅋㅋ
멘델, 기억해주세요. 결혼도 안하고 28000개의 완두콩을 심어 키우며 실험하면서 산 사람이어요 ^^

위의 곰 그림 맘에 드시는군요. 저렇게 껴안아봐주세요, 아이 표정이 정말 저 아기곰 처럼 되는지~ ^^
 



 <다름이의 남다른 여행> 최 유성 장편 동화 

어린이를 위한 미래 소설 이야기를 하던 중 어느 분이 이 책을 참고하라고 알려주셔서 읽어보게 되었다.
만약 사람들에게 미래 세계를 주제로 이야기를 만들어보라고 하면 긍정적으로 이야기를 지어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어떤 쪽이 더 많을까? 긍정적인 쪽에 대해 주로 말하는 것은 과학이고, 그 폐해를 지적하는 쪽은 주로 문학이나 인문 사회 분야가 총대를 메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희망적인 쪽을 보고 일을 해야하는 사람들로서 과학자가 긍정적인 쪽을 얘기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런 일이기도 하지만, 양쪽을 다 어우를 수 있음에 미치지는 못한다.
표지의 소개글 '생각을 통제받는 미래 사회에서 자유를 찾아 떠나는 모험 이야기' 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 역시 기계 문명의 편리함을 댓가로 치뤄야 하는 인성 경시 풍조, 효율 극대화를 추구하면서 오히려 잃어버리는 것들, 즉 미래 세계의 밝은 면보다는 어두운 면을 보여주고 있다.
남 다름. 이 책의 주인공 여자 아이 이름이다. 교육 특별 지구인 아사달 지구에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엄마와 생각이 맞지 않는 아빠는 어느 날 집을 떠나 다른 곳에서 살고 있고, 엄마의 꿈은 아사달 지구의 스타 선생님이 되는 것. 여기서 스타 선생님이란 인기가 좋은 선생님이란 뜻이 아니라, 미래 세계에서는 컴퓨터 화면을 통해 대부분의 수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여러 명의 선생님이 굳이 필요하지 않게 되고 능력이 뛰어난 몇 선생님들에 의해 화상 교육이 이루어지면 모든 아이들이 그 선생님의 수업을 컴퓨터로 동시에 받게 되는 것이다. 이 선생님을 말하는 지칭이 스타 선생님이다. 책 표지에 아이가 목에 걸고 있는 것은 '모아모아'라는 소통기구인데 현재 우리의 아이폰이 훨씬 업그레이드 된 형태로 상상하며 읽었다. 엄마는 이 모아모아를 통해 딸인 다름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전부 감지할 수 있다. 표지 그림에서 아이의 머리 위헤 그려져 있는 작고 하얀 네모는 '이루미'라고 하는 일종의 칩이다. 그림에는 표면에 그려져 있지만 사실은 뇌 속에 삽입되어 있는 작은 기구인데 '생각을 읽는 기계'가 개발된 이후 그것을 응용한 기구로서 어릴 때 머리 속에 이식하는 수술을 받으면 집중력이나 기억력을 높인다는 애초의 취지도 있지만 자기의 꿈을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효과도 부여한다. 다름이를 실수 없이 성공적으로 잘 키워내고 싶은 마음에 다름이 역시 어릴 때 이루미라는 장치를 머리 속에 삽입하는 수술을 받은 것이다. 내 꿈이 내 꿈이 아니라 엄마의 꿈이라는 것, 내가 되고 싶은 것은 내 마음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엄마의 꿈에 따라 조정된다는 것을 알게 된 다름이는 이 기계를 발명한 사람을 찾아 혼자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미래 세계이면서 현재 우리 사회와 묘하게 연결되어 있는, 구성이 나름대로 좋은 작품이긴 한데, 결말이 너무 극적이라는 것, 내용의 흐름이 스토리 위주로 가기보다는 작가의 의견과 의도가 너무 드러난다는 점, 그래서 책의 반도 읽기 전에 결말이 예측된다는 점 등이 아쉬웠다. 외국에 비해 안그래도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리 나라의 미래 소설 분야인데 독자를 사로잡기에는 어딘지 2% 부족한 듯하여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아마도 상상력이 하나의 이야기를 시작하게 하는 계기 제공 정도는 할 수 있으나 그것을 끝까지 스토리로 끌고 나갈 수 있는 정도의 힘은 되지 않는, 우리의 창작의 현실이 아닐까 하는 자기 반성을 남긴다.

 

<달님도 인터넷해요?> 김 미희 동시집 

1971년생, 제주 태생 시인 김 미희는 200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달리기 시합'이라는 시로 등단하였고 현재는 울산의 중학교에서 사서교사로 근무하면서 시를 쓰고 있다.
동시 작가들의 시를 읽어보면 꽃, 나무, 바람, 새 등의 자연을 주로 노래하는 작가도 있는가 하면, 아이들의 생활상을 그리는 작가, 또 아이들만의 심리를 그리는 시를 주로 쓴 시인도 있다. 잘은 몰라도 김미희 시인은 마지막에 속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만의 시각, 아이들만의 순수함, 걱정, 티없음 등을  시 속에 잘 잡아 내었다. 앞에 나가서 발표하는 것이 너무나 떨리자 엄마의 조언에 따라 자리에 앉아 있는 반 친구들이 앉아 있는 자리에 친구들 대신 전부 호박이 앉아 있다고 생각하며 긴장을 참고 발표를 하는 아이 이야기, 잘못을 솔직히 털어놓고 마음을 치료 받는다는 의미로 붙은 제목 '일기 병원'이라는 시도 재미있다. 새벽 거미줄에 걸린 이슬을, 축구 경기 동안 골키퍼가 놓친 투명공이 걸려 있는 것으로 비유한 짧은 시도 좋았다. 다만 요즘 새벽 거미줄에 걸린 이슬을 본 아이가 몇이나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을 뿐. 소들이 풀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풀을 뜯던 예전에 비해 요즘은 풀이 소들을 기다린다는 '풀'이라는 시는 소가 풀이 아닌 공장에서 제조된 사료를 먹고 사는 요즘세태를 그리고 있다. 엄마에게 잘못 쓴 것을 매일 지적받기만 하는 일기 쓰기에 지쳐, 나도 엄마 일기를 한번 보고 싶다는 내용의 시 '엄마 일기도 보여 주실래요?'를 읽으니 집에 있는 나의 예전 일기를 보고 싶어하는 나의 열살 아들 생각이 나서 웃음이 나왔다. 엄마도 이렇게 오랫 동안 일기를 써오고 있다는 증거물로서도 어릴 때 일기는 보존되면 좋을 것 같다. 이 시인을 등단시킨 시 '달리기 시합'도 이 시집에 수록되어 있는데 학교 끝나고 교문 앞에 대기하고 있는 학원차에 올라타는 친구들에 비해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는 다리를 건너고 길가의 꽃 구경하며 돌아오는데 뒤따라 온 한 친구가 어깨를 치며 앞으로 뛰어가자 시합을 하듯이 뜀박질을 하여 그들의 집 천사원까지 간다는, 가슴 찡한 시이다.
책머리, 시인의 머리말을 읽으며,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없이 동시를 쓴다는 것은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기도 했다.  

 

 
<먼지야, 자니?> 이 상교 동시집 

우리 나라 중견 동시 작가의 시 답게 동시의 어떤 표본을 보는 듯한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기발하고 톡톡 튀기 보다는 무난하고, 그러면서도 동시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시들이다. 아마도 확인은 해보지 않았지만 교과서에 실릴기 딱 좋은 시랄까?
더구나 시집 속의 삽화도 시인이 직접 그렸다. 때로 시와 그림이 따로 노는 듯한 경우를 발견하기도 하는데 이 시집은 시의 내용과 아주 잘 맞는 그림이었다. 꽃, 새, 나무, 비, 고양이, 별 등의 자연을 대상으로 하거나 신발, 시계, 밥숟가락 등 주위의 친숙한 사물들을 대상으로 한 시들이 대부분이었다. 별다는 내용이 없이 평이한 내용 같으면서 다시 읽어보면 짜임새가 딱 떨어진다는 느낌이 드는, 모범적인 (?) 시, 본보기로 적당한 시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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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11-28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지야 자니?만 봤는데~ 님 말씀처럼 개정된 3학년 1학기 읽기에 '싸움'이 실렸어요.^^
이상교 시인은 역시 동시의 모범을 보여주는 듯, 2006년 후반기 우수문학도서로도 선정돼서 그때 봤거든요.

hnine 2010-11-28 18:39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역시~ ^^ 이 상교 시인, 그림도 아주 잘 그려 넣으셨더라고요.
위의 김 미희 작가의 시도 좋았어요. 우연히 창비 어린이 지난 호를 보다가 저 작가의 시를 본심에서 최종 당선작으로 뽑지 '않은' 이유를 심사평에서 읽은 기억이 나요. 그래도 저는 좋더라고요.

울보 2010-11-28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시집이네요, 도서관에 가서 찾아봐야겠어요, 류랑 함께 읽어보고 류가 좋아하면 사주어야지요, 동시집을 참 좋아하는 류를 위해서,,

hnine 2010-11-28 21:54   좋아요 0 | URL
류는 동시집도 좋아하는군요. 과학이면 과학, 동시면 동시, 류는 정말 책 좋아하는 어린이 같아요. 도서관에 있을 거예요. 저도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거든요.
 

 

 <A Series of Unfortunate Events No.1> by Lemony Snicket 

우리 나라에도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이라고 번역되어 많은 사람들이 읽었고 영화로도 만들어진 그 시리즈의 첫번 째 권이다.
갑작스런 화재로 집과 부모를 잃고 졸지에 고아가 된 세 남매. 부모는 이들에게 막대한 유산을 남겼지만 아직 이들이 미성년인 관계로 누군가 이들과 이들의 유산을 대신 돌봐줘야 하는 상황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악역을 맡은 인물이 여기서 등장해주어야 하는데 이들 재산을 탐내는 먼 친척 올라프 백작이 바로 그 악역 인물이고 이사람의 음모에 대항하는 세 남매의 이야기라고 보면 되겠다.
어떻게 보면 기존의 다른 작품에서도 이런 구성은 많이 이용되었기 때문에 새로울 것이 없을텐데도 이 책이 나름대로 히트한 이유는, 아마도 작가의 독특한 구성력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이 작품은 흔치 않은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서술되어 있다는 점이다. 작가가 직접 개입하여 상황 설명을 한다. 이 책의 첫 페이지에는, 이 책은 아주 음울하고 불행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으니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 독자라면 읽지 않는 편이 낫다는 작가의 친절한 충고가, 책의 서문이 아닌, 본문 중에 나오고, 결말 부분에 가면 해피 엔딩으로 가는 것처럼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여기까지 보면 해피 엔딩일 것 같지? ' 라고 말하며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미리 귀뜸하기까지 한다. 아마 작가가 무척 독특하고 재미있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이렇게라도 비슷한 다른 스토리의 책들과 차별화를 하려는 의도이거나, 그런 것이 아닐까 혼자 짐작해보았다. 그러다 보니 '레모니 스니켓'이라는 작가의 이름도 심상치 않아 찾아보았더니 역시, 본명이 아니구나.  

이 책을 읽으며 비교가 되며 생각난 책은 이것. 

 예전에 읽은 <The Mysterious Benedict Society> 이다. 위의 책에 비해 두께가 더 되고 구성도 더 복잡, 치밀하다. 아마 위의 레모니 스니켓 책을 좋아한 아이라면 몇 년 후 이 책도 분명히 재미있게, 아마 훨씬 더 몰입해서 읽지 않을까 생각된다.

 

 

 

 

 

 

  

 <쉬는 시간 언제 오냐> 초등학교 93명 아이들 지음

동시를 쓰는 사람은 성인 작가들이기도 하지만 어린이 본인들이기도 하다. 어린이들이 쓴 시는 묘사와 표현력이 동시 작가들의 시에 비해 좀 떨어질지 몰라도 솔직하고 꾸밈이 없다. 전국 초등국어교과모임 선생님들이 가려 뽑은 아이들 시 모음인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시들을 읽으면서도 역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혜수가 이사를 간다.
만난 지 별로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사를 간다.
혜수 좋아하는 남자는
얼른 고백해야 한다.

('별로 안 됐는데' 전문)

이런 시를 읽으면 누구를 좋아할 때의 마음은 아이나 어른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컴퓨터 특기 적성 첫 시간
자리를 정했다.
나는 맨 뒤
컴퓨터가 없다.
웃음만 나온다.

('헛웃음' 전문)

5학년 아이가 쓴 시인데 그 상황에서 짜증이 아니라 웃음만 나온다니, 오히려 성마른 어른보다 이런 아이의 마음이 훨씬 넓지 않을까 싶어 부끄러워진다. 

"공부 잘하는 친구 좀 본받아라."
엄마의 말씀
열심히 해도
못했다고 하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다.
아무나 때리고 싶다.

('어떻게 할까' 전문)

그래, 너희들도 그런 기분을 느끼는구나. 궁지에 몰리는 심정,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을 때, 어른들과 똑같구나. 

5학년 아이가 어떻게 이런 생각,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 하여 놀란 시는, 

가을이 지나간다.
나무에 있는 잎도 가을을 따라간다.
아무도 없는 나무를 비춰 주는 햇빛
햇빛이라도 친구가 되어 주겠다고 하니
다행이다.

('가을아침' 전문)


내가 엄마가 되어봐서 그런가. 엄마를 생각하는 아이의 마음이 드러난 시에 마음이 금방 뭉클해진다. 

3학년 때 엄마가 아프셨다.
저녁을 먹을 때
엄마한테 계란찜 해 줘, 했다.
엄마는 아픈 몸을 이끌고
계란찜을 해 줬다.
그때 엄마가
"에구, 힘들다." 하셨다.
나는 그때 일이 후회된다.

('계란찜' 전문)

이름 옆에 4학년이라고 되어 있으니 1년 전 일을 생각하며 썼나보다. 

'아이들' 이라는 공통된 이름으로 부르며 어떤 고정화된 이미지를 떠올렸다면 이 시집을 읽으며 이제 그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다운 순수함과 솔직함이 들어 있는가 하면 어른보다 더 심오함이 읽혀지기도 하니까. 나이에 따른 일률적인 변화는 생물학적인 변화나 그러할 뿐, 우리 인간의 정신 상태는 어른, 아이, 그렇게 뚜렷한 경계를 보이며 변화하는 것이 아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본다. 

 

 시와 함께 실린 그림까지 참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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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11-14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쉬는 시간 언제 오나~ 공감해요.^^

hnine 2010-11-14 08:23   좋아요 0 | URL
이 시집 참 좋더군요. 순오기님이 가르치시는 아이들의 작품도 이렇게 모아본다면 좋을 것 같아요.

순오기 2010-11-15 14:18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생각을 해서 열심히 모아 두긴 했는데... ^^

비로그인 2010-11-14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쉬는 시간 언제 오냐>

그림두 맑고 밝은 느낌이어서 좋고, 시도 꽤 웃으며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hnine님 덕분에 좋은 책을.. 마음에 담아갑니다~

hnine 2010-11-15 13:56   좋아요 0 | URL
저 시집의 모든 시들이 그렇게 맑고 밝진 않아요. 아이들에게도 이런 스트레스가 있고 어두운 면이 있구나 느끼게 하는 시들도 있거든요.

stella.K 2010-11-14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 위의 책 저도 알고 있는데 영화로도 나왔나 보죠?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님의 소개라면 웬지 땡겨요.^^

hnine 2010-11-15 13:57   좋아요 0 | URL
저는 영화를 제일 먼저 알았거든요. 하도 사람들이 많이 얘기하길래요. 그런데 저도 아직 못봤어요. 이제 1권 읽었으니 다음 권들도 시간 날때마다 읽어보려고요.

카스피 2010-11-15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은 영화로만 봤느데 이거 원작 소설이 있었군요^^

hnine 2010-11-15 13:58   좋아요 0 | URL
앗, 여기 계시구나. 영화로 보신분! 영화에는 어떻게 그려져있을까 마구 궁굼해지는데요? ^^

상미 2010-11-17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경은이 초등학교 때, 레모니 스니켓의 위대한 대결 영화로 보고서
원서 사줬더니 재밌게 읽더라. 4권까지 사줬던거 같아.

hnine 2010-11-17 22:05   좋아요 0 | URL
와, 아이들용 책이긴 해도 우리나라 초등학생이 재미있게 읽을 정도면 경은이가 그때 영어 실력이 뛰어났었는걸!
 

 <그리운 순난앵>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황 재웅 옮김 (열린 어린이) 

삐삐 롱스타킹의 저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1959년 작품으로 '그리운 순난앵', '라임오렌지나무가 노래해요', '매매매!','에카의 융케르 닐스' 이렇게 네편의 동화가 수록되어 있다.
1907년 생인 저자가 어릴 때, 즉 1900년대 초반의 스웨덴의 농촌 모습을 담고 있어서인지 여기 실려 있는 네 편의 동화는 우리가 많이 읽은 그녀의 다른 작품들과는 좀 다른 분위기였다. 마치 어릴 때 스웨덴 동화집을 읽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가난한 농촌, 사랑 받고 보호 받으며 자라는 어린이들이 아니라 굶주리고 어른들 일을 도와야 하며, 부모를 잃어 이웃집이나 구제소에 위탁되어 살아가는 어린이들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특징적인 것은 여기 나오는 어린아이들 모두 끝까지 간절한 소망을 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소망이었든간에 끝까지 그 꿈이 이루어질 날을 기대하며 어려운 시기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모습에서 문득 요즘의 현실과 비교해보게 된다. 어른이나 아이나, 자신에게 닥친 어려운 시기를 끝까지 버티지 못하고 도중에 포기하고 마는 요즘의 현실말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들을 읽는 느낌이 새로왔다.
제목의 '순난앵'이라는 이름이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겠는데 스웨덴의 한 지명이라고 한다. 실제로 스웨덴의 지명에는 '-앵'으로 끝나는 것이 많다고. 

  

 

 <A Silly Science Experiment> by Timothy Roland
과학책은 아닌 것 같은데 제목에 science니, experiment니 하는 단어가 들어가길래 읽어보았는데 생각보다 재미있다.
5학년을 맡고 있는 Lizzy선생님은 반 아이들에게 '중력'의 예를 보이는 실험을 생각해서 보이라는 숙제를 내주고  잘 설명하는 사람은 선생님과 함께 TV의 과학쇼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기회도 준다고 하신다. TV출연이라는 말에 아이들은 저마다 의욕을 불태우던 중 Guy와 Zoe가 짝이 되어 함께 준비하게 된다. Guy는 학교 신문에 만화 연재 하는 것을 특기로 하는 유쾌하고 재미있는 성격의 남자아이이고 Zoe는 그야말로 범생이, 뭐든지 완벽해야 직성이 풀리는 여자 아이이다.  Zoe가 고안해낸 중력을 보이는 실험이란 높은 곳에 올라가 같은 무게의 물체를 떨어뜨리는데 그냥 떨어뜨리는 경우와 그 물체에 낙하산을 장치해 떨어뜨리는 경우 떨어지는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보이는 것. 낙하산은 물체가 내려오는 동안 공기를 밀어내어 중력이 물체를 잡아당기는 것을 늦추게 되는 원리이다. 전혀 지루하지 않게 중력이 무엇인지, 중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실생활에서 언제 확인할 수 있는지 읽는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었다. 더구나 책의 주인공 Guy가 신문에 연재하는 만화를 삽입하여 재미을 더해주었다.
아이들이 단순히 자기들이 고안한 실험을 가지고 TV쇼에 출연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내지 않고, Lizzy선생님이 TV방송국에 의해 그 쇼의 사회자로 아주 발탁이 되어 학교를 떠날까봐 막후작업을 하는 아이, 뭐든지 완벽해야 한다는 Zoe의 생각에 변화가 오는 과정, Lizzy선생님이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 TV과학쇼 사회자로 발탁이 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 흔들림이 없는 선생님을 통해 볼 수 있는 자기 직업에 대한 소신 등, 재미 외에도 전달해주는 것들이 충분했다.
'중력이란?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끌어당기는 힘. 작은 물체는 항상 더 큰 물체 쪽으로 당겨지게 된다.'
책의 맨 뒤에는 저자가 재미있는 생각 (스토리, 만화)를 만들어내는 방법에 대해 쓴 것이 있는데 첫째, 키워드를 적어본다. 둘째, 스케치를 한다. 세째, 과장을 해본다. 네째, 전혀 예상치 못하던 상황 (the unexpected)을 상상해본다. 다섯째, 풍자 (twist)를 더해본다.
과장을 해보고,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상황을 상상해보는 것. 재미있게 생각하는 방법이란다.
과학을 이렇게 설명할 수 있는 책들이 우리 나라 작가에 의해서도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알라딘에서는 검색이 안되어 amazon 이미지를 복사해왔다)

 

지금 배송을 기다리는 책 두권은,

 앞에 나온 책들도 그렇지만 이 책 (5권)도 나오기가 무섭게 어디서 듣고는 사달라고 해서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다. 오늘 배송된다니 아마 오늘 오후엔 축구하러 나가자고 안할 것 같다. 

 

 

 

 

  

 

 

제목이 귀에 익어 읽은 줄, 또는 영화로 본줄 착각할 수도 있던 책.
아는 분 추천으로  읽어보려고 1권부터 주문해봤다.
음~ 제목도, 표지도 어딘지 음산해보이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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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11-09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난앵, 예전에 도서관에서 보곤 중국 책인 줄 알았어요~
과학은 저랑 별로 친하지가 않아서~ 나인님 서재에서 맛보고 있어요.^^

hnine 2010-11-09 11:30   좋아요 0 | URL
특이한 지명이지요? 저도 그래서 더 호기심이 생겼던 책이기도 해요. 저기서 순난앵은 아마 우리가 흔히 말하는 '드림랜드', '이상향', 뭐 이런 의미로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창작 동화가 지금처럼 많지 않던 저희 어릴 땐 동화 하면 이런 류의 동화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어려운 환경을 견디고 이겨나가는 이야기요.
아래책은 과학책이라기보다 '이거 만화책 아냐?'하며 펼쳐든 책이어요. 군데군데 세컷, 또는 네컷 짜리 만화가 나오길래요. 그리고 끝까지 그런 기분으로 읽었는데 다 읽고나서 생각하니 아, 이렇게 아이들에게 과학에 대한 얘기를 해주는 방법이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2010-11-10 0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0 2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0 1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0-11-21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운 순난앵
참 표지가 이쁘네요

hnine 2010-11-21 23:17   좋아요 0 | URL
표지가 예쁘고 제목이 특이하니 눈길이 가더군요. 더구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책이라니까 지나쳐지지가 않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