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직장을 오래 다니는 사람을 예전엔 지금처럼 존경스런 눈으로 보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결혼한 여자들의 경우 출산과 육아의 시기를, 직장 때려치우지 않고 (나처럼) 이어나가느라 얼마나 눈물, 콧물 다 흘려야 했을지 짐작 하기 때문이다.

나의 어머니도 한 직장을 44년 다니셨고, 나의 첫 직장에 나와 함께 들어갔던 동료들은 지금도 모두 22년째 그곳에 다니고 있다. 나는 딱 3년 다니고 사표내고 나왔는데.

 

같은 직장에 20년 넘게 다니고 있는 친구로부터 종종 전화를 받는다. 결혼도 늦게 하고, 출산도 늦게 한 이 친구는, 아이 키우는 것, 도우미 구하는 것 등 물어보기에 대학생 학부모가 된 다른 친구들보다  이 친구 다음으로 늦게 결혼하고 늦게 아이를 낳은 내가, 그나마 기억하는 부분이 많으니 나을 거라고 생각해서일거다.

 

1. "앞으로 여기 더 다녀봤자 10년이면 나가야 할거야. 이 직장에서 뼈빠지게 일해도 내게 보장해주는 것도 없는데 여길 계속 다녀야 돼?"

-아이쿠, 더 다녀봤자10년이라니. 10년동안 계속 다닐 수 있다는 것은 외국에서 같으면 거의 특혜야. 대학 교수들도 2-3년마다 업적 평가 받고 그에 대한 대우가 달라지는데? 10년 동안 그야말로 안 짤리고 다닐 수 있는 직장, 흔치 않아. 그건 다른 사람이 들으면 부러워할 수도 있는 사항 같은데. 자부심을 가져. 그리고 직원이 퇴직하고 노후 생활까지 보장해주는 직장이 이 세상에 어디있니? 다니는 동안 배려해주면 그뿐이지.

 

2. "그만 두고 집에서 아이 키울까봐. 오늘도 친정 엄마에게 맡기고 나오는데 얼마나 울어대던지, 내가 왜 이러고 사나 싶더라고. 그런데 집안 일도 막상 해보면 힘들겠지?"

-집안 일도 쉽지야 않지. 그런데 집안 일이 쉬운가 어려운가 보다 더 생각해봐야 할것은, 이십 년 넘게 직장 다니다가 집에서 아이 키우고 살림 하면서 네가 흔들리지 않을 소신과 그런 결단을 내릴 용기가 있느냐 하는거야. 가족 조차도 알아주지 않는 때가 많아, 살림하고 아이 키우는거.

매정한 말 같지만, 아이 울음 소리 뒤통수에 달고 직장까지 출근하며 울음 삼키는거, 직장 다니는 여자들 대부분 다 겪고 지나가는 거란다. 그래서 직장 생활 오래한 남자들보다 여자들은 단단해지지. 그야말로 그런 시험을 다 통과해서 살아남았기 때문에 웬만한 고난과 역경에 강해지는 것 같아. 그 부분에 대해서 누가 말만 꺼내봐. 남자들 군대 갔다온 이야기 못지 않지.

 

3. "요즘은 하도 갑갑해서 점이라도 보러 갈까 생각한다니까."

-그럼 한번 가보는거지. 못갈게 뭐 있어. 난 아직 안가봐서 모르지만. 심리상담소라는데는 가봤어. 그런데 거기 가서도 어차피 내가 보여주고 싶은 면만 보여주게 되더라고. 내가 듣고 싶은 답이 나오는 쪽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거있지. 그러니 어차피 답은 내 안에 있구나 생각이 들더라. 그런데 용한 점집이라는 곳이 말이야, 그 사람의 과거 지나온 길을 잘 알아맞추는 것을 보고 용하다고 하는 것 아니니? 그런데 우리가 알고 싶은건 과거가 아니라 앞으로의 일이잖아.

 

4. "그래도 우리 친구들 중에 OO 가 제일 행복해보여. 그애가 이제 걱정할 일이 뭐가 있겠니."

- OO아니라 누구라도 이 세상에 걱정 없는 사람은 없을 것 같아. 남의 걱정이 내게는 걱정으로 안보일 뿐이지.

 

 

친구에게 축하해줄 일이 있을 때보다는, 주로 힘들고 스트레스 받을 때 전화를 받는 나.

아무튼 나를 떠올리고 전화를 해주었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아주 쓸모 없는 인간은 아닌 것 같아 기분 나쁘지 않지만 오늘은 문득 궁금해졌다. 사람들이 기쁠 때 찾는 사람과 그렇지 않을 때 찾는 사람.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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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11-06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명한 답변이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기쁠 때 찾는 친구도 좋지만 그렇지 않을 때 찾는 친구되기가 더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친구 한 사람이 없어 세상 뜨는 사람 종종 있잖아요~~~~~ ㅠ

hnine 2012-11-06 07:14   좋아요 0 | URL
초등학교때부터 친구라서 그냥 솔직하게 생각대로 대답했네요. 다른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했으면 다르게 대답했을 수도 있었겠지요.
댓글의 마지막 문장이 가슴을 싸하게 합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도 그러니까 의미있는 일 맞는거죠?

숲노래 2012-11-06 0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쉬운 소리...는 늘 아쉽지 않은 사람이 말하지 싶어요.
그러고 보면,
서운한 소리는 스스로 서운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말하고
짜증 섞인 소리는 스스로 짜증 섞인 채 살아가는 사람이 말하며
사랑스러운 소리는 스스로 사랑스럽게 살아가는 사람이 말하는구나 싶어요.

내 모습은 어떠한 소리를 내는 사람인가
문득 돌아봅니다...

hnine 2012-11-06 04:49   좋아요 0 | URL
사람이라면 아쉬운 소리 할때도 있고, 서운한 소리 할때도 있고, 짜증 섞인 소리, 사랑스러운 소리 할때가 있지 않을까 해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제 경우엔 사랑스러운 소리는 별로 하는 것 같지 않네요 ㅠㅠ

LAYLA 2012-11-06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처럼 현명한 친구라니...
제가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인 것처럼 많은 생각을 하고 갑니다.

hnine 2012-11-06 16:17   좋아요 0 | URL
LAYLA님, 남자들의 경우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여자들 경우에는요, 진짜 나이와는 별개로 같은 경험을 겪고 있는 사람들끼리 같은 동지 처럼 묶이더라고요. 저보다 일곱 살 어린 직장 동료가 있었는데 아이들의 나이가 같다보니 선후배가 아니라 친구처럼 얘기가 통했던 기억이 나요.
아마 자산 문제, 재정 문제, 뭐 이런 것에 대해서라면 제가 묻고 위의 친구는 대답해주고 그러겠지요.

oren 2012-11-06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글을 읽으니 방금 전에 '친구로부터 받은 카톡'과도 일맥상통하는 내용이 있어서 재미있네요. 카톡으로 받은 내용은 소위 '성공한 인생'이라는 제목으로 10대부터 쭈욱 길게 나오는데, hnine님 말씀대로 지나간 건 다 제쳐두고 미래에 다가올 내용들만 덧붙여 봅니다.
*성공한 인생*
(10대-50대 생략)
60대-아직 돈벌고 있으면 성공
70대-건강하면 성공
80대-본처가 밥 차려 주면 성공
90대-전화 오는 사람이 있으면 성공
100세-아침에 눈뜨면 성공

hnine 2012-11-07 09:25   좋아요 0 | URL
재미있는 말 속에 뼈 아픈 의미가 있네요.
'지나간 건 다 제쳐두고' 덧붙이신다고 하셨는데 50대도 제쳐두고 60대부터 적어주신 걸 보니, 제가 50대라고 생각하신 모양입니다 ㅠㅠ

프레이야 2012-11-06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명한 답변 주셨네요. 역시^^ 특히 3,4번 동감해요. 그리고 힘들때 찾는 친구가 정말 친구가 아닐까 싶어요 저도. 진실되게 살기란 쉬울거 같지만 만만하지 않아요. ㅠ

hnine 2012-11-07 09:25   좋아요 0 | URL
제가 아는 어떤 분은 고민거리를 가지고 찾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나한테 올땐 칭찬 받을 거리를 가지고 와~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이 계셔요.
힘들다 힘들다 하면 자꾸 힘들어진다고, 상대방의 말을 단번에 멈추게 하는 경우도 있고요.
저는 상대방의 말에 너무나 몰입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역시 중용을 지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요.
1, 2번은 그동안 한번도 쉬지 않고 2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해온 그 친구의 경력을 생각해서 한 말이고요 ^^

icaru 2012-11-07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힘들거나 갈등에 빠졌을 때, 친구를 찾게 되는 거 같아요. 기쁜 일있을 땐 부러 알리기보단 통화가 되면, 소식을 전한다거나 하는데,,, 뭔가 일이 있을 땐 아무래도 조금은 냉정하게 들리게 말하더라도 객관적으로 사안을 볼 줄 아는 친구를 찾게 되요~ 저는 그렇다는 것이고 ㅎㅎㅎ
아 근데,,, 진짜 감탄스러운 답변들예요!!

hnine 2012-11-07 16:37   좋아요 0 | URL
저 친구도 이 시기를 거치고 나면 나름대로 누가 물어보면 해줄 말이 생기겠지요.
돌이켜보면 저는 성공적으로 잘 해낸 것보다는, 많은 시행착오에, 현실 감각 부족에, 다른 사람 도움에 대한 결벽 가까운 증세에...아무튼 순탄치 못한 길을 걸어와서 그런지 누가 물어보면 간단히 대답 못하고 말이 많아지더라고요 에궁~

감탄스럽기는요, icaru님 요즘 아이들 영어책 리뷰 올리시는거 보고 감탄은 제가 하고 있답니다. 저는 제 아이 어릴때 그렇게 못해줬어요. 아니 다시 키운다고 해도 못할거예요.
 

박사 과정으로 처음 연구실에 들어가 배운 것은 채혈, 즉 팔뚝의 정맥을 찾아 주사기 바늘을 꽂고 45ml의 혈액을 뽑아내는 것이었다. 그러면 그 혈액이 그날 나의 실험 재료가 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내 실험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혈액을 내줄 지원자를 찾아야했다. 말도 안통하는 곳에서 그런 지원자를 구하기란 지금 생각해도 박사 과정 3년 반동안 다른 어떤 실험, 발표, 테스트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게 채혈한 혈액은 내 실험의 특성상 4시간 내에 사용하여 결과를 얻어야 했고, 적어도 일주일에 두세번은 해야했기 때문에 그때마다 혈액을 내어줄 지원자가 필요했다.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실험이 있는 날은 아침에 눈뜨면 학교가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할 정도로 스트레스가 무지막지했다. 하지만 그거 아니더라도 영국 땅에 떨어진지 겨우 몇달 안되었을 때이니 스트레스 받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던 시기였으므로 꾹 참고 하루 하루 버티던 어느 날,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예쁘장한 얼굴에, 웃는 낯으로 연구실로 찾아온 그녀. 그날의 내 실험을 위한 지원자였다. 그런데 막상 내가 채혈을 위해 주사기를 대는 순간 그녀가 기절을 해버린 것이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의자에 앉아 팔을 걷을 때까지만 해도 아무렇지도 않아보였던 그녀였다. 주사기를 보고 놀란 것일까? 앉아있던 의자에서 바닥으로 쿵 쓰러지면서 옆에 있던 책꽂이에 머리를 부딪혀 심하게는 아니지만 머리에서 피까지 나고 있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나는 당장 지도교수에게 달려가 사건을 얘기하고 와달라고 도움을 청했다. 그런데 지도교수는 내가 하는 얘기를 들으면서도 전혀 흥분하지 않고 끝까지 침착하게 다 듣고 나와 함께 기절한 지원자가 있는 곳으로 왔다. 지도교수와 함께 왔을때 기절했던 그녀는 이미 정신을 차려 일어나 있었고 머리의 상처는 피가 조금 나고 멈춰 있었다. 그리고는 오히려 나에게 네 실험에 차질이 생기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는 것이다.

그 지원자가 돌아간 후 지도교수는 나에게 다른 말 없이 이 말만 했다.

"기절의 원리는, 자기를 보호하려는 방법 중의 하나야. 뇌 쪽으로 허혈 상태가 되려고 할때 제일 빠르게 혈액을 그 쪽으로 공급하기 위한 방법이 최대한으로 머리의 위치를 아래로 낮추는 거니까. 그게 바로 기절이야. 잘 봐라. 심각한 경우가 아니라면 기절했던 사람들은 대개 5분 내에 다시 일어나게 되어 있어. 그러니까 그렇게 놀랄 일이 아니야. 알았지? "

나 때문에 혹시 지원자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당장 지도교수에게도 책임이 돌아갈텐데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기절의 원리를 설명하는 지도교수의 태도는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크게 놀라고 긴장했던 것이 풀리면서 울음이 터진건 바로 나였다. 눈물이 어쩌면 그렇게 멈추지도 않고 계속 나오는지. 이 낯선 곳에 와서 그때까지 긴장하며 쌓아왔던 설움이랄까, 그런게 이 사건을 계기로 그냥 터져버린 것이다.

아무래도 앞으로 이 실험을 다시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아무 것도 못한 채 며칠을 왔다 갔다 하다가 드디어 큰 결심을 하고 지도교수를 찾아갔다.

"아무래도 실험 테마를 바꿔야겠다. 이 실험을 다시는 못할 것 같다. 나는 실험을 더 열심히, 더 자주 하고 싶은데 실험재료로 쓸 혈액을 내어줄 지원자를 구하지 못해 그냥 시간을 보낼때가 많다. 사람 혈액을 사용해야하는 이 프로젝트 말고 다른 프로젝트로 지금이라도 바꾸고 싶다."

이런 내용이었다. 그 연구실에서 사람 혈액을 이용하는 프로젝트는 나 혼자 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쥐나 햄스터 등을 이용한 실험을 하고 있었다. 내가 손을 놓아버리면 그 프로젝트는 당장 중단된채 공중에 떠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며칠을 고심하다가 좋은 소리 못들을 각오를 하고 지도교수에게 어렵게 말을 꺼낸 것이었다.

그런데 지도교수의 답변은 나를 또한번 놀래켰고 지금까지 누가 나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비슷한 의사를 표시할때 지도교수의 그 방식을 기억하려고 한다.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침착하게 내가 하는 얘기를 끝까지 다 듣고난 후 지도교수가 한 말은,

"그래. 테마를 바꾸는 것도 가능해. 지금이라도 바꾸면 되지. 네가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아닌 다른 프로젝트 실험으로 바꾸었을 경우 잇점은 네가 더 이상 지금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리고 비슷한 실험을 하는 다른 동료들과 실험 과정이나 결과에 대한 의견 교환을 할 수 있어서 어려움이 있어도 쉽게 해결해나갈 수 있을 거라는 것, 그런거겠지? 반면,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장점은, 너 혼자 해야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는 대신 너 혼자만의 독보적인 영역이 생긴다는 것, 너 혼자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는 대신 많은 사람이 하고 있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논문을 더 금방 낼 수 있다는 것이지."

지도교수는 결코 이렇게 해라, 이건 반대다, 이게 옳다 따위의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다만 이런 선택을 할 경우의 장단점만 알고 있는대로 내게 얘기해주었을 뿐이다. 결국 선택은 네가 해야한다는 뜻이다.

1996년의 일이다.

나는 결국 하던 프로젝트를 계속 하였고 그것으로 논문을 써서 졸업을 했다.

그렇게 침착, 냉정하던 지도교수는 내가 논문을 통과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실험실에 들렀을 때 나를 꼭 껴안아주는데 눈에 눈물까지 글썽글썽한 걸 보았다.

 

가끔 친구들이나, 내 아이로부터도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내 의사를 물을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대신에, 예전에 내 지도교수가 했듯이 저렇게 얘기를 하고 싶은데, 이게 꼭 말을 하고난 후에 뒤늦게 생각나니 참... 단순히 맘 먹는다고 되는 게 아닌가보다.

 

 

엊그제 같았던 일들. 이제 이렇게 털어놓을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부끄럼때문에 불편하지도, 감정에 치우쳐 글이 흔들리지도 않을만한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되어 시간날때마다 조금씩 기록해보기로 한다. 제일 큰 이유는, 이제 여기서 시간이 더 흐르고 나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 경험들이 아쉽게도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져갈 것 같아서이다. 그건 너무 슬픈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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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10-10 0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밤에 이 글이 왜이리 다가오는지요.
하지만 저런 객관성을 가진다는게, 그렇게 쉽지 않은 일인지라...
그런 태도가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항상 마음이 먼저 울컥하니. ㅠㅠ

hnine 2012-10-10 08:05   좋아요 0 | URL
달여우님 서재에 다녀왔어요.
힘 내세요!

한남자 2012-10-11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추석때 동생에게 그런 말을 했어요, 애들을 대할 때는 오히려 애착?(사랑하는 마음, 아이가 꼭 잘 돼야 한다는 마음)을 놓고 말해보라고요(그런데 애들 문제는 저처럼 옆에서 말하기는 쉽지만 그렇게 쉬울리가 없겠지요) 글에 무척 공감이 되어서 쓴 말인데 비슷한 맥락인지 모르겠군요; 담백하게 쓰셔서 hnine님의 그때 그 경험들이 눈앞에 선하네요. 마치 소설의 한 장면을 보듯.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hnine 2012-10-11 15:07   좋아요 0 | URL
내가 좀 안다 싶은 질문을 받거나 조언을 할 기회가 생기면 가능한 모든 경우를 제가 다 경험해본 것도 아니면서 제가 제일 잘 아는 그것이 옳은 양, 그것만이 옳은 양, 자신있게 그것을 선택하라고 말하고 있더라고요, 제가요. 부모에 거의 의존하고 있는 자식을 앞에 놓고는 말할 것도 없겠지요. 더구나 자식이란 존재는 얼마나 부모 맘대로 휘두르기 쉬운 대상인지 몰라요. 특히 아이가 어릴 때는요. 부모도 의식하지 못하고 그렇게 압력을 가하지요.
니코니코님은 동생분에게 어쩌면 그렇게 적절한 말씀을 해주셨는지요. 아이가 저 길로 가면 분명히 더 고생할 것을 알면서도, 그럴거라는 말만 해주고 지켜볼 수 있기란, 도인이 아닌 이상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요. 그래도 노력을 해야겠지요.

저 일이 있은지 벌써 15년이 지났어요. 자식을 낳아 키우게 된 것 다음으로 제 인생에 영향을 끼친 일이라면 저 영국에서의 3년 반이라는 경험이 될 것인데 자꾸 자꾸 잊혀져 가는게 안타까워 글로 남겨보려고 해요.
읽어주시고, 의견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가 할머니 할아버지와 2박 3일로 여행을 가고 없었던 이달 초.

남편과 내가 찾은 곳 마곡사이다.

결혼 전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몇번 째 갔는지 모른다.

남편이 한때 머물던 곳이었기 때문.

점심 먹으러 들어간 ㅌㅎ식당.

아이와 함께 왔을 땐 아이 위주로 메뉴를 정하느라 못먹어봤던 산채비빔밥을

여유있게 먹고,

남편은 그곳에서 부침개를 부치시는 아주머니에게

예전에 계시던 분 안부를 묻는다.

가끔 밥도 공짜로 주고 그랬다고.

남편은 여기만 오면 옛날 얘기.

아이가 동행할땐 걷기 힘들까봐 많이 못돌아봤는데

이날은 거의 2시간을, 마곡사 주위의 여러 암자들과 동네까지 둘러보고 왔다.

 

 

 

 

마곡사의 예쁘고 키작은 담. 그리고 그 아래 친구들.

 

 

 

 

 

 

 

7월초, 제일 많이 피어있는 꽃은 사진 속의 나리꽃 원추리와 개망초였다.

 

 

 

 

애기밤이 크고 있었고, (지금은 다 컸을까?)

 

 

 

 

걷고 또 걷고,

 

 

 

 

드디어 그곳까지.

 

 

 

 

사람은 보이지 않고 마당에 저 막대기가 혼자 서 있었다.

 

 

 

 

복슬강아지 같이 생기지 않았나요? 그것도 두 마리 ^^

 

 

 

 

 

앞으로 분명히 또 가게 될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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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2-07-27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쁜 복슬강아지를 키우는 곳이었군요. 그것도 두 마리 씩이나!! ^^

hnine 2012-07-27 23:05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도 그렇게 보이세요? 눈 다 덮고 있는 삽살이 같기도 하고요. 혼자면 외로울까봐 두 마리! ^^

순오기 2012-07-27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속엔 나리꽃이 아니라 원추리가 보이는데요.^^
마곡사~~ 가보고 싶어지네요.

hnine 2012-07-27 23:08   좋아요 0 | URL
에고, 깨갱~~
나리꽃이랑 원추리랑 정말 헛갈려요.
이참에 도감 보고 공부를 좀...
저는 사실 마곡사보다 갑사 분위기가 더 좋아요. 마곡사는 너무 풍요로와 (?)보여서요 ^^

2012-07-28 0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28 0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07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07 16: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2-07-28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네요 전 한번도 못 가본 곳이지만
어저면 가도 그냥 흘려보았을지도 모르는 것을 섬세히 잡아주신 님 덕분에 저도 찬찬히 봅니다

hnine 2012-07-28 15:44   좋아요 0 | URL
동학사, 갑사, 마곡사는 저희 집에서 가까운 사찰 3종 세트라고나 할까요 ^^
분위기가 조금씩 다르지요. 절을 분위기 보고 가느 건 아니지만요.
결혼 전엔 어머니 따라서 하늘바람님도 잘 아시는 관음사 종종 다녔었답니다.

책읽는나무 2012-07-28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강아지 같아요.ㅋㅋ
한마리는 엎드려 있고,뒤에 한 마리는 등을 뒤집어 간지럽다고 앞다리,뒷다리 흔들면서 웃고 있는 것같아요.ㅎㅎ
마곡사..아! 겨울에 마곡사를 들러볼까? 하다가 바빠서 그냥 지나친 바로 그절이로군요.
이름이 눈에 익었다 싶었어요.
절내 경치도 보여주지 그러셨어요?
춘마곡,추갑사 맞죠?
몇 달 뒤엔 갑사도 다녀오셔서 꼭 보여주세요.
감히 갈 수 없는 곳이라 궁금하네요.^^

hnine 2012-07-28 15:46   좋아요 0 | URL
그지요? 강아지...^^
백범 김구 선생님이 잠시 피신 와계시던 곳이라고 해서 더 많이 알려졌지요.
절내 경치도 많이 찍어 왔는데 예전에 몇번 올리기도 했고 그래서...^^
춘마곡 추갑사라는 말이 있지요. 말씀하시니 갑사도 곧 또 가봐야겠네요.
갑사가 집에서 좀 더 가깝거든요.

프레이야 2012-07-28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아라. 올망졸망 정겨운 풍경들이네요.^^
지팡이 하나 포착한 시선에도 찡긋~

hnine 2012-07-28 15:48   좋아요 0 | URL
올망이 졸망이들이지요 ^^ 제가 키가 작아서 그런지 쭉쭉빵빵한 나무들, 예를 들면 메타스퀘이어 같은, 그런 풍경보다 이렇게 올마졸망 자잘한 것들 볼때 더 정감이 가네요.
지팡이가 있는 것 보니까 사람이 드나들긴 하는 것 같은데 저 날은 아무 인기척이 없었어요. 사진은 안 올렸지만 바로 옆의 헛간 같은 건물은 다 무너져 있었고요.
 

 

 

 

 

 

 

오랫동안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 시기를 무어라 불러야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아무도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나자 문학이 조금씩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문학이 전부라는 믿음이 자기 만족적인 위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동안 내가 감당해야했던 고민과 괴로움이 모두 무의미해지는 것 같아 허무했다. 그럴 때 내게 힘을 준 건,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문학이었다. 괴롭지 않고는 행복해질 수 없고, 허무하지 않고는 충만해질 수도 없다는 그 단순한 사실이 이렇게 나를 살아가게 한다. -조해진 <한없이 멋진 꿈에> 작가의 말-

 

 

 

 

어느 일요일 낮, 집 바로 앞의 카페.

남편과 아이가 음료를 주문해서 마시는 동안 나는 카페 책 꽂이에서 이 책 저 책 들춰보고 있다가, 말로만 듣고 읽지 않은 조해진 작가의 책에서 이 '작가의 말'을 읽는 순간 주저없이 수첩에 베껴 적었다.

소설을 쓰게 하는 힘의 하나가 '외로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외로움이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꼭 나쁜 것만은 아닌 듯.

이 소설이 어떤 내용인지 전혀 아는 바가 없지만 아마도 좀 외롭고 우울한 내용이 아닐까? 추측까지.

곧 읽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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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2-06-27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예술인들은 좀 외로워야해요.
그래야 위대한 작품이 나오는 것같더라구요.
전 외롭지 않아 예술인이 되지 못해 좀 서글프네요.ㅋㅋ

hnine 2012-06-27 19:44   좋아요 0 | URL
생각해보면 외로운 시기를 거쳐서 이루어지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책읽는 나무님은 외롭지 않으시다니, 예술인이 되는 것보다 외롭지 않은 인생을 사는 것이 전 더 좋은데요? ^^

비로그인 2012-06-27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없이 마음에 와닿는 작가의 말, 이네요.
시간의 공백에서 무감각이 아닌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예술가들인 것 같아요.

hnine 2012-06-28 05:42   좋아요 0 | URL
저 책의 표지와 제목과 저자 이름만 보고는 선뜻 읽어볼 생각을 못했을 것 같은데 작가의 말을 읽고 나니 꼭 한번 읽어보고 싶어져요.
우리는 무감각한 시간보다는 차라리 외로움이라도 느끼는 시간을 더 원할지도 모르겠어요.

하늘바람 2012-06-27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이 카페 나들이를 가셨네요
우린 그런 일이 없는데
전 혼자 카페 가서 앉아 있고 프네요
오롯한 제 시간이 별로 없고 점점 없어질 예정이 아쉬울 따름이에요

hnine 2012-06-28 05:45   좋아요 0 | URL
어디 다녀오는 길이었는데 날이 덥고 갈증이 난다고 하여 카페에 들어갔지요. 요즘 카페들이 너무 우후죽순으로 생겨서 솔직히 저는 요즘엔 카페 잘 안가고 있답니다.
오롯한 시간, 그것 때문에 제가 후천적으로 아침형인간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되어졌다기 보다, 제가 저를 그렇게 개조했는지도...^^

하늘바람 2012-06-28 06:38   좋아요 0 | URL
흑 전 아침잠이 넘 많아요 요즘은 밤잠도 많아졌지만
그나마 오늘은 다리에 쥐가 나서 6시에 일어났네요

Jeanne_Hebuterne 2012-06-27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해야 그건. 난 네 단순성이 답답해서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처럼 여겼을 뿐이야."
"내 단순성?"
"그래. 10대의 소녀가 배가 부른 죄가 단순히 성적인 무지뿐일까?"
"그럼?"
"걔들은 외로운 거야. 말도 못 하게 외로운 것뿐이야."
-박완서, 도시의 흉년.

마침 hnine님의 이 글을 읽기 직전 읽었습니다.

hnine 2012-06-28 05:48   좋아요 0 | URL
박완서님 '도시의 흉년' 하도 오래전에 읽어서 어떤 내용이었는지 거의 기억도 나지 않는데 이렇게 되살려주셨네요.
외로움때문에 사람들은 참 여러 가지 일을 저지르고 해내고 (저지름과 해냄, 거기서 거기인건가요?^^)그런가봐요.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데서 오는 외로움도 있고, 인용해주신 구절에서처럼 말도 못할 정도의 외로움도 있고...그렇군요.

숲노래 2012-06-28 0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 앞에서 함께 쉴 만한 좋은 곳이 있군요~

외로움이라기보다 홀로 생각에 잠기는 겨를이 아닐까 싶어요~

hnine 2012-06-28 05:50   좋아요 0 | URL
시원한 거 사달라고 조르는 눈길을 그렇게 한번 쯤 들어주기도 한답니다. 너무 비싸고 획일적이라 전 솔직히 카페 잘 안 가요.
홀로 생각에 잠기는 겨를이라...느낌이 다르게 들리는군요.

프레이야 2012-06-28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로움! 정말이지 이 단어가 요새 더더 잘 들리고 보여요.
다 외로울 수밖에 없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문득 영화 속 은교가 하던 말도 생각나네요.
서지우와 섹스를 하며 그에게 그러죠. 외로워서 이런다고. 외로운 여고생 한 명이라고.
우리에게 외로움이 힘이 되기를!!!

hnine 2012-06-29 07:43   좋아요 0 | URL
외로움이 나를 무너지게 하지 말고, 또 다른 나의 숨겨진 면을 드러나게 할 수 있도록 하려면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자꾸 힘들다 힘들다 하면 더 힘들게 생각되는 법이라고, 언젠가 오랜만에 만나 넋두리를 늘어놓는 저에게 친구가 그러길래 그 순간엔 그 말이 참 서운했는데 틀린 말이 아니더라고요. 외롭다, 힘들다, 그런 생각이 들때 부정하려고도 하지 말고, 어디 넋두리함으로써 해소하려고 하지 말고 (잠깐 뿐이더군요 ^^)인정하고 극복하면서 무던히 살아가는게 방법이 아닌가해요.
 

 "ㅎㅅ아, 나 진짜 멋있는 가수 알았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언니가 내게 말했다. 그당시 언니는 중학교 2학년,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맏이인 내게 친언니는 아니었고 이종사촌 언니였는데 미국으로 이민가기 전 잠시 우리 집에서 지내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면서 흥얼거리는 노래는 내가 듣기엔 영 아니었다.
"언니, 가사가 꼭 옛날 노래 같애."
"옛날 노래라니~ 실제로 들어보면 얼마나 좋은지 알아? 노래도 진짜 잘 불러."
나중에 TV에서 그 가수가 직접 그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들어보았다. 그래도 나는 별로 감흥이 없었다. 초등학교 5학년이었지만 그런 쪽으로 앞서 가던 나는 당시 유행가는 물론이고 흘러간 옛노래까지 가사를 다 외워 부르고 다닐 정도였다.
그 언니는 예정대로 미국으로 이민을 가고 내가 그 언니 나이쯤 되었을 때 비로소 그 가수의 노래가 귀가 아닌 마음으로 들어왔다.
그의 노래중 지금까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이 노래이고,  youtu.be/KWghopHrTHs
그때 언니가 흥분해서 흥얼거리던 노래는 '돌아와요 부산항에'였다.  

 

친언니가 없던 나는 언니뻘 되는 사람은 누구든지 따르는 경향이 있었다.
큰아버지의 둘째딸인 사촌 언니는 가끔 취직 문제로 서울에 올때면 우리집에서 자고 갔다.
그때 그 언니는 고3, 나는 역시 초등학생이었다.
이번엔 그 언니가 알려준 가수이다.
"얼굴은 진~짜 못생겼거든. 그런데 목소리가 얼마나 좋은지 몰라. 노래도 좋고."
"언니, 여기에 가사 좀 적어줘."
언니가 적어준 가사를 보니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 나중에 TV에서 보았는데 언니 말대로 그때까지 내가 알고 있던 가수의 마스크가 아닌 것이다. 마치 옆집 아저씨 같고 촌스럽기 그지 없는 모습. 그런데 목소리가 정말 곱다. 무슨 남자 목소리가 저리 고울 수가 있나 싶었다.  youtu.be/6wgL-zzDzkg 
그 수수하고 꾸밈없어 보이던 그 가수가 지금의 거물급 사장님이 될 줄이야.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아버지께서 조그만 탁상용 라디오를 사주셨다. 이제는 언니들로부터 새로운 노래를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TV에서 보게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끼고 살던 라디오에서 듣고 따라 부르게 되었다. 한번 듣고 마음에 꽝 박히는 노래들이 간혹 있었는데 이 노래는 얼음같은 차가움과 절실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도 애잔했고 가사는 더욱더 그랬다. 혼자서 흥얼흥얼 많이도 불렀던 이 노래를 지금도 혼자 길을 걸을 때 나도 모르게 흥얼 거리고 있다. 작정하고 부르는 것이 아니라 노래가 먼저 나오고 내가 지금 무슨 노래를 부르고 있는지는 나중에 알게 되는 노래.  youtu.be/7Cj_hDwaJHM  

 

학교 졸업하고 처음 자리잡은 직장이 대전으로 이전하여 나도 같이 따라 내려갔다.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주말이 되면 서울의 집으로 올라갔다가 월요일 새벽에 내려오는 생활을 했다. 나중엔 귀찮아서 그만 두었지만.
실험을 의뢰한 사람과 그것을 맡아 해주는 사람으로 알게 되어 조금씩 친해지던 사람이 있었다. 아주 순박한 외모에 키도 작았지만 나는 좀 특이하게 예나 지금이나 외모를 별로 따지지 않는 사람이라서 부담없이 친해질 수 있었다. 문제는 항상 내가 그 '부담'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순간 발생한다. 어느 날 저녁을 함께 먹고난 후 그 사람이 내게 자기의 꿈을 얘기하는 것이다. 자기와 같은 전공을 가진 여자와 결혼을 해서, 같은 실험실에서 부부가 함께 일하는 것이 꿈이란다. 나는 왜! 그 꿈을 내게 말하는 그 사람의 의도를 그리도 부담스럽게 여겨야 했던 것일까.
어느 주말, 만나자는 말에 서울 가야한다고 했더니 가는 동안 심심하지 않게 들으라고 테이프에 노래를 잔뜩 녹음해서는 나의 일터 정문 수위실에 맡겨 놓고 갔다. 그 테이프에 들어있던 노래중 제일 좋던 노래는  youtu.be/ADHIFTFESQY 
지금도 눈이 오는 날이면 어쩔 수 없이 생각난다. 그 사람은 지금 나의 모교의 교수님이 되어 계시다.



요즘은 그때 만큼 노래를 잘 못 듣고 있어 아쉽다. 더구나 요즘 그룹들은 이름도 얼마나 특이하게 짓는지, 따로 공부해서 알아낼 수도 없고 참... youtu.be/oIHikjAGy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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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11-10-01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정석의 첫눈이 온다구요는 대학가요젠지 무슨 가요제에서 두번째 상을 받았잖아요. 저는 처음 듣는 순간 그 노래에 쀨이 팍 꽂혀서 이 노래가 반드시 대상을 받을거라고 생각했었는데(대상은 인상좋게 생긴 유열인가 그 사람이었나? 바윗섬? 암튼)큰상을 못 받아서 막 아쉬워하고 그랬었던 기억나요. 나중에 이 노래 음악다방 가면 종종 신청하고 그랬었죠. 간만에 옛날 생각도 하고 좋군요^^

hnine 2011-10-01 20:56   좋아요 0 | URL
쀨~ ㅋㅋ
노래와 사연이 잘못 링크되어 있는 것을 지금 수정했어요. 이 정석 노래 좋지요. 조금 있으면 첫눈이 올 것이고 그 노래 생각이 날 거예요 노래에 얽힌 사람 생각도 잠시 날 것이고..^^

노이에자이트 2011-10-01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당시 청소년이나 20대보단 기성세대가 더 좋아했지요.이미자 나훈아 노래 좋아하던 사람들이 돌아와요 부산항에도 좋아했을 거에요.동영상은 Q지요?

'행복'이나 '그것은 인생'은 당시 기성세대에겐 좀 생소한 풍이었죠.젊은이 위주...지금의 청소년이나 대학생에겐 그 당시의 기성세대나 젊은 세대 모두 기성세대...

hnine 2011-10-01 21:04   좋아요 0 | URL
어이쿠, 우리 가요평론가 선생님 방문해주셨군요 ^^
이런 날은 가만 두면 연줄연줄 계속 노래만 듣게 돼요. 나쁘지 않지요.
생각해보니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한동안 금지곡으로 묶였던 적도 있었네요.

노이에자이트 2011-10-01 21:21   좋아요 0 | URL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내고 얼마 안 되어 조용필이 마약복용으로 5년 정도 연예계에서 퇴출되었죠.노래 자체는 금지곡이 된 적은 없었을 겁니다.그리고 재기하여 '촛불'을 내고 성공했죠.'돌아와요 부산항에'가 일본군국주의자들이 다시 부산을 통해 한국을 재정복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다는 말이 있긴 했습니다.지금 생각해보면 괴담 같은 이야기입니다만...

hnine 2011-10-02 09:24   좋아요 0 | URL
아, 노래가 묶여있던 것이 아니라 가수가 묶여있던 것이군요. 조용필 대마초 복용 사건도 기억이 나는데 저는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그것과 별개로 말씀하셨다시피 가사가 의미하는 것이 일본에 대한 향수를 그리고 있다고 해서 금지곡이 되었었는 줄 알았어요.

잘잘라 2011-10-01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마지막 연주곡이 참 좋아요. 테마는 봄인데 아까 낮에 밖에 나가서 제대로 느끼고 온 가을 햇살이 떠올라요. 어? 플레이 해놓고 댓글 쓰는데 벌써 끝났어요. 아쉬워서 한 번 더! ^^

hnine 2011-10-02 09:22   좋아요 0 | URL
에피톤 프로젝트, 좋더라고요. 이름에 관심이 많은 저는 또 막 궁금해져요. 이 이름의 유래는 무엇일까하고.

2011-10-02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02 1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10-03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악에 얽힌 hnine님의 성장기 & 연애담(이라고 하기엔 좀 어울리지 않나요? ㅎ)이군요~
아마 제가 산 물건 가운데, 현재 가장 많이 쓰고 있는 것이 라디오 일거예요. 병원에서 두 번 입원해야 된다는 소식듣고 그간 몇 년동안이나 뒷전에 밀어두고 있던 거 바로 샀지요.

라디오는 전자기기로도 들을 수 있겠지만, 아날로그 방식으로 채널 살살 돌려가며 듣는 맛이 좋더라고요. 라디오 말고 컴퓨터용 스피커는 2만원도 안되는 것이라.. 음반들을때도 유용하고요~


hnine 2011-10-03 09:43   좋아요 0 | URL
오래 전 짐가방 들고 혼자 외지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구입한 것이 주방 도구, TV, 이불, 이런 것 아니고 라디오 겸용 CD player였어요. 그당시 저에게는 거금 110 파운드나 주고서요.
지금 쓰고 있는 라디오도 채널 살살 돌려가며 듣는 것인데 성질 급한 저는 바람결님처럼 살살 돌리기보다는 확 확 돌려서 채널 잡으려면 몇번을 왔다 갔다 해야하지요 ㅋㅋ
그런데 병원에 두번 입원해야한다고 했으면 한번 더 입원하셔야 하나요??

비로그인 2011-10-03 10:09   좋아요 0 | URL
한번은 올해 사월 그리고 얼마 전인, 팔월이었어요 ^^ 날이 추워지니깐 라디오 사러 조금 멀리 전철타고 가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꽤나 추웠는데, 집에 가져 오니 연하게 겉에 습기가 묻어나던 장면. 그리고 맨 처음 연결해서 라디오를 듣던 기억.

아 벌써 10개월이 후다닥 지나갔습니다 :)

hnine 2011-10-03 13:52   좋아요 0 | URL
입원 얘기가 나오면 읽는 저도 일단 긴장이 되어서요.
건강만큼 소중한게 어디 있나요.
나이가 어느 정도 들고나니 매일 어떤 '별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하기보다는 '별일 없이' 무사히 지내는 것도 감사하게 되네요.
또 입원하시는 일은 없으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