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마선은 달무리 얼룩진 금잔화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마치 과학 논문 제목 같은 이것은 1972년에 만들어진 영화 제목이다.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고 내 머리 속 어딘가에 각인되어 있는 이 영화를 처음 본 것이 초등학교 6학년때였는지 중학교 1학년때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고 내용도 대충만 기억한다.
억척스런 엄마와 약간 비정상적이던 언니를 둔 조용하고 말없는 아이가 주인공이었는데 학교에서 과학 경진대회 같은게 열렸고 거기에 이 아이가 발표한 과제 제목이 바로 이 영화 제목이기도 했다는 것. 처음으로 내가 나도 저렇게 혼자서 조용히 실험하고 연구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 영화이다. 역사적으로 큰 업적을 남긴 유명한 과학자들을 보면서 과학자를 꿈꾼 적 없는데, 흑백이었는지 칼라였는지도 가물가물한 이 영화를 우연히 TV에서 혼자 보면서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걸 보면 어려서부터 나는 과학자라기 보다는 조용한 은둔자 삶에 대한 동경이 있었나보다.
다 큰 후에 이 영화가 기억이 나서 겨우 제목만 기억하는 상태로 아무리 여기 저기 검색을 해봐도 이 영화를 찾아낼 수 없어서 안타까웠었다.
어제, 과학 과제로 조사하고 발표 준비 하는 아이 옆에서 구경하면서 그 영화 생각이 나서 얘기를 했다.
얘기를 듣던 아이가 내게 잠깐만 기다려보라고 하더니 금방 검색해와서 내게 관련 사이트를 알려준다
영화 --> https://www.youtube.com/watch?v=MLlGZQkU3ak
영화 정보 --> http://en.wikipedia.org/wiki/The_Effect_of_Gamma_Rays_on_Man-in-the-Moon_Marigolds
3분이나 걸렸나?
내가 그렇게 오랫동안 찾던 걸 겨우 3분 만에.
영화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youtube에 전체 영화가 다 올려져 있었다. 1시간 40분이나 되는 분량인데 이게 가능한가보다고 그랬더니 아이 말에 의하면 구독자수가 많은 사람에겐 그렇게 용량이 크게 할당되는 혜택이 주어진다나.
"The Effect of Gamma Rays on Man-in-the-Moon Marigolds" (1972)
1964년에 원래 연극으로 공연되었던 것을 1972년에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러니까 나는 그 영화를 TV에서 방영해준 것을 본 것이다.
30년도 더 지나, 오랜만에 앉아서 영화를 다시 보았다.
감회가 깊었다.
그렇게 되고 싶던 과학자가 되었던가 나는?
그런 꿈을 꾸었던 때가 있었다는 것이 더 뭉클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