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 제목이 '생명의 양식'이라는 것 외에 이 노래 가사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 없음에도 일단 뭉클해지기부터 한다. 그냥 눈물이 핑 돌것 같다. 한번도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고해성사를 하기 직전의 심정 같아지기도 한다. 이 노래를 듣게 될 때 내게서 나타나는 반응이다. 

대학에 처음 들어갔을 때, 이제 지긋지긋한 수험 생활로부터 해방이라고, 드디어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었다고 기뻐했던가?  전혀 그렇질 않았다. 지긋지긋한 수험 생활을 통과해낸 보람을 느낄만큼 시험을 잘 보질 못하고 입학했기 때문에 안그래도 별로 높지 않던 자신감이 거의 바닥 수준인 상태에서 시작한 대학 생활이었다. 시간표대로 그냥 학교와 집만 왔다 갔다, 1년을 거의 그렇게 보내던 내게 그나마 혼자만의 낙이라면 학교 도서관을 이용하는 일이었다. 처음 학교 도서관에 가보고서 그 놀라움이란. 어느 대학이나 다 그랬겠지만 학교 내에 그렇게 많은 책과 열람실을 가진 도서관이 있다는 것,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고, 그 안의 책들은 얼마든지 볼 수 있다는 것이 그렇게 신기하고 좋을 수 없었다. 나중에 다른 나라 대학의 도서관들을 가보니 그 당시 우리 학교의 도서관은 비교 상대도 안되었지만 난 그때 우리 학교의 도서관이면 더 바랄 게 없었다.
시간 날 때마다 도서관엘 갔다. 갈 때마다 꼭 앉는 자리를 정해놓고 앉는 것이 아니라 오늘은 이 열람실의 구석 자리, 다음 날은 저 열람실의 창가 자리, 또 어떤 날은 일부러 입구 가까운 자리, 바꿔 가며 앉아 보았다. 대학생이 된 나에게 이제 허락되지 않는 책은 없었다. 마음껏 내가 보고 싶은 책들을 보았는데 주로 한국 문학과 전공 관련 책들이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저 노래를 들었다. 도서관 자료실에서 뭔가를 찾고 있던 중이었다. 들릴 듯 말 듯, 아주 작은 소리로 저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무슨 노래인지 몰라도 정말 좋다 생각하며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가 소리의 츨처를 찾아 여기 저기 둘러보았지만 알 수가 없었다. 아마 도서관 바로 옆 건물인 음대에서 나오는 소리인가 짐작했을 뿐.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자료실에 앉아 있는 날 꼭 오후 5시만 되면 어디선가 저 노래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노래 제목도 궁금하고, 노래가 어디서, 왜 꼭 그 시간만 되면 나오는지도 궁금해하다가 마침내 알게 되었다. 그것은 도서관 자료실 문 닫을 시간을 알리기 위해 매일 5시 5분 전이면 도서관에서 스피커를 통해 내보내는 음악이라는 것을. 
출발점에서 계속 한방향으로 걸어가다보면 그 자리로 돌아오게 되는 구조가 재미있었던 곳, 크리스마스가 가까와오면 2층 로비에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 되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학생들의 소원을 적은 하얀 종이 쪽지가 트리의 가지에 달려지기 시작하고 그 하얀 종이 리본들이 또다른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이 되었던 곳. 

오늘도 이 음악을 듣는다. 비록 종교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만약 신이 있어서, 높은 곳에서 인간들 사는 모습을 내려다본다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다 거기서 거기인 것을... 꼭 그렇게 말씀 하실 것 같다. 어디서 그런 음성이 들리는 것도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 노래를 듣고 있자니 마음이 조용히 가라앉는 것 같기도 하고, 착잡해지는 것도 같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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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9-12-06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쓰고 있는 사이 방문자 수가 50000을 넘어버렸다. 요즘 분위기도 그렇고해서 작은 이벤트도 마련을 못했지만, 별로 도움도 안되고 기운만 쑥 빼놓는 글이나 끄적거려 놓는 이 곳을 들러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꿈꾸는섬 2009-12-06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대단하세요.^^ 방문객이 많을수밖에 없는 서재에요.^^

hnine 2009-12-07 05:45   좋아요 0 | URL
꿈꾸는 섬님, 감사합니다. 꿈꾸는 섬님은 제 서재를 따뜻하게 해주시는 분들 중의 한분이시지요 ^^

비로그인 2009-12-07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세자르 프랑크 의 곡, 잊고 있었는데 여기서 만나네요~
저 또한 이 곡에 대한 추억이 있습니다. 홀을 타고 오르는 따스함을 느꼈던 곡이지요...

hnine 2009-12-07 12:23   좋아요 0 | URL
언젠가 들려주시면 좋겠네요 ^^

같은하늘 2009-12-08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지 정말 엄숙해져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hnine 2009-12-08 18:41   좋아요 0 | URL
이 음악 정말 좋아요. 남자 테너 가수가 부른 것을 주로 들었었는데 저렇게 맑은 소년의 음성으로 들으니 더욱 좋으네요.
 

 

 

 



 

 

 

 

 

  

 

 

 

 

 

 

제가 아이에게 발행하는 칭찬 카드입니다.
이면지를 같은 크기로 잘라서, 집에 있는 스탬프 아무거나 하나 골라 가운데 쾅 찍어주고, 그 위에 제 이름 사인을 해서 만들었습니다. 만들어서 제가 가지고 있다가 아이가 칭찬받을 일을 하면 카드를 한장씩 주고 카드 뒤에 어떤 칭찬받을 일을 했는지 적게 했습니다. 

 

 



 

 

 

 

 

  

 

 

 

 

 

 

이렇게요. 

 

그런데 이런 것도 있네요.  

 



 

 

 

 

 

 

 

 

 

 

 

 

ㅋㅋ 

제가 알고보면 이런 사람이랍니다.  엄마 예쁘다고 했다고 칭찬 카드를 주기도 하는.
나중에 저것 남편이 보면 또 한마디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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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9-11-30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을 표현할 줄 아는 것, 당연히 칭찬 받을 일이지요~

hnine 2009-11-30 22:44   좋아요 0 | URL
좀 유치하지만 같이 아이 키우는 엄마 입장에 계신 분들은 이해하시리라 믿고 올려봤습니다 ^^

상미 2009-11-30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ㅋㅋㅋ귀여워 귀여워,ㅋㅋㅋ 의외의 모습

hnine 2009-11-30 22:36   좋아요 0 | URL
지금 봐도 웃긴데 나중에 내가 더 나이 들고 다린이가 다 크고 난 후에 저 사진 보면 더 웃기지 않을까 해서 사진으로 남겨 놓았어 ^^

무스탕 2009-11-30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세상에서 제일 잘 한 일이에요.
엄마가 이쁘다고 칭찬하는건!!!!
:)

hnine 2009-11-30 23:35   좋아요 0 | URL
마음이 예쁜 엄마가 되어야할텐데, 매일 버럭버럭 소리나 지르는 엄마로서 부끄럽네요 ^^

마노아 2009-11-30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현명한 재치 카드인걸요. 같이 행복해지잖아요.^^

hnine 2009-11-30 23:36   좋아요 0 | URL
정말 아이 키우다 보면 별짓을 다 한답니다 ㅋㅋ
그런데 이런 것 아니면 웃을 일이 뭐 있겠어요...^^

꿈꾸는섬 2009-12-01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또 한 수 배워요.ㅎㅎㅎ
나중에 저도 써 먹을래요.^^

hnine 2009-12-01 01:01   좋아요 0 | URL
ㅋㅋ 저렇게 해서 카드를 10장 모으면 책을 한권씩 사주지요.

카스피 2009-12-01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피캬추 도장이 넘 이쁘네요.근데 일본에서 수입한것 같네요^^

hnine 2009-12-01 17:14   좋아요 0 | URL
남편이 일본 출장 다녀오면서 문구류들을 선물로 사왔는데 그 중에 끼어 있더군요.

순오기 2009-12-01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가 생각났어요.
엄마가 예쁘다고 해서 칭찬 받은 아들~ 나중에 제 여친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하겠죠.
너무 일찍 찬물을 끼얹어버렸나요?ㅋㅋㅋ

hnine 2009-12-01 17:15   좋아요 0 | URL
아니요, 찬물아니라 당연히 각오하고 있는걸요. 그때도 엄마가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하면 그건 좀 문제가 있는것이니까요 ^^

비로그인 2009-12-01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도 포인트제도를 실시중인데 엄마 예쁘다고 하면 가산점을 줘야겠네요.

hnine 2009-12-01 20:36   좋아요 0 | URL
ㅋㅋ manci님도 실시하고 있으시군요. 따님이 4학년이라고 했던가요? 아님 3학년? 이런 제도가 얼마나 더 먹힐지 모르겠어서요 ^^

같은하늘 2009-12-02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한수 배워갑니다.
저희 아이 이제 1학년이니 한참 써먹을 수 있겠는데요.^^

hnine 2009-12-02 07:11   좋아요 0 | URL
아이를 상대하다보니 이런 저런 방법이 다 동원되더군요. 응용 버전도 몇 가지 있어요 ㅋㅋ

같은하늘 2009-12-04 21:03   좋아요 0 | URL
응용버전까지 두수 가르쳐 주시며 안되나요? ㅎㅎ

hnine 2009-12-05 01:07   좋아요 0 | URL
ㅋㅋ 응용버전은요, 아이가 원하는 것 목록 (예, 컴퓨터 게임하기, 책 사기 등등)과 원하지 않는 것 목록 (예, 방 청소, 일주일동안 TV못보기 등등)을 각각 만들어 잘 보이는 곳에 붙쳐 놓고요, 아이가 칭찬받을만한 일을 하면 원하는 목록 중에서 한가지를 할 수 있게 해주고, 야단맞을 만한 일이나 벌 받을만한 일을 했을 때에는 원하지 않는 것 목록에서 한가지를 택해서 실행하게 하는 방법이랍니다. 그러니까 엄마가 일방적으로 어떤 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만든 목록에서 스스로 골라서 시행하게 하는 것이지요. 이것은 제 아이 2학년때 담임 선생님께서 일러주신 방법이어요 ^^

웽스북스 2009-12-06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너무 사랑스럽잖아요. 아이도 hnine님도!
그런데 사인이 너무 예뻐요~

hnine 2009-12-06 17:26   좋아요 0 | URL
유치하단 생각도 조금 들지만, 뭐, 아이랑 지내다 보면 이보다 더 유치한 일도 많으니까요~
사인을 한 펜 색깔이 예뻐서 사인까지 예뻐보였나봅니다 ^^
 

 

초등학교 6학년 겨울 방학때 선물로 라디오를 받았다. 지금처럼 CD 플레이어도 아니고 그냥 책상 위에 올려 놓고 들을 수 있는 조그만 라디오를.
그래도 나만의 라디오였기 때문에 얼마나 애지중지 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때부터 나는 라디오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라디오를 들으며 하루를 마감하는 라디오 키드가 되었다는 것. 새벽 6시의 '안녕하십니까 엄정행 입니다.'부터 시작해서, 심야의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 '밤을 잊은 그대에게', 그리고 '한영애의 영화음악'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라디오를 끼고 살았다. 방학이 되면 오전의 '가정희망음악', '세계의 유행음악', 심지어는 MBC AM 에서 하루에 20분씩 하는 연속 낭독 시리즈 '김자옥의 사랑의 계절'까지 '유치하다, 유치해~' 이러면서 거의 매일 듣곤 했다. 어른들의 사랑얘기가 은근히 재미있었던 것이다. 

방송국에 엽서도 무지하게 많이 보냈다.
아래의 곡은 처음으로 방송국에 신청곡 엽서를 써서 '서울 영등포구 ....에 사시는 ...님의 신청곡입니다.' 라는, 당시 그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신은경 아나운서의 소갯말과 함께 들었던 곡, 거기다가 그 엽서가 뽑혀 음악회 초대권 까지 받아서 당당히 혼자서 세종문화회관에 갈 수 있게 해주었던 곡이었다. 

오늘 새벽에 이 곡을 다시 듣고 있자니, 정말 엊그제 같다. 30년 전이 엊그제 같을 수도 있나보다.  

 

로드리고의 '어느 귀인을 위한 환상곡 2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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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9-11-20 0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라디오 키드~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곡들이 나오면 테이프에 녹음하여 다시 듣곤 했던 시절이 있었지요. 그렇게 녹음한 곡들은 앞에 한 소절을 놓치거나 뒷부분이 광고로 잘리는 일이 종종 있는데도 말이에요. ^^

hnine 2009-11-20 06:05   좋아요 0 | URL
우리 그것 (불법복제 ㅋㅋ) 많이 했지요.
지금도 저는 라디오를 즐겨 듣는 편인데,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몇 개 있어서 제 시간에 못듣고 인터넷 라디오로 다시 듣기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요.

꿈꾸는섬 2009-11-20 0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 다닐때, 직장 다닐땐 간간이 라디오 들었는데 요샌 도통 라디오를 들은 적이 없네요.
근데 사연보내서 당첨도 되고 정말 멋지신데요.

hnine 2009-11-20 15:03   좋아요 0 | URL
사연없이 신청곡만 적어 보냈었어요. 추첨으로 뽑힌 거였지요. 이후로도 종종 음악회 티켓을 받으면서 더 재미가 붙었답니다.

상미 2009-11-20 0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서울시 중구 정동 22번지.
얼마전 정동이 정릉동이었던 내용이 나오는 다큐를 보면서 , 이 주소와 네가 떠올랐단다.ㅋㅋ
<김자옥의 사랑의 계절> ㅋㅋㅋ
난 내가 따로 듣지는 않았는데, 울엄마가 맨날 라디오 틀어놔서,
방학 때 <임국희 여성쌀롱>, <김자옥의 사랑의 계절> 들었지.

hnine 2009-11-20 15:05   좋아요 0 | URL
정동과 정릉동은 다른데 아닌가?
맞아, MBC에선 임국희의 여성쌀롱, 그 시간 KBS에선 황인용 강부자... ㅋㅋ

상미 2009-11-20 18:1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태조의 아내 왕비가 죽고 묘가 지금의 정동에 있었대.능 이름은 정릉이었고.
태종이 자기 엄마가 아닌 이 능을 사대문에서 가까이 두는게 보기 싫으니까,
지금의 정릉에 옮기고 ,릉이 있던 곳은 정동이 된거라고 하더라.

hnine 2009-11-20 21:08   좋아요 0 | URL
아~ 그런것이었구나. 아침에 남편과도 이 얘기 했었는데, 알려줘야겠다.
고마워.

qualia 2009-11-20 0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 님, 이 곡을 듣던 소녀 적 hnine 님의 모습이 상상 속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아마도 그 소녀 눈에는 눈물이 촉촉하게 배어나왔을 것 같아요. 저 곡 6:15쯤부터 그리고 6:47쯤부터 아마 hnine이라는 소녀는 아름다움에 겨워 뭉클, 눈물을 글썽였을 거예요...

정말 아름다운 음악, 감사합니다.

hnine 2009-11-20 15:28   좋아요 0 | URL
곡 제목도 특이하지요? 그래서 더 좋아했던 것 같아요.
밖에 나가서 활동하는 것보다 저렇게 혼자 틀어박혀 할 수 있는 것들에 더 재미를 느꼈어요.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네요 ^^

6:15, 6:47... qualia님다우세요 ^^

하늘바람 2009-11-20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회사고 이어폰이 안되어 못듣지만 집에서 꼭 들어볼게요.
참 아름답고 추억어린 이야기네요. 중구 정동 사셨나봐요^^

hnine 2009-11-20 18:21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점심 시간에 쓰신 페이퍼 읽었어요. 월급을 안 줄리는 없을테니 너무 마음 태우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상식이 안 통하는 세상, 기분은 무척 나쁘지만요.
중구 정동 22번지는 예전의 MBC방송국 주소랍니다 ^^

같은하늘 2009-11-25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예전에 라디오를 끌어안고 살던 시절이 있었는데...
공부할때도 라이오 이어폰을 끼고하면 엄마는 그러고 공부가 되냐고 하셨던...^^
몇 번지까지는 기억안나는데 중구 정동이란 주소 많이 들었어요.ㅎㅎ
 

 

 

지난 10월에 두 군데 미끼를 던졌더랬다. 내 나이에, 해당되는 곳이 한 군데 라도 될까 말까 인데 두 군데 공고를 우연히 한꺼번에 발견하고서는 마치 된 것 마냥 흥분이 되면서도 이런 짓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던 지난 번 일이 생각나서 망설이기도 했었다.  

그리고서 기다리는 며칠 동안 좋았고, 그리고 그 뿐이었다. 헛낚시질 하기를 벌써 몇번 째인지. 뭐 큰 기대를 한 것도 아니고, 꼭 가고 싶었던 곳도 아니니까 뭐, 뭐, 뭐...하면서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한 군데서는 전화가 오기를 이미 이력서에 다 적힌 것들을 다시 물어보면서, 결국 나이가 많다는 이유를 대었다. 그렇지요, 알아요, 안다니까요. 

그리고는 매일 매일 울적한 기분 속에서 지냈다. 가을이 오는지, 낙엽이 지는지, 단풍이 드는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이대로 사는거겠구나, 앞으로 무슨 변화도 기대할 일이 없겠구나, 그냥 이대로, 그냥 이대로 쭈욱. 이런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다.

며칠 전부터 조금씩 기분이 되돌아오기 시작했는데, 그건 내가 그렇게 마음 먹어서도 아니고 그냥 시간이 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는 내게 부족한 그 2%가 무엇일까, 매번 내가 빈 낚싯대 들고 되돌아오게 만드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객관적으로 다시 생각해보았다. 곰곰히.
자기 자신에게 객관적인 잣대를 들이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이 정말 객관적인 분석이었는지는 자신도 모른다. 나중에 세월이 더 지나고나면 알 수 있을지 몰라도. 

길은 하나가 아닐테니까, 가려고 했던 길이 막혔다고, 혹은 가리워져 안 보인다고 해서 걸음을 멈출 수는 없는 것, 사는 건 그런 것 아니겠는가.  그래, 괜찮다, 다 괜찮다. 그동안 들인 시간과 노력과 돈과...아깝지만 다 괜찮기로 하자. 또 다른 길을 찾아봐야지. 이렇게 생각하다가도 마음이 탁 걸리고 마는 순간은, 지금도 새벽마다 나를 위해 기도하시는 엄마가 떠오를 때이다. 그동안 들인 시간과 노력과 돈이라는 것은 순전히 나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그 순간, 가까스로  일으켜 세워지던 내 마음은 다시 무너지고 만다. 

 

11월이구나. 10월과는 느낌부터 다르다. 어디서는 벌써 눈이 내렸다는데, 보통 첫눈은 11월 중순 경에 온다.

겨울과 어울리는 이 영화를 다시 한번 봐야겠다. 

 

 

 

          

 

 (이런 기분인 가운데 알라딘에서 이번 주 마이리뷰에 뽑혀서 적립금이 지급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나 워낙 비경쟁적인 인간이라서 이런 것에 연연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도 너무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정말 눈물 날 정도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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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11-02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번 스스로 잘 추스리고 토닥이고 잘 일어서는 hnine님. 그래도 가끔은 위로가 절실할 때가 있지요. 알라딘의 이주의 마이 리뷰는 적절한 때에 고마운 신호가 되어주었어요. 축하합니다. 날은 추워졌지만, 따뜻한 위로는 곳곳에서 마음을 어루만져줄 거예요...

hnine 2009-11-02 16:2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마노아님...

무스탕 2009-11-02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 닥터 지바고 못봤어요.. 보고싶은 맘은 언제나 있는데 왜 못본건지 모르겠어요.

두 군데 모두 hnine님이랑 인연이 아닌거에요. 좀 더 확실한 인연을 만나기 위한 진행 단계라고 봐요, 전.
오늘 많이 추운데 김 모락모락 나는 맛있는 빵 만드셔서 다린이랑 맛있게 드세요. 배 부르면 다 좋잖아요 ^^
리뷰 당첨도 축하드리고요~

hnine 2009-11-02 19:41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다른 길을 찾아야지요. 저를 위한 길은 다른 곳에 있나봐요.

닥터 지바고는 남편이 좋아하는 영화라서 아예 구입해서 가지고 있더군요. 눈 내린 풍경이 자주 등장해서 겨울과 함께 연상이 되는 것 같아요. 좀 길지만 감동도 길어요. 영화 좋아하시는 무스탕님도 좋아하실거라 생각되네요 ^^

2009-11-02 2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9-11-02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나이를 먹어도 길은 어딨는지를 모르겠는걸까요? 인생은 그걸 찾아 헤메는 과정일 뿐인건지.. 그래도 우리 힘내서 열심히 찾자구요, hnine님. 화이팅이어요!!

hnine 2009-11-03 12:40   좋아요 0 | URL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기도 하고요.
어제 잠 잘때 엄마가 생각할게 있어서 좀 더 있다가 자야하기 때문에 같이 옆에서 못 재워준다니까 아이가 "엄마, 무슨 문제인데 그러세요? 마음이 어서 풀리길 바래요" 이러던데요? ㅋㅋ
알라딘의 여러 친구분들의 말씀이 힘이 참 많이 되네요.
고마와요 manci님.
곧 서울에는 눈이 온다는데, 출근하실 때 가방에 카메라 당분간 넣어다니셔야 하는 것 아닐까요? ^^

상미 2009-11-03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냥 이대로 사는거겠구나, 앞으로 무슨 변화도 기대할 일이 없겠구나,
그냥 이대로, 그냥 이대로 쭈욱

나도 요즘 그런 생각하는데... 슬프게도.

축 쳐진 날엔 어떤 형식으로든 cheer up 될만한 일이 생기면, 정말 눈물겹게 고맙지...

hnine 2009-11-03 12:42   좋아요 0 | URL
너도 그래? 앞으로 변화가 많을 시기엔 불안했고, 변화를 기대할 일이 없는 나이가 되니 허무하고, 그렇네...

순오기 2009-11-04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나도 요즘 심란한 일이 있어 마음이 가라앉았는데 님의 스마일을 보면서 웃었어요.
처진 어깨를 곧추세우는 것도 웃음일거라 생각돼요. 우리 같이 웃어요~~ ^0^

hnine 2009-11-04 12:41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감히 어떤 심란한 일이 있으신지 여쭙지는 못하겠고, 저 혼자 유난떤 것 같아 쑥스러워지네요. 비슷한 상황에도 꿋꿋하게 혼자서 잘 마무리하는 사람도 있는데 말이지요.
네, 힘을 내서, 웃으면서, 남은 하루 잘 만들어갈께요. 감사합니다.

같은하늘 2009-11-04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를 먹어갈수록 후지게 사는것 같은 생각에 슬퍼져요.
계절 탓인지... 우리 함께 기분 업시켜 보아요~~~ 아자~~

hnine 2009-11-04 12:43   좋아요 0 | URL
같은 하늘님, 계절 탓일까요?
지금은 엄마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할 것 같은 아이들이지만 언젠가는 엄마 품을 떠날 것이고, 또 그래야 하고요, 그때 맞닥뜨릴 허무함을 지금 미리 연습하고 준비하려던 심리였나봐요. 그런데 금방 답이 나올 것 같지는 않네요. 시간을 두고 곰곰히 생각해봐야겠어요. 오늘은 또 순오기님과 같은 하늘님 덕분에 기분 내어 나가보렵니다 (지금 막 나가려던 참이었어요.). 감사드려요.

2009-11-04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04 16: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운이의 일기 

  

어제 점심시간, 일찍 도시락을 먹고 운동장에서 미수와 농구 슈팅 연습을 했다. 키가 좀 더 컸더라면 더 잘 할 수 있을텐데. 평소에 나보다 체육을 더 잘하는 편도 아닌 미수가 훨씬 골을 잘 넣는 것을 보니 미수의 큰 키가 부러웠다. 엄마한테 농구 공을 하나 사달래서 집 앞 체육 공우너에 가서 혼자 연습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으며 수돗가로 가는데, 저 앞에 영빈이와 호란이가 함께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둘이 무슨 얘기인가를 나누며 가고 있는데 무척 다정해보였다. 그러고보니 요즘 부쩍 영빈과 호란이 함께 다니는 모습을 자주 본 것 같기도 하다. 모르던 애들은 아니지만 그렇게까지 친한 편도 아니었는데, 같은 반도 아니면서 저렇게 붙어다니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옆에서 얼굴의 땀을 물로 씻고 있는 미수에게 물었다.
"영빈이랑 호란이가 요즘 같이 다니는 걸 자주 보지 않니?"
"걔네 영어 원어민 과외 같이 한다지 아마."
"그래?"
"응, 캐나다에서 오신 선생님인데 강남의 학원에서 유명한 선생님인데 호란이네 엄마가 특별히 부탁해서 일주일에 두번씩 오신대. 영빈이랑 호란이 둘 만 하는 과외래."
"그래서 둘이 친해졌나보구나."
둘이서 학교 끝나고도 일주일에 두번은 함께 공부한단 말에, 그게 무슨 과외였던간에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다. 저러다가 영빈이가 호란이와 아주 친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면서 가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나도 영빈이와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퇴근하신 엄마를 보자마자 말했다.
"엄마, 나도 영어 공부 하고 싶어요."
"갑자기 영어 공부는 왜? 하면 좋지. 하려므나."
공부하겠다는 데 말릴 엄마가 아니다.
"아빠한테 새운이도 영어 공부하고 싶어한다고 말씀드리지 뭐."
"난 영어 말하기 공부를 하고 싶어요, 엄마. 진짜 영어를 하는 원어민 선생님한테 배우는 영어 말하기요. 그래서 제가 다 알아봤어요."
"알아보다니 뭘?"
"작년에 우리 반이었던 영빈이가 아주 잘 가르치시는 선생님에게서 영어 공부를 한대요. 저도 그 선생님한테 배울래요."
"아빠가 영어 선생님인데 굳이 다른 선생님한테 배울 필요가 있니?"
"아빠가 가르쳐주시는 영어는 좀 어렵단말예요. 그건 중학교 올라가면서 하고 지금은 영어말하기부터 할래요. 언니도 아빠한테 중학교 가면서부터 배우기 시작했잖아요."
학교에서 집이 오며 내내 생각했던 것을 엄마에게 쉴틈도 없이 말씀드리고 나자 속이 시원했다.
"아빠한테 상의좀 해보고."
영빈이와 친해질 수 있는 방법으로 내가 선택한 것은 바로 나도 호란이처럼 영빈이와 함께 공부를 하는 것이었다. 아빠께서 꼭 허락을 하셔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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