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되고 나서 이제 더 이상 이 세상에 연령 제한때문에 못 볼 영화란 없다는 것을 알고 쾌재를 불렀다. 더구나 이 무렵 혼자 밥먹고 혼자 영화를 보는 것을 터득하게 되었으니, 아마도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영화보기를 본격적으로 즐기게 된 것이. 지금처럼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볼수 있는 때도 아니었고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그 영화를 상영하고 있는 극장에 가서 보는 것이 대부분인, 지금 생각해보니 불과 내가 대학생때일 적 이야기인데 참 먼 옛날 얘기 같은, 그런 때의 이야기이니까.
누구와 무슨 영화를 보러 언제 갈까, 약속을 정할 필요도 없었다.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틈새 시간을 이용해서 보고 왔다. 학교 주변에도 작은 소극장이 많았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종로까지 몇 분 안 걸렸으니 학교에서도 공강 시간에 나가서 보고 다시 학교로 돌아올 때도 많았다. 그렇게 영화를 보고서는 영화 전단지를 모아두는 습관도 생겼다. 노트 한 권을 정해 그곳에 극장 티켓도 버리지 않고 붙여 놓았었는데 이건 다음에 친정에 가면 어디 구석에 아직도 박혀 있는지 찾아보아야겠다.   

 -영국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던 시기.  인터넷은 물론 방에 TV도 없던 나는 시간 있을 때마다 걸어서 갈 정도 거리의 영화관에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일을 하다가 중간에 비는 시간이 좀 길어질라치면 어느 새 학교를 빠져나가 영화관으로 가고 있었다. 3년 반 동안 일주일에 한편 정도는 너끈히  보았으리라. 혼자 갈 때도 있었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때로는 친구와 갈 때도 있었는데 혼자 지내는 생활이 외로왔기 때문인지 이 시기에는 누구와 함께, 특히 맹숭맹숭 동료 보다는 마음이 맞는 친구와 함께 갈 때가 제일 좋았다.  

-아이를 가지면서 영화와는 어쩔 수 없이 잠시 결별 상태로 들어가게 되었다. 일단 시끄러운 소리가 뱃속의 아이에게 전달되는 것이 안좋을 것 같다는 남편의 의견에 나도 어느 정도 동의했고, 그 시기가 나에게는 영화는 언감생심일 정도로 분주한 생활을 하던 시기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이를 낳고 어느 정도 자라서 극장 출입이 가능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영화 선택에 있어서 내 취향, 그런 것은 99% 무시, 아이가 볼 만한 영화 쪽으로 선택해야 했고 지금도 계속 그러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나의 영화보기 자체에 대한 의욕도 사그라든 것인지, 아니면 요즘 워낙 충격적이고 혼란스런 영화들이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인지, 예전에 내가 영화를 보면서 누리던 휴식과 정신적인 위안을 얻기가 힘들다고 결론, 영화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내가 그동안 영화에서 얻고자 했던 것이 휴식과 위안이었다고 해서 단순,  말초적인 만족감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생각 거리를 던져 주고, 감동도 주는, 내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영화들이 좋았는데, 차츰 그런 영화들 보다는 좋게 말하면 너무 버거운 생각 거리랄까, 아니, 생각 거리라기 보다는 혼란 거리를 더해 주는 영화, 속도감과 재미, 발상은 뛰어날지 모르나 '감동'을 주지는 않는 영화들을 굳이 시간을 쪼개서 찾아가  봐야 하나 하는 회의감이 들어 시큰둥 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다. 

-며칠 전 우연히 어느 분의 서재에서 영화를 보는 이유에 대한, 그동안 나의 생각을 바꿔 놓은 한 줄의 글을 보았다. 나의 영화보는 취미는 다시 바뀔 것인가? 

 

다음은 최근에 본 영화 세편이다.

<내니 맥피 2>는 엠마 톰슨이 제작하여 올해 초 영국에서 개봉한 영화이다. 시대 배경이 2차세계대전 무렵, 장소는 영국의 시골 마을이다. 영화 대사로 보나 시각적으로 보나 이야기 자체로 보나, 영국 영화 티가 제대로 나는 영화이다. 억지 설정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요즘 만들어지는 다른 영화들에서 보는 억지 설정과는 좀 다른, 충분히 훈훈하게 봐줄 수 있는 귀여운 억지랄까? 아이도 나도 재미있게 보고 왔다.

지난 번에 <카모메 식당>을 보았다고 했더니 stella님께서 <안경>도 한번 보라고 추천해주셔서 본, 같은 감독의 영화 <안경>. 그러니까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이 만든 영화를 만든 순서대로 세 편을 본 셈이다. <요시노 이발관> --> <카모메 식당> --> <안경>  이 감독에 대해 없던 관심이 마구 생겼다. 요즘 시대에 이렇게 자기 만의 색깔을 가지고 그것을 지켜가며 꾸준히 작품을 해나간다는 것 자체가 참 돋보이지 않는가? 더구나 간단한 제목으로 상징하는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자 더 그랬다. 마지막 부분에 주인공이, 자기에게 없어서 안될 분신 같은 물건 중의 하나인 안경을 두고 온 것을 알고 낭패스런 표졍을 하다가 할 수 없다는 듯이 안경 없이 가던 길을 계속 가는 장면, 감독이 무엇을 말하려고 했구나 발견하면서 나는 나름대로 포인트를 찾았다고나 할까. 

어제 밤에 본 프랑스 영화 <8명의 여인들>도 꽤 괜찮았다. 예전부터 보고 싶었다가 드디어 보게 된 영화. 재미있고 없고를 떠나서 아무튼 프랑스 영화는 어딘가 달라. 이 다름을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영화에 대해 많은 지식이 없는 나는 그 차이점을 뭐라고 규명해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보았다면 한참을 영화 얘기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영화였다.  8명의 여자들을 하나의  이야기 속으로 엮어 들어가게 하는 구성력이 수준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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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08-28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젊었을 때 한때 좋다고 영화 많이 본 것 같은 데 어느 때가 되면 시들해요.
그래도 나인님은 그 나이에 저 보다 더 열심히 본 것 같네요.
내 친구는 임신했을 때 노래방을 안 가던데. 아무래도 마이크의 웅웅거리는 소리가 태아한테는 몇 배나 더 크게 들릴 거라고 해서...
<안경>영화 좋지요?
저도 유럽 영화가 좋아지더라구요. 허리우드 스탈이 싫어지니 말입니다.
<8명의 여인들> 아직도 못 본 영화내요. 역으로 나인님께 소개 받습니다. 함 보도록하죠.^^

hnine 2010-08-28 13:58   좋아요 0 | URL
<안경>과 같은 류의 영화는 보면 이제 이 감독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자기의 분명한 특색을 구축한 것 같아요. 제가 안본 다른 영화가 더 있나 찾아봐야겠어요. 거기에도 또 같은 등장 인물이 나올까요? ^^
<8명의 여인들>도 꽤 독특한 영화더군요. stella님은 어떻게 보실지 궁금해요.

비로그인 2010-08-28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경> 그렇지 않아도 맨날 본다 본다 하면서 잊고 있었는데 오늘 다시 기억에서 꺼내게 되었습니다. ^^

일본영화는 별로 감정이입이 되질 않아 기피하는 편인데 이 영화는 왠지 제가 괜찮게 본 몇 몇의 일본영화와 느낌이 비슷할 것 같습니다.

ㅋ 그나저나 다시 사진이 예전 그림으로 돌아왔네요 ㅎ 볼때마다 정겹습니다 ~

hnine 2010-08-28 22:59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도 저 영화 알고 계시군요. 저도 다른 일본 영화는 많이 보질 못했어요. 저는 일본 소설이 그래요. 감정이입이 잘 안되더라고요.
이 노란 스마일 귀엽죠? ^^

양철나무꾼 2010-08-29 0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혼자 밥먹고 혼자 영화보는 거...못해요.
혼자 쇼핑은 잘해요,불끈~!!!
어~칸딘스키가 바뀌었네요.
아웅~ㅠ.ㅠ

hnine 2010-08-29 06:02   좋아요 0 | URL
혼자 밥먹고 혼자 영화보는 것, 처음부터 아무렇지도 않게 잘 되는 사람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날 내가 왜 다른 사람 눈 때문에 배가 고파야하지? 이런 생각이 들어 그냥 식당에 들어가 밥을 시켜 먹었어요. 대학교 1학년 겨울 방학때 일이지요.
칸딘스키는 언젠가 또 나올겁니다~ ^^

2010-08-29 1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30 0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30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pjy 2010-08-29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첨부터 아무렇지도 않게 혼자댕겨서 애들한테 지탄받았던 거 있어요~
혼자서 불쑥 화장실가기ㅋ 다들 왜그렇게 손 붙잡고, 이해할 수 없는 한칸에 두명씩 들어가기~ 좁기도 하지만 뭔가 어색하지 않아요? 그공간에 둘이서??
초딩시절부터 이랬던 아이니 밥이나 영화를 혼자서도 잘 즐기는건 어쩌면 당연한거죠^^;

hnine 2010-08-29 22:13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그게 초등학교 시절부터의 이야기군요? 용감하고 씩씩한 캔디가 연상되는 pjy님. '혼자서만'이 아니라 '혼자서도' 잘 즐기는 건, 전 바람직하다고 보는데요? ^^
 

 

 

 

 

 

 

 따르릉~ 

"여보세요?"
"혹시 xx 따님 되나요?"
"네, 그런데요?"
"아, 나는 zz 라고 하는데요, 아버지께 음반 선물을 하나 하려고 하는데 혹시 집에 이미 갖고 계신가 해서요. 아버지께는 비밀로 하고 집에 가지고 계신지 한번 찾아봐줄래요?" 
...... 

"찾아봤는데 그 음반은 없어요."
"아, 그래요? 그러면 이것으로 해도 되겠네요. 고마와요. 아버지껜 비밀이예요."
"네~"  

내가 중학생일때 일이다.

바로 그 음반이 위의 곡이 실린 Bonnie Tyler의 음반이었다. 
나중에, 협조해주어 고맙다며 당시 나로서는 처음 구경해보는 청초한 꽃 그림 편지지 세트 ('성바오로 출판사' 라고 찍혀 있었다)를, 나를 위한 선물로 따로 건네받기도 했다. 

그 이후로 저 음반은 아마 음반의 주인인 아버지보다 내가 훨씬 더 많이 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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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곡만큼은 듣지 말았어야 했거늘..
    from 말의 양심 2010-08-30 00:17 
    내가...내가 어쩌자구 한번두 안가던 하이네님 서재를 갔단 말인가..  내가...내가 어쩌자구 그 밑에 밑에 있는 이 곡을 클릭했냔 말인가..어쩌자구!  아, 내 자신이 원망스럽다...  하이네님이 사연이 있는 음악...이라고 걸어두신..이 곡을 난 듣지 말아야 했다..정말로!  알았으면 피해갔을 것을~  아..ㅠㅠ  계속 눈물이 쏟아진다...어쩌자구 내가 이 음악을 클릭했을까..어쩌자구.
 
 
비로그인 2010-08-30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무님의 서재에서 이 곡을 듣고는...두분 사연의 궁금증이 증폭되는 걸 막기 어려워...
냅다 달려왔슴돠.
바람결님 서재에서 늘 뵈었었죠.
반가워요^^

hnine 2010-08-30 16:3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마기님.
저의 사연은 위에 적어두었는데 야무님의 사연은 비밀이래요~ ^^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요일이었던 어제, 오랜만에 아이 손을 잡고 집에서 가까운 엑스포과학공원엘 갔다.
행사가 열리고 있어 평소보다는 사람들이 꽤 있었고 체험 행사를 하는 여러 부스를 우리는 그냥 한번 쭉 둘러보기만 했다.

오래 전, 심심하던 주말에 나는 혼자 어슬렁 어슬렁 하이스트릿 거리를 걷곤 했다. 꽃을 파는 곳에 가면 사고 싶은 꽃이 너무나 많았다. 집으로 돌아올 때 내 손에는 저 튜율립 한 송이가 들려있곤 했다. 딱 한 송이. 방에 돌아와 병에 꽂아놓고 보고 있으면 무슨 호사를 누리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때 생각이 나서 찍어본 사진이다. 위의 사진의 튜울립들은 마치 곧 하늘로 훨훨 날아갈 준비를 하고 하늘을 향하고 있는 것 같았다. 

힘들게 힘들게 또 이 봄이 가고 있다. 우리 식구들 중 추위 안타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하던 내가, 아직도 내복을 입고, 새벽에 일어나면 전기 난로부터 키고 있다.  

튜율립을 보고도 앉아서 울고 싶었다. 아이와 손붙잡고 소리 내어 웃으면서도 사실은 울고 싶었다.
힘들게 힘들게.
하지만 쓰러지지는 않으리라. 난 나이고, 엄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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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0-04-27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얀빛이 너무 고와서 어찌할까요?
얼핏보면 백합으로 착각할 정도네요...
튤립은 빨간색과 노란색만 있는줄 알았다는...

hnine 2010-04-27 00:55   좋아요 0 | URL
같은하늘님, 사진만 우선 올려놓고 글도 써넣기 전에 들러주시고 댓글을 남겨주셨네요. 고맙습니다. 말씀 듣고 보니 정말 백합같기도 해요. 곱지요.
고운 꽃 보면서 고운 생각을 해야하는데...그쵸? ^^

프레이야 2010-04-27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눈부셔요.
정말 하늘 향해 활짝 얼굴을 펴고 있네요.
하얀 튤립은 처음 봐요, 저도.
정말 올봄은 왜 이리 힘든지.. 님도 힘내세요!!

hnine 2010-04-27 07:00   좋아요 0 | URL
하얀 튤립이 흔하지 않군요. 저는 여기 저기서 그래도 많이 본 것 같은데요.
보라색 튤립도 본적 있어요 ^^

세실 2010-04-27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지면 부서질듯한 하이얀 튜울립이네요. 언뜻 촛불 같기도 합니다.
참 예뻐요.
그렇게 힘들게 힘들게 봄은 가나 봅니다.

hnine 2010-04-27 16:27   좋아요 0 | URL
즐겁고 행복하라고, 감사하라고 내려주신 계절에, 이렇게 징징거리고 있으니 참...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아보자고 지금도 매 한시간 간격으로 결심하고 있긴 합니다 ^^
흰색은 참 오묘한 색이어요.

카스피 2010-04-27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이 참 예쁘네요.근데 엑스포 공원이라면 대전 둔산동 쪽에 살고 계시나봐요

hnine 2010-04-27 16:28   좋아요 0 | URL
엑스포 공원은 도룡동 이라는 곳에 있지요. 저희 집은 거기서 아주 가깝고요.
꽃 구경을 하자면 아마 지금쯤 대전동물원의 오월드 라는 곳에 가면 아마 장관일텐데 저희 집에서 좀 멀어서요.

2010-04-27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7 16: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7 17: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7 2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8 1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04-28 17:57   좋아요 0 | URL
저야 집에서 가까우니까 그야말로 집앞 공원 가는 기분으로 종종 들르는 곳인데, 자주 가서 그런지 특별히 재미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이 날은 기분 전환겸 아이랑 가서 인체특별전 보고 꽃 사진 몇장 찍고 왔지요. 대전동물원의 오 월드 안가보셨으면 한번 가보세요. 좀 멀기는 하지만요.

꿈꾸는섬 2010-04-29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하얀 튤립은 처음 보는 것 같아요. 너무 예뻐요.^^

hnine 2010-04-30 13:58   좋아요 0 | URL
흰색이 빛의 반사가 제일 많은 색이라서 그런지 정말 눈이 부신 것 같았어요.

비로그인 2010-04-30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들게 힘들게..

그래도 좋아지실 것 같습니다. hnine님..^^

hnine 2010-05-08 09:05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바람결처럼 다녀가셨군요.
그래도 좋아질것 같다는 말씀이 왜 이리 기분 좋은지요.
 


지난 주 일요일, 오랜만에 갑사를 찾았다.
'갑사'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것이 그렇듯이 오랜만에 할머니댁을 찾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느 사찰이든지, 그 사찰에 대한 인상은 거기까지 가는 길에서 정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갑사 가는 길도 참 좋았다. 

그곳의 꽃들을 담아온 사진 몇장. 

 



 

 

 

 

 

 

 

 

 

 

  



 

 

 

 

 

 

 

 

  

 

 

 

 

 

 

 

 

 

 

 

 

 

 

 

 

 

 

 

 

 

 

돌틈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저 제비꽃, 예쁘기만 하건만,
왜 갑자기 울컥 눈물이 나려고 하느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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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04-17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번째 사진이 너무 맘에 들어 컴퓨터에 저장을 했는데 커서를 내려보니 아래 사진도 오래오래 눈길을 끌어요. 울컥 눈물이 나신다 하니 저도 막 짠해져요...

hnine 2010-04-17 10:11   좋아요 0 | URL
갑사는 저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아서 더 자주 갈 수 있었는데 그러질 못했어요.
현호색, 벚꽃, 수선화, 제비꽃...모두 봄의 전령사 같은 꽃들인데, 저렇게 돌 틈으로 머리를 내밀고 세상을 향해 웃는 제비꽃을 보니, 여린 듯 강하다는 말이 생각나기도 하더군요.

2010-04-17 0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7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0-04-17 0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벚꽃 말고는 모두 낮은 곳에 피어난 꽃들이네요.
노란 수선화, 보라빛 제비꽃..
울컥, 고 작고 여린 것들을..

hnine 2010-04-17 10:18   좋아요 0 | URL
예, 현호색이나 제비꽃은 고개를 낮추어야 보이는 꽃들이지요.
해마다 어김없이 때를 맞춰 피는 꽃들을 보면, 저도 저의 본분을 묵묵히 다 해야하지 않겠나, 뭐,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세실 2010-04-17 0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비꽃 보면 저도 울컥해요. 가끔 점심 먹고 산책길에 발 아래에 자그마하게 보이는 보랏빛 제비꽃. 유난히 작은 크기라 남의 발에 밟히면 어쩌나 걱정도 되고, 괜히 안쓰럽네요.

hnine 2010-04-17 10:20   좋아요 0 | URL
곧 진달래와 철쭉, 이어서 장미의 화려한 색깔에 가려질까, 남들보다 부지런히 피어서 사람들이 봐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요.
제비꽃 노래도 생각나지요? ^^

무스탕 2010-04-17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엄마랑 병원가느라 나섰더니 울 아파트 단지랑 길가에 벚꽃이 다 폈더라구요!!
전 올해 울 동네는 벚꽃 안피고 그냥 지나가는줄 알았지 뭐에요? -_-
아.. 정말 봄이 왔나봐요~~

hnine 2010-04-17 10:22   좋아요 0 | URL
어머니께서 어디 편찮으신가요?
벚꽃은 피어있는 모습도 예쁘고, 바람불어 흩날릴 때도 예뻐요.
그러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많이 불고 난 다음 날 보면, 몇 개 안남고 다 떨어져있더군요.
저희 동네에도 이제 목련은 갈색으로 변해가고 벚꽃 잔치가 시작되려고 해요.

무스탕 2010-04-18 22:33   좋아요 0 | URL
3년전에 수술한 부위가 가끔 아프시대요. 작년엔 무려 재수술을 했다지요 -_-
올해도 큰일 치룰까봐 초기에 병원에 달려간거에요.
엑스레이 찍고 초음파 찍고 피검사 하고 다행히 이상없다는 결과 들었어요.
어휴.. 십년감수했어요..

울 아파트 앞에 자목련은 이제 피어나려고 봉오리가 잔뜩 부풀어 올라 있어요 :)

hnine 2010-04-19 14:02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군요. 재수술까지 하셨었다면 정말 계속 신경 써서 살펴보셔야되겠어요. 모시고 병원에 잘 다녀오셨네요. 이상없다는 결과를 들으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꿈꾸는섬 2010-04-19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꽃이 절경이에요. 절 구경가고 싶어요.^^

hnine 2010-04-19 23:48   좋아요 0 | URL
이제 곧 진달래, 라일락, 철쭉, 그리고 이어서 여름 장미까지, 꽃들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어요 ^^

같은하늘 2010-04-20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정말 멋지네요. 갑사는 말만 들었지 가보지 못했네요. 하긴 서울,경기를 거의 벗어나 본 적이 없으니...ㅜㅜ

hnine 2010-04-20 05:08   좋아요 0 | URL
갑사는 저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요. 서울, 경기 부근에도 좋은 곳 많으니 나들이 한번 다녀오셔요.

2010-04-28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04-30 13:56   좋아요 0 | URL
신원사는 저도 아직 못가봤네요.
인적이 드문 절에 혼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는데, 그리고 결혼 전에는 가끔 그게 가능했었는데, 이제는 절도 갈때마다 늘 북적거려요. 이 날도 절 올리는데 간신히 자리를 비집고 해야했어요.
요즘 날씨가 참 드라마틱하지요?
우리 모두 감기 조심! ^^
 

  

요즘 대학생들은 학교에서 주는 학생 수첩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개인적으로 다이어리모양의 수첩을 사서 쓰는 편을 책한다고 하는데 내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에는 누구나 다 학교에서 주는 학생수첩을 썼었다. 날짜 옆에 학사 일정이 표시되어 있고, 학교내 구내전화 번호가 나와 있고, 학교 기구 리스트가 안내되어 있고, 아무튼 학생 수첩을 쓰는 것이 편했기 때문인지 주위에 따로 다이어리를 사서 쓰는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대학때 쓰던 학생 수첩을 한번 들춰 보았다.
1985년 3월, 대학에 막 입학한 해.  

시간표를 보니까 1학년 시간표답게 국어, 영어, 체육 등등, 꼭 고등학교 시간표 같다.



 

 

 

 

 

  

 

수첩 뒤에 나와있는 당시 지하철 노선도.
3호선까지밖에 없네. 그런데도 가끔 헤매면서 다녔으니...ㅋㅋ



 

 

 

 

 

  

 

각각 다른 대학교로 진학을 한 고등학교 친구 네명이 모여 책을 정해서 읽고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 책에 대한 느낌을 얘기하는 모임을 했었는데 그때 읽기로 한 책의 리스트인것 같다. 
위에 만나는 시간과 장소가 ...



 

 

 

 

 

  

 

25년전 오늘인 1985년 3월 12일에는 미분적분학 limit증명문제 숙제가 있었단다 ㅋㅋ



 

 

 

 

 

 

 

 

혼자 킥킥거리며 먼지속의 흔적을 펼쳐보는, 여유만만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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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03-12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순간을 위해서라도 꼭 기록하고 보관해야 해요.^^

hnine 2010-03-12 10:38   좋아요 0 | URL
그 순간엔 귀찮고 그냥 그대로도 기억에 남을 것 같지만 의외로 금방 잊어버리게 되더라고요. 기록이 중요한 것은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요.

상미 2010-03-12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리 기억엔 15년전이지만, 1985년은 25년전이란다...
친정에 가면 내 대학 때 흔적들이 아직도 있지.
그래서 엄마가 이사 가시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지도.

hnine 2010-03-12 10:37   좋아요 0 | URL
ㅋㅋ 15년이라고 써놓고도 아무렇지도 않았을 정도로 일단 10년 이상 지난 일은 15년이나 25년이나 과거라는 시간대로 비슷하게 여겨지는 모양이야.
알려줘서 얼른 수정했다. 고마와 ^^

무스탕 2010-03-12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무슨 대학1년생 글씨가 저렇게 어른스러워요?

hnine 2010-03-12 12:32   좋아요 0 | URL
제 글씨체는 수시로 바뀌어서 좀 어른스럽게 흘려 쓸 때도 있고 귀여운 척 동글동글하게 쓸 때도 있고, 그랬어요 ^^

stella.K 2010-03-12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걸 아직도 가지고 계시다니...!
참 아득합니다.
그 시절 4호선도 있었던 것 같은데.ㅜ

hnine 2010-03-12 12:24   좋아요 0 | URL
노래 가사도 많이 적혀 있고, 시험 공부를 열심히 하자는 다짐의 글도 있고, 진짜 웃겨요.
저 수첩이 1학년때 것이니까 4호선은 좀 더 후에 개통이 되었나보네요.

하늘바람 2010-03-12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다 버려서 없네요.
대단하세요. 역시 보관과 관리의 흔적.
이제라도 열심히 저도 보관을~
그런데 글씨 넘 잘쓰시는듯해요

hnine 2010-03-12 12:33   좋아요 0 | URL
앞으로기록할꺼리가 많으실테니 이제부터라도 잘 보관하시면 되지요.
요즘은 저도 수첩보다는 책상 위 캘린더에다가 일정을 적어놓기 때문에 몇년 전 부터는 해가 바뀌어도 그 캘린더는 버리지 않고 모아둔답니다. 거기에 저의 하루 하루가 다 드러나있거든요.

카스피 2010-03-12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85학번이시네요.정말 머나먼 옛날 이갸기 같네요.hnine님처럼 기록하기 좋아하시는 분들은 10년일기나 혹은 100년일기를 사셔서 써보시는것이 어떨까요^^

hnine 2010-03-12 17:21   좋아요 0 | URL
예, 85학번입니다 ^^ 그때는 82학번 4학년 선배들도 한참 위라고 생각되었는데, 요즘 학생들에게 85라는 숫자는 너무나 까마득하겠지요?

숟가락 2010-03-13 0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백사진이 글과 잘 어울려요.^^ 생각해 보니 저도 학생수첩은 받아 놓기만 하고 늘 다른 수첩을 썼던 기억이네요. 지금은 성당에서 받은 수첩을 쓰고 있답니다. 10년, 20년이 지난 후에 수첩을 들춰 보면 hnine님처럼 여유만만하게 웃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당~

hnine 2010-03-13 07:26   좋아요 0 | URL
웃음도 나오고 그 당시에도 크고 작은 고민 거리들을 안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여러 가지 감정이 복합되었답니다. 자그마치 25년 전이라는 사실에 한숨 쉬게도 만들고요 ^^

프레이야 2010-03-13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노트를 갖고 계시군요. 참 꼼꼼해보여요.
필체도 멋지구요. 전 저런 노트는 없고 대학생 때 썼던 일기노트를
아직 갖고있어요. 드문드문 쓴 거지만요.^^

hnine 2010-03-13 09:49   좋아요 0 | URL
노트 아니고 학교에서 나눠준 수첩이어요. 전교생 똑같은 모양의...ㅋㅋ
프레이야님의 일기노트, 그럼 일종의 일기장 아닌가요? 그거야말로 보물급이겠는걸요 ^^

순오기 2010-03-13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해요~ ^^
내것도 몇 개는 보관하고 있지만, 아이들 것을 버리지 않고 모두 모아두고 있어요.
저도 탁상달력에 적어두는 정도라 탁상달력은 버리지 않고 보관하지요. ^^

hnine 2010-03-13 17:34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도 탁상달력에 적어놓으시는군요. 개인적인 일정, 가족 일정, 생각할 것들이 겹치다 보니 수첩 같은 곳엔 불안하고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적어놓아야하지요 ^^ 더 이상 저만의 비밀 스케쥴은 없어지고 있다는...흑

비로그인 2010-03-13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육시간도 있네요 +_+..

근데 수요일에는 점심을 어떻게 드셨을까요? ㅎ 체육시간이 있어서 배고프셨을텐데..^^
하루 잘 보내시고 있지요? hnine님 ~

hnine 2010-03-13 19:57   좋아요 0 | URL
체육시간, 제가 제일 싫어하던 시간, 1학기에 C, 2학기에도 C~ ^^
1학년 필수 과목 중의 하나였는데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네요.
오늘 하루도 거의 다 갔네요. 좀 있다가 차분히 앉아서 책 펴들 시간이 되면 오늘 올리신 음악 들으러 갈겁니다 ^^

2010-03-16 0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6 0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