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 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 나태주 <행복>-
엄마, 제가 가까이 두고 가끔 새겨보는 시랍니다.
나 태주라는 이 시인께서도 초등학교에서 오랫동안 가르치시는 일을 하셨고요,
어려운 말 안쓰고도, 길지 않으면서도, 절제된 언어로 마음에 울림을 주는 따뜻한 시을 여러 편 쓰셨어요.
시인이 위에서 말한 세가지를 저는 다 가지고 있네요!
엄마는요??
아빠의 빈자리를 몸으로, 마음으로, 매순간 견뎌내시느라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엄마.
그옛날 어린 나의 투정이나 어리광을 받아주시기보다는 따끔하게 일침을 놓으시며 꿋꿋하게 자립적으로 일을 해나가라고 말씀하시던 엄마였다.
지금은 입장이 바뀐 것 같은 기분이다. 몸 여기도 아프고 저기도 아프고, 아무 것도 못하겠고, 아무 것도 하기 싫으시단다.
전화드리면 한시간이 훌쩍 간다. 엄마의 하소연을 다 들어드리다보면.
내가 엄마를 위해 하는 일이란 고작 그게 전부이다. 잘 들어드리는 일.
모자란 나는 사실 그것도 쉽지 않다. 내 의견 앞세우지 않고, 빈 마음으로 열심히 들어드리는 일.
방금
손수레가
지나간 자리
바퀴에 밟힌 들풀이
파득파득
구겨진 잎을 편다
- 권영상 <들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