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함께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카테고리입니다. 이 카테고리에 글쓰기

 

 

 

 

 

 

 

 

 

 

 

 

 

 

 

 

 

 

 

 

 

 

 

 

 

 

 

 

 

 

 

 

 

 

 

산비알 흙이

노랗게 말라 있다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 푸석푸석 들떠 있다

 

저 밭의 마른 겉흙이

올봄 갈아엎어져 속흙이 되는 동안

낯을 주고 익힌 환한 기억

땅속에서 조금씩

잊는 동안

 

축축한 너를,

캄캄한 너를,

나는 사랑이라고 불러야 하나

슬픔이라고 불러야 하나

 

 

 

= 고영민 시 <내가 갈아엎기 전의 봄 흙에게> 전문 =

 

 

 

 

 

 

(흙을 갈아엎는 일을 두고 이런 여릿하고 따뜻한 생각을 할수 있다는 것도 감동적인데,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이렇게 글자로 형상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부럽기 그지없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18-02-24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씨가 편안하고 읽기 좋은 느낌이예요.^^
hnine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hnine 2018-02-25 07:36   좋아요 1 | URL
언젠가 고영민 시인의 시를 올렸더니 아는 분이라시며 댓글을 달아주셨던 알라디너분 생각이 나네요. 지금은 뜸하셔서 더 생각이 나요.
시인들은 보통 사람들이 갖고 있지 않은 눈이 또 하나 있는 것 같아요.
 

 

 

 

 

 

 

 

 

 

사흘 밤낮 꼬박 시를 쓰고 나서야 밥솥에 쌀을 안치고

김 모락모락 나는 밥솥을 바라보았다는 시인의 후기를 밥보다 먼저 떠 넣는다.

절망 없이 시를 만나고 눈물없는 연애를 꿈꾸고 기도 없이 천국에 이르려는 자의 얼굴이 호마이카 밥상에 비친다.

허기 없이 밥 먹은 지 사십 년 가까우니 나는 수십 마지기 논 하나 삼켜버린 셈이다.

앉은뱅이 밥상아, 아무래도 나는 잘못 살아왔다. 네 앞에서 끼니때마다 무릎 꿇는 게 아니었다.

가뭄 든 논바닥보다 더 가리가리 속을 쩍쩍 가르고서야 너를 만나야겠다.

안 되면 쟁기질로 생땅이라도 갈아엎고서 네 앞에 앉아야겠다.

우리 다시 생각해 봐 잠시 헤어져서 지내봐 … 간절함도 없이 너무 오래 사랑했잖아, 우리.

 

 

= 김해민 시 <절교선언> 전문 =

 

 

 

 

( 더 딱 달라붙기 위해 하는 절교선언이구나.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18-02-22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트가 알라딘 다이어리 데일리 네요. 처음에는 줄 노트에 쓰신 줄 알았어요. 저도 이렇게 글씨를 잘 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hnine님 좋은하루되세요.^^

hnine 2018-02-23 06:41   좋아요 1 | URL
쓰지 않은 해 지난 다이어리가 몇권 남아있어서 써보았어요.
음식을 꼭꼭 씹어 먹듯이, 꼭꼭 새기고 싶은 글은 입 대신 손으로 꼭꼭 눌러써보고 싶어져서요.
글씨는 써니데이님이 저보다 훨~씬 예쁘게 쓰십니다 ^^
 

 

 

 

 

 

 

 

 

 

 

 

 

강렬하고 독설같은 느낌의 시가 어디 최영미 시뿐이랴마는

어쩐지 그녀의 시는

그 독설이 독설로만 읽히지 않고

그동안 표현되지 못하고 가슴 한 구석에 숨어있던 어떤 감정을

있는지조차 의식 못하고 있던  내 감정을

시인이라는 그녀의 눈부신 능력은

이렇게 시로 구체화시켜 놓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했다.

 

위의 책들은 그동안 직접 구입해서 읽은 최영미시인의 시집과 산문집이지만

구입하지 않은 그녀의 다른 책들도 (잘 알려지지 않은 소설까지)

도서관에서 빌려서 다 읽어왔다고 생각한다.

 

2005년 11월에 출판된 시집 <돼지들에게>를 그해 12월에 구입하여 읽었는데

시집에 수록된 시들이

첫 페이지의 시 <돼지들에게>를 포함해서

포괄적 대상이라기보다

어떤 구체적 대상을 비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돼지, 여우, 진주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누구를) 가리킬까

생각하며 읽게 만들었다.

지금 읽었다면 담박에 알았을텐데.

 

 

 

 

 

언젠가 몹시 피곤한 오후,

돼지에게 진주를 준 적이 있다.

 

좋아라 날뛰며 그는 다른 돼지들에게 뛰어가

진주가 내 것이 되었다고 자랑했다.

하나 그건 금이 간 진주.

그는 모른다.

내 서랍 속엔 더 맑고 흠 없는 진주가 잠자고 있으니

 

(중략)

 

그가 가진 건

시장에 내다 팔지도 못할 못난이 진주.

철없는 아이들의 장난감으로나 쓰이라지.

떠들기 좋아하는 돼지들의 술안주로나 씹히라지.

 

(중략)

 

나의 소중한 보물을 지키기 위해 나는 피 흘리며 싸웠다.

때로 싸우고 때로 타협했다.

두 개를 달라면 하나만 주고,

속이 빈 가짜 진주목걸이로 그를 속였다.

그래도 그들은 돌아가지 않았다.

 

나는 도망쳤다.

나는 멀리, 그들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도망갔다.

친구에게 빌린 돈으로 기차를 타고 배에 올랐다.

그들이 보낸 편지를 찢고 전화를 끊었다.

그래도 그 탐욕스런 돼지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긴 여행에서 돌아온

나는 늙고 병들어, 자리에서 일어날 힘도 없는데

그들은 내게 진주를 달라고

마지막으로 제발 한 번만 달라고 ......

 

 

 

= 최영미, 시 <돼지들에게> 일부 발췌 =

 

 

 

 

 

13년이 지난 지금

 

바뀐게 없는 지금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tella.K 2018-02-10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부지런히 읽으셨군요.
저는 그 유명하다던 <서른 살 잔치...>도 읽지 못했어요.ㅠ

hnine 2018-02-10 20:52   좋아요 0 | URL
제가 편집증 증세가 좀 있나봐요. 한번 마음에 들어오면 그 사람 것은 다 찾아 읽어야 직성이 풀리거든요 ^^
최영미 시인에 대해서는 할말이 많지요. 위에 <시대의 우울>이라는 산문집은 아마 스무번도 더 읽었을거예요.
stella님도 그렇게 애정하는 작가가 있지 않으세요? ^^

stella.K 2018-02-11 19:37   좋아요 0 | URL
와우, 20번?! 대단하심다.
다 꿰고 계시겠내요.
없는 건 아니지만 두 번 이상 읽는 경우는 많지 않죠.
애정한다고 해도 꼭 그 작가의 책을 전작하게 되지도 않고.
김훈이나 신영복님 같은 분은 애정하죠.

아, 알라딘엔 독서 고수들이 넘 많아 저 자신 부끄러워질 때가 많습니다.
h님은 그중 숨은 고수십니다.
존경함다.ㅠ^^

hnine 2018-02-11 23:21   좋아요 1 | URL
스무번도 더 읽은 이유가 뭐냐하면요, 그때 제가 국외에 있었는데 한국말로 쓰여진 책은 딱 그 책 한권 가져갔거든요. 그래서 한국말 책이 그리우면 그 책만 줄기차게 읽는 수 밖에 없었답니다. 물론 책 내용이 좋게도 했고요. ^^
 

 

"4월은 잔인한 달"

 

T.S. Eliot 의 <황무지> 중의 저 첫 문장의 의미.

해설을 여러 번 읽어보지만 여전히 알듯 모를듯 하다.

겨우내 잠자고 있던, 죽은 체 하고 쉬고 있던 생명들을

때가 되면 아직은 차가운 공기 속으로 기어이 끌어내어 다시 시작하게 하는 (regeneration)

자연의 엄격함, 그리고 정확함

죽을 힘 다해 다시 생명의 모터를 돌려야 하는 생물의 입장에서는 잔인함으로 느껴진다는 의미

이렇게 정리하고 넘어가지만

아마 나중에 또 다른 해석을 보고 나면 또 내 머리는 흔들릴 것이다.

 

오늘 아침 누운 채로 손을 뻗어 예전에 (아마 대학생때) 시 베껴 적어 놓은 노트를 끄집어내어 읽어보다가

아래 시를 보게 되었는데 '4월은 잔인한 달' 생각하다가 봐서 그런지 어딘가 비슷한 느낌도 들었다.

 

 

 

 

 

 

언제 어디서 보고 이 시를 베껴 적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 상태에서, 오태환이라는 시인 이름으로도 떠오르는 다른 시가 전혀 없다.

시인 이름으로 검색하다가 눈에 번쩍 뜨이는 그의 다른 시들을 발견했는데 그 시집이 현재 절판이란다.

 

 

 

 

 

 

 

 

 

 

 

 

 

 

 

 

 

 

 

 

 

 

 

 

 

 

 

T.S. Eliot이 자신의 시 <황무지>를 얘기하면서 그 유명한 <황금 가지>를 언급했다니, 이제 황금 가지 읽기도 더 이상 미룰 수가 없겠다.

황무지 때문에 황금가지를 읽게 될 줄이야.

 

 

 

 

 

 

 

 

 

 

 

 

 

 

 

 

 

집에 남편이 읽었다는 위의 책이 엄연히 있는데도 굳이 다른 출판사 다른 책을 검색하고 있는 나의 심리.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7-11-22 1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엇, 황무지와 황금가지의 연관성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 더 좋았을 것을...

그렇죠. 겨울에 봄을 생각하게 되죠.
따뜻하고 해도 길고. 더 이상 움크릴 필요가 없으니.
1월 말만 되어도 햇빛의 느낌이 좀 달라지던데
봄이 올거라는 희망도 생기고.
그러려면 두 달 정도 남았네요.ㅎ

hnine 2017-11-22 17:50   좋아요 2 | URL
T.S. Eliot이 말하기를 자신의 시 <황무지>는 프레이져의 <황금가지>를 시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 라고 했거든요. 잘은 모르겠지만 <황금가지>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의미 같은데, <황금가지>의 영향을 받은 문학작품이 한둘이 아닐것 같기는 해요.
겨울을 나기 위해, 겨울동안 살아 남기 위해, 식물들은 미리 만반의 준비를 하는데 (낙엽, 단풍, 등등) 저는 그런 모습에서 처절한 생명의 끈질김 같은 걸 느껴요. 그런데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의미는 금방 와닿지가 않더라고요. 시인의 감성과 통찰력을 어디 따라 가겠어요 ㅠㅠ

서니데이 2017-11-22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글씨 예쁘게 쓰시네요.
손글씨가 아니라 새로 나온 예쁜 폰트 같아요.
올해 황무지가 새로 출간되어서 읽었는데, 페이퍼 읽으면서 조금 생각합니다만, 너무 길어서 많이 생각이 안 나요.^^;
해가 지는 시간부터 공기가 차가워요.
hnine님, 따뜻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hnine 2017-11-22 18:56   좋아요 1 | URL
맞아요, 좀 길죠 쉽지도 않은 시인데~ ^^
손글씨 칭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지금은 저렇게 안써요. 더 빠르고 거칠게 쓰지요.
시는 이해가 잘 안되다가도 아주 잊어버리지만 않고 있으면 어느 순간 다시 만날때 팍! 하고 가슴에 꽂힐 때가 있더라고요. 황무지도 그러할까요?
지금 막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있는 나날>을 다 읽었는데, 해가 지는 시간 말씀하시니 책의 끝부분을 생각나게 하네요.
내일도 또 뵈어요~

카스피 2017-11-23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hnine님 손글씨 넘 예쁘게 쓰시네요.요즘은 보통 컴으로 쓰다보니 이쁘게 글쓰는 사람들이 무척 드물어 진것 같아요^^

hnine 2017-11-23 21:11   좋아요 0 | URL
요즘은 저렇게 정성들여 안쓴지 오래인데 예쁘게 쓴다고 칭찬해주시니 다시 뭔가 끄적거려보고 싶어지네요 ^^
좋아하는 시를 베껴 적는 일이니 더 정성들여 예쁘게 쓴다고 썼겠지요. 고맙습니다~~
 

 

 

 

 

 

 

 

 

 

 

 

 

 

 

 

 

 

 

 

 

 

 

 

 

 

 

 

나열된 것들이 때로는 하나로 엮이지 않는 당혹감

시를 읽으면서 지난 일에 대한 설명과 고백을 듣는 느낌

지나간 사랑, 지나 보낸 사랑, 다신 없을 것 같은 사랑

연서라기보다 한탄이고, 사라져감을 생생하게 느끼게 하는 '활기'가 느껴진다는 모순

어디까지나 수동적인 자세

떠나는 자가 아니라 속수무책 남겨진 자의 노래

당신은 앞으로도 사랑을 지나보낼거라는

축복의 말을 소감으로!

 

 

 

 

 

 

사십구재

 

 

 

 

사람들은

옆집으로 이사 가듯 죽었다

해가 길어졌고

깨어진 기왓장 틈새로

마지막 햇살이 잔인하게 빛났다

구원을 위해 몰려왔던 자들은

짐을 벗지 못한 채

다시 산을 내려간다

길고양이의 절뚝거림이

여기가 속계임을 알려주고

너무나 가까워서 멀었다, 죽음

 

다음 세상으로 삶 말고

또 무엇을 데려갈 것인가

 

개복숭아꽃이

은총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댓글(0) 먼댓글(1)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오십 미터
    from 마지막 키스 2017-10-31 10:46 
    오십 미터마음이 가난한 자는 소년으로 살고, 늘 그리워하는 병에 걸린다오십 미터도 못 가서 네 생각이 났다. 오십 미터도 못 참고 내 후회는 너를 복원해낸다. 소문에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축복이 있다고 들었지만, 내게 그런 축복은 없었다. 불행하게도 오십 미터도 못 가서 죄책감으로 남은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무슨 수로 그리움을 털겠는가. 엎어지면 코 닿는 오십 미터가 중독자에겐 호락호락하지 않다. 정지 화면처럼 서서 그대를 그리워했다. 걸음을 멈추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