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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의 창 (Harry's window)

 

 

 

 

 

 

 

저음의 나날들

 

낮고 조용한

 

아예 땅 속으로 들어가라지만

 

저음일지언정

 

울음은 아니라고

 

믿으며

 

버티며

 

 

 

 

 

 

 

 

 

 

유자청을 만들려고

유자를 주문하다

내일은 유자를 씻고 썰겠네

노란 유자를

 

 

 

 

 

 

사철 푸른 사철 나무, 꽃도 연초록이던 사철 나무에 이런 열매가 달릴줄이야. 이렇게 예쁜 빨강 열매가.

 

 

 

 

바람이 얼마나 세게 불던지 한 손으로 가지를 살짝 쥐고 사진을 찍었다. 그래도 흔들렸네 ^^

이 열매가 더 활짝 벌어지면 위의 사진처럼 되는 것.

 

 

 

 

이렇게 열매로 모습을 바꾸고 나니 이게 무슨 나무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꽃사과였나?

 

 

아파트 뒤 흙길을 걸었는데 흙이 안보일 정도로 소나무잎과 낙엽이 다 덮고 있었다. 요며칠 비와 바람이 세게 불더니.

 

 

 

 

 

가마솥이 깨끗한 아침

 

 

김 해민

 

 

솥전 솥뚜껑 솥운두

잔 먼지 하나 없이 반질하게 닦여있다

컴컴한 정지에서

밤새 부뚜막에 앉아 엄마가

젖은 행주 마른 행주 번갈아 쥐고

앓는 외할머니 대신 가마솥 끌어안고

눈물 없이 울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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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1-23 0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빛 담은 유자를 즐겁게 만지면서 맛난 유자청 빚으셔요~

hnine 2013-11-23 10:21   좋아요 0 | URL
지금 막 품절이라 배송불가라고 연락이 왔어요 ㅠㅠ
 

 

어느 문학 사이트에 글을 응모했더니 선물로 시집을 한권 보내주었다.

시인, 출판사, 시집 제목, 모두 낯설다.

수수한 표지의 시집을 열어 읽어보다가 다음의 시는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한번 더 읽었다.

 

 

 

 

팔순 부부의 대화

 

 

 

 

 

새마을호 같으믄 통일호로 갈아탔으면 싶구먼

 

내사 고마 징글징글허요

 

헐 수만 있으믄 댕기오소 내 여비 선남 보태줄 테이

 

봄날 하루 꽃 귀경 겉은 기 서운코 바쁘구만

 

이만하면 꽃 귀경 헤프게도 했지 뭣이 서운혀

 

그나저나 낼이 미리 올라는지 내세가 미리 올라는지

 

뭐부텀 오면 대수요 둘이 한 날 갈란지 그게 염려지

 

하긴 그려 아이고 난 인자 잘라네 임자도 말 고만 지끼게

 

 

 

 

한번 더 읽으니

무슨 뜻인지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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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1-01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를 쓰신 분이
이녁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주고받은 이야기처럼
스스로 삶에서 길어올린 시를 쓰시면
참으로 아름다웁겠구나 싶어요.

조곤조곤 새겨읽고 다시읽고 또또 읽으면서
마음으로 스며들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시요 이야기요 삶이 되겠지요.

hnine 2013-11-01 15:10   좋아요 0 | URL
'봄날 하루 꽃귀경' 잘 하고 계신가요? ^^
 

 

새벽밥

 

 

김재진

 

 

 

 

 

나는 누구의 적이었을까?

누구를 적으로 삼아 한 세월 넘어왔을까?

누구를 용서하기보다 문득

누구에게 용서받아야 할지

찬물 한 잔에도 서늘해지는 새벽

살아남기 위해 살얼음을 밟으며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밥 한 그릇 따뜻하게 나누기보다

한 그릇 밥조차 제 몫으로 챙기기 위해

적으로 서진 않았던가?

살아온 세월보다 살아갈 세월이 짧아

어둡고 차가운 새벽

누군가를 용서하기에 앞서

누군가에게 용서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갚아야 할 빚처럼 떠오르는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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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9-08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아갈 나날이 짧더라도
하루하루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을
가슴에 품으면
즐겁게 웃을 수 있으리라 믿어요

hnine 2013-09-09 08:40   좋아요 0 | URL
저의 희망사항! ^^

2013-09-08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09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08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3-09-09 09:17   좋아요 0 | URL
이렇게 한마디 좋은 말씀 듣는 느낌을 주는 시들이 있더라고요.
사람의 생각과 느낌은 거의 대부분 일방적이기 때문에 잠깐 저렇게 바꿔서 생각을 해보기란 어렵잖아요?
나도 완전한 인간이 아니니 나도 모르게 어디서 하지 말았어야 할 말, 행동, 많이 하고 다녔을텐데 그건 잊고 살아요.
 

 

 

 

 

 

 

나는 아홉 음절로 된 수수께끼

나는 코끼리, 육중하고 칙칙한 집

두 줄기 덩굴손으로 걷는 멜론

오, 붉은 과일, 상아, 양질의 목재!

효모가 부풀어 커다래진 이 빵

이 두툼한 지갑에서 새로 주조된 돈,

나는 수단이고 무대이며 새끼 밴 암소

초록 사과를 한 자루 먹어치우고

나는 내릴 길 없는 기차에 올라탔다

 

 

 

 

석지영의 책 <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에 인용된 시 중 한편.

제목처럼 '은유'의 진수를 보여준다.

 

 

읽는 순간 언어 속으로 휘리릭 빨려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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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14 1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15 0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3-08-14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읽고 페이퍼 제목을 보고서 알았습니다. 실비아 플라스라는 시인에 대해서, 이름도 들어본 적 있고, 영화가 나왔다는 것도 알고, 그리고 실은 조금 더 알 지도 모르지만, 그 사람이 쓴 이 시를 저는 처음 읽어봅니다. 이 시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으면 저는 이해하기 어려운데요.^^ 은유법이라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지금까지 거의 시를 안 읽어서 그럴지도;;)

hnine 2013-08-17 12:46   좋아요 0 | URL
예, 기네스팰트로가 나왔던가요? <실비아>라는 제목으로 영화가 만들어졌지요.
실비아 플라스를 저는 제가 좋아하는 다른 어느 시인의 여행 수필집에서 인용된 것을 보고 처음 알게 되었어요. 딱 한줄인가 두줄인가 인용되었는데 그때에도 그 문장속에 금방 빠져들겠더라고요. 시는 일부러 읽으려고 해서보다는 그런 식으로 인연이 맺어지더군요, 제 경우에는요.
 

 

 

내가 없을 땐

 

 

 

 

숙제하는 내 옆에

자기 공책 들고 와

글씨 연습 한다

 

 

가방 챙기는 나를 보고

유치원 가방 들고와

그림책 넣었다 뺐다

 

 

머리 묶고 있는 나를 보자

손에 잡히지도 않는 짧은 머리를

자기도 묶겠다고 조른다

 

 

피아노 연습 하는 내 옆에 앉아

아무 건반이나 뚱땅뚱땅

“하지 마” 하려는데

동생의 심각한 표정

피아니스트가 따로 없네

 

 

나만 따라하는 내 동생

나 학교가고 없을 땐

무얼 하고 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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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6-25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나 기다리는 놀이' 하겠지요~

hnine 2013-06-25 19:07   좋아요 0 | URL
저는 못된 언니였기 때문에 어릴 때 동생이 저를 따라하는게 참 싫었어요. 언니랑 뭐든지 똑같이 안해주면 떼를 쓰기 때문에 부모님은 늘 옷도 똑같이, 신발도 똑같은 것으로 사주셨답니다. 산들보라랑 사름벼리 사진 보면서 매번 웃습니다. 제 어릴 때 생각이 나서요. 사름벼리는 저 처럼 못된 언니가 아니더라고요 ^^

2013-06-25 2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25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28 0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28 0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28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3-06-28 12:52   좋아요 0 | URL
저 그책 바로 주문했잖아요 지금 ^^

2013-06-28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3-06-28 18:18   좋아요 0 | URL
지금 배송중이랍니다 ㅋㅋ
가볍고 슬렁슬렁 읽기에 좋은 책, 지금 저에게 딱이네요 ^^

2013-06-28 1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