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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한 여름, 네가 좋아한 겨울 ㅣ 책고래숲 1
이현주 지음 / 책고래 / 2019년 8월
평점 :
[내가 좋아한 여름, 네가 좋아한 겨울] 색으로 풀어낸, 사랑이 어려운 이유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서로를 좋아하게 되는 일은 기적이다. 진부하고 흔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표현이지만 사랑은, 연애는 신기하고 귀한 일이다. <내가 좋아한 여름, 네가 좋아한 겨울>도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사랑하는 일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을 그리고 쓴 이현주 작가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연애를 두 색이 섞이는 것으로 표현한다. 더러 완전히 합쳐져 새로운 색이 되는 부분이 있지만 대개 각자의 색을 공유하는 모양새로. 그래서 같아질 수 없고, 다툼이 있고, 헤어지면 남이 된다고.
책은 여름을 좋아하는 여자 연이(노랑)과 겨울을 좋아하는 남자 준이(파랑)이 무럭무럭 자라는 것부터 시작한다. 둘은 잡지사 기자인 연이가 소설가 준이를 취재하게 되면서 처음 만난다. 쏜살같이 전개되었던 성장과정만큼 연애의 흥망성쇠도 빠르게 전개된다. <내가 좋아한 여름, 네가 좋아한 겨울>은 그렇게 대단히 얇은 책이다. 그러나 주제(사랑)에 대한 작가의 메시지와 개성적인 표현이 충분히 담겨져 있다. 어찌 보면 이미 어디서 많이 본 것도 같지만 새 그림이고 새 이야기. 그림책의 모양새 자체가 사랑(연애)의 속성을 닮았다.
둘은 한 발짝씩 물러섰다.
그만큼 거리가 생겼다
그제야 서로의 진짜 모습이 보였다.
(...)
준이는 생각했다.
‘왜 그녀를 만나고 있는 걸까?’
(...)
연이는 생각했나.
‘나는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종잡을 수 없는 생각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그러다 문득 둘은 똑같은 생각을 했다.
그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로를 좋아한다는 거였다.
- 본문 중에서
이현주 작가는 본문에서 ‘가까워질수록 닮은 점을 많이 발견했고 사랑이라 확신했다(준이)’, ‘늘 지나던 곳을 그와 같이 걷자 새로운 길이 되었다(연이)’ 등의 표현으로 연애를 말한다. 그러면서 색으로 작가는 촌철살인한다. 준이와 연이는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고 상대를 친근하게 느끼지만, 연애하는 동안 상대의 색을 알아보지 못한다. 노랑의 세상(연이)에, 파랑의 세상(준이)에 알게 모르게 상대를 맞춰보며 오해한다. 색이 다르다는 걸 알아채기 전에 다투고 감정이 식는다.
연이와 준이는 서로의 진짜 색을 알아채고 서로를 ‘이해’하기로 하면서 이별의 위기를 극복한다. 이것 또한 쉽지 않지만, 이런다 해도 연이와 준이의 열애가 영원하다는 보장이 없다. 사랑은 참, 흔한 듯 어렵다. <내가 좋아한 여름, 네가 좋아한 겨울>은 아동출판사 책고래에서 처음 펴낸 어른들을 위한 그림에세이다. 작가가 애니메이션을 전공해서인지, 애니메이션으로 연출해도 괜찮을 것 같은 장면 구성과 전개를 선보인다. 작고 얇아 선물하기 좋은 무난한 양장본 그림책이다. 표지 재질이 닳기 쉬운 종이인 것이 아쉬웠다. 124쪽,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