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81
제인 오스틴 지음, 박용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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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문예)] 원전 삽화가 실린, 가볍고 읽기 편한 완역본



어느 평범한 시골 젠트리 가정에 글쓰기를 좋아하는 처녀가 있었다. 당대 여자들처럼 그 역시 정규 교육은 11세까지만 받았으나 집안에서 다양한 문학작품을 읽을 수 있었다. 독신으로 살며 14세 때부터 35세까지 소설 습작을 했던 그에게도 결혼할 뻔 했던 첫사랑이 있었다. 그는 21살 때 이 첫사랑의 경험을 소재로 서간체 형식으로 쓴 첫 장편소설 <첫인상>을 완성하지만 출판해주는 출판사를 찾지 못한다. 그리고 십수년이 지나 이 소설을 개작해 다시 내는데, 이 시골 처녀가 제인 오스틴이고 그 개작한 소설이 그의 최고작으로 꼽히는 <오만과 편견>이다.

 

 

상당한 재산을 가진 미혼의 남자라면 아내가 있기를 바라게 될 거라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It is a truth universally acknowledged, that a single man in possession of a good fortune, must be in want of a wife.” 소설 첫 문장을 꼽으라면 늘 순위권에 올라가는 <오만과 편견>. 3부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츤데레 남주인공이 나오는 신데렐라 연애소설의 효시 격이다. 생전에도 동시대 남자 작가들에 비해 저평가 받았고, 지금도 압도적으로 여성 독자가 많은 여성들만의 작가라는 선입견이 있는 제인 오스틴. 그러나 멈출 수 없이 술술 읽히고 흠 잡을 데 없는 문장에 연애소설에서 일가를 이룬 것만으로도 제인 오스틴은 충분히 훌륭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후 모든 글 쓰는 여성들은 제인 오스틴의 빚을 지고 있지 않은가.

 

  

<오만과 편견>은 까칠하지만 제 여자에겐 따뜻한 다씨와 헛똑똑이지만 당대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비범한 신여성 엘리자베스의 사랑과 연애, 결혼에 관한 소설이다. 하지만 이 둘의 애정사만 보기엔 다채로운 주변인물들의 일화도 재밌고, 19세기 초 영국의 결혼문화와 여성의 삶에 대한 제인 오스틴의 비판적인 시선이 돋보인다. 여성의 인생 제1목표는 결혼을 잘하는 것이던 시대, 재산 꽤나 있는 남자에게 아내가 필요하다는 <오만과 편견>의 첫 문장은 사실 여자가 재산 꽤나 있는 남자를 원한다는, 작가의 돌려 까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 다음 문장은 이렇게 읽힌다. 남자의 감정은 중요하지도 궁금하지도 않다, 재산이 중요하고 궁금할 뿐이다.

 

 

이렇듯 십수년에 걸쳐 오로지 성공적인 결혼에 이르기 위해 길러지는 딸들. 제인 오스틴은 이 결혼에 이르는 길, 결혼을 이루는 두 기제를 오만과 편견이라 생각했다. 오만과 편견으로 얽히고, 그것이 해소되거나 또 다른 오만과 편견으로 관계가 발전해 나가는 것. 특히 다씨는 오만을, 엘리자베스는 편견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한편으로는 오만과 편견으로 점철되어 있는 것은 엘리자베스고 그 엘리자베스의 성장소설로도 읽힌다. 다씨는 첫눈에 엘리자베스에게 반했고, 엘리자베스에 대한 호감을 소설 내내 멈추지 않으므로. 여러 번 읽어도 질리지 않고 재밌는데, 아무리 읽어도 다씨가 뭘 잘못했는지 잘 모르겠고 참 감탄스럽게 매력적이다.

 

<오만과 편견>은 영문학사적으로도, 여성사적으로도 가치 있는 작품이다. 게다가 고전 명작 소설 중 가독성이 굉장히 좋고 장르도 연애소설이라 인기가 많아 번역본이 매우 많다. 이미 제인 오스틴 전공자나 유명 영문학자가 꼼꼼히 주석까지 달은 번역본이 나와 있는지라, 일반 번역가가 번역한 문예출판사의 번역본이 바로 눈에 안 띌 수도 있겠다. 주석은 없으나 읽기 편했고, 종이가 얇아 분량이 긴 소설임에도 가벼워서 휴대하기 좋았다. 당연히 완역본이고, 원전 삽화가 수록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선택의 가치는 충분하였다. <오만과 편견>은 워낙 재밌기에, 여러 번역본을 보며 여러 번 읽는 것도 한 독서법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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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하고 싶은지 뭘 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 일단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김시옷 지음 / 채륜서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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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하고 싶은지 뭘 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잠시 멈춘 30대 모두모두 만만세

 

 

 

인터넷에서 요즘 국내 베스트셀러는 표지가 죄다 처누워 있다는 글을 보고 깔깔 웃었다. 자신을 돌아보고 조금 쉬어도, 조금 멈춰 있어도 괜찮다 다독이는 에세이들. 비몽사몽한 채로 사람에 치이는 출근길 지옥철 안, 눈이 침침할 정도로 모니터와 서류를 보다가 지칠 때로 지쳐 있는 퇴근길. 주말이 아니면 평일에 책을 읽을 시간이 출퇴근시간이나 자기 전 정도밖에 없는데 체력이 하루가 다르게 후달린다. 책은 읽고 싶은데 집중해서 두꺼운 책을 읽기가 어려워지자, 만화에세이 같은 가벼운 책을 점점 찾게 된다.

 

 

<뭘 하고 싶은지 뭘 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은 그냥 또래 직장인의 일상에세이인지 알고 덥석 집어들었다. 한 동안 책을 잘 못 읽다가 다시 독서가 간절해질 때 찾게 된 것인데, 그때 나는 화와 불안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금 회사를 다니는 2년 여 동안 과로와 스트레스로 건강이 급속도로 안 좋아졌고, 올 초부터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며 이러저런 병들을 진단받았다. 그리고 11월 중순, 당장 수술해야 하는 거대 종양을 발견하였다. 회사와 업무에 정이 있는 대로 떨어졌고, 다 때려치우고 수술하며 쉬며 책 좀 읽자고 이 책 저 책 고른 책 중 하나가 <뭘 하고 싶은지 뭘 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이었다.

 

 

그리고 책을 펼치자마자, 마음이 쿵했다. 이 책을 쓴 김시옷은 서른 살 백수가 되며 SNS에 일상만화에세이를 연재하기 시작하였다. 그 이유는 김시옷 역시 치열하게 살던 평범한 청년 직장인이었는데, 건강이 안 좋아져서 병원에 갔다가 갑상선 암 선고를 받았고, 수술하고 몸조리를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퇴사한 것이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산다고 살았는데 30대가 되어도 여전히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고, 어렸을 때 당연하게 생각했던 결혼과 육아는 아득하게 멀게 느껴진다. 작가는 자신의 삶이 어느 날 멈췄다 말하지만, 새로운 직무에 도전하며 학원을 다니고,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만화작업을 시작하는 작가가 참 멋있어 보였다.

 

 

일상만화에세이를 볼 때마다, 오래 걸려 그린 남의 삶을 너무나 빨리 읽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책장이 너무 빨리 넘어가는 게 아쉬웠다. 동병상련을 느낀 걸까. 작가가 계속 건강하고 미래가 잘 풀려 나가길 간절히 바라면서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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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가 직장에서 이토록 쓸모 있을 줄이야
한정엽.권영지 지음 / 원앤원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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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가 직장에서 이토록 쓸모가 있을 줄이야] 일 잘하는 사람은 회계에 강하다

 

 

 

 

“OO 씨는 회계하면 굉장히 잘할 것 같은데 어때? 전공도 무관하지 않고.” 20대 때 이런 얘기를 참 들었더랬다. 그때마다 해본 적이 없다고, 자격증이 없다고 말하며 스스로를 낮췄더랬다. 물론 복식부기든 ERP든 가르쳐주시면 저도 금방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은 했지만, 대표나 상사가 고민할 필요 없이 자격증과 경력이 있는 회계 인재는 차고 넘쳤다. 서른세 살, 지금까지 고집했던 모든 비전과 경력을 내려놓고 전혀 다른 직무로 이직을 했고, 지금 회사에 원래 지원했던 직무가 아니라 회계 등으로 근로계약서를 쓰게 되었다. 그때도 지금도 회계 자격증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20대 때 왜 내가 회계업무를 해본 적 없다, 자격증 없다 주저했는지 허무할 정도로 회계업무는 할만 했고, 재미있었다.


 

흔히 회계를 회사의 언어라 말한다. 내가 지원한 직무와 다른(엄밀하게는 그 직무도 할 기회를 주겠다며 회계 등으로 근로계약) 회계업무를 제안 받았을 때 흔쾌히 수락한 이유는 오래 일하고 싶어서였다. 회계가 없는 회사는 없고, 회계담당자를 막 대하는 회사치고 잘 되는 회사를 못 봤기 때문이다. 회계 지식과 업무능력이 내게 권력(무기)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반가웠던 이 책의 표지문구, 내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일 잘하는 사람은 회계에 강합니다. 회계를 공부했더니 인정받기 시작하였다. 아는 만큼 인정받는 회계의 힘’, 표지만 보고 구미가 당겨 덮어놓고 읽기 시작하였다.

 

 

보통 시중의 회계서적들은 회계사나 세무사들이 쓴 책이 많은데, 이 책의 저자들은 경영학도 전공하지 않은 채 회계실무를 하게 된 직장인들이다. 그래서 독자들이 책을 선택할 때 더 친근하고 편하게 읽어보기 쉬울 듯하다. 저자들은 모든 직장인들에게 회계(지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업무 전문성을 강화하고, 경영진의 언어를 알아, 연봉을 높일 수 있다고. 300쪽 조금 넘는 두께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회계가 직장에서 이토록 쓸모 있을 줄이야>. 재무제표를 읽기 위한 기초 회계용어와 개념정리를 굉장히 쉽게 쉽게 설명한다. 회계를 전혀 모르는 직장인이나, 자격증 하나 없이 회계업무를 하는 초보 회계담당자가 읽기 좋다.

 

 

설명이 쉽고 책이 두껍지 않아 시간적, 체력적 여유가 없는 직장인들도 별 시간투자 없이 금방 읽을 수 있다는 것이 <회계가 직장에서 이토록 쓸모 있을 줄이야>의 가장 큰 장점이다. 대신 초급 회계자격증 수험서류보다 내용이 더 단출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회계에 흥미를 갖고 입문하는 데 좋은 책이다. 나이를 먹어서인지, 업무 강도가 높아서인지 지금 회사를 다니면서 그 좋아하는 책을 읽을 시간과 체력이 없어서 속상하던 터였다. <회계가 직장에서 이토록 쓸모 있을 줄이야>를 읽으며 간만에 오랜 속상함을 조금 해소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이런 책이 많았으면 좋겠고, 이 책을 읽으며 자격증 취득과 이직에 투지를 다니는 데 큰 자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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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5분 내 몸 관리법 (양장 스프링) - 피지컬갤러리의
라이프에이드 지음 / 시간과공간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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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갤러리의 하루5분 내 몸 관리법] 5분 투자 근육&스트레칭 교과서

 

 

 

 

 

 

 

MBC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연예인 병영체험프로그램을 모방해, 일반인들의 UDT체험을 다룬 유투브예능 <가짜 사나이>가 연일 화제다. 얼마 전 시즌 2를 시작하며 더욱 치열해진 지원경쟁을 보였다. 이 예능을 기획한 유투브 채널은 [피지컬 갤러리], <가짜 사나이> 이전부터 이 채널을 봐왔던 구독자라면 안녕 친구들 빡빡이 아조씨야~”하며 시작하는 김계란의 재활, 운동 관련 콘텐츠들이 더욱 익숙할 것이다. <가짜 사나이> 이전에도 피지컬갤러리가 <우리 아이가 말라졌어요><헬창의 삶>등 다양한 예능과 프로젝트를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이 채널이 김계란 개인의 유투버 채널이 아니라 여러 의료인과 체육인으로 이루어진 단체 채널이었기 때문이다.

 

 

책 역시 <피지컬갤러리의 하루5분 내 몸 관리법>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에 <병원 가지 않고 통증 잡는 5분 스트레칭>, 2019년엔 <내 몸과의 전쟁>을 낸 바 있다. 앞선 두 책은 아직읽어보지 못했지만 <피지컬갤러리의 하루 5분 내 몸 관리법>은 매우 유용하고 만족스러웠다. 7부로 이루어진 이 책은 62가지 스트레칭과 42가지 간단(동작)을 가르쳐준다. 근골격계 질환의 대부분은 근육이라고 말하는 작가들. 그래서 우리가 살면서 많이 겪는 통증들을 우리몸의 근육들을 알려주고, 그 근육을 푸는 스트레칭법을 알려주는 방향으로 책을 전개하고 있다. 그림도 많고, 설명도 쉬워 다른 책이나 영상을 찾아보지 않아도 이 책만으로 충분히 공부가 된다.

    


분량도 300쪽 좀 정도로 부담스럽지 않고, 스프링제본이 되어 있어 출퇴근길 등 이동시간이나 휴식시간 짬짬이 읽고 공부하기가 편하다. 또한 특허 낸 제본으로 책 자체로 독서대에 놓은 듯 세울 수 있는 게 신기하고 독특하였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바른 자세, 필요하지 않은 자세로 읽기를 바랐다고. 앞선 두 책과 달리 이번 책은 제목엔 피지컬갤러리를 표시했지만 저자는 라이프에이드로 되어 있어서 찾아보니 피지컬갤러리에서 김계란이 이끄는 다양한 콘텐츠와 프로젝트들은 피지컬갤러리로 남고, 기존의 전문가들과 협업한 운동,재활 관련 콘텐츠는 라이프에이드로 독립해서 운영하기로 동업을 해지하였다고 한다. 헬스키퍼라는 브랜드도 만들었고, 앞으로 라이프에이드를 이름으로 다양한 사업을 선보이겠다고.

 

 

그런 사정을 알고 <피지컬갤러리의 하루5분 내 몸 관리법>을 다시 읽으니 책이 좀 더 흥미롭게 보였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와닿고 놀랐던 점은,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통증이 굉장히 많다는 것이었다. 이 책에서 대부분 독자들이 자주 할 스트레칭도 이 통증들이 아닐까 싶다. 바른 자세와 스트레칭의 중요성은 잘 알고 있지만, 유투브 영상볼 시간은 있어도 시간 내서 운동하고 관련 공부할 짬을 내기가 여간 부지런하고 독하지 않은 이상은 쉽지가 않다. 그런 의미에서 <피지컬갤러리의 하루5분 내 몸 관리법>은 정말 별로 시간도 안 뺏고, 편하게 휴대하거나 베갯머리맡에 두고 수시로 읽고 활용할 수 있는 책이라 책이라 추천한다. 20209월 시간과공간사 출간, 정가 19,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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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레터
이와이 슌지 지음, 문승준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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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레터] 일생의 사랑에게

 

 

열다섯 살 때, 이와이 슌지의 영화 <러브레터>에 홀딱 빠졌었다. 그 기억을 잊지 못하다가 스무 살 때 한 계절 내내 도서관과 극장을 오가며 이와이 슌지의 영화들을 찾아본 적이 있다. 무의식적으로 이와이 슌지를 나의 순수하고 예민했던 어린 날의 상징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학창시절을 마감한 후 밥벌이에 몰두하면서 영화 취향이 달라졌고 그의 영화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멀어졌던 세월이 제법 되었는데, 신간 목록을 보다가 그의 이름을 보곤 바로 가슴이 뛰고 설렌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감정의 생명력은 엄청나구나 싶다.

 

 

라스트, 마지막. 한창 인생의 중반부를 살아가고 있어서일까, 미련이 많아진 걸까. 언제부터인가 처음마지막이란 말을 내뱉기가 망설여지고, 이 단어가 멀게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괜히 이 소설의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건 네 죽음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야.(...)나의 마지막 연애편지라 생각하고 읽어주면 고맙겠어.’ 소설은 교시로의, 죽은 첫사랑을 향한 마지막 연애편지로 시작한다. 나카타가이중학교 졸업30주년 동창회에 참석한 교시로는, 자신의 첫사랑 미사키인 척 대신 와 있는 그의 여동생 유리를 한눈에 알아본다. 끝까지 미사키인 척 행동하는 유리를 보다보다 따라 간 교시로. 못 알아본 척 미사키의 메일주소를 물어 알아내곤 연락을 시작한다. 미사키가 죽었고, 유리가 그의 부고를 전하러 왔다가 본의 아니게 분위기에 휘말려 미사키인 척 했다는 것을 안 것은 미사키가 죽은 지 3주가 지나서였다.

 

 

널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면 믿어줄래?”

(...)

내게 너는 영원한 사랑이야.”

- p.55

 

 

미사키가 죽었다는 것을 몰랐을 때도, 교시로는 유리가 대신 답장을 보낼 거라 생각하며 메시지를 보냈고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잔인한 짓이었다. 이미 유리는 결혼하긴 하였지만, 중학생 때 유리가 교시로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교시로는 그걸 알면서도 미사키를 좋아했고, 같은 대학에 진학했다. 그러나 도망치듯 너무 빨리 결혼한 미사키에 큰 상처를 받고, 2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지 못한 상태. 소설가가 된 것도 같이 졸업식 답사를 짓다가 미사키가 소설가 해도 되겠는걸한마디 한 것 때문이었다. 대표작도 그 첫사랑을 다룬 <미사키>.

 

책을 다 읽기 전 <라스트 레터>를 영화 <러브 레터>의 답가 등으로 표현하며, 영화 <러브 레터>와 이 책(영화)을 엮는 평들을 많이 보았다. 첫사랑, 오해, 편지 등 소재가 겹치기는 하지만 내용은 전혀 달라서 왜 그러지 의문이 들었다. 소설 <라스트 레터>2018년 작이고, 같은 해에 이 책의 원작? 모티브? 격인 <안녕, 지화(2018,국내 미개봉)>라는 영화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해에 영화 <라스트 레터(2019,국내 미개봉)>가 나왔는데 영화 클립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배우 얼굴이나 영화 분위기가 정말 영화 <러브 레터>와 비슷해서.

 

 

소설은 잘 모르지만 언니에 대해서는 꼭 더 써주세요. 언니 흉내를 내며 편지를 썼더니 왠지 언니의 인생이 아직도 계속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누군가가 그 사람을 계속 생각한다면 곁에 없을지언정 마음속에는 살아 있잖아요.” - p.19

 

 

유리의 대사를 보며, 지인의 일화나 지인과의 사담을 소설에 썼다가 욕먹은 작가들이 생각났다. 아마 창작자라면 누구나 고민해보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자신 혹은 지인의 이야기만큼 쉽게 얻을 수 있는 소재가 없으니까 말이다. 교시로는 소설가로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미사키>는 미사키가 읽기를 바라며 쓴, 미사키에게 보내는 연애편지 같은 소설이었고, 모든 원고를 편지로 미사키에게 보냈다. 답장이 없었기에 주소가 바뀌어서 미사키가 못 받았을거라고 교시로는 생각해왔다.

 

 

탄성이 터지는 반전 결말까지 확인하자, 다른 선평들처럼 영화 <러브 레터>가 더욱 떠올랐다. 영화 <안녕, 지화>와 영화 <라스트 레터>가 궁금해졌다. 소설 <라스트 레터>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이와이 슌지의 작품은 특유의 영상미 때문에 글보다 영화가 더 궁금하다. 이명세의 소설을 읽을 때랑 비슷한 태도이다. 시국도 시국이고, 이미 나온 지 한참 된 영화라 국내 개봉이 쉬울 것 같지 않아 아쉽다. 엄밀히 말하면 편지가 아니라 메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영화이긴 하지만, 옛날 생각도 나고 재밌게 읽었다. 대원씨아이의 일반서 브랜드 하빌리스에서 올 7월 번역·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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