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래빗 전집
베아트릭스 포터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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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래빗 전집] 예쁘지만 아쉬운 소장용 전집
 

 

 

<피터 래빗 (Peter Rabbit, 2018)> 영화 개봉에 맞춰 민음사에서 <피터 래빗 전집>이 나온다고 했을 때 굉장히 기대하였다. 이미 다른 출판사 두 곳에서 전집 번역본이 나왔지만 표지 디자인도 예쁜데다가, 대형 출판사에서 나온다고 해서 무척 기대하였다. 그런데 압도적으로 좋은 것은 아니었다. 영유아용 그림책이라 영어 수준이 그렇게 어렵지 않고, 현직 출판기획자이기도 한 전문번역가가 번역했는데 번역이 아쉽다. 민음사가 고집하는 직역체인 걸 감안해도, 이런 전집은 영유아보다 어른들의 소장용 책으로 소비될 가능성이 큰 것을 감안해도, 문장이 딱딱하고 잘 읽히지 않는 편이다. 사소한 오역들도 좀 있다.

 

 

미주로 처리하며 많은 주석을 달았고 작가 소개 글을 적어놓았다. 쪽수도 지금까지 나온 <피터 래빗 전집> 중 가장 두껍고 비싼데, 편집이 비슷하고 오히려 각 책별 창작 배경 같은, 원서에 있던 부록은 빠져 있다. 원서가 맞는지 유무도 불분명하다. 목차는 초판부터 지금까지 베아트릭스 포터 시리즈를 출간·유통 중인 <Beatrix Potter The Complete Tales>와 같으나 서지사항에 원서 표기가 없다. 단행본은 저작권 유효기간이 소멸하였지만, 이렇게 재편집되어 합본이 나온 건 10여년 되었으니 저작권이 걸려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나보다. 아무튼 민음사본도 편집을 따라하고 있는 <Beatrix Potter The Complete Tales>23권짜리 단행본 분권 전집과 달리 실제 작품 집필 순서대로 재배열하고 미출간한 4편의 그림책을 더 담아둔 책이다. 한 페이지에 단행본 여러 페이지를 여러 장식 싣는 형태로 합본한 단권 전집이다.

 

 

베아트릭스 포터의 그림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원서 독서시 해석 참고용으로 쓰거나, 단행본 전집 구매는 부담스러운 독자들이 저렴하게 전집을 보는 용으로 쓰거나, 미발표 그림책을 확인하는 용도로 읽기 좋은 책이다. 유감스럽게도 민음사 번역본만이 소장용 전집으로 딱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비교해보고 가장 취향에 맞는 한국어판을 구매하면 될 듯싶다. 책은 한 번도 안 봤어도 팬시용품으로 너무 친숙한 피터 래빗. 베아트릭스 포터는 아동학과 아동서라는 개념이 미약했던 시기에 순전히 자연과 아이들이 좋다는 이유로 평생 고향 마을에서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을 그린 작가다. 피터 래빗은 베아트릭스 포터가 만든 동물 캐릭터 중 하나. 그래서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그림책 고전이다. 굉장히 짓궂고 비교육적인 동화도 많아 읽고 의외인 독자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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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랑 나랑 - 서울시교육청도서관 추천도서,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책고래마을 24
박연옥 지음 / 책고래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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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랑 나랑] 투닥투닥대도 형제는 서로에게 큰 힘!

 

 

 

같은 재료로 같은 생산자가 제작했음에도 본능적으로 서로가 탐탁지 않은 형제. 그럼에도 내 동생을 까고 패는 것은 자기만 할 수 있다며 동생이 해코지 당하면 출동한다. 자기도 모르게 형을 자꾸 쫓아다니고 시비를 걸게 된다. 동성 형제든, 이성 형제든 애증 관계. 박연옥이 그리고 쓴 그림책 <오빠랑 나랑>의 주인공 남매도 그렇다. “오빠 같이 가자”, “오빠 손잡고 가자”, “오빠 나도 한입만 줘”, “오빠 놀이터에서 놀다 갈까?”, “오빠 나도 사줘. ‘가 무슨 말을 해도 오빠는 싫단다.

​ 

짜증이 단단히 난 가 소리친다. “엉덩이에 뿔이나 나버려라.” 그러자 는 오리처럼 입이 튀어나온다. 웃음을 참지 못하겠는 오빠.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몰려와 를 놀리자 마음이 안 좋아진 오빠, 소리친다. “내 동생한테 그러지 마!” 그러자 오빠 엉덩이에서 커다란 꼬리가 쑥 나오고 공룡처럼 울기 시작한다. 크항크항크크항, 꽥꽥꽥. 짐승처럼 포효하는 남매, 그리고 흉한 몰골. 그때부터 이야기가 달라진다. 꼭 붙어 있는 남매, 어디든 함께 하는 남매. 남매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까, 무사히 원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까.

 

크항, 크항, 크크항!”

, , !”

서로 다른 소리를 냈지만 우리는 다 알아들을 수 있었어.

오빠랑 나랑,

우리는 남매니까. - 본문 중에서

 

무료 오디오북을 제공하는 책고래마을시리즈. 각 스마트 기기의 어플스토어로 접속해 오디오꿈북어플을 다운받아, 책 뒤표지 QR코드로 접속하면 전문 성우의 목소리로 구연동화를 들을 수 있다. 익살스러운 삽화와 감정이입 잘 되는 상황에 책장도 잘 넘어가고 내 형제를 떠올리며 입이 근질근질하다. 남매가 변한 이유는 알 수 없다. ‘가 저주한 탓은 아니다. 적어도 누구의 잘못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 오늘 우리 어린이 친구들은 형제와 어떻게 지냈는지. <오빠랑 나랑>을 보며, 투닥투닥대도 형제는 서로에게 큰 힘이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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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님과 함께라면 실패는 없다
양승국 지음 / 생활성서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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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님과 함께라면 실패란 없다]성모님, 가장 훌륭한 신앙 롤모델

 

 

토요일에도 4교시까지는 수업하던 시절, 토요일마다 교문 앞에 전도사들이 와서 어린이들에게 사탕이나 과자를 주며 교회에 가자고 전교하였다. 모태 가톨릭 신자인 필자가 곤란했던 점은 종교를 밝히며 제안을 거절할 때마다, 애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개신교 신자들이 눈을 세모나게 뜨며 그거 마리아교야, 가면 안돼, 이단이야!” 몰아세우는 것이었다. 처음엔 집으로 향하던 명랑한 발걸음을 멈추고, 집과 주일학교에서 배운 대로 최선을 다하여 논박하다가 제풀에 지쳐 무교라고 하거나 냅다 도망치며 그들에게서 벗어나곤 하였다. 그러나 개신교 신자들이 사방팔방 거짓소문을 퍼뜨리지 않아도, 가톨릭 신자가 아닌 모든 이들이 쉽게 오해하였다.

 

그 이유는 현대 가톨릭이 종교적 지식보다 어린 아이 같은 순수한 믿음, 하느님 사랑의 사회 실천을 강조하는 종교이기도 하고, 이 책을 쓴 작가의 지적대로 많은 교인들이 성모 공경의 이유를 모른 채 성모님을 잘못 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톨릭 신앙생활에서 성모님을 바르게 대하는 방법에 대해, 130쪽이 채 되지 않는 얇은 분량으로 잘 설명되어 있는 책이 이달 나왔다. 제목은 <성모님과 함께라면 실패란 없다>, 샬레시오회의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가 썼다. 평소 생활성서사 페이스북 등을 통해 신부의 글을 읽어왔음에도, 영업왕 소감문 같은 책 제목에 좀 놀랐다.

 

그리스도교는 유일신 종교이다. 십계명의 제1계명은 한 분이신 하느님을 흠숭하여라.’이다. 우리 가톨릭 신자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만을 흠숭한다. 성모 마리아는 공경하는 대상이다. 남자를 알지 못하는 처녀로 예수님을 잉태했을 때부터 승천할 때까지, 성모님은 하느님의 이끄심 속에 자신이 겪은 모든 상황에 순명하고 침묵하였다. <성모님과 함께라면 실패란 없다>는 총 12장으로 성모님의 면면을 살펴보고 우리 그리스도 신앙의 롤모델로 삼기를 권하는 책이다. 그렇다. 매우 얇지만 12장으로 나누어져, 각 달마다 묵상하며 성모님을 배워나갈 수 있도록 책을 구성하였다. 부제처럼 성모님을 바로 알고 싶은 당신에게 꼭 읽어보라 추천한다.

 

신앙생활의 중심은 언제나 하느님이고, 하느님을 공적으로 경배하는 전례(미사)에 충실해야 한다. 매주 주일미사를 빠지지 않고 참례할 수 있다면 신심행위를 전혀 할 필요가 없다고 할 만큼 우리 교회에선 미사가 가장 중요하다. 그것이 힘들고, 일치된 믿음의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각종 보조행위가 신심행위다. 안 그래도 마리아, 스텔라, 로사, 첼리나, 로사리아, 마리스텔라, 로즈마리, 나탈리아 등 자매들의 세례명으로 기억되는 성모님. 신심행위에서는 묵주기도, 성모호칭기도, 9일기도, 성모의 밤, 레지오 마리애 등 성모님께 전구를 청하고, 의지하는 것들이 많기에 우리 신앙생활에서 너무나 친숙하지만 잘못 알고 대하기 쉬운 성모님이다.

 

양 스테파노 신부는 이 책에서 유럽의 경우 세례-첫영성체-혼배-장례 때만 성당에 오는 이벤트 신앙인이 대부분이라고 개탄한다. 하지만 전래의 역사가 짧고, 좋게 말하면 열정적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기복적이고 맹목적인 믿음을 많이 보이는 한국 교회가 배울 점도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믿음은 약하지만 대대손손 이어지며 종교가 하나의 가풍이고 문화가 된 경우기 때문이다. 무엇을 하든 우리가 신앙생활에서 놓지 말아야할 것은 근본정신, 하느님이다. 보이는 모습이 어떻든, 내적으로 평생 하느님을 잊지 않고 믿는 사람은 차라리 낫다. 그들을 손가락질하면서 힘들 때, 판공성사 때 등 가끔씩만 하느님과 교회를 찾는 사람들이 정말 이벤트 신앙인이다.

 

샬레시오회는 청소년 교육을 사명으로 하는 수도회이다. 이 수도회를 세운 돈 보스코 성인은 신자들의 도움이신 성모 신심을 강조하고 전파하였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도 책에서 관련 얘기를 쓰며 성모님에 대한 친근감을 감추지 않는다. 이 책과 <성모님을 사랑한 성인들>을 동시에 출간하였으니 함께 읽으면 시너지 효과를 낼 듯 싶다. 성모님에 관련된 축일과 성월 정리, 성모님과 관련된 좋은 신심 기도문 등이 신부의 성모님 묵상과 강론 글 중간 중간 담겨 있다. 글씨도 크고, ‘식별 등 어려운 개념도 쉽게 잘 풀어써 남녀노소 읽기 좋다. 곧 성모성월이다. 이 책이 많은 교우들에게 널리 나눠 읽으며, 성모님의 신앙을 본받고, 앞으로의 신앙 여정이 성숙해지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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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꼬꼬 - MBC 창작동화 대상 수상작,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책고래아이들 10
김미숙 지음, 김연주 그림 / 책고래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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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꼬꼬] 시골과 동물친구가 낯선 어린이들에게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엔어릴 적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고, 읽었다. 초등학교 땐 방학 때 탐구생활을 들고 시골에 갔다오는 게 익숙했고, 중고등학교 지리 수업 시간에 이촌향도라는 개념을 쉽게 받아들였다. 인구 천만이 넘는 수도 서울의 경우, 2004년 기준 3대 이상 토박이는 6%, 2대 이상 토박이는 33%에 불과하다고 한다. 지금은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할머니 어렸을 적출판사의 책 소개 글을 보며 흠칫하였다. 그렇지, 우리들이 이제 부모 세대가 되었지. 아기가 태어나지 않기 시작한 인구 위기의 시골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조부모님과 같이 잘 살지 않을뿐더러, 살아도 가까이 이웃하며 도시에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 우리들의 부모 세대는 평생 농사짓는 삶보다, 전원생활을 위해 은퇴 후 귀촌하는 모습이 더 익숙한 편이다. 이제 아이들에게 부모도 겪지 않았고, 조부모도 아주 어릴 적에나 겪었던 이야기를 전하는 시대가 왔다.

  
 

  할머니는 어렸을 때 집에 동물 친구들이 많았나 봐요. 할머니가 어른들한테 혼자서 울고 있으면 오물오물 풀을 먹던 토끼도 커다란 눈물을 뚝뚝 흘리며 할머니와 같이 읊었대요. 눈이 빨개지도록 이요.

  또 하루는 시장에 가신 엄마를 기다리면서 소여물을 먹이다가 왜 빨리 안 오노, 왜 많이 안 오노.”했더니 소가 대신 ~~.”하고 크게 불러 주었다나요?

  “에이, 거짓말. 할머니는 거짓말쟁이야!”

  내가 그렇게 말하면 할머니는 순한 얼굴로 아이다. 진짜다.”라고 해요. 그러면 내 머릿속은 마구 헛갈려요.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말이에요. 그런데 이상하지요? 자꾸만 할머니 이야기가 듣고 싶어지는 거예요. - pp.9~10

 

이렇게 시작하는, 지금은 할머니가 꼬마 순이었던 시절의 친구 꼬꼬의 이야기. 동네 사람들은 다들 꼬꼬가 성질이 괴팍하단다. 하지만 언니, 오빠들과 달리 아직 학교 갈 나이가 되지 않은 순애에게 꼬꼬는 소중한 친구였다. 언니, 오빠란 족속들은 학교 다녀와도, 자기를 목이 빠져라 기다린 순위를 외면하고 지들 놀기 바쁘기 때문이다. 꼬꼬는 병아리 시절 들고양이에 물려 죽을 뻔 했다. 순이가 매일매일 닭장을 지키며 보살핀 덕에, 무사히 무럭무럭 자라 닭이 되었다. 동네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꼬꼬를 피하고 이상한 소문을 내며 꼬꼬를 음해했지만, 그때마다 순이는 꼬꼬를 변호하며 세 살 난 꼬꼬와 즐겁게 놀았다. 도사견 도끄와도 잘 싸우는 꼬꼬. 부모님이 잡아먹으려 할 때마다 순이가 사정해서 살아남았던 꼬꼬에게 큰 위기가 닥친다. 어느 주말에 부산 큰아버지 댁에서 중학교를 다니는 오빠가 집에 왔다. 안 그래도 엄마가 오빠 여름 몸보신 좀 해야겠다고 꼬꼬를 슬쩍 봤던 차에, 오빠가 꼬꼬를 괴롭히다 꼬꼬에게 쪼여 피가 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할머니는 꼬꼬가 하늘을 훨훨 날아 도망갔다고 했다. 정말이냐고 되묻는 말에 그리움이 가득한 얼굴로 웃으신다. 이 책은 김미숙 작가의 첫 동화다. 이 작품으로 2005MBC창작동화 단편 대상을 받으며 등단하였다. 당시 금성출판사에서 수상단편집으로 묶여 출간되었는데, 올봄 책고래에서 김연주의 그림과 함께 단독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1972년생이지만 늦둥이로 태어난 작가가 어린 조카들과 함께 들었던 엄마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지금 할머니 세대로 짜 맞추면 출판사의 책 소개 글처럼 1960년대 쯤 되겠지만 그 전의 풍경일 수도 있는 이야기다. 아이들에게 마음껏 자연을 체험하면서 동식물과 벗하는 경험은 교육적으로 정말 좋다. 동물의 경우 주로 반려 동물을 집에 들이는 방법으로 접하면서 금방 유기해 버리거나, 뽑기 기계 등 잔인한 방법의 판매되는 모습을 볼 때 눈살 찌푸리고 마음이 참 착잡하다. 이런 동화도 많이 접하고, 실제 경험도 하며 앞으로의 어린이들도 정서적으로 풍요로운 유년 시절을 보냈으면 좋겠다.

 

나의 첫 동화, 동화작가가 되게 해 준 첫 이야기가

10년이 넘어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하늘을 훨훨 날아가레이. 너는 새니까.”

순이가 꼬꼬를 하늘로 떠나보내던 순간, 나는 간절히 빌었어요

믿음이 현실을 이기게 해 달라고요.

작가의 첫 작품 속에는 작가의 초심이 담겨 있다고 해요.

나는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나만의 이야기를 찾아 글로 쓰고 싶어요.

-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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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투쟁 2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지음, 손화수 옮김 / 한길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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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투쟁2] 지루한 명문

 

 

 

염병한다, 다 호르몬 놀음일 뿐.” 한국에 사는 독자가 방바닥을 쾅쾅치며 노르웨이 작가에게 짜증을 부린다. 하지만 이 독자는 12권의 앞부분을 읽었기에 진정한다. 아니나 다를까 반년쯤 연애하자 린다와의 관계는 밀실공포증처럼 답답하고 어두웠다는 대목이 나온다. 2008년의 시점에서 시작해 서른 즈음 전까지의 회상으로 이루어졌던 <나의 투쟁1>. <나의 투쟁2>은 다시 2008년으로 돌아와 <나의 투쟁1>을 쓰고 한 달 후 시점부터 시작된다. 두 딸 바니아와 헤이디는 어린이집에 다니고, 아들 욘은 아직 젖먹이다.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이하 칼 오베)는 자식이 태어날 때 아비로서 경이와 행복감을 느꼈다. 하지만 작가의 입장에서 이 개체들을 관찰하는 것을, 그리고 아내와 아이들과 같이 살며 글 쓰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나의 투쟁2>는 아버지로서의 칼 오베와 작가로서의 칼 오베 두 정체성 모두 지키려는 칼 오베의 투쟁기다.

 

책 표지의 카피처럼 <나의 투쟁2>의 주 이야기는 우리의 사랑’, 연애와 결혼 생활에 관한 이야기다. 칼 오베는 린다와 사랑하며 난생처음 행복감을 느꼈다는 표현까지 한다. 하지만 사실 아이가 없었을 뿐 토니에라는 전처가 있다. 결혼생활도 임신과 아이의 있고 없고에 따라 얼마나 다른지 칼 오베는 뼈저리게 느끼고 기록한다. 하지만 <나의 투쟁2> 역시 의식의 흐름으로 시공간이 뒤죽박죽 전개되고 사랑 얘기 속에 다양한 사람과 사건이 등장한다. <나의 투쟁2>의 경우 친구 게이르와 외삼촌에 대해 정밀하게 묘사하는 대목도 있고, 중간 중간 자기가 읽은 책에 대한 평이나 다른 작가들에 대한 평을 남기기도 하다. 칼 오베의 사랑 타령과 가정생활만큼 재미있었던 대목이 노르웨이와 스웨덴 두 나라에 살아보며 느낀, 두 나라의 다른 점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웃 나라인 노르웨이와 스웨덴은 언어가 비슷하지만 다르고, 스웨덴이 훨씬 크다노르웨이인인 칼 오베는 스웨덴에서 스웨덴인 린다를 만나 스톡홀름에서 살림을 차렸다. 때론 말 자체를 못 알아듣기도 하고 문화 차이를 느끼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칼 오베. 

 

 

나의 투쟁은 총 6부작으로 2011년 완간되었다. 한길사에서 자사 창립 40주년 특별작으로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과 함께 골라 번역·출간하였다. 한꺼번에 3권을 냈는데 한국어판 2권과 3권이 원서 2권에 해당한다. 3권까지 다 읽어보니 서평에서 할 얘기는 사실 많지 않아 낱권 서평을 결심한 게 후회된다. 하지만 읽으면서 표시한 부분이 정말 많다. 홀리듯 타이핑을 해봤다. 분명 읽으면서 지루했는데 발췌한 대목을 보면 참 잘 쓴 글이다. 예를 들어 외삼촌의 삶을 요약하는 대목은 독자들이 노르웨이의 현대사를 한번에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번역을 거친 것임에도 필력이 남다르다. 사소설을 이 정도로 길게 쓰는 것은 정말 대단한 능력인 듯 싶다. 나의 투쟁』이 노르웨이에서 인구의 10%에 달하는 판매고를 올린 이유에 대해 생각해본다. 러시아의 <닥터 지바고> 같은 책인 걸까. <닥터 지바고>는 소련 시절 춥고 긴 겨울, 국민들이 침대 머리맡에 놓고 생각날 때마다 한두쪽씩 읽는 책이었다고 한다.(3권 서평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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