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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가 된 문장들
박범신 지음 / 열림원 / 2014년 2월
품절


자본에 오로지 예속된다면 그것이 꽃피우는 문화는 종이꽃 같은 것이다. 드라마 중심의 이른바 한류도 그러하다. 활자 문화를 근간으로 삼는 인문학의 뒷바침 없이 오로지 자본의 힘에 의해 내달리는 문화의 확대 재생산은 오래 유지될 수 없다. 반짝 세일이 될 수 있다.-34쪽

아침에 나가고 저녁에 돌아오고
욕망으로 나가고 본성으로 돌아오고
사랑으로 나가고 이별로 내게 돌아오는 것.
이것이 삶이다.-46쪽

나는 작가다.
작가는 홀로 있을 때 온 세상과 온 우주를 품어야 한다.-67쪽

기다리고 기다려야 할 것이
사랑 말고 무엇이 또 있단 말인가.-81쪽

상상력은 길을 잃어야 발현돼.
길 찾기 위해 길을 내지.
사람에게 가는 길도 그래.
보편적 길 가면 보편적 관계에 이를 뿐이야.
비의적인 고유한 길을 찾아야지.
실패의 위험이 커서 두렵겠지.
보편적 길은 쓸쓸함 다 구원 못하고,
고유한 관계는 위험이 크니 문제야.-302쪽

문장이 문장을, 말이 말을 줄줄이 불러오는 거, 신명 나지만 안 좋아. 생각이 문장을 불러오도록 기다려. 머뭇거리는 습관, 그게 짱이야. -311쪽

앙드레 지드 왈 "나는 문장을 예민한 악기로 만들려고 한다." 했는데, 나는 문장이란 연모로 감히 독자들을 예민한 악기로 만들고 싶은 꿈 때문에 쓴다. 내 문장에 의해 생생히, 갖은 소리로 울리는 악기가 되는 미지의 독자들 생각하면, 흥분된다. -313쪽

떼를 짓거나 굳이 바로 곁에 내 편을 모아놓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은 게 문학이다.
단독자로 살면 구르는 물속 자갈처럼 이끼 낄 새 없다.
그러니 문학은 일종의 방부제.
난 그 맛에 여전히 이 길을 가는 중이다.-321쪽

세상과 내가 조화롭게 합쳐진다면 삶은 안정을 얻는다.
그러나 거의 불가능한 꿈이다. 문학은
그 빛과 그늘 사이의 거리를
날마다 아프게 확인하는 일이다.-317쪽

역사는 명분의 기록이지만
문학은 확인불가하고
틀에 가둘 수 없는 오욕칠정의 기록이다.-340쪽

작가는 밀실에 존재하고
작가의 사회적 자아는 광장에 존재한다.
밀실과 광장을 오락가락하는 게 작가의 삶이다.
소설은 광장을 지향하되 밀실에서 쓰니까 -343쪽

유의할 것은 작가는 '이야기를 한다'가 아니라 '이야기를 쓴다'는 사실이다. 이걸 잠시도 잊어선 안 된다. 물론 '수다'보다 더 경계해야 할 것은 목소리가 커지는 일이다. '발언'은 어떡하든 잘 숨겨야 한다. 글 쓰는 나도 잘 숨겨야 한다. 좋은 소설은 '보물찾기'의 치밀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독자를 내가 설계한 '게임'에 무저항으로 끌어들이도록 애쓸 것.-346쪽

'깊거나 도발적이거나'가 관건이다. 욕망이 도저할 필요가 있다. 모범생으로 뭘 해보겠다는 전략은 적어도 예술창작에선 좋은 전략 아니다. 예술창작에선 b,c 학점이 없기 때문이다. -347쪽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뭔가 떠오를 때 책상으로 달려가야 한다.
그것이 헌신이다.-3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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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6 10: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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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6 20: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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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천재가 될 수 있는 한 가지 법칙 - 나를 천재로 만드는 비밀이야기
김병완 지음 / 아이넷북스(구 북스앤드) / 2013년 11월
절판


하워드 가드너는 여러 천재의 예를 들면서 10년 정도의 수습기간을 거쳐야 중대한 혁신을 이룰 수 있고 일단 도략하면 과거로부터 단절을 이루며 또다시 10년간 엄청난 훈련과 연습, 창작활동을 함으로써 두 번째 도약을 이룬다고 했다. 그 10년마다 찾아오는 도약의 순간에 창작한 작품들이 바로 1%의 걸작이 된다.-19쪽

괴테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것 또는 할 수 있다고 꿈꾸는 것이 있다면 시작하라. 대담함은 비범한 재능과 힘과 마법을 지니고 있다."

담대하게 오늘 도전할 수 있는 사람, 오늘 시작할 수 있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 ... 명품 인생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재능이 아니라 담대함이다.-29쪽

하워드 가드너는 '다중지능'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 ......그것은 지능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완성된 창조물이 아니라 화합물과 같이 얼마든지 다양한 요소들의 결합과 조합으로 다양하게 만들어질 수 있는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지능은 완성되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얼마든지 다양한 조합이 가능한 유동적인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31쪽

와타나베 준이치의 '둔감력'이란 그 어떤 비난과 평가에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을 만큼 영향받지 않는 것을 말한다. 자신의 분야에서 나름의 성공을 거둔 사람들은 대부분 세상의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나 그렇게 성공할 수 있게 된 지혜와 태도를 평가할 때 둔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돈감력'이라고 한다.
"거인(천재)는 둔감하다." -37~38쪽

"인생의 진정한 비극은 우리가 충분한 강점을 갖고 있지 않다는데 있지 않고 오히려 갖고 있는 강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45쪽

마이클 조던은 인타뷰에서,
"나는 선수 시절 9,000번 이상의 슛을 놓쳤다. 그리고 300번의 경기에서 졌으며 20여 번은 경기를 반드시 승리로 이끌라는 특별임무를 부여받고도 졌다. 나는 농구 인생에서 실패를 거듭해왔다. 이것이 내가 성공한 정확한 이유다."
-48쪽

"사람의 행위는 늘 반복된다. 따라서 탁월함이란 단일 행동이 아닌 습관이라 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53쪽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의 저자 데이비드 베일즈는 예술가들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완벽함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말라고 한다.-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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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품격 - 북경대 인문 수업에서 배우는 인생 수양법 Art of Lving_인생의 기술 2
장샤오헝.한쿤 지음, 김락준 옮김 / 글담출판 / 2013년 10월
절판


사람들의 정신을 바꾸려면 먼저 문예를 널리 알려야 한다. 문예는 사상을 향상시키고, 깊이 잠들고 마비된 정신 상태를 깨우고, 나라를 사랑하는 열정을 불러일으킨다.-루신--23쪽

옛말에 "망설이는 호랑이는 침을 쏘는 벌보다 못하고, 움직이지 않는 준마는 천천히 걷는 노마보다 못하고, 요순의 지혜가 있어도 말하지 않으면 말 못하는 자의 손짓보다 못하다."라는 말이 있다.
송나라의 문사인 소식은 말했다.
"예로부터 큰일을 한 사람은 세인을 뛰어넘는 재간과 강인한 의지가 있었다."
의지가 강한지 약한지는 선택의 순간 대중을 맹목적으로 따르는가, 내면의 본성을 따르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바깥 세상에 동요하지 말고 어려움에 움츠려들지 말라. 꿋꿋하게 결연하게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길을 가자. 가난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가난하고 의지가 없으면 부끄러운 것이다.-26쪽

만약 자신의 창조성과 개성을 발견하면 자신이 남다른 점을 가진 것에 기뻐하라. 모든 사람은 이 세상에서 각자 돋특한 역할을 맡는다. 자신을 잘책하는 것은 이 새상에서 자신을 숨기려는 것이나 다름없다.
자신을 사랑하면 진실한 자신이 될 수 있다. 인심이 예전 같지 않지만 예전 인심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사람들은 추억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 늘 아름다운 사물을 과거의 시간 속에 놓는다. 하지만 그 속에 정작 가장 중요한 자신은 빼놓는다.
부디 자신을 사랑하라. 그럼 많은 노력을 하지 않아도 좋은 것을 많이 얻고 마음을 가볍게 할 수 있다.
-31쪽

고통은 살면서 겪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두려워하지 말고 모든 고통은 일시적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왜 고통스러운 경험을 이용해서 인생을 강인하게 단련시키지 않고 쉽게 좌절하는가? "공이 높은 것은 뜻이 컸기 때문이고, 업적이 큰 것은 부지런했기 때문이다."라는 예말처럼 사람은 자신이 견딜 수 있는 만큼 얻고, 자신을 믿는 만큼 높이 올라간다.-40쪽

"하루에 세 가지 물음으로 나를 살펴본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 일할 때 최선을 다하지 않았는가? 친구와 사귈 때 믿음을 주지 않았는가? 전수 받은 것을 익히지 않았는가?"-증자-
인생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우환을 없앨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을 반성하는 것이다. 반성을 통해서 자신의 잘못을 찾으면 문제를 종합적으로 찾을 수 있다.-47쪽

노자는 말했다.
"남을 아는 사람은 지혜롭고, 자신을 아는 사람은 밝다."
사람은 스스로 밝아야 다른 사람을 밝힐 수 있다. 스스로 자기가 훌륭하다고 생각하면 반드시 위험하지만 스스로 만족할 줄 알면 반드시 남는 게 있다. 승리했을 때 스스로 완벽하고 결점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큰 성과를 얻었을 때 성과만 믿고 거만해지는 것, 명성이 높을 때 안하무인으로 구는 것은 실패의 전조증상이자 원인이다.-64쪽

인성은 예측하기 어렵고 인심은 헤아리기 어렵다. 사람의 도리를 신중하게 하는 것 이상으로 다른 사람을 신중하게 봐야한다. 거울로 삼을 현명한 사람을 찾으려면 사람의 내면을 관찰하고 시간의 시험을 거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일시적으로 좋고 나쁜 감정에 따라서 그 사람의 일부분만 보고 간단하게 결론을 내리는 과오를 범하기 쉽다.
사람은 자라면서 자신을 이해하는 동시에 목표를 가져야 한다. 또한 목표를 추구할 때 다른 사람의 경험에서 끊임없이 교훈을 얻는 것이 중요한다.-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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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느낌 있다
하정우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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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시대>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문득 아버지가 계신 안방을 바라볼 때가 있었다. 방문이 닫혀 있음에도 나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맹수가 으르렁거리는 느낌, 호랑이 같은 동물이 어떻게 해서든 살려고 기를 쓰는 느낌을......
-166쪽

운명을 믿지 않는다. 다만 열심히 꿈을 꾸면 언젠가 그 꿈이 내 곁으로 오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멀리서 삶을 바라보면 모든 삶의 과정이 마치 누군가의 시험, 또 은총처럼 생각될 때가 있다. 동생의 전화를 받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언젠가 영화를 찍으러 뉴욕으로 다시 오리라 다짐했을 때는 미처 몰랐다. 정말 내가 뉴욕에 영화를 찍으러 가게 될 줄은. 하지만 2006년 <두번째 사랑>을 찍으러 뉴욕에 가게 되었다. 열심히 꿈을 꾸었고 그래서 그 꿈이 내게 와준 것이다. -168쪽

언젠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돈을 많이 벌려 하고, 이름을 얻으려 하고, 아름다워지려 하는 이유는 모두 사랑 때문이 아닐까. 돈이 많을수록, 이름을 날릴수록, 아름다울수록 더 멋진 사랑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다양하고 복잡해 보이는 사람들의 행동도 결국에는 자신의 짝을 얻기 위한 단순한 목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이렇게 살다보면 그 목표를 잊어버리기도 한다. 어느 순간부터 돈 버는 것, 이름을 얻는 것, 아름다워지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사는 게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돈을 벌다보면 더 큰 욕심이 생기고 이름과 아름다움도 마찬가지다. 욕심에는 욕심이 없기 때문이다.-207~209쪽

나에게 사랑이란,

내 손가락이 저 사람의 손가락에 살짝 닿았으면 좋겠다. 내 손으로 그 사람의 손을 꽉 잡아 놓치고 싶지 않다, 그 사람을 내 쪽으로 당겨서 깊숙하게 끌어안고 싶다......

이런 마음이다. 더 복잡하고 어렵게 설명할 이유가 없다. 사랑은 감정이지만 몸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것, 그러니까 사랑은 가장 동물적인 것이다. 내게 이것보다 정확하고 솔직한 정의는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사랑의 감정을 잃어버리고 어떻게 저토록 계산적으로 살 수 있을까. 요즘은 다들 건강을 위해 '오가닉 리이프'를 지향한다. 유기농으로 재배한 식품을 먹고 친환경적으로 만든 제푸을 몸에 걸치려고 애쓴다.
그런데 우습게도 사랑은 이와 정반대로 이루어지고 있다. 전혀 '오가닉'하지 않은 삶이다. 자연과 가까워질수록 사람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랑이 자연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210~212쪽

그러니 사람들은 얼마나 불행한가. 아마 평생 사랑다운 사랑도 해보지 못한 채 죽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은 잔뜩 병들어 있을 것이다. 다시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되기 전까지 배고프 지친 짐승처럼 웅크리고 있을 것이다. ......
진짜 사랑은 오가닉한 것이다. 몸과 마음을 열고 느끼는 것이다. 다른 외부 조건들을 잇고 서로에게 빠져드는 것이다. -212~213쪽

우연히 마음이 통하는 순간이 올 때 짜릿함을 느끼는 것이다.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낮섦을 느끼는 것이다. 노력해도 마음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아 초조함을 느끼는 것이 사랑이다. 작은 오해로 크게 실망하고 멀어지는 순간을 견디는 것이 사랑이다...... 이런 지난한 과정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것이 바로 진짜 사랑이다.
이렇게 사랑은 쉽게 빠져드는 감정인 동시에 어렵게 쌓아가는 관계이기도 하다. 그런 사랑이 향수처럼 퍼져나갔으면 좋겠다. 붉은색 스프레이를 캔버스에 뿌려본다. 아직은 희미하지만 멀리 퍼질 것이라고 믿으면서......-2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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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05-28 0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사람, 그림도 잘 그리던데 글까지 잘 쓰고. 팔방미남 인가봐요.
인용해주신 구절만 봐도 마음이 끌리는데요?

stella.K 2011-05-28 10:37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사람 연기는 잘해서 싫지는 않은데 맡는 배역이 그래서
선뜻 좋다는 느낌은 없었어요.
근데 이번에 책 읽으면서 정말 느낌이 좋은 남자란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사랑에 관한 부분에 대해 쓴 거 보고, 뭐 이런 남자가 다 있지?!
감탄했습니다.
사실 그림은 내가 좋아하는 풍의 그림은 아니지만 정말 몰입해서
열심히 그리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책 거의 다 읽어가는데 아껴읽는 중입니다.
기회되시면 함 읽어 보세요. 좋은 느낌을 받을 거예요.^^
 
운명이다 (반양장) - 노무현 자서전
노무현 지음, 유시민 정리,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엮음 / 돌베개 / 2010년 4월
구판절판


용이 될 때까지 춥고 배고픈 사람한테, 힘 약한 사람한테 해 준 것이 없다. 어려운 사람 위해 용이 피 흘리고 땀 흘리고 노력해서, 그래서 옥황상제가 '너는 용이 돼라' 했으면 자랑스러운 일이리라. 하지만 용이 될 때까지 무엇을 했는지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그저 영의주를 물었기 때문에 용이 되었다. 되기 전에 착한 일 한 것이 없으면 되고 난 후에도 해 준게 있어야 할 텐데, 그마저도 그렇지가 않다. 처녀를 제물로 바치지 않는다고 성이 나서 꼬리를 휘둘러 둑이 터지고 홍수가 난 이야기는 있다. 전설로 내려오는 용 이야기는 전부 백성 괴롭힌 것뿐이다. 잘해 준 것이 없다. 그보다는 학이 차라리 낫다. 개구리라도 지켜 주지 않는가. -33쪽

남들은 성공한 인생이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말할 자신이 없다. 인생에서 성공은 무엇이고 실패는 또 무엇인가? 눈에 보이는 기준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굳이 성공과 실패를 따지고 싶지 않다. 돌아보면 나는 한 인간으로서 최선을 다해 살았다. 때로 제어하기 힘든 분노와 열저에 사로잡혀 피할 수도 없었던 상처를 받거나 입힌 일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양심과 직관이 명하는 바에 따라, 스스로 당당한 사람으로 살고자 몸부림쳤다.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어쨌든 나는 작은 흙집에 났고, 거기에 새로 지은 큰 빕으로 돌아왔다. 나는 이 집에서 살다가 죽을 것이다. 이것이 내 운명이다.-34쪽

세속적 성공과 실패를 넘어서는 그 무엇을 찾고 싶었다. 마음을 닦아 죽음과도 같은 이 고통을 극복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배우지 못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실패한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 내 인생의 실패는 노무현의 것일 뿐,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니다. 진보의 실패는 더더욱 아니다. 내 인생의 좌절도 노무현의 것이어야 마땅하다. 그것이 민주주의 좌절이 되어서는 안 된다. 노무현이 진보의 모든 것을 망쳤다고 덮어씌우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노무현을 과감하게 버리지 못하는 것도 옳은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제 노무현은 정의나 진보와 같은 아름다운 이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 되어 버렸다. 나는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졌다. ......
나의 실패가 모두의 실패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실패는 뼈 아픈 고통을 준다. 회복할 수 없는 실패는 죽음보다 더 고통스럽다. 나는 이 고통이 다른 누구에겐가 약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쓴다. -36~37쪽

버림받은 사람은 도덕적 성숙을 이루기 어렵다. 자기의 존재와 역할에 대한 분명한 의식과 자부심이 있어야 모범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을 책임있는 주체로 참여시켜야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 기회, 참여, 책임...... 대통령을 하면서도 늘 이런 것들을 어떻게 실현할지 고민했다.-58쪽

계보를 챙기고 개인적 이해관계로 사람을 묶어 둔다고 해서 정치를 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도자는 공정해야 한다. 신뢰, 헌신, 책임, 절제와 같은 덕목을 갖추려고 노력해야 한다. -129쪽

조선 건국 이래 600년 역사에서 한 번도 제대로 된 정권교체가 없었다. 권력의 편에 서야만 비로소 권력을 이어받을 수 있었던 역사였다. 권력에 맞섰던 사람 가운데 패가망신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자손들의 앞길까지도 막아 버렸다. 적어도 무사하게 밥이라도 먹고 살려면 권력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시비를 가리지 말고 납작 엎드려 살아야 했던 기회주의 역사가 무려 600년이었다. ......
나는 이런 역사를 마감하고 양심과 신념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는 세상을 만들려면 정권교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그리고 정권교체를 하면 권력에 줄을 대는 방식이 아니라 나름의 원칙과 소신을 지키면서 살아온 유능한 사람들을 국가 운영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140~141쪽

나는 백범 김구 선생을 존경했다. 김구 선생은 민족의 해방과 통합을 위해 목숨을 빼앗기는 순간까지 뜻을 꺾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현실의 권력에서 패배했다. 이런 의문이 들었다. 우리 현대사의 존경받는 위인은 왜 패배자뿐인가? 우리 역사는 정의가 배패해 온 역사란 말인가? 정의가 패배해 온 역사를 반복하면서, 아이들에게 옳은 길을 가라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공허한 일인가? 나는 남북전쟁 종식을 눈앞에 두고 했던 링컨 대통령의 두번째 취임 연설문을 읽으면서 '정의를 내세워 승리한 사람'을 발견했다. 링컨은 선거에서 숱하게 떨어졌다. 대통령 재임중에는 누구보다도 격렬한 비난을 받았다. 노예제 폐지론자와 노예 소유론자들이 모두 그를 공격했다. 인기도 없었다. 그러나 링컨은 내전에서 패한 남부를 적으로 몰아 세우지 않앗다. 남과 북을 선과 악으로 갈라치지도 않았다. 승리니 패배니 하는 말도 쓰지 않았다. 정의와 평화, 연방의 통합을 위해 누구에게도 원한을 품지 말자고, 모든 이를 사랑하자고 호소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노예제 폐지와 연방의 통합, 둘 모두를 이루었다.
-162~161쪽

링컨의 연설문을 읽으면서 새로운 깨달음과 위안을 얻었다. 역사를 보면 정치인들이 집단적 불신과 적대감을 부추기는 곳에서는 언제나 불행한 일이 생겼다. -161쪽

사실 김대중 대통령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지도자였다. 우리 역사에 그런 지도자는 없었다. 정말 오랜 기간 동안 독재와 싸웠다. 암살 위기도 겪었다. 구속당하고 연금당하고, 그것도 모자라 사형 선고까지 받았다. 그래도 끝까지 굴복하지 않고 민주주의 노선을 견지했다. 국민의 힘으로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나면 그런 사람은 보통 투표할 필요도 없는 수준의 지도자가 된다. 건국의 아버지와 같은 대우를 받는 것이다. 넬슨 만델라, 비츨라프 하벨, 레흐 바웬사 대통령이 모두 그랬다. 그것이 정상이다.-188쪽

진보적인 대통령이라도 보수의 네트워크에 포위되어 고립당하면 힘을 쓰기 어렵다. 변명이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나는 그런 조건에서 대통령이 되었고 대통령직을 수행했다. 진보정당의 지지율이 낮은 것도 같은 원인 때문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데는 앞으로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205쪽

한나라당과 보수신문들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집권 기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했다. 진실이 아니다. 그 반대가 진실이다. 우리가 집권하기 전 한국경제는 엎어져 있었다. 2003년과 2004년에 카드채 위기가 닥치면서 다시 휘청거렸지만 참여정부가 붙들어 똑바로 흔들리지 않을 만큼 탄탄한 체력을 길럿다. 이것이 진실이다.-208쪽

검사들이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논쟁하는 것을 온 국민에게 보여 줌으로써, 적어도 내가 검찰을 정치적으로 악용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해소하는 효과 정도는 있었다. 나는 검찰의 중립을 보장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273쪽

그들은 임기 내내 대통령과 정부를 공격했다. 나는 그 신문들과 끝없이 싸웟다. 그들은 몇 백만 부의 발행부수로 표현되는 막강한 미디어의 힘으로 나를 공격했다. 논리의 힘, 사실의 힘, 진실의 힘이 아니엇다. 그러나 나는 그 싸움에서 대통령의 권력을 준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정치인의 권리, 시민의 권리만 가지고 싸웠다. 사실의 힘, 논리의 힘, 진실의 힘만으로 싸웠다. 그렇게 해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당당하게 살기를 원하는 한, 피할 수 없는 싸움이었다. 역사적으로 전치적으로 의미 있는 싸움이었다. 그렇게 믿었기에, 패배했지만 끝까지 포기하거나 굴복하지 않았다. -276쪽

언론은 시민의 권력이어야 한다. 시민을 대신해 정치 권력과 시장 권력을 감시하고 제어함으로써, 권력이 시민의 권리와 가치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다. 그리고 정치 권력과 시장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공론의 장을 관리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그런데 보수신문들은 과거에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하다가, 거기에 풀려난 다음에는 이 권력 저 권력에 유착하고 제휴했다. 노태우 대통령과 제휴해서 가다가 김영산 후보로 옮기면서 노태우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망가뜨렸다. 그 다음에는 이회창 카드를 쥐면서 김영삼 대통령을 완전히 밟아 버렸다. 공정한 심판이라는 본연을 내던지고 권력의 대안과 결탁해 직접 그라운드로 뛰어든 것이다.-279쪽

정책의 차이가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감정싸움은 몸싸움으로 전환한다. 모든 정당에서 강경파가 발언권을 장악한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발붙이기 어렵다. 국회의원을 대폭 물갈이해도 소용이 없다. 이것이 내가 20년 동안 경험한 대한민국 전치의 근본 문제였다.
성숙한 민주주의,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이루려면 사람만이 아니라 제도도 바꾸어야 한다. 지역감정을 없애지는 못할지라도 모든 지역에서 정치적 경쟁이 이루어지고 소수파가 생존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인재와 자원의 독점이 풀리고 증오를 선동하지 않고도 정치를 할 수 있다. -2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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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2 19: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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