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 프랑크의 <안네의 일기>만이 기록문학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기록문학의 대표성을 지니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찾아 보면 시대를 대표할만한 기록문학은 더 있지 않을까?

 

새해 벽두에 내 눈에 띈 책은 <목련꽃 필 무렵 당신을 보내고>다. 다소 신파스러운 제목이긴 하지만,  평생 복숭아밭 농사를 하며 1961년부터 죽기 1년 전인 90년까지 30년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쓴 이춘기 옹의 일기를 엮은 책이라고 한다.(그는 1906년도 생이다).

 

아내가 병에 걸리고부터 쓰기 시작한 것으로 아내를 간호한 것은 물론 그의 자잘한 일상과 30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흥미로운 세시풍속과 변화상, 3.1 운동 및 6.25에 대한 상세한 회고담을 담고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읽고 싶어졌다.

 

특히 이춘기 옹의 기록정신은 무엇이고, 그가 느끼고 보았을 우리나라 근현대사가 어땠을지 궁금해진 것이다. 우리는 역사를 너무 사관 위주나 학자들의 저서로만 알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역사가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에 관해선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이 책은 서경대의 이규복 교수가 발굴해 분석하고 이를 논문으로 써서 관련 학회에 보고하기도 했다고 한다.

 

어제 난 또 알라딘으로부터 다이어리를 선물 받았다. 물론 서재의 달인이 되어서 받는 것이긴 한데 최근 3년간 연속이다. 이미 밝히긴 했지만, 난 오랜동안 일기를 쓰지 않았다. 알라딘 덕분으로 다시 일기 쓰기에 도전을 해 볼까 했는데 재작년엔 반도 채 채우지 못했고, 작년도 거의 그 수준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재에 글을 올리는데 뭐 또 써야하나 싶기도 하고, 팔도 아파 육필로 글을 쓴다는 여력이 없었다. 그래도 올해 뭔가 뜻한 바가 있어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알라딘 선물이 새해가 시작되고도 늦게 도착해 그동안은 작년 다이어리에 이어서 쓰기 시작했다. 난 쓰레기 강박증이 있어선지 아니면 블로그라고 하는 사이버 상의 공간이 있어서인지 무엇을 쌓아두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것은 책을 쌓아두고 사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다이어리 쓰기가 유행이라고 하지 않는가? 거기에 편승해서일까? 아니면 그나마 건강 보조식품을 먹고 팔을 쓰기가 조금 나아져서 일까? 육필이 좀 수월해졌다. 

 

다이어리에 글을 쓴다는 건 공간의 제약이 있다. 하루하루 날짜가 적혀져 있어서 1페이지를 넘어가지 못한다. 그러니 한 가지 사안을 가지고 주저리 주저리 쓸 수 없다. 그저 하루하루 간단한 기록만 하게되어 있다. 그러므로 다이어리엔 가급적 간단 명료하게 쓰지 않으면 안 된다. 하루에 있었던 일, 반성과 계획, 자신에 대한 소망과 바람 정도만 간단히 쓰는 것이다.

 

블로그란 공간이 없었을 때는 일기 쓰기가 나름 중요한 시절이 있었다. 그것마저  없으면 어디가 말도 못하고 정리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블로그가 생기고 부터는 이를테면 오픈형 일기 쓰기가 가능해졌고 댓글러들의 실시간 코멘트가 있으니 선호하는 장르가 된 것도 사실이다. 또한 원치 않으면 비공개로도 할 수 있으니 나쁠게 없다.

 

그런데도 꼭 육필로 쓰는 일기가 필요한 걸까? 글쎄.. 그런지도 모르겠다. 사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건 이제 너무 흔한 형태가 되었고, 어떤 면에선 기록 보다는 소통을 위한 것이많다. 그래서 다소의 말장난과 농담들이 오고 간다. 누군가 볼 것을 생각하고 쓰는 것이다.

 

 언젠가 읽었던 <기록이 상처를 위로한다>는 책이 생각난다. 거기에 보면 19세기였던가? 미국의 한 조산원이 쓴 일기가 발견이 되어 학계에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앞서 서두에 밝힌 책 <목련꽃 필무렵...>도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일상이 위대하지 않다고 누가 말하지 않겠는가? 세월은 무심히 흐르는 것 같아도 인간은 조금씩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누구는 그 변화가 별 것 아니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우리는 대부분의 경우 변화를 쫓아가던가 못하겠으면 관망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좋하하는 말 중 하나는 '유장함'이란 단어다. 길고 오래며, 급하지 않고 느릿하지만 그속에서 뭔가의 변화를 이루어 내는 것. 사람이 밥 먹고 잠만 자고 사는 것 같아도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 내는 것만으로도 어떤 일을 이루어낼지 알 수 없다. 아마도 너무 눈에 띄지 않아 사는 동안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조차 모르고 죽을 수도 있다.

 

사실 어떤 형태로든 일기는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필요성이 가면 갈수록 더 커진다. 뭐 치매 예방은 물론이고, 한 해를 마쳤을 때 내가 뭐하며 살았지? 치매 환자처럼 아무 것도 한 것이 없어 말하기 전에 하루를 잘 살고, 잘 마치려면 일기 쓰기는 필수인 것 같다. 그래서 난 이 순간 다시 한 번 마음을 굳게 먹어 본다. 일기를 잘 쓰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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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0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01-10 16:12   좋아요 1 | URL
맞아요. 동감입니다.
그래서 <목련꽃 필무렵...> 같은 책을 읽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도 일기 열심히 써 보겠습니다. 같이 써요!^^

2018-01-10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01-10 17:02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렇게 말씀하신대로 감사나 감동을 적으면
엔돌핀이 솟기 마련이죠.
저는 제가 좀 의지가 약하고 뭘 계획적으로 하지 못하거든요.
그걸 개선해 보고자 일기를 써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쓰면 이루어진다잖아요. 그거 한 번 해 보려구요.^^

cyrus 2018-01-10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 블로그를 하기 전에 제가 생각했던 ‘일기’는 그 날 하루 뭐했는지 시시콜콜한 일상을 기록하는 글이었어요. 지금 제가 생각하는 ‘일기’는 책을 읽으면서 뭘 느꼈는지 기록하는 글이에요. ^^

stella.K 2018-01-10 17:53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요즘 왜 ‘읽어본다‘ 시리즈 있잖아
거기에 너도 들어가야 한다니까.ㅎㅎ

서니데이 2018-01-10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장하다는 말에서, 어쩐지 한번도 보지 못한, 그러나 텔레비전으로는 언젠가 보았을지도 모를, 길게 흐르는 강의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stella.K님, 서재의 달인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


stella.K 2018-01-10 19:06   좋아요 1 | URL
아, 맞아요. 보통은 무심히 흐르는 천년도 더 흘렀을 강물에
비유하기도 하죠. 또는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를 패이게 한다잖아요.
그럴 때도 쓰이지 않을까 싶어요.
서니님이 매일 같이 쓰는 페이퍼도 나중에 어떤 평가를 받을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언제까지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써 보세요.
응원합니다. 축하 고마워요.^^

hnine 2018-01-11 0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까는 좋아요만 누르고 와서 지금 다시 읽었어요.
두권 모두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위의 책은 소개글만 봐도 마음이 찡했고,
아래 소개해주신 책을 보고 일단 반가왔던 것은, 저도 평소에 기록하는 인간이라는 뜻으로 Homo xxx 라는 말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저도 나름 쓰거나 기록하는걸 좋아하기 때문에요.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stella.K 2018-01-11 13:23   좋아요 0 | URL
ㅎㅎ <기록이 상처를 위로한다>는 저의 책에서도
다뤘던 것 같아요.ㅋ
위의 책은 저도 좀 궁금하네요.
h님도 기록하는 거 좋아하시는군요.
저도 기록하는 걸 좋아해야 할 텐데
왜 가면 갈수록 게을러지는지 모르겠어요.ㅠ

페크(pek0501) 2018-01-11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날짜가 적혀 있는 일기장을 선호하지 않아서(매일 쓰는 건 어려워서) 대학노트에 내가 날짜를 적고 일기를 쓴답니다. 몇 년을 썼는지 모르겠어요. 오랫동안 써 왔기 때문에요. 매일 쓰는 건 아니라도 일기장이 몇 권 쌓이는 걸 보는 건 뿌듯합니다.
제가 문맥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아도 저절로 문맥에 맞게 썼던 건 일기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일기를 쓰는 시간은 문장을 갖고 노는 시간, 문장을 연구하는 시간도 되거든요. ㅋ

꼭 그날 있었던 일만 쓰는 게 아니라 며칠 전에 있었던 일도 쓸 수 있어 일주일에 한두 번 쓰는 것도 좋답니다.

님의 일기 쓰기를 응원합니다!

stella.K 2018-01-11 14:32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다이어리는 날짜가 적혀 있으니
안 쓸 수도 없고. 일단 가계부 쓰는 마음으로 써 보려구요.
언니는 문장을 갖고 노는 마음으로 쓰시는군요.
저는 오히려 그나마 블로그가 있으니까 문장을 다듬지
일기는 그냥 생각나는데로 개발세발로 쓰고 있습니다.
까이 꺼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하면서 말이죠.
나중에 보면 이걸 내가 썼단 말야? 놀라기도 하죠.ㅋㅋ

이번에 쓸 땐 글씨도 나름 정성들여 쓰고 있습니다.
나중에 다시 보게되면 후회없게 하려고.
알고 보면 제가 좀 많이 허술합니다.ㅎ
응원 고맙습니다.^^

프레이야 2018-01-16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록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되는 날들입니다. 기억이 차츰 흐릿해지니 더욱이요. 그럼에도 게으름을 ㅎㅎ 저 책은 네맛대로읽어라 에서도 나왔지요.

stella.K 2018-01-17 13:04   좋아요 0 | URL
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ㅎ
그런데 그 책이 아쉬운 건 좀 딱딱하지 않나 싶어요.
책 제목은 100% 동의하는데 말이죠.

저 <목련꽃...>은 도착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작년 말에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읽으니 옛날 10대 말이었는지, 20대 초반에 읽었던 <날개>를 다시 한 번 읽게 되었다.

 

이 책 리뷰 때 나는 <날개>를 다시 읽은 소감을 그 독특함 때문에 이상이 뽕 맞고 쓴 글 같다고 했다. 무엇보다 그 작품은 기생 금홍과 살았을 때의 단편을 쓴 것 같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뿐 아니라 이상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뒤, 내 방에서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다.

언제였을까? 서재 활동 초기 때 한창 서재인들 개인 이벤트로 서로 책 선물을 주고 받았을 때 나도 어떤 서재인으로부터 이 책과  같은 작가의 <한용운 평전>을 받은 적이 있다. 감사의 뜻을 그의 서재에 남기고, 언젠간 읽게 되려니 했는데 그 언제가 되도 읽지 않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언젠가 읽어야 한다면 바로 지금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언제까지 이상에 대해 의문만을 갖고 있을 것인가?

 

 

오늘 다 읽은 이 책은 솔직히 쉽게 읽혀지는 책은 아니다. 뭐 워낙에 의문많은 삶을 살다가 간 인물이니 그럴 수도 있고, 시인 고운 옹이 쓴 책이라 호락호락 읽히지는 않았다. 왜 그리도 말이 어렵던지. 그래도 많은 부분 이상에 대한 의문을 풀 수 있어 좋았다. 고운 옹 사견도 좀 들어간 것 같아 다른 저자가 쓴 책과 비교가 필요해 보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날개>는 확실히 금홍과 살면서 있었던 이야기를 바탕을로 한 것이 맞았다. 내가 이 책을 석연치 않게 생각한 건 저자가 금홍을 거의 색녀 또는 탕녀로 묘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기생이었으니 아무리 좋게 봐줘도 딱히 붙여 줄 말은 없었을 것이다. 그나마 기생이 가장 점잖은 표현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이상이 금홍과 함께 살면서 금홍을 성적으로 만족시켜주지 못하고, 경제력도 없었다는 건 확실히 치명적여 보이긴 한다. 또 그 때문에 금홍이 다른 남자와 통정을 하고 그것을 알아도 그는 무심할 수 밖에 없었으리라.

 

그런데 과연 이 프레임이 맞기는 한 건지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금홍을 너무 인격적으로 비하한 건 아닌지. 물론 이상이 그 부분에서 워낙에 취약했으니 그것을 이야기하려다 보니 그렇게 쓸 수 밖에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이상이 살았던 때는 1930년대다. 그 시절 자유의 바람을 타고 남녀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대범했을 테니 그랬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성이 바라보는 남성관을 정력과 경제력란 관점에서만 보는 거라면 저자는 당시의 여성을 너무 단조롭게 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또 그 시각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지 않은가? 누군가는 금홍의 시각에서 이상을 다른 소설을 써 준다면 좋겠다란 바람을 가져 본다.

 

어쨌든 이 책을 읽고나니 지난 날 나는 <이상 시집> 리뷰에 이상에게 무릎꿇었다고 쓰기도 했는데, 이상은 내가 무릎꿇고 말고 할 존재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워낙에 독특한 사람이라.  

 

단지 이 책을 읽고나니 1930년대가 궁금해졌다. 누구는 우리나라 이때를 가리켜 한국의 문예부흥기라고까지 했는데, 우리나라 근대 문학사에서 김유정이나 김기림 당대 같은 기라성 같은 문재들이 이 시기에 나타났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들이 읽고 싶어졌다. <이상과 모던 뽀이들>은 내가 좋아하는 문장 노동자 장석주가 쓴 책이다. 과연 그는 1930년대를 어떻게 해석하고 밝혀놨을지 궁금해진다.

 

솔직히 이상은 저 고운 책을 읽는 것으로 만족하려고 했는데 김연수의 책은 이상의 전기 소설로 알고 있다. 과연 김연수의 입김으로 이상이 어떻게 1930년 대를 살아있을지 궁금하긴 하다.

 

이 책은 언제 읽게될런지는 모르겠다. 솔직히 새해를 여는 책으로 <이상 평전>이 될 거라곤 나 자신도 몰랐으니까. 조금 더 삼빡하고 기품있는 책을 읽었어야 하는 건데. 일단 올해 안에 읽어보는 것으로 계획을 세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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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9 15: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01-09 17:42   좋아요 0 | URL
앗, 캡숑짱! 이거 원 얼마만에 들어보는 칭찬인지!!! 고맙습니다.ㅋ
그런데 뭐 1930년대를 살다 오신 것 같아요.
완전 꿰뚫고 계시는데요?ㅎㅎ
전 역사엔 그닥 좀 그런데 해반 전후에 대해선
관심이 좀 가더군요. 내친김에 관련 책 좀 읽어 볼까 봐요.^^

cyrus 2018-01-09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은의 <이상 평전>이 지나치게 편협적이라서 이에 반발해서 나온 책이 김연수의 <굳빠이 이상>이에요. 고은의 <이상 평전>을 읽어보려고 했는데 집 근처 도서관에 없는 책이라서 안 읽었어요. ^^

stella.K 2018-01-09 18:29   좋아요 0 | URL
앗, 그래? 어르신이라 그런지 말이 좀 어렵다는 것외엔
그렇게 편협하다는 느낌은 안 드는데. 물론 내가 지적한 건 좀 있지만.
그책이 절판되서 구하기는 쉽지 않을지 모르지만
큰 도서관 같은데는 있지 않을까?
필요하면 말해 빌려줄 수도 있어.ㅋ

이상 평전이 의외로 많이 나왔더군.
암튼 네가 그렇게 얘기하니까 굳빠이 이상 읽어보고 싶어진다.
사실 난 김연수 글이 좀 안 맞아서 잘 안 읽었거든.

프레이야 2018-01-16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서촌 이상의 집을 갔어요. 이상에 대한 관심이 새로이 돋아나던 차였지요. 두 가지 담아갑니다. 페이퍼 고마워요

stella.K 2018-01-17 13:06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구나.
이상의 집이 서촌에 있어요? 몰랐네.
올핸 저 두 권의 책을 읽는 것도 저의 독서 계획중 하나입니다.^^
 

돌이켜 보면 1년은 그렇게 짧은 시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교롭게도 한 해의 시작과 끝이 같은 계절에 있어서 우린 한 해가 짧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더구나 움츠러드는 겨울이다. 밤은 길고 낮은 짧으니 우울한 마음에 한해를 돌아보는 게 더 을씨년스러운 건 아닐까?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 한창 여름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오히려 밝고 즐겁게 한해를 마무리하지 않을까? 이번 생애는 좀 그런 것 같고 다음 생애가 있다면 한번 지구 반대편에서 태어나 보고 싶다. 과연 그럴지 안 그럴지 확인해 보고 싶어 졌다.    

 

한해를 보내면서 올해 좋았던 책들을 정리하는 일 이거 안하면 좀 섭섭하긴 하다. 나도 하면서 한해를 돌아보고 싶어졌다.

 

올해는 작년 말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문제를 그대로 가지고 한해를 시작했다. 그리고 한해를 마무리하는 지금은 역시 슬프고 황당한 일이 한꺼번에 몰아쳐서 여전히 우리나라가 조용한 나라는 못되는구나를 실감하게 된다. 물론 돌이켜보면 좋은 날도 없지 않겠지만 한해의 시작과 끝이 우울한 일과 겹쳐져서 안 그래도 쓸쓸한 세밑을 더 우울하게 하는 것 같다. 범국가적으로 '한해 마무리 기쁘게 보내기' 뭐 이런 캠페인이라도 해야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올해 얼마나 불편하게 사셨습니까?

 

매년 어디선가는 그해의 트렌드가 뭔가를 분석하는 일을 한다. 가장 많이 알려진게 김난도 교수와 그 사단이 하는  '트렌드 코리아' 인데 유감스럽게도 난 아직 그 시리즈를 읽지 못했다. 대신 이책을 읽었다. 올 한해 트렌드가 적당한 불편이라고 한다. 이책의 요지는 너무 세련된 것만 추구하지 말고 조금 불편하게 살아보자는 거였다. 그중 하나가 아직도 016, 017하는 옛날 휴대폰 전화번호를 그대로 쓰는 사람이 있다는 내용을 실었는데, 나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아직도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내년쯤엔 알뜰폰으로라도 바꿔야할 것 같긴한데 그렇다고 꼭 바꿔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그렇지 않아도 주위에선 휴대폰 안 바꾼다고 뜨끔한 눈총을 받고 있는데 물론 스마트폰 쓰면 나름 좋은 건 있겠지만 생각해 보니 단톡에 등록해 필요 이상으로 문자를 많이 받거나 단톡 등록을 종용 받아야 하는데 솔직히 난 그게 좀 귀찮고 싫다. 그래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 볼 생각이다. 뭐 이만하면 올해 트렌드에 맞게 살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이책은 또 포장도 줄여 환경도 생각해 보자는 그런 내용도 있었는데. 얼마 전, 영국에서 프라스틱 쓰레기를 바다에 버려 생태계 오염이 심각하다는 보도를 본적이 있다. 고래가 프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먹고 고통스러워 한다고. 그러고 보면 인간은 지금 보다 더 많이 불편하게 살아야 하고, 적당한 불편은 앞으로도 계속 유효해 보인다. 이 책은 내년의 트렌드 분석을 '아주 멋진 가짜'라고 한다.  

 

하루키로부터 자유할 수 있을까?

 

그러고 보니 올해 하루키에 관한 책을 두 권이나 읽었다. 하나는 본인이 쓴 책이고, 한 권은 하루키 전문가(?)가 쓴 책이다. 그의 소설도 읽어보겠다고 사 놓고 한해를 그냥 넘기게 생겼다.  

 

올해도 그는 새 소설을 내놓고 전 세계를 들썩이게 만들었는데, 솔직히 하루키처럼 애매모호하게 얘기하는  사람도 없을 것 같다. 한마디로 딱히 좋다고 얘기하지도 않으면서 웬지 거부할 수 없는 것이 중론 아닌가? 나 역시도 그의 소설 보다는 그의 글쓰기에 관한 책이나 주변에 관한 책에 관심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내년에도 이와 비슷한 책이 나오면 또 읽게 될까? 아니다. 그만 읽자. 뭘 자꾸만 읽나. 핵심은 오리지낼리티 아닌가.ㅋ

 

조금은 숙연함을 느끼고 싶다면...

 

일종의 기행문으로 우리나라 화가의 작품이 어디에서 나왔는가를 추적하는 책이라고 보면될 것 같다. 무엇보다 일반인은 잘 모르는 화가들을 소개해서 나 개인적으론 신선했다.

 

가장 많이 기억에 남는 건 광부 화가 황재형을 소개한 부분이다. 그는 광부 화가가 되기 위하여 스스로 광부가 되었다. 마치 예수님의 현현을 보는 것 같아 뭉클한 기억이 아직도 있다.

 

 

 

 

 

 

옆구리가 시릴 때 읽는 책 

 

진짜 재밌게 읽었던 책이다. 저자는 한때 TV에도 그 모습을 드러내 잘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재밌게 글을 쓰는 줄은 몰랐다.

 

솔직히 객관적으로 저자가 그렇게 잘 생긴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못 생겼다고 작업을 못하고, 잘 생겼다고 작업을 잘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잘 생겼지만 작업을 못하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고, 못 생겼으면서 작업도 못하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불쌍하다. 그러니만큼 잘 생기면서 작업도 잘하는 사람은 축복 받은 사람이고, 못 생겼지만 작업을 잘하는 사람은 진짜 능력자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진짜 능력자다.

 

또한 그 둘 다는 후천적인 노력으로 가능하기도 한데 무조건 들이대는 사람 보다 작업 잘하는 사람이 낫긴 하지만, 나이들면 작업 잘하는 사람도 별로더라. 그래봤자 바람둥이의 다른 말 밖에 더 되는가? 결국 남는 건 사람에 대한 예의와 공감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 만나기가 갈수록 쉽지 않으니 이것만으로도 내 사람 만드는데 충분한 것 같다. 그러니 이책은 저자의 입담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궁금하면 읽어보시든지.

 

책, 어렵게 읽을 필요 있을까?

 

둘 다 올해 저자에게서 직접 받은 책이다. 두 저자 모두 책에 대해서 말하라고 하면 못해도 3박4일은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배틀을 시켜도 좋을 것 같지만 두 저자가 한 테이블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독서만담>은 정말 책 가지고 이렇게 웃길 수도 있구나를 몸소 확인시켜 준 책이고, <서민 독서>는 개인적으로 기대하지 않던 선물 같은 책이다. 무엇보다 저자가 책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어렵지 않은 말로 읽었던 책과 생활담을 적절히 녹여내고 있다. 결코 얇지 않은 책임에도 정말 즐겁고 편하게 읽었다. 

 

사실 책은 좀 어렵게 읽을 필요가 있다. 책의 세계는 워낙에 넓고 광대해서 내가 원하는 책만 읽어도 다 못 읽긴하다. 하지만 독서 편식이 생기면 어려운 책은 기피하는 현상을 이길 수가 없다. 독서하는 근육을 발달시키기 위해서 다소 어려운 책에 도전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서민 독서>는 분명 어렵지 않지만 그안에 소개된 책은 결코 쉽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은 아니다. 이책 읽으면서 서서히 어려운 책에 발을 들여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올해 건진 소설

 

언제나 새해가 되면 소설 좀 많이 읽어야지 해놓고 정작 내가 읽는 책은 수필이거나 인문학을 가장한 에세이가 많다. 그래도 올해 어떻게든 읽어보려고 용을 써봤는데 그나마 건진 건 이 두 권의 책뿐이다. 

 

<난쟁이 백작 주주>는 허구가 아닌 실제 있었던 인물을 바탕으로한 전기 소설이다. 그런데 그 묘사가 너무도 풍부해 마치 유럽풍의 사극을 보는 것도 같다. 앞서 작업에 관해서도 얘기를 했지만, 신체적 결함이 있다고 해서 사랑을 못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주주는 실제로 비율이 여느 사람에 비해 작아 난쟁이가 되었지만 그는 언제나 자시 삶에 당당했고 그로인해 사랑하는 사람과도 결혼했다. 물론 그의 결혼이 순탄했던 건 아니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의 삶에 충실했다. 그가 살았던 당대의 사회와 인물들이 등장에 한층 읽는 맛을 더했다. 다시 읽어도 좋을 책이다.

 

<영초 언니>는 읽으면 확실히 정권이 바뀌긴 바뀌었구나를.실감한다. 박근혜 때는 박정희의 신화가 다시 돼 살아나는 분위기였는데 말이다. 정권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 한쪽의 역사가 봉합되기도 하고 다시 풀어지는 것을 반복하는 나라가 과연 건강한 나라일까?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지가 30년이 넘었고 아직도 규명되지 않은 사건이 그리도 많다는데 이걸 보수 진영의 반대로 규명이 또 한 번 늦춰진다는 건 좀 말이 안되는 것 같다. 보수와 진보 어떤 진영이 정권을 잡던 그것과는 별개로 역사는 규명이 되어져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야 적폐 청산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독일 나치의 역사는 지금도 끊임없이 논의되고 있지 않은가?  

 

<영초 언니>는 소설적 요소가 짙긴하지만 그것도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읽기가 괴롭긴 하지만 상당히 잘 쓴 자전 소설이다. 내년에도 이런 류의 책이 더 나올지 모르겠다. 

 

역대 대통령으로 본 한국 근현대사

 

올해는 대통령이 임기 중 탄핵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고 때문에 12월에 치뤄져야할 대선이 5월에 치뤄짐으로 일명 장미대선이란 말을 낳기도 했다.      

 

올해도 대통령 후보들이 자신을 알리기 위해 자전 에세이류를 내놓기도 했는데 그닥 탐탁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 와중에 이책은 정말 썩 괜찮은 책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을 비교적 꼼꼼하게 분석해 놓았다. 어느 대통령도 좌로나 우로 치우침이 없이 공과를 잘 정리했다. 다만 이명박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선 지금도 너무나 의혹이 많아서 그런지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지금의 문제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아직 높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대통령들 대부분이 퇴임 때 별로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 것을 볼 때 나는 지금으로선 그가 잘한다 못한다를 판단하고 싶지는 않다. 대신 그저 잘 해 주기만을 바랄뿐이다.  이책은 역대 대통령으로 본 한국 근현대사를 보는 것 같아 강추다.

 

전혜린이 뭐 어때서...

 

 

솔직히 전혜린은 우리 여성들에겐 여신 같은 존재 아니었나? 사춘기 때 그녀의 책 한 권쯤 읽지 않은 사람이 있었을까?

 

그런데 이책은 그렇게 전혜린을 사춘기 소녀들이 열독하고 있을 때 그녀가 사회적으로 어떠한 대접을 받고 있었는가를 낱낱히 밝혀 놓은 책이다.

 

읽으면서 열에 받히기도 했고, 또 한편으론 저자가 여성으로서 뭔가 모를 피해의식이 있는 것은 아닐까? 살짝 의심이 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주 없는 말을 했을 리는 없고, 나중에 드는 생각은 왜 우리 여성은 자신이 좋아하는 이상적인 여상상 하나쯤 가지면 안 되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올 한해 내가 심심찮게 썼던 말이 '남성(주의) 편향'이었다. 우리는 이것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들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사회도 그렇고, 매스컴도 그렇고 너무나 남성 편향으로 되어있어 그것이 문제인지도 모르고 문제제기 조차 안하고 있다. 비근한 예로 TV 예능을 봐도 그렇다. 남자 출연자 일색이다. 그나마 여성 취향을 고려한 듯한 구성이 돋보이긴 하지만 그래봤자 전장은 다 남자 일색이라고 별로 나아 보이진 않는다.

 

그렇게 전혜린 같은 똑똑한 여자를 비아냥 거리고 나쁜 사람으로 매도한다면 똑같은 논리로 문제를 제기하고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만히 있으면 호구로 안다는 말은 이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다.

 

작가를 알아가는 것은 나의 기쁨

 

 

언제부턴가 나는 작가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뭐 워낙에 어렸을 때부터 작가가 꿈이었으니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그중 올해 이 세권의 책을 읽는 것은 나의 큰 기쁨이었다.

 

조지 오웰은 워낙에 유명해 말이 필요없을 것 같다. 단지 안타까운 건, 작가치고 행복하게 산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고 조지 오웰 역시 그렇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늘 부조리와 파시즘과 싸우고 가난 속에 살았다. 사람을 지배하는 사고가 그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남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사람은 삶도 긍정적여서 장수하며 오래 살던데. 그래서 그런지 요즘 작가들은 옛날 작가 보다 오래 사는 것 같다. 그만큼 자신의 삶과 맞바꾸리만치 치열한 것 같지 않고, 그저 관조하고 연구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자기관리도 잘하고.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삶이 작가의 삶이 되어버린 건 아닌지.

 

<위대한 현대작가들 A  To Z>은 정말 잘 만든 작가 인명 잡지(?)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정말 잡지 같다. 52명의 작가들의 캐리커처도 볼만하고 간결한 것이 그들의 주요작까지 잘 정리되어 있다. 현대 작가들에 대해 아는 척하기 딱 좋은 참고서(!)라고 생각한다. 작가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한권씩 구비해 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어리석음의 미학>은 저자가 도스토옙스키를 존경해 한마디로 그를 변호하고 편들기 위한 책은 아닌가 싶다. 우리가 잘 아는대로 도스토옙스키는 간질 환자다. 간질 환자는 예나 지금이나 감추고 싶은 수치스러운 병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도스토옙스키는 그것을 정면돌파했고,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능력을 가졌다.

 

책이 좀 어렵긴 하지만 난 이책을 읽으므로 도스토옙스키를 더 존경하게 됐다. 또한 저자는 정신의학자로서 세상을 너무 병리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비판을 한다. 난 작가의 그런 시각도 일견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세상이 그렇게 건강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병든 것으로 보고 그걸 불행하고 부조리하게 보는 것도 그다지 바람직한 건 아니다. 병은 어차피 없앨 수 없고 병이 없는 상태를 살아가는 건 불가능하다. 차라리 그 병에서 생의 긍정적인 면을 발견해 나가는 것이 오히려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병은 숨기지 말고 알리라는 말은 그냥 있는 말은 아닌 것 같다.

 

리스펙트한 책

 

올해 유일하게 읽었던 기독교 서적이다.

올해 유일하게 읽어서 그렇지 그동안 이재철 목사님 책은 꾸준히 읽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워낙에 유명하고 많은 기독교인들이 한번쯤 뵙고 싶어하는 존경 받는 기독교 지도자이기도 하다.

 

그의 책은 인문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상당히 통찰적이며 문체가 어렵지 않아 좋다.  

 

 

 

 

 그밖에...

 

올해는 뜻하지 않게 관련 이벤트에 당첨이 되서 잡지 <릿터>를 무료로 받아보는 호사를 누렸다.

 

덕분에 문학의 향기도 누리고 생각할 거리도 많이 건지고 받을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아마도 이런 호사는 다시 못 누릴 것 같다. 그동안 좋은 잡지를 성실하게 보내 준 출판사에 심심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모쪼록 내년에도 좋은 책 많이 내고 독자로부터 사랑 받는 출판사가 되길 기대한다.

 

 

언젠가 누군가의 댓글에, 나는 대체로 홀수 년이 힘들었다고, 안 좋은 일은 다 홀수에 일어났다고 쓴적이 있다. 예를들면, 아버지와 오빠가 돌아간 것도 홀수 년이었고, 엄마가 암에 걸린 것도 홀수 년이었다. 재수 옴 붙은 해도 홀수 년이었다. 하다못해 오래 전 첫사랑과 헤어진 것도 홀수 년이었다. 그러니 내가 올 한해 얼마나 몸을 사리며 살았는지 모를 것이다. 역시 올해도 그냥은 안 넘어가 좀 안 좋은 일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홀수 년에 겪은 일을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너무 움츠리는 것도 안 좋긴 하지만 어쨌든 난 올해를 무시히 보낼 수 있어서 아주 아주 다행으로 생각한다. 반면 크고 작은 좋은 일은 짝수 년에 있었다. 내년엔 또 무슨 일이 있게될까 살짝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모쪼록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행운이 함께하는 좋은 한해가 되길 빈다. 부디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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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2-31 2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이 되니까, 마지막 날이 되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2017년은 제게도 아쉬움 많이 남고, 힘든 날도 있었지만,
그래서 더더욱 올 해를 잘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stella.K님께서는 짝수년에는 좋은 일들이 있으셨다니, 내년에는 좋은 일들이 함께하는 시간 되실거예요. 이제 곧 새해가 되니까, 좋은 일들, 기쁜 시간 많이 채워넣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tella.K 2018-01-01 12:59   좋아요 1 | URL
ㅎㅎ 2017년 잘 보냈나요?
이제 2018년이 됐어요.올핸 서니님께도
좋은 일이 많이있는 한해가 되기를 저도
기원드립니다. 좋은 한해가 될 거예요.
고맙습니다. 서니님도 다시 한 번 새해 복 많아 받아요.^^

시이소오 2017-12-31 21: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케이님 올 한해도 잊지않고 댓글 달아주셔 감사드리고 짝수년 새해엔 더 풍요로운 한해되시길 바랄께요^^

stella.K 2018-01-01 13:05   좋아요 0 | URL
아, 시이소오님!
댓글 안 달아주시면 저도 올핸 좋아요만 눌러야지 했습니다.
제가 작년에 댓글을 가장 많이 단 서재인 탑3에 올랐잖아요.
이거 원 누구는 한가해서 그렇게 많이 댓글 달고 돌아다닌 게 아닌데
오히려 민망한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ㅎㅎ

저도 늘 님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글 올리면 좋아요 눌러주셔서 .
올해도 변치않고 저는 허접한 글 올릴 생각인데
그래도 좋아요 눌러주실 거죠?ㅋㅋ

모쪼록 시이소오님도 올핸 좋은 일이 많은 한해가 되길 바랍니다.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2017-12-31 2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01-01 13:08   좋아요 1 | URL
솔직히 언제나 그렇지만 전 책을 많이 못 읽어요.
그래도 저렇게 올려 놓으면 책을 꽤 많이 읽은 사람처럼
착시현상을 느끼거든요. ㅎㅎ
새해 잘 맞으셨죠? 오늘부터 또 시작입니다. 홧팅!!

카스피 2018-01-01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tella.K 님 2017 서재의 달인 축하드리며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stella.K 2018-01-02 12:14   좋아요 0 | URL
아, 고맙습니다.
카스피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소원성취하십시오.^^
 

지난 금요일 책 팔러 장마당에 다녀왔다.

꼭 그날 그곳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귀찮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요즘들어 잠자리를 따뜻하게 하고 자서 그런지 밤에 잠을 잘 자고 일어나는 편인데 그런 날은 하루종일 피곤하지도 않고 컨디션도 제법 좋은 편이다. 그런데 하필 그날은 전날 이상하게 잠을 좀 설쳤다. 그래도 굳이 장마당을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한 건, 귀찮은 생각이야 늘 드는 생각이고, 그나마 추웠던 날씨속에 반짝 기온이 영상으로 오른다고 해서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역시 몸이 안 좋을 땐 나가지 말았어야 했다. 더구나 이런 추운 계절은. 최대한 몸을 움크리고 조심 또 조심해야 했다. 가지고 나간 책은 다 필긴 팔았는데 장마당 두 곳을 다 둘러보아도 딱히 정말로 사고 싶은 책이 골라지지 않았다. 물론 사 두면 좋을 책들이야 많지. 하지만 늘 얘기하지만 내 방은 책으로 포화 상태라 정말 이건 꼭 사야 돼 하는 책이 안니면 절제하는 중이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보니 역시 그 책을 살 걸 그랬다 싶은 책이 있었다. 

 

 

 

 

 

 

 

 

 

 

 

 

 

 

다 내가 한번쯤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내가 대체로 역사에 좀 약하긴 한데 그래도 역사 소설은 읽어 줄만하지 않은가? 김탁환의 소설이야 말할 필요도 없고, 더구나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은 역사 소설도 부족해 추리 형식까지 담고 있다. 평점도 높은 편이고 리뷰 반응도 좋다. 

 

아직 김형경의 소설을 못 읽어 봤다. 여기저기서 김형경의 작품을 칭찬하는 사람이 많고, 어느 학교 내지는 교육 기관에선 그녀의 소설을 교재로도 사용하는가 본데 말이다. 그런데  <세월>은 하필 1권 밖에 없었다. 두 권 다 있었으면 샀을지도 모른다.

 

책을 고르다 화장실을 가기도 했는데,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고, 들어갈 땐 갔다와서 좀 다 보다 가겠다고 했는데 나오고 보니 다시 서점 안으로 들어 가기가 귀찮은 생각이 들었다. 그날따라 다리도  뻣뻣하고. 얼른 들어가 쉬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 난 거의 인사불성이 되도록 잠에 골아 떨어졌는데 알고 봤더니 그게 감기 시초였다. 난 해마다 요맘 때 감기를 앓곤 하는데 심한 건 아니지만 올해도 그냥 지나가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안 걸리려면 알 걸릴 수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데 역시 나아가 들면 면역력이 떨어지긴 떨어지는가 보다.. 

 

나는 감기가 어떻게 내 몸을 덥치는지 안다. 작년 같은 경우는 다용도실 문을 여는데 바람이 나를 훅하고 덥쳤다. 그런 후 감기에 걸렸고, 이번엔 무리한 외출을 감행했다 걸렸다. 그렇지 않아도 조심한다고 한건데. 이렇게 나는 감기가 어떤 경로로 오는가를 기억하려고 하는 건, 그걸 알아야 예방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독감은 주사로 예방한다지만 감기는 예방약이 따로 없다. 조심하는 것 밖엔. 하긴 그 두 경로는 다 컨디션이 안 좋을 때를 배면에 깔고 있긴 하다.

 

아무튼 덕분에 난 책을 팔기만 하고 사지는 못하고 들어왔는데, 처음엔 안 사고 들어왔다고 나름 속으로 쾌재를 불렀더랬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후회가 남는다. 다음에 가서도 이 책들을 다시 본다면 그땐 인연인 줄 알고 꼭 데리고 돌아오겠다. 그러나 없다면 이때도 아닌 것을 그때라고 인연이었을까 하며 못 산 후회를 훌훌 털어버려야지. 그러므로 서점에 가고도 책을 안 사거나 덜 살 수 있는 방법은 컨디션이 안 좋은 날 가는 것이다.

 

그런데 책을 팔아야하는 서점의 입장에선 그건 좋은 것이 아닐 것이다. 그날 처음 깨달은 건데, 책을 팔야하는 서점의 입장에선 화장실은 가급적 가까운데 두라는 것. 그점에 있어선 알라딘이 한 수 위였다. 그곳은 화장실로 통하는 문이 따로 있었는데 출입문을 통해 나가려면 다시 서점 안으로 들어와야 하는 구조다. 엘리베이터도 서점안에 있고. 그런데 비해 예스24는 인테리어는 좋긴하지만 엘리베이터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다. 화장실을 가려면 한층을 더 내려가 극장에 딸린 곳으로 가야한다. 그러니 다시 들어가기가 귀찮은 것이다. 대신 알라딘은 화장실이 낡고 깨끗하지가 못하다.

 

그날 두 곳이 다 좋았던 건, 책을 받아줬던 직원이었다. 물론 그들은 대체로 다 친절하다. 하지만 유독 그날 내 책을 받아줬던 이름모를 직원은 친근감이 느껴지게 했다. 얼굴은 그리 잘 생긴 것 같지는 않았지만. 생김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지.

 

예스24도 만만치 않았다. 친근감은 비교적 떨어지긴 했지만 대신 좀 매력적이었다. 내가 가져간 <해저2만리>를 꼼꼼히 살피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진지하던지 넋을 잃을 뻔했다. 물론 난 포커페이스를 했지만.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진지함이 느껴지기도 했고.

 

저 책이 생물 가격은 꽤 나가는데 팔면 정말 X값에 가깝다. 그래도 파는 게 날 것 같아 팔아버렸다. 특별히 이달은 20%를 더 얹혀 준다고 해서. 그런데 막상 팔았더니 너무 낮은 가격이라,

"20% 더(쳐 준다고 해서)......"

그랬더니 이 직원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말한다. 눈이 먼저 말하고 입으로 얘기했던가...?

"네. 그 가격으로."

더 이상 할 말도 없었지만 그 태도의 진지함에서 이미 나를 압도했다. 잘 해야 20대 중후반 정도 됐을 것 같은데. 그들에게도 특유의 진지함이 있다는 게 새삼 놀랍다고나 할까? 하긴 내가 요즘 병이 있긴 하다. 젊은이들이 왜 이렇게 예쁜지. 보고만 있어도 좋다.어떤 땐 가슴이 두근두근 하다. ㅋㅋ 아무튼 그날은 대체로 괜찮은 날이었다. 나의 감기만 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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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7-12-17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기는 초반에 잘 잡으셔야 해요. 언능 회복하시길요.

stella.K 2018-06-30 11:14   좋아요 0 | URL
감기는 그저 많이 쉬어주는 게 최고더라구요.
많이 쉬어서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서니데이 2017-12-17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씨가 매일같이 추워요. 감기 빨리 나으세요.^^

stella.K 2017-12-18 13:0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나갔다 들어왔는데
정말 춥더라구요.
그런데 밤에 눈이 올 줄은 몰랐는데 다행히도 지금은
그다지 춥진 않아요. 밤부터는 추워진다더군요.
서니님도 조심하세요.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17-12-17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안 사는 방법이 감기 걸리는 거라면 저는 책을 사고 감기에 안 걸릴래요.ㅋ
김형경의 사람풍경, 좋게 읽었어요. 심리에세이.
심리학 공부를 많이 한 듯 느껴졌지요.

stella.K 2017-12-18 13:14   좋아요 1 | URL
ㅎㅎㅎ 과연 언니의 입담은 알아줘야겠군요.
그냥 그런 방법도 있더라는 거죠.ㅋㅋ

김형경 작가 심리 공부를 많이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몇년 전 지하철을 탔는데 한무리의 여사님들이
거 작가의 소설 중 가장 긴 이름의 소설 (뭐더라...새들은 숲에 가서 운단가...? 암튼) 그거 읽고 리포트 내는 뭐 그런 얘기를 주고 받더군요.
그러고 보니 제 친구 한 애도 상담학 공부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책 교재로 썼다는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소설은 여성학에서도 많이 다루지 않을까 싶네요.^^

2017-12-17 2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7-12-18 13:15   좋아요 0 | URL
그렇지 않아도 전 감기 걸렸다 하면 모든 걸 작파하고
누워서 꼼짝도 하지 않죠. 지금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고맙습니다.^^

cyrus 2017-12-18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알라딘에 책을 주문하면 중고서점 픽업 배송 서비스를 이용해요. 편의점 배송 서비스도 이용하긴 한데, 아예 택배 서비스를 안 하는 편의점이 있어서 조금 불편해요. 퇴근하고 난 뒤에 서점에 가서 주문 상품을 받아요. 그런데 문제는 여기 와서도 서점에 있는 책 몇 권을 더 사요.. 서점에 가도고 책을 안 사는 날은 절대로 없어요. ^^;;

stella.K 2017-12-18 13:19   좋아요 0 | URL
아, 그런 거 있는 것 같긴하더라.
그런데 그걸 이용하리만치 내가 책을 많이 사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아쉬웠어.

낚시꾼 고기 잡는 손맛이 있다잖아.
책도 앉아서 인터넷으로 사는 것도 편리해 좋긴 하지만
그런 중고샵에서 직접 사 보는 맛도 남다르긴 하지.

나는 안 사는 날 있다. 할렐루야지.ㅎㅎ
 

책 욕심은 한이 없다. 줄여야지 줄여야지 하면서도 그게 잘 안 되고 있다. 내가 읽겠다고 받아 둔 책만해도 뭔지 아는가?

 

책 표지가 예쁘긴 하다.

하지만 이상의 시는 난해하다.

시를 읽지 못하는 내가 생각해도 이건 과유불급이다.

그래도 읽어 보겠다고 덤빈 건 이상은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에겐 로망이고 이상향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이상의 <날개>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으랴? 지금도 생각하면 하나의 충격이고, 감전이었다.

 

시 가지고는 할 말이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뒤에 그의 수필이 나오니 그걸 가지고는 할 말이 있으려나?

리뷰 쓸 일이 저신 같다.

 

 

장정일이 언제 이런 책을 내놨구나.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유명한 고전의 서문을 그 특유의 시각과 문체로 분석해 놓은 책 같다.

 

사람들은 책을 읽으면 저자 서문 그렇지 않으면 후기를 읽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솔직히 난 서문은 목차만큼 읽지는 않는다.

예전엔 아예 읽지도 않았다. 뭐 그냥 익명의 독자에게 예쁘게 봐달라는 하나의 인삿말 같은 거 아니겠는가?

그리고 맨 마지막에 출판 관계자들과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호명하며 끝을 맺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까 서문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인식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문학계의 똘이 장군 장정일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하긴 나 역시도 서문을 아주 안 읽지는 않는다. 어떤 서문은 정말 그 책이 어떤 책이라고 설명하는 것이어서 꼼꼼하게 읽게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을 발견하는 순간 내 책의 저자 후기를 떠올렸다. 에세이에 뭐 굳이 서문이 필요할까 싶어 후기로 주저리 주저리 특정 작가를 저격하면서 썼던 기억이 난다. 위대하게 쓸 수 없다면 차라리 주저리 주저리 쓰는 게 나을 것 같아서였다. 또한 그 작가가 싫어서라기 보단 우리 문학의 참을 수 업는 가벼움 때문에 또한 그것을 제도권 문학으로 수용하는 작태에 대해 내가 이때가 아니면 언제 또 목소리를 높여보나 해서다. 그런데 역시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글이다.  근데 이 책을 읽으면 또 찔릴 것도 같다.

 

얼마 전, 문학동네에서 <전쟁과 평화> 완간 기념 이벤트를 했었는데 안 될 줄 알면서도 너무 읽고 싶은 나머지 도전했다. 물론 역시 미끄덩이었지만.

 

그렇게 쓸쓸히 사라질무렵 (사실 이 얘기하지 말라고 하긴 했는데) 이 책의 번역자님께서 개인 이벤트를 여였다. 뭐 앞선 이벤트에서 떨어진 이유도 있었지만, 그분의 이벤트의 변이 (지금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너무 인상적이 응원차 도전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 이벤트에 기대를 하지 않았던 건 도전자가 많아 죽음의 사다리 타기를 했기 때문이다. 놀라운 건 내가 그 사다리에 살아남았다는 것.

 

받은 지는 지난 달에 받았는데 제목이 시사하듯 요즘 같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읽어주면 딱 좋을 것 같다. 이 시기를 넘기면 좀 기대가 수그러들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더운 7 8월에 읽어줘야 한다. 그러기엔 또 번역자분께 너무 미안하지 않는가? 아무튼 난 이 이벤트 때문에 <전쟁과 평화> 이벤트 후유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글 잘 쓰시고, 좋은 일도 많이 하시는 프레이야님께서 우리집 주소를 알려 달라고 했을 때 좀 놀랐다. 아니 이 분이 또 언제 두번째 책을 내셨더란 말인가? 기쁘기도 하고, 부러운 마음에 냉큼 주소를 알려 드렸다. 

 

프레이야님 지난 번 첫번째 책을 낸 이후로 서재에 잘 안 나타나시고, 나 역시도 서재에 글을 남기는 게 예전만 같지않아 좀 멀어진 느낌이었다. 이 책을 계기로 다시 가까워진 느낌이어서 반갑고 기쁘다. 

 

마침 프레이이야님은 내 책을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고 해서 답례로 내 책을 보내드렸다. 모쪼록 이 책도 첫번 책에 이어 좋은 성과 있게되길 바란다.

 

 <릿터>가 새로 나올 때가 됐는데 소식이 없다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잡지 월초엔 어김없이 나와줬는데 이번호는 뜸을 들인다 했다. 그런데 오늘 드디어 도착했다. 하긴 지난 번 나온 것도 목차와 레베카 솔닛 잠시 읽다 다른 책과 다른 일에 묻혀 아직도 읽지를 못했다.

 

그 다른 일이라는 것도 그렇게 급하게 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닌데 괜히 마음만 급했다. 벌써 읽어야할 잡지도 이렇게 못 읽고 있으니.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일도 하고 잡지도 다시 꼼꼼히 읽어야겠다.

 

 

 

사실 이 책은 다 읽고 리뷰 쓰기를 기다리고 있는 책이다.

페미니즘을 바탕으로 한 성교육을 위한 책이고, 미국의 예라 조금은 충격적이긴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도 전파 속도가 좀 느리라뿐이지 이러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사실 제대로된 페미니즘은 성교육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맞는 것도 같다. 그런데 우리나라 성교육의 현주소는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없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요즘 TV는 숫컷들의 전성시대다. 물론 이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겠지만 페미니즘 시각을 가지고 봐서그런지, 브로맨스라는 신조어를 등에 엎고 뭘해도 남자 일색이다.

 

물론 이 브로맨스라는 것도 세상이 좋아졌는지 남성 보다는 여성을 지향하고 있는 것 같아보이긴 한다. 즉 여자들의 마음을 심쿵하게 만드는 남성 출연자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느낌. 하지만 궁극적으론 방송은 남자들이 장악한다는 이 원리는 변함이 없다.

 

나는 잘 몰랐는데 요즘 같은 여성혐오 시대에 남자가 여성 옹호적 발언을 하면 불이익이 생각 보다 센가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을 옹호하는 발언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고마운 일이긴 하다. 하지만 난 또 걱정을 너무 앞서서 하는 걸까, 그게 과연 궁극적으로 여성에게도 좋은 것인지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남자가 여성 옹호적 발언을 하는 것과 여성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배려해 준다는 것은 좀 별개 문제는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물론 남자들이 불이익을 감수하고 그렇게 해 준다는 게 어딘가. 하지만 뭐가 됐든 당사자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당사자가 해결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예전에 나는 영화 <히든 피겨스>를 보고 흑인이 주인공이고 흑인이 나왔다고 해서 흑인 영화가 아니라고, 이건 알고 보면 쵸코 바나나 같은 영화라고 한 적이 있다. 즉 백인우월주의 영화란 말이다. 흑인은 절대로 인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백인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신념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강력 비난을 한 적이 있단 말이다.

 

그런데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그게 또 맞는 얘기다. 노예 해방은 백인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흑인은 없었다. 그러니 그런 영화가 나와도 하나도 문제가 될 것이 없는 것이다.

그와 비슷한 일이 페미니즘 운동에서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 여성의 문제는 너무 심각하고, 여성 스스로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엔 너무 힘이든다. 그래서 남자가 대신 나서서 해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이 사람은 여자를 약하게 본다면 어디까지 약하게 볼 것인가? 여자가 진정으로 나서야할 그때마다 그것을 가로막고 대신 싸워 주겠다고 한다면 여자는 언제 제대로된 힘을 발휘해 볼 것인가? 그리고 그렇게 말하면 오히려 대신 싸워주는데 뭐가 문제냐고 남자로서 실력 행사나 한다면 그게 진정한 여성 옹호가 되는 것일까?

 

어쨌든 그래서 요즘 유명한 남자 셀럽들이 연사로 나서서 얘기해 주는 건 고마운 일이긴 하다. 하지만 늘 그렇게 스포트라이트는 여성 보다 남성을 향해 있다. 진짜로 여성을 위한다면 여성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와주고 격려해 주는 것이 더 옳은 일은 아닐까? 물론 거기에 남성은 남성만이 남성의 의식을 변화시킬 수 있고, 여자들이 모르는 남성의 언어가 있기 때문에 남성이 나서줘야 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사회화된 언어는 거의 대부분은 남성화된 언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자가 여성 옹호적 발언을 하면 이쪽에서 무조건 환영 받을 거란 생각은 안 해줬으면 좋겠다. 자기가 옳은 일을 하는데 환영을 받고 안 받고가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그런 인간의 하찮은 동정이나 받겠다고 페미니즘 하는 건 아니지 않겠는가?

 

애벌레는 스스로가 탈피를 해야지 외부에서 물리적으로 하면 죽는다고 한다. 그런 것처럼 여성의 문제는 여성이 해결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야박하다고 할지 남성 페미니스트들은 이 기본적인 생각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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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0 1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0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0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7-12-10 11:57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런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비 오는 건 용서가 되는데
눈 오는 건 용서가 안 되더라구요.
제가 눈 오면 꼼짝 없이 발이 묶이는지라.
눈 올 때도 씩씩하게 걸어가는 사람 보면
부럽더군요.ㅠ

cyrus 2017-12-10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강연 두 차례 듣고난 이후로 전작 독서하고 싶은 작가가 많아졌어요. 처음에는 니체였는데, 첫 번째 강연 때 로쟈님이 괴테 이야기를 하셔서 민음사판 괴테 작품들을 읽고 싶어졌어요. 두 번째 강연 듣고 나니까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소설이 궁금했어요. 레이디 채털리를 아직 안 읽어봤어요. ^^

stella.K 2017-12-10 12:30   좋아요 0 | URL
너 같은 독서광이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안 읽어봤다니
놀라운 걸...? ㅎㅎ
생각나니? 내가 내 책에 포르노와 에로스의 차이가
뭔지 모르겠다면서 옛날 중학교 때 그 책 읽은 에피소드 쓴 거.
그 기억은 정말 잊혀지지가 않아.ㅎㅎㅎ

근데 내 글에 너의 댓글이 관련이 있는 건가?
좀 생뚱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어제부터 엉뚱해.ㅋㅋㅋ

cyrus 2017-12-10 12:26   좋아요 1 | URL
요즘 저도 읽고 싶은 책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저도 행복한 고민을 털어봤어요.. ^^;;

페크(pek0501) 2017-12-10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프레이야 님의 책을 받았어요. 두 번째 책이라니, 그것도 영화 에세이라니...
어떻게 그렇게 많은 영화를 보고 정리를 할 수 있는 건지 감탄하게 되더군요.

저도 읽어야 할 책이 쌓여 가고 있는 1인입니다. ㅋ 같이 쌓여 갑시다.

stella.K 2017-12-10 18:0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저도 책 낼 때 영화 리뷰도 같이 넣어볼까 하다가
그만뒀어요. 그러면 지저분할 것 같아서.ㅋ
언니도 빨리 책을 내셔야 할 텐데요...^^

희선 2017-12-12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일이든 그 사람이 해야 되겠지요 다른 사람 도움을 받는다 해도... 바로 읽지 못해도 읽을 책이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죠 책을 내신 분이 책을 보내주셔서 기쁘시겠습니다 책 즐겁게 보세요


희선

stella.K 2017-12-12 12:14   좋아요 1 | URL
네. 저자와는 오래 전부터 서재에서 알고 지냈지요.
최근에 좀 소원했는데 이 책 계기로 다시 소통하고
친해질 수 있어서 기쁩니다.
희선님도 그런 기회들이 앞으로 생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transient-guest 2017-12-12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쌓이면 행복해요..ㅎㅎ 직업이 아니라서 그런지 몰라도, 전 가성비만 봐도 책구매가 스트에스해도에 꽤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ㅎ

stella.K 2017-12-12 12:17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행복하기도 하고 이걸 또 언제 다 읽나 걱정도 되고.
예전에 문학평론가 김현이 책 읽기의 즐거움도 냈지만
책 읽기의 괴로움도 썼던 걸로 알고 있는데
알려지기는 즐거움이 더 많이 알려진 것 같아요.
그분은 즐거움이나 괴로움이나 동의 선상에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행복한 스트레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