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적립금이 있어도 웬만해서 잘 안 썼다. 잘 모셔뒀다가 꼭 사야할 책이 있으면 그때 가서 사곤했다. 어떤 땐 적립금 소멸되니 빨리 쓰라고 독촉을 받기도 했다(그런 건 또 알라딘이 1등이다. 요 옆동네는 그런 것도 없더구만.ㅠ). 다 중고샵이 활성화되기 이전의 얘기다.

 

지금은 이상하게 금단현상을 겪는지 수시로 인터넷 중고샵을 드나들면서 쓸데없이 책을 사게 된다. 물론 필요한 책이 마침 중고로 나온 것이 있어 사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벼르고만 있었던 책이 눈에 띄어 사게 되기도 한다. 

 

특히 요즘엔 다시 하루키에 꽂혀서 중고샵에서 하루키 책만 보면 심장이 두근두근 손이 떨린다. 이건 작년에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은 후 나타난 현상인데, 암튼 그것 때문에 오래 전에 사 놓고 읽지 않은 <1Q84> 1권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3권까지 읽으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나는 바로 얼마 전 <해변의 카프카>를 사고 말았다. 이건 또 얼마 전 <카프카의 일기>를 읽었던 탓이기도 한데 알다시피 이 작품은 그 유명한 카프카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니 안 사고는 못 베기겠더라. 뭐 나중에 기회가 되면 더 자세한 얘기를 하겠지만 하루키는 바로 이 섹스만 거두면 좀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하루키의 작품을 저평가하는 건 옳지 못한 것 같다. 요즘엔 하루키 보다 더한 작가도 많지 않던가.

 

이 책 역시 내가 벼르고 있었던 책이다. 이윤기의 책을 기회가 없어서 못 읽으면 모를까 그의 책을 읽고 실망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은 이러 저러한 책들 때문에 기회가 없어 못 읽고 있어서 그렇지 그의 책은 늘 나의 관심 대상이다. 그의 저서건 번역서건 간에.

 

글쓰기에 관한 책을 다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이 책은 정말 꼭 읽어봐야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뭐 그건 그렇다고 치자.

 

 나는 바로 어제 <강규찬과 평양 산정현 교회>와 고종석의 <어루만지다>를 Y 중고샵에서 사고야 말았다. 앞의 책은 좀 필요할 것 같아 사고, 내가 나름 고종석을 애정하는 지라 보는 순간 안 살 수가 없었다. 

 

얼마 전, 모 알라디너가 책을 하도 사 들여 어머니 보기가 민망하다고 한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책 좋아하는 사람은 어쩔 수가 없구나 싶었다. 나도 그러니 말이다. 나는 그 알라디너만큼은 아니지만 내가 엄마 보기 민망한 건 따로 있다. 바로 우리집 다롱이 때문이다. 누가 왔다하면 온 집안을 뒤집어 놓는 통에 어떤 땐 엄마가 짜증을 내며 택배 좀 자제하라고 하는 것이다. 솔직히 내 책 때문마는 아니다. 택배 이용하기는 내 동생이 더 심한데 나도 이렇게 택배 이용을 하니 덤으로 말을 듣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봄이라서 내 깜빡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걸까? 어제 그렇게 책을 받고도 무슨 정신이었는지 알라딘 중고샵에서 책을 또 사 버리고 말았다.    

 

도스토예프스키에 관한 책은 정말 내가 몇 년을 벼르고 별러서 산 책이다. 생각해 보면 이 책을 왜 그렇게 못 사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범사에 때가 있다고 보는 순간 더 이상 늦추면 안 되겠다 싶었다.  

 

조승연은 요즘 가장 잘 나가는 셀럽중 한 사람은 아닌가 한다. 이 책이 나오기 시작할 때부터 궁금하긴 했다. 그가 말빨 못지 않게 글빨도 좋은지 궁금했던 것이다. 책 표지가 좀 중고생을 위한 책 같다는 느낌도 든다. 

 

이렇게 두 권이면 중고샵에선 2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 2만원 이상이어야 배송비가 빠지니 어쨌든 이 액수에 맞추려고 장바구니에서 책을 뺐다 넣다를 얼마나 많이했는지 모를 것이다. 어떤 땐 배송비를 무르기도 했다. 솔직히 내 방은 책이 포화상태라 꼭 필요한 책이 아니면 안 사는 게 좋은데 그놈의 배송비가 뭐라고 이렇게 갈등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옆 동네는 만원 이상이면 배송비를 내지 않아도 되는구만, 알라딘은 이 제도를 개선할 생각이 없는가 보다.ㅠ

 

아무튼 그러던 중 어제 새로운 방안을 찾아냈다. 바로 <불라뇨 전염병 감염자들의 기록>을 새 책으로 산 것이다. 알다시피 이 책은 3천원도 안 되는 파격적은 가격이다. 알라딘은 가격이 얼마가 됐든 새 책을 끼워 넣으면 중고책 2만원 액수에 맞추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물론 이 책 한 권만을 산다면 배송비를 물어야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새 책을 주문하면서 이 책 한 권만을 주문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어쨌든 그러다 보니 세 권에 만 8천 얼마 밖에 들지 않으면서 배송료는 당연 무르지 않았다. 앞으로는 이 방법을 적극 활용해 봐야겠다. 찾아보면 새책이면서 아주 저렴하게 나온 책들도 많다. 대표적인 예가 악스트 잡지다. 이것 역시 3천원이 되지 않으면서 중고책을 필요 이상으로 사지 않으면서 잡지도 볼 수 있으니 나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자, 그럼 이 주문한 책을 어떻게 하면 엄마의 눈을 피해 받아 볼 수 있을까? 물론 며칠 전 그 알라디너처럼 편의점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나도 오래 전 그 방법을 쓰긴 했는데 그땐 주문 빈도수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귀찮아 이용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또 다른 방법이 있을까? 있긴 뭐가 있겠는가. 그냥 운에 맞기는 수 밖에. 마침 수요일은 엄마가 교회에 가는 날이다. 이렇게 엄마가 집에 없는 틈을 타 택배가 오면 좋겠는데 핸드폰 문자를 보니 오후 4시에서 6시 사이에 배송하겠단다. 물론 다소의 오차가 있겠지만 그 시간에 온다면 엄마가 집에 도착하고도 남는 시간이니 어쩔 수 없이 또 한마디 듣겠구만 했다. 

 

아, 그런데 웬일인가. 고맙게도 엄마가 집에 들어오기 전 책이 먼저 도착했다. 그러니까 엄마는 어제 오늘 연타로 내 책이 왔다는 걸 모르고 계시는 거다. 얼마나 다행인가. 게다가 새 식구 맞으려고 오전엔 책 몇 권을 추려 집 앞 주민센터에 기증도 했다. 해 봐야 표도 안 나지만.

 

누군가는 그랬다. 자신은 적립금이 생기면 그 즉시 탈탈 털어 책을 산다고. 난 그때만해도 성격 한 번 꽤 급하시네 했다. 그런데 이제 내가 그 지경이 됐다. 이게 다 중고샵이 생기고 난 나의 변화다. 중고샵이 나의 행동 패턴도 바꿔놓을 모양인가 보다. 

 

사실 이제 와 고백하는 거지만, 나는 지난 번 옆동네가 1년에 두 번하는 파워문화블로그 모집에 응모하지 않았다. 물론 응모해도 꼭 된다는 보장은 못하지만 되기만 하면 부지런만 하면 6개월 동안 5만원의 활동비를 지원 받을 수 있다. 만일 된다면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주로 책을 사는 것에 쓰게될 것이다. 지금까지 산 책은 어쩌고 책만 사 들인단 말인가. 그래서 과감하게 포기했다. 그때도 얼마나 갈등했는지... 난 지금 할 수만 있으면 책을 살 수 있는 모든 루트를 차단해야 한다. 물론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이쯤되면 잘라라, 책을 주문하는 그 손을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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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03-22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은 책들이 눈에 띄네요~ㅋ 페이퍼 잘 읽었습니다~

stella.K 2017-03-23 12:38   좋아요 1 | URL
ㅎㅎ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책 좋아하는 사람은 책만 보이죠?
클났습니다.ㅋㅋ

고양이라디오 2017-03-31 16:43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ㅠㅋㅋㅋ 어딜가나 책 밖에 안보입니다. 특히 요즘은 북플이 있어서 정말 언제 어디서나 책이야기를 접할 수가 있네요^^

기억의집 2017-03-22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공감 무한대! 진짜 자르고 싶어요~~ 저도 일큐팔사 다시 읽을까 하고 있어요. 삼권을 안 읽어서. 지난 번에 3권을 사긴 샀는데 앞 이야기가 기억이 안 나서 다시 읽어야겠다, 이러고 있어요 ~ 저는 남편한테 좀 눈치가 보여서 주말에는 절대 주문하지 않아요. 스텔라님은 어머님 눈치 보시는군요. ㅋㅋ

stella.K 2017-03-23 12:43   좋아요 0 | URL
오~~ 기억님! 어디 갔다 오셨습니까?
한동안 기억님 볼 수 없어서 얼마나 궁금했는데요?ㅠㅠㅠ
잘 지내죠?
<1큐84>가 나름 흥미롭고 잘 쓴 작품이긴 한데 진도가 잘
안 나가죠?
전 이번에 1권만 두 번 읽었는데 두번째 읽으면 진도가 빠를 줄 알았는데
안 그러더군요. 그래도 2, 3권도 마져 읽어야죠.
읽으면서 하루키 좋아하신다는 기억님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ㅋㅋ

2017-03-23 1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23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22 2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7-03-23 12:48   좋아요 1 | URL
와, 일주일에 두 번이면 엄청 나신데요?
너무 자주 와서 죄송합니다.ㅋㅋㅋㅋ
미안할 땐 박하스가 최고죠!ㅎㅎ

해피북 2017-03-22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동안 그런 경험이 있었거든요~ 자꾸 책장이 비어있으면 아쉽고 채워야할거 같고 좋아하는 작가 책이 보이면 무조건 사야할거 같구요 ㅎ 그러다가 정말 책 한 권 넣을 자리가 없는 포화상태에 이르고나서야 자제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인지 요즘엔 도서관에서 책을 왕창 가져와서 읽고있어요 ㅋㅋ 아무래도 저는 평생 못고칠 고질병인가보다고 생각 했어요 ㅋㅂㅋ

stella.K 2017-03-23 12:5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책 좋아하는 사람들 증세가 다 똑 같은 것 같아요.
불치병이죠. 불치병.
그래도 건강하고 건전한 불치병 아니겠슴까?ㅋㅋ

cyrus 2017-03-23 1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음부터 책 주문할 때 편의점 배송을 선택하려고 해요. 당일 배송이 아니더라도 좋아요. 일단 책을 내가 직접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제가 일하는 평일에 책이 집에 도착하면, 집에 계시는 어머니가 박스를 개봉해요. 그래서 제가 주문한 상품을 먼저 개봉하는 기회가 많이 없어요.

이런 방법도 괜찮아요. 책 상품이 도착하기 전에 택배직원이 먼저 연락 오면, 집 근처 다른 슈퍼마트에 맡기면 됩니다. 그런데 단점은 손님의 택배 상품을 믿고 맡길 슈퍼마트가 잘 없는데다가, 거기 가면 예의상 마트 물건 사줘야 해요. ^^;;

stella.K 2017-03-23 18:07   좋아요 1 | URL
ㅎㅎ 그렇지. 예의상.
그런데 꼭 편의점이 아니어도 되는구나.
어쨌든 나도 이쯤되면 택배 말고 편의점을 이용하는 걸
신중히 고려해 봐야할 것도 같아.
그런데 나는 거기까지는 안 나가고 싶다.
그냥 가끔씩 받고 싶은데 문제는 늘 결제 버튼이야. 그지?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