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자기 자신을 용서하라

곡선으로 직선을 그려라 

십자가를 등에 지고 가지 말고 품에 안고 가라

나의 가장 약한 부분을 사랑하라

왜 가장 원하지 않는 일에 인생을 낭비하는가

오늘이 지나면 다시 못 볼 사람처럼 가족을 대하라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목표를 세우면 목표가 나를 이끈다

죽음을 두려워하면 매일 죽으나, 두려워하지 않으면 단 한 번 밖에 죽지 않는다.

마지막이라고 느꼈을 때 30분만 더 버텨라

 

어제 미세먼지가 자욱한데도 불구하고 옆동네에서 강연회가 있어 모처럼 다녀왔다. 그동안은 병원엘 다니느라 웬만큼 필요한 일이 아니면 외출을 자제하고 있었다. 이렇게 안 다니던 강연회도 다니는 걸 보면 그만도 많이 낫다 싶다. 더구나 강연회 장소가 강남역인데, 한강을 넘어가는 것도 아닌데 그 정도는 슬슬 다녀주는 것도 좋지 싶어었다. 더구나 중고샵 안에서 하는건데 강연회 전후로 책도 구경할 수 있으니 괜찮은 코스 같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고, 강연회가 생각 보다 일찍 끝나서 책 구경 조금만하고 가려다 그만 정호승의 저 책에 꽂혀 결국 업어가지고 왔다.

 

정호승은 알다시피 시인이며 수필가이기도 한데 그래서 그런지 그의 에세이는 상당히 감성적이기도 하다. 나는 대체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문장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매번 정호승의 문체에 무릎을 꿇고 만다. 

 

아, 어찌할꼬, 읽겠다고 조금씩 건드려 놓은 책도 많은데 저 책을 건드려 놓았으니...

 

그러고 보니 오빠가 세상 떠나던 해에 오빠 방에서 발견하고 조금 조금씩 읽다 이내 푹 빠져버린 <항아리>가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읽었을 당시도 누렇게 바래진 책이었는데 두어달 전 오래된 책을 처분했을 때 저 책도 보내리라 다짐했던 걸 끝내 버리지 못했다. 

 

문득 십여년 전쯤, 나의 글 선생님을 10년 넘어 다시 뵈었을 때 좋아하는 작가가 있냐고 기습적으로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 난 너무도 당당하게 좋아하는 작가가 없다고 했었다. 김훈 정도는 좋아한다고 말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런데도 워낙 급작스러 준비도 안 됐거니와, 난 작가가 될 사람은 자기 글 외에 남의 글은 좋아하면 안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 역시 덜여문 자의 덜떨어진 대답이다. 그때 정호승을 알았더라면 난 냉큼 "정호승이요." 했을 것이다.

 

감히 김훈과 정호승을 비교한다는 게 가능하진 않겠지만(워낙 그 결이 달라서) 정호승을 알게되면 감성적이면서도 위로적인 문체에 무릎꿇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세상에 나를 무조건 위로하고 격려하는 글을 읽기는 또 얼마나 어려운가. 더구나 누가 좋다더라 해서 읽고 이내 빠지는 책도 나쁘진 않지만 이렇게 우연찮게 발견하고 빠져버리는 건 더 좋지 않을까.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그 가운데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연애를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는 아닐까. 내가 원하던 사람과 연애를 하는 것도 좋겠지만, 생각지도 않은 사람에게서 매력을 발견하고 사랑에 빠지는 것이 더 좋지 않겠는가 말이다. 내겐 정호승의 책이 그런 책 같다. 매번 읽을 때마다 나를 꼼짝 못하게 만들고 나를 무릎꿇게 만드는 책. 그런 한 권쯤 가슴에 품고 사는 독자가 되어보는 것도 독자가 누리는 권리이자 행운 아닐까.  

 

위의 책 맨 마지막 문장을 보며 최근에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가수가 생각이 났다. 누군가 죽을 결심을 했던 그들에게 30분만 버텨보라고 했더라면 그들은 어떻게 됐을까? 혹시 모르니 우린 서로가 서로에게 입버릇처럼 저런 말을 해 줘야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의 삶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은 아픈 곳이 많이 나았지만 대신 이번엔 팔목이 아프다. 여기가 낫는 것 같으면 저기가 안 좋고, 저기가 낫는가 싶으면 또 새로운 곳이 아프다. 어제 약국에도 들렸는데 필요한 약만 사고 팔목 감아 줄 밴드 하나 사 볼 생각도 못했다. 약도 그렇고 다른 물건도 그렇고 꼭 사던 것만 사게 된다. 나이들면 문제해결을 위해 조금도 나아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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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12-19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이팅하세욧! 아프지마시공

stella.K 2019-12-19 15:40   좋아요 0 | URL
ㅎㅎ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19-12-22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저기 아픈 데가 생기면서 나이 들어가는 것이죠. 동병상련.
저는 좋아하는 작가를 물으면 말할 작가가 많습니다.
스텔라 님과 다르게 저는 글쟁이들은 작가를 흠모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생각했어요.

잘 지내고 계시죠?

stella.K 2019-12-23 16:21   좋아요 0 | URL
작가들끼리는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글을 본적이 있어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확실히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저도 먼발치에선 좋아합니다. 개인적으로 알면 실망하게 될까 봐.ㅋㅋ
근데 근래 들어 서재로의 발걸음이 뜸하신 것 같습니다.
별고 없으시죠?
어느덧 갱년기다 보니 남 아픈 게 남의 일 같지 않네요.
올해도 얼마 안 남았어요. 해 놓은 것도 없이.ㅠ

모쪼록 뜻 깊은 성탄되시고,
한 해 마무리 잘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후애(厚愛) 2019-12-24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tella.K님, 메리 크리스마스!!!^^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

크리스마스날 대구에 첫눈이 내리면 좋겠는데 그럴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ㅎ
감기 조심하세요.^^

stella.K 2019-12-24 18:58   좋아요 0 | URL
아, 네. 고맙습니다.^^

프레이야 2019-12-28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책꽂이에 오래전부터 있는 저 책 표지 반갑네요.
한 해가 또 기울고 있어요.
우리는 알라딘묵은지 ㅎㅎ
스텔라님 새해에도 여전하게 뵈어요. 복 많이 받으세요^^

stella.K 2019-12-28 14:17   좋아요 1 | URL
ㅎㅎ 알라딘 묵은지...! 맞네요.
바쁘신 중에도 저의 서재에 들러주시고
인사 남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책 요즘도 조금씩 읽고 있는데
좋더라구요. 기회되면 정호승 전작하면 좋겠다 싶어요.
프레이야님도 가지고 계시다니 반갑네요.

이제 2019년도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렇게 가는 줄 알았으면 좀 더 아껴주고 사랑해 줄 걸.
이제 가면 다시 못 오는데 말입니다.ㅠ
가는 건 아는 거고, 오는 건 또 올테니 내년엔 더 사랑해 주고
아껴줘야겠습니다.
프레이야님도 새해 바라는 소망 다 이루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