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 인생소설 - 나는 왜 작가가 되었나
다니엘 이치비아 지음, 이주영 옮김 / 예미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파리 리뷰>(번역본 '작가란 무엇인가' 전 3권 있다)라는 잡지가 있다. 1953년 창간한 이래 노벨문학상, 퓰리처상, 부커상 등 지구 상에서 더 이상 유명해질 수 없는 상을 받은 작가들을 인터뷰한 것으로 유명한 문학잡지다. 본산은 역시 프랑스가 아닐까? 그런 유명한 잡지가 같은 동향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이하 베베)를 아직 인터뷰하지 않았다는 건 어쩌면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이렇게 유명한 작가를 아직도 인터뷰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 잡지의 인터뷰 조건은 뭐란 말인가. 저 위에 밝힌 조건 중 한 가지의 상이라도 받아야 인터뷰 대상이 되는 걸까? 그런데 생각해 보니 베베는 명성에 비해 상복이 지지리도 없는 작가는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가 그의 많은 책들을 열거하면서 무슨 상을 받았다는 글 한 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새삼 이해할 수 없는 '기현상'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이렇게 이 책의 저자가 그를 인터뷰하고 독자적인 책까지 내줬으니 그럭저럭 위로는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저자는 프랑스 내에서 유명한 전기 작가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인터뷰 보단 전기적인 느낌이 강한 책인 것도 사실이다. 읽다 보면 무슨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든다. 그만큼 문체가 유려하다.


사실 개인적으로 베베를 아주 많이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의 책을 몇 권 읽어본 나로선 그를 싫어하기도 쉽진 않다.(내가 그를 좋아하지 않는 건 그의 세계관 때문이다. 특히 사람은 언제든 자의로 생을 중지시킬 수도 있다고 하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좋지만 그의 사상까지는 좋아하지 않는 게 좋은 것 같다). 공상 과학 소설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그의 공전의 히트작 <개미> 읽고 그를 싫어하기란 쉽지 않다. 30년 전쯤 우리나라에 그 작품이 상륙했을 때 내가 뭐 이런 작품을 읽을 필요가 있나 거드름 피우기도 했다. 그때 후배 하나가 정말 재밌다는 말만 하지 않았어도 나는 끝까지 그 책을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세상의 언론이 아무리 뒤떠들어도 말이다. 그 책을 읽고 베베에게 매력을 느낀 것도 사실이지만, 내가 그런 공상 과학 소설에 눈을 떴다는 게 기특하고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우리가 살던 집엔 조그만 집개 미들이 함께 세 들어 살았는데 이것들은 쪼금해도 생명력이 강해서 손으로 눌러선 잘 죽지도 않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못 쓰는 컵에 물을 받아 놓고 거기에 빠뜨려 죽이는 것이다. 그럼 지네들끼리 엉기다 결국 물속에 빠져 죽곤 했는데 덕분에 집안에 개미가 좀 줄긴 했다. 아무래도 지네들끼리 결의를 했던 것 같다. 사람들 눈에 띄지 말자고. 혹시 눈에 띄면 서로 돕자는 말도. 하지만 왠지 <개미>를 읽고 그렇게 하는 게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만큼 개미에 대한 사실적 묘사가 탁월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작품은 그가 30대 초반의 나이에 냈는데 소년 시절부터 개미를 관찰한 끈기도 끈기지만 관찰력이 대단하지 않나 싶다. 그런데 이 작품 역시 초메가톤급 히트작 <해리 포터>만큼이나 출판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는 건 이 책을 보고 알았다. 우린 흔히 출판되자마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는 말에 현혹되면 안 된다. 그렇게 출판되기 전 어떤 우여곡절을 겪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비하인드 스토리가 다큐멘터리 필름을 보듯 펼쳐지는데 뭔가 마음이 찡한 느낌이 든다. 


언제나 그렇듯 작가는 첫 작품을 어떻게 내느냐와 계속 책을 낼 것이냐로 정해지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내지 말라고 말한다. 책 내봤자 읽는 사람도 없고 종이만 낭비한다고 작가가 되겠다는 의지를 어찌나 꺾던지. 더구나 비평가들에게 혹독한 소릴 듣는 건 차라리 낫다. 어차피 비평가들은 좋은 얘기는 안 하니까. 미움받는 것보다 무서운 것이 무관심 이랬다고 독자가 외면하면 어떻게 할 방도가 없다. 그래도 베베는 비평가들에게 욕을 먹을지언정 독자들에겐 먹히는 작가였다. 첫 작품에 이어 두 번째, 세 번째 작품이 첫 작품만큼 성공할 것인지는 장담할 수가 없다. 그래도 그는 계속해서 작품을 낸다. 책을 읽어보면 전반적으로 베베의 성격은 호기심이 많고 부지런하며 성실해하다. 이건 확실히 그가 작가가 되기에 아주 좋은 성격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형만 한 아우가 없다는 얘기를 듣는 것은 그다지 좋은 평판은 아닌 것 같긴 하다. 아, 물론 베베가 <개미> 이후의 작품이 범작이었다는 말은 아니다. 나 같은 경우 그가 한참 뒤에 쓴 <뇌>란 작품을 두 번째로 읽었는데 <개미> 보다 훨씬 재밌게 읽었다. 요는 처녀작 이후의 작품은 더 좋아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대체로 신인 작가들은 차기작이 처녀작만 못하다는 소리를 들으면 의기소침해지기도 하는데 설혹 그런 소리를 듣게 될지라도 개의치 말고 계속 쓰라는 것이다. 작가가 되고 안 되고는 매번 좋은 평판을 들어야 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고, 어떻게 자신이 작가임을 독자에게 계속해서 각인시키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다. 그건 차기작이 더 낫다는 말을 듣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베베는 그렇게 열심히 써서 어느 틈엔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가 되었다. 그건 매번 좋은 작품을 써서가 아니다. 그는 몇 번의 부침이 있었다. <개미>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작품도 워낙 우여곡절 끝에 나왔지만 대개는 비평가들의 혹평과 뭔가 될 듯 될 듯하면서도 안 되는 출판 상황이지만 행운의 여신은 우연히 미소 짓지 않는다. 그건 베베의 독자들에 의해 증명되기도 한다. 그의 독자들은 늘 그의 작품을 기다렸다. 거기엔 또 성실하게 쓰는 그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에 하기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세상을 돌파하는 건 힘이나 판세를 읽는 영리함 뭐 그런 것이 아니라 우직한 성실함 같다. 특히 작가의 세계는. 뭐든 열심히 성실하게 하는 사람을 당해낼 재간은 없다. 하지만 성실함이란 쉬울 것 같지만 의외로 쉽지 않다.  


베베는 자기 본토인 프랑스에서 알아주는 작가이긴 하지만 해외에서 더 각광받는 작가다. 특히 저자는 베베가 한국에서 사랑을 많이 받았다고 거의 한 페이지에 걸쳐서 쓰고 있는데 과연 그 정돈가 피식 웃음이 났다. 우리나라가 책을 안 읽을 땐 아주 안 읽어도 이렇게 좋은 작가는 확실히 밀어주는 근성은 있다. 그건 또 달리 말하면 좋아하는 작가에만 쏠려 있다는 뜻도 될 것이다. 또 달리 말하면 그전까지는 이렇다 할 공상 과학 작가들이 없었다 베베는 그 분야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기 때문으로도 풀이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 영화에도 손을 댄다. 그는 알만한 제작자와 배우와 협업을 하기도 했다.  


하루키를 말할 때 그는 피츠제럴드와 레이먼드 카버와 레이먼드 카버에게서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는 건 이미 잘 알려졌다. 그렇다면 베베는 누구에게서 영향을 받았을까? <파운데이션>을 쓴 아이작 아시모프와 <듄>을 쓴 프랭크 허버트 그리고 스티븐 킹을 꼽기도 했다. 알아두면 알은척하기에 좋을 듯하다.


베베는 어느 대학의 강연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 베르나르는 학생들에게 동물들이 하는 것처럼 그 어떤 목표도 세우지 말고 무엇인가를 하며 순수한 기쁨을 느껴 보자는 제안도 했다. 무엇인가를 할 때 판단하지 않고 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꿀벌은 꿀을 만들 때 좋은 꿀을 만들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꿀을 만들어낼 뿐이죠. 여러분도 음악이든 그림이든 문학이든 무엇인가를 할 때 괜찮은 것인지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해보세요!" (316p)

나처럼 생각이 많아 한 발을 내 딛기도 힘든 사람에게 정말 도전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를 잘 대변해 주기 도하는 말 같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좋아하는 작가라면 꼭 읽어 봐야 하지 않을까. 


약간 아쉬운 점은 인터넷에 글을 쓰는 것처럼 문단줄 띄어쓰기가 너무 빈번하다는 것인데 웹은 쉽게 눈이 피로해지기 때문에 줄을 띄어 쓰는 게 좋은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종이책은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또한 느낌표의 과다 사용도 보이는데 확실히 글의 격을 떨어뜨리는 것 같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9-12-10 0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9-12-10 14:30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전 글 쓰기가 점점 더 좋아지는데
실제로 쓰는 건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근데 전 이상하게 나 좋자고만 쓰면 더 못 쓰겠더라구요.
뭐든 리액션이 중요하다고 누군가 내 글을 좋아하고 추임새 넣어주면
잘 쓸 수 있는데...ㅎㅎ
고맙습니다.^^

빵굽는건축가 2019-12-10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기엔 또 성실하게 쓰는 그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에 하기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세상을 돌파하는 건 힘이나 판세를 읽는 영리함 뭐 그런 것이 아니라 우직한 성실함 같다‘ 성실함에 대한 내용이 눈에 들어와요. 출장길에 재미나게.읽어봅니다.

stella.K 2019-12-10 14:35   좋아요 1 | URL
아유, 이렇게 열심히 읽어주시다뇨. 황송하네요.ㅎ
어제 저 리뷰 쓰느라고 팔목이 고생 좀 했습니다.
급하게 쓰느라 뭔가 미진한 게 있는 것 같기도한데 나중에 손 좀 봐야겠어요.
재밌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transient-guest 2019-12-10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미국의 기준으로 보면 매우 liberal한 세계관을 갖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자살이나 섹스에 대한 그의 논조는 무척 프렌치스럽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저는 그의 기발한 발상도 그렇지만 타나토노트를 읽고 처음 느낀 유체이탈의 경험이 신기했습니다. 그만큼 제가 푹 빠져 읽었던 것도 있지만 글에는 (약간은 미신적/주술적인 이야기) 뭔가 힘이 깃든다는 말이 떠오르더라구요. 그리고 지금 세상을 뒤흔들고 있는 K-Pop의 한국 이전부터 한국을 다뤄준 것도 기억이 나네요. 보통 아시아가 서양작가의 책에 등장할 땐 중국 아니면 일본이던 시절부터 말이죠.

stella.K 2019-12-10 14:3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세계관이 쫌 그래요.
동양사상 그중에서도 장자인지 도교에 심취해있다고 하던데...
하지만 그의 소년 같은 지적 호기심은 높이 사 줄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베베하고 우리나라 정서하고 뭔가 잘 맞는가 봐요.
유독 우리나라에서 사랑을 많이 받았다고 하더군요.

카알벨루치 2019-12-19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베배 글 하나도 안 읽었네요 ㅎ

stella.K 2019-12-19 15:46   좋아요 1 | URL
헉, 의왼데요? 저 같이 공상과학 소설 잘 안 읽는 사람도
베베의 책 한 두 권은 다 읽는데...
저는 그의 초창기 소설을 추천합니다.
<개미>나 <뇌>는 정말 훌륭하죠. 후기로 갈수록 별론 것 같아요.
하지만 정말 노력하는 작가임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