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 냉장고를 들여 놓느라 고생 좀 했다.

어제까지 쓴 냉장고는 거의 16,7년쯤 썼던 것 같다.

작년부터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한 걸 그래도 바꾸기가 뭐해 여태 쓰고 있었다.

전기 코드는 내가 뽑았는데 느낌이 좀 묘했다.

어떤 물건이든 오래 사람의 손을 타면 그 물건에도 영혼이 깃드는 걸까?

괜히 냉장고에 사망선고를 내린 것 같아 괜시리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

노후된 로봇도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그리고 이내 따라든 생각은 아마도 울엄니가 직접 냉장고를 구매하는 것은 아마도 이번이 마지막이 되겠지 싶었다.

살아오는 동안 엄마는 몇번의 냉장고를 바꾸었을까? 

엄마가 갓 결혼했을 때만해도 냉장고는 그렇게 흔한 물건이 아니었다. 너무 비싸서 혼수품목에도 들지 못했다. 정말 있는 집에서나 들여놓는 거의 귀중품에 가까운 물건이었다.

그러던 것이 TV만큼이나 두 대 이상 보유하는 시대로 바뀌었으니 엄마는 대여섯번쯤 냉장고를 바꾸었을 것이다.

엄마는 냉장고를 새롭게 들여놓고 그안의 물건들을 정리하느라 파김치가 되었다.

예전엔 새 냉장고 쓴다고 그저 신이났었겠지. 

수고했어 엄마. 그리고 구 냉장고 너도 수고했다.

요즘 냉장고는 성능이 좋아 20년은 너끈히 쓴다는데, 엄마도 그때까지 건강하게 살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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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19-10-01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물건에도 영혼, 마음이 있다고 일찍이 그것을 機心(기심)이라고 표현했던 분이 있습니다.
자동차나 세탁기도 다 한가지지요.
아끼고 닦아주고 정성껏 다루면 왜 오래 사용하지 않습니까.
사람도 마찬가지지요.
관심가지고 사랑하면 더 예뻐보이지요.
이번에 마련한 냉장고도 아주 오래도록 스텔라님 어머님과 함께 하시길 빕니다.^^


stella.K 2019-10-02 14:29   좋아요 0 | URL
아, 그걸 기심이라고 하는군요.
저도 그런 얘기 들어서 알고 있긴했는데...
수년 전 세타기 바꿀 때만해도 안 그랬는데
이번에 냉장고는 좀 다르던데요? 미안한 생각마저 들더군요.
다음 번엔 저나 집안 식구중 누군가가 사게 되겠지요.
요즘은 스러져 사는 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자꾸 생겨서
좀 서글프더라구요. 고압습니다.^^


syo 2019-10-02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사람의 인생과 그 생을 스쳐간 냉장고의 대수.... 뭔가 아련하고 서글프면서 따뜻하기도 한 복잡다단한 구도입니다...

stella.K 2019-10-02 14:32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도 글은 저렇게 썼지만 뭔가 단편 소설이나
장편 수필을 쓰고 싶은 걸 겨우 참았습니다.
스요님도 혹시 떠오르는 영감이 있으면 한번 쓰시죠.^^

cyrus 2019-10-02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우리 집에 있는 냉장고는 제가 초딩이었을 때 샀어요. 그거 쓴지 20년 넘었어요. 그런데 그 전에 있는 냉장고도 오래 썼어요. 부모님이 결혼했을 때 샀거든요. 몇 달 전에 미니 냉장고를 주문했어요. 부모님이 먹고 있는 건강보조식품을 보관하기 위해 샀어요. 오래 쓴 냉장고가 어머니라면 김치냉장고는 장남, 미니 냉장고는 차남이겠네요.. ㅎㅎㅎ

stella.K 2019-10-02 18:01   좋아요 1 | URL
ㅎㅎㅎ 정말 딱 적절한 비유네.
그렇구나. 어떻게 그렇게 오래 썼냐?
아주 가끔 로또 맞을 확률로 그렇게 성능 오래 가는 게
나오는가 봐. 보통 수명이 15년 내외쯤으로 알고 있는데 말야.
이거 전 냉장고는 그쯤 썼던 것 같아.
막 물이 질금질금 나오더라고. 그러면 수명을 다한 거라고 해서
바꾼 건데 모터 소리만 안 났어도 몇년 더 쓰는 건데 좀 아깝더라구.

cyrus 2019-10-02 18:40   좋아요 1 | URL
네, 정말 운이 좋으면 가전제품을 오래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김치냉장고의 수명은 오래 못 가요. 2년 전에 김치냉장고를 교체한 적이 있어요. 교체하기 전의 김치냉장고 안에도 물이 생겼어요.

후애(厚愛) 2019-10-04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전제품은 수명이 다 하면 바꾸기가 그래요.
살아오면서 정이 들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어머님과 스텔라님 항상 건강하시고 오래도록 행복하게 함께 하시길 빕니다.^^

즐거운 금요일 되시고 편안한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stella.K 2019-10-04 14:59   좋아요 0 | URL
그렇죠? 다른 것과 같지 않게 오래 두고 쓰는 물건이라 그런가 봐요.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19-10-04 1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전제품도, 가구도 우리의 삶과, 역사를 같이 하죠. 뭐 바꿀 때는 섭섭함과 즐거움이 교차하는 것 같아요.

stella.K 2019-10-04 14:5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