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를 지배하게 될 단어는.....................................................

 

갱. 년. 기 되시겠습니다. 빰빰밤 빰빠라밤~

 

이거 원. 살다살다 이 단어에 꽂힐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하긴 뭐 우리가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서 그렇지 태어나면서 지금까지 어딘가는 조금조금씩 또는 된통 아프면서 살아왔을 겁니다. 그것을 쉽게 잊고 살 수 있는 건 젊다는 이유 때문이었겠죠. 돌이라도 씹어 먹겠다던 그 젊음 때문에 우린 어딘가 조금씩 아파도 금방 금방 잊고 살아왔을 겁니다. 근데 요즘은 어딘가 아프면 암에 걸린 건 아닌가? 올해가 내가 죽을 수인가부터 따지고 앉았습니다. 

 

한 5, 6년 전에 갑자기 어지럼증으로 고생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아는 지인에게 얘기를 했더니 "그거 갱년기에요. 이제부턴 모든 걸 갱년기의 관점에서 이해하세요."

솔직히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렇구나 했지만 한편으론 그동안 심각해 했던 내 자신이 얼마나 김이 빠지던지. 겨우 갱년기 가지고 이 난리법석을...? 그도 그럴 것이, 그땐 아직 갱년기를 논하기엔 좀 이른 나이라고 생각했는데 뭐 암이나 죽을 수 보단 낫긴 했죠.

 

제가 이걸 쉬 인정 못하는 게 갱년기 증상 중 하나가 요통, 신경통, 관절통 뭐 이런 건데 전 이게 30대 중후 반 무렵에 오기 시작했는데 그 나이에 갱년기가 말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게다가 TV에서도 할게 없으면 갱년기 특집을 다루고 있을 때 내 주위의 나와 비슷한 또래 여성들 갱년기를 좀 우습게 보더라구요. "나도 갱년기 되게 무서울 줄 알았지. 그런데 TV는 시청률을 위해 늘 안 좋은 케이스만 다뤄서 그런 거고 그것도 다 견딜만 해요. 그리고 우리 엄마 세대들 다 먹고 사느라 갱년기 모르고 살아왔다고 안 그래요? 그런 것처럼 멋모르고 지나가는 게 갱년기에요." 다 이랬습니다.   

 

그러고 보면 울엄니도 그러긴 하더군요. 난 갱년기의 갱 자도 모르고 살았다고. 옛날에 그런 게 어디있냐며 배부른 여자들의 투정처럼 말씀하시더군요. 그런데 사실은 맞습니다. 저의 엄미 시절엔 갱년기의 의학적 정의도 제대로 정립되기 전이었을 테니, 아니 적어도 단어만 있었지 이만큼 연구가 활발하진 않았을 테니 기껏해야 스트레스 아니면 나이들어 생기는 병이라고 했겠지요.

 

사실 저의 엄니도 30대 중후반에 요통 땜에 꽤 고생을 했습니다. 아마도 제가 그런 것도 유전적 요인 때문일 겁니다. 그러더니 40대엔 두통과 변비로 고생하셨습니다. 또 5, 60대무렵엔 다리가 아프다고 그러고. 그런데 그게 알고 보면 갱년기 증상에 속하는 것들이거든요. 그러면서 난 갱년기 모른다고 딱잡아 떼는 걸 내가 믿다니.  

 

그런데 이런 저도 갱년기에 대해선 아직도 놓치고 간 것이 있었습니다. 사실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장 건강은 그럭저럭 쓸만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작년 말부터 이상하게 화장실을 드문드문 가는 것이었습니다. 하루 정도는 거를 수도 있지만 3일 4일만에 간다는 건 제 인생 역사상 있을 수도 없는 일이거든요. 뭐지...? 싶더군요. 별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예전에 제가 다니던 교회 청년부 목사님 아드님이 소화기 이상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는데 나도 그런 건가? 아님 암인가? 

 

그래서 뒤져봤더니 갱년기 증상 중 하나가 변비에 더부룩 답답함이 포함이 되어 있더군요. 역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마침 몇달 전에 엄마가 변비가 있다고 하여 사 둔 약이 있었는데, 사 놓고나니 당신은 거짓말 같이 변비가 사라지고 정작 제가 그 덕을 보게 생겼습니다. 참고로 변비약은 심할 경우 안 먹는 것 보단 먹는 게 낫긴 하지만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게 유쾌, 상쾌, 통쾌한 건 아닙니다. 뭐든지 자연스러운 게 좋지 말입니다. 사실 저는 갱년기를 은근히 기다린 것도 사실입니다. 월경을 하지 않게 될 테니. 전 또래보다 오래하거든요. 그런데 앞으론 월경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과 갱년기 증상과 맞바꾸게 생겼습니다.ㅎㅎ 

 

암튼 그러던 중 모든 걸 갱년기의 싯점에서 이해하라고 충고했던 그 지인을 엊그제 모처럼 만났습니다. 상당히 오랜만에 만났는데 대뜸 나더러 얼굴이 좋아졌다길래 갱년기를 사는 사람이 얼굴이 좋아지면 얼마나 좋아은가 하여 그 얘기를 했더니, 역시 한국인은 한 술의 제왕들인 것 같습니다. 그 지인 한 술 더 떠 자기는 일주일 동안 화장실을 안 간 적도 있다더군요.

 

내가 놀라 "아유, 그러고 어떻게 참았어요? 그런 말 안 했잖아요." 그러자

"제가 원래 참는 거엔 도가 터잖아요."

그래. 그건 인정이다. 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데 그 지인은 지금까지 만나면서 얼굴 한번 찡그리는 건 못 봤다. 그게 다 참는 거였다.

"원래 병은 자랑하라잖아요. 모든 걸 갱년기의 싯점에서 바라보라면서. 진작 가르쳐줬으면 이렇게까지 걱정 안 했을텐데."

"글쎄요. 내가 왜 그랬을까요? 호호호."

하긴 우리가 다른 할 얘기도 많은데 고작 만나서 똥 싸는 문제로 시간을 버릴 순 없지 않은가? 게다가 말했다시피 내 주위 사람들은 갱년기 별거 아닌 사람들만 산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중에 한 사람이 이 갱년기 싯점 지인이고. 

 

그러더니 나중엔 더 충격적인 얘기도 합니다. 한 4, 5년 전에 모로코 선교 여행을 간적이 있었는데 그때 목 주위가 빨갛게 달아 오른 적도 있었다구요. 리얼리...? 그땐 우리가 지금보다 더 자주 만나고 있을 땐데 그런 말 전혀 없었습니다. 그제서야 이 모든 걸 갱년기의 싯점에서 보라는 말이 새롭게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그 지신이 그렇게 말하는 것도 갱년기의 시점에서 바라봐 줘야하는 건 아닌지.

 

의학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병은 자랑하랬다고 그러다 잘못된 이상한 정보를 접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자랑은 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덜 외롭고 지나친 걱정을 안 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니 여러분이 겪고 있는 갱년기 증상 있으시면 알려주십시오.

 

사실 이제 시작된 변비가 언제 호전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평생 갈런지. 그래도 돌이켜 보면 저의 장도 지금까지 줄기차게 잘도 써 먹었단 생각이 듭니다. 그것도 나만큼이나 나이들었을 텐데 젊을 때를 생각하면 안 되겠죠. 그냥 수고했다고, 너 탈 나도 된다고 기회 한 번 줘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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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4 1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14 1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9-02-14 18: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추카추카합니다. 저는 몇 년 전 갱년기 시작인데 심하지 않고 약한 증상으로 오래 가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앞으로 10년은 더 그럴 것 같습니다. 더위를 잘 탑니다. 여름엔 더 덥고 겨울엔 안 춥고 그래요. 원래 추위 잘 타는데 갱년기로 체질이 변한 건지...

예민하게 반응하는 친구가 있으면, 쟤가 갱년기라서 그런가 봐, 하고 봐 줍니다. 사춘기처럼 예민할 수 있거든요. 처음엔 불면증과 함께 시작됐는데 불면증은 없어지더군요. 변비라면 야채, 과일 많이 드시고 몸을 많이 움직이세요. 걷기를 추천합니다. 장 활동을 돕는 차원에서요.

다 인간이 익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걸로... ㅋ

stella.K 2019-02-14 19:20   좋아요 1 | URL
ㅎㅎㅎ 고맙습니다.
사실 저도 오래 전부터 어딘가가 조금씩 아팠다니깐요.
전 이제 완경이 될 것 같아요. 제 친구들은 벌써 됐거든요.
앞으로 어떤 증세가 나타날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잠이 좀 줄었어요. 그러다 없어지는 수도 있군요.
그건 좀 희망적인데요?
고맙습니다. 이 귀한 증세를 공유해 주셔서.^^

서니데이 2019-02-14 18: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생애전환기를 맞으셨군요.
갱년기라는 말의 ‘更‘이 다시 라는 의미가 있어서, 2차 사춘기 같은 느낌이 들어요.
사람마다 차이가 크다는 것도요.
얼마전에 보았는데, 중국어로 ‘更好的‘ 이라는 말이 ‘더 좋은‘ better의 의미라고 하더라구요.
stella.K님도 더 좋은 해, 더 좋은 시기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저녁이 되니 날씨가 차갑습니다. 저녁 맛있게 드시고,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stella.K 2019-02-14 19:11   좋아요 2 | URL
아, 그렇군요. 그래서일까요?
저의 엄니도 오히려 노인이 되니까 더 좋아지는 것 같더라구요.
기운이 저 보다 더 좋아요. 걸음걸이도 저 보다 빠르고.
좋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카알벨루치 2019-02-14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갱년기라...이거 좋아요 눌러요? 말아요? 아....누르지 말까?????ㅋㅋㅋ

stella.K 2019-02-15 13:55   좋아요 1 | URL
ㅎㅎㅎ 그렇지 않아도 저는 좋아요가 저조한 편인데
카알님마저 안 눌러주시면 누가 누른단 말입니까?
잘 하셨습니다.^^

카알벨루치 2019-02-15 13:56   좋아요 0 | URL
칭찬 맞죠? 전 이런 칭찬 좋아합니다 좋아요👍👍👍

stella.K 2019-02-15 14:15   좋아요 1 | URL
ㅎㅎ 그럼요.^^

2019-02-14 2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15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14 2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15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9-02-15 1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갱년기를 심하게 했었습니다.
우울증까지 와서 약까지 복용하고요.
거기다 감정 기복이 굉장히 심해지기도 했고요.
근데 아직도 갱년기인 것 같습니다.ㅋㅋ
변비도 여전하고 어지럼증도 있고요.^^;;

stella.K 2019-02-15 14:13   좋아요 0 | URL
후애님 생각 많이했는데...
그런데 후애님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연배가 높으신가 봐요. 과거형으로 쓰시니.
보통 갱년기를 40대 후반에서 50대 중후반으로
잡던데 어떤 의사는 그걸 좀 더 광범위하게
잡더라구요. 그 연령대를 넘어서 주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그렇지 않아도 변비가 추가 됐을 때 좀 우울하더라구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괜찮은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마음을 잘 다스리라고 선배들은 조언하더만요.ㅎ

2019-02-15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15 1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9-02-15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게 된지 한달도 안되어서 약 먹고 쉬고 있어요

stella.K 2019-02-15 14:13   좋아요 0 | URL
아, 그러시군요. 잘 치료되길 바랍니다.^^

하늘바람 2019-02-15 14: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스테라님도 좋아지시기 바래요

psyche 2019-02-16 0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친구들은 보면 불면증을 제일 괴로워하더라고요. 잠을 못자는게 사람을ㄴ 미치게 하는 거 같아요. 저는 정말 잠이라면 누구에게도 듸지지 않는데 잠을 못자는 날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저는 폐경의 증상이 시작된건 한참 전인데 갱년기 증상이 거의 없어서 나는 그냥 넘어가나 했는데 불면증이 슬슬 시작되더니 얼마전부터는 안면홍조도 시작된 거 같네요. 호르몬이 변하는데 아무 증상이 없을 수가 없겠죠. 증상의 강약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 잘 이겨냅시다!

stella.K 2019-02-16 14:56   좋아요 0 | URL
아, 그러시군요. 저의 어머니도 오랫동안 불면증이셨죠.
아마 갱년기 때부터 최근까지.
오히려 연로해진 지금이 잠이 조금 는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노인분들 잠 없다고 하시잖아요. 그러고 보면
계속 나쁘라는 법은 없나 봅니다. 그러다가도 좋아지기도 하고.
뭐가 안 좋아지면 당장 어떻게 될까봐 걱정하고
전에 안 그랬는데 왜 그럴까 하는 마음이 더 안 좋은 영향을
낳는 것 같습니다.
느긋한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프시케님도 잘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잘 생긴 배우는 연기를 못한다는 선입견이 있어 온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잘 생긴 사람이 워낙에 많은 세상이고 그에 따라 잘 생기고 연기도 잘하는 배우들도 많은 세상이 되었다. 그래도 조인성이 그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할 때만해도 그도 그 선입견에서 자유롭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그래도 이럭저럭 그도 연기 인생 20년을 바라보지 않을까? 그러는 동안 나름 안정감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못하는 거라도 만 시간만 들이면 전문가가 된다는데 이 만 시간의 법칙이 그도 비껴가지 않는 것 같다. 물론 연기에서의 만 시간은 그냥 상징적인 숫자에 불과하다. 20년을 바라보면서 연기가 늘지 않는다면 연기 인생을 접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는 지금이 자신의 전성기인 양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에서의 조인성은 자신이 맡은 역을 나름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고 생각한다. 사실 전쟁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높은 평점에도 불구하고 조금 보다가 여차하면 보는 것을 그만 두려고 했다. 게다가 내가 늘 문제를 제기해 왔던 감독 각본 영화다. 물론 나 하나 감독 각본 영화에 목소리를 높인다고 변할 우리나라 영화계가 아니라는 것쯤 모르는 바는 아니나 그래도 관객으로 그런 소리 하나 못 내서야 관객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요즘 연거푸 그런 영화를 봐 왔던터러 불평조라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나쁘지 않았다. 이미 많은 리뷰어들이 전쟁씬을 칭찬하던데 그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지나친 CG 티는 이젠 뭐라고 할 수도 없겠지? 슬로모션 등 여러 기법 등을 사용해서 나름 우아하면서도 잔인하게 잘 보여줬다.

 

<안시성>의 한 장면

 

하지만 유난히 내 눈에 들어왔던 건 양만춘으로 분한 조인성의 검게 그을린 피부다. 평소 남자치고 하얀 피부를 자랑하는 조인성이 일부러 까맣게 태웠을 리는 없고 분장의 덕을 본 것 같다. 스틸컷이 없어서 그런데 거의 엔딩에 다다르면 양만춘이 힘겹게 신궁을 이세민을 향해 조준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에서 까맣게 그을리다 못해 온통 얼굴을 뒤덮은 주근깨(?)가 보이는데 참 인상적이다. 화살은 이미 다 떨어졌고, 양만춘도 하도 화살을 쏴 손바닥 피부가 다 까져 피가 나올 정도다. 게다가 팔도 아플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1차 조준을 하려다 멈춘다. 그도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았겠지. 가장 믿거라 하는 부하를 잃었고, 여동생도 죽었다. 더구나 수세는 열세다. 자신이 잘못하면 안시성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그래도 고구려의 신이 자신을 버리지 않으면 신궁으로 이세민을 죽일 수 있을 거라 믿고 다시 한번 활시위를 장전한다. 그리고 그건 정확히 이세민의 눈을 맞췄다.

 

양만춘이 장군으로 열세의 군대를 이끌고 2만의 당나라 군대를 이길 수 있었던 건 힘이 좋아서만도 아니다. 전략을 잘 세웠을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으로부터 신망을 얻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양만춘에 의해 한쪽 눈을 잃은 이세민은 그에게 이길 수 없었고, 3년 뒤 죽으면서도 고구려 군대와는 싸우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었다니 새삼 놀라웠다. 우리나라는 옛날 고리짝 때부터 이웃 나라 눈치를 보며 사느라 피곤하게 살아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 짓밟혀 나라로서의 형체도 없을 것만 같은데 꼭 이렇게 죽을 듯 죽을 듯하면서도 죽지 않는다. 그게 오늘 날까지도 이른다. 참 희안한 나라다. 그게 조선 시대도 아닌 무려 고구려 시대 때에도 보여진다.

 

조연들의 연기가 나름 좋다. 조금 더 양만춘의 싸움 전략을 자세히 보여주면 좋을 것 같은데 그냥 아쉬운데로 만족하기로 했다. 조인성이 영화든 TV든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음 속으로나마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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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2-11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트콤 <논스톱>의 조인성이 지금처럼 톱스타가 될 줄 정말 생각 못했어요. 그땐 꽃미남이 유행했던 시절이라 조인성은 꽃미남 스타로 알려졌던 기억이 나네요.

stella.K 2019-02-11 18:19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꽃미남은 사실이지만
난 별로 끌리지 않더라구.
남자나 여자나 조각은 별로야.
난 조인성이 몇년 전에 노희경의
<괜찮아 사랑이야>인가? 거기서부터 좀 눈에 들어오더군.ㅋ

서니데이 2019-02-11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사진이 조인성이예요? 저정도면 거의 포청천 수준인데요.;;
벌써 20여년에 가까워진다고 하지만, 여전히 조인성씨는 사진을 보면 멋있더라구요.
stella.K님, 오늘도 날씨가 차갑습니다. 따뜻한 오후 보내세요.^^

stella.K 2019-02-11 18:16   좋아요 1 | URL
ㅎㅎㅎ 서니님 처음으로 저를 웃기셨어요.
포청천.ㅋㅋㅋㅋㅋ
그 정도는 아니구요. 암튼 야성미 물씬 나는 건 사실이어요.

오늘은 날씨가 풀린다고 했는데 어제와 별 차이를 못 느끼겠더군요.
이맘 때가 늘 그렇긴 하지만 봄이 오려나 하다가 쏙 들어가버렸어요.
내일은 풀리겠죠?^^

후애(厚愛) 2019-02-14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인성인 줄 몰랐습니다.^^;;
검게 그을린 피부로 나오니 정말 못 알아봤습니다.ㅋ
다른 배우인 줄 알고 모르는 사람이네... 했거든요.
분장이 대단합니다.
속았어요. ㅋㅋㅋ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오후 시간 되세요.^^

stella.K 2019-02-14 18:50   좋아요 0 | URL
그렇죠? 기미 같은 걸텐데 점을 하나씩 찍었을 리는 없고...
그런데 저렇게 검테 타고보니 흰 이가 더 도드라져 보이지 않습니까?ㅎㅎ

페크(pek0501) 2019-02-14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인성 팬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의외라고 하는 건 저는 잘 모르겠어서...ㅋ

stella.K 2019-02-14 19:16   좋아요 0 | URL
ㅎㅎ 뭐 좋아하는 사람도 있긴 하겠죠.
무엇보다 반듯하잖아요. 지금까지 스캔들 하나 없이.
저도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괜찮은 거 같아요.^^
 

 어제는 국악 퓨전 그룹 <공명>의 공연이 있어서 다녀왔다.

22년 됐고, 음악계에서는 나름 알아준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모르는 사람도 많은지 공연장은 비교적 한산한 편이었다. 600석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겨우 반을 넘은듯.

 

아무튼 이 그룹의 공연을 그것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건 나로선 거의 행운에 가까운, 아니 행운이다. 난 이 그룹을 라디오에서 처음 들었고, 아니 뭐 이런 음악이 다 있나 거의 넋을 놓고 들을 정도였다. 그후로 난 이들의 팬이 되었다. 실제로 공연한 것을 본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시간 맞춰서 갈수도 있는데 이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기대에 30분 정도 일찍 가서 자리를 잡고 남은 시간은 책을 읽는 것으로 떼웠다. 이렇게 유명한 그룹의 공연에 사람이 없다는 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가 없다. 나야 성격상 사람이 바글바글한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만큼 나 개인으론 잘된 일이지만 속으로 이 좋은 공연을 이렇게 모르다니.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순수 국악은(그것도 나이드니 좋더라만) 몰라도 퓨전 국악을 싫어하기란 쉽지 않은데 그래도 노파심에 얘기하자면 다른 건 몰라도, 이들이 얼마나 소리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지 느껴보라고, 집중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것만 인정할 수 있어도 이 그룹을 싫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청중들은 처음엔 낮서니 그냥 의례적인 박수만 치더니 나중엔 그야말로 물개 박수를 친다. 한 시간 반되는 공연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지나갔다. 앵콜곡까지 끝나고 관객들이 돌아갈 때 이들의 음악을 틀어 주는데 마냥 앉아서 듣고 싶었다. 그리고 정말 무대 뒤라도 쫓아가 너무 고맙다고, 앞으로도 계속 잘 됐으면 좋겠다고 격려해 주고 싶었는데 그렇게 못했다. 

 

이들은 어디서 모여 어떻게 연습하고, 공연은 어떻게 잡혀있을까? 새삼 궁금하긴 했다. 이러다 나도 사생팬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나는 특별히 누구의 팬 같은 거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팬심이 뭔지 이해할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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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2-09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 직업적인 영향도 있지만, 전 <맘마미아>, <B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이후로 공연과 담을 쌓았는데...

stella.K 2019-02-10 15:32   좋아요 1 | URL
ㅎㅎ 저도 그래요. 그런데 저희 동네가
이런 무료 공연을 정기적으로 해요.
거의 매주. 클래식 위주 하는데
저는 매주 다니는 건 아니고 이렇게 가끔 괜찮은 공연을 하면
보러 가곤 하죠.
공짜로 한다는데 안 보는 것도 구민으로서 예의는 아닌 것 같아
몇년 전부터 다니고 있습니다.
공연 자체는 꽤 오래 전부터 했어요.

syo 2019-02-09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의 문화향유 범위가 장난 아니시네요.
좀 배워야겠어요. 저는 책 말고는 영화고 음악이고 뭐시고 자시고.....

stella.K 2019-02-10 14:28   좋아요 0 | URL
ㅎㅎ 뭐시고 자시고......
대신 책은 스요님 못 따라가고 있잖아요.
저야 잡탕 문어발식인 거고.
뭐하나 깊이도 없고.
뭐든 자기가 좋은 거 있으면 되는 거죠.
저도 음악은 듣기만하지 깊이 아는 건 아닙니다.ㅋ

희선 2019-02-09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많은 것도 좋겠지만, 많지 않은 사람이 모여서 음악을 들어서 좋았겠습니다 그곳에서 음악을 들은 사람은 다 좋아했다니 그것도 괜찮지요 다음 공연에 가려는 사람도 있을 듯합니다 stella.K 님도 그러시겠네요


희선

stella.K 2019-02-10 14:32   좋아요 0 | URL
<공명>의 공연을 이렇게 볼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 또 있을까 싶어요.
있다면 사람이 많겠죠. 그동안 알려져서.
아무튼 좋았습니다.
혹시 희선님도 기회되시면 꼭 가십시오.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cyrus 2019-02-10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주 실력이 좋고, 그룹명을 잘 지었네요. 공연에 낯선 관객들도 물개 박수를 칠 정도면요. ^^

stella.K 2019-02-10 15:33   좋아요 0 | URL
그렇지? 얼마 전 TV를 보니까 멤버 중 송경근이란 사람은
악기를 만들기도 해. 그 악기 이름이 기억이 안 나는데
입으로 부는 건데 구멍이 다섯 개 밖에 없는데
두 개를 더 만들었다나 뭐라나.
구멍도 어디에 뚫을 것이냐로 시행착오를 많이 했다더군.
대단하지 않아? 존경스럽더군.
 

영화 <말모이>의 한 장면

 

엄유나 감독이 누군가 했더니 <택시 운전사>를 만든 감독이다. 지금까지 난 그 두 편의 감독이 각각 다르며 당연 남자라고 생각했다. 근데 동일 인물이었고 여자였다. 더구나 시나리오도 흠잡을 데 없을 정도로 잘 썼다. 반가우면서도 은근 질투가 났다. 물론 반가움이 더 크지만. 여자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선 굵은 작품을 연속해서 두 개씩이나 만들다니 대단하다 싶다. 변영주나 임순례 감독이 우리나라 여자 1 세대 감독이라면 엄유나 감독은 2 세대쯤 되지 않을까? 아무튼 여자 감독 만세다. 

 

올해가 3.1 운동이 일어난지 100년이 되고보면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한 작품이 올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또 어찌보면 이 영화는 한글날 같은 때 나와줘야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 영화는 다분히 우리 안에 잠자고 있는 애국주의를 깨우기에 충분한 영화이기도 하다.

 

 

모국어를 못 쓰게 하면 얼마만에 잊게될까? 주인공 유정환(윤계상 분)의 아버지 유완택(송영창 분)이 한때는 지식인으로서 일본이 모국어 말살 정책을 펼칠 때 저항했던 사람이었다. 그런 아버지가 일본에 무릎꾾고 친일하는 것을 보고 유정환이 아버지를 못 마땅하게 여기는 건 어찌보면 당연해 보인다. 왜 그러냐고 묻자 아버지는 우리가 글자를 깨우치고 지식을 쌓으면 나라가 해방될 줄 알았는데 조선어를 쓰지 못한 세월이 30년이고 희망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30년. 한 세대다. 과연 그럴만도 하겠다 싶다. 30년 동안 모국어를 쓰지 못했다면 잊힐만도 하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는데 새삼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독립을 이루게 했을까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그 30년 되는 세월에도 우리 모국어를 잊지 않은 것은 분명 주시경 선생을 비롯한 저런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조선민족 어학회 사람들은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 말을 연구했던 것을 일본 경찰에 의해 하루아침이 잃어버리게 되었다. 얼마나 허망하고 마음이 무너졌을까? 하지만 조갑윤 같은 사람이 사본을 남겼을 줄 나도 짐작은 하고 있었다. 이는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예감이 맞아 신난 것이 아니라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은 필히 사본을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사본 작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더구나 삼엄한 시절에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난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 선조들은 모국어를 지키기 위해 저렇게 애를 썼는데 오늘 날 우리 언어는 너무 많이 오염되고 그것도 부족해서 영어 식민화를 하지 못해 안달 나 있는 것을 볼 때 과연 저분들이 보면 얼마나 한숨을 지을까? 좀 좋은 언어를 써야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본다. 

 

식민지로 살다가 독립을 했다고 해도 민족 언어를 보존한 민족이 그리 많지 않다. 그 중 하나가 우리나라다. 한류의 영향으로 외국 사람들은 한국어를 배우겠다고 하는 마당에 우리는 모국어를 홀대하지는 않았는지 이런 영화를 보면서 일본을 혐오하기 전에 이 생각부터 먼저했으면 좋겠다.

 

김판수리는 인물이 실제했을까 영화 관람 땐 좀 의아했는데 실제했었다. 언제나 그렇듯 나라를 지킨 사람들 결정적일 때 힘을 발휘한 사람들은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거나 그 보다 못한 사람들이다. 영화는 그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해 준다. 

 

이 영화는 유해진과 윤계상 투 톱의  영화이긴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유해진을 위한 영화란 생각이 든다. 그런만큼 연기로 보나 존재감으로 보나 훌륭하다. 잘 생긴 배우들의 전성 시대는 이제 한물간듯 하다. 못 생긴 배우와 빛나는 조연의 영화가 더 훌륭한 영화를 만드는 이상적인 영화 환경이 만들어졌다. 바람직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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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9-02-06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모이>를 봤어야 하는데 놓쳤어요. 이제 여기선 개봉관 상영은 끝났고 다운로드 받을 수 있을 때 봐야겠어요.
어떤 방송에서 엄유나 감독이 게스트로 초대되어 인터뷰 하는 걸 듣고 알았지요. 택시운전사를 만든 감독이라는 것이요.

stella.K 2019-02-07 13:33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 여자 감독들 영화 정말 잘 만드는 것 같아요.
응원해 주고 싶더군요.
꼭 한번 보세요.^^

비연 2019-02-07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극장에서는 못 봤지만 어디서든 봐야겠다 싶어요.

stella.K 2019-02-07 13:36   좋아요 0 | URL
올해 한글날 같은 때 해 줄 것 같긴한데 말입니다.
어딘가 모르게 살짝 아쉽긴 한데
그래도 볼만 했어요.
우리말을 아껴줘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윤계상이 멋있게 나오긴 하는데
유해진의 빛에 좀 가려진 것 같고.
너무 자세히 쓰면 재미없겠죠?ㅋㅋ

서니데이 2019-02-08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영화보다 <극한 직업>이 더 보고 싶었지만, 둘 다 아직 보지 못했어요.
올해가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하고 오늘도 2.8 독립선언일이라고 하니까, 이 영화도 좋은 시기에 관객을 찾아온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stella.K님, 연휴 잘 보내셨나요. 따뜻한 금요일 되세요.^^

stella.K 2019-02-09 14:09   좋아요 1 | URL
2.8 독립선언 하루 지나서 이 댓글을 씁니다.ㅋ
오늘도 여전히 춥네요.
그래도 그동안 안 추운 걸 생각하면 춥다고 징징대면
안 되겠죠? 이 추위가 지나고나면 봄을 얘기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해가 좀 길어져서 좋은 것 같구요.
비나 좀 더 내렸으면 좋겠는데 조만간 오겠죠?
<극한 직업>은 재밌을 것 같은데 천만 관객이 들 정도는
아니라고 하기도 하던데 암튼 둘 다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좋은 주말되시길.^^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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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책을 읽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10년 전이었나 <문학의 숲을 거닐다>란 책을 읽고 정말 문학의 피톤치드를 한껏 들이마신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못지않은 감동이 있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사람과 자신의 장애에 관한 글이 유독 많이 눈에 띈다. 미국의 유명한 수필가 E. B 화이트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글을 잘 쓰는 비결은 인류나 인간(Man)에 대해 쓰지 말고 한 사람(man)에 대해 쓰는 거라고. 특이한 점이 있다면 사람에 대해 쓰되 이미 고인이 된 사람들에 대해 썼다. 특히 화가 고 김전선에 대해 쓴 부분을 읽고 있노라면 뭔가 아련한 느낌이 든다.

 

이뿐인가? 저자는 언젠가 글을 쓰려고 자료를 찾던 중 발견한 미국의 영화배우 크리스토퍼 리브의 인터뷰 기사를 보았다고 한다. 알다시피 그는 영화 <슈퍼맨> 출연 이후 낙마 사고로 척추를 다쳤고 전신마비 중중 장애인이 되었다. 그런 중에도 그는 용감하게 새로운 삶에 적응해 가고 있고 중인데 그것을 매스컴이 너무 크게 떠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이제 영화 속의 슈퍼맨이 아니라 진짜 슈퍼맨 되었다. 그때 리브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저는 무척 언짢습니다. 죽지 못해 사는 게 슈퍼맨이라면 그래요, 전 슈퍼맨이지요. 그러나 환상 속이 아니라 현실 속의 슈퍼맨이 되는 것은 너무나 힘겹습니다. 왜 저의 상처에도 역할이 주어져야 하는 지요.”

 

이렇게 말하던 크리스토퍼 리브도 고인이 되었다. 그러면서 학생 운동의 최전선에 섰던 저자의 친구 김윤을 회상했고 그 친구 역시 고인이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 글은 2001년도에 쓴 것으로 참 새삼스럽다고 했다. 이번엔 내가 진짜 슈퍼맨이 되기 위해서, 내 가족들, 내 학생들 그리고 내 독자들의 잘 싸워 주리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 그들이 했던 용감한 싸움을 계속한다(147p)고 했다. 그렇게 말하던 저자도 지금은 고인이 되었다.

 

저 글을 썼을 때만해도 저자는 꽤나 비장했던 것 같다. 장애자의 몸으로 대학 교수로 여러 가지 업무를 처리해야 했고, 무엇보다 암 치료를 끝낸 직후였다. 그러니 얼마나 삶을 대하는 자세가 남달랐을까.

 

또한 지금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예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진 듯도 하지만 저자가 어린 시절만 해도 측은지심 내지는 이상한 눈초리로 많이 봤을 것이다. 사실 저자 보다 좀 뒷 세대이긴 하지만 나 역시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서 어렸을 때부터 그런 눈초리를 받으며 살아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저자는 살아생전 모 잡지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전에 자신이 거의 암 투병 환자로 많이 알려진 게 부담스러워 인간 장영희, 문학 선생에 초점을 맞춰 줄 것을 조건으로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인터뷰가 실린 잡지를 받았는데 심히 불쾌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기사 제목이 신체장애로 천형 같은 삶을 극복하고 일어선 이 시대 희망의 상징 장영희 교수로 나왔기 때문이다.

 

천형 같은 삶이라니. 누가 함부로 천형을 논하는지 모르겠다. 이건 내가 봐도 불쾌하다 못해 무례하단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불행한 삶은 무엇이고 행복한 삶은 무엇이란 말인가. 행복한 삶은 비장애인의 특권이고 불행은 장애인의 전유물이란 말인가? 그런 이상한 이중논리가 어디 있단 말인가. 이건 비장애인의 장애인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온 소치다. 그러자 저자는 즉각 해명에 들어간다. 저자는 자신의 장애는 천형이 아니라 축복이라며 조목조목 그 이유를 밝힌다.

 

첫째로 자신은 인간이라며 짐승이나 곤충으로 태어나지 않고 사람으로 태어난 것에 감사했다. 또한 주위에 늘 좋은 사람만 있다고 했다. 나도 그랬다. 사실 나는 10살 때 갑자기 오른쪽 팔 다리에 마비가 와 한 학기를 쉬고 전학한 뒤 학업을 이어갔는데 그때 은근 걱정했던 게 내가 장애가 있다고 아이들이 나와 안 놀아주면 어쩌나 하는 거였다. 하지만 난 지금까지 한 번도 내 주위에 좋은 사람이 없었던 때가 없었다. 또한 덧붙여 얘기하자면 나도 싫은 사람 있다. 그런 만큼 그 누구는 나를 싫어할 수도 있다. 그런 수평적 이해관계만 있을 뿐 장애인이어서 소외돼 본적은 없다. 그리고 세상엔 나쁜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못지않게 좋은 사람도 많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저자는 세 번째로 자신이 사랑하는 일이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손꼽히는 대학에서 똑똑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게 천운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반박한다. 나 역시도 그렇다. (지금은 좀 주춤하긴 하지만)나는 대본을 쓴 덕에 배우와 뛰어난 자질을 가진 연출을 만나고 그들과 웃고 떠들며 공연을 했다. 그것은 지금도 나의 자부심이다. 솔직히 그런 일 아무나 할 수 있는 거 아니다. 누구는 잘난 척 한다고 하겠지만. (반면 속 썩는 것도 많다.) 그리고 끝으로 남이 가르치면 알아들을 줄 아는 머리와 남이 아파하면 같이 아파할 줄 아는 마음을 갖고 있다. 몸은 멀쩡하지만 아무리 가르쳐도 못 알아듣는 안하무인에, 남을 아프게 해놓고 오히려 쾌감을 느끼는 이상한 사람도 많은데 말이다(‘네가 누리는 축복을 세어보라중에서).

 

장영희 교수는 이렇게 자신이 누리는 천운을 설명했는데 4가지만 있는 게 아니다. 잘 생각해 보면 50가지, 100가지로도 설명할 수 있다. 이건 정말이다. 나는 오래 전에 인간관계 훈련 프로그램을 주도한 적도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나의 자랑 50가지를 쓰는 것이었다. 참가한 사람들은 처음에 “50가지나요?” 하며 한숨을 쉬지만 하다보면 정말 50가지 이상으로도 쓰는 사람이 수두룩했다.

 

, 이건 장영희 교수가 글 말미에 가르쳐 준 건데 나도 중요한 것 하나를 빠뜨렸다. “책은 아무나 내는 줄 아나? 이렇게 내 글을 읽어 주는 독자가 있어 책을 낼 수 있고 간간히 날 알아보는 독자가 선생님 책을 읽고 힘을 업었어요. 말해주는(182p)” 아직 그 경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나도 책을 냈다. 그러므로 나도 저자와 똑같이 말하고 싶다. ‘천형은커녕 천혜(天惠)의 삶이다. 그렇게 읽다보니 저자는 무한긍정의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문득 난 새해 벽두에 이런 책을 읽었다는 게 행운 같이 느껴진다.

 

좋으니 싫으니 해도 2019년 새해가 밝았고 어느 덧 첫 달이 지나간다. 올해가 어떻게 지나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무사히 살아지기를 바라며 조금은 불안하게 새해를 맞은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불안은 나이가 들어도 안 없어지는 것 같다.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는 않을 것 같다. 특히 꼭 징크스라고 할 것 까지는 없는데 지금까지 살아 온 패턴을 보면 안 좋은 일은 홀 수년에 일어났다. 올해가 홀수 해이다. 그래서 올해는 조심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 중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생각을 고쳐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이 책의 에필로그를 읽으면서다. 저자가 대학교 2학년 때 헨리 제임스가 <미국인>이란 책을 읽었는데 거기서 보면 한 남자의 인물을 소개하면서 그는 나쁜 운명을 깨울까 봐 무서워 살금살금 걸었다란 표현을 썼다고 한다. 그때 이미 저자는 마음을 정했다고 한다. 나쁜 운명을 깨울까 봐 살금살금 걷는다면 좋은 운명도 깨우지 못할 것 아닌가, 나쁜 운명, 좋은 운명 모조리 다 깨워 가며 저벅저벅 당당하게, 큰 걸음으로 걸으며 살 것이라고. (, 이 얼마나 무한긍정인가!)

 

그도 맞는 말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살아보니 좋은 일이 나쁜 일로 이어지는가 하면 나쁜 일은 다시 좋은 일로 이어지고...... 끝없이 이어지는 운명행진곡 속에 나는 그래도 참 용감하고 의연하게 열심히 살아왔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그렇다. 우리의 삶은 나쁜 일을 만날까 봐, 나쁜 일을 깨울까 봐 살금살금 조심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저자처럼 용감하고 의연하게 열심히 사는 것이다. 저자의 어머니는 평소, 뼈만 추스르면 산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암이 재발했고 또 어느 날엔가는 암을 이기지 못하고 영면에 들어갔다. 죽기엔 아까운 나이였지만 그래도 조심하며 살지 않고 용감하고 의연하게 살았으니 여한은 없지 않을까. 천국에서 하나님 앞에서나 아버지 장왕록 박사 앞에서도 부끄럽지 않았을 것 같다.

 

문득 천국은 어떤 곳일까를 생각해 본다. 저자는 천국에 있으니 벌써 오래 전에 목발과 다리보조기는 벗어던지지 않았을까? 그러나 달리 생각해 보면 여전히 목발을 짚고 저자의 표현대로 여전히 정그렁 찌그덩 정그렁 찌그덩 다니는지도 모르겠다. 천국은 어쩌면 그런 사람들조차 아무런 이물 없이 사는 곳 아닐까?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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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1-31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리스토프 리브는 진짜 슈퍼맨으로 살았죠 ~승마중에 낙마해서...정말 위기 가운데 빛나는 인물입니다 장영희님의 글도 읽어보고 싶네요^^

stella.K 2019-01-31 20:36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런데 본인은 그걸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잖아요.
그냥 그가 원하는대로 해 주죠.

장영희님은 정말 글을 너무 잘 쓰시는 것 같습니다.
존경스러워요. 조금 더 오래 사시지 않고...ㅠㅠ

서니데이 2019-01-31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에서 인용해주신 잡지사의 인터뷰 제목은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방식의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표현이 좋은 것 같지 않아요. 어려움을 극복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앞부분에 쓰인 말이 부적절한 것처럼 보여서요.
장영희 교수님은 장애를 극복했기 때문이 아니라 영문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영문학자가 된 거니까요.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해도, 상대를 이렇게 힘든 사람일거야, 하는 표현이나 시선으로 보는 건 좋은 일이 아닐 것 같아요.
한번도 만나지 못했지만, 쓰신 글을 읽으면서 따뜻하고 좋은 사람일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떠나시고 벌써 10년이나 지났네요.
잘 읽었습니다.
stella.K님 따뜻한 밤 되세요.^^

stella.K 2019-02-01 14:50   좋아요 1 | URL
저때는 저렇게 얘기해도 크게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거예요.
장애가 있는 사람은 그 영혼이 순수할 거라고 해서
순백의 영혼이니 그런 표현도 서슴치 않았거든요.
장애자나 비장애자나 똑같이 평범한 사람인데
그렇게 보지 않는다는 게 벽이 느껴지는 거죠.
비장애자란 말도 비교적 최근에 나온 말인데
이 말도 그닥 적절한 단어는 아니죠.
천형 보단 나은 단어일지 모르겠지만.

장영희 교수는 정말 아까운 분이예요.
살아계셨다면 좋은 글 많이 쓰셨을 텐데...

syo 2019-01-31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의 숲을 거닐다> 같은 유명한 책조차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인간적으로도 훌륭한 작가의 글은 도리어 손대기가 만만치 않더라구요.

카알벨루치 2019-01-31 22:23   좋아요 1 | URL
손만 갖다 대면 되는데...터치 터치 터치 ㅋㅋㅋ

stella.K 2019-02-01 14:41   좋아요 1 | URL
스요님 지금 읽는 책 중에 훗날 내가 이런 책에
손댔었단 말야? 하는 책도 상당수 있을 거예요.
스요님 안 읽은 책을 제가 읽어서 기분이 묘하게
좋긴한데 이분 책 언제고 읽어 보세요.
감동이고 피톤치드 그 자체입니다.ㅋ

카알벨루치 2019-02-01 14:51   좋아요 1 | URL
피톤치드 오오오~

stella.K 2019-02-01 14:58   좋아요 0 | URL
카알님, 저 이름을 바꿀까봐요. 피톤치드로.ㅋㅋ

카알벨루치 2019-02-01 18:03   좋아요 1 | URL
그것도 개안은데 많은이들이 스텔라님 몰라볼까바 걱정이네유 ㅋㅋㅋㅋ

2019-01-31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9-02-01 14:44   좋아요 1 | URL
아유, 이거 제가 먼저 인사 드려야 하는 건데
매번 먼저 받는 것 같네요.
고맙습니다. 님도 명절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십시오.
새해 복도 마지막 찬스로 듬북 받으시구요.^^

cyrus 2019-02-01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대에 있을 때 장영희 님의 글을 처음 알았어요. 그때 읽은 장영희 님의 글은 메마른 제 마음을 촉촉이 적셔둔 단비와 같았어요. 군 복무 중에 부고 소식을 듣게 돼서 정말 마음속으로 많이 슬펐어요.

stella.K 2019-02-01 16:09   좋아요 0 | URL
그랬구나. 그만도 벌써 10년이야. 돌아가신지가.ㅠ

그런데 너와 내가 안 지도 그쯤 되지 않나?
너 제대 얼마 안 남기고 처음 알았던 것 같은데.ㅋ

카알벨루치 2019-02-01 2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차 스텔라님 피톤치드 넘치는 명절연휴 보내시고 맛난거 많이 드시고 오소서~^^

stella.K 2019-02-02 13:38   좋아요 1 | URL
ㅎㅎㅎ 카알님도 피톤치드 넘치는 명절되길 바랍니다.
마지막 남은 새해 복도 많이 받으시궁. 고맙습니다.^^

후애(厚愛) 2019-02-02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행복한 설연휴 되시길 바랍니다.^^

stella.K 2019-02-02 18:13   좋아요 0 | URL
아, 후애님, 고맙습니다.
후애님도 즐겁고 행복한 설 되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서니데이 2019-02-02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tella.K님 서재는 올 때 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느낌입니다.
설연휴 즐겁게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tella.K 2019-02-03 11:22   좋아요 1 | URL
ㅎㅎ 괜찮은가요? 가끔씩 변화를 줘야죠.
서니님 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고맙습니다. 서니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얄라알라북사랑 2019-02-14 1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리버 색스 교수님의 마지막 작품과 장영희 선생님의 글....

특히 장영희 선생님께서는 요즘 세상에, 진정 대학에서도 제자를 만들고 아끼시는 보기 드문 교수셨는데....

stella.K 2019-02-14 19:40   좋아요 0 | URL
그랬군요. 정말 아까운 분이시죠.
책 정말 좋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