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이 매일
- 조 병 화 -
서울 한복판에서
온종일 찾아오는 사람 하나 없고,
전화 한 통 걸려 오지 않고,
서신 왕래 하나 없는 날엔
내가 이승에 있는지 저승에 있는지
혹은 먼 먼 바다에 떠 있는
작은 絶崖孤島(절애고도), 그곳에 유배당해 왔는지
유배당해 왔다면
어머님, 저는 무슨 업으로 이곳에 와 있을까요
어제도, 어제의 어제도, 또 그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홀로 나의 업을 생각하면서
먼 훗날 어머님께 올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어머님, 지금 제가 있는 곳은
이승입니까, 저승입니까,
아니면 유배를 당해 와 있는 섬입니까,
매일이 매일
이렇게 텅 빈 우주이옵니다.
(1997.3.13)
제45시집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