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세계의 유한성을 이처럼 절실하게 체감하게 된 것은 아마도 역사상 처음일 것이다. 인간은 저녁마다 스마트 기기의 화면을 통해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100년 전에는 절대로 길에서 마주칠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과 마주하고 있다. - P16

멀리서 타인들을 관찰하면서 인간은 자신의 역할이나 가능성의 레퍼토리 또한 유한하며, 조상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우리가 훨씬 더 서로를 닮은 존재임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가 기억하듯이 조상들은 온갖 상상의 나래를 충동원하여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 묘사하기를 즐겼고, 그것은 과거의 여행자들을 흥분시켰다. - P16

여기에 더하여 붐비는 인파, 협소한 공간, 어딜 가든 사람들과 맞닥뜨리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우리로 하여금 세계의 유한한 본성을 자각하게 만들고, 나아가 ‘밀실 공포증‘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므로 최근에 우주 여행에 대한 열망, 다시 말해 너무도 익숙하고, 붐비고, 어수선하다고 판명된 오래된 집을 버리고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려는 꿈이 다시금 유행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 P19

어쩌면 민주주의의 이상에는 다신론이 좀 더 적합할 수도 있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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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찌 되었든, 메리는 언젠가 남자가 될 거잖아요."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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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 스완네 집 쪽으로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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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브레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은 신화 속에 나오는 신만큼이나 믿기 어려운 일로, 생테스프리 거리나 광장에 그런 놀라운 존재가 나타날 때마다, 철저한 조사로 이 신화적인 인물이 개인적으로나 추상적으로 호적상 콩브레 사람들과 어떤 친척 관계인 ’자신들이 아는 사람‘으로 환원되지 않은 경우란 그들의 기억에서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 P108

종탑 끝이 얼마나 가늘고 얼마나 선명한 분홍빛이었는지, 오직 자연으로 이루어진 이 풍경, 이 화폭에 누군가가 예술의 작은 흔적, 단 하나의 인간적인 표시를 남겨 놓으려고 손톱으로 하늘에 줄을 그어 놓은 것 같았다.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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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 스완네 집 쪽으로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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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가장 사소한 것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우리 인간은 마치 화계 장부나 유언장처럼 가서 보기만 하면 알 수 있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물질로 구성된 전체가 아니다. 우리의 사회적 인격은 타인의 생각이 만들어 낸 창조물이다. "아는 사람을 보러 간다."라고 말하는 것 같은 아주 단순한 행위라 할지라도, 부분적으로는 이미 지적인 행위다. 눈앞에 보이는 존재의 외양에다 그 사람에 대한 우리 모든 관념들을 채워 넣어 하나의 전체적인 모습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전체적인 모습은 대부분 그 사람에 대한 관념들로 이루어져 있다. - P43

이 관념들이 그 사람의 두 뺨을 완벽하게 부풀리고, 거기에 완전히 부합되는 콧날을 정확하게 그려 내고, 목소리 울림에 마치 일종의 명한 봉투처럼 다양한 음색을 부여하여, 우리가 그 얼굴을 보거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발견하는 것은 바로 그 관념들인 것이다. 이처럼 스완에 대한 부모님의 이미지에는, 그의 사교 생활에 대한 무지로 인해 숱한 특징들이 빠져 있었는데, 이 특징들이야말로 다른 사람들에게는, 스완을 만났을 때 그의 얼굴에서 흐르는 우아함이 자연의 경계선인 그의 매부리코에서 멈춘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요인이었다. 그러나 또한 부모님은 그리 위엄 있어 보이지 않는 그의 텅 비고 넓적한 얼굴이나,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그의 눈 깊숙이에서, 시골 생활의 좋은 이웃으로 매주 저녁 식사 후에 카드용 탁자 주위나 뜰에서 함께 보낸 한가로운 시간들의 어렴풋하고도 감미로운 잔재를, 반은 기억이고 반은 망각 속에 사라진 시간의 잔재를 쌓아 올릴 수 있었다. 우리 친구를 감싼 이 육체라는 봉투는 그의 부모님에 관한 추억들로 꽉 차 있었기 때문에, 그런 스완만이 내게는 완전하고 살아 있는 존재였다. 그리하여 훗날 내가 비로소 정확히 알게 된 스완으로부터 이 최초의 스완에게로 기억을 더듬어 옮겨 갈 때에는 어떤지 한 사람과 헤어져 다른 사람에게로 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 P44

습관! 능숙하면서도 느린 이 조정자는, 잠시 머무르는 숙소에서 몇 주 동안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다가, 우리가 찾아내면 행복해지는 그런 것이다. 습관의 도움 없이 정신이 가진 수단만으로는 우리의 거처를 살 만한 곳으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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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부르는 그림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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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야만 할 절박한 이유가 있으면 사람은 누구나 능숙하게 거짓말을 한다.
- 거짓말이란 건 말이다, 기타이치. 십중팔구는 ‘이랬으면 좋겠는데’라는 바람이 언어로 드러난 것일 뿐이야.
(…)
그러므로 거짓말하는 자를 경멸해서는 안 돼. 우리는 부처님이 아니니까 누구라도 거짓말쟁이가 될 수 있다. 내일은 내 얘기일 수 있다는 거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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