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동안
유디트 바니스텐달 지음, 김주경 옮김 / 바람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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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으로 가족을 잃게 된다는 건 정말 상상만으로도 슬픈 일이지만, 정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가장 덜 후회하며 보낼 수 있을까, 나는 이들처럼 헤어질 수 있을까를 읽는 내내 생각하게 되었어요.

후두암에 걸린 다비드와 그를 둘러싼 두 딸과 아내 세 여자 미리암, 타마르 그리고 폴라의 이야기. 각자의 방식대로 헤어져야 함을 받아들이고 또 그렇게 떠나보내는 이야기.

세 여자의 이야기가 각각 시작되는 페이지의 인용구들도 예사롭지 않았고, 다시 곱씹어 읽어봤어요.

그리고 인덱스를 꼭 붙여놓은 문구들.
말을 안한다고 고통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폴라의 말.
그리고 다비드가 영원히 목소리를 잃기 전에 했던, 손으로도 말할 수 없는 때가 오기 전에 해야겠다는 말. 바로 사랑한다는 말. 절제되고 담담하게 펼쳐지던 대사들 중에서 가장 극적인 감정을 담아 전해지는 사랑의 고백이라니!

그래픽 노블이라서 더 기억하고 싶은 장면이 많지만 그 중에서 죽음을 앞둔 다비드와 대조되게 새 생명을 낳는 미리암, 제발 보내달라는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며 법을 어기게 된 의사 친구, 그렇게 헤어짐 후의 다비드의 하얀 미소의 마지막 장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다비드의 모습이나 미리암의 출산 장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줘서 다소 놀라기도 했고, 그래서 어쩌면 그래픽노블이지만 실화같이 느껴지던 책.
해골이 춤추며 시작하는 앞면지와 뒷모습을 보이며 떠나는 해골의 마지막 면지까지 예사롭지 않았던 책, <당신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동안>.

믿고싶지 않은 숫자의 나이를 먹고, 인생은 내 뜻대로 되는 일보다 그렇지 않는 일이 휠씬 더 많다는 것을 실감하는 요즘, 이 책은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책이 될 것 같습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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