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보물같은 의외의 책 한권을 발견했다. 양철나무꿈님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책이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 읽으면 좋을 것 같은 따뜻한 그림과 글로 엮인 책이다. 이 책은 한마디로 "어른들을 위한 그림 동화집이자 시집"이다.  

금요일에 본 서울시향의 말러 4번 교향곡을 다시 라디오를 통해 듣고 있다. 문득 3악장 아다지오가 귀에 걸린다.

 

Mahler Symphony No4-3M(4/6) Abbado Lucerne Festival Orche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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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1-16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나무꾼님의 서재에 이 책 봤었어요. 읽어보면 추운 겨울도
거뜬히 이겨낼 거 같은 아주 좋은 책인거 같아요 ^^

햇빛눈물 2011-01-16 21:21   좋아요 0 | URL
네. 제가 보기에도 아주 좋은 책같습니다.^^

양철나무꾼 2011-01-17 0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님도 말러리아에?^^
이 신새벽에 듣는 말러라니 말입니다여~

햇빛눈물 2011-01-17 12:18   좋아요 0 | URL
일찍 일어나셨군요. 전 요즘 매일 늦잠이라 걱정인데...
 

나날이 관심도서만 늘고 있다. 읽어도 읽어도 읽은 책은 끊임이 늘어나고 있다. 이번주는 크게 4권의 관심도서가 나왔다.

    

첫번재는 고 리영희 교수의 산문선 <희망>이다. 고인의 주요 글들을 모은 책이다.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언론리뷰 기사가 아직은 없다. 책의 디자인은 대담집인 <대화>와 거의 유사하다. 그리고 <희망>을 엮은이도 <대화>에서 고 리영희 교수와 대담을 한 임헌영씨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 말미에 나오는, 고인이 감옥에서 쓴 '상고이유서'를 읽어보고 싶다. 사실 한길사에서 나온 리영희 전집을 사고 싶지만, 아직 때가 아닌듯하여 나중으로 미뤄야 할 듯하다.

  

두번째 책은 <철학자의 서재>이다. 분량은 자그만치 900여 페이지이다. 하긴 말그대로 여러 철학자들의 서평 모음이니 당연하겠다. 인터넷에서 알짜배기 서평기사를 볼 수 있는 곳이 프레시안 북스다.(http://www.pressian.com/books/default.asp) 이 책의 서평이 이 곳에서 철학자의 서재 코너에 연재된 글들을 엮은 것이다. 읽어 봄직하다. 리뷰 기사 하나를 스크랩한다.  

서울신문 2011.1.15  한국 철학자 100명 책의 숲에서 길을 묻다 

한국의 젊은 철학자 100명이 모여 107가지의 주제를 들고 107권의 책과 함께 떠나는 지식 여행을 펼쳤다. 2500년 전의 플라톤과 공자에서 현대의 자크 아탈리, 미국 작가 수전 손택, 한국 작가 김훈 등에 이르기까지 당대 현실에 대해 지식인들이 던진 진지한 주제에 대한 화답과 성찰을 모았다. 그 결과물이 904쪽에 이르는 방대한 책 ‘철학자의 서재’(알렙 펴냄)다. 공동저자인 한국철학사상연구회(한철연) 회원 100명이 2008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매주 한편씩 쓴 글은 철학은 고답적이고 지루할 것이란 고정관념을 깬 내용으로 인터넷에 연재되면서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한철연을 도 닦는 곳이나 점괘를 연구하는 단체라고 생각한 사람들에게는 예상 밖의 글이었다. 실제로 한철연 방문자 가운데는 점을 보러 온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한철연은 1989년 창립했으며 이념과 세대를 아우르는 진보적 철학을 고민하는 석·박사 대학원생과 대학 강사, 교수 등을 중심으로 300여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자아 찾기, 성찰, 비판, 소통, 연대, 차별 없는 세상, 새로운 세계 등을 주제로 삼아 비슷한 내용을 한 장(章)으로 엮었다. 김교빈 호서대 교수는 ‘다시는 말(馬)에 대해 묻지 말자’는 글에서 ‘논어’ 향당편의 일화를 전하면서 서울 용산 참사를 소재로 한 만화 ‘내가 살던 용산’(김성외 글·그림, 보리 펴냄)을 소개한다.  



공자가 어느 날 조정에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마구간이 불탔다는 얘기를 듣고는 이상하게도 말(馬)에 대해서는 묻지 않고 다친 사람이 없는지 물었다. 김 교수는 “이런 면 때문에 공자의 사상을 인본주의라고 한다.”며 “국제 무역수지 12∼13위, 유엔 사무총장 배출국,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인 한국의 심장 서울 한복판에서 그것도 21세기에 사람에 대해선 묻지 않고 말에 대해서만 묻는 희한한 일이 일어났다.”고 말한다.

현남숙 가톨릭대 초빙교수는 ‘로빈슨 크루소의 사치’(박정자 지음, 기파랑 펴냄)란 책을 통해 현대인이 과연 소비로 존재할 수 있는지 묻는다. ‘로빈슨’의 저자는 무인도에 살아도 당장 필요한 것 이상을 소유하는 ‘사치’(소비)를 통해 인간은 문화를 누리지만, 정작 현대의 소비문화는 인간을 소외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디언에게는 포틀라치(Potlatch)란 소비의 방식이 있다. 포틀라치는 인디언 부족의 관습으로 통상 소비의 한계를 넘는 낭비적 증여를 뜻한다. 한 부족은 낯선 부족에게 자신의 위세를 보여주고자 도를 넘는 선물을 전달했다. 이러한 증여는 증여하는 자의 권위를 보여주고 증여받는 자로부터 복종을 얻어내는 의미가 있었다. ‘로빈슨’의 저자는 이러한 포틀라치가 현대 사회에서도 뇌물이 작용하는 방식으로 통용된다고 본다. 뇌물수수 사건과 같은 소비는 부당한 방식으로 부와 권력의 집중을 가져와 사회를 병들게 할 뿐이란 비판이다. 나와 공동체 그리고 생태계가 상생하는 소비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는 두 저자가 공통으로 던지는 생산적 물음이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드림 하이’는 스타가 되기 위한 예술고등학생들의 치열한 경쟁을 담고 있다. 친구보다 경쟁자가 필요하고, 친구의 운동화에 압정을 넣어서라도 경쟁에서 이기고자 하는 한국의 청소년과 학부모들에게 신우현 상지대 강사는 ‘대한민국 엄마들이 꿈꾸는 덴마크식 교육법’(김영희 지음, 명진출판 펴냄)이란 책을 권한다.  



의사와 벽돌공의 실수입이 큰 차이가 없어 부자들의 조세 저항이 없는 덴마크에서는 방과 후 아이들이 학원 순례를 하는 것이 아니라 퍼즐 놀이, 레고 맞추기, 구슬 꿰기,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뒹굴기 등의 특별 활동을 자유롭게 선택한다. 초등학교 6학년이 학원에 다니지 않는 친구에게 “너 인생을 그렇게 편히 살다가는 큰일 난다.”고 충고하는 대한민국에서 덴마크의 교육 현장은 이루어지기 어려운 꿈일 수밖에 없을까. 

 

   

세번째 책은 <무엇이 정의인가?>이다. 작년은 말 그대로 '정의'의 시대였다. 진보건 보수를 떠나서 너도 나도 '정의'를 외치는 시기였다. 심지어 MB까지도...그래서 어찌보면 '정의'는 실종된 시기가 아니었나 한다. 과잉에 의한 부재의 기간이었다고 생각한다.(난 이상하게도 남들이 다 보고 남들이 너도나도 좋다고 하고 다들 듣는 것은 하지 않는 약간의 청개구리 기질이 있다. 그래서 샌델의 책도 평범하게 보면 읽었을 것을 일부로 읽지 않았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연초부터 정의에 관한 책이 나왔다. 국내의 11명의 저자들의 글을 엮은 책이다. "샌델의 정의론에 대한 찬성과 반대, 열광과 냉소를 넘어 ‘정의’가 한국사회의 진정한 화두로서 기능"하기를 바란다고 소개글에 나와있는 것을 보니, 샌델의 정의론에 관한 갈아타기식 글은 아닌것 같다. 오히려 이 책을 먼저 읽어보고 싶다. 

네번째 책은 조지 매그너스의 <고령화 시대의 경제학>이다. 부제가 "늙어 가는 세계의 거시 경제를 전망하다"이다. 제목에서도 느껴지지만, 고령화된 사회의 고령화된 인간들이 중심이 아니라 '경제'가 핵심이다. '사람'이 아니라 '경제'가. 가끔 수업시간에 이런 애기를 한다. "어디서는 앞으로 미래 사회에는 자원 부족이나 인구 과잉으로 인한 문제가 불거질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미래사회의 노동력 부족 문제를 애기한다." 인구 과잉 문제가 진실일까,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경제 침체 문제가 진실일까? 난 알 수 없다. 그 정도까지 예견할 수 있는 정도의 식견은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고령화 시대의 경제학>과 같은 책에서 그리고 일반적으로 느껴지는 작금의 현실은 '인간'이 아니라 '돈', '경제'가 중시된다는 사실이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사실 저출산 문제의 핵심도 건강한 국가 구성원으로서의 개인의 부재가 아닌, 자본주의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 필요한 소비자, 노동력 부족에 그 초점이 맞추어진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니 고령화의 문제도 '경제'가 핵심인 것은 당연하다. 더이상 사회에 필요한 효율적 노동력이 되어주는 못하는 인간들에게 이 사회는 그것도 모자라 연금이나 복지같은 '돈'을 지불해야 하니. 얼마나 아깝겠나.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는 맥을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이 사회가 노인에게 젊은시절의 노력의 대가를 충분히 인정해주는 사회가 됐을때, 노인이 노후를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나라여야, 동시에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이 될 것이다. 아이들도 결국 노인이 되기 때문이다. 누구나 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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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1-16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햇빛눈물님 ^^
제 서재에 햇빛님이 남기신 댓글 확인하고 님의 서재에 들려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농담이 아니고, 햇빛님이 관심 있어하시는 책들 중에 몇 권은 저랑
똑같네요. <내가 살던 용산> 같은 경우에는 용산 참사 사건의 진상에 대해서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리영희 평전>을 읽고 있어서
때마침 리영희 씨의 산문선이 나오자마자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했구요.
그리고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도 읽어보고 싶어서 같이 신청했거든요.
햇빛님은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읽고 글을 쓰시는거 같은데
제가 관심 있어하는 내용들이 많이 있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주말 잘 보내시고, 감기 조심하셔요 ^^

햇빛눈물 2011-01-16 21:20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사이러스님. 읽고 싶은 책이야 항상 쌓여만 가는데 읽을 여력이 되지 않아 항상 걱정입니다. ㅋㅋ 님도 감시 조심하셔요~~
 

 

올해 첫 말러 공연이었다. 같이 보기로 친구와 전체 티켓을 패키지로 구매했는데, 올해 갑작스레(?) 결혼을 하는 관계로 바뻐 나 혼자 보게되었다. 모차르트의 '엑슐라테 유빌라테'나 말러의 교향곡 4번 모두 내가 좋아라하는 곡들이라, 기대를 잔득하고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아들 때문에 와이프만 집에 두고 나 혼자 가기가 너무 미안스러웠다. 와이프는 '눈치'없다 뭐라 한다. 난 작년에 티켓을 다 미리 예매한거라 어쩔수 없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도 핑계다.  

  

그래도, 예당에 가는 발걸음은 항상 즐거음으로 가득차 있다. 연습삼아 미리 곡들을 준비해 mp3로 들으며 가는 길...'엑슐라테 유빌라테'는 벤자민 브리튼 지휘, 소프라노 엘리 아멜링,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1969년 녹음 앨범을 고클래식에서 다운받았다. 무엇보다 맑고 투명한 소프라노의 음색이 기분 좋았다. 말러 4번은 말이 필요없는 프리츠 라이너, 소프라노 리사 델라 카사, 시카고심포니 오케스트라의 1958년 앨범을 집어 들었다. 1악장 방울소리부터 경쾌하게 시작해 4악장의 조용한 마무리까지.  

이번 말러 4번은 지금까지 본 서울시향 공연중에 최고로 뽑을 수 있을듯 하다. 내 개인적으로...물론 말러 공연 첫 곡인 교향곡 2번의 마지막 악장에서의 소름돋는 합창과 연주도 최고였지만, 이번 4번은 주변 청중의 조용함으로 음악에 상대적으로 집중도 잘되었고, 연주도 물이 흐르듯, 악기군간의 조화도 잘 이루어진 것 같았다. 특히나 처음 본 오보에 수석은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 듯하다. 또한 클라리넷은 정말 최고였다. 특히나 클라리넷 수석인 채재일씨는 언제나 최고인듯하다. 기복이 큰것 같지 않다. 이 글을 쓰다 기사를 검색해보니 채재일씨의 아버지도 80년대 서울시향의 클라리넷 수석이었다고 한다. 말그대로 대를 이은 클라리네티스트다. 그리고 금관에서의 트럼펫 수석인 알렉상드르 바티는 국내에서는 좀처럼 듣기 어려운 실력을 보여주는 듯 하다. 기사를 검색하다 보니 작년에는 프랑스의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의 수석이었는데, 올해부터 세계최고의 오케스트라인 로열콘세르트헤보우(RCO)의 수석 트럼펫으로 활동한다고 한다. 말그대로 그는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트럼펫티스트이다. 국내에서도 계속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서울시향에서 특히 금관 수석, 부수석 단원들은 모두 외국인들이다. 실력있는 국내 금관주자들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The Brass of the Royal Concertgebouw Orchestra plays Stravinsky.

 

사실 서울시향 단원 중 내가 좋아라하는 사람이 있다. 개인적으로 팬이다. 2바이올린 2수석 김효경씨다. 웃는 모습이 참 보기 좋은 사람같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 물론 외모가 이쁘다는 것도 내가 좋아하게 된 큰 요인이지만, 매 공연마다 웃으며 연주하는 모습을 보며, "아 사람이 자기 일을 저렇게 웃으며 재미나게 할 수 있구나"하는 것을 느꼈다. 나까지 기분이 좋아진다. 앞으로 꾸준히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프로필을 보니, 나하고 나이가 같은듯 하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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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2011.1.7  서울시향 ‘말러’ 갈수록 기대된다

'말러 열풍’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가 구스타프 말러(1860~1911) 탄생 150주년이었다면, 올해는 사망 100주년이다. 지난해 말러 전곡 도전에 나서 열풍에 불을 댕겼던 지휘자 정명훈과 서울시립교향악단은 해를 바꿔 ‘말러 시리즈’를 이어간다.

지금까지의 말러는 꽤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정명훈은 훌륭한 이야기꾼이다. 감동의 지점을 정확히 파악해 치고 빠질 때를 안다. 가령, 말러 시리즈 첫 포문을 열었던 교향곡 2번의 경우 1악장에서는 다소 늘어지며 약한 모습을 보이는 듯했지만 마지막 5악장에서는 폭발을 유도하며 곡의 전체적인 설득력을 높였다. 교향곡 1번도 비슷했다.

이는 지난해 초 “서울시향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몸을 낮췄던 정명훈이 악장 간 균형을 달리하며 자신의 기준에 못 미치는 오케스트라의 기량을 극적인 표현력과 효과적인 힘의 안배로 상쇄시키려는 자구책일 수도 있다. 오케스트라 기량을 냉정하게 인식해 최적의 결과를 내놓을 줄 아는 정명훈의 ‘경제성’이 대단하다.

세밑(12월 30일)에 선보인 말러 교향곡 3번 공연은 그 정점을 찍었다. 1악장부터 강한 면모를 보여 주며 인상적인 무대를 만들어 나갔다. 연주시간만 100분에 이르는 장황한 곡이라 집중력을 잃으면 금방 흐트러지는데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넘치는 에너지와 안정감 사이에서 균형도 잘 잡아냈다. 말러 시리즈를 시작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이렇게 비약적인 성장을 거뒀다는 사실에 객석은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현(絃)의 앙상블은 단연 돋보였다. 그동안 서울시향 현악주자들의 개개인 역량만큼 시너지가 나지 않아 늘 아쉬움이 컸다. 같은 파트임에도 들쭉날쭉 나오는 ‘시간차’나 매끄럽지 못한 소릿결은 귀를 괴롭히곤 했다. 하지만 3번 공연에서 보인 현의 앙상블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무척 안정돼 있었다.

관(管)의 활약도 대단했다. 국내 오케스트라가 지겹도록 듣는 ‘허술한 관악’ 비판에서 적어도 서울시향은 자유로워진 듯싶다. 특히 트럼펫 주자인 알렉상드르 바티는 전체적인 앙상블을 해칠(?)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보여 줬다. 압도적인 리듬감과 강약 조절, 소리에 기름칠을 한 듯한 유연한 팡파르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바티는 네덜란드가 국보급으로 자랑하는 로얄콘세르트헤바우(RCO) 오케스트라의 트럼펫 수석으로 최근 임명됐다. 세계 정상급 관악주자의 기량을 서울시향에서도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아드리안 페루숑의 팀파니는 오케스트라의 안정적인 호흡에 큰 힘을 보탰다. 팀파니가 이렇게 돋보인 것은 국내 오케스트라 사상 전례가 없지 않나 싶다.

1번부터 10번까지 총 10개의 말러 교향곡 가운데 올해 4~9번 6개를 남겨두고 있다. 이미 입소문이 파다하게 나 공연 표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8번(일명 ‘천인 교향곡’)은 올 12월 공연인데도 좌석이 200석 남짓밖에 남아 있지 않다. 신묘년 새해에 정명훈과 서울시향이 어떤 말러를 보여 줄지 기대가 모아진다. 
 

한겨레신문 2011.1.14  “8월에 다시 유럽투어 떠나요” 

도이체그라모폰과 음반계약도
“시향 전용 콘서트홀 꼭 필요해요
 
“지난해 유럽 투어 연주에서 ‘창피할 정도로’ 평가가 좋게 나왔어요. 저는 단원들에게 그것을 믿지 말라고 했어요.(웃음) 올해도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 독일 등에서 초청받아 8월부터 다시 유럽 투어를 떠납니다. 또 5월에는 일본 도쿄와 오사카, 도야마 등 3개 도시 투어일정도 잡혔습니다. 더 기분 좋은 일은 우리 서울시향 식구들이 매일 관객들의 평가를 받고 무대 설 때마다 오디션 받는 느낌을 즐기고 있다는 거여요.”

지난해 서울시향은 활약이 눈부셨다. 해외에선 5월 유럽 4개국 9개 도시 투어 연주에서 90%가 넘는 관객 점유율을 기록했고, 국내에선 지난해 8월부터 올해 말까지 기획된 ‘말러 2010~2011 시리즈’가 티켓이 매진되는 호응을 얻었다. 14일과 2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1주일 간격으로 선보이는 말러 <교향곡 4번>과 <교향곡 5번> 연습에 여념이 없는 정명훈(58·사진)씨를 12일 서울시향 예술감독실에서 만났다. 그는 “6년 전 서울시향을 맡으면서 구상했던 단계의 절반 수준에 왔다고 본다. 앞으로의 절반이 더 힘들고 어려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동안은 껑충껑충 뛰면서 왔는데 이제는 뛸 수가 없어요. 리코딩도 하고 투어 연주도 하고 매일매일 싸워가면서 좋은 음악을 만들어야 합니다. 50년 이상 음악을 했고 ‘말러 시리즈’도 처음 하는 게 아닌데 더 힘들어지는 느낌이어요. 그 전보다 조금이라도 잘해야 되니까요.”

정 감독은 말러 시리즈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정작 서울시향은 초주검 상태라고 털어놓았다.
“말러 음악은 굉장히 뜨겁고 사람의 마음을 마구 흔들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격에 아주 잘 맞죠. 저도 한국 사람이니까 뜨겁고 차갑고, 맵고 짠 것이 확실해요. 모든 것을 빨리빨리 해야 하고 참을성이 없는 성격이죠. 그래서 말러를 거의 죽어가면서 하기 때문에 굉장히 피곤해요. 점잖게 할 수 없고 거기에 빠져서 해야 하기 때문에 죽어간다는 뜻이죠.”

힘들게 한 만큼 성과도 크다. 세계적인 음반사인 도이체그라모폰에서 아시아 악단 최초로 음반을 낸다. 비르투오소(장인) 오케스트라를 꿈꾸는 그의 구상에 한걸음 다가서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말러 다음으로는 요제프 브루크너(1824~1896)의 교향곡 시리즈를 하고 싶다고 정 감독은 밝혔다. “나이가 들수록 영적인 것이 점점 더 가까워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는 음악을 하면서 날 수 있는, 날아가는 느낌의 음악, 싸우는 느낌이 없는 음악이 점점더 재미있게 느껴져요. 바로 부르크너의 음악이 날아가는 느낌을 줍니다. 말러만 해도 날아갈 때도 있지만 이건 막 헤매고 막 고생하고 하는 게 너무 많으니까 젊은 사람들이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요. 말러 교향곡 4번하고 9번을 빼놓고 다른 것들은 이제는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웃음)”

최근 그는 예술섬(노들섬) 전용홀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한강 노들섬에 서울시향의 전용홀 건립 계획이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갈등을 빚으면서 무산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ps : 개인적으로 서울시의 노들섬 개발 계획은 찬성하지 않지만, 서울시향의 전용홀 문제는 시급하게 해결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DG와의 음반 발매는 정말 기대된다. 또한 말러 사이클이 끝나고 브루크너 교향곡 시리즈도 정말 서울시향이 한번 해줬으면한다. 정말 앞으로가 기대되는 서울시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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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1-01-16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디오에서 주구장창 이 공연에 대한 방송 들으면서 저도 이 공연을 너무 가고 싶었지만,,,,지방에 사는 관계로,,,흑흑흑
정말 멋진 공연이었군요!!!
제가 아는 분도 금관 악기단원들이 외국인들이라고 아쉬워 하더라구요...
제 아들녀석이 첼로를 배우는데 금관으로 돌릴까봐요,,ㅎㅎㅎㅎ;;
김효경씨를 좋아하시는군요~. 미소가 참 편안하면서 자연스러운 분이라 생각되더라구요. 보통 다들 좀 심각한 표정으로 연주하잖아요~~~.^^
(참~ 님, 이 페이퍼를 두 번 올리신것 같아요~~)

햇빛눈물 2011-01-16 00:57   좋아요 0 | URL
컴터가 불안정하더니...ㅋㅋ 제 아들도 나중에 좀 크면 악기 하나는 꼭 배우게 하고 싶습니다. 피아노나 첼로로...제가 좋아하는 것을 강요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심성적으로 아이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거든요. 그렇죠?ㅋㅋ
 

 

난 지금까지 어떤 이벤트같은 것에서 당첨되본적이 거의 없다. 지나가다 돈을 주운적도 거의 없다. 뭐, 이상할것도 없는 일이지만, 주위에 가끔 사소한 횡재를 하는 사람을 보며 조금은 부워했었는데, 나도 사소한 횡재(?)를 연초부터 경험했다.  

노먼 레브레히트의 <왜, 말러인가?>를 얼마전에 구입했는데, 이벤트로 20명에게 추첨을 통해 내 구입리스트에 있는 텐슈테트의 말러 교향곡 1번 CD를 선물로 준다는 것이다. 설마했는데, 당첨되었다. ㅋㅋ. 당첨 메일을 받기 하루 전 강남 교보문고에 갔을때 구입을 할까 망설였다가 나중에 다른 것과 한꺼번에 인터넷에서 구매하려 미루었는데, 잘한 것 같다. 때론 망설이는 나의 성격이 이런식으로 득을 볼때도 있는듯하다.   

    

노먼 레브레히트의 책은 전에 <클래식, 그 은밀한 삶과 치욕스런 죽음>을 읽은 적이 있다. 음반사의 역사라든가, 서로 먹고 뺏는 은민할 그들의 뒷거래의 내막을 서술한 부분들은 아주 재미있었다. 그리고 뒷부분에 나와있는 추천 음반 리스트도 유용하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음악가에 대한 내용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 아쉬웠는데, 작년 10월에 내가 좋아하는 말러에 대한 책이 번역되어 나와 기쁜 마음에 구입을 했는데, 덤으로 CD까지 얻었으니. 금상첨화다. 

사실, 말러에 관한 책으로는 김문경씨의 <구스타프 말러 1.2.3>이 있다. 얼마 전에 한권으로 합본되어(무려 1,200 페이지다) 두툼한 개정증보판이 새로 나왔다. 나에게는 이 책도 필독서이니 조만간에 구입해야 겠다. 사실 말러는 나를 클래식에 빠져들게 한 장본인이다. 우연히 말러 교향곡(몇 번인지는 기억이...) 한 소절을 듣고 "어, 이런 음악이.."하는 생각에 찾아 듣게 되었고 그 이후로 베토벤, 모차르트, 차이코프스키 등 다른 작곡가의 음악도 듣게 된 것이다. 뭐, 지금 네 CD 꽂이에는 물론 클래식 CD와 DVD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사람의 취향이란 이렇게 사소한 한 경험으로도 급변화하는 것 같다. 

ps : <왜, 말러인가?>에 관한 리뷰기사 하나를 스크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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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010.10.30  [전문가가 본 이 책]베토벤도 밀어냈다는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의 모든 것… 말러,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른다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1860∼1911)에 대한 접근은 늘 엇갈린다. 음악 애호가들은 ‘난해하다’와 ‘천박하다’는 견해로 나뉘어 온라인에서 소모적인 전투를 벌이는 반면, 저널리스트는 팔짱을 끼고 말러의 음악이 왜 오늘날 이토록 이슈가 되는지 궁금해한다. 올해가 말러 탄생 150주년이고 내년이 서거 100주년이다 보니 그러한 논쟁은 더욱 격렬해지고 심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바로 그러한 질문, 즉 ‘왜, 말러인가(Why Mahler)?’를 아예 제목으로 내세운 저서가 출간됐다. 저자는 클래식 음악평론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노먼 레브레히트. ‘클래식 가십 컬렉터’, ‘고전음악 야사(野史) 제조기’라는 닉네임을 달고 있는 그가 풀어낸 말러 이야기들은 매우 도발적이다. 저자는 자신의 견해가 독자들에게 어떠한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이미 알고 있다. 어쩌면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본 저서는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힌 대로 ‘말러가 베토벤마저도 밀어내고 가장 인기 있고 중요한 교향곡 작곡가로 취급받는 이유를 설명하고 싶어서’라는 데서 출발한다. 첫 장(章) ‘왜 말러인가?’는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권좌에서 물러나기 직전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지휘하는 말러 교향곡 5번을 듣고 말러가 그린 갈등과 모순에 깊은 공감을 한 에피소드로 막을 연다. 범상치 않은 시작에 이어 저자는 말러의 인기에 대한 여러 가설을 내놓는다. ‘말러의 방언(方言)이라 보아도 무방한’ 할리우드 영화음악의 범람, 콤팩트디스크와 하이파이 기술의 발달, 인간의 내면을 노골적으로 솔직하게 담아낸 특유의 음악어법 등. 저자는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여러 가설들을 통해 독자가 스스로 답을 내리기를 유도한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말러의 전기이다. 말러 당대의 사회상에 대한 치밀한 기술이 저자의 높은 식견을 보여준다. 다만 이는 통상적인 전기나 평전과는 그 궤가 완전히 다른데, 본문 곳곳에 저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체험이 액자소설 혹은 막간극의 형태로 삽입되어 전기 속에 에세이와 기행문이 혼합된 형태를 띠고 있다. 중요 소재와 동떨어진 독립적인 섹션을 삽입하는 말러 특유의 교향적 작법(이른바 ‘에피소드’ 형식)과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남편 말러의 삶을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해석해 이류 로맨스 소설을 만들었다고 비난 받는 알마의 ‘회상록’에 대한 저자의 견해는 딱히 일관되지 않는다. 머리말에서는 ‘너무도 생생하고 예리하다’고 말하지만 교향곡 6번에 관한 부분에서는 ‘알마가 범한 모든 위증죄 가운데 단연코 가장 추잡하다’고 쓰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을 들자면 예상대로 음반비평에 관한 제3장 ‘누구의 말러인가’ 편이다. 균형 잡힌 아름다움으로 유명한 지휘자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데이비드 진먼, 조너선 노트의 말러 디스코그래피를 ‘담백하면 무조건 아름다운 것으로 착각하는 이들의 추천목록’으로 일갈하는 장면에서 목적의식이 뚜렷한 해석을 선호하는 그의 취향을 읽을 수 있다. 이런 그의 견해는 ‘강력한 소수’처럼 보일 때가 있다. 통상적인 추천음반으로 꼽히는 음반들이 도마에서 난도질을 당하는가 하면 ‘소프라노가 성악훈련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며 자신이 한때 최악의 음반으로 꼽았던 브루노 발터의 말러 교향곡 4번이 여기서는 모범적인 해석으로 올라 있다. 영국 오케스트라와 연관이 깊었던 지휘자, 예를 들어 클라우스 텐슈테트, 존 바비롤리, 야샤 호렌슈타인에 대한 열광적인 찬사에서 여전히 영국 비평가들의 ‘팔불출’ 기질을 엿볼 수 있다. 
 
그의 문체는 막힘이 없이 시원하며 교양음악 저서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술술 읽힌다. 이는 저널리스트로서의 천부적인 재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것이다. 어느 페이지에나 저자의 해학과 풍자의식이 깃들어 있고 아포리즘(금언·金言)으로 택해도 좋을 명문장이 곳곳에 배치됐다. “말러는 우리 모두가 평론가가 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주회장에 3000명의 청중이 운집해 있더라도 말러가 연주된다면 당신은 언제나 혼자이다”처럼 한쪽으로 빛나는 통찰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존재한다. 근거가 부족한 사견을 팩트(fact)인 것처럼 가공하여 독자의 혼란을 야기하는 레브레히트의 단점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들이다.

그 예로 말러의 교향곡 3번, 7번이 미래의 생태계 붕괴를 암시하며 교향곡 4번이 인종 간의 평등을 선언한다는 것은 비약이다. 말러의 키가 양말을 신고 재서 160cm였고 팝가수 비욘세 놀스가 말러의 4대손과 팔촌 관계라는 것까지 기재한 경악할 만한 디테일은 소위 ‘말러 광신도’의 관음증을 드러내는 불편한 문장일 수도 있다. 짐작하건대 전기 부분의 상당 부분이 ‘말러 전기의 성서’로 칭송 받는 앙리 루이 들라 그랑주의 저서 영향권 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랑주의 인물과 음악 분석을 피상적이었다고 평한 것은 온당치 않다. 저자의 과도한 자신감과 나르시시즘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은 말러의 교향곡 1번 ‘거인’이 작곡가 당대에 그러했던 것처럼 독자를 극렬한 팬 혹은 안티로 양분할 것이다. 작곡가가 ‘교향곡은 세계를 품어야 한다’고 선언했던 것처럼 레브레히트도 말러라는 이름 아래 펜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했다. 저자의 의견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출 수 없더라도 그의 말러에 대한 열정과 집착만큼은 높이 인정할 수밖에 없으리라. 레브레히트의 촌철살인과 독설을 이 시대의 감각에 맞게 옮긴 역자가 이 책의 숨은 주인공이라는 점도 밝혀둔다.

김문경 음악 칼럼니스트 ‘구스타프 말러’1·2·3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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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1-01-15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저도 구스타프 말러 1.2.3권을 갖고 있는데 아직 읽지는 못하고 있어요..ㅜㅜ어제 라디오에서 말러에 대한 얘기를 들었는데 님의 페이퍼를 읽게 되니 느낌이 이상하군요. 말러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강했던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읽던 책 마저 읽으면 말러 책을 꺼내들어야 할까봐요.

햇빛눈물 2011-01-15 21:13   좋아요 0 | URL
나비님도 김문경씨 책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말러 음악은 정말 듣는 이로 하여금 묘한 카타르시스를 주는것 같습니다. 다음주 금요일에 5번 교향곡도 제가 좋아하는 곡이어서 기대됩니다.
 

지금 학교는 방학이다. 가장 여유있는 시기이다. 하루에 보충 한 타임하고, 준비하고 약간의 일만 하면 되는. 그런데 얼마 전에 일이 생겨 좀 바쁘다. 내가 바쁘다기 보다는 내가 있는 부서가 바쁜거지만(생활지도부다). 덕분에 얼마 있으면 퇴임하시는 우리 부장님은 일복이 터지셨다. ㅠ.ㅠ 군대에서도 제대하기 전 말년들은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라고 하는데. 부장님 성격이 워낙 열정적이고 직선적이어서 걱정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시간은 새벽 1시 20분이다. 학교에서 보충이 끝나고 4시부터 회의를 시작해 끝난 시간이 11시 20분이다. 장장 7시간을 넘게 회의를 하고 좀 전에 들어왔다. 맘이 씁쓸하고 답답하여 김치에 소주한 잔하고 있다가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듯하여 키보드를 두드린다. 

학교에 폭력 사건이 일어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렸다. 오늘 회의에 참석은했지만 난 위원회의 위원은 아니었다. 위원인 선생님이 연수가 있어 참석하지 못해, 대신 들어가 발언권 없는 서기 역할을 했다. 그러니 말 한마디도 못하고 7시간 동안 서기 일만 하고 온 것이다. 가해자쪽 아이들 중에 내가 맡고 있는 반 아이들이 몇 있다. 그래서 더욱 기분이 씁쓸하다. 다 끝난 마당에 이런 사건이 터지니 더욱더 그렇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애기는. 내가 맏고 있는 아이들이 내가 알기로 그리고 같은 반 학급아이들에게는 폭력을 사용한 경우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나름대로 싸움도 좀 하고 문제가 있었던 과거는 알고 있지만, 내가 담임을 맏고 있는 작년 동안은 적어도 그랬다. 그래서 난 나름대로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담임으로서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 들었다. 한동안은... 그런데 피해자, 가해자 학부모들 특히 가해자 학부모들의 진술을 들으며 느낀점은. 하나 같이 '우리 아이는 원래 그런 아이가 아니었는데...'는 애기를 한다는 것이다. 난 이 말이 정말로 싫었다. 아니 그러면 원래 그런 애가 어디있나? 어떻게 부모가 되서 아이가 그런 행동을 하고 다니는데 모를 수 가 있나, 하물며 '원래 그런 애가 아니'라는게 말이 되나? 그런데, 오늘 문득 드는 생각, 어찌보면 진정한 부모는 그들이고, 학교에서 부모의 역할을 대신하는 사람이 담임 즉,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나에게도 책임이, 그리고 학교에도 책임이 있는건 사실이라는 사실이다. 학교에서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어떤 예방 조치와 행동을 했던 것을 따지길 떠나서 말이다. 하지만 학교건 나도 책임을 인정하기 보다는 방어적 태도 취하기만 급급하다는 걸 느끼는 순간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일본의 문화적 강점을 애기할 때 언급하는 사례가 일본 기업인들의 사과하는 자세를 애기하는 경우가 있다. IMF때 일본의 모은행장은 눈물을 흘리며 사과하며 머리를 깍듯하게 숙이고 해고된 직원들을 다른 회사에서 취업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자신의 책임이 아니다라는 본인 보신의 애기를 하는게 아니라, 직원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자세)  그 은행장은 자신의 잘잘못을 떠나서 자신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사과'와 대처를 했다고 난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의 기업인들, 그리고 얼마전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자연산 발언'에 대한 대국민 사과에서 보여준 사과의 자세는 과연 진정으로 반성하며 사과를 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사과는 발생된 문제 사태에 대한 진정한 '받아들임'과 직접적, 간접적 피해자들에 대한 진심어린 '역지사지'의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학교 문제도 잘 해결돼었으면 하고, 우리 사회에 문제가 물론 발생되면 안되겠지만,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진정한 책임지는 자세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찾기위한 노력의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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