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 한 번 내 집을 고친다면 - 삶이 가벼워지는 미니멀 인테리어
오아시스(김혜정) 지음 / 터치아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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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한 지 십 년이 지났다. 고양이가 가족이 된 후 집은 우리 집이 아니었다. 고양이네 집에 우리가 얹혀사는 느낌이랄까. 거실을 활보하고, 안방 침대는 고양이가 차지했다. 벽은 또 어떤가. 스크래처가 여러 개 있어도 우리가 안 볼 때 벽을 긁어 벽지가 망가졌다. 벽지를 바라보고 있으면 심란하다. 인테리어를 새로 할까, 이사를 해야 할까 고민 중이다.

 


미니멀리즘이 대세다. 그에 따라 심플하면서도 공간의 미학이 살아있는 미니멀 인테리어를 하는 추세다. 이러한 마음을 담은 책이 출간하여 반갑다. 일생에 한 번 내 집을 고친다면30년이 다 되어가는 작고 오래된 집을 마련하고 저자의 바람대로 셀프 인테리어 과정을 담았다. 셀프 인테리어는 디자인, 설계, 감리는 직접 하되 시공은 공정별 전문가에게 맡기는 형태로 적게는 천만 원에서 삼천만 원 이상을 아낄 수 있다.





 

저자가 말하길, 인테리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먼저 관찰하기와 이미지 공유 플랫폼과 관심 있는 인테리어 업체의 포트폴리오 등에서 좋아하는 집의 사진을 수집하고 관찰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고 한다. 예산의 범위에서 줄일 수 있는 것을 살피고, 몰딩과 서라운딩, 코너비드, 재료분리대를 없앴다. 1cm에 집착했다. 그 결과물을 사진으로 보는데 저자처럼 인테리어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책을 다 읽고 우리 집을 둘러봤다. 당연하게 여겼던 몰딩이 눈에 거슬렸다. 몰딩도 없애고, 타일도 졸리컷으로 해 깔끔하게 시공된 집에서 살고 싶다.


 

사진을 눈여겨보게 된다. ‘관찰하기의 시작이다. 값비싼 자재보다는 가족 구성원의 고유한 바람과 활용도를 담은 집이면 더 좋을 것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챕터는 욕실과 부엌, 안방이었다. 그러고 보니 다 좋잖아. 특히 욕실의 조적 선반과 조적 파티션은 새로운 발견이었다. 유리보다는 답답한 면이 없잖겠지만, 유리와는 다른 깔끔함이 돋보일 것 같다. 또 하나는 안방의 가벽이다. 옛날식 아파트라 드레스룸이 따로 없다. 비어있는 안방 건넌방을 드레스룸처럼 사용하는데, 인테리어를 새로 할 때 저자처럼 문을 없애고 드레스룸으로 바꿔 사용하고 원목 간살 미닫이문을 단다면 거실과 부엌을 분리하는 역할을 할 거 같다.

 


인테리어 공사를 위한 방법을 제시하는데 많은 부분 도움이 된다. 사전 준비부터 철거 작업뿐 아니라 모든 공정별 전후 사진이 함께 자세하게 수록되어 인테리어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책이다.

 


셀프 인테리어를 한다는 건 생각지도 못하겠지만, 내 생각을 어느 정도 반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대한 배제한 깔끔한 디자인과 가려야 될 것은 원목 간살 혹은 가벽으로 처리하면 될 일이다. 리모델링을 하는 그때까지 보고 또 보고 공부해야겠다. 내가 원하는 집이 어떤 집인지 확실해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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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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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란 무릇 재미있어야 하고, 감동적이어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다. 물론 생각할 거리를 주는 건 당연하다. 감동의 파도만큼 우리를 이루는 관계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부모와 자녀, 이모와 조카, 정사원과 인턴사원, 후배와 선배. 교수와 학생. 모든 관계가 그렇듯 좋은 관계였다가 불편한 관계로 변하는 건 순간이라 할 수 있다.

 


2018년부터 발표한 단편을 모든 작품으로 총 일곱 편이 실려 있다. 일곱 편의 작품 중 주제가 몇 갈래로 갈라지는데 하나는 어떤 사건과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다룬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관계에서 오는 다양한 감정과 치유를 말한다. 더불어 여성으로서의 위상과 그에 따른 차별과 폭력에 대처하는 우리의 민낯을 발견할 수 있다.




 


답신을 읽으면서 화가 났다. 교사로서 도움이 필요한 소녀의 마음을 빼앗아 유린하고, 그것도 모자라 결혼한 언니에게 폭력을 가했다. 그 순간 동생은 형부를 죽이고 싶었다. 또 다른 연약한 소녀에게 같은 짓을 저질렀던 그를 벌하고자 했던 거다. 쌍방폭행이 아닌 일방 폭행이 되어 있었다. 구치소에 수감 되어 재판받을 때 언니는 반대 증언을 했다. 그렇게 증언할 수밖에 없었겠으나, 고모할머니의 장례식 때 제대로 대화라는 것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들의 관계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마주할 수 없었던 거다. 사랑하는 언니의 자식이었기 때문에 무조건 사랑했던 조카의 생일을 축하하는 쓰는 글은 사회 전반에 깔린 여러 형태의 폭력을 고발하는 글이었다.


 

육아를 담당하는 사람의 감정을 고스란히 배운다. 엄마 아빠를 대신해 희진을 키웠던 이모에게에서 희진은 어릴 때부터 함께 살았던 이모를 통해 삶을 배웠다. 희진이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올 때 데리고 나가서 자랑했던 이모는 칭찬을 삼갔다. 감정 표현을 억제하는 삶을 살았기에 희진에게도 같은 것을 원했다. 아빠는 아빠보다 열일곱 살이 많았던 이모를 은근히 무시했다. 희진은 수영을 할 때면 자신을 느리게 나는 새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공군사관학교에 들어가 공군 소위가 되어 비행기를 조종했다. 날아가는 비행기를 그리운 마음으로 바라보았던 이모였기에 희진을 자랑스러워했다. 웃고 싶지 않을 때, 웃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 우리가 놓치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한다.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되고, 슬프면 울고 애써 웃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이것처럼 중요한 게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은 대학 교지 편집부원으로서 글을 쓰는 것과 그에 대한 인간의 다양한 심리를 말한 작품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주제를 정하고 취재한 내용을 취지에 따라 정확한 논점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해진은 정윤의 취재에 기반한 글을 보고 빠져들게 되어 교지 편집부원이 되었다. 수습 세미나 간사였던 정윤이 희영과 해진의 주제 도서에 대한 발제문을 평가했다. 희재의 글에 자주 칭찬했고 날카롭고 유려한 희영의 글에는 매번 비판했다. 셋은 세미나를 끝내고 자주 어울렸으나 정윤은 희영이 쓴 글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못했다. 해진은 희영의 글을 아주 좋아했다. 아내 폭력에 대한 주제를 함께 준비해보자는 희영의 제안이 좋았다. 어떤 이유로 희영이 정윤을 보지 않았는지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희영이 떠난 뒤 정윤과 마주한 희재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상대방을 이해하는 수도 있다. 때로는 아무것도 아닌 일에 편협해지고 마는 게 사람이라는 거다. 관대라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일 년의 지수와 다희는 스물일곱 살의 동갑내기로 정사원과 일 년 계약 인턴사원으로 만났다. 중국어에 능통한 다희는 지수의 어시스턴트로 다희를 태우고 공사 현장에 다녔다. 차 안에서 대화를 자주 나눴던 그들은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되었다. 정사원이 인턴사원을 두고 인사 문제로 이야기할 때의 불편함이 있다. 별다른 뜻 없이 뱉었던 말이 타인에게는 상처가 되는 말일 수도 있다. 속마음과 달리 와전되어 오해를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관계의 변화까지 생긴다.

 


가족이라고 해서 모두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들 없는 집의 여섯 번째 딸이었던 기남은 가족들에게 버려져 운영하는 공장의 주방에서 일했다. 둘째 딸 우경의 초대로 홍콩에 오게 된 기남은 한국 반찬이 들어있던 수화물 가방 하나를 분실했다. 기남은 우경이 불편했다. 다만, 우경의 아들 마이클은 착하고 다정다감하여 기남을 잘 따랐다. 딸에 대한 미안함과 서운함이 마이클의 말 한마디로 사라졌다.

 


당신은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한번 읽고 나면 읽기 전의 자신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는 글을, 그 누구도 논리로 반박할 수 없는 단단하고 강한 글을, 첫번째 문장이라는 벽을 부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글을, 그래서 이미 쓴 문장이 앞으로 올 문장의 벽이될 수 없는 글을, 언제나 마음 깊은 곳에 잠겨 있는 당신의 느낌과 생각을 언어로 변화시켜 누군가와 이어질 수 있는 글을. (52페이지, 중에서)


 

여성 서사의 작품으로 관계에서 오는 다양한 감정들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비춘다. 희진, 희영, 희재 등의 이름이 주인공으로 나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작품으로 읽혔다. 끈끈한 관계였다가 다시는 마주치지 않는 냉정한 사이로 돌변하는 관계, 결핍을 채워가는 관계에서는 오는 뜨거운 감정이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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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당근마켓 - 우리는 그렇게 만날 수도 있다 아무튼 시리즈 59
이훤 지음 / 위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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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 경험해본 사람은 있어도, 전혀 모르는 사람은 없는 것. 당근마켓.(지금은 당근으로 회사명이 바뀌었다.) 필요 없는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팔거나 공짜로 주고 필요한 물건을 들여올 수 있는 근거리 간 직거래 커뮤니티다. 반신반의하던 당근마켓이 이토록 자리 잡을 줄 알았을까.


 

2년 전, 텃밭에 농막을 들여놓으면서 필요한 물건을 당근마켓에서 들여왔다. 어느 집의 아이들이 사용하던 큰 책장을 옆으로 뉘어 물건 보관대로 만들었으며, 3단 책장은 신발장이 되었다. 저렴한 가격에 내놓은 국화 화분을 사다가 밭에 심었으며 편백 나무도 몇십 그루 사다가 심었다. 몇 번 사용했던 목재 파레트를 저렴한 가격에 가져와 의자와 탁자를 만들어 페인트를 칠하고 오일스텐을 발랐더니 새 제품처럼 보였다.





 

중고 제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나에게 당근마켓은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상대방에게는 필요하지 않고 나에게는 필요한 물건을 버리는 대신 나눔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물건에 대한 애착을 버리는 한편, 새로운 물건에 대한 애착이 생기게 했다는 거다. 물건을 거래하면서 모르는 상대방과 소통의 장이 된다.


 

갖고 싶었던 커피잔이 있다고 해보자. 키워드를 넣어놓고 기다리면 알람이 온다. 자기가 원하는 좋은 제품이 저렴한 가격에 나오면 사고 싶은 유혹을 견디기 어렵다. 당근 앱을 보고 있으면 그토록 많은 물건이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갖고 싶은 제품이 있으나 너무도 귀한 제품이라 예산보다 비싸게 나와 포기하는 경우도 생기기 마련이다. 당근마켓에서는 별걸 다 거래하나 보다. 미국 드라마 <더 오피스> 퍼즐을 맞춰주고 액자에 유액을 발라주실 분을 구하자 글을 올린 간밤에 마흔 명이 넘게 다녀갔다고 한다. 각자 자기만의 능력과 경험치를 자랑하는 글에 놀랐다. 우리는 비록 타인과도 소통을 원하는 것 같다.

 


1970년대에 만들어진 찻잔은 중고가 아니면 더 이상 구매할 수 없다. 커피를 애호하는 사진가답게 커피와 커피 컵의 곡선 예찬론은 마치 한 장의 작품 사진을 보는 듯하다. 커피잔에 매료된 표정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물건에 관한 애착과 동네 사람들과 만남의 장이 될 수도 있다. ‘동네생활이라는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답글을 달며 소통의 장이 된다. 네이비 색 폴로 지갑을 주워 미용실 원장님께 맡겼다는 이야기, 가방 수선집을 물어보기도 하며, 고양이를 키우면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그에 관한 답글은 더 의미심장하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매력덩어리인 데 반해 털, , 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에 마구마구 공감했다. 그 글에 댓글을 달고 싶은 마음이랄까.


 

놀랍다. 우리 안에 길들지 않은 언어가 여럿 산다는 건, 그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건. 나도 모르는 사이 하나가 소실되고 다른 하나가 새로 태어난다. (55페이지)





 

타국에서 온 사람뿐 아니라 타지에서 서울로 온 사람들 또한 일종의 디아스포라적 감각을 겪으며 산다는 걸,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언어도 문화도 같지만, 커다란 도시에 섞여 들지 못한 채 자신만 여기가 아닌 저기에 있다고 느낀다고. 학업, 취업, 아이들 교육, 그 밖에 서로가 다 알 수 없는 각자의 사정 때문에 살던 곳을 떠나온 사람들이 새 자리를 적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93페이지)

 


친구를 구하는 글도 있다. 이사 간 동네에서 친구가 있다면 슬리퍼를 끌고 만나도 반갑다. 시골 친구가 그립다는 글에 댓글을 달고 만나기로 한 사연은 이웃사촌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언제라도 만날 수 있는 친구, 동네 친구라서 가능하다. 사람이 있는 곳에는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와 더불어 소통의 장을 만들어간다. 다양한 물건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 당근에서 우리의 온도를 높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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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 효과의 실험과 결과
사사키 아이 지음, 양하은 옮김 / 모로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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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가 수영장에 빠지려는 찰나다. 정황상 빠지고 말 것 같다. 속절없이 빠져드는 첫사랑의 순간을 표현하는 듯한 표지에 우리는 이 소설을 짐작하고 만다. 첫사랑, 설렘, 첫키스 같은 순간들을.

 

네 편의 소설이 실려 있는 사사키 아이의 청춘소설이다. 우리의 청춘 시절은 미래에 대한 고민과 방황이 떠오르는 시기다. 그때 만났던 사람은 평생의 삶을 좌우하기도 하고,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오래 기억하는 걸 보면 삶이 어떠했든, 살아가는 데 큰 반향을 일으킨 것 임에 틀림없다.





 

표제작이기도 한 프루스트 효과의 실험과 결과는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볼 수 있는 추억 한편이 아닐까 한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언제나 홍차와 마들렌이 먼저 떠오른다. 홍차를 마실 때면 마들렌을 곁들여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드는 것처럼. 이 소설은 입시를 앞둔 수험생이 초콜릿이 묻힌 죽순마을 과자를 먹으며 기억력을 높이려는 효과를 기대한다는 내용이다. 프루스트 효과를 - 죽순마을을 먹으며 공부했던 내용을 저절로 떠올리는 - 기대한 것이다. 도쿄의 사립대학을 준비했던 그들은 도쿄에서의 미래를 꿈꾼다. 도쿄의 지도를 펼쳐놓고 키스할 장소를 물색한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첫 키스 상대를 정하여 키스를 하고 싶은 장소를 물색하고, 기다리는 설렘은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것 같다.


 

미래는 알 수 없는 것. 한 사람은 도쿄의 대학을 합격하고, 다른 사람은 재수를 하면서 관계는 변한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먼저 대학에 간 사람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는 거다. 도쿄에 대한 환상도 변하기 마련이다.

 


도쿄는 아무리 구석구석 걸어다녀도 어느 순간 갑자기 다른 세계처럼 느껴지는 장소와 만나게 된다. 나는 꼭 그런 도시에서 살고 싶어. (57페이지, 봄은 미완중에서)

 


자기의 이름이 있는 소설을 누군가 썼다면 그걸 내 이야기로 간주하고 소설을 쓴 사람을 동경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작품을 먼저 읽고 작가를 좋아하는 경험은 내 경험을 비추어도 비교적 많았으니 말이다. 문예부 교실에 있는 친구를 보며 친해지면 서로 시티걸즈가 되기로 약속한 이야기 봄은 미완은 온전히 소설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악보를 못 읽는다는 학교의 4인조의 관계를 말하는 소설이다. 무리 중 아이돌 같은 외모를 가진 세 명을 제외한 한 명은 뽀글머리로 그들과는 달랐다. 뽀글머리는 세 명의 빵셔틀이 아니라 그들을 이끄는 무리로 보였다. 학교 다닐 때는 함께 어울리는 친구가 있어야 학교생활이 수월한 법이다. 무교라고 밝힌 스미레에게 자신도 무교라고 말하고 다가갔던 스가노가 바라보는 뽀글머리와 친구 관계를 바라볼 수 있다. 뽀글머리와 가가미의 비밀을 알게 된 스가노가 친구인 스미레에게 비밀을 지키려다 서로 소원해지는 이야기다. 모든 친구 관계가 그렇듯 우리는 자꾸 어떤 사람의 비밀을 지켜주려다 다른 친구와 소원해지고 만다. 오해로 인해 되돌릴 수 없는 관계로 이어지는데 이런 경우가 자주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야기하다 보면 서로의 마음을 터놓으며 오해를 풀 수도 있다.

 


지독한 마침표의 쇼코는 겨울방학이어서 고향에 가려고 신칸센을 탔다가 옆자리에 앉은 고다마 씨를 처음 만났다. 고마다 씨는 사고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신발과 양말을 벗고 운전하는 습관이 있다. 취업을 한 쇼코는 회사원인 고다마 씨에게 드라이브를 하자고 했다가 동그라미가 있는 관계에서 마침표를 어떻게 찍어야 할지 고민하는 이야기다. 청춘들의 삶에는 다양한 아픔과 고통이 있다. 그 감정들은 훗날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해 우리의 뇌리에 파고들어 떠올리게 한다.


 

어리숙하고 서툰 시절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지난날의 우리, 미래를 알지 못하기에 불안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도쿄를 생각하면 떠올리는 것들. 첫키스의 설렘, 첫사랑 그리고 이별. 이 모든 것을 경험하는 청춘 시절은 마치 홍역처럼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 그 시절을 거쳐왔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지도 모른다. 추억의 한 페이지를 들여다보는 듯했다. 작품을 완성하지 못하면 미완이라고 표현한다. 청춘 시절은 이와 같다. 언젠가는 완결할 수 있는 미완의 시절을 거치는 중이다. 즉 무엇이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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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 1~2 - 전2권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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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 잘못된 길로 들어선 경우는 얼마나 많은가. 유혹에 견디지 못하고 젊은 남자를 탐하거나, 탄창이 비었다고 생각하고 방아쇠를 당겨 누군가를 죽게 하거나, 자기의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거짓 진술을 하는 경우 말이다. 자기에게 불리한 것을 감추는 것도 어쩌면 본능에 가까운 자기 보호일 것이다. 사건을 해결해나가면서 가장 어려운 게 진실을 숨기는 거다. 자기에게 유리한 것 만 말하고 빠져나가려고 한다. 아마 우리에게 어떤 상황이었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세계적인 유명한 작가로 이름을 알린 마커스 골드먼의 새로운 활약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가장 좋아하는 친구이자 멘토인 해리 쿼버트의 사건을 함께 해결했던 페리 게할로우드 경사와 함께 다시 사건을 되돌아보는 형식이다. 11년 전, 한 여자가 시체로 발견되었다. 알래스카 샌더스는 영화배우를 꿈꾸던 젊은 여자로 미스 뉴잉글랜드 선발대회의 우승자였다. 그녀는 왜 살해되었는가. 바지 뒷주머니에 있던 쪽지는 복수로 인한 살인을 짐작하게 되고 알래스카의 남자친구인 월터 캐리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다. 차 후미등의 깨진 조각, 버려진 캠핑카 안의 스웨트셔츠에 묻은 피. 파란색 차. 모든 증거물이 월터를 가리킨다.




 


살인범으로 특정되면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인간의 심리일 지도 모른다. 용의자에게서 추가 증거를 찾고 스토리를 만들어 간다. 타인을 가리키는 새로운 증거가 나와도 알아채지 못한다. 우리의 시선은 한 곳에만 머물러 있다.


 

해리 쿼버트의 사건을 해결한 페리 게할로우드 형사를 마주하고 그가 11년 전의 사건 때문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이 일어난 1999년과 2010년이 번갈아 가며 긴박한 상황이 펼쳐진다. 다른 한편으로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이 출간된 뒤로 해리 쿼버트는 자취를 감췄다. 해리 쿼버트의 흔적을 쫓는 동시에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을 재수사를 돕는다. 경찰의 강압적인 취조에 거짓 자백을 하고 한 사람을 목숨을 잃었고 한 사람은 11년째 복역 중이었다. 타고난 능력으로 사건을 조사하고 탐문 하던 그들은 사건의 진실에 다다른다.

 


사건을 수사하다 보면 놓치는 게 있기 마련이다. 그들이 11년 전에 간과했던 것. 예를 들면, ‘알래스카가 무엇 때문에 마운트플레전트로 왔는지가 아니라 무엇 때문에 세일럼을 떠났는지놓친 것들을 찾아야 했다. 추리소설의 장점이 진범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인간의 다양한 생존 방식을 바라볼 수 있다. 그들이 놓쳤던 유기적인 연결고리를 찾으며 비로소 조각이 꿰맞춰진다.

 


우리는 누구나 자기 안에 갈매기 한 마리를 갖고 있어. 쉽고 편하게 살려는 성향 말이야. 자기 안의 그런 유혹과 늘 맞서 싸워야 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해. 사람들은 대부분 군집을 이루어 살려고 하지만 자네는 달라져야 해. 자네는 작가이기 때문이야. 작가들은 외따로 떨어져 사는 존재들이야. 내 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돼. (1, 388페이지)

 

자네는 이제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할 시간이야. 재능도 있고, 끈기도 있어서 언젠가는 이 나라를 대표하는 작가가 될 사람이야. (2, 220페이지)

 


마커스 골드먼은 조엘 디케르의 분신으로 여겨진다. 그가 소설을 이끌어가는 힘은 결단력이며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다. 특유의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진실을 찾는 방식도 인간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다. 소설 속 마커스의 멘토인 해리 쿼버트는 마커스가 직업인으로 안주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작가만의 공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커스가 작가로서 좋은 작품을 쓰기를 바랐다. 친구라는 관계는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고 또한 깊은 이해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조엘 디케르의 다른 소설들처럼 흡입력이 좋았다. 사건 해결이 빠르게 전개되고, 과거에 머물고 있어 현재의 연애사에 집중하지 못하는 그를 지켜보는 즐거움도 컸다. 범인을 찾아 진실을 찾는 과정, 친구와의 우정에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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