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 때문에 허리가 좋지않아 신경외과에 다니면서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허리는 하도 고질병이라 조금만 조심하면 되는데, 괜찮겠지 했던게 탈이 나는걸 볼수 있었다.

하루종일 사무실의 의자에 앉아 일하는 거라 자주 걷고 해야하는데, 그게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이번에 또 허리병이 도졌을때 친구들은 하나같이 책을 당분간 끊으라고 했다.

아,,, 책읽지 않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 애들은 아마 모르는가 보다.

물리치료 받으면서도 팔을 올려 책 읽고 있는 모습은 과히 웃기기까지 하다.

 

 

이언 매큐언의 책이 좋다.

그의 새로운 작품이 이번에 출간된다는데 기대 만땅이다.

 

 

토요일이라는 제목이다.

직장인들에게 토요일은 기다리고 설렘이 가득하다.

이언 매큐언의 말하는 폭력의 세계는 어떤 느낌일까?

여전히 그의 감성들을 느낄 수 있을까?

 

 

 

그러고보니, <체실비치에서>랑 <속죄>는 읽었는데 <첫사랑, 마지막 의식>은 읽지 못했구나.

 

 

 

 

 

허리가 아파도 내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는 이 기분.

아마, 아시는 분들은 아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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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아이 창비청소년문학 50
공선옥 외 지음, 박숙경 엮음 / 창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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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제대로 눈을 뜨기 전부터 잠자리에서 책을 읽어주곤 했었다. 아이들 동화책을 몇 질을 구입해놓고는 내가 더 좋아해 먼저 읽고,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책을 읽어주다가 잠이 들어도 그 한 권을 다 읽어주는 억척스러운 엄마였다. 3,4년 직장을 쉴때는 하루면 20여 권의 책을 읽어 주고, 같은 책도 여러번 읽어주기를 일상으로 삼았다. 그렇게 책을 읽어주니 아이들은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랐다. 중학생이 되면서부터는 학원때문에, 친구들 때문에 책을 많이 읽지 못한다. 아이들 말대로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올해 중학교 3학년인 아들아이는 그래도 시험이 끝나는 때 학교에서 빈 시간에 읽을 책을 권해 달라고 한다. 그래봐야 일 년에 몇 권 읽지는 못하지만, 시간이 조금 빌 때 읽으려하는 그 마음이 이쁘다.

 

 

나는 문학 서적을 많이 좋아하고, 습관처럼 자주 읽는다. 문학 서적 중에서도 청소년 문학을 즐겨 읽는데, 내가 읽고, 아이들에게 권해주면서 공감을 하고 싶기도 하고, 또래 아이들의 감정들, 행동들을 보며 이런 아이들이 있구나 하고 느꼈으면 좋겠고, 내가 미처 말로 하지 못하는 말들을 책으로 알아들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우리 가족이 특히 좋아하는 청소년 문학은 역시 '창비청소년 문학'이다. 제1회 수상작인 『완득이』에서부터 『위저드 베이커리』, 『싱커』, 『두려움에 인사하는 법』을 읽고, 현재 중학생인 아이는『비바, 천하최강』을 읽고 있다. 한 권이 빠져 최근에 책 구입할 때『내 이름은 망고』를 구입해 같이 읽고자 한다. 아이들은 책을 한두 번 읽고 끝나는게 아니었다. 좋아하는 책이면 몇 번이고 읽어 책의 겉장이 닳아질 정도였다. 이처럼 우리 가족에게 사랑받는 창비청소년 문학의 50권째 기념 소설집이 나왔다. 우리가 좋아하는 청소년 문학 작가인 김려령 작가나 구병모 작가의 책이 있어 반가웠고, 공선옥, 전성태, 최나미, 이현, 배명훈 작가의 단편 소설들이 들어있어,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다양한 시선들을 만날 수 있었다. 책 표지에서부터 우리의 눈을 확 끌어당겼다.

 

 

책을 엮은이도 말했지만, 중학생 정도의 눈높이 맞춰 쓴 청소년들에게 적절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어른인 내가 읽으면서 '이거 어른들의 이야기야?' 할 정도로 잔혹 동화도 있었고, 아들 녀석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과학분야의 소설도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청소년 들도 많이 공감할 내용이었다.

 

 

중학생에게 가족은 귀찮은 존재, 친구보다 못한 존재가 아닐까 한다.

공선옥 작가의 『아무도 모르게』는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중학생인 한 소년의 마음을 솔직하게 담아낸 글이었다. 반 친구들과 캠핑을 가서 담임선생님은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라는 걸 생각해보고 친구들앞에서 발표하는 시간을 갖자고 말씀하신다. 친구들은 처음엔 쭈뼛거리다가 하나둘씩 마음속에 있는 속내를 이야기하고, 소년은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기 전에 화장실 간다며 밖으로 나가버린다. 그러면서 엄마와 함께 살고 있던 여수를 떠나와 강릉에 까지 오게 된 사연을 생각한다.

 

 

구병모 작가의 『화갑소녀전』은 '성냥팔이 소녀'를 비틀어 쓴 잔혹 동화였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이 곳은 동화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일러준다. 성냥을 팔면서 너무 춥고 배가 고파 성냥 공장으로 가 창 밖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일에 매어 있었지만, 병을 앓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밖으로 빠져 나가려는 한 소녀를 이야기한 작품이었다. 자신의 실리를 위해 아이들에게 나쁜 행동하는 어른들의 모습은 요즘을 살고 있는 현실을 조금 보여주고 있었다. 삶은 잔혹동화일수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은 것 같았다.

 

 

역시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김려령 작가의 『파란 아이』가 소설집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왔다. 태어날 때부터 입술이 파란 소년은 표지 사진에서처럼 예쁘장하게 생겼고, 신비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소년이었다. 엄마로부터 죽은 누이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 받아 엄마에게는 선우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할머니에게는 은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운다. 방학이면 시골 할머니 댁에 와서 할머니를 돕고, 친구 동아가 내려와 방학을 함께 보내게 되면서 동아는 친구 선우가 학교에 있을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고 의아해 하고, 입술이 파란 아이에게 왠지 이상하게 설레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판타지가 약간 섞여 있는 듯한 소설이 참 마음에 들었다.

 

 

 

 

 

올해 1월, 파워블로그 모임에서 만난 배명훈 작가를 보면서, 사실 그의 작품을 한 권도 읽어보지 못해 안타까웠었는데, 창비 청소년문학 50권 기념 소설집이 배명훈 작가의 이름이 보여서 무지 반가웠다. 드디어 그의 작품을 읽어볼 수 있겠구나. 배명훈 작가의 『푸른파 피망』은 SF과학소설이었다. SF나, 과학 쪽은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거라 별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굉장히 유쾌하면서도 위트있게 그렸다. 다른 별에서 살다가 모인 행성에서 살고 있는 공전 주기와 자전 주기가 달라 나이도 각자 다르게 사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이 행성에서 전쟁이 일어났다. 한쪽은 식량이 채소 종류만 죽어라 오고, 한쪽은 고기만 오고 있어서, 물려 도저히 먹지 못할 지경에 까지 이러렀을때 대처하는 모습들을 담았다. 북한에서 자꾸 우리 동해 쪽으로 뭔가를 날리고 있다던데,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평화롭게 살수도 있을것을 생각케 하는 글이었다.   

 

 

태어난 지 일 년도 안된 고양이를 독립시키기 위해 과감하게 내치는 이야기를 담은 이현의 『고양이의 날』과 수몰된 마을에서 전학 온 여자애를 좋아해, 그 아이가 산업체 고등학교로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편지를 써 주머니에 담고 다니는 소년의 이야기가 그려진 전성태 작가의 『졸업』은 자신의 미래를 향해 떠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실현하려는 마음을 담았다. 우리 모두는 부모로부터 독립하게 되고, 자신의 길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부모입장에서도 떠나 보낼 생각을 조금씩 해야 할 것이고. 최나미 작가의 『덩어리』는 한 아이들의 교실 풍경을 담았다. 여학생 수가 많아 공교롭게 자기 반만 남녀 합반이 아닌 여자로 만 된 반이라는 이유로 억울하고 부끄러웠지만, 반장인 찬옥이의 리더십으로 그 반은 뭐든지 자주적으로, 열심히, 신나게 임하는 반이었다. 그런 것들이 과해졌을때, 완벽한 반이었지만, 괴물같이 7반 '덩어리'가 되고 있었다. 여러 사람의 생각이 같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생각을 강요하는 일이 발생하는데 그것을 견제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욕심같아서는 아이들에게 세계문학을 읽히고 싶고, 우리 한국고전문학도 읽히고 싶다.

하지만 재미없어하니 굳이 강요해 읽히고 싶지는 않다. 아이가 읽을만한 청소년 소설 추천해 달라고 할때 나는 자신있게 창비 청소년문학을 추천해 주고 싶다. 다양한 색깔이 입혀진 창비 청소년문학 50권 기념 소설집인 『파란 아이』부터 추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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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2 - 송지나 장편소설 신의 2
송지나 지음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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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시대의 최영 장군을 생각하면 국사 시간에 익히 들어왔던 '황금 보기를 돌 같이 하라'라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국사를 좋아해 왔다고 생각했지만, 너무 오래전에 배운 것이라 그런지 그의 이름만 생각나고 다른 건 생각나지 않았다. 이번 『신의』읽으며 최영이 고려말 많은 왜구를 물리쳤고 왕의 친위대인 우달치부대에 속해 왕들을 지켜주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쌍화점〉이라는 영화에서는 원나라 노국공주를 저버리고 공민왕은 동성애를 하는 걸로 나오고 자신의 시름을 잊고자 말타는 그림을 즐겨 그린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 공민왕을 호위한게 최영 장군이라니,, 망각의 길에서 나는 헤매었었나 보다.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 내게 〈모래시계〉와 〈여명의 눈동자〉, 〈태왕사신기〉의 송지나 작가의 이름은 아주아주 잘 알고 있었지만 작가의 드라마들은 거의 보지 않은 것 같다. 그런 내게 드라마 〈신의〉는 두 말할 것도 없이 안 본 드라마중의 하나이다. 드라마를 전혀 보지 않은 상태에서, 드라마로 방영되었던 것을 소설화한 것을 읽으려니 살짝 부담도 되었다. 드라마의 특성상 한 회, 한 회 분량의 에피소드가 많을텐데 여러 권의 장편 소설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많은 국민들에게 인기있었던 드라마 작가이기에 작가의 소설은 쉼없이 읽혔다. 드라마적인 요소로 무사들의 고요한 삶, 왕을 위해 내놓은 목숨, 또한 한 사람에게 향하는 마음을 애써 숨기는 모습들에 어느새 빠져버렸다.

 

 

『신의』는 고려 시대의 무사 최영이 2012년의 여의사 유은수를 만나 시공을 초월한 사랑을 나누고, 고려의 진정한 왕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은 글이다. 1편에서는, 원나라에 볼모로 끌려가 10년을 그렇게 지내다가 원나라의 공주와 결혼하고 왕이 되어 고려로 오게 된 왕과 왕비를 호위한다. 오던 중에 왕비의 목숨을 노리던 자들때문에 왕비의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왕의 곁에 있던 조일신은 '신의'에게 왕비의 목숨을 맡기자 하고, 근처에 하늘의 문이 있어 그곳으로 가면 된다고 한다. 왕의 명령으로 하늘의 문으로 다가선 최영은 고려의 풍경과는 너무 다른 장소에 와 있다. 마침 의학회에서 발표를 하려던 유은수를 발견하고 여의사를 데리고 하늘의 문을 빠져나오고 왕비의 목을 수술해 살려놓는다. 다시 자기가 살던 곳으로 가려하지만 왕의 어명으로 그곳에 남게 된다. 

 

 

2편에서는, 고려에 남게 된 유은수,  칼에 베인 최영을 수술하지만, 더이상 상처 수술부위 보이기를 거부해 패혈증에 걸리고 만다. 그런 와중에 기황후의 오라비인 기철은 최영을 탐내고, 왕은 기철에게 갈지도 모르는 최영을 붙잡기 위해, 기철 앞에서 은수를 '하늘에서 내려온 의선'이라 말한다. 기철이 거느린 이들과 우달치 부대원들이 싸우는 장면은 무협지를 보는 듯하다. 표현하지않는 현대의 은수와 은수가 보기에 역사속에 존재했던 최영의 로맨스가 보인다. 막상 책을 읽어보니, 아직 여러권의 책이 나올테지만, 책속의 내용을 드라마의 화면으로 몹시 만나고 싶었다.

 

 

작은 초가집의 작은 마당, 그 안에서 나를 보고 웃는 그분들, 그분들을 지나쳐 나에게 불어오는 부드러운 바람, 그 바람에 묻어나는 그분의 향기, 그 웃음과 그 향기를 지키기 위해 나는 살아야겠다. 언제고 떠나시는 날, 내 손으로 보내드리기 위해 내가 살아야겠다.  (2권, 407페이지)

 

사실, 시공을 초월한 사랑이야기는 로맨스 소설에서는 자주 나오는 소재이다.

한동안 TV 드라마에서도 현재와 과거가 만나는 드라마를 많이 방영했고, 사람들에게도 사랑받았다고 했다. 역사속의 인물과 현대의 인물이 만나는 건 그야말로 판타지라, 우리의 궁금증으로 인한 우리의 상상력을 한 수 위로 끌어올려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역사속의 인물은 역사속의 말을 하지만, 현대의 인물은 현대의 말을 하기 때문에 서로에게 새로움을 주는 것 같다. 역사 속의 여인은 할말을 다 하지 못하고, 남자들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않지만, 현대의 여성은 자기의 할말을 다하고, 이야기를 하며 티없이 웃을수 있기 때문에 매력을 느끼는 것도 같다. 강화도에 위리안치된 공민왕의 조카이자 선왕인 경창군과 은수가 대화하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마음에 담는 최영처럼.그 웃음을 지켜주고 싶어 했다. 살고 싶은 마음이 없었지만, 은수가 살고 있는 곳으로 보내주기 위해 더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최영의 마음이 점점 움직인다.  

     

 

 

 

드라마의 끝을 나는 모른다. 드라마의 내용과 같이 나갈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현대와 과거 속의 인물이 이루어질수는 없을 거라 생각은 한다. 아마 안타까운 이별을 하겠지. 드라마가 배우들의 표정들과 행동들로 우리가 그 상황과 마음을 판단할수 있다면, 책은 그들의 내면을 글로 읽을 수 있다.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최영과 유은수의 속마음, 그들의 심연속에 울려퍼지던 그 깊은 마음들을 우리는 알수 있다. 또한 공민왕의 어머니의 더 깊은 속내까지 우리는 알수 있었고, 그럴수 밖에 없었던 어머니에게 공감을 하기도 했다.  

 

 

무협영화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한 작품이어서 즐겁게 읽었다.

계속 이어져오는 소설 읽기를 힘들어하는데, 재미있는 내용때문에 어쩔수 없이 3권이 기다려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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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마실 - 커피향을 따라 세상 모든 카페골목을 거닐다
심재범 지음 / 이지북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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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이면, 평소보다는 늦은 아침을 먹고, 집안을 정리하고, 씻는다.

씻고 나서 집안 가득 커피향이 퍼지게 커피 머신을 작동한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는 블루마운틴과 헤즐럿을 함께 넣어 끓여마시는 커피다. 간단한 간식거리를 내놓고, 커피 한 잔을 머그잔으로 가득 따라 커피를 마신다. 그리고 책을 읽는다. 이것처럼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도 없다. 책에 빠질수록 뜨거운 커피에서 약간 미지근한 커피로 되지만, 나는 한 잔을 더 마신다. 커피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내가 이십대 시절, 친구들과 카페를 자주 다녔다. 지금처럼 커피 전문점이라기보다는 그때는 간단한 음식과 술도 파는 카페가 주를 이루었다. 커피를 마시러 다니면서 이름이 멋있어 에스프레소를 시킨 적이 있다. 카페 직원은 내 탁자에 와서 램프를 켜고 길다랗게 생긴 포트 비슷한 걸 가져와 달궈 커피를 내려주었다. 먹물처럼 까맣고 걸죽해보이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자 한약보다도 더 쓴 커피였다. '내가 왜 이걸 시켰지'하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쓰디쓴 커피를 꾹 참고 다 마셨던 적이 있었다.

 

 

 평소에 커피 전문점을 가면 나는 깔끔한 맛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신다. 언젠가 친구가 서울에서 내려와 같이 중국집에 가 코스 몇가지가 나오는 음식을 먹었더니 속이 느끼해 커피를 마시러 가서는 오랜만에 에스프레소가 마시고 싶어 시키고는 조금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내가 즐겨 마시던 아메리카노 잔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작은 잔에 물과 함께 나온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생각보다 부드러운 맛이었다. 진하면서도 부드러운 맛, 그리고 찬물을 입안을 헹구니 그렇게 맛있을수가 없었다. 이제는 에스프레소도 자주 마셔 주리라 이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아시아나항공의 승무원으로 입사해 세계에서 인정해주는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는 사람으로 현재 아시아나 바리스타장으로 있는 심재범이 비행이 있을때마다 도착한 곳에서 커피로 유명한 카페를 다니며 쓴 커피향이 가득한 에세이다. 전문적인 바리스타가 아니기 때문에 그가 쓰는 용어들이 다소 낯설었어도 커피이야기를 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우리가 즐겨 마시고, 또 만나는 장소도 커피향이 배어있는 카페이므로 우리는 커피 이야기를 즐겁게 읽을수 있었다.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의 모습이나 카페의 분위기, 카페가 있는 거리의 풍경을 보며 색다른 카페 여행을 하고 있었다.

 

 

 

 

우리처럼 커피를 좋아하는 일반인들은 그저 커피를 마셨을때, 맛있으면 그만이었는데, 커피 전문가인 바리스타 답게 그는 한 잔의 커피를 시키고, 그곳의 분위기를 즐기며, 커피를 만들어주는 바리스타의 모습을 관찰하고 그가 입안 가득 느끼는 커피맛을 표현하고 있었다. 또한 그는 프랑스의 유명한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프랑스 혁명과 20세기 실존 철학까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저 그 자리가 좋아, 그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을텐데, 저자는 자신이 있는 장소의 역사에 대해서도 궁금해하고 있었다.

 

 

나는 대부분의 커피가 거의 쓴맛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가 커피를 마시며 말하는 맛은 과일맛이 나기도 한다는 걸 알수 있었다. 너무 한 가지의 커피 맛에만 익숙해진걸까. 커피를 마시며 다른 맛을 느끼지 못했는데, 다음부터 커피를 마신다면 이것저것 실험을 해보리라 하는 생각까지 했다.

 

커피는 원래 쓰지 않으며 달콤하고 부드럽고 향기롭다는 사실이 일부 사람들만 아는 비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216페이지)

 

 

 

물과 커피 가루만 부으면 자동으로 커피를 만들어주는 기계가 없을때, 나는 누군가에게 선물받은 핸드드립커피를 마셨었다. 여과지 안에 커피를 붓고, 뜨거운 끓인 물을 둥글게 돌려가며 커피를 내려 마시곤 했었는데, 여과지를 다 써 어딘가에 넣어놓았다가 물건 정리할때 버렸었다. 이 책을 읽으며, 핸드드립커피 사진이 있는 걸 보고는 그걸 버린게 못내 아쉬웠다.  오늘 같이 한가로운 날 뜨거운 물을 부어가며 핸드드립커피를 만들어 마신다면 더할수 없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전기로 된 커피 머신이라도 돌려야 겠다. 오늘 같은 날은 집안에 커피 향기 가득 퍼지게 해놓고,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책을 읽어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아시아나 항공을 이용한다면 커피 한 잔을 청해서 꼭 마셔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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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의 식사 NFF (New Face of Fiction)
메이어 샬레브 지음, 박찬원 옮김 / 시공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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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신간이 나왔을때부터 눈길을 끄는 책이 있다.

표지를 보았을때, 작가의 이력과, 책의 내용을 알 수 있는 몇 줄의 글때문에 그 책을 못내 읽고 싶어 가슴에 남는 책이다. 책을 구입하고 책을 편다. 책에 대한 내 예감이 틀리지 않았음을 발견하고는 기쁨에 겨워한다. 책을 읽어가며 점점 빠져든다.

 

 

내게는 생소한 작가였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있는 소설가라는 메이어 샬레브의 소설로 이스라엘 사람들의 삶을, 그들의 생각을, 그들의 역사를 알수 있는 작품이었다. 우리는 생소한 나라의 작품을 읽으며 이스라엘에 조금 다가간 느낌이 든다. 이스라엘, 유대인의 나라, 여자도 국방의 의무를 진다는 것 정도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생소한 나라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 자체가 설렘이며, 즐거움이다.

 

 

 1940년 이스라엘의 한 마을에서 아이가 태어난다.

그 아이의 이름은 '자이데'로 할아버지란 뜻을 가졌다. 자이데의 어머니는 왼쪽 귀가 들리지 않고, 라비노비치의 외양간에서 집안의 허드렛일을 하며 살고 있었다. 자이데가 태어난 후 자신이 자이데의 아버지라 여기는 세 명의 남자가 있다. 한 사람은 라비노비치이고, 또 한 사람은 야콥 샤인펠드, 또 한 사람은 소장수인 글로버만이었다. 자이데의 어머니는 세 사람 모두의 사랑을 받았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을 보여주지 않았다. 세 사람의 아버지가 있는 자이데, 세 사람의 아버지로부터 유산을 물려받은 자이데, 세 사람의 아버지로부터 각자의 외모의 한 부분씩을 물려받았고, 각자의 생각으로 교육을 받고 보살핌을 받는다.  

 

 

그런 그에게 식사 초대장이 온다.

아버지라 주장하는 세 사람 중 야콥 샤인펠드가 초대한 식사로, 그와 함께 29년동안 네 번의 식사를 함께하는 이야기이다. 식사를 하면서 야콥은 자이데에게 자신의 삶, 자이데의 어머니 유디트가 처음 들판을 걸어온 날부터 자신의 온 마음을 빼앗긴 이야기를 한다. 그 마을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인이 자기 아내였음에도 유디트에게 향하는 마음을 어쩔수가 없었다. 유디트가 받아주지 않아도 평생에 걸쳐 유디트를 사랑하는 일이 아름다웠을뿐만 아니라, 자이데를 자신의 아들이라 칭하며 손수 음식을 준비하고, 커다란 식탁에서 자이데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야콥은 자신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소 장수 글로버만의 이야기와 자이데에게 라비노비츠라는 성을 물려주었던 라비노비치의 이야기도 말해 준다. 라비노비치와 쌍둥이 처럼 닮았던 아내의 이야기도 말해준다. 자신이 걸어온 인생을 이야기하며 자이데는 점점 자신의 인생이야기를 써 간다.

 

 

함께 밥을 먹는 이를 우리는 '식구'라고 한다.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밥을 함께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고, 밥을 같이 먹게되는 사람과는 남남처럼 그렇게 지내질 못한다. 밥을 함께 먹는 가족. 밥을 함께 먹으면 없던 정도 생긴다고 말할 정도로 밥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따스함을 주는 것 같다. 우리 엄마아빠가 젊었던 시절에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었다. 그 시절의 인사는 '식사하셨어요?' 이다. 밥 못먹는 이들이 많았고, 굶어죽는 이들도 많았다. 지금도 아프리카쪽에서는 하루에 한끼 식사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어렵게 사는 이들이 많다. 어느 영화에서도 애증이 있는 사람에 '밥은 챙겨 먹었느냐?'고 물어보면 괜시리 울컥해지는 경우가 그런 이유 아닐까. 함께 음식을 먹으며, 음식만 먹는게 아니라 그 사람의 정성이 들어간 마음을 나누게 되는 것이므로.  

 

 

 

유대인이 사는 시골마을은 우리나라의 시골과 그다지 다른 것 같지 않다.

1950년대의 이스라엘의 어느 마을, 어느 집에 숟가락이 몇개 인지도 다 알 정도로 조그만 마을에 라비노비츠의 유디트에게 마음을 쏟은 세 명의 남자는 마을의 모든 사람들의 관심거리였다. 과연 자이데가 누구의 아들인지. 매주 오후 4시면 유디트가 좋아하는 술 한 병을 가져와 함께 마시며 오후 시간을 함께 했던 글로버만을 부러워하면서도 그를 시기하지 못했던 남자들. 그들은 그렇게 평생 순애보를 간직했다. 오직 한 사람만을 원하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자신을 선택하지 않는 유디트에게도, 자이데에게도 평생을 걸쳐 그렇게 사랑하고 보살필수 있을까 싶다.

 

 

야콥과 함께 네 번의 식사를 하며 자이데는 자신의 인생을 걸어나간다.

오로지 한 사람, 자이데만을 위해 준비한 식사에 초대받아 맛있는 식사를 하면서 자신의 살아갈 삶의 방향을 생각했던 자이데는 그렇게 야콥과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추억하며, 글로버만과 라비노비치의 삶을 추억한다. 엄마의 삶과 야콥이 보는 엄마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아간다.

 

 

메이어 샬레브의 책을 읽으며 새로운 이스라엘을 느끼는 것 같았다.

이렇듯 아름답고 따스한 이야기로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작가의 글을 읽으며, 나는 한 끼의 식사를 함께 했던 이들, 우리가 식구라고 부르는 가족과의 한 끼 식사가 얼마나 좋은 일인지, 생각해본다. 음식을 준비한 사람의 정성을 함께 하는 일이 마음을 데우는 일임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나에게도 감동적인 네 번의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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