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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 길 위에서 배운 말
변종모 지음 / 시공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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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보면 느끼는 것들이 많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여행에서 느끼는 것과 혼자 하는 여행에서 느끼는 것들도 다른다. 오래전 호자서 여행을 많이 다닐때 내가 느꼈던 것은 짙은 외로움이었다. 하지만 그 외로움을 즐기고자 떠난 여행이 아니었던가. 마음껏 외로움의 시간들을 즐겼고, 내 곁에 다가오는 타인들에게도 열린 마음을 갖게 되었다.

 

며칠 전 신문에선가 어떤 기사를 보았다.

여행서가 많이 팔리는 이유, 여행서를 가장 많이 읽는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나 또한 마음껏 여행을 떠나지 못하니, 여행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여행서를 읽지 않는가. 마음속에서라도 벌써 여행을 떠날 짐을 꾸리듯, 여행서는 그런 마음을 담은 것 같다.

 

여행 작가가 보는 시선으로 책 속에 삽입된 사진에 그리움을 담아 본다.

여행에서 느꼈을 감정을 읽는 글은 또 어떤가. 내가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작가의 시선으로, 때로는 외로움을, 때론 따스함을 건네 받는 것이다.

 

여행작가 변종모의 신간 에세이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에서도 그렇다.

책에서는 여행을 떠났던 길위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말로 표현했다. 하나의 단어 속에서 작가의 생각들을 엿볼수 있는 시간인 것이다.

 

 

책 속에 삽입된 사진들은 또 어떤가. 작가가 만난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들이었다.

우리도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외국의 타인들에게 느껴지는 모습은 다른 모습일수도 있다. 훗날 다시 방문했을때 전에 만났던 사람이라도 만날때면 그보다 더 깊은 인연도 없을듯하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스쳐지나간다. 수많은 풍경들을 스쳐 지나간다.

새로운 풍경인줄 알았는데, 전에 방문했던 풍경이라면 더욱 반가움이 들듯도 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되므로,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도 그 날의 기분에 따라, 그 날의 감정에 따라 다른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다하지 못한 말이 있었다.

그것은 끝내 삼키고 묵혔으나 세상에서 사라진 말이 아니다.

너에게도 나에게도 영원한 것이다.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함께였다는 시간의 사실,

한사코 말을 누르며 마음만 키우던 반편의 사정,

그러니 너는 들었을 것이다.

말하지 않아도 이미, 벌써, 그때.

네가 내 전부라고 수도 없이 고백하던 그 소리를.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중에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자꾸 떠나고 싶고, 떠나지 못하면 마음의 병을 앓는것고 같다.

많이 다니지 못해도 늘 여행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있는데, 스스로 '여행자'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은 오죽할까.

 

이 책을 구입하기 전, 작가의 블로그를 이웃신청했다.

새글이 올라와 방문했더니, 프로그램 때문에 '잠시 다녀오겠다'라는 글을 블로그에 써놓았다. 업무상 일수도 있지만 이처럼 훌쩍 떠나는 저자가 부러웠다.

 

그렇듯 말이란 내게는 마음이다 라고 말한 그의 말에서 그가 말하는 언어를 생각해본다.

그가 여행지에서 만난 풍경들, 길위를 걸으며 그가 떠올렸을 말들, 말들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언어들이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걷는 발걸음 속에서 세상에 내게 걸어올 말들, 그 말들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간절하게, 여행이 떠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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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from 월풍도원(月風道院) - Delight on the Simple Life 2014-06-04 22:01 
    여행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는 책.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원고 하나를 세상에 내보내지 못하고 묵혀두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그 원고의 문제를 알겠다. 전에 형에게 지나가듯 물었더니, ‘에세이는 솔직한 게 다야.’라는 간단한 답을 들었다. 나머지 답은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에 있다. 솔직하되, 군더더기는 없어야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쓰되, ...
 
 
 
토요일 - 개정판
이언 매큐언 지음, 이민아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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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 주말의 아침 시간을 떠올려본다.

평소보다 한두 시간쯤 침대속에 더 있다가 늦은 아침을 먹던가, 특별한 일정이 잡혀있지 않으면 집을 치우고, 원두커피를 내린다. 집안 가득 커피 향기를 배고, 커피 내음과 함께 한 잔의 커피를 마신다. 주말 아침엔 평소 잠에 모자란 아이들을 깨우지 않는다. 아이들 또한 느지막히 일어나 주말의 일상을 시작하도록 놓아둔다.

 

이처럼 별일 없는 평온한 일상을 시작했는데, 어떤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평범한 일상속 소중한 가족이 다칠 위험에 처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당황할 것이고, 가족이 다치지 않을 방법을 강구해 보며, 어쩌면 절망에 빠져들수도 있겠다. 평범한 일상이 계속되는 것에 대한 마음이 들게하는 소설을 만났다. 이언 매큐언의 책을 몇 권 읽었지만, 아직 만나지 못했던 책으로 철학자 강신주의 『감정수업』에서 '치욕'이란 감정으로 만났던 책이기도 하다.

 

토요일이 시작된 새벽, 갑자기 잠이 깨어 사랑하는 아내를 깨우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신경외과의사 헨리 퍼론의 모습이 보인다. 결혼한지 이십 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아내는 처음 만났을때 그때의 미모를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갈수록 나이들어가는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아침이다. 평범한 일상, 신문사 일때문에 출근한 아내와 같은 병원의 의사와 스쿼시 게임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선 헨리는 반전시위를 하는 시민들을 피해 차를 몰다가 백스터의 차와 약간의 접촉사고가 났다. 메르세데스를 모는 헨리를 본 백스터 일당은 그에게 돈을 요구하고, 위기를 넘기고 싶었던 헨리는 백스터가 헌팅턴병이라는 퇴행성신경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자신이 신경외과의사라는 것을 밝힌 헨리는 백스터에게 헌팅턴병의 증세를 말하며 위기를 모면하고자 한다. 다른 일당이 있는데서 자신의 증세를 말하는 헨리때문에 치욕스러웠지만, 헨리의 말에 관심을 보인다. 자신의 병에 대한 한가닥의 희망이라도 얻고 싶었기 때문이리라.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그의 증세를 말하며 환자와 의사관계를 만들어버렸다. 스쿼시 게임을 하고, 이제 저녁 식사 준비를 해야 한다. 오늘은 몇달 만에 사랑하는 딸 데이지와 장인어른이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찾아오는 날이었다. 교과서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 시인인 장인어른과 유명한 출판사에서 시집을 펴낼 예비 시인인 딸이며, 열여덟 살인 아들 시어는 블루스 음악을 하는 뮤지션, 아내는 변호사인 무엇하나 빠지지 않는 헨리가 살아가는 모습인 것이다.

 

 

딸 데이지가 먼저 들어오고, 시어, 그리고 장인어른이 집안으로 들어왔다. 식사 준비를 하며 이제 아내 로절린드만 들어오면 토요일 저녁의 식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내 아내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아내는 혼자가 아니었다. 아내의 몸에 칼을 댄 백스터와 그 패거리들중의 하나의 모습이 보였다. 낮에 있었던 일때문에 치욕스러웠던 백스터가 그에게 복수하기 위해, 해를 가하기 위해 그의 집으로 처들어온 것이다.

 

헨리의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생각이 오가고 있었다. 사랑하는 아내가 겁에 질려 있는 모습에서 구하고자 하고, 어떻게 하면 백스터를 때려눕힐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가족을 구하기 위해서 낮에 했던 자신의 행동이 옳지 않았던 것을 알게 되고, 어떻게 가족에게서 백스터를 떼어 놓을까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언 매큐언의 『토요일』은 이처럼 하룻동안에 일어난 한 남자의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며, 헨리의 머릿속 모든 생각들을 보여주고 있다. 아내에 대한 마음, 딸과 아들에 대한 마음, 자신의 일, 그리고 전쟁에 대한 견해까지 보여주고 있었다. 이토록 평범한 일상도 몇 마디의 말때문에 흐트러질수도 있고, 가족의 안전까지 위협받을수도 있었다.

 

작품의 얼개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책을 읽어갈수록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읽었다. 이토록 평범한 일상을 행복이라 여기는 헨리의 가족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우리의 일상은 사실 수많은 위험속에 자리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별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평범한 일상이고, 이처럼 헨리에게 일어난 일이 생긴다면 바로 위험속에 속수무책으로 내보여지는 것이다. 만약 잘못되었더라면 헨리와 아내 로절린드가 다시 보지 못했을수도 있을 것이며, 다른 가족의 모습 또한 마찬가지이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 위기에 대처하려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결국 사랑으로 묶여져 있기 때문에 위기를 슬기롭게 넘겼을수도 있다. 또한 자신의 직업인 의사의 소명의식 또한 높이 살만하다. 그가 한 집안의 아버지요, 남편으로서도, 의사로서도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역시, 이언 매큐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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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우르줄라 포츠난스키 지음, 안상임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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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다닐적에 소풍만 가면 보물찾기 게임을 했었다. 다른 아이들 눈에 보이는 보물이 왜 내게는 한 번도 보이지 않았는지 모를 정도로 난 보물찾기 게임에 젬병이었다. 그래서 제일 부러운게 소풍가서 보물 찾은 아이들이었다. 아무튼 내 눈에는 보물이 절대 보이지 않아 6년을 꼬박 보물찾아 삼만리 였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

 

게임이라고는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그것도 한참후에 시작한 애니팡이나 블럭쌓기 게임외에는 하지 않아 잘 모른다. 이런 보물찾기 게임이 더 진화되어 GPS로 보물을 찾는다는 지오캐싱이라는 게임이 있다고 한다. 지오캐싱이라는 게임을 대비해 보물이 놓인 위치마다 시체 한 토막이 있고, 그 옆에는 다음 단서를 가르키는 쪽지가 있는 살인 게임이 시작되었다.

 

일단 살인자가 가르키는 다음 단서를 찾기 위해서는 지오캐싱 게임을 알아야 할 수 밖에 없다. 여형사 베아트리체와 플로린은 보물찾기 게임인 지오캐싱으로의 초대를 한 범인을 찾아 헤매지만 다른 사건들처럼 명료하지 않다. 살인범은 그들보다 훨씬 영리하게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살인범이 안내한 좌표에 해당하는 사람을 찾으면 그 사람이 사라지고, 얼마뒤면 그 사람의 시체가 발견되는 식이다. 살인범은 어떠한 이유로 그들에게 다음 대상자를 발견하게 하고 그들에게 해를 가하는 것인가. 피해자들이 어떠한 식으로든 연결점이 있을텐데 이 연결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들은 왜, 누구로부터, 어떠한 이유로 피해를 당하는가.

 

살인범을 쫓는 베아트리체와 플로린의 수사 과정을 따라가며 과정이 막힐때마다 우리 또한 답답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살인범은 지오캐싱 게임으로 베아트리체를 안내하며 베아트리체에게 직접 문자까지 보내게 된다.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 두 아이를 힘들게 키우는 여형사 베아트리체의 과거속 친구의 죽음을 연상케 하는 내용의 문자였다. 지금까지도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베아트리체의 속마음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의심스럽고 왠지 두렵기까지 했다.

 

더이상 피해자가 나오지 않아야 하는 것과 과거 친구 에블린의 사고 때문에 '만약' 게임을 시작했었던 베아트리체는 그때의 고통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우르줄라 포츠난스키의 추리소설속 캐릭터는 특별한 형사가 아니다. 아이를 키우며 이혼한 전남편과 전화 통화만 해도 으르렁 거리며, 살인사건 때문에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어려워지자 엄마의 집으로 보내 아이들을 보살펴 달라고 하는 보통의 여자 형사다. 살인게임인 지오캐싱 게임을 몰라 젊은 직원에게 게임을 배우기도 했고, 파트너인 플로린에게는 왠지 애틋한 감정까지 가지고 있었다. 또한 혼자 집에 있을 때는 살인범이 자신의 집을 살펴볼까 싶어 문과 창문을 두세번씩 확인 하며 닫아 걸고 혼자 불안해 떨기도 하는 인간적인 캐릭터인 것이다.

 

살인도 게임처럼, 사고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던 경찰에 대한 불만과 사고를 일으킨 이들에 대한 한 남자를 복수를 다루었다. 물론 남자의 복수 게임을 함께 한 베아트리체의 활약에 시종일관 긴장하며 읽었던 시간이었다.

 

작가는 청소년 소설을 주로 썼고, 성인 스릴러로는 처음이라는데 상당히 흥미롭고 인상적이었다.

 

 

작가가 안내하는 지오캐싱 게임과 살인범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여자 형사이기에 우리가 우려할 수 밖에 없었던 것과 여성만이 가진는 섬세함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면이 아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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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
허지웅 지음 / 아우름(Aurum)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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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가장 핫한 남자 하면 '허지웅'이 아닐까.

TV를 잘 보지 않아 몰랐는데, 언젠가 채널을 돌리다 보니 가수 성시경과 광고하는 한 남자를 보았다. 빼빼 마른 남자 하나가 성시경한테 영어에 대해 뭐라고 하는 것이다. 그 광고를 몇번 보고나서는 아이한테 저 남자 뭐하는 남자냐, 고 물어보았더니, TV 프로그램의 하나인 '마녀사냥'에서 나오는 남자란다. 그러다가 딸아이가 다시보기로 보는 프로그램을 만났다. 바로 '마녀사냥'이었다. '마녀사냥'은 일명 '마성의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들의 이야기' 라던가. 아무튼 그런 모토를 가지고 솔직대담하게 이야기를 한다. 진행자는 신동엽, 성시경, 허지웅, 샘 해밍턴에서 지금은 다른 진행자로 바뀐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사석에서 자주 하는 이야기이지만, 방송이기때문에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것들을 그들은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때로는 자신의 경험을, 때로는 주변 인물의 경험에 비추어 말하는데, 처음엔 좀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볼수록 우리나라에도 이런 프로그램이 전부터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마음은 있되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요즘 젊은이들의 사랑하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곧이어 우리 아이들도 그들처럼 상대방의 마음에 대해 궁금하고, 때로는 사랑에 상처받고 하기도 하겠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가수 성시경에 대해 그저그랬는데, 마녀사냥을 보며 성시경에 대한 호감이 생겼으니 그 프로그램에 대해 무엇을 더 말하랴.

 

 

이러한 프로그램에서 허지웅은 단연코 눈에 띄었다.

이혼하고서 성욕을 잃었다고 서슴없이 말하기도 하고, 동거 예찬론자 라고도 했다. 거침없이 말하는 그가 처음엔 어색했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하는 말, 어떠한 일을 만났을때 드는 생각과 같았던 것이다. 그가 하는 말에 공감을 하고, 그가 하는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프로그램을 자주 보는데 그가 무슨 말을 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람의 마음이 그러는 것인지 더 핫한 말을 해주기를 은근히 기다리기도 했던 것 같다.

 

 

이런 그가 소설을 썼다. 물론 그가 영화 평론가로도 활동을 하고, 기자 생활을 했다고 알고 있었다. 핫한 남자가 핫한 소설을 썼을까?, 이런 기대감과 궁금함이 컸던 것 같다. 시간이 날때마다 성적인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하는 '마녀사냥'을 자주 시청하기 때문일까. 이 정도면 핫하지도 않다는 생각을 했다.

 

 

 

허지웅이 가끔 술자리에서 만나는 지인이라는 김갑수 씨의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너무도 흔하게 만나는 인물이 아닌가 싶었다. 그걸 말하지 않을뿐, 드러내지 않을뿐, 우리 주변의 사람들인 것이다. 사랑에 실패하고 사랑에 목숨을 걸었던 이들이 또다시 새로운 사람과 사랑하며 부대끼는 일인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가장 중요한 것들을 조금은 덜 까먹는 사람이 되고 싶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171페이지)

 

갑수 씨의 연애사는 '마녀사냥'에서 말하는 허지웅의 모습과도 겹쳐보였다. 아무래도 그가 자주 했던 이야기 들이 책속에 있었고, 갑수 씨의 연애사 전체가 지인의 이야기는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터다.

 

책 속에서도 그는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야한 소설일 것이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방송인 허지웅의 입담을 글로 확인할 수 있는 글이랄까. 성적인 이야기들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과감하게, 거침없이 말하는 그의 글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다. 단편소설일 것이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갑수 씨의 연애사는 경장편에 가까웠다. 이런 두께를 경장편이라고 한다면 말이다.

 

책을 읽고 있는데 딸아이가 읽고 재미있으면 말해 달란다. 책 읽고 싶다고. 허지웅이 핫한 남자이기에 핫한 소설을 기대하는 마음이 딸에게도 있을 것이다. 이게 무슨 소설이냐, 마녀사냥에서 했던 이야기들과 별반 다를게 없다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것 같다. 난 유쾌하게 읽었다. 이 정도면 뭐,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봐도 될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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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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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면서 지지부진하다고 느끼거나 일상이 너무 무료할때 우리는 여행을 꿈꾼다.

세상 속에서 삶의 강한 열망을 느끼기도 하기에 늘 멀리 떠나는 꿈을 꾼다. 이 여행을 실행하는 사람도 있고, 여러 여건상 꿈만 꾸는 사람도 있다. 바로 나처럼. 일상이 너무도 무료해 가까운 곳이라도 가지 못하면 우울해지기까지 하는 것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느낄 것 같다.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작가들은 더욱 그러할 것 같다.

정유정 작가의 작품을 몇 권 읽었다. 『내 심장을 쏴라』를 먼저 읽었던가, 『7년의 밤』을 읽고나서는 작가의 다음 작품을 무지 기다렸었다. 그뒤 출간된 『28』까지 내처 읽게 되었다. 나오는 작품마다 독자들로 하여금 푹 빠지게 만드는 마력을 가졌다. 작가의 강한 흡입력 있는 글 때문에 작가의 다음 신작은 어떤 글을 쓰게 될까 기대하는 마음도 더불어 커졌다.  

 

이러한 독자들의 염원이 부담스러웠는지 작가는 『28』 출간후 안나푸르나행을 꿈꾸었다고 했다. 다음 작품의 자료까지 다 준비해놓고 단 몇 줄로 쓸수 없을만큼 마음이 허허로웠나 보다. 작가는 욕망의 엔진이 꺼져버렸다고 했다. 한밤중에 통곡을 한후 대한민국을 한번도 떠나보지 못한 작가의 도전이 시작되었다. 안나푸르나를 가기 위해 한달가량 준비운동을 했고, 같이 갈 멤버를 구했다. 후배 작가인 김혜나 작가였다. 만만의 준비를 해 그렇게 히말라야로 떠났다.

 

 

사실 정유정 작가의 여러 생각들을 담은 에세이가 나오지 않을까 했다.

하지만 작가는 히말라야 행을 택했고, 한달가량을 안나푸르나를 걸었다. 고통의 시간을 견디며 고통의 시간들을 기록했다. 어쩌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을 정도로 힘들었던 시간들을 글로 읽으며 작가의 간절한 마음들을 엿보는 듯 했다. 오랜시간동안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을 어머니에 대한 마음들을 히말라야의 그 언덕길에서 풀어놓았다.

 

원하는 '무엇'이 있으리라 믿었던 것 같은데, 삼십 일도 아닌 단 사흘 만에 의심이 모락걸고 있었다. 정말로 믿었는지조차 확실치 않았다. 그저 달아나고 싶었던 건지도 몰랐다. 세상으로부터, 인간으로부터, 아니 나 자신으로부터.  (81페이지) 

사람은 아주 극단적인 상황이 되면 가장 간절하게 생각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 사랑하는가족일텐데, 엄마에게는 아마도 자식인가 보다. 사랑해서 결혼한 남편보다는 자신이 열 달 동안 품고 있었고, 생명의 신비함을 느꼈던 그 순간의 경이로움 때문에 자식이 더 간절한 것일테다. 히말라야의 숙소에서 한밤중에 가슴에 통증을 느끼며 깨어났을때 다시는 못볼수도 있을 그 순간에, 가장 간절했던 사람이 자식이었던 것처럼.

 

 

나는 세상으로 돌아가 다시 내 인생을 상대할 수 있을까.

어떤 목소리가 답해왔다.

죽는 날까지.  (186페이지)

책의 맨 마지막 부분에 있는 글이 인상적이다. 우리는 죽을 까지 아이인 동시에 어른인 셈이다. 삶을 배우면서 죽음을 체득해 가는 존재. 나는 안나푸르나에서 비로소, 혹은 운 좋게 어른의 문턱을 넘었다. 라고 했다.

 

자신의 몸이 느끼는 극한의 시간속을 견디고 오면 우리는 어떤 시련이 다가와도 견딜수 있는 힘이 생긴다. 내가 해냈다, 라는 자신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해진다. 삶이 힘들다고 불평해도 돌아보면 나보다 힘든 사람이 더 많은 것을 볼수 있다. 내가 가진 시야에서 넓혀 보기를 바래 본다. 나보다 더 많이 상처받은 사람도, 고통받은 사람도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다.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다시 한번 자신의 삶에 도전해 볼 것을 바래본다. 

내가 지금 살아있다는 것에 대해, 우리 가족이 특별한 일이 없이 살아있다는 것에 대해 새삼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소중한 시간을 함께 한 사람만이 가지는 강한 유대와 힘든 시간을 견딘 자신을 바라보며 또한 성큼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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