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이 온다 창비교육 성장소설 10
이지애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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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다양한 삶이 있는 것 같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삶.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삶이다.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게 된다. 아이를 버리는 사람들,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 노력해 보았으면 어땠을까. 언젠가 배우 최우식이 나오는 영화를 보며 그룹홈의 역할을 알았던 것 같다. 그룹홈이란 복지제도의 한 형태로 시설보호보다는 가정보호의 필요를 느껴 관리인과 몇 명의 아이들이 가족처럼 살게 하는 제도다. 아이들을 방임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부모에게서 분리하여 가족의 형태를 이루는 제도는 장단점이 존재할 것이다. 사회복지사의 행동과 관리에 따라 상처받거나 차별받는 사람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룹홈은 가족을 이루는 삶이 어떤 거라는 걸 알게 해준다는 점에도 큰 장점이 될 것 같다.

 


완벽이 온다는 그룹홈에서 만난 청춘들의 삶과 희망, 가족의 의미를 묻는 작품이다. 인터넷 뉴스에서 접한 적이 있다. 시설에서 성년이 되면 몇백만 원의 생활자금을 받고 홀로 서야 하는 자립 준비 청년의 두려움에 대해서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차별이 존재하고, 자기가 세운 울타리에서 벗어나길 두려워한다.




 


그룹홈에서 자립을 위해 나온 민서는 간간이 연락하던 해서 언니를 만나 산부인과에 함께 다니면서 그룹홈에 있었던 시절을 떠올린다. 선생님 한 분과 네 살이 많은 해서 언니와 한방을 썼고, 다른 방에는 쌍둥이 자매인 설과 솔 언니가 함께 지냈다. 주말마다 아빠와 할머니가 있는 집을 방문하던 설과 솔, 엄마와 함께 살 거라는 해서 언니와 달리 민서는 갈 데가 없었다. 친권마저 포기한 아빠는 사라졌고, 또다시 버림받을까 봐 두려웠다.

 


기다림이란 두려운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도망갔다는 말을 듣고 자란 아이에게 부모란 언제든 없어질 수 있는 존재였다. 나는 아빠도 언젠가 나를 버리지 않을까 늘 두려웠다. 그게 언제일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헤어짐이 오늘은 아니기를 바라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179페이지)

 


민서는 누군가와 깊게 감정을 나누기를 주저했다. 아빠처럼 누군가 자기를 버리지 않을까. 상처받지 않기 위해 감정을 숨기고 마음을 주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을 때, 누군가가 간절히 필요할 때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우리는 오늘을 살 수 있을 것이다. 해서 언니가 갑자기 연락을 끊었을 때 두려웠던 마음은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았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법이다.

 


민서와 해서, 솔 언니에게 그룹홈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해서 언니가 임신하고 남자 친구가 도망가 자기의 삶을 탓했을 때, 민서가 없었다면 해서 언니는 망가졌을지도 모른다. 솔 언니에게 해서와 민서가 없었다면 정작 살고 싶었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으리라. 그들이 처한 상황이 안타까웠다. 그룹홈에 살았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가정의 형태를 가졌던 곳이 있었기에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지 그 의미를 묻는다. 타인보다 못한 가족을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 타인이 모여 서로 의지하고 산다면 그게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 완벽한 가족을 갖고 싶었던 해서가 아이의 태명을 완벽이라고 짓고, 완벽이를 기다리는 그 마음이 애틋했다. 완벽이를 기다리는 세 사람의 미래는 희망적이었다. 비로소 웃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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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왕 루이 14세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사사키 마코토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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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이 곧 국가다라고 말했던 태양왕 루이 14세의 평전이다. 발레와 예술을 사랑했던 루이 14세의 신화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여 그의 삶과 정치, 업적을 프랑스의 역사와 함께 이해할 수 있게 했다.


 

루이 14세는 루이 13세와 안 도트리슈 왕비 사이에서 태어났다. 왕과 왕비 부부는 결혼 후 오랫동안 자녀가 없었고, 루이 14세의 탄생은 왕국에서 기적과도 같은 큰 기쁨이었다. 루이 13세가 결핵과 장 질환으로 죽음이 임박하자 측근들을 불러 왕위 계승을 논의했다. 왕비가 섭정하게 하고, 6명으로 구성된 최고 섭정회의를 설치하여 왕비의 권한을 제한하고자 했다.




 


과거 30년 전쟁의 여파로 재정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호별 과세를 부과하자 프롱드가 시작되었다. 프롱드란 리슐리외의 사후 집권 체제가 붕괴하면서 약화된 권리를 회복하고자 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전개한 투쟁이었다. 두 번의 프롱드는 왕권의 강화를 가져온 계기가 되었다. 귀족 신분을 증명하는 증거 서류를 요구해 가짜 귀족을 적발해 면세 특권을 박탈하여 세수를 늘릴 뿐 아니라 귀족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강경한 대외 정책을 전개해 국제 정치 무대에서 프랑스의 지위 향상을 도모했다. 프랑스의 지위 향상의 한 방법으로 전쟁을 선택했다. 루이 14세의 업적 중 하나는 프랑스의 예술 정책이다. 건축 장관으로 취임한 콜베르와 함께 추진한 예술 정책의 키워드는 왕의 영광이었다. 회화 작품에서 승리충성또는 풍요는 다양한 우의적 개념으로 왕권의 강화를 표현했다. 승리를 상징하는 월계관과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 가지와 종려나무 잎을 전쟁의 표상으로, 신화 속 신의 다양한 캐릭터로 분하여 회화를 제작했다. 예술 작품으로 시민의 인식을 바꾸고 더 나아가 전쟁으로 프랑스의 땅을 늘려가며 루이 14세의 위대함을 선언했다.


 

회화와 함께 타피스리를 제작했다. 책 속에 많은 회화 자료를 수록해 루이 14세의 치세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왔다. 타피스리에는 국왕의 업적과 국왕 일가에 관한 작품들이었다. 모든 왕이 그렇듯 루이 14세의 여성 편력도 만만찮았다. 하지만 말년의 루이 14세는 신심이 깊은 맹트농 부인을 만나 심경의 변화가 생겨 통치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쟁을 계속했던 그가 마지막으로 한 말은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힘쓰라는 거였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왕이 될 나의 아들아, 너는 신에 대한 의무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전쟁에 관해서는 나를 따르지 말고, 늘 이웃나라와의 평화를 유지하도록 힘쓰며, 신민을 풍요롭게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라. 이런 것은 불행히도 내가 행하지 못한 일이다. (315페이지)


 

여섯 살에 왕이 되어 72년여를 통치했던 태양왕 루이 14세의 치적은 한 권의 책으로도 부족할 것이다. 유럽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이기도 하다. 평화를 위해 국가 간 결혼으로 유지했으며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전쟁도 불사했다. 역사는 왕의 권력과 치세에 따라 그 의미가 커지기도 하는 법. 프랑스 예술과 문화를 꽃피웠던 태양왕 루이 14세의 역사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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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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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못 버린 물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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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법한 모든 것
구병모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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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마비된 팬데믹은 새로운 형식의 글로 나타나 우리의 시선을 기억들과 맞물리게 한다. 3년간의 팬데믹 시기를 지나오며 우리는 관계에 대하여 생각해보고, 집 밖으로 나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며 기쁨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그 시기가 끝나가며 새로운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작가들에 의해 변주되는 팬데믹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구병모의 작품세계는 현재와 미래 어딘가를 넘나든다. 과거와 현재 속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소설을 그린다. 이번 작품집에서도 감탄했다. 팬데믹의 세계와 우리의 미래를 보여줄 그 세계에서 길을 잃을 것만 같았다. 관계의 변화를 느끼면서도 우리 사회와 가족에 대하여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노커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었다. 누군가가 나를 친다. 그럴 때 사람들은 그에게 따질 것이다. 미안하다고 하지 않은지, 상대방의 얼굴을 쳐다볼 것이다. 그의 얼굴을 확인한 사람은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이후 그는 말을 잃는다. 언어를 잃어버린 사람은 상대방과의 소통이 어렵다. 몸짓언어도 있겠지만, 복잡한 언어를 표현할 때는 그 선에서 멈출 수밖에 없다. 언어를 잃은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며, 자녀를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괴롭다. 이해할 수 없고 소통할 수 없는 시간. 후드를 뒤집어쓰고 밖에 나가려는 딸의 얼굴을 확인해야 했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딸의 얼굴을 보면 알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이해와 오해, 소통의 문제를 말하는 소설이었다.

 


니니코라치우푼타는 초고령 사회에서 노인 돌봄 문제를 말한다. 나이가 들어서도 경제활동을 해야 하고, 요양원에 계신 엄마의 돌봄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직장을 박차고 나온 주인공은 엄마가 있는 요양원의 사무장으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엄마가 보고 싶은 존재가 있다는 것이다. 어릴 때 만난 외계인이었다. 외계인의 이름이 니니코라치우푼타다. 죽기 전에 꼭 한번 만나고 싶다는 소원을 들어주고 싶은 그는 엄마의 설명을 자세히 듣고 마스크를 만든다. 실장의 얼굴에 마스크를 만들어 씌우고 요양원에 방문하여 만나게 해주고 싶다.

 


있을 법한 모든 것는 로맨스와는 담을 쌓고 지내던 작가가 로맨스 소설 제안을 받고 작가는 꿈속에서 영화를 보았다. 호텔의 장기 투숙자와 메이드가 교감을 나누는 내용이다. 만나고 싶다는 메모를 남겼다. 꿈속에서도 이 내용의 소설을 써야겠다고 여긴다. 하우스키퍼가 나오는 비슷한 영화를 검색한다. 작가에게는 모든 상황이 있을 법하지 않겠나. 더군다나 로맨스 소설을 써야 한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 답장을 받으며 마음을 여는 상황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에너지를 절약하는 법에서는 사람과 개가 함께 목욕을 하는 여자가 주인공이다. 오래전 에너지 절약을 위해 외치던 수많은 방법. 작은어머니 집에 얹혀살아야 했던 주인공은 옷을 벗고 목욕을 시키던 작은어머니를 떠올린다. 에너지 절약하기 위해 온 가족이 한꺼번에 샤워하라던 기억도 떠올랐다. 가족 공동체 운운하는데, 도대체 가족 공동체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국가 간의 이동이 불가능한 디스토피아의 세계, 트럭 운전사 사드가 출근하지 않자 그의 흔적을 찾는 이야기 이동과 정동또한 현재와 미래의 어느 한순간에 있는 거 같다. 신체가 아닌 영혼을 이동시키는 모임에 참석했던 이야기를 들으며 얼은 생각을 바꿨다. 목숨 걸고 사람들을 물건 상자에 숨겨 국경 바깥으로 이동시켜주었던 사드였다.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말하는 소설이었다. 개인의 안위를 위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수많은 SF영화에서 말했다시피 인간애는 죽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다양한 이야기로 우리를 깨우친다. 시원한 나라 혹은 겨울로 공간 이동하고 싶은 요즘,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일 것이므로 우리는 오늘을 산다. 비록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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