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이 없는 부부와 고양이
무레 요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9월
평점 :
어느 주말 저녁, 텃밭에 있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찾아왔다. 작은 고양이였다. 어린 새끼 고양이는 아니지만 못 먹어서 마른 고양이였다. 우리가 먹던 광어회를 몇 점 던져주었더니 무서워하지도 않고 우리 곁에 있었다. 다음 날 아침에도 거리를 두고 앉아 우리를 관찰하고 있었다. 생선을 주긴 했지만 먹일 게 마땅치 않았다. 집에 있는 고양이가 생각났다. 집안에만 있다 보니 살찐 고양이가 되어 다이어트 사료를 먹이고 있는 우리 집 귀염둥이. 그에 반해 먹을 게 부족해 모르는 사람들에게 기웃거리고 있는 고양이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팠다. 당장 마트에 가서 사료를 사 왔다. 매일 가지는 못하지만 갈 때마다 먹이를 챙겨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었다. 각자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고양이나 개를 키우며 인생의 즐거움을 깨닫는 이야기다. 동물을 키우기 전에는 이런 감정들을 알지 못했다.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에게 왜 반려라고 말하는지 말이다.
아이가 없는 부부와 함께 사는 고양이들, 아내와 황혼 이혼 후 개를 키우면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초로의 남자, 어머니가 살던 집에서 함께 기거하게 된 자매에게 찾아온 두 마리 고양이, 홀로 된 어머니가 고양이 다섯 마리를 입양하며 발생하는 여러 일들, 나이 차가 나는 부부에게 찾아온 고양이와 개가 주는 즐거움이었다.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는 것은 아이 하나를 키우는 것과 같다. 거실에는 고양이 장난감과 캣 타워, 터널, 스크래처 등으로 가득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안방 화장실에는 고양이 화장실이, 부엌과 안방에는 물컵과 음식 용기가 있다. 옷이며 집안 곳곳엔 고양이 털로 가득하고 식탁 의자며 소파는 원목으로 다 바꾸었다. 그럼에도 며칠 집이라도 비울라치면 고양이 생각에 마음이 멘다. 잘 있는지, 혼자 심심해하지는 않은지 걱정에 잠 못 이룬다.
두 마리 암컷 고양이가 온 후로 집 안에 활기가 돌고 자매 간에도 대화가 늘어 같이 웃는 일이 많아졌다. 고양이들도 상성이 잘 맞는지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서 다행이었다. 히로코는 퇴근하는 게 즐거웠다. (101페이지, 「중년 자매와 고양이」 중에서)
무레 요코의 작품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감동을 준다는 것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즐거움을 다섯 가지의 형태로 나타냈다. 몇십 년을 사는 인간과 다르게 십오 년 정도 사는 반려동물을 잃은 상실감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친구가 개를 키우다가 잃고 나서 몇 년을 울었던 적이 있었다. 반려동물들도 인간처럼 더불어 살아가기에 슬픔을 가누기 힘들다.
우리 집 고양이의 최근 좋아하는 장소는 안마의자 안에 둔 스크래처다. 우리가 출근하면 몸을 동글게 말고 앉아 있다. 삼면이 높아 안식처의 느낌인 것 같다. 누군가 앉을라치면 자기가 먼저 달려가 앉는다. 심심하면 내 발목을 물고 놀자고 한다. 놀아줄 때까지 발목을 물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어느새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어온다. 책 속의 이야기보다 내 경험을 이야기하기 바쁘다. 전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친구들이 만날 때마다 얘기하면 버거웠는데 지금은 이해가 간다. 휴대폰 속의 사진첩에서 고양이 사진을 꺼내 보여주고 있었다. 그 귀여움을 자랑하고 싶은 거다. 무레 요코의 인물들처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이없는부부와고양이 #무레요코 #RHK #알에이치코리아 #책 #책추천 #책리뷰 #도서리뷰 #북리뷰 #소설 #소설추천 #일본소설 #일본문학 #랜선집사 #반려동물 #반려견 #반려묘 #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