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I would prefer not to.
이 문장 때문에 이 책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왜 바틀비는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편을 택하겠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해서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고용주가 바틀비에게 부당한 요구를 했던 것인지도 궁금했다.
소설의 내용은 무척 짧다. 법률 사무소의 변호사가 추가 인력이 필요해 광고를 냈다. 그때 들어온 필경사가 바틀비였다. 바틀비는 일처리가 깔끔하고 놀라우리만치 많은 분량을 필사했다. 필경사들의 작업은 검증이 필요했다. 한 사람이 불러주고 다른 사람들이 검증하는 방법으로 일하게 되었는데 바틀비가 작업한 필사본을 검증하고자 하자 바틀비는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고 말한 것이다.
이 문장은 많은 것을 내포한다. 전체적인 맥락으로 보면 고용주의 명령을 어기는 것인데, 모든 것을 자기 자기가 선택하는 것이다. 변호사는 그 말이 한 번뿐일 거라 여겼지만, 그때부터 바틀비는 모든 것에 대해 안 하는 편을 택하겠다는 말을 반복한다.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도 직장의 상사나 고용주가 무언가를 하라고 지시했을 때, 안 하는 편을 택하겠다고 하면 해고 사유가 될 것이다. 물론 소설 속 변호사도 그 이후로 필사도 하지 않고 모든 것에 대하여 안 하는 편을 택하겠다고 하자 해고를 생각한다. 바틀비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기거하고 있었고, 퇴거를 명 해도 ‘나가지 않는 편을 택하겠다.는 말을 반복한다. 급기야 변호사의 집에 가자고 권해도 듣지 않는다. 일에서도 손을 떼고, 급료에 약간의 돈을 얹어 해고를 해도, 그는 나가지 않았다.
바틀비는 우편물 취급소에서 배달되지 못한 우편물을 담당했다. 즉 사서(死書)를 취급하고 분리하는 일을 했다. 과거의 직업이 그를 절망으로 이끌었는지 의문이었다. 그는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얻고 싶었던 것 같다.
소설의 화자가 변호사인데, 글을 읽다 보면 그가 바틀비와 필경사들을 배려하고 있는 인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자기의 방식대로 직원들을 이용했다. 필사하는 글자당 급료를 주었으며, 성격이 다른 필경사들에게 일을 시킬 때도 교묘히 이용했다. 물론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는 고용주를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나가지 않는 편을 택하겠다는 바틀비를 두고 변호사는 다른 방법을 생각했다. 사무실을 이전한 것이다. 그러면 그가 나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전 사무실의 변호사가 나가지 않는 바틀비를 만나보라고 찾아왔다. 결국 거리의 부랑자가 되어 바틀비는 교도소에 수감 된다. 교도소에 찾아가 바틀비를 만나 여러 가지 도움을 주려고 하지만 바틀비는 먹는 것조차 거부한다. 먹지 않는 것을 택하겠다고 말이다.
바틀비에게는 처절한 저항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 않을 권리를 갖겠다는 것. 지시나 명령에 거부하는 것을 자기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방식으로는 어느 곳에도 고용되지 못할 거라는 안타까움이 생겼다. 그의 권리를 인정하지만, 사용자 측에서는 업무 지시에 따르지 않았을 때 해고할 권리가 있지 않겠는가.
왜 문학 작품을 추천하는 책이 이 책이 꼭 들어가는지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재독, 삼독을 권할 만큼 재미있고 의미 있는 독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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