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 이 책의 리뷰를 쓰며 많은 위안을 받았었다. 아마 나에게 생소한 작가이며 또한 보노보노의 이야기 또한 처음이어서 그다지 기대를 안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보노보노의 짧은 만화를 보며 느꼈던 이런저런 감정들을 담은 저자의 에세이가 요란스럽지 않아서 좋았다. 왜  그 있잖나. 자분자분 건네는 말투. 그게 좋았다.

 

때로는 가만가만히 이야기할 때 그 사람의 말이 더 가슴속 깊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바로 작가의 글처럼. 나 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에세이집이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이었다. 아마 책이 출간되고 한동안 베스트셀러에도 올라와 있고, 이번 윈터 에디션을 읽으며 살펴보니 벌써 24쇄라고 하니 그 인기가 실감된다.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덕분에 우리나라 독자만을 위한 표지를 만들어  선물같은 윈터에디션을 선보였다.

 

벌써 크리스마스가 온것처럼 설레는 빨간색 표지다. 보노보노와 친구들도 모두 빨간색 모자를 써 겨울을 빛냈다. 무엇보다 한겨울의 크리스마스는 빨간색이 갑이라고 할 수 있잖나.

 

 

 

 

작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었는데, 역시나 비슷한 대목에서 감동을 했던지 포스트 잇을 붙이고 있었다. 그리고나서 작년에 썼던 리뷰를 다시 훑어 보았다. 달라진 사실이 하나 있었으니, 작년에 리뷰를 쓸때는 살아계셨던 엄마가 올해는 계시지 않는다는 거다. 포로리와 아빠는 매년 꽃구경을 갔다. 포로리 아빠가 할아버지 병간호를 하느라 못갔던 꽃구경을 나중에야 가게 되었는데 노인네들과 하는 약속은 잊어버리는 게 아니라고 하며 젊은이들에게는 내일 혹은 내년이 있지만 노인네들은 그렇지 않다는 말이었다. 그 말이 나에게 다가올 줄이야. 리뷰를 쓴 뒤 몇개월 뒤에 엄마가 돌아가셨으니 어른들 말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우리는 왜 잃은 뒤에야 소중함을 깨닫는 것일까. 영원히 살아계실 것 같은 부모가 어느 한순간에 사라진다는 사실이 가슴아프다. 비록 몇 컷의 만화로 이루어진 것이며 동물들의 이야기라고 치부하기에는 새겨들을 말이 많다는 것이다.

 

 

 

 

매일 쓸데없는 짓만 벌이는 것 같은 보노보노와 친구들에게도 그들만의 관계 유지의 기술이 있다. 그건 상대라는 존재를 '그러려니'하는 마음이다. (31~32페이지)

 

때로 우리는 상대방이 나와 다르다고 그가 없을 때 뒷말을 하고 이해할 수 없어한다. 하지만 사람이란 건 자기만의 고유한 행동이나 생각이 있지 않나. 하물며 가족도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 티격태격하는데 다른 사람이야 오죽할까. 너부리의 괴팍함이나 보노보노의 소심함을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것 또한 그를 아끼는 마음이 있기에 가능할 것이다. 그 사람의 고유한 특성을 바꿀 수는 없다. 그 또한 아무리 변하려고 해도 되지 않는 게 있는 것처럼.

 

 

 

 

각설하고, 이 책을 아직 안보신 분이 있다면 윈터 에디션을 구매해서 보셔도 좋을 듯 싶다. 흰색 바탕에 보노보노가 그려진 표지보다는 윈터에디션이 훨씬 사랑스러우므로. 문득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판본별로 소유한 내가 바보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똑같은 내용의 책을 왜 몇 권씩이나 사는가. 단지 표지가 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하지만 책을 그렇게 판본별로 구매해본 사람만이 가지는 즐거움 혹은 행복감이 있다. 소유하고 싶어 손가락이 근질거리고 받았을 때의 기분을 즐기는 것이다. 다시 읽어도 좋은 김신회 작가의 글이었다. 특별한 선물같은 책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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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11-28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까 윈터 에디션이 나오는 책들이 조금 있는 것 같아요.
이 책도 처음 표지도 좋았지만, 이 표지가 더 예쁜 것 같아요.
breeze님, 따뜻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Breeze 2018-11-29 14:4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사랑받는 책이 있으면 여러 판본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싶은게 출판사의 전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
 

 

 

박영의 소설은 『위안의 서』로 먼저 만났다. 작가가 건네는 묵직함에 이름을 기억했다. 사랑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가볍지 않은 글이 마음에 들었다. 이번 신작 또한 얇은 책임에도 책 속의 내용에 깊이 스며들었다. 누군가는 과거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뱉어내고 누군가는 과거는 아예 존재하지 않은양 입을 닫는다. 그 어떤 것도 내보이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참이다. 그 기억들을 꺼내면 자기가 무너지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꼭꼭 숨겨두었다. 

 

자기만의 방을 가지고 있었다. 남편도 아이도 들어올 수 없는 방. 오로지 자신만 그 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방문밖에서 아이가 아무리 울어도 열어주지 않을 정도로 자신에게 침잠했다. 어떤 기억들을 떠올리기 힘겨워서일까. 기억들을 떠올리면 무너져버릴 것 같아서였을까. 오로지 발레에만 집중했다. 그래서 얻은 타이틀. 성공한 무용가였다. 

 

자기 나이 또래의 많은 무용가들이 이미 은퇴를 한 상태였다. 제인은 은퇴를 미루고 다시한번 재기를 노렸다. 한참 뜨는 안무가 텐의 러브콜을 받았다. 정석대로 해온 자신의 무용스타일과 맞지 않다고 여겼지만 텐이 원한건 제인이었다.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만나던 날 자신을 아는 것 처럼 이야기 해 제인은 놀랐고, 일부러 제인의 반응을 지켜보고자 했던 텐의 의도가 통했다. 

 

텐이 무대에 올리고자 하는 춤은 과거 그녀의 기억 저편에 묻어두었던 것이었다. 세 사람이 눈을 가리고 어둠을 향해 발을 내딛었던, 로프를 몸에 감고 갈망의 몸짓을 했던 기억이었다. 텐이 그 춤을 어떻게 알았을까. 한 학년 후배라고 말했지만 그의 이름과 얼굴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그리고 앨범 뒷편에 수록된 사진에서 발견했다. 맥스의 옆에 서 있는 허약한 소년의 모습으로. 레이라는 이름이었다.

 

 

소설은 제인의 시점으로 쓰이다가 결말 부분에서 텐의 시점으로 쓰였다. 제인의 입장에서 바라 본 텐의 정체가 궁금했었고, 텐의 입장에서 본 제인은 또다른 이야기였다. 전혀 접점이 없었을 거라는 예상을 뛰어 넘었다. 어느 순간이 조금 의심스러웠는데 그게 텐이었다. 사실을 조작하고, 두 사람을 수렁에 빠뜨렸고 혼자만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건 살아남은 게 아니었다. 대외적으로는 성공한 무용가였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오래전의 숲 속으로 늘 돌아갔다. 갈망에 찬 몸부림. 그 순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자신의 방에 스스로 갇혀 있었다. 그 어느 누구도 방해하지 못하는 방이었다.

 

소설의 배경이 우리나라가 아닌 싱가포르이다. 적도의 섬. 그 어느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았던 버려진 섬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마치 제인과 복수를 꿈꾸었던 텐처럼. 엄마의 마음을 다치기 위한 행동을 서슴치 않은 레나처럼.

 

제인, 지금 앞이 보이지 않아 불안하겠지만 그렇지 않아. 오히려 지금부터는 네가 보고 싶은 것들을 볼 수 있는 거야. (127페이지) 

 

 

이해할 수 있겠니? 어둠 속에서 추는 춤만이 진정한 춤이라는 걸. 그런 춤만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그런 춤을 춰야지만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거라는 걸. 그러니 다른 사람들은 신경 쓰지 마. 오직 너의 춤을 춰. 제인. (155페이지)

                                        

                                                                                                                                 

여기에서 눈여겨볼 것은 제인이 입양된 아이였다는 것이다. 엄마의 친딸과 제일 닮았다는 이유로. 또한 친 딸이 발레를 했었다는 이유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발레를 시작했다. 엄마의 마음에 들겠다는 이유로. 아마 그래서였을수도 있다. 애써 숲속에서 추었던 춤을 기억 저편으로 보낸 것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살았던 것도 엄마 때문이었을 것이다. 버려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그녀를 그토록 침잠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어야만 해결될 일이었다. 그녀가 기억속에 묻어두었던 불온한 숨. 자신만의 춤을 출 수 있었던 희열도 그 숲속에서였다는 걸 깨닫는 일일 것이다. 비로소 거울 앞에 선 자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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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눈에 확 들어오는 책이 있다.

내게 생소한 작가이긴 하지만 읽고 싶은 책.

그래서 구매하게 되는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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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나올 때가 되면 마음이 먼저 설렌다.

작가의 SNS도 기웃거리고

혹시나 사인본이라도 받을까 싶어 귀를 쫑긋 거리게 되는건 기본이다.

영원한 스테디셀러를 자랑하는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의 작가, 이도우.

언젠가 드라마 PD의 블로그에서보니 이 책도 읽으셨더만

왜 드라마는 안만드시는 건지 의문이다.

드라마 요건이 충분히 되는데 말이다.

 

이도우 작가의 책은 남편도 무척 좋아한다.

서울 출장길에 책을 빌려 줬더니 다음 권 내놓으라고,

신작은 왜 안나오느냐고 나한테 성화다.

나한테 물어봤자 내가 답을 할 수도 없는 입장인데 말이다.

 

그 이도우 작가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7월 저머너인줄 알고 손 놓고 있었더니 벌써 출간이 되었다는 거.

이 넘의 정신머리하고는.

 

어떤 내용인지, 내 취향에 맞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이도우 작가의 책이라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생각하는 건 나 뿐만이 아니겠지.

많은 팬들이 작가의 신작을 기다리고, 작가의 사인본을 얻기위해 줄을 서겠지.

줄 섰다가 뒤돌아와야 했지만, 발표를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일이 아니던가.

 

 

 

 

 

 

 

 

 

 

장마철이 한창이다.

장맛비를 좋아하는데, 일주일 가까이 내리 비 내리는 건 조금 불편하다.

노란 우산을 쓰고 쫑쫑 걸어다니는도 중요하지만

며칠 빨래가 마르지 않으니 이것 또한 불편하더라.

 

비가 그치고

햇볕이 내리쬐기를 기다리는 마음처럼 다가온 이도우 작가의 신작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가 내 손안에 들어오는 그 기다림을 즐기고 싶다.

설렘 가득, 두근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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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쌓아둔 책 읽자고 최근 신간 구매를 줄이는 편이다.

그래서 간간히 책을 구매하게 된다.

구매했거나 구매하고 싶은 책들.

 

 

 

 

 

 

 

 

 

 

 

 

 

 

 

 

조 퀴넌처럼 1년에 걸쳐 읽던지,

평생에 걸쳐 읽던지 하려고 구매하게 된 책도 있다.

읽고 싶은 책, 갖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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