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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돌콩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0
홍종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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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때 만화방에서 거의 살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의 난 순정만화 보기를 즐겼었는데, 그때 본 만화 중 하나가 '기수 이야기'를 다룬 내용이었다. 여자애가 기수가 되고 싶어 기수 교육을 받고, 시합에 나가고, 또 누군가와 좋아하기도 했던 내용이었다. 기수 생활을 하며 좌절도 하고, 또 승리를 위해 노력했던 여자애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이었다. 그때엔 기수 라는 말이 너무 생소해서 외국에만 있는 건줄 알았다. 아주 부자들만 하는 스포츠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워낙 체구가 작아 아이들로부터 놀림을 받거나, 핍박을 받게 된 아이가 기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를 읽고 있는데, 오래전에 보았던 만화가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었다.

 

 

키 159cm에 몸무게 46킬로그램의 열여덟소년, 오공일이 있다.

일요일에 태어났다고 공일(오래전에 어른들은 토요일은 반공일, 일요일은 공일이라고 부르셨다)이라 이름지어져 친구들에게 숫자 501이라고 불리우기도 했던 소년. 공일이는 엄마가 47세에 재혼해 낳은 아들이고, 아버지가 다른 형이 하나 있는데 그 스물여덟 살 차이난 형에게는 아들 도민이 있고, 도민이는 자기보다 두 살이 많아도 족보상으로는 조카다. 그런 공일이 자기에게 덤비는 애들을 피해 달아나다가 세워져 있던 다마스를 타고 형이 하는 목장으로 향했다. 달리 갈데가 없었다. 형의 소를 키우는 목장엔 농업고 축산과에 다니는 금주가 가끔씩 와서 도와주는데, 그곳에 가다가 금주를 만났다.

 

 

학교를 그만 두고 형의 목장, 축사에서 기거를 하게 된 공일은 기수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인터넷에서 기수가 되는 방법등을 보다가 기수 교육원에서 기수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거기에 응하게 된다. 도민과 함께 응시했던 고아영과도 티격태격하며 기수가 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주 작은 돌콩이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일에 온 몸으로 맞서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책 속에 인용되었던 김민수 시인의 시에서 돌콩에 관련된 시를 본 것처럼, 자신의 꿈을 위해 열정을 다해 달리는 모습은, 공부하라는 말만 하는 어른들의 생각에 일침을 주는 글이기도 했다. 사실 공부가 다가 아닌데 부모들은 공부가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아이들을 닥달한다. 생각해보면 나도 그런 말을 한 것 같다. 공부를 아예 못하건, 조금 하는 아이건, 그래도 공부를 해야 자신의 원하는 것을 더 하지 않겠냐는 말을 했다. 아이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하면 좋은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물론 특별하게 재능이 보인다면 자신의 길을 향해 가라고 당연히 밀어주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아무래도 부모의 욕심이 아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 같다.

 

 

나는 아이가 자신의 꿈을 향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니 이뻐보인다.

자신이 노력하는 만큼 결과도 좋으면 더 좋겠지만, 결과에 너무 연연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돌콩인 공일이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기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것처럼, 혹시 안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굳건하게 일어섰으면 좋겠다. 아주 작고 연약한 돌콩이 얼마나 단단하게 여물어지는지를 보여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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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천하최강 - 제6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49
정지원 지음 / 창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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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때 친한 친구들 몇명이서 모여 '또래'라는 모임을 하고 있다.

고등학교 다닐때부터 부모님이 잘 안계시는 친구집에 몰려가 그 친구집 냉장고를 거의 털다시피 꺼내 먹기도 하며, 밤을 새워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다. 또한 시험기간이 되면 공부를 한답시고 모여 공부는 뒷전이고,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친구들이 모임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사는게 바쁘고 멀리 떨어져 있어서 모임 안한게 몇년이 되었지만, 늘 계속 만나왔던 친구들처럼 스스럼없이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다. 갑자기 '또래' 친구들이 몹시도 그리워지는 책을 만났다. 바로 내가 좋아하는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은 책이다.

 

 

남자들의 우정은 여자들의 우정과는 좀 다른 진한 피를 나눈 느낌이 든다.

여자들의 우정이 질투를 동반한 우정이라면, 남자들의 우정은 좀 다른 것 같다. 얼마전에 본 영화 '전설의 주먹'에서 본 것처럼 좀더 끈끈한 감정을 나누는 것 같다. 이 책도 남자들의 우정을 다룬 내용이다. 서른이 된 현재의 시점에서 친구가 다쳐 입원을 하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가는 전동차 안에서 자신들의 과거의 추억을 꺼내보는 구성으로 전개되는 내용이다. 서른 살의 현재, 대학을 졸업하고도 다시 임용시험이라는 이름하에 공부하고 있는 이의 고난한 여정은 오늘날의 젊은 세대들의 직업을 구하지 못하는 비애를 포함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어렸을때부터 어울렸던 친구들과의 우정을 되새겨볼 수 있는 내용이다.

 

 

흥선군에게 '천하장안'이라는 사람들이 있어, 개인 경호와 정보 수집 등을 해주는 심복들이 있었다고 한다.  아이들을 귀관이라고 불러 '귀관'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는 중학교 국사 선생님이 친구들 네 사람의 이름 '천완균, 하승언, 최성운, 강영인'을 따서 '천하최강'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셨다. 이들 네 사람은 성격도, 성적도 다 제각각이었다. 영인이는 전교등수 10등안에 들 정도로 공부를 잘했고, 덩치가 큰 완균이와 이 책의 화자 '나' 승언은 마른 몸매에 소심한 성격에 공부는 그럭저럭이었고, 성운이는 공부는 못하는 쪽에 들면서 싸움을 잘하는 친구였다. 이들은 영인의 집에 모여, 영인의 부모님이 영화를 좋아해 많이 갖고 계신 비디오테이프로 된 영화 보기를 즐겼다. 그들에게 특히 사랑받았던 영화들은 이소룡의 영화거나 성룡의 영화였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스마트폰에서 카톡으로 연락을 주고 받고 전화를 하지만, 그때 90년대의 소년들은 휴대폰이 없었을때였다. 주로 친구들 집에 모여 운동을 하거나 영화를 보는 이들이었다. 지금의 청소년들과는 다른 그들의 추억담을 읽으면서, 슬며시 눈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연애편지를 썼던 이들이다. 문장 실력이 없어 글을 조금 쓴다는 '나' 성언에게 그 여자애의 성격이나 취향, 생김새를 알려주면 성언은 연애편지를 대필해 주었다.

 

 

연애편지 대필 사건을 보니, 갑자기 고등학교 때의 일이 떠오른다.

학원을 다녔었는데, 축구를 잘하고, 피부색깔이 가무잡잡한 한 아이를 좋아했었다. 그 아이에게 쪽지를 건네고, 그 아이는 그 글씨체의 장본인을 찾고, 나란 걸 알게 되어 나를 빤히 쳐다보았던 그 남자애. 몇년이 지난 후 우연히 연락이 닿아 둘이서 찻집에서 만났던가, 맥주집에서 만났던가 했었는데, 핑크빛 마음을 품었던 감정들은 다 어디로 가고 오래 알아온 친구처럼 느껴졌었다.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없는 그런 추억들로 가득 찬 소설이었다.

 

 

몇 년간 만나지 못했어도 늘 마음은 어제 만난 것 처럼 느껴지는 친구들.

우리는 그 친구들과의 사이를 우정이라고 말한다. 각자의 사정때문에 자주 만나지 못하지만, 늘 만나고 있는 사이처럼 느껴지는 친구. 별일이 없으니 연락도 없을거라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이렇듯 한 친구가 아파 병원에 입원해있으므로 해서, 함께 어울렸던 친구들과의 추억을 떠올리는 내용이었다. 늘 영원할 것 같은 그들의 우정. 그들은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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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만남 - 우리 시대 최전선을 만나다
조국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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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관심이 없어서인지 조국 교수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의 책은 한번도 읽어보지 못했었다. 그가 서울대학교 법대 교수라는 점만 겨우 알고 있었달까. 이 책은 지난해 한계레신문사에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를 한 내용들을 쌤앤파커스에서 묶어 낸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조국 교수가 정치에 대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가에 대한 그의 확고한 신념들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그가 만난 사람들은 내가 좋아하는 이들도 있고, 전혀 몰랐던 사람들도 있었다. 조국 교수가 만난 이들을 책으로 만나며, 우리의 현실 정치, 대담을 나눈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고, 나는 세상을 너무 몰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한도전> 열혈시청자인 여동생이 있다.

프로그램을 할때 약속이 있어 보지 못하면, 녹화를 해놓고서라도 꼭꼭 챙겨보는데, MBC 파업이 한창일때 무한도전의 김태호 피디가 파업에 동참하는 바람에 '무한도전'을 못본다며 아주 안타까워 했었다. 무한도전 마니아인 여동생 때문에 나도 챙겨보게 되었는데, 그때의 나도 재방송도 챙겨보고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왜 그렇게 참여해야만 했을까, 왜 쉽게 가려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조국 교수가 만난 김태호 피디의 생각을 읽어보니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진정성 있는 방송을 하고 싶다는 김태호 피디의 생각들이 참 좋아졌다.

 

 

조국 교수가 만난 사람중에 가장 안타까운 이는 친족성폭력 생존자인 은수연(가명) 씨였다.

난 사실 친아버지가 딸에게 성폭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정신적으로 문제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어떻게 딸에게 성폭력을 한다는 말인가. 그것도 9년간이나. 아버지이기 때문에 말을 못했고, 알고 있는 가족들도 쉬쉬하는 것. 은수연 씨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없는 고통이었으리라 짐작이 된다. 그 고통에서 스스로 박차 나온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아직도 그런 일이 많다는 것, 집을 박차고 나와서도 또 찾아올 것 같은 불안감에 잠못 이루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은수연씨가 참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래도 끝내 무너지지 않고, 단단하게 일어선 사람이었다.

 

 

개인적으로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좋아해서, 김기덕 감독 편의 내용도 좋았다.

영화 '피에타'가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게 되어, 감독 본인도, 영화 관계자들도 모두 좋았었던 이야기를 하며, 그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한참 해군기지 문제로 떠들석 했던 제주 강정마을 사람들과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자들도 만났다. 또한 최근 TV 드라마로 제작되었던 '광고천재 이태백'의 실제 모델이라는 광고인 이제석도 만났다. 또한 정치인들 중 대통령 후보자였던 문재인과 '빠리의 택시 운전사' 홍세화, 전 민주 노동당 대표 권영길, 전태일의 여동생 전순옥 씨와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만났다. 정치인들 중 이미지가 좋은 문재인과 박원순 서울시장 편에서는 더 깊게 들여다봤던 것 같다. 그래, 이 사람 이였어야 해. 하며 혼잣말을 했었다.

 

 

고은 시인 편을 읽을 때, '노벨 문학상 수상을 간절히 바라면서도 고은 시인의 시를 읽지 않는다는 조국 교수의 말에 찔리는 마음을 어쩔수 없었다. 나 또한 고은 시인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간절하게 바라는 사람이었으면서, 그의 시집을 겨우 한 편 읽었다는 것이 그렇다. 그의 유명한 시집 『만인보』조차 읽지 않았다는 것.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읽어봐야겠단 다짐을 해본다. 고은 시인 외에도 조국 교수는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도 만났다. 조정래 작가는 『태백산맥』으로도 좋은 작가였지만, '사랑초'의 김초혜 시인의 남편이라는 사실이 더 반가운 작가였다. 그 또한 정치이야기를 할때면 거침없이 말하는 부분이 좋았다.

 

 

정치에 무관심한 나에게 진보 정치에 마음을 두고 있다는 조국 교수의 말은 그를 다른 사람으로 보게 만들었다. 정치인 문재인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선거에도 깊이 관여했다는 사실이 왠지 '우리는 한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조국 교수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가 보다. 그를 알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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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나무 아래
아이미 지음, 이원주 옮김 / 포레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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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야기를 읽는다.

사랑이야기만큼 내 감성을 울리는 일도 없다. 제목을 보았을때, 책의 내용을 대충 알았을때,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지펴져 오는 따뜻함이 있다. 내 마음을 두드리고, 왠지 모를 두근거림이 있다. 난 그럴때 그 책을 읽게 된다. 물론 내가 예감했던 그 두근거림이 다 맞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그 느낌이 맞을때도 많다. 인터넷 서점 신간 코너에서 책을 둘러 보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홍보하는 글을 읽는데, 쌓여있는 읽어야 할 책들을 뒤로 하고, 난 몹시도 이 책이 읽고 싶었다. 순수한 사랑, 완전한 사랑, 내 마음을 울릴 사랑. 또한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사랑이야기란걸 그냥 알게 되었다.

 

 

중국의 문화대혁명이 막바지에 이르던 해에 일어난 실제 일어났던 이야기를 소설화한 것이다.

이 책의 내용에 감동받아 장예모 감독은 이 책을 원작으로하는 영화를 만들었다 했다. 검색을 해보니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것 같지는 않았다. 영화관련 사이트에 검색을 해보았지만 구할수 없었고,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라는 것만 나와 있었다. 원작을 읽고 바로 영화를 보려던 내 계획이 무산되었다. 마치 실연당한 사람처럼 허탈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를 화면으로 볼수 없다니, 장예모 감독이 만든 아름다운 화면속 이 이야기를 만날수가 없다니 안타까움에 울고싶은 심정이었다.

 

 

『산사나무 아래』는 문화대혁명의 시대에 중국을 배경으로 한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이다. 중국인 여성 징치우가, 20대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첫사랑 쑨젠신을 추억하며 쓴 회고록을 바탕으로 아이미가 쓴 실화소설이다. 

 

 

혼돈의 시기인 중국, 그 속에서 아직 고등학생인 징치우는 아빠가 지주라는 이유로 비판을 받아 시골에 가서 돌아오지 않고, 오빠도 역시 시골에 가서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엄마는 아픈 몸을 참아가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다. 엄마의 월급으로는 살아가기가 힘들어 방학때도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처지다. 징치우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교재 편찬하는 일에 참여하면서 시춘핑이라는 시골로 가게 되었다. 마을 촌장인 장촌장이 마중을 나와 데리고 가는 길에 그들은 산사나무 아래에서 쉬게 되었다. 산사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며 그곳을 지나가던길에 뒤돌아 보자 그곳에 준수한 청년이 서 있는 걸 보게 되었다. 각자 지내게 될 집을 배당받던중 징치우는 장촌장의 집 둘째 딸과 한방을 쓰게 되었다. 그집의 어머니에게 환대를 받고, 그 집의 둘째아들 청린과 맺어주려하지만 징치우는 왠지 탐사대에 있는 쑨젠신이 더 마음에 들어온다. 쑨젠신은 점심시간이나 잠시 쉬는 시간일때 장촌장의 집으로 찾아와 징치우의 교재 편찬하는 일을 도와주기도 하며 자꾸 징치우의 곁에 머문다. 자신이 처한 집안 상황을 볼때 쑨젠신과 같이 손을잡고 걷는 일도 조심하며, '소자산계급'의 마음이 들지 않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애써 달랜다. 그럼에도 그에게로 향하는 마음은 어쩔수가 없다. 그와 함께 있을때 떨려왔던 그의 몸처럼, 자신의 마음에도 떨림으로 가득찼다.

 

 

사람이 떠나 뒤에야 사랑을 깨닫게 될 때가 있다. 갑자기 그 사람을 볼 수 없게 돼서야 비로소 자신이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46페이지)

 

 

난 일 년 일 개월동안 너를 기다릴 수 없어. 네가 스물다섯 살이 될 때까지도 기다릴 수 없어. 하지만 난 평생 너를 기다릴 수 있어.  (454페이지)

 

 

이토록 순수한 사랑이야기가 있다는 걸, 그것도 실제 일어난 이야기라는 게 우리를 감동으로 이끈다. 사랑은 숭고한 것이다. 너무도 순수한 사랑을 했던 이들, 평생을 같이 하고 싶었지만 젊은 나이에 죽은 이를 잊지 못해 평생을 가슴에 간직하고 있다가, 그를 추억하기 위해 소설화 시킬 결심을 했던 징치우의 감정이 참으로 애틋하였다. 5월이 되어 산사나무에 붉은 꽃이 피면 꼭 함께 가자던 그 약속을 끝내 지키지 못했던 그들. 하지만 징치우의 가슴속에 그는 영원히 살아 숨쉬고 있을 것이였다.

 

 

백혈병에 걸린 젊디젊은 남자, 그를 사랑하는 어린 연인. 자신의 사랑을 위해 목숨이라도 내놓을 순수한 연인들. 사랑하는 어린 연인을 위해 자신의 병과 죽음을 알리고 싶지 않았던 남자. 이런 이야기는 통속적인 연애소설의 단골 주제지만, 우리의 마음, 감정선을 흔드는 게 있다. 그래서 우리는 책을 읽으며 북받치는 슬픔을 견디지 못해 오열을 터트린다.

 

 

징치우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다시 십대의 감정에 휩싸인다.

우리가 했던 첫사랑의 그 순수함이 떠오른다. 어느 날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와, 마음을 온통 흔들어놓을때, 자기가 처한 상황에도 그를 향한 마음은 어쩔수가 없다. 그에게로, 그에게로 한없이 날아간다. 마치 어깨에 날개가 달린 것처럼.

 

징치우, 징치우.

 

이렇게 꼭 두 번씩 불렀던 쑨젠신의 목소리를 들려오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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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넘어 함박눈
다나베 세이코 지음, 서혜영 옮김 / 포레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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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면 봄이라고 할 만한 날씨에 꽃샘추위로 눈발이 휘날리는 날씨다.

'4월의 눈'이라니. 남쪽 지방엔 벚꽃이 벌써 피어 비로 인해 꽃비로 다 흩어져 버리고, 윗 지방엔 꽃망울 위에 눈이 내려앉은 정경이 보인다. 사랑은 이처럼 4월의 눈처럼 따스하면서도 춥고 시린 마음을 갖게 하는 것 같다. 이십 대의 사랑은 열정만으로 가득찼지만, 삼십 대에 하는 사랑은 사랑의 쓴맛, 단맛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상대방에게 무턱대고 다가가기도 겁나고 조심스러울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러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엔 사랑에 대한 열정으로, 짝을 이루고싶은 열망으로 외롭고 쓸쓸한 나날을 보내기도 할것이다. 물론 나는 서른이 되기 전에 결혼해서, 서른 넘어 홀로 인 상태를 100% 다 이해하지도 못하고, 공감하지도 못할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이 '어느 정도'일거라는 생각은 한다.

 

 

책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영화로 깊은 감동을 받았던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의 저자 다나베 세이코의 단편 연애소설이다. 그것도 서른이 넘어 사랑하고 싶은 여자들의 이야기인 아홉 편의 연애소설들을 묶은 책이다. 책에서 서른 넘은 여자 주인공들은 모두 누군가와 사랑하고 싶은, 결혼하고 싶은, 그러나 인생에 대해서 고민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혼자라는 외로움으로 누군가를 마음에 두고,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은 그들의 외로움 짙은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우연하게 누군가를 만나게 되길 기다리는 모습들. 먼 나라의 모습이 아닌 바로 우들의 모습들이었다.

 

 

혼자서 여행을 다니며 남자들에게 '지금 몇시에요?'라고 말걸으며, 여행의 쓸쓸함, 새로운 상대와의 대화를 하고 싶은 서른 넘은 여자의 이야기인 「지금 몇시예요?」의 같은 경우, 오히려 전혀 생각지 못한 상대를 우연히 만나 동행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혼자 여행을 하게 되면, 혼자 밥 먹어야 하고, 여러 명이서 여행 온 사람들을 흐뭇한 모습으로, 약간은 부러운 모습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혼자인게 너무 외로울 때 우리는 여행지에서 마음을 열고 사람들에게 말을 걸곤 한다. 오래 전 혼자 여행할 때 여행지에서 생소한 이를 만나 하룻밤을 같이 묵었던 일이 떠오르기도 했고, 여행지에서 동향의 동갑내기들을 만나 여름 여행을 함께 했던 일이 생각나기도 했던 내용이었다.

 

「루미코의 방」에서는 결벽증에 걸린 여자 주인공이 우연히 루미코의 방을 청소하면서 발견하게 된 아주 덩치가 큰 남자의 팬티를 발견하여 자신도 모르게 그 남자를 잠시 동경했던 이야기이다. 보자기처럼 커다란 팬티, 아버지의 팬티처럼 보이는 그것을 그녀는 마치 자신의 아버지 팬티인양 그렇게 동경했던 것이다.  

 

남녀간의 연애이야기만 다룬게 아닌 모녀관계를 다시 짚어볼 수 있는 「깜짝 우동」란 제목의 이야기도 있다. 서른 넘어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여자 주인공은 자신이 결혼을 못하고 있는 이유가 꼭 엄마때문인 것만 같다. 결혼할 뻔했던 옛남자가 다른데로 발령이 나 그곳에서 결혼을 하고 사내아이까지 낳았다는 소식에 엄마에게 투정을 부려 엄마가 가출해버렸다. 처음엔 저녁이면 들어오겠지 했지만 엄마가 어디 간 줄도 모르겠고, 무작정 엄마 찾아간 곳에서 한 남자를 만나 엄마를 찾아 다니고, 엄마는 곧 집에 들어온다. 그때 남자와 함께 먹었던 우동집 이름이 '깜짝 우동'이다. 우동을 먹으며 도쿄의 우동이야기를 했던 엄마를 생각하는 이야기였다. 

 

 

 

 

다나코 세이코의 연애소설 들의 주인공은 다들 평범한 보통의 여자들이다.

빼어난 미모를 간직한 여자도 아니고, 허리도 둥그렇고 약간은 통통하게 보이는 서른 넘은 여자들인 것이다. 남자들이 외모에 혹할 여자도 아닌, 나이도 싱그럽기한 한 나이가 아닌 보통의 여자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이런 여자 주인공들을 보며 우리는 바로 나의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가진다. 다나코 세이코가 들려주는 연애 이야기들은 우울하거나 하지 않고, 시종일관 위트가 있고 유쾌하다. 심각해질 수 있는 상황도 심각하게 그리지 않고 가볍게 퉁~ 하고 치고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책을 옮긴이는 책의 말미에 이 책은 연애의 환상이 아니라 연애의 현실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연애의 온도'가 현실적인 연애를 그렸다고 해서 여러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는 모양이다. 『서른 넘어 함박눈』도 그렇다. 우리 주변에서 실제 일어남직한 이야기들이었다. 만약 내가 서른 즈음의 미혼 여자라면,,,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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