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와 이토는 『달팽이 식당』과 시골에서 대필가로 활동하는 따스한 이야기 『츠바키 문구점』과 그 다음 이야기 『반짝반짝 공화국』으로 작가의 책을 읽으면 마음이 어느새 따뜻해지는 경험을 하게 한다. 이 책은 작가가 『츠바키 문구점』을 쓸 당시 약 1년 간의 글을 모은 에세이다.

 

 

봄이면 집안에 꽃을 피울 수 있는 화분을 들여놓곤 하는데 언젠가 하얀색 꽃을 피우는 히아신스와 수선화 구근을 사다 심었었다. 그 다음해에 또 꽃이 피는 걸 바라보며 죽지 않고 살아난 게 마냥 신기했다. 오가와 이토는 히아신스 구근을 사다 심어 조금씩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정경을 그렸다. 히아신스 향을 제대로 맡아본 기억이 없는데 저자는 꽃은 좋아하나 향은 아니었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인공 방향제를 가리켜 향이 아니라 악취라고 표현했다. 나도 한때 인공적인 향이 좋아 빨래를 할 때도 섬유유연제를 꼭 사용했고 향수도 매일 뿌렸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기분이 아주 우울할 때만 뿌리곤 하는데 인공적인 향보다 더 좋은 게 자연의 냄새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햇볕에 바짝 말린 햇볕 냄새를 아는지. 그것처럼 청량한 향이 없다.

 

 

작가는 유리네로 뇨키를 만든다. 삶은 유리네를 바싹 구워 올리브오일을 넉넉히 뿌려 트뤼프 소금을 살짝 넣어 만든 간단한 요리다. 유리네가 무슨 식재료인지 궁금해 검색해보니 백합근이라고 하는데 백합뿌리를 먹는다는 얘기인가. 더군다나 그가 키우는 개 이름도 유리네다. 같은 뜻으로 쓰인 건지 다른 뜻을 가졌는지 궁금하다.  

 

 

『츠바키 문구점』을 읽어서인지 그 소설의 교정을 보는 과정을 말하는 부분에서는 가만히 소설 속 정경을 떠올렸다. 연필과 지우개와 빨간 펜을 사용해 열심히 교정하고 있을 작가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이다. 소설 속 대필가였던 포포가 쓴 글씨가 좋아 몇 번이고 손으로 따라 써보았었는데 작가 역시 글씨 쓰기 수업을 받았으며 연습한 일화를 말했다.

 

 

내가 지양하는 것은 틈.

시간에도, 공간에도, 인간관계에도 틈을 만들면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생각 없이 살다 보면 물건은 계속 늘어나니 의식해서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필요 없는 물건은 손에 넣지 않는다. 집에 들이지 않는다. 인생에 덧붙이지 않는다. 이런 의식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25페이지)

 

 

『츠바키 문구점』 책이 나오고 몇 번의 행사를 거치고 난 후 작가는 여름을 독일에서 보내기 위해 냉장고의 음식을 서서히 비우기 시작했다. 뮌헨에서 두 달, 베를린에서 두 달을 보낸뒤 귀국하게 되는 일정이었다. 『마리카의 장갑』의 배경이 되었던 라트비아를 방문했던 이야기를 한다. 라트비아에서 샀던 꿀로 만든 영양크림과 꿀비누가 좋은 이유를 말한다. 보존료를 넣지 않았고, 천연 재료로 만든다. 또한 라트비아에 갈 일이 있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것이 '에비야'라는 연고다. 꿀을 사용한 만능 연고로 화상, 찰과상, 생채기, 벌레 물린 데 등 어디에나 사용할 수 있다고도 했다. 『마리카의 장갑』을 읽을 때도 아름다운 라트비아의 풍경을 그렸지만 이처럼 일상에서 라트비아를 느낀다는 건 큰 기쁨일 것 같다.

 

 

개를 데리고 펭귄이라는 별명을 가진 남편과 독일에서 지내게 되었는데, 애견 미용에 관한 베를린과 도쿄의 다른 점을 말한다. 내 주변에도 개를 키우는 친구들이 많아 애견 미용실에서 미용을 했다는 말을 자주 들었었다. 도쿄도 우리와 다르지 않는 모양인데, 베를린에서 언어 장벽 때문에 유리네의 미용에 대하여 고민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일본인 애견 미용사가 베를린에 있어 든든하다는 표현을 했다.  

 

 

고양이를 키우며 느낀 게 꼭 아이를 키우는 것 같다는 거다. 나 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그런 이야기를 한다. 고양이의 성격 또한 처음 데리고 왔던 딸의 성격과 아주 비슷하다. 놀아달라고 떼쓰고 모든 물건들을 발로 차고 다니며 호기심이 왕성하다. 또한 놀아달라며 내 발을 물기도 하는데, 잠이 오면 잠투정을 하듯 내 곁을 서성거린다. 이러한 것들을 작가에게서도 느꼈다. 키우고 있는 개 유리네가 아파 계속 설사를 했다. 밤중에도 두세 번은 화장실을 가는데 저자는 반사적으로 일어나지만, 아빠들은 원래 그런건가. 쿨쿨 잔다고 했다. 아이 어렸을 때 배고프거나 기저귀가 젖어 울어 젖힐때 나는 그야말로 반사적으로 눈이 떠져 아이를 돌보지만 남편은 쿨쿨 잤었다. 어쩌면 그럴 수 있나 의문이 들었었는데 유리네의 아빠 또한 남편과 다르지 않았나 보다. 남자는 어째서 이럴까, 하며 남녀의 근본적인 차이를 말하는 부분이었다.

 

 

개인적으로 올해를 휴식의 해로 잡고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었다. 그동안 마음껏 휴가를 내지 못해 가지 못했던 유럽 여행도 가려고 했으나 코로나 때문에 하늘길이 막혀 옴싹달싹 못하고 있다. 뮌헨과 베를린 그리고 라트비아에서 겪었던 일들을 글로 읽고 있노라니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펭귄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펭귄에게 저녁 약속이 있으면 와인 한 잔과 간단한 안주로 저녁을 대신하는 삶에서 삶이란 복잡하게 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보통날들. 그 속에서 발견하는 것들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글이었다.

 

 

#양식당오가와  #오가와이토  #위즈덤하우스  #츠바키문구점  #반짝반짝공화국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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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의 초기작이 사회파 미스테리를 다루었다면 최근의 소설은 휴머니즘을 말한다. 그래서 자꾸 그의 소설을 찾아 읽는다. 그가 말하는 휴먼 미스테리를 보며 우리가 살아갈 방향을 생각한다.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의 정의를 말하는 소설을 읽으며 수많은 질문을 자신에게 건네고 있었다.

 

만약 여러분의 가족이 뇌사 상태에 빠져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살아 있다고 믿을 것인가, 죽었다고 여길 것인가. 무엇하나 딱부러지게 말할 수 없는 게 가족에게 닥친 비극 때문이다. 담당 의사는 심장은 뛰지만 뇌사 상태로 보이며 장기 기증에 대해 묻는다면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

 

이혼을 합의한 부부에게 위기가 닥쳤다. 곧 초등학교에 입할할 미즈호가 수영장의 물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해 의식불명 상태가 되었다. 너무도 가슴이 아픈 부부는 여러가지 생각을 거듭하게 되고 딸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장기 기증을 하기로 했다. 마지막 인사를 할때 마치 대답을 하듯 움직이는 딸의 움직임을 느낀 부부는 아이는 살아있다며 연명치료를 하기로 결정했다.

 

금전적인 이유때문에 이혼은 하지 않기로 하고 가즈마사와 가오루코는 아이를 집으로 데려와 아이에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 뇌나 경추가 손상된 환자의 뇌를 연결해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있던 회사의 직원 호시노의 도움을 받아 수술을 했다. 미즈호는 인공호흡기에 의지하지 않고 호흡을 할 수 있으며 움직이는 장치를 연결해 미즈호의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게 한다. 누워서 잠을 자는 것처럼 보이는 미즈호는 살아있는 것처럼 그렇게 가오루코의 보살핌을 받았다.

 

엄마인 가오루코에게는 그토록 소중한 딸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몇 년동안 누워 잠을 자고 있는 미즈호는 살아있는 상태인지, 죽었다고 봐야할지 주변 사람들에게 외면을 당하기도 한다. 가오루코의 선택이 옳은 것인지, 잘못된 선택이었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미즈호의 담당 의사는 상태가 좋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뇌사 상태로 봐야한다고 말한다. 모두가 지쳐가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연명치료에 대한 선택을 앞두고 고민한다. 자가호흡을 하지 못할때 인공호흡기를 끼어야 하는지, 심장이 멎었을때 심폐소생술을 해야할지 질문앞에서 여러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미즈호의 엄마인 가오루코의 선택에 공감을 하면서도 과연 미즈호가 살아있다고 봐야하는가, 다른 사람의 의견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그들의 의견에도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장기기증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수많은 아이들이 장기 기증을 기다리고 있지만, 아이들의 장기 기증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아이를 잃은 부모들은 아이를 두 번 죽이는 것처럼 여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역시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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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필로스라는 이름을 가진 자의 회상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로마의 현자로 불리던 그는 로마 빌라도 총독의 총애를 받았다. 유대인들의 유월절이 시작되기 엿새 전부터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중요한 유월절을 앞두고 일어난 살인사건 때문에 살인자를 찾는 임무를 맡았다. 한편 로마군 백인대장을 죽인 마티아스는 안토니 요새 지하 감옥에 갇혀 있다가 성전 수비대 대장 조나단으로부터 성전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조사하는 밀정으로 파견된다. 유월절이 되기 전 사건이 해결되면 풀어주겠다는 조나단의 말을 믿었다. 살인사건을 조사하던 마티아스는 그가 들어간 집에서 앞서 다녀간 사람을 발견했고, 그가 테오필로스라는 것을 알았다.

 

기독교를 잘 알지 못하는 내게 유월절이 무엇인가 궁금할 수 밖에 없었다. 히브리 노예들을 풀어주도록 하기 위해 신은 이집트 인들에게 열 가지 재앙을 내렸다. 마지막 재앙이 이집트에서 태어난 모든 첫째 아이들에게 내린 죽음이었다. 모세는 히브리 인들에게 집의 문설주에 양의 피를 발라 그 집을 피해가도록 했다. 이게 유월절의 시작이다. 집 밖의 문설주에 양의 피를 바르던 장면은 어떤 영화에선가 보았던 기억이 있다. 이러한 유대인의 최대 명절인 유월절을 앞두고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피로 성전의 문설주를 발랐던 것과 실로암 샘물를 피로 뒤덮인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던 거다.

 

테오필로스와 함께 살인 사건을 조사하던 마티아스는 사건의 실체가 갈릴리 출신의 예수로 향하는 것을 느꼈다. 예수의 제자들을 탐문하던 마티아스는 예수를 직접 만나기도 했다. 유월절을 앞둔 예수가 열두 제자들을 이끌고 예루샬렘으로 일주일 전에 왔다. 유대인들의 메시아로 일컫는 예수를 만난 마티아스는 그가 그저 남루한 옷을 입고 있는 힘없는 사람으로 보였다. 성경에서 나온 대로 예수의 제자들은 행동하고, 그를 따르던 사람들이 죽임을 당했음이 드러났다. 마티아스는 예수를 만나 사건을 조사하며 그가 한 말에 깊은 감명을 받는다.

 

 

마티아스는 자신이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했다. 모르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알아버렸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무언가를 안다는 건 대가를 치러야 하는 일이었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고, 알지 말아야 할 것을 알아버린 자신이 치러야 할 대가를 그는 곰곰이 생각했다. (1권, 278페이지)

 

유월절에는 로마 총독에게 유대인 죄수를 한 명 풀어주는 관습이 있었다. 빌라도는 자신이 죄인을 선택하지 않고 군중들에게 맡겼다. 군중들은 예수를 선택하지 않고 살인자 바라바를 선택했다. 이 또한 성경에서 나타난 바와 같다. 유월절을 일주일 앞둔 기간부터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히는 유월절 기간 까지의 내용을 소설에 담았다. 팩션 형식으로 추리 형식의 글이었다. 살인자를 찾아가는 주제로 되어 있는 것 같지만 깊이 들어가보면 유대인들에게 메시아로 다가왔던 예수에 대한 기적과 행적들을 담았다.

우리는 보다 인간적인 예수의 고뇌를 알 수 있다. 하나님의 아들로 왔으나 하나님으로부터 버림을 받는다 여겼던 그의 간절한 마음이 드러나 있다. 인간적으로 다가왔던 예수의 모습이었다. 성경을 제대로 읽지 않는 내게 이 책은 수박 겉핥기에 불과하겠지만 성경을 읽은 사람들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감동으로 다가오리라 여겨졌다. 하나의 소설처럼 성경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알고 싶다는 열망이 더 컸다고 봐야겠다.

 

'내가 그를 보아도 가까운 일이 아니로다. 한 별이 야곱에게서 나오며 한 홀이 이스라엘에서 일어난다' (2권, 200페이지) 

 

 

'하나뿐인 하나님의 아들이 사람의 아들로 왔으니 그가 흘린 피로 인간의 죄를 씻을 것이다.' (2권, 215페이지)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 어찌 나를 버리십니까? (2권, 238페이지) 

 

실제 인물들의 이야기와 픽션을 가미해 팩션 소설을 주로 써온 이정명의 글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성경을 제대로 읽지 않아 다소 어려운 면도 없잖아 있었으나 기독교적인 소설로 읽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이 글에 대한 리뷰를 써야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기독교를 믿는 사람에게 자칫 잘못 비춰질 수도 있기에 조심스러웠다는 점이 컸다. 다른 한편으로 작가는 왜 이 소설을 썼나 의구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인물이 아니고 왜 유월절의 이야기를 했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작가의 의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종교는 마음을 지탱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내세를 기다리는 즉 천국에 도달하는 기쁨으로 가득차 있을 수도 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내세에 대한 기쁨으로 승화시키는게 종교의 힘이 아닐까 한다. 예수가 하나님에게 갈구했던 삶에 대한 간구가 특별히 다가왔던 이유와도 같다. 예수를 죽임으로써 사람들에게 인간의 죄를 사함을 보여주려 했던 신의 바람을 깨달아서 일까.

 

살 수 있었음에도 직접 진실을 말하겠다며 도망치지 않았던 마티아스의 깨달음과 강한 믿음, 그리고 마티아스에게 내렸던 예수의 축복이 가슴뭉클해지는 느낌은 비단 나 뿐만은 아닐 것 같다. 마치 통곡의 눈물을 흘리듯 뭉클함을 느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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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청소년 시절을 그리워하였던가. 청소년 소설이 나오면 궁금해져 읽고싶어진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그렇다. 그러고보면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청소년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소설 속 청소년이 모든 것을 잘하는 우등생일 경우 친구들에게도 재수없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내가 보기에도 조금쯤은 재수없다. 어떻게, 모든 것을 잘하고 모든 것에 그렇게 완벽할 수 있다는 말인가.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못하는 것도 있어야 하는 법 아닌가.

 

우연찮게 이 작품을 발견하고 구매하게 된 책이다. 청소년 소설이라는 것과 아마 제목때문이 아니었을까. 열일곱 살의 민서현. 공부도, 다른 사람을 대하는 성격도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다. 다만 수학 성적이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낮다는 거? 소논문 동아리에 가입해 우승을 하면 내신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던 지은의 제안에 가입하게 되었다. 동아리에는 많은 여자애들의 시선을 받는 동주가 있었다. 함께 가입한 지은 또한 동주를 바라보게 되고 동주의 고백에 괜시리 불편한 마음이 든다. 중학교 때 사귀던 남학생이 자기 친구와 함께 다정하게 있던 장면을 보았기 때문이다. 학원에서 동주와 많은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서현. 점점 동주를 향한 마음을 거부할 수 없게 되었다.

 

청소년 시기, 사랑에 막 빠지기 시작할 때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은 내용이다. 서현은 소논문의 주제로 범죄자는 유전에 의해서일까, 아니면 후천적인 환경에 의해서일까를 고민하며 소년원에 수감되어 있던 현수와 편지를 나누게 된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의 이야기를 말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현수에게 연락하게 된 서현은 그를 이 세상을 향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게 되고 현수는 점점 자신의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편지라는 게 자신의 내밀한 마음을 표현하기 마련이다. 왜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는지, 소년원에서 친구로 지내는 이의 이야기 등, 누군가에게 털어놓기 힘들었던 이야기를 하게 된다.

처음부터 예상 가능했던, 현수가 서현을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였다. 소설의 마지막, 서현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좋아하게 되었음을 고백하며 끝나는 데 한편으로는 예상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제야 삶의 희망을 말하는 현수가 안타까웠다. 동주와 사귀게 된 서현이 처음부터 못을 박았지만 이제 현수는 어떻게 될까. 약자에 대한 안쓰러움이었던가.

 

그게 가장 마음이 쓰였다. 짧은 소설임에도 작가의 전작이 궁금해졌던 소설이었다. 오늘의 청소년을 있는 그대로를 그렸으면서도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그늘 속의 청소년을 그렸다. 어딘가의 청소년은 제대로 된 환경이 주어졌더라면 보통의 청소년들처럼 평범하게 지내지 않았을까. 그런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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