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검색해보는 단어가 있다. 환율과 금값시세다. 습관처럼 검색해보곤 하는데 지금은 금값시세가 너무 올라 한숨만 나올 뿐이다. 코로나의 시대, 경제가 불안해 터무니없이 금값이 올라 금 투자하기엔 버거운 상태다. 경제에 대하여 잘 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소소한 것에는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편이다.

 

그렇다고 경제 관련 서적을 잘 보지는 않는다. 읽을 기회가 주어지면 읽기는 하는데 그것에 따라 실천을 하거나 하지는 않는데, 이 책은 경제 관련해서 상당히 유익한 책이었다. 어떻게 투자하라는 책이 아니다. 좋은 투자 방법을 알아도 돈이 없으면 어쩔 수 없는 거지만 경제를 전반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내용의 책이었다. 그래서 돈의 현재와 미래를 읽는 10가지 신호라는 부제가 붙었다. 즉 경제를 움직이는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경불진(경제브리핑 불편한진실)'이라는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경제 분야 기자 출신의 이국명과 박성호가 경제에 대하여 쉽게 풀어 쓴 책이다. 경제 관련 기사 중 숫자로 말하는 수치는 제법 정확하게 보인다. 당연히 정확하리라 보고 그 수치에 연연하지 않는데 저자는 이러한 수치를 말하는 통계가 잘못 표기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한다. 10가지 신호 중에서 가장 관심을 갖게 된 것이 '금리'였는데, 경제 공부의 절반이라고 불리는 것 때문이었다. 금리만 제대로 알아도 환율이나 주식, 채권, 물가, 부동산의 현재와 미래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금리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인지 정확한 해답은 찾기 어렵다고 했다. 금리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때 꽤 집중해서 읽었음에도 경제 분야에 문외한이어서 그런지 명확하게 이해를 했다고 볼 수는 없었다.

 

사실 부동산에 관심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목돈이 생기면 얼마간의 빚을 내서라도 부동산에 투자하는 게 미래 가치에 대한 희망이 있다고 여기고 있다. 매월 받는 월급으로 부자가 되기는 힘든 법. 부모님 찬스를 쓰거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방법이 최고이기는 한데 내 것이 되기까지의 힘든 과정이 필요하다.

 

돈의 현재와 미래를 읽는 10가지 신호 중에서 돈의 현재를 읽는 신호 5개는 통계와 금리, 부동산, 재정, 인구다. 돈의 미래가 보이는 신호 5가지는 일코노미, 비즈니스 플랫폼, 중고 시장, 인공지능, 제로 금리다. 환율이 올라가면 금리도 따라서 올라가게 되는데, 환율이 1,200원대로 올랐다가 지금은 1,1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언젠가 우리나라 조선 업계가 대규모로 수주하여 환율이 당분간 내려갈거라는 경제 관련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어느 정도는 맞는 신호라 여기고 있기 때문에 책 속의 금리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언제가 읽었던 책 중의 하나가 부동산으로 재투자를 해 부자가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게 가능할까 여겼지만 실제로 이 책 속에서도 부동산에 대한 부분이 빠질 수 없다. 돈이 많이 있는 사람은 상관없지만 투자를 위하여 일명 갭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에 읽은 소설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 게 있지만 미래 가치가 오를 것으로 보고 전세를 안고 대출을 받아 사는 경우였다. 부동산에 투자를 하려면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는 있다고 보는데, 저자는 부동산 갭 투자는 수익만큼 피해와 위험이 크므로 피하라고 말하였다.

 

갭 투자 사기에 당하지 않는 법 5가지를 말했다. 기억하면 좋을 것 같아 옮겨 본다. 첫째, 실거래가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둘째, 등기부등본은 계약 전, 계약 당일 최소 두 번 이상 확인해야 한다. 셋째, 등기부등본 확인시 기존에 말소된 사항까지 포함시켜야 한다. 넷째, 계약서를 쓸 때 계약하는 사람이 집 소유자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다섯째, 전세 계약서를 작성할 때도 요령이 필요하다. 자세한 사항은 책 속에 있으니 필요하신 분은 읽어보실 것을 권한다.

 

1인 가구 증가가 세계적 트렌드다. 우리 가족만 해도(친정을 포함하여) 1인 가족이 세 명이나 된다. 직장 때문에 혹은 혼자 되어 생활하는데 3대가 함께 살고 있는 경우는 아주 희박한 시대가 되었다. 예전에는 한 상 차림이라고 해서 혼자 식당에 가면 밥을 먹을 수 없었는데, 지금은 바 식의 식당도 많이 있다. 부부가 서로의 취미를 존중하면서 마음껏 즐기되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새로운 삶의 패턴을 말하기도 했고, 1인 가구의 상당수가 사회초년생이므로 행복주택, 공공임대, 국민임대 같은 집에 대한 기회가 있다고도 설명했다.

 

최근에 광고하는 플랫폼 중 부동산과 관련된 것들이 많은 것을 광고로 접했다. 2~30대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앱으로 집을 살펴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저자가 설명한 부동산 플랫폼 중 '집토스'는 중개 수수료를 세입자에게 받지 않고 집주인에게만 받으며 오프라인 중개 사무소를 직영으로 운영하며 공인중개사를 직접 고용한다고 한다. 임차인들에게 유리한 플랫폼이니 이용해봐도 좋을 것 같다.

 

최근 중고 시장이 뜨고 있다. 주변에서도 당근 마켓을 많이 이용하고, 중고차 시장은 당연히 이용하고 있다. 딸에게 차를 사 줄때도 중고차 매매상을 통해서였다.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이용한 게 중고책 서점이다. 중고책 시장으로 먼저 뛰어든 게 알라딘이며 전국에 많은 체인점을 가지고 있다. 지방에 사는 나도 필요한 책을 구매하러 중고 서점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어떤 때는 절판된 책을 찾기 위해 중고 서점이 모여 있는 곳을 다 뒤진 적도 있었다. 중고책 시장이 잘되면 새 책이 팔리지 않을 것 같은데도 큰 차이는 없다고 했다. 구입한 책을 중고로 팔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다시 읽지 않을 책들을 예스24 서점에 중고로 팔았더니 꽤 쏠쏠했다. 읽고 싶어 구입했으나 다시 읽지 않을 것 같은 책은 구입한 서점에 중고로 되팔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이나 차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필요해 구매한 물건들을 파는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건 자원 재활용의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음은 틀림없다.

 

인공지능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이세돌과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일 것이다. 1 대 4로 알파고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는데 이세돌은 패한 원인을 감정적으로 바둑을 두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계산에 의해 바둑을 둔 알파고와 인간인 이세돌의 대응은 남달랐을 것이다. 인천 길병원에 AI를 도입했다고 설명하며 실제 환자와 보호자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제로 금리 시대에 완벽에 가까운 투자는 무엇인지 그에 대한 설명을 한다.

 

코로나의 사태처럼 현실을 직시하는 경제의 신호에 경제 분야에 문외한인 나도 많은 부분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그만큼 쉽게 설명되어 이해하기 쉽다는 것이다. 시간이 있으면 그들이 진행하는 팟캐스트를 한번 보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돈을 벌고 싶은가? 경제를 움직이는 원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우리의 시야를 넓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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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지나가다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3
조해진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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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떴더니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올해는 비가 무척 자주 내린다. 그것도 많이. 폭우가 쏟아지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니 우리의 청춘도 이처럼 폭우와도 같은 게 아닐까 싶다. 열정적이면서도 속수무책인 청춘은 묘하게 폭우와 닮았다. 그치고 나면 언제 그랬나싶게 화창한 빛을 내뿜기도 하는 것. 비가 그친뒤 저 너머의 하늘에 걸린 무지개를 바라보듯 우리 삶은 이처럼 고통과 환희가 공존하지 않을까.

 

 

 

조해진 작가의 『여름을 지나가다』를 5 년 전에 읽고 개정판이 나와 다시 읽었다. 청춘의 고통은 여전히 끊이지 않았다. 이름이 약간 바뀌었지만 여름의 보내고 있는 사람들의 감정은 그대로다. 여전히 아프고 어떠한 결정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청춘들은 살대가 두개 쯤 빠진 우산을 들고 여름을 지나고 있었다.

 

민이라는 인물은 현재 부동산중개소의 사무원으로 일하고 있으면서 매물로 나온 빈집을 떠돌고 있다. 대학생 혹은 헤어 디자이너, 승무원으로 만화가로 30분짜리 인생을 살며 자신의 진짜 삶을 잊고 싶어한다. 어느 곳이던 30분짜리 인생으로 머물렀지만 가구점에서만큼은 안식을 얻었다. 가구점은 목수의 땀과 희생이 밴 곳이다. 그러나 장사가 안돼 월세를 내지 못하여 보증금을 거의 까먹었다. 커피 한 봉지를 서랍 속에 넣어두고 달달한 커피를 마시며 거울을 응시한다. 푹신한 침대에 누워 흐느끼고 만다.

 

수호의 집은 망했다. 아버지는 빚을 내어 가구점을 냈지만 장사가 안돼 방에 틀어 박혔다. 여동생과 엄마는 직장을 찾아야 했고, 수호는 신용불량자가 되어 자기의 이름으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주운 지갑 속에 든 다른 사람의 신분증으로 쇼핑센터의 창고에서 일하게 된 수호는 말없이 일해왔던 게 좋은 이미지를 주어 시급 1,150원이 더 많은 쇼핑센터의 옥상에 위치한 곳으로 가게 되었다. 부모와 함께 쇼핑을 나온 어린 아이들의 놀이동산이었다.

 

 

 

쇼핑센터의 놀이동산의 책임자는 연주다. 직접 바느질을 해 피에로 복장을 만들어 열심히 한 덕분에 그곳의 책임자가 되었다. 보조 스태프로 온 박선우의 성실함이 마음에 들었다. 커피숍을 차리고 싶은 연주는 쉬는 날에도 홍대 거리로 가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사람이었다. 카페를 차리기에는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

 

민은 회계사무소의 회계사였다. 연하의 직원 종우와 함께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약혼자인 종우을 저버렸고 둘은 헤어졌다. 재개발지역인 보람연립의 은희 할머니를 끝까지 챙겨주지 못했다. 가구점을 공유하게 된 민과 수호는 비닐 우산으로 서로의 존재를 알았고, 수호가 앓아 누웠을때 지극히 보살폈다. 다른 사람의 생을 30분 살고 죽는 것으로 하루에도 다른 사람으로 살 수 있었던 민은 누구에게도 줄 수 없었던 마음을 수호를 보살피는데 쏟기도 하였다. 

 

 

 

6월, 7월, 8월을 지나 여름이 끝나가고 있다. 수호는 곧 군대에 갈테고, 민은 부동산중개소의 사무원이라는 직업을 그만둘 것이다. 선배가 회계사무소를 차리게 되면서 민에게 일을 하자고 하지만 그 어떤 것도 결정할 수 없는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고통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그토록 뜨겁고 아팠던 여름도 끝나가고 있으니 이제 그들은 다른 삶으로 나아가야 한다.  

 

햇빛이 비치면 가구점 한 곳으로 무지개를 볼 수 있게 만들었던 목수의 작은 바람처럼, 기댈 곳 없는 청춘들에게 타인을 보살피고 기댈 수 있었던 것처럼, 다른 사람으로 살며 수없이 삶과 죽음의 시간을 건너왔던 여름은 애도의 시간이기도 했다. 우리의 여름도 애도의 시간이기를. 그 쓸쓸한 위로에 마음을 다독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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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례식장 직원입니다
다스슝 지음, 오하나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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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엄마를 떠나보내고 늘 마음 한구석에 응어리처럼 아픔이 남아 있다. 주변에서 말하길, 돌아가시기 전에 잘해드리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영원히 살아 있을 것처럼 생각되었다. 병원에서 오래 누워계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음에도 후회가 남았다. 면회를 갈 때마다 오늘이 마지막이겠거니 그렇게 생각하며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 등을 사 갔었다. 하지만 결국 남은 건 후회 뿐이다. 왜 좀더 일찍 엄마랑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했을까 하는. 엄마와 함께 여행다니는 딸들을 보내면 늘 부럽다.

 

 

 

 

이번에 읽게 된 작품은 대만의 장례식장 직원으로 일하며 쓴 에세이다. 장례식장에서 일한다고 해서 무조건 슬플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꽤 유머스럽게 글을 썼다. 장례식장에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그렸다. 요양보호사로도 일했던 저자는 반갑게 맞이하는 인사로 장례식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타박을 받기도 하지만 자신의 일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을 보였다.

 

 

장례식장에서 시신을 냉동실에 보관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저자는 그 자신도 키 170cm에 몸무게 120kg이 나가는 뚱보다. 140kg이 넘는 시신이 들어와 곤란한 상황을 이야기하며 고도 비만 오타쿠들은 체중 감량을 할 것을 권한다. 시신을 보관하는 냉동실에 들어가지 않아 옆으로 누워 있어야 하며 관을 너무 크게 짜 화장터에 들어갈 수도 없을 만큼 그 처지가 불쌍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책의 느낌이 올 것이다. 슬픔만 있을 것 같은 장례식장의 상황들을 이처럼 유머스럽게 그렸다.

 

 

 

아무래도 장례식장에서 일하므로 죽은 자들과 함께 있게 된다. 대만의 특성상 불교를 믿는 사람이 많을 터다. 종이들을 정리하고 있던 할머니가 좀 도와달라고 하자 귀신인줄 알고 부리나케 도망쳤는데 나중에 장례식장에서 폐지들을 정리하고 있던 할머니였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죽은 가족을 위해 발인하기 전까지 매일 찾아와 복을 비는 가족이 있는 반면 자기를 키워주지 않은 부모에게 아무것도 해주고 싶지 않아 과자 상자를 들고와 유골함을 거기에 담아달라고 했던 아들의 사연도 있었다.

 

 

장례식장 직원들은 목매달아 죽은 시신을 '그네 타기', 투신 자살한 시신을 '피터팬', 부패가 심한 시신을 '헐크', 번개탄을 피우고 죽은 시신을 '검둥이'라고 부른다. 무겁고 심각한 사건들을 처리하는 동안 유가족들과 같은 감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피터팬 시신이 들어온 건 왕따때문에 자살한 소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과거 엄마를 욕했던 아이를 때려 눕힌후 학교에서 왕따 당했던 일들을 떠올렸다. 죽은 아이의 시신에게 찾아가 위로의 말을 건넬 줄 아는 저자였다. 다만 얘기할 상대가 필요할 때 자신을 찾아 오라고 했다가 경비실에 있는 큰 뚱보를 찾아가라고 다시 말을 바꾸긴 했지만 말이다.

 

 

저자는 장례식장에서 일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부모는 자식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또한 죽은 자는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라는 중요한 진리를 깨달으며 자신을 키워주신 외할머니께 자주 안부 전화를 드린다고 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는 장례식장에서 일하므로써 진정한 삶을 깨우칠 수 있었던 것이다. 아울러 저자는 남겨진 사람들을 위하여 절대 자살하지 말라고 한다. 죽음후의 모습은 끔찍하다. 타인들에게 죽음이 발견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시신은 부패하여 더 끔찍한 모습을 한다. 『죽은 자의 집 청소』라는 작품에서도 자살한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들을 말했었다. 다스슝의 작품에서도 시신을 수습하는 장면이 자주 나왔었는데, 어떠한 죽음이든 그 이후의 모습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과는 너무 다르다는 거였다.

 

 

 

나는 늘 오늘만 생각하며 살고, 부자고 되고 싶은 마음도 오래 살고 싶은 마음도 결혼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단 하나 원하는 게 있다면 인생의 마지막 날 편안히 눈감는 것, 그것이 내 유일한 꿈이다.  (152페이지)

 

 

현재 혼자 거주하는 독거인들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독거인들의 죽음은 아주 나중에야 발견되는데 그때는 이미 부패가 심하여 벌레에게 파먹힌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가 어떻게 죽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저자의 말에 일리가 있다. 보고 싶은 것을 보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가고 싶은 곳을 가야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뚱보인 저자는 살아 있을 때 맛있는 것, 색다른 것을 많이 먹어 두어야 텅빈 뱃속에 아쉬움만 가득 안고 죽지 않을 수 있다고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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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살의 오로르는 다른 사람과 조금 다르다. 오로르는 자폐증이라 불리기도 한다. 말을 하지 않는 오로르는 조지안느 선생님으로부터 태블릿으로 글을 쓰는 법을 배웠다. 작가인 아빠보다도 빨리 쓴다. 오로르에게는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 사람의 눈을 바라보면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조지안느 선생님만 그 신비한 능력을 알고 아빠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열네 살 언니 에밀리와 함께 돌아오는데 언니와 같은반인 도로테 일당이 다가와 에밀리와 오로르를 놀린다. 오로르를 가리켜 저능아라고 놀리자 오로르는 태블릿에 글을 써 보여준다. 어젯밤 엄마한테서 저능아라는 말을 들었던 걸 말한 것이다. 깜짝 놀란 도로테가 씩씩 거렸다. 

 

 

엄마는 행복해지고 싶다. 엄마의 속마음은 아직도 아빠를 그리워하고 있지만 집을 나간 아빠는 클로에랑 살고 있다. 오로르는 아빠의 집과 엄마의 집을 오가며 살고 있다. 열네 살 언니는 늘 화가 나 있다. 파리에서 살다가 메종 루지 거리의 퐁트네에서 사는 게 마땅찮다. 오로르는 참깨라는 세상에서도 살고 있다. 참깨 세상에서 오로르는 오브와 단짝이다. 참깨 세상에서는 빵집 주인이나 오브와 태블릿 없이도 말할 수 있다. 참깨 세상은 누군가를 괴롭히는 일도, 엄마 아빠도 행복하게 지내고, 모두가 아무 걱정이 없는 곳이다.  오브는 힘든 세상에서는 함께 살 수 없어도 제일 친한 친구다.

 

언니 에밀리에게도 친한 친구가 있다. 루시 언니는 아름다운 시 같다고 할만큼 수학을 잘한다. 에밀리 언니의 생일날, 엄마와 루시 언니와 함께 괴물 나라에 갔다. 그곳에서 도로테 일당을 만나 루시 언니를 놀리자 루시 언니가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경찰관이 와서 루시 언니를 찾고, 루시 언니의 엄마는 에밀리 언니와 엄마에게 책임을 물으며 마구 호통을 친다. 루시 언니를 찾지 못할 시 엄마의 직장인 은행에 가서 직장을 다니지 못하게 하겠다고 소리를 쳤다. 어떻게든 루시 언니를 찾고 싶은 오로르는 참깨 세상에서 오브를 불러 힘든 세상으로 나와 다시 괴물 나라로 갔다.

 

 

더글라스 케네디가 쓴 이 소설은 어쩌면 자폐아 증세가 있었던 아이를 둔 아빠의 마음으로 썼다. 엄마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것. 엄마가 아빠를 아직도 사랑하는 걸 알면서도 클로에가 아이를 갖기를 바라는 마음, 뚱뚱한 루시 언니가 자신을 좀더 사랑했으면 하는 마음들을 나타냈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선한 마음을 가졌다. 다른 사람들은 오로르의 능력을 믿지 못하지만 루시 언니를 찾으려는 주베 형사도 오로르의 신비한 능력을 인정하고 도움 받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와 다른 사람을 종종 틀리다고 말하지 않는가. 나와 혹은 우리와 조금 다를 뿐이다.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음에도 내 기준에 맞추어 상대방을 틀리다고 규정 짓는다. 우리 주변에 이러한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우리가 얼마만큼 마음을 열고 있느냐에 따라 우리와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우리가 어떤 마음인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아이와 함께 읽어도 좋을 소설이다. 조안 스파르의 삽화는 무척 재미있다. 오로르의 모습을 마치 꼬마 악당처럼 그렸다. 그것도 아주 귀여운 악당처럼. 아주 작은 장난꾸러기처럼도 보이는데 그림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입가가 늘어진다. 오로르의 엄마처럼 행복을 꿈꾸는가? 그렇다면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감정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다고 여겼지만 한순간의 결정이 엄마를 슬프게 했다.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아이, 오로르. 오로르의 마음에 귀기울여 보자. 오로르처럼 생각하다보면 이 세상은 힘든 세상에서 참깨 세상처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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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합본 특별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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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 데드>라는 미국 드라마가 있다. 좀비가 나타나 미국의 전역을 휩쓸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버티며 살아가는 인간들을 나타내고 있다. 신랑이 퇴근하고 오면 TV앞에서 움직이지 않고 보고 있길래 그런가 보다 했는데 굉장히 오랫동안 보고 있는 거다. 도대체 무슨 드라마를 보길래 그렇게 깊이 빠져있는지 궁금해 책을 읽다 말고 몇 편을 함께 보았다. 좀비물로 무척 유명한 드라마라고 했다. 시즌 1부터 시작해서 현재 시즌 10까지 나와있는 드라마로 신랑은 현재 시즌 8을 보고 있는 중이다. 인간이 좀비로 변하고 있는 세상에서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은 무엇인지를 묻는 드라마였다. 인종 문제, 성 문제, 공동체 생활에 대하여 온갖 문제를 거론한다. 우리의 미래를 나타내기 위해 아이를 태어나게 하여 인간으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고 있었다.  

 

<워킹 데드>를 보면 좀비가 판치고 있는 세상에서 자신의 자아를 찾기란 버거운 일이다. 그럼에도 함께 머물던 사람들과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해 오늘을 살아가는 그들에게서 인간의 삶이 어떤 것인지, 세계의 끝은 과연 있는지,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출간 35주년 기념판을 읽으며 어쩐지 <워킹 데드>의 장면들과 비교하게 되었다. <워킹 데드>의 인간들은 모두 이름이 있는 반면에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인물들은 모두 이름이 없다. '나' 아니면 '노인', '도서관 여자', '통통한 소녀', '문지기', '꿈 읽기', '대령' 등이다. 부재의 세계 속에서 자신의 자아를 찾기 위한 과정에서 모두 무명의 이름으로 존재할 뿐이다.

 

 

소설은 두 개의 제목으로 출발한다.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는 세 가지의 단어로 시작하고, 세계의 끝에서는 하나의 단어로 진행된다. 각각의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기로 합해지는데, 우리는 이야기 속에서 언제 맞닿을지 몹시 기대하게 된다.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나'는 국가의 공권력 기관인 곳에서 계산사로 일하고 있다. 생리학자인 노인의 호출을 받고 연구실로 갔다가 셔플링을 해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보수도 넉넉하여 그리스어를 배우고 외국에 가서 살고 싶은 생각을 한 '나'는 노인의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그후에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노인이 주었던 일각수 두개골과 자신의 상관관계를 알지 못했다. 그 상황에서 기호사의 일원으로 보이는 꼬마와 덩치가 나타나 그의 집을 폐허로 만든다.

 

세계의 끝의 '나'는 자신의 그림자와 함께 그곳에 도착했다. 짐승들과 그림자들을 지키는 문지기는 그에게 도서관에 가서 일각수의 두개골로 오래된 꿈을 읽으라고 한다. 문지기는 '나'에게서 그림자를 떼어 놓으며 서로 다른 곳에서 지내라고 한다. 그림자가 없어진 '나'는 자꾸 기억들을 잃는다. 그림자는 자기의 마음을 가리켰다. 해가 비칠 때 우리에게 달라붙은 그림자는 길게 늘어진다. 여기에서 그림자는 우리들의 마음을 가리키고, 그림자가 길어질수록 우리의 상념이 깊어지는 것을 가리킨다.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는 보호사들이 지하에 사는 야미쿠로와 짜고 노인의 연구소를 헤집었다. 노인은 사라지고  통통한 손녀와 함께 지하의 세계로 노인을 찾으러 간다. 야미쿠로가 있는 지하의 세계를 건너 노인이 자신과 연관된 연구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박사가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에게 있어 이 세계는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것이었다.

 

세계의 끝은 완전한 곳이다. 싸움도, 고통도 없다. 필요한 것, 알아야 할 것이 다 있어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 곳이다. 세계의 끝에는 짐승으로 분류되는 일각수들이 살고, 눈이 많이 오는 겨울이 되면 짐승들은 죽어 나간다. 누구 하나 슬픔을 느끼지도 않고 문지기는 짐승이 죽으면 머리를 잘라 두개골을 도서관에 보관할 뿐이다. 그러니까 세계의 끝에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마음'이다. 누구를 좋아하는 마음도 없고 그 마음을 알지도 못한다. 이런 세상이 우리의 이상향이 될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영원한 삶을 사는 불사의 삶을 바라지만, 희노애락이 있고 언젠가는 죽고마는 세상에 마음 붙이고 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만 같다.

 

  

세계의 끝을 바라보고 있는 '나'와 자신의 그림자를 찾아 바깥 세상으로 나가려는 '나'가 바라보는 세상은 허무의 세계와도 닮았다. 바깥 세상으로 나가자는 그림자에게 주려고 마을의 지도를 그렸음에도 그가 선택한 것과 세계의 끝을 향해 나아가는 '나'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 세계가 어떤 것이어도 자신이 머무는 곳을 함부로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반면 너무 쉽게 버리기도 하는 것 같다. 삶에 커다란 의미를 두지 않고 살기 때문일까.

 

두 가지의 이야기는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합해졌다. 원더랜드를 향한 세계의 끝에서 마주하는 우리의 민낯을 보는 것만 같았다. 미래는 대부분 우울하게 그려진다. 지금 코로나-19의 상황도 미덥지 못하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차있다. 어떠한 세계는 좀비로 가득차 집밖에 나갈 수도 없고 집안도 안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자신의 마음을 버리고 사는 세상이 아름답지만은 않을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남은 오늘을 평범하게 장식하려는 '나'에게서 오늘의 우리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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