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
강재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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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겸 산림 교육 전문가 강재훈의 사진 에세이 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은 나무 사진을 찍으며 살아온 삶의 이야기이다. 잊지 말아야 할 나무의 존재는 친구처럼 다가와 나를 위로한다. 늘 그 자리에 있었던 나무가 어느 순간 베어지고 새로운 삶을 발견한다. 어쩐지 우리에게 익숙한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떠올리게 한다. 세 청년이 함께 떠난 여행길에서 만난 나무는 처음엔 설렘을 주었고, 오랜 시간이 지나 방문했을 때는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점점 커가는 나무, 삶의 궤를 같이하는 친구 같은 나무를 보며 자연이 주는 푸근함을 엿보게 한다.

 


마음의 눈으로 보고 계조를 살려내는 구성이 따라야 원하는 사진이 그려질 수 있다고 했던가. 차분히 앉아 생각을 멈춰 본다. 시선을 한곳에 두니 생각이 나간 자리에 고요한 빛이 들어와 사진 한 장을 남기고 간다. 내가 훨씬 가벼워진 느낌이다. (51페이지)





 

저자는 사진 기자로 일하면서 휴가를 내어 전국의 분교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 다니던 도로에서 눈에 밟히는 나무 한 그루에 매료되어 마치 친구에게 하듯 나무에게 말을 건넸다. 길을 달리며 보았던 나무는 마치 이정표처럼 기다려주었고, 그를 지켜주었다.

 


나무는 가로막힌 철망을 뚫고도 살아남았다. 살기 위해 고통을 무릅썼을 나무를 바라보며 삶의 겸허한 자세를 배운다. 비바람에 찢기고 아물기를 반복했을 나무는 죽지 않으려 껍질을 철망 틈새로 감아올렸다. 쓸쓸한 마음을 내비치는 저자의 글에서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자연을 함부로 대하지 않으려는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산행을 할 때 커다란 바위틈에서 자라던 나무를 본 적이 있다. 조그만 틈새에서 자라고 꽃을 피우는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면서 자연의 힘을 느꼈다. 정원의 담장 밑에서 커다란 바위와 엉켜 자라는 사진을 수록했는데 보면 볼수록 신기하다. 바위를 갈라 뿌리를 내려 바위와 함께 자라는 나무였다. 살기 위해 바위마저 가른 소나무를 충신 정경의 후손, 그 힘과 기상을 닮았다고 표현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나무 사진을 찍으러 전국을 누빈 작가의 사진은 아름답다. 고고하게 서 있는 나무, 붉은 꽃을 피운 나무, 달빛을 받은 나무 들이다. 나무를 심을 때 크게 자랄 것을 대비해 5 미터 정도 띄우라고 한다. 하지만 아직 작은 나무라 2미터 정도로 심어 놓으면 서로 맞닿아 제대로 나뭇가지를 펼치지 못한다. 산소에 있던 동백나무를 보니 두 나무가 마치 한 나무처럼 양쪽으로 가지를 펼치고 맞닿아 있는 부분은 가지를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웃한 두 나무가 서로를 배려하며 닿지 않게 자라는 것을 수관기피 현상이라고 한다.

 


이것을 보며 우리 삶을 돌아볼 수 있다. 이웃한 나무와 햇빛을 함께 나눠 가지는 마음을 인간이 배워야 할 부분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 배려하고 존중하는 삶을 나무에게 배운다. 이것이야말로 삶의 통찰이다.




 


뿌리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혼자는 견뎌 내기 쉽지 않은 게 세상살이다. 그래서 나와 너로 나누기보다 우리가 되어 보자는 것이다. 내가 너보다 나아야 하고 우리가 너희 보다 잘 살아야 한다는 우월 경쟁을 내려놓으면 된다. 너와 내가 함께 잘 사는 방법은 작은 실천에서 비롯된다. 나무가 수관기피 현상으로 보여 주듯 사람도 곁을 함께하는 사람에게 양보하고 나눌 줄 안다면 바로 그게 배려다. 배려는 함께 잘 사는 공존을 낳는다. (155페이지)

 


나무 사진이 수록된 책은 공부하듯 읽으려고 선택한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숲 산책을 하다가 반듯하게 자라지 못하고 휘어진 나무를 발견했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가지를 펼치고 있었다.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베어지고 뽑히는 산림 자원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인간이 오래도록 지구에 살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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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키
요헨 구치.막심 레오 지음, 전은경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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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키우며 동물들을 더 사랑하게 된 거 같다. 털 알레르기가 있다며 동물 키우는 걸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가 아이 때문에 가족이 되면서 동물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사람 곁으로 다가와 체온을 나누어주며 애정 어린 손길을 기대하는 작은 동물은 작은 삶에 큰 의미가 된다. 어딘가로 여행을 떠날 때 비어있는 기간 동안 가족들을 기다릴 반려동물을 생각하며 눈물짓고, 돌아오면 어디 다녀왔느냐며 냄새를 맡고 따라다니며 소리를 내는 작은 동물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고 배기랴.


 

한쪽 귀가 반 이상 떨어져 나간 프랭키는 사람 말을 할 줄 아는 고양이다. 쓰레기 더미를 거쳐 버려진 집에 도착해보니 창문 안으로 웬 남자가 보였다. 남자는 천정에 매달아 놓은 끈을 목에 걸고 의자 위에 있었다. 프랭키를 발견한 남자는 소리를 지르는 듯 입을 벌렸다. 남자는 문을 열고 뛰쳐나와 놀라 도망가려는 프랭키에게 쥐처럼 생긴 것을 던졌다. 깨어나 보니 버려진 집안이었고, 남자는 죽은 고양이가 있다며 동물병원에 전화를 걸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리하르트 골드. 사고로 아내와 아이를 잃고 사는 즐거움을 잃어버린 남자다. 실의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찰나 프랭키를 발견한 것이다. 사람 말을 할 줄 아는 프랭키를 보고 놀란다. 너무도 푹신한 침대가 있는 버려진 집에서 나가기를 거부하는 프랭키는 골드가 자기를 받아주기를 바란다. 화장실과 먹을 것이 필요하다며 골드의 코를 누르며 깨운다. 술을 마시고 침대에 쓰러져있는 그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 점차 삶의 작은 의미를 찾아가는 골드. 침대에서는 온기를 나눠주며 슬픔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건 작은 동물 프랭키였다.

 


수고양이 프랭키의 시선으로 인간을 탐구하는 소설이다. 그가 거쳐온 사람들, 그들에게 살아갈 힘을 주었지만 때로는 버림받기도 했다. 다른 동물에게 공격을 받아 귀 한쪽의 반이 잘리기도 했다. 한눈에 반한 고양이를 위해 할리우드에 가야겠다며 골드를 일으키고 수의사 안나 코마로바와도 편한 관계를 유지한다. 고양이가 바라본 인간의 신체 묘사는 재미있다. 중간에 달걀 모양의 몸체, 발이 붙은 긴 다리 네 개, 아주 큰 머리가 매달려 있는 모양새다. 인간을 목소리와 냄새로 구별하는 고양이는 자기에게 호의적인 인간일지 그렇지 않을지 금방 판별하는 것 같다.

 


고양이는 낯선 인간이 찾아오면 옷장 깊숙한 곳, 혹은 침대보 속에 숨어 냄새가 완전히 빠진 후에야 슬금슬금 나오는 낯가림이 심한 동물이기도 하다. 물론 그렇지 않은 고양이도 있다.





 

네가 하필이면 나를 만나서 안타깝다. 더 나은 사람을 만날 자격이 있는데.”

그것도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더 나은 사람을 원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바로 이게 문제다. 더 나은 걸 원하지 않는다는 것. (230페이지)


 

반려동물을 돌보며 인간은 너그러워질 줄 알고, 외로움을 덜 느끼게 된다. 화장실을 청소하고 사료와 깨끗한 물을 챙기고 쓰다듬어주는 일은 퍽 분주하다. 인간의 손길을 좋아하는 반려동물 때문에 귀가 시간도 늦출 수 없다. 심심할 새가 없으니 외로움을 느낄 시간이 부족한 까닭이다.


 

지금 상실의 고통을 느끼고 있는가. 동물을 키워보시라. 인간과 동물이 나누는 교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아닌 동물과도 우정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 서로 의지하다 보면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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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마취 상태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9
이디스 워튼 지음, 손정희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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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이디스 워튼의 후기작이 은행나무출판사에서 국내 초역으로 출간되었다.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시리즈는 다른 출판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작품으로 심플한 디자인에 호기심이 더해지는 시리즈다.

 


반마취 상태순수의 시대이선 프롬, 여름과는 다른 작품으로 미국의 상류층 가정의 화려함 뒤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과 지루함, 영적 체험 등을 나타낸 소설이다. 가정이 화목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노력과 가족을 향한 애정과 표용이 중요할 것이다. 한 사람만으로 노력으로 가능할까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한 독서였다. 소설의 주인공인 노나나 폴린 그리고 리타, 맨퍼드를 보며 각자가 가진 개성을 아낌없이 보여주며 누군가의 희생으로 깨지지 않는 것도 있다는 것을 확인해준다.





 

폴린은 상류층 부인의 전형적인 자화상이다. 다만 그 시대에는 없던 남편과의 이혼을 추진한 적극적인 인물이면서 눈가의 주름에 관한 치료와 영적인 치료법을 찾는 인물이다. 다만 이혼한 전 남편 아서 와이언트를 적극적으로 돕는다. 폴린의 아들 짐과 그의 아내 리타를 보살피는 장면은 두 가족이 폴린의 지휘 아래 움직이는 듯하다. 맨퍼드는 열정적인 폴린에 대한 지루함을, 자유분방한 리타를 보며 일탈을 꿈꾼다. 아버지의 시선이 어디에 머무는가를 확인한 노나는 그저 불안하다.

 


모든 관계가 그렇지만, 관계는 각자의 노력으로 유지되는 것 같다. 지루한 것을 참지 못하는 리타는 화려한 삶과 영화배우의 꿈을 키우고 폴린과 노나, 조지는 그녀를 붙잡으려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한다. 불안한 상태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과 지루한 삶을 견디지 못한 그들에게는 돌파구가 필요하다. 리타가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게 붙잡을 만한 장소로 함께 떠난다. 각자의 필요에 의해서다.

 


노나에게 닥친 위기는 이 가정의 위기와 같다. 총소리를 듣고 리타를 구하려 방으로 뛰어들었던 노나가 본 풍경이 무엇이었을지 짐작해본다. 밝혀진 사실과는 다른 숨겨진 진실이 폴린의 가정을 평온을 가장할 수 있게 해주었다. 다만 노나는 불면의 밤을 보낼 뿐이다. 표면적인 평온과는 다른 충격적인 기억이 노나를 잠 못 들게 한다. 진정으로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폴린의 가족에게서 보게 된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진 작품이다. 어려움을 겪은 뒤 성장하는 글이 아니다. 위기를 모면하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인물들의 정체상태에 말을 아낄 뿐이다. 상처와 고통이 피상적인 상태로 머물러 있으며, 언제라도 덧날 수 있는 불안 상태라고 봐야겠다. 위기에서 벗어난 폴린의 가정은 표면적인 평온 상태에서 얼마나 갈까. 금이 간 유리는 언제든 깨질 위기에 처한다. 불안한 현대사회의 단면을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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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것들
앤드루 포터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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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어느 한순간을 떠올리는 일은 얼마나 많은가. 그때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에 관한 수많은 명제가 우리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한때 어울렸던 친구들을 만났을 때, 함께 근무했던 예전 직장 동료들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다. 지울 수 없는 벽이 존재할뿐더러 이제는 도저히 질문에 대한 답을 말할 수 없는 순간에 이른다. 그 벽의 안과 밖에 있는 듯한 순간들을 마주한 작품이다.

 


사라진 것들은 앤드루 포터가 플래너리 오코너상을 수상한 데뷔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후 15년 만에 펴낸 소설집이라 더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열다섯 편의 짧은 소설에서 우리는 지금은 잊힌 과거의 순간을 마주한다. 한때는 젊었던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고 공허한 감각에 사로잡히는 장면들을 보여주었다.




 


삼십 대 후반에서 사십 대에 이르는 남자들은 아내와 무난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지만 평온하지는 않다. 누군가의 아내는 우울증 때문에 아이와 남편을 떠나 아파트를 얻어 생활하는 이도 있고, 아이가 물에 빠지던 순간 몸이 굳어 꼼짝도 할 수 없어 아이를 구하지 못했던 남편도 있다. 죄의식에 빠져있는 상태에서 아이는 아빠와 멀어지고 그걸 견디기 힘들어한다.

 


아마도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소설이기에 한 남자가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사람과 삶을 이루는 모습 같았다. 뒷마당의 덱에서 맥주나 와인 한잔을 들고 옆집 혹은 울타리를 멍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다. 불확실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미래가 불안한 건 당연하다. 그럼에도 평온을 가장하고 하루를 살아낸다. 술 한 잔을 마시며 하루의 피로를 잊고 진실을 마주할 힘을 얻는다.


 

소설의 배경은 텍사스의 소도시이며, 예술가이거나 같은 계통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들이 주로 나온다. 아내나 친구들은 동료 때문에 힘들고 자신의 감정에 휘둘린다. 불안한 시대, 허무와 공허의 사이에서 고통스러워한다.

 


소중한 나의 친구, 인생의 다른 수많은 일에서는 그토록 운이 좋았으나 한 번의 지독한 일격을 당한, 소중하고 또 소중한 나의 친구. 대니얼이 우리와 함께 있지 않다는 것이, 이렇게 아름다운 그의 수영장에 우리는 있는데 그는 없다는 것이 너무도 부당하게 느껴졌다. (325페이지, 사라진 것들중에서)

 


상실의 고통은 다른 무엇과 비교할 수 없다. 친구를 잃고 그의 집에서 물건들을 정리하며 과거에 머문 순간, 아릿하고도 슬픈 감정이 떠오른다. 친구를 잃는 일은 세상을 잃는 일과도 같은 법. 그 슬픈 감정을 어찌 가눌 수 있을까. 친구의 집 아름다운 수영장에 매트를 띄워 등을 대고 누워 느끼는 상실감은 아는 자만 알 것이다.

 


예전에는 우리가 젊음의 어떤 절정에 도달했다는 감각, 우리가 여전히 젊다는 게 아니라 아직 그런 척할 수 있다는, 더 젊은 자아로 슬쩍 되돌아가 다시 대학 시절의 그 사람들이 될 수 있다는 감각이 있었다. 우리는 그 놀이를 자주는 아니어도 그게 가능하다는 사실을 되새길 수 있을 만큼은 이어갔다. (111~112페이지, 라인벡중에서)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그리워한다. 어쩌면 젊은 날의 우리가 그리운지도 모르겠다. 영원히 젊을 것처럼 살았던 순간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지탱해준 원동력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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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연의 작업실 - 김호연의 사적인 소설 작업 일지
김호연 지음 / 서랍의날씨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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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점에서 베스트셀러라고 하면 출판사의 마케팅 효과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쉽게 다가가지 못하다가 마지막에서야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찾아 읽게 된다. 그렇게 읽게 된 책이 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이다. 다른 독자들의 감동적이라는 평에 나도 몰래 혹했던 이유다. 하지만 입소문이 사실이라는 걸 깨닫고는 이런 책은 꼭 읽어야 한다며 감상을 적고 다음 편 작품까지 찾아 읽는다. 작가에 대한 호기심과 그의 전작들을 살피는데 작가의 예전 작품을 읽은 적이 있었음을 알고 또한 반갑다.

 


김호연의 작업실불편한 편의점으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작가가 소설을 썼던 공간, 즉 작업실이라는 공간의 활용과 중요성, 소설 작법뿐 아니라 글이 풀리지 않을 때 읽었던 소설의 리뷰까지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부록으로 작가가 추천하는 스토리텔링 작법서까지 수록되어있어 소설을 쓰려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책이다.




 


소설편집자에서 소설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고 퇴사 후 인천에 작업실을 얻었던 순간과 작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산책 이후 소설작업을 하는 루틴의 중요성을 말하는 부분에서 소설은 노력의 결과물임을 알게 한다. 노력을 기울였으나 재미없으면, 혹은 독자들이 읽어주지 않으면 작가는 무명 작가로 머물 것이다. 어떻게 하면 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지 고민한 결과가 보인다. 호기심을 유발할 캐릭터의 중요성, 지루할 틈이 없이 이어지는 스토리텔링의 효과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작가는 다양한 작품을 읽으며 스토리텔링 기법과 작법을 배운다고 했다. 책읽기를 글쓰기의 전공필수라는 말하며 독서의 중요성을 말했다. 작업실을 무인도에 비교하며 작업실을 찾을 것, 글쓰기의 루틴을 지킬 것, 산책을 할 것이다. 작가는 1시간여의 산책을 통해 글감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했다. 작업실에 도착해서는 무조건 글을 써야 한다. 꾸준한 글쓰기가 재미있는 소설의 결과로 이어진다.

 


이십 대에서 칠십 대로 이어지는 인물 캐릭터는 세대 간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매개로 작용한다. 각자 나이에 맞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껴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나를 대입해 캐릭터에 몰입하며 읽을 수 있게 배치했던 망원동 브라더스불편한 편의점이 상당히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공감 가는 캐릭터의 탄생은 글을 쓰고자 하는 작가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원고 마감 후 출력본을 통해 다시 읽는 작업을 거친다고 하는 부분은 인상적이다. 모니터로는 보이지 않던 오타와 오문까지 보인다고 한다. 작가 스스로 모니터 요원이 될 뿐 아니라 편집자의 자세로 글을 살필 수 있다. 모니터에서 내가 작성한 글의 오타는 보이지 않고 타인의 오타는 잘 보이는 것과 닮아있다. 퇴고 작업은 또 하나의 글쓰기라는 사실, 다시 쓰는 작업을 하며 작가로서도 성장의 중요성을 말했다.


 

김호연의 사적인 소설 작업 일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작품은 글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책이다. 캐릭터 설정, 이야기의 개연성, 소설의 재미와 인물에 대하여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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