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책이 좋아서 - 책을 지나치게 사랑해 직업으로 삼은 자들의 문득 마음이 반짝하는 이야기
김동신.신연선.정세랑 지음 / 북노마드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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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디자이너들의 활동이 광범위해지며 예쁜 표지를 가진 책들이 나오고 있다는 건 반가운 소식이다. 책을 읽고 리뷰를 쓰면서 표지가 마음에 들지 않은 때에는 표지를 감추고 싶다. 심플한 디자인이면서 책의 내용을 강조한 글자 하나, 그림 한 컷이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문학 편집자에서 작가, 출판 마케터, 인터넷 서점 MD에서 프리랜서 작가, 인하우스 북디자이너에서 디자인 스튜디오 겸 출판사 운영자의 시선으로 본 책이 좋은 이야기들을 담았다. 더 나아가 앞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책에 관한 이야기이다.


 

정세랑 작가의 책을 여러 권 읽으면서 작가가 기후 위기에 대한 깊은 신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이야기를 널리 알리려 작품 속에서 독자로 하여금 기후 위기 인식을 하게끔 했다. 누군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 선봉에 작가가 서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하필, 이란 단어에 진심이 담아 넣은 책이었다. 책이 좋은 사람 여기 또 한 명이 있다고 말하고 싶은 기분이랄까. 책이 좋은 사람들이 모여 쓴 글이라 여러모로 의미 있다. 정세랑 작가는 편집자로서 경험과 작가가 된 후 느낀 점들을 표현했으며, 심사위원으로서의 고민과 심사 체계의 마련을 강조했다. 책이 좋아서 출판인이 된 이들의 존중을 강조한다. 출판인들의 고충에 공감하며 읽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용하는 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최저 원고료에도 미치지 못하는 원고료를 주면서 글쓰는 노동자들의 꿈을 이용하는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아직도 그대로라는 게 문제다.


 

예전에 트위터에서 파본 책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던 팔로우가 있었다. 읽고 싶었던 책을 판매하는 걸 보고 구매한 적이 있었는데, 작가는 파쇄해버리기에는 아까운 책에 관한 의견을 말한다. 출판사는 출판사대로 할 말이 있겠지만 파본을 파쇄에서 구하고 싶은 독자에 속하는 자로서 그 의견에 찬성하는 편이다. 작가의 말처럼 좋은 방법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북디자인의 중요성이 날로 더해간다. 출판사에서 표지 투표를 하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이다. 심혈을 기울였을 표지 중에서 가장 심플한 디자인을 선택한다. 북디자이너 김동신 작가는 표지 사진을 수록하여 비교하고 북디자인에 관한 다채로운 의견을 내놓는다. 다중축을 사용한 표지, 축을 달리하여 글자만 쓰인 표지는 깔끔함을 자랑한다. 다양한 출판사 로고를 보며 출판사의 이름을 널리 알릴 글꼴의 아름다움도 보여준다. 윗선 정렬 탈네모틀 글꼴의 기본 형태를 배운다. 북디자이너로서 출판사 로고만큼은 손댈 수 없는 마음에 공감했다. 각 출판사의 로고를 살펴보며 출판사가 가지고 있는 차별된 이미지를 비교해볼 수 있었다.

 


책이 좋아서 출판사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많다. 적은 급여에도 출판사에서 하는 일이 재미있어서 일하며 편집자와 마케터, 홍보기획자 등 각자의 분야에 최선을 다하고자 열정을 다한다. 어디서든 친절로 한 명의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강조하는 신연선의 글은 사회 생활하는 이들이 여러모로 배울 수 있는 부분이다. 도서정가제 제도 때문에 생겨난 책방이라는 공간에 대하여 말한다. 책방은 이제 도시의 문화공간으로 자리를 잡는 모양새다. 국내 여행지에서 동네 책방을 다니며 책 한 권씩 사는 일 또한 하나의 즐거움으로 자리 잡았다.


 

책 표지는 이 책이 표현하고자 하는 제목을 제대로 나타냈다. 새로운 디자인의 표지다. 책등에서 보이는 이 책이 가진 내용을 표기하는 것 같다. 책이 좋아서 책을 만드는 일을 하는 자로서 하는 이야기들이 마음에 와닿는다.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는 느낌이랄까. 좋아하는 분야에서 각자가 가진 최선의 것을 이루어내는 자들이 있어 책이 여전히 사랑받는지도 모르겠다. 하필 책이 좋아서 인터넷 서점과 책방을 기웃거리는 이들이 보면서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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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쇼맨과 운명의 바퀴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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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가 선보인 새로운 블랙 쇼맨 시리즈 블랙 쇼맨과 운명의 바퀴블랙 쇼맨과 각성하는 여자들로 발표된 소설집을 두 권의 단편집으로 출간한 것 중의 하나다. 미국에서 마술쇼에 나왔으며 트랩핸드라는 바를 운영하는 다케시와 건축사무소에 다니는 마요가 이끌어가는 미스터리 형식의 소설이다. 페이지 터너답게 순식간에 읽게 되는 마력이 있다.


 

블랙 쇼맨과 운명의 바퀴에 실린 세 편에서 첫 번째 천사의 선물은 아들의 이혼한 전처가 임신을 했다며 아이에게 상속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바를 경영하는 다케시가 법률 대리인이 되어 특유의 관찰력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아들의 아이인지 사귀는 남자의 아이인지 중요하지 않다. 어떤 의도를 숨겼느냐가 중요하다.




 

두 번째 피지 않는 나팔꽃은 딸이 죽은 후 남편까지 죽자 재산을 정리해 실버타운에 입주한 스에나가 히사코가 관리인 이시자키에게 딸의 거취를 확인해달라는 의뢰를 받는 이야기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피아노 선생님으로부터 딸을 보았다는 편지를 받은 후 딸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었던 이유였다. 기억이 흐릿해지는 경도 치매임에도 딸의 시신을 확인했던 기억을 잊지 않고 있었다. 기억은 왜곡되기 마련이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불현듯 진실을 알게 되기도 한다.

 


세 번째 작품 마지막 행운은 삼촌 다케시에게 남자를 감정해 달라고 찾아오는 미나의 이야기다. 커리어가 좋은 여성이 왜 남자와의 결혼을 중요시하는지 작위적인 느낌이 없잖았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미래에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보다 적극적인 선택과 결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우리의 문화와는 다른 것을 바라보며 우리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해본다. 이혼한 후의 상속에 대하여 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혼인 관계가 종료한 날로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한 아이에 대한 친생 추정 제도와 장기 이식 수혜제도에 대한 것이다. 스포일러가 될까 우려되어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당사자에게는 무척 간절할 것이다. 생명을 지킬 일이라면 어떤 것도 시도해보고 싶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 마음을 이해하며 읽었다.


 

블랙 쇼맨 다케시와 다소 귀여운 구석이 있는 마요의 활약이 빛나는 작품이다. 건축사무소의 리모델링 담당자인 마요가 만난 사람들은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해결하지 못할 사건을 감각적으로 바라보며 방법을 찾는 다케시의 활약이 빛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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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창창
설재인 지음 / 밝은세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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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호랑이가 태몽에 나와 용호라는 이름을 가졌다고 해서 나는 당연히 남자인 줄 알았다. 그런 나의 당연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용호는 여자였다. 여자한테 용호라는 이름이라니. 학교에서 놀림거리 되었을 건 뻔하고 이름을 바꾸고 싶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소설에서 그런 내용이 없는 걸 보니 그냥 받아들였나 보다.


 

용호의 엄마 곽문영이 드라마계의 스타작가였다면, 용호는 그저 그런 대학을 나와 취직하지 못하고 엄마한테 빌붙어있는 상태다. 뭐 하나 잘 해낸 적이 없는 용호와는 반대로 엄마는 새로운 드라마 계약을 했다. 그러던 엄마가 사라졌다. 작업복 일곱 세트와 함께 사라진 걸 보니 이건 그냥 가출이었다. 다만 엄마가 사라지면 드라마 제작사 피디는 곤란한 상황에 빠진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다른 사람은 곽문영의 딸이기에 용호도 특별한 재능이 있을 거라고 여기지만 용호는 취준생일 뿐이다. 그런 용호에게 오혜진 피디는 곽문영 작가가 돌아올 때까지 대본을 써달라고 한다.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사회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지 않은 주인공이어서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대학 졸업을 유예하며 4학년으로 버티고 있는 함장현과 함께 드라마 대본을 시작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를 맞이한다. 초짜가 쓰는 대본이 무사통과였던 거다. 무언가 너무 잘 풀리면 문제가 있는 법. 오혜진 피디가 엄마가 있을 만한 장소를 슬쩍 흘리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곁에서 지켜본 적이 있지만, 기억을 잃어간다는 건 큰 불행이다. 아팠던 기억일망정 가슴 속에 품고 있어야 내 것이 되는 법. 과거의 기억, 나 자신을 잃어가는 것이야말로 고통스러울 정도로 슬픈 일이다.

 


광혜암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은 기억을 잃어가면서도 습관적으로 해왔던 일들은 잊지 않는다. 아이에게 밥을 먹이고 청소하고 씻기는 일 같은 것. 자신에게는 할 수 없는 일을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는 베풀 수 있다는 거다. 아픈 엄마를 보살피는 함장현과 엄마를 돌보는 곽용호가 바라보아야 하는 장소는 힘든 일임에도 공동체로서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엿본다. 비록 슬픈 일이지만 상황을 받아들이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배울 수 있다.

 


아무리 기억을 잃는다고 해도 기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감정은 남는다. 내가 광혜암에서 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더 솔직히 표현하면 했지. (207페이지)


 

기억을 잃어가는 순간에도 감정은 남아있어서 습관처럼 행동하는 것이 있다. 아이를 씻기고 먹이는 일이야말로 해왔던 일이 아닌가. 죄책감으로 기억을 잃어가는 이를 바라보며 새로운 감정과 마주한다. 나를 방임했던 엄마가 아닌, 내가 있어 오늘의 작가가 된 엄마를 이해하는 순간이다. 앞으로의 용호와 다른 이들에게도 창창한 날들이 기다리고 있지 않겠는가. 그 변화의 순간에 서 있는 자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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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
이주혜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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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읽는 일이야말로 문학과 생각의 세계를 넓히는 일이다. 작품에서 만나는 인물은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이었다가, 살아갈 내일이 되기도 한다. 잊고 지냈던 기억을 떠올리고 감추고 싶었던 상처를 드러내며 나아갈 삶의 방향을 세운다. 삶은 아픔이며 슬픔, 기쁨과 즐거움, 행복, 이 모든 것을 경험하는 일이다. 아픈 과거의 기억을 안고 있는 자는 그것을 드러내기 주저한다. 애써 드러내고 싶지 않다.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쓰면서 비로소 나와 마주할 수 있다.


 

이주혜 작가의 소설을 읽기로 한 게 제목 때문이었는지 내용 때문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끌리듯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마치 소중한 내 기억과 마주한 것 같았다. 어쩌면 드러내고 싶지 않은 과거의 나, 현재의 고통, 살아가야 하는 나와 닮아 있었다. 몹시 추운 겨울날, 한 페이지씩 꺼내 읽는 서랍 속 일기장과 마주한 것 같았다.





 

일기를 쓴다는 것은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행위입니다. 객관화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방법이랄까요. (15페이지)


 

남편이 떠나고 딸과도 멀어진 관계에서 공황장애를 앓았던 여자는 정신과 치료를 받던 중 의사의 권유로 일기를 쓰게 되며 과거의 기억과 마주한다. 시옷이라는 이름으로 일기를 쓰며 공주처럼 드레스를 입고 다녔던 애니, 아픈 시간을 함께 걸었던 윤수와 윤심 남매, 그리고 수호의 이야기를 한다. 일기라고 하지만 시옷이라는 화자를 내세워서인지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1980년대의 시옷은 행복한 아이였다. 짧은 머리칼을 가진 시옷을 소년으로 보고 천상의 목소리를 가졌다며 칭찬하는 합창단 지휘자, 사업 실패로 큰 빚을 지고 집을 떠난 아버지와 집으로 들어온 제비 다방 남자는 시옷을 위로해주고 웃음을 준다. 과거와 현재의 고통을 떠올리며 자기보다 어렸을 엄마와 할머니를 이해하게 되고, 아빠와 더 가까웠던 딸 해준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일기는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 별도의 화자를 내세워 글을 쓰는 작업은 나를 객관적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함이다. 소설 속 글쓰기 강사 림자는 말한다. ‘헤어지고 싶은 기억이 있다면 기록하세요. 어떤 수치심도 글로 옮기면 견딜 만해집니다.’ (23페이지) 라고 했다. 마음속 깊은 곳에 애써 숨겨두었던 기억 파편이 시옷을 괴롭혔는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이 소설의 각 장의 제목은 으로 되어 있다. 긴 겨울의 끝을 지나 봄을 기다리는 마음, 비로소 봄이 찾아왔다는 안도감을 담은 글 같았다. 봄은 곧 희망이며 새로운 관계를 이끌어갈 수 있다. 해준이 시옷을 이해할 수 있었듯 관계도 조금씩 변해가는 게 아닐까.


 

어쩌면 나이 들어간다는 건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 것 같다. 그때는 알지 못했던 것들이 이해되는 순간이다. 우리 모두 같은 시간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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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
강재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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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겸 산림 교육 전문가 강재훈의 사진 에세이 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은 나무 사진을 찍으며 살아온 삶의 이야기이다. 잊지 말아야 할 나무의 존재는 친구처럼 다가와 나를 위로한다. 늘 그 자리에 있었던 나무가 어느 순간 베어지고 새로운 삶을 발견한다. 어쩐지 우리에게 익숙한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떠올리게 한다. 세 청년이 함께 떠난 여행길에서 만난 나무는 처음엔 설렘을 주었고, 오랜 시간이 지나 방문했을 때는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점점 커가는 나무, 삶의 궤를 같이하는 친구 같은 나무를 보며 자연이 주는 푸근함을 엿보게 한다.

 


마음의 눈으로 보고 계조를 살려내는 구성이 따라야 원하는 사진이 그려질 수 있다고 했던가. 차분히 앉아 생각을 멈춰 본다. 시선을 한곳에 두니 생각이 나간 자리에 고요한 빛이 들어와 사진 한 장을 남기고 간다. 내가 훨씬 가벼워진 느낌이다. (51페이지)





 

저자는 사진 기자로 일하면서 휴가를 내어 전국의 분교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 다니던 도로에서 눈에 밟히는 나무 한 그루에 매료되어 마치 친구에게 하듯 나무에게 말을 건넸다. 길을 달리며 보았던 나무는 마치 이정표처럼 기다려주었고, 그를 지켜주었다.

 


나무는 가로막힌 철망을 뚫고도 살아남았다. 살기 위해 고통을 무릅썼을 나무를 바라보며 삶의 겸허한 자세를 배운다. 비바람에 찢기고 아물기를 반복했을 나무는 죽지 않으려 껍질을 철망 틈새로 감아올렸다. 쓸쓸한 마음을 내비치는 저자의 글에서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자연을 함부로 대하지 않으려는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산행을 할 때 커다란 바위틈에서 자라던 나무를 본 적이 있다. 조그만 틈새에서 자라고 꽃을 피우는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면서 자연의 힘을 느꼈다. 정원의 담장 밑에서 커다란 바위와 엉켜 자라는 사진을 수록했는데 보면 볼수록 신기하다. 바위를 갈라 뿌리를 내려 바위와 함께 자라는 나무였다. 살기 위해 바위마저 가른 소나무를 충신 정경의 후손, 그 힘과 기상을 닮았다고 표현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나무 사진을 찍으러 전국을 누빈 작가의 사진은 아름답다. 고고하게 서 있는 나무, 붉은 꽃을 피운 나무, 달빛을 받은 나무 들이다. 나무를 심을 때 크게 자랄 것을 대비해 5 미터 정도 띄우라고 한다. 하지만 아직 작은 나무라 2미터 정도로 심어 놓으면 서로 맞닿아 제대로 나뭇가지를 펼치지 못한다. 산소에 있던 동백나무를 보니 두 나무가 마치 한 나무처럼 양쪽으로 가지를 펼치고 맞닿아 있는 부분은 가지를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웃한 두 나무가 서로를 배려하며 닿지 않게 자라는 것을 수관기피 현상이라고 한다.

 


이것을 보며 우리 삶을 돌아볼 수 있다. 이웃한 나무와 햇빛을 함께 나눠 가지는 마음을 인간이 배워야 할 부분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 배려하고 존중하는 삶을 나무에게 배운다. 이것이야말로 삶의 통찰이다.




 


뿌리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혼자는 견뎌 내기 쉽지 않은 게 세상살이다. 그래서 나와 너로 나누기보다 우리가 되어 보자는 것이다. 내가 너보다 나아야 하고 우리가 너희 보다 잘 살아야 한다는 우월 경쟁을 내려놓으면 된다. 너와 내가 함께 잘 사는 방법은 작은 실천에서 비롯된다. 나무가 수관기피 현상으로 보여 주듯 사람도 곁을 함께하는 사람에게 양보하고 나눌 줄 안다면 바로 그게 배려다. 배려는 함께 잘 사는 공존을 낳는다. (155페이지)

 


나무 사진이 수록된 책은 공부하듯 읽으려고 선택한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숲 산책을 하다가 반듯하게 자라지 못하고 휘어진 나무를 발견했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가지를 펼치고 있었다.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베어지고 뽑히는 산림 자원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인간이 오래도록 지구에 살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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