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더 컬러풀 - 아프리카를 만나는 가장 황홀한 방법
케이채 지음 / 각광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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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아프리카는 내전 때문에 기아에 허덕이는 가난한 나라. 동물이 많은 나라, 아주 어린 아이부터 에이즈에 감염되어 나이가 들기전에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기도 하는 나라 정도였다. TV에서보는 아프리카와 사진에서 만나는 아프리카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가난에 허덕여 웃음이라고는 볼수 없을거라는 우리의 예상과는 다르게 아프리카에도 사람사는 모습이 있었다. 음식을 만들어 팔고, 사진을 찍을 때는 환하게 미소를 지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편견에 의해 아프리카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너무 가난해 얼굴에 미소조차 짓지 않으리라 생각했을까. 편견이 이렇게 무섭구나. 사진작가인 케이채의 사진집 『아프리카 더 컬러풀』을 보며, 아프리카의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운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아프리카가 가진 고유한 아름다움과 아프리카의 풍경을 보며 우리 마음이 행복해질수도 있다는 것을.

 

 

위 사진속에서처럼, 밝게 웃는 아이들의 미소에서 그들만의 천진함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아래 사진과 같은, 너무나 멋진 나무를 보자. 초록색 나뭇잎하나 없는 앙상한 가지만 있는데도, 무어라 말을 건네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저자는 이 사진을 가리켜 '마치 동무가 되어 달라고 손을 흔드는 듯 했다.' 라고 표현했다.

 

사진집이기에 나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볼수는 없었지만, 작가가 사진을 찍었을 그 감정들, 시간들에 의해 느꼈을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풍경에 반했을 정경이 그려졌다. 우리는 사진을 바라보며 아프리카를 느낀다. 아프리카의 자유로움을.

 

 

 

 

넓디넓은 평원에서 자유롭게 뛰어가는 동물들의 사진도 아름다움 그 자체다. 아래 사진들 속의 얼룩말이 무리지어 있는 모습과, 기린이 나무 앞에 서있는 사진을 보면, 아프리카만이 가질수 있는 풍경이 아닐까.

 

 

 

 

아래 왼쪽의 사진은 탄자니아의 잔지바르의 바다 사진이다. 사진만 봐서는 유명 휴양지의 바다 못지 않은 사진이다. 마치 물감을 칠해놓은 것처럼 바다는 초록빛과 파란빛을 함께 품고 있다. 바닷물은 바닷속이 다 들여다 보일만큼 너무도 맑아 보인다. 사진 속의 바다에 있었으면 하는 감정을 갖게 한다.

 

오른쪽 사진의 아프리카의 밤하늘은 또 어떤가. 아프리카의 검푸른 하늘에 별빛이 가득하다. 밤하늘의 별, 점점이 빛나는 별빛에 그저 사진을 바라보고만 있다. 아름다운 별빛에 그저 눈이 부시다.

 

 

 

 

아래의 사진들은 말리 도곤 컨트리의 마스크이다. 마스크가 사람보다 더 크고 화려하다. 마스크를 만든 사람들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아름다운 마스크를 만들어내고 그걸 뽐내는걸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사하라의 사막도 사진을 찍는 시간에 따라 회색빛 언덕이 되었다가 검푸른 파도가 되었다가, 노을진 모래 언덕에서는 낙타들이 걷는 길이 되기도 한다. 저자는 사하라 사막을 가리켜 '사람 살기 힘든 곳. 낙타 살기 좋은 곳' 이라고 표현했다. 사막마저 아프리카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모로코의 골목길 풍경은 내가 좋아하는 푸른 빛이다. 하늘의 파랑, 바다의 파랑을 닮은 빛. 온통 파랑으로 칠해놓은 골목길에 그만 마음을 빼앗기도 만다. 저 길을 걷고 있었을 작가의 밝은 표정이 보이는 것 같다.

 

 

사진은 참 많은 것을 전해준다. 그 시간들의 멈춤. 그 시간들의 기억을 일깨운다. 어딘가를 향할때 늘 사진을 찍는데, 그 시간들을 기억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사진들 속에서 우리는 함께 했던 이들을 생각하고, 지나온 시간들을 추억하기도 한다.

 

저자의 두 번의 아프리카 여행이 사진집을 보는 우리들에게 새로운 아프리카의 시간들을 선사한다. 아름다운 아프리카, 가고 싶은 아프리카. 사랑스러운 아프리카가 되었다. 총천연색의 빛을 발하는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풍경. 새로운 아프리카를 발견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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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지음, 김정아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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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책은 몇 번을 읽어도 마치 처음 읽는 것처럼 설레이고, 다음의 내용이 어떻게 진행될까 궁금해지는것 같다. 물론 다 아는 내용임에도 다음 내용을 기대하기도 한다. 또한 자신이 읽었던 책과는 다른 출판사, 다른 판형이면 그 생소함이 더할 것이다.

 

 

   제인 오스틴은 영화로 먼저 만났다. 키이라 나이틀리가 주연한 영화 「오만과 편견」를 보고, 책을 읽고, 제인 오스틴의 책들을 찾아 읽었다. 소설 같은 경우 많이 읽어야 한두 번 읽는데 『오만과 편견』만은 몇 번을 읽어도 여전히 좋다. 제인 오스틴의 이야기인 영화 「비커밍 제인」도 얼마나 재미있었던가. 조금이라도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인의 이야기인 「비커밍 제인」도 봐야했다.

 

   시간이 지난 후, 펭귄클래식코리아에서 2,000권 한정판으로 나온 『오만과 편견』을 발견했다. 바로 구입하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이웃분으로부터 선물이라며 이 책을 구입해주셨다. 몇 번의 넘버링이 찍힌 책이 올까, 책을 받자마자 넘버링부터 확인했다. 책도 잘 만들어졌고, 표지 또한 고급스럽다.

 

 

   결혼 적령기의 여성들과 남성들의 결혼관을 알아볼 수 있는 책이다. 사랑에 있어서 사랑하는 사람외에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 같지만, 세상은 자신의 잣대로만 살 수는 없는 법. 상대방 이성의 재산, 사회적 지위 등을 보지 않을 수 없다. 우스갯 소리로 결혼하려는 여성을 보려면 여성의 어머니를 보라고 할 정도로 가족 구성원의 특징도 중요한 법이다. 어머니는 딸들의 거울일 수도 있으므로 이런 말들도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와는 전혀 다른 생각으로, 지성을 겸비한 딸들도 있다는 점을 이 책에서는 보여준다.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의 이야기는 어쩌면 지금의 세태와도 많이 닮았다. 결혼하기 위해서 상대방의 재산을 보고, 집안도 살펴보는 법. 결혼은 개인과 개인이 만나는 것 보다도 집안과 집안이 얽혀지기 때문에 주변에서 결혼을 말리기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말이다. 예를 들면, 베넷가의 제인은 아름답지만, 그 어머니와 엘리자베스를 제외한 여동생들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 빙리의 마음을 돌리려 한 다아시 씨의 행동에서도 알 수 있다. 마을에서 열리는 무도회는 결혼을 하려고 하는 여성들과 남성들이 만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마음에 드는 상대와 몇 번의 춤을 추고 그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사람은 그 사람의 첫인상에 의해 편견을 갖게 되는 수가 있다. 첫인상이 차갑고, 무심코 흘린 말 한마디 때문에 그 사람은 오만하다는 편견을 갖게 되는 수가 있다. 첫 번째 무도회에서 다아시 씨의 말을 들은 엘리자베스의 편견이 그랬다. 또한 베넷가의 어머니와 여동생들때문에 말을 섞고 싶지 않다고 했던 빙리양이나 다아시 씨의 편견도 그랬다.

 

   또한 우리는 얼굴이 잘생기고 사근사근한 성격을 지닌 사람이 무슨 말을 했을때 그대로 믿는 경향이 있다. 부대 소속 위컴이 다아시 씨에 대한 이야기를 할때 엘리자베스가 완전히 믿어버렸던 것처럼. 진실을 알기 전에는 자신이 잘못 알았다는 것도 알지 못하고, 상대방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바꾸려 하지 않은 엘리자베스처럼 말이다.

 

 

 

   서로가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던 사람들이 사랑을 확인하는 것 또한 진실을 알았을 때의 일이다. 사실은 다아시 씨가 위컴에게 했던 행동은 위컴이 그릇된 행동을 했기 때문이었음을 아주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또한 자신의 가족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길때도, 싫어했던 위컴을 도운 것도 오로지 엘리자베스를 위한 것이었음을 나중에서야 알게 된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엘리자베스를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되더군요. 애쓴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요. 감정은 어떻게 할 수가 없네요. 제가 당신을 얼마나 열렬히 흠모하고 사랑하는지를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256페이지)

 

   제인 오스틴의 여러 소설 중에서 단연코 제일 재미있는 작품, 로맨스 소설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오만과 편견』은 제인 오스틴이 바라는 로맨스를 말하는 내용이 아닌가 싶다. 영화「비커밍 제인」에서처럼, 사랑하는 남자와 같이 도망가려고 했지만, 남자 집안의 반대로 나타나지 않아 결혼하지 못한 마음들을 소설에서는 이루고 싶었기 때문일까. 『오만과 편견』은 이처럼 제인 오스틴의 염원을 담은 것일수도 있다. 이제 다시 영화를 보고 싶다. 엘리자베스를 향한 다아시 씨의 그윽한 눈빛을 영화 화면에서 다시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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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09-30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참 예뻐요.
영화에서 다아시가 처음엔 거슬렸는데 볼수록 매력적이었어요^^
오만과 편견은 저도 좋아하는 책, 영화입니다.

Breeze 2014-09-30 10:20   좋아요 0 | URL
영화를 폰에 넣어두고서도 한번씩 들여다 보는데, 정말 좋습니다.^^

꼬마요정 2014-11-17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즈님~ 저도 오만과 편견, 비커밍 제인 너무 좋아요!! 물론 맥어보이.. 영향도 있지만요. ^^;;

<제인 오스틴의 후회>도 보시면 좋을 듯 싶어요. 제인이 죽어가면서 느낀 감정들을 담고 있는데 가슴이 짠하더라구요.

Breeze 2014-11-17 18:53   좋아요 0 | URL
네에. 제임스 맥어보이 멋진 남자죠. `제인오스틴의 후회` 기억해둘게요.
 
메이드 인 공장 - 소설가 김중혁의 입체적인 공장 산책기
김중혁 글.그림 / 한겨레출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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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장을 가본적이 있을까, 곰곰 생각해보니, 맥주를 잘 마시지도 못할때 맥주 공장 견학 가본적이 있었다. 기계식으로 맥주병이 하나씩 정리되어서 나오는데 무척 신기했었고, 맥주잔으로 한잔 반이 나오는 맥주 한 병씩을 나누어 주었었다. 그땐 맥주 마시지도 못했는데, 그 맥주를 어떻게 했을까. 같이 간 나이 든 사람에게 나눠주었을까 싶다. 지금 맥주공장 견학간다면 엄청 맛나게 마실텐데. 오히려 몇개 더 달라고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후배 남편이 맥주 회사를 다닌다. 우리끼리 모임을 하고 있다가도 그집 신랑이 오면 혹시 다른 맥주일경우 당황해서 숨길 정도이다. 집에서 마시는 맥주도 후배의 신랑때문에 맥주 회사를 바꿨을 정도다. 그래서인가, 가끔씩 후배의 집에 갈때면 맥주 한 박스 씩을 챙겨준다. 맥주 맛을 잘 알지 못하지만 마셔보지 못한 맥주 맛을 보고 싶은 호기심이 왕성하여 후배 몰래 세계 맥주를 사서 마시기도 하지만, 우리집 맥주는 후배 남편이 다시는 회사의 맥주이다. 김중혁 작가의 공장 산책기중 내가 좋아하는 맥주 공장 산책기를 보고 갑자기 맥주 생각이 나는 건 나 뿐일까?

 

 

맥주가 없었다면 힘든 시간을 어떻게 보냈을까, 어색한 시간을 어떻게 견뎠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소주가 서로를 위로하는 술이라면, 맥주는 서로를 격려하는 술일 것이다. 나는 맥주가 가진 시원한 힘을 믿는 편이다. (222페이지)

 

 

김중혁 작가의 글을 참 좋아하는데, 그의 에세이는 더 좋아한다. 그의 사인은 또하나의 작품이기 때문에 사인본에 눈을 밝히기도 한다. 김중혁 작가가 한겨레 신문에 일년동안 연재한 공장 산책기를 책으로 엮어 나온 책이 『메이드 인 공장』이다. 작가 답게 그는 제지 공장부터 다녀왔고, 콘돔이며 브래지어, 맥주에서 라면 공장까지 총 14개의 공장과 자신이 책을 만드는 과정인 김중혁 글 공장 산책기까지 들어 있어, 작가가 바라본 각각의 공장에 대한 생각과 공장에 얽힌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더불어 아래 사진에서처럼 그의 일러스트까지 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수많은 종이를 써야 하는 글을 쓰는 작가라는 직업 때문에, 혹은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의 호기심 때문에, 그는 제지 공장을 먼저 다녀왔다. 나도 종이 책이 좋기 때문에, 종이에 들어 있는 글을 사랑하기 때문에 작가가 종이에 대한 생각을 담은 제지 공장 산책기를 읽는데 많은 부분을 공감하며 읽게 되었다.

 

 

  종이가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덜 현명한 사람이었을 것이고, 덜 낭만적인 사람이었을 것이고, 덜 아는 사람이었을 것이고, 덜 사랑하는 사람이었을것이다. (27페이지) 이 부분을 읽는데 나도 종이를 사랑하는 낭만적인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보다 종이를 사랑하는 사람이고싶고, 종이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종이 뿐만 아니다. 내가 이십대 때나 더 어렸을때 성에 대해 얘기하는 걸 쉬쉬 했었다. 작가도 책에서 말했지만 어디 콘돔을 제대로 살수나 있었나 말이다. 작가가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예전의 영화(요즘 새로 리메이크 된 작품이기도 하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박중훈이 약국에 콘돔을 사러갔다가 '콘'자만 열심히 발음하다가 못사고 나왔던 시절이기도 했다. 콘돔 공장에 방문해 콘돔에 대한 이야기를 말한 부분을 보면서 세상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요즘엔 과일 냄새나는 콘돔도 있고, 크기에 다른 여러 모양의 콘돔도 있다고 하니, 사실 콘돔 공장을 구경해 보면 굉장히 재미있을거란 생각도 했다.

 

 

 

아마 여자들에게는 콘돔 공장이 얼굴 붉힐 일이고, 남자들에게는 브래지어 공장이 얼굴이 빨개질 일이 아닐까. 작가가 브래지어 공장을 방문했을때, 브래지어를 만지작거리며 설명하는 남자 사장님을 보며 얼굴이 빨개진 작가를 만나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는 일이었다. 후크를 끌러보기만 했었던 남자 작가의 브래지어에 대한 호기심, 말할 때마다 괄호 열고 '흐으음' 거리는 추임새도 즐거웠다.

 

 

여러 공장을 방문했지만, 자신의 글을 만드는 김중혁 글 공장 산책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위 오른쪽 사진에서처럼 글감 분류실, 숙성 공장, 소설 공장, 수필 공장, 그림 공장 등 다섯 개의 작업장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작업장의 크기는 작지만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곳이 수필 공장이며, 생산량과 수익성이 높은 곳도 수필 공장이라고 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의 인건비가 비싸 중국이나 베트남 등지로 공장이 이전해 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인건비 때문에 기계가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사람들은 점점 일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기계가 대신하는 공장에서도 사람 손에 의해 만들어지는 물건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도 알겠다. 김중혁 작가의 공장 산책기를 읽으며, 우리가 잊고 있었던 물건들(예를 들면, 엘피 레코드 등)에 대한 애착도 다시 갖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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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공장 - 소설가 김중혁의 입체적인 공장 산책기
김중혁 글.그림 / 한겨레출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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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플을 사용해보니 이거 참 괜찮다.
트위터 한지는 꽤 되었으나 페이스북은 한지 얼마되지 않아 조금 버벅거리는 수준이다.

그래서일까
북플과 페이스북이 비슷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훨씬 더 다양하게 사용할수 있고. 간편하게 책을 검색해볼수 있는게 좋다.

알라딘에서 이렇게 편리한 앱을 만들다니, 알라딘 대단하다.

몇장남은 김중혁작가의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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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의 역사
최민석 지음 / 민음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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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허풍을 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사실에 입각한 이야기를 하는 건 괜찮은데, 완전히 각색을 하여 말하는 사람들, 그것도 과대하게 포장하여 말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누구한테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진실성이 없어서이다. 진실성이 없는 사람은 습관처럼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과대포장하여 이야기하며, 또 이야기 하는 걸 즐기는 사람일테다. 물론 글로 읽는 허풍은 괜찮다. 각색하여 글로 나타낸 것도 괜찮다. 이런 책들을 읽다보면 저절로 미소를 짓고, 그 다음 이야기를 어떻게 허풍을 치나, 궁금하기도 한 까닭이다.

 

『쿨한 여자』의 최민석이 이번엔 『풍의 역사』로 한바탕 허풍을 치는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건넨다. 바람 풍에 이풍이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허풍으로 불렸던 이, 이풍의 아들인 이구 또한 이구 라는 이름보다는 허구라는 이름으로, 이풍의 손자 이언은 역시 할아버지의 이름을 따 허언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삼대의 허풍 이야기다. 허풍에서 허구, 허언. 이들 모두가 하는 말들은 한마디로 구라라는 거다. 바람처럼 부풀리고, 입으로 나온 말들은 다 거짓말이라는 것, 글을 쓰는 것 또한 거의 각색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것이다. 일제 강점기부터 근현대사를 망라해 근현대사의 운명속에 휘몰아쳤던 한 사내의 일대기, 즉 손자가 할아버지인 이풍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건네고 있는것이다. 한 편의 이야기는 세계의 역사를, 한국의 역사를 말하기도 했다.

 

 

바람따라 세상을 떠도는 풍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가 세상에 태어났다. 때는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였다. 나이가 얼마 되지 않는데도 키가 장신이었고, 나이를 알 수 없었던 이풍은 미소년을 탐내기로 유명한 서른살의 아줌마로부터 여섯살의 금순이까지 탐낼 정도로 기골이 장대하고 잘생긴 소년이었다. 풍이 한 눈에 반하게 한 소녀가 있었으니 그녀의 이름은 수선이었다. 수선은 풍에게 밤이라 불렸고, 밤이란 이름은 풍의 인생에서 아주 많은 역할게 하게 된다. 밤톨처럼 귀엽고 얼굴이 동그랗다라는 이유로 애칭처럼 밤이라 불렀던 것이, 저 머나먼 오키나와 전투에서는 밤(bomb, 폭격)으로 들렸고, 베트남에서는 밤(bam, 베트남어 썰다)으로 들려 그의 인생이 운명의 바다에 회오리치는 과정을 겪었던 것이다.

 

 

그의 그런 삶에는 일본의 앞잡이로, 베트남의 마약밀수업자로, 혹은 고문관으로 이풍의 인생에 여기저기 기웃거리게 되는 앞잡이가 있었고, 그의 반평생을 함께 하며 이 풍의 삶을 들었다 놨다하는 오중사가 있었다.

 

 

 

삶에는 언제나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는 순간 비로소 진실이 되는 게 있단다. (43페이지)

 

삶은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전혀 생각지 못했던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사람의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느냐에 따라서 잘 풀리기도 하고 내리막으로 치닫기도 하는것 같다. 그래서 어른들은 친구들을 잘 사귀어야 한다고 했던 것처럼. 풍에게 오중사나 앞잡이가 없었다면 첫사랑 밤과 자신의 고향 중도에서 별일없이 살았을수도 있다. 하지만 오중사나 앞잡이가 있었기 때문에 풍은 일본이 제2차세계대전을 치룰때 일본군으로 참전했고, 나이 마흔이 넘어 베트남전쟁에 참전하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인간은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를 때 불안하지만, 사실 그때가 가장 인간다운 거란다. (254페이지)

 

 

최민석의『풍의 역사』는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때론 허풍쟁이인 이풍의 이야기에 웃고, 전쟁의 한복판에 있었을 것을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안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풍의 허풍에 웃을수 밖에 없었다. 이름도 어쩌면 이렇게 재미있게 지었는지, 다시한번 최민석의 위트있는 글에 즐거워했다.

 

 

토요일자 신문의 '책의 향기' 코너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 얼른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역시나 내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 최민석 작가의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인 『능력자』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때론 슬픔속에 침잠하는 글도 자주 읽는 편이지만, 책을 읽으면서 즐거운 기분이 드는 이런 책들이 정말 좋다. 희대의 입담꾼 최민석이 건네는 이야기에 몇 시간 동안 아주 즐거웠다.

 

 

아, 갑자기 이름에 풍 들어간 어떤 아저씨에게 '바람풍 아저씨'라고 부르곤 하는데, 이풍의 허풍 이야기를 들려주면 어떨까, 싶다.

 

P.S. 이 책의 표지는 그냥 보았을때는 은색의 풍風자인데, 책을 기울이거나 사진을 찍으면 이처럼 오묘한 무지개색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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