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지 않는 꿈도 괜찮아 - 내적 성장을 위한 지친 마음 다스리기
김선현 지음 / 베가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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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보는 것은 나를 위로하는 일. 글이 없으면 못 살 것 같은데, 그림 관련 책은 글이 없어도 수록된 그림만으로도 좋다. 글 보다 오히려 그림이 주는 위로가 크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동안 보았던 미술 서적은 오래전의 그림 위주였다. 반면 이번 책은 최근에 그린 그림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어 그 즐거움이 컸다. 김선우, 콰야, 데이비드 호크니, 에드워드 호퍼, 아담 핸들러 등 수록된 그림만 해도 73점이 된다.

 





최근 MBTI로 자신의 성격을 나타내는 추세다. MBTI로 분류하여 그에 맞는 그림을 소개했는데, 자신의 유형에 맞는 그림과 자신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그림을 소개했다. MBTI 성향을 그림으로 재 해석한 국내의 유일무이한 책이라고 하니 그 의미가 크다

 

나의 MBTI는 테스트할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긴 하는데, 첫 번째가 ISFJ이며 두 번째가 INTJ. 혈액형이나 다른 심리 테스트와 다를 바 없는 것 같긴 하다. 정확하게 맞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프롤로그와 목차를 읽고는 당연하다는 듯 MBTI로 알아보는 나만의 그림을 먼저 찾았다. 평소의 나는 글의 순서대로 차근차근 읽어나가는 편인데 말이다. 내 성향에 맞는 그림에 관심을 두고 바라보았다. 성격 유형을 설명하는 부분보다 그림이 와닿아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아서 해커, <그림에 빠지다>

 

 

큰 사고를 겪었을 때 잘 극복하는 듯해 보이는 사람이 더 위험할 수도 있다. 애써 슬픔의 감정을 참으려고 하다 보면 어느 순간 표출할 수밖에 없다. 어릴 때부터 감정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른이 되어서도 감정 때문에 힘들어하게 된다. 감정의 표현을 더 늦기 전에 시작해보라고 권한다. 나의 감정을 제대로 알 수 있어야 컨트롤 할 수 있는 법이다. 초록색과 파랑이 많이 사용된 김선우 작가의 그림은 우리를 기분 좋게 한다. 파랑과 초록이 주는 화려한 색채만큼 감정을 어루만져 주는 것 같다.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방법도, 질풍노도의 시기를 잘 이겨내는 방법도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렵고 힘든 시기를 거치는 이들을 위한 위로의 그림도 있다. 사춘기를 호되게 보내는 중학생을 비롯해 고등학생, 불투명한 미래를 그려야 하는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그림 치료법을 권한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글을 읽지 않아도 된다. 그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았다. 오래전에 내가 느껴왔던 치료 방법이다.

 

 



 

묘지에 앉은 여인의 모습이 보입니다. 인간인 이상 누구나 겪는 아픔이지요.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기에 그리워하되 너무 매몰되어서는 안 돼요. Life goes on. 삶은, 그렇게 계속되니까요. (138페이지)

 

미술 치료계의 최고 권위자가 권하는 치료법이니 확신을 가져도 좋겠다. 그림의 힘과 더불어 지치고 힘든 이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자신의 MBTI에 맞는 그림을 보고 비교해보는 즐거움이 크다.

 

MZ세대를 대표하는 화가의 그림과 그들을 위해 짧은 설명과 그림 수록으로 세대를 아우르는 책이라고 볼 수 있겠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무 페이지를 펼쳐도 그림에 빠져들게 하는 효과가 있다. 나를 알기 위해 MBTI 테스트를 하듯, 나에게 가까워지기 위해 책을 펼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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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한국어 오늘의 젊은 작가 42
문지혁 지음 / 민음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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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태어나 걷기까지의 과정이 필요하듯 말을 배우고 글을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나의 단어와 그 뜻을 알아가는 시간, 문학 작품을 들여다보며 우리의 삶을 반추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 일. 문학이 가진 힘이 아닐까 한다.

 


초급 한국어가 아직 등단하지 못한 문지혁이 뉴욕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내용이었다면, 중급 한국어는 이후의 이야기다. 책을 두 권 내기는 했지만, 여전히 등단하지 못했으며 작가라고 말하지 못한다. 글쓰기에 관한 고민을 하고 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비정규직 강사로 나온다. 작가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듯 자전적인 소설이다. 작가의 경험과 상황 그대로를 가져오면서도 다른 에피소드를 입혀 새로운 인물을 창조해내는 게 글쓰기, 즉 소설이 된다.

 





학생들에게 문학 작품으로 글쓰기 강의를 하고, 각자의 작품을 써 토론하며 작품집을 만드는 게 문지혁이 맡은 커리큘럼이었다. 미국에서는 영어로 한국어를 가르쳤다면, 한국에서는 한국어로 글쓰기를 가르쳐야 했다. 글쓰기 강의와 함께 아내 은혜, 아이 은채의 이야기가 있어 내용은 더 풍부해진다. 은혜가 코로나에 확진되어 비대면 수업 시, 갑자기 들어온 아이 때문에 곤란했을 때 수업 내내 화면을 꺼놓고 있던 학생들이 일제히 불을 밝히고 아이에게 인사를 했던 것처럼 아이가 주는 감정은 남다르다. 모르는 사람도 다정하게 만드는 역할을 아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지만, 아직 작가라고 말하기에는 어색한 문지혁의 글쓰기에 관한 고민은 여전했다. 그와 달리 말을 배우는 은채의 에피소드는 여전히 우리를 미소 짓게 한다. 맞춤법이 틀린 아이는 그와 상관없이 글을 배워가는 과정이다. 수업을 배우는 이들도 은채와 다르지 않다.

 


그가 글쓰기 수업에서 사용한 문학 작품을 살펴보자. ‘고통챕터에 사용한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은 전에 읽었음에도 느낌이 달랐다. 어떤 것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아이의 생일에 맞춰 둔 케이크와 죽음, 항의하는 빵집 가게 주인이 건네준 빵이 의미하는 것들. 고통과 비극에 맞서 싸우는 게 다름 아닌 롤빵의 위로였다는 것을 배운다.

 


우리가 글을 쓸 때 실패하는 이유는 자꾸만 멋지고 근사한 무언가를 만들어 내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플롯을 짜고, 비유를 고민하고, 문장을 다듬고 …… 이런 게 다가 아니에요 좋은 글은 거기서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좋은 글은 뭐예요? 내가 잘 아는 글입니다. 나를 잘 드러내는 글입니다. 거짓말하지 않는 글이에요. 그러러면 어쩔 수 없이 나 자신, 내 주변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삶이 곧 텍스트예요. (154페이지)

 


수업 과정에서 사용하는 작품은 작가의 경험과 그에 관한 통찰이 묻어난다. 작가의 경험은 종종 소설의 토대가 된다.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소설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자전적 소설을 읽을 때면 작가와 가까워지는 것 같다.

 




작가가 글쓰기 수업에 사용하는 작품 리스트를 살펴본다. 셰익스피어, 제임스 조이스, 체호프, 카프카, 오코너, 카버, 오스터다. 롤랑 바르트의 애도일기는 어머니를 잃고 2년을 써 내려간 메모를 모은 책이다. 바르트가 제과점에 빵을 사러 갔다가 어머니가 말했던 단어를 듣고는 집으로 돌아와 혼자 운다. 5년 전 엄마를 잃은 나는 엄마의 부재가 실감 나지 않았다. 불시에 찾아온 감정에 통곡했던 적이 있었다. 얼마 전에 엄마를 잃은 남편 또한 그러지 않을까. 순간순간 찾아온 감정에 혼자서 슬퍼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의 글쓰기도 이와 같아야 할지 모릅니다. 귀담아듣고, 오랫동안 바라보고, 새롭게 발견하는 것. 글쓰기란 그런 일이고 노력이고 태도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몰랐던 곳, 새로운 지점, 깊은 통찰에 이르게 됩니다. 바르트가 자신의 슬픔을 발견한 뒤, “가장 추상적인 장소의 가장 뜨거운 지점에 자신의 슬픔이 놓여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죠. (175~176페이지)

 


일상의 다르고 깊은 시선이 새로운 글쓰기의 태도라고 말한다. 작가와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차이점이 아닐까. 작가의 깊은 시선과 통찰이 글쓰기로 이어져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여전히 글쓰기에 관한 고민이 보였고, 삶의 기쁨과 원동력이 되는 소중한 존재와 문학적인 성찰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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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읽는 노자 - 오십부터는 인생관이 달라져야 한다
박영규 지음 / 원앤원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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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모상을 치르고 생각이 많아졌다. 인간의 삶이 영원할 것 같지만 아주 짧다는 사실과 그동안의 삶을 반추해보았다. 내가 잘못했던 일이 먼저 떠올랐고, 내게 주신 사랑에 보답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한편으로 인생이 이렇게 짧고 허무한데 우리는 영원히 살 것처럼 아웅다웅하지 않는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고, 최소한의 것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지 않겠나. 깨달음을 얻었다

 


나이 오십은 평균적으로 보았을 때 소위 백세 시대의 딱 중간이다. 덜도 더도 아닌. 그 나이에서 우리는 과거를 뒤돌아보고, 미래의 삶을 생각해야 하는 때다. 그때는 옳다고 여겼으나 지금은 아닌 것들이 많다. 떠올려보면 후회가 많은데, 지금도 똑같이 행동한다면 문제일 터다. 마음을 다잡고 인생의 후반기를 생각하는 게 좋은 때다.




 


오십이 넘은 나이, ‘인생 전반전에 대한 반성문이자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는 나에게 바치는 나만의 도덕경이라고 저자는 밝혔다. 따라서 인생의 전반전을 살아온 우리에게 제시하는 삶의 지침서라고 봐도 좋겠다. 멈춤과 비움에서 오는 깊은 통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오십은 삶에서 꽤 의미 있는 나이이긴 한가 보다. ‘오십에 읽는시리즈의 동양철학서가 꽤 나온 걸로 보면 말이다. 내 경우는 전부터 도덕경을 읽고 싶었던 생각으로 이 책을 읽었는데, 꽤 많은 사람이 좋아할 만한, 그리고 읽어야 할 동양철학서로 인식될 것 같았다.

 


이 책에서 밝힌 도덕경의 중요한 골자는 멈춤과 비움 그리고 통찰이다. 유방을 도와 천하통일에 큰 공을 세운 한신과 장량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토사구팽이 권력의 속성임을 안 장량은 지방으로 내려가 민생을 살피는 데 주력했고, 한신은 본인이 황제가 되려고 나섰다가 목숨을 잃었다. 멈춤의 지혜를 알지 못했던 결과다. 저자 또한 삶의 속도를 늦추고 멈추는 습관을 들였더니 다른 세상이 보였다고 말했다.

 


산책을 하며 내 길을 걷고, 발견하고, 세상과 연결되고 소통한다. 산책이 없으면 나는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며 내가 좋아하는 일도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릴 것이다.

산책을 할 동안 나는 모든 걸 버린다. 과거의 나를 버리고 욕심을 버리고 집착을 버린다. 그럼으로써 나는 모든 걸 얻는다. 비워진 머릿속에 새로운 지식들이 채워지고 비워진 마음속에 새로운 영감들이 채워진다. (215페이지)

 


산책을 하며 마음을 비우고, 비운 만큼 채워진 순간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특별한 일이 있지 않고서 점심 후 근처 공원을 이삼십 분 걷는다. 초록 잎들이 올라온 나무 사이를 걷고 있노라면 시름을 잊는 듯하다. 마음을 들여다보고 마음을 비우는 일을 반복하며 새로운 힘을 얻는다.


 

대변인실에서 근무하던 시절 과격한 논평으로 말빚을 졌던 일화를 밝히며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지우고 싶다고 말한다. 되돌리고 싶어도 되돌릴 수 없는 게 말로 지은 업이며, 말이나 글로 남긴 자취는 지울 수 없다는 거다. 말을 많이 하다 보면 실언을 하게 된다.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경청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어머니들이 먼저 가셨다. 친정엄마와 시어머니가 먼저 가시고 아버지들만 남았다. 병원에 자주 다녀야 하지만 살아계시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위안이 되는가 새삼 느끼고 있다. 아울러 부모님들을 보며 우리의 미래를 예상한다. 거울처럼 비추는 부모님들을 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운다. 자연 속에 한낱 스쳐 지나갈 뿐이면서 애면글면하며 살지 않는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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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3-04-23 2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한 정신의학과 의사가 쓴 책에서 가끔 환자가 책을 권해달라고 하면 노자의 도덕경을 권한다고 했더군요. 그래서 저도 마침 이 고전에 관심이 가던 중이었어요.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셸비 반 펠트 지음, 신솔잎 옮김 / 미디어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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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책은 소설의 첫 장부터 남다르다. 첫 문장이 중요한 이유다. 많은 이야기가 응축되어있는 그 한 문장에 꽂혀 책읽기를 계속한다. 이어질 이야기가 궁금하고 몇 장 남지 않은 페이지가 아쉽다. 그걸 경험하는 시간이 좋다. 셸비 반 펠트의 첫 소설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도 그런 범주에 속하는 소설이었다. 다음 장이 궁금해 계속 읽을 수밖에 없는, 그러다 보면 마지막 장에 와 있다.


 

등장인물들은 상당히 소란스럽다. 30년간 이어온 우정이 그렇듯, 그 집의 온갖 사정을 다 알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듯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 70대의 가냘픈 몸을 이끌고 아쿠아리움에서 야간 청소를 하는 토바 설리번도, 이제 마지막을 준비해야 할 거대태평양문어 마셀러스도 우정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어 하루하루를 버틴다. 여기에 새로운 청소부 캐머런이 합세한다.





 

마셀러스는 월드컵 경기 승패 결과를 맞혔던 문어에 가깝다. 지능이 높고 위장술에 뛰어난 마셀러스는 인간들이 주는 먹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수족관의 다른 먹이를 찾아다닌다. 스스로 나사를 풀어 나다니다가 그만 전깃줄에 갇혀 죽을 뻔한 상황에서 청소부 토바가 그를 살려준다. 토바는 열여덟 살에 갑자기 사라진 아들 에릭을 그리워한다. 남편 윌 마저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아파도 누군가 보살펴 줄 사람이 없어 집을 정리하고 요양원에 들어갈 생각을 한다.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토바와 달리 캐머런은 어디 한군데 직장을 오래 버티지 못한다. 함께 사는 연인 케이티가 낮에 갑자기 집에 들어오면서 실직 사실을 알았다. 케이티는 캐머런의 무능력을 탓하며 집에서 쫓아냈다. 누가 봐도 한심한 사람으로 비친다. 친아버지를 찾는 여정이 시작된다. 부동산업자 사이먼 브링스를 찾기만 하면 현금을 뿌려줄 거 같다. 고물 캠핑카를 구입해 소웰베이로 찾아온다.


 

소웰베이의 아쿠아리움에서 다친 토바를 대신해 청소를 시작하는 캐머런. 청소를 잘하고 야간에 찾아온 토바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캐머런을 지켜보는 마셀러스. 아주 중요한 단서를 그들 사이에 놓아주지만, 소설의 특성상 독자는 아는 사실을 주인공들은 마지막 장에 다가가서야 깨닫는다.




 


노인들은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하다. 토바가 30년 넘게 알아 온 니트-위츠 친구들도 딸과 손녀딸과 함께 지내려고 이사를 계획했다. 토바에게는 아무도 남지 않아서 우울해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친구들이 곁에서 돌봐주겠다고 하지만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요양원이 선택 대상에 떠오르지만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나이가 든 할머니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그려져 있다. 말이 통한다고 해서 모두 토바와 캐머런 같지는 않을 것이다. 자기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직장을 자주 바꾸는 사람들도 허다하다. 누군가는 그를 내쫓을 것이고, 누군가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할 것이다.


 

재미있고 따스한 이야기다. 마셀러스와 토바, 토바와 캐머런이 등장하는 아쿠아리움의 저녁 시간, 자기 일을 할 뿐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인간인 거 같다. 비록 그 존재가 문어일지라도. 문어와 인간이 어떻게 마음을 나눈다고 생각하겠는가. 잃어버린 열쇠와 신분증을 몰래 가져다 둔 마셀러스의 깊은 마음을 모두 함께 느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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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소감 - 다정이 남긴 작고 소중한 감정들
김혼비 지음 / (주)안온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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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혼비 작가의 글은 다정하다. 글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사람도 다정할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작가의 글을 처음 읽은 게 아무튼 시리즈 아무튼, 이었다. 술 좀 마신다고 말하길 꺼렸는데, 작가의 글을 읽고는 생각을 바꿨다. 술 좋아하는 게 어때서, 라는 마음이 강해졌달까. 술에 관한 생각들을 읽고서는 술 마시는 즐거움에 대하여 공감할 수 있었다. 어디 가서 술 이야기를 해도 괜찮겠구나. 하는 것들. 작가의 작품을 더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후 구입한 첫 번째 책이다. 다정소감을 읽고 났더니 전작주의 형태로 가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점이 좋았다. 누군가를 차별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차별적 언어를 배제하는 것이었다. 차별적인 발언을 싫어하면서도 무심코 사용했던 것들에 대하여 반성했다. 의식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부모가 없거나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의식해 학부모 등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은 것. 다정한 마음이 깃들지 않고서야 생각해낼 수 없다.




 


가식에 관하여 말하는 부분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겠다. 솔직하다는 미명 하에 여과 없이 말하는 사람과 적당한 가식을 섞어 말하는 사람 중 누가 더 나을까. 상처받더라도 솔직한 사람이 낫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직선적으로 한 말에 상처가 곪아 터지기 직전이라면 차라리 적당한 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적당한 가식은 사람과의 관계를 친화적으로 만들 것이므로. 작가는 말한다. ‘솔직한 나를 사랑하더라도 그 솔직함이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고 말이다. 타인의 커다란 비극을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눈치껏 슬퍼하는 척을 바라는 게 비단 작가만은 아닐 것이다. 적당한 위선과 가식을 필요로 하는 이유, 타인을 배려하는 일이기도 하다.

 


맞춤법이 틀린 사람을 참기 힘들다. 잘못 쓴 게 아닌 아예 잘못 알고 있는 단어를 말할 때의 틀린 사람 말이다. 단체 채팅방에 틀린 단어를 계속 쓰는 이에게 지적한 적이 있다. 결론은 뭐냐고? 알았다고 해놓고도 그대로 사용했다. 지적하는 게 기분 나쁘다는 뉘앙스를 발견해 조심하는 중이다. 자꾸 지적질하고 싶은 걸 참느라 애가 탄다. 작가가 좋아하는 뮤지션의 SNS를 보며 팬심이 자꾸 어긋나는 것을 느끼는 부분에서 마구마구 공감했다. 좋아하는 마음과 별개로 마음이 그럴 것이다. 비록 맞춤법이 틀리더라도 그가 함부로 살아오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 순간 그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도 배우게 된다.





 

저자는 다정할뿐더러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람이다. 루브르 박물관을 다녀온 후 같은 장소에 있었던 사람으로 보이는 여행 후기를 읽으며 생각에 잠기는 부분을 읽을 때다. 같은 사람을 바라보아도 생각은 천차만별이다. 중년, 단체, 패키지여행이 빚어내는 편견에 대한 글을 읽고 있노라니 우리 역시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아는 언니들과 서부해당화를 보러 갔었다. 관광버스를 타고 온 할머니들의 다양한 옷 색깔을 보며 불편함과 안쓰러움이 동시에 들었다. 젊은 사람들이 보기에 눈살을 찌푸리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과 그 나이대만의 여행과 감정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었겠느냐는 거였다. 가까이에서 패키지여행을 온 단체여행객들의 말을 들었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자연스럽게 합석해 맥주 한 잔을 마셨던 기억과 대조로 그들의 행태 묘사를 개탄했던 누군가의 여행 후기를 읽고 나서 쓴 글에 여러 생각이 들게 했다. 우리 또한 그러지 않는지 돌아볼 일이다.


 

다정다감을 장난스레 비튼 말이자 다정에 대한 소감, 혹은 다정에 대한 작은 감상, 다정들에서 얻은 작고 소중한 감정의 총합이라고 밝혔다. 책에서 느꼈듯, 다정한 작가이듯,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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