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 대하여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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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유달리 동물들을 좋아하여 병아리 및 햄스터,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하였다. 털 알레르기가 있어 절대 안된다고 했었다. 3년 전쯤 퇴근하고 집에 왔더니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딸아이가 가족 회의를 거치지 않고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온 거다. 내 손 만큼 작은 아이였는데 바라보고 있으니 상당히 귀여웠다. 낯가림이 심해 내가 아이 방 들어갈 때마다 숨어버리곤 하여 흔적만 볼 뿐 얼굴은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한두 달이 지난 뒤 방을 탈출하여 점점 거실로 나오더니 그제서야 다른 가족들에게도 자기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리집에 고양이가 처음 왔을때 한두 달 간은 얼굴에 뾰루지가 나서 가렵더니 조금 지나니 괜찮아졌다. 이 또한 가족이 되려고 그랬나 보다. 지금은 고양이가 내 얼굴에 털을 비벼도 아무렇지도 않다.

 

딸아이가 집을 떠난 뒤 고양이는 내 차지가 되었다. 내 옆에 딱 달라붙어 있다. 소파에 앉아 책을 읽으면 무릎으로 올라와 지긋이 쳐다보고, 몸을 비벼대는 건 일상이다. 잠을 잘 때는 침대 발치에 가로로 길게 몸을 뻗고 자느라 신랑과 나는 벌 아닌 벌을 선다. 즉 깊은 잠을 못 잔다는 것. 고양이는 마치 어린 아기를 대하듯 해야 한다. 하는 짓이 꼭 아기 같기 때문이다. 체중 때문에 다이어트 사료를 먹이고 있는데 맛이 없는지 다른 간식 내놓으라며 밥그릇 앞에서 시위하곤 한다. 또한 컴퓨터 앞에서 작업하고 있으면 키보드 위에 앉거나 의자에 앉아 있다. 계속 작업하면 놀아달라고 칭얼대듯 손목이나 발목을 문다.

 

 

 

이처럼 가족이 된 뒤에 읽는 고양이 관련 책은 사뭇 다른 느낌이다. 키우기 전에는 버거운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동감을 마구 표시하고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도리스 레싱의 『고양이에 대하여』 출간 소식을 보고 소설이 아닐까 했다. 이 책은 도리스 레싱이 그동안 키워왔던 고양이에 대한 에세이였다. 고양이를 가족으로 여기고 키워왔던 작가의 진솔한 이야기들이 숨어 있었다.

 

작가가 어릴 적 짐바브웨의 수도 솔즈베리에서 머물 때 고양이 불임수술이란 게 없었기에 많은 개체수 때문에 살처분 했던 일화부터 시작했다. 그 역할을 어머니가 했는데, 어머니가 사라졌을 때 할 수 없이 아버지가 고양이들을 살처분해야 했다. 얼마나 비참했던지 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눈물을 글썽였다고 했다. 고양이 특성상 새끼 난지 10일만에도 새끼를 밸 수 있다 한다. 작가가 솔즈베리에 있었을 때 고양이가 40마리나 되었다 하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작가는 고양이가 임신할 수 있는 자연적인 것을 배제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거의 2주일마다 새끼를 낳을 수도 있는데 자주 낳다보면 또 새끼를 죽여야하지 않겠나. 네 마리씩 두세 번을 낳는다고 했을 때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것도 한도가 있지 않을까. 물론 우리집 고양이는 중성화 수술을 했다. 시기를 늦춰 했더니 한달에 한두 번씩은 아파트를 달려다니며 구애의 소리를 지르곤 한다. 고양이의 발정을 인간의 욕심때문에 배제해버린 것 같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여기고 있다.

 

정원이 있는 집에서 고양이를 키웠던 작가는 고양이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암컷 고양이가 수컷 고양이를 만나 새끼를 가지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회색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을 때 어떤 수컷을 만났는지 가늠해보는 것도 즐겼다. 우리 집에 있는 고양이는 수컷이고 한 마리다. 고양이를 키우다보니 두 마리쯤 키워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한테 놀아달라고 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놀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나 고양이는 영역을 지키려는 습성이 있어 한 집에 고양이가 여러 마리 있으면 자기 공간 안에서만 움직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 영역을 지키기위해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고양이를 키우다보니 아파트나 길가에 있는 고양이에게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전에 고양이가 있으면 피해다녔던 데 반해 지금은 야~옹하고 부르며 지켜보고 있다. 한겨울에 자동차 밑으로 숨거나 하면 얼마나 추울까 안타까워한다. 따뜻한 데 있는 우리집 고양이를 가리켜 '너는 복 받은 줄 알아라' 며 혼잣말을 건넨다.

 

 

 

녀석들은 무척 좋은 환경에 익숙한 나머지 음식, 편안함, 따뜻함, 안전을 당연하다는 듯이 누리고 있었다. 녀석들은 그런 것을 얻기 위해 싸워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우리는 고양이 한 마리를 더 키울 생각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물며 병든 고양이라면 더욱더 안 될 말이었다. (203페이지)

 

그럼에도 결국 아픈 고양이를 집안으로 들여 이름을 지어주고 병원에 데리고 가 정성을 다하여 보살폈다. 이러한 고민을 나만 하는 게 아니었다. 수많은 애묘인들이 그러지 않을까. 고양이 뿐만 아니라 개를 키우는 사람도 마찬가지 일것 같다.

 

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은 모두 간혹 한 번씩 동물을 말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랄 때가 있다. (216페이지) 나도 그렇다. 고양이가 나한테 와서 평소에 듣지 못했던 톤으로 야옹 거릴 때 답답할 때가 많다. 아들과 나는 '아토야, 사람 말로 해줄래?' 하고 말하기도 한다. 무엇을 말하는지 알지 못해 답답해서 서로 말이 통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침대에 누워 있거나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을때, 아이처럼 배 위로 올라와 만져 달라고 책 밑으로 쑤욱 들어온다. 그러면서 내 손에 자기 얼굴을 갖다 대는데, 나는 귀여워 죽겠다는 듯 양손으로 눈부터 귀, 머리, 턱 등을 손가락으로 만져 준다. 빗겨주듯 만져주고 있으면 고양이는 만족스럽다는 듯 지긋이 눈을 감고 콧김을 내뿜으며 가르릉 거린다. 나는 또 그게 사랑스러워 어쭈쭈 하며 볼을 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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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0-05-28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냥이 키우는 데 정말 말이 통하면 좋겠어요. 저번에 어떤 분이 그러시길, 반려동물이 딱 한 마디만 할 수 있다면 ‘나 아파‘란 말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정말 공감 공감이었어요. 아픈 걸 제때 알 수 있으면 좋을텐데... 그쵸?

어슐러 르 귄도 냥이 키우면서 에세이 썼는데, 이 책은 전체가 고양이 이야기인가 봅니다. 장바구니로 직행합니다~^^

Breeze 2020-06-01 15:3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울긴 우는데 왜 우는지 모르니까 안타까울때가 많아요.
즐겁게 읽으시길 바랍니다. ^^
 

 

캐리 멀리건과 메릴 스트립, 헬레나 본햄 카터, 벤 위쇼 등이 출연한 영화 <서프러제트(Suffragette)>를 보았다. 여성 참정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영국의 여성 투표권이 1920년에 제정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토록 앞서 나가던 나라였으나 여성에 대한 참정권을 거부하였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저 여성들은 남성의 보호 아래 있어야 하는 존재로 여겼다. 여성 참정권에 대하여 싸운 여성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진 웹스터의 『키다리 아저씨』를 읽으며 왜 이런 주제를 말하느냐 의심스러울 것이다. 사람은 보는 만큼 시야가 달라진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영화를 본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는데, 소설에서 여성 참정권에 대하여 언급된 걸 보고 반가워서 내지르는 탄성이었다. 진 웹스터는 이 소설을 1912년에 썼고 <서프러제트>라는 영화 또한 그 시대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키다리 아저씨』를 몇 번을 읽었으나 주디가 키다리 아저씨에게 쓴 편지 중에서 '여성 참정권' 에 대하여 발언한 것은 뜻깊은 발견이었다.

 

 

 

 

그러므로 문학 작품은 읽을 때마다 새로운 걸 발견하는 작업과도 같다. 성년이 되어 『키다리 아저씨』를 세 번쯤 읽었다. 처음에 읽을 때는 그저 주디 애벗과 키다리 아저씨의 사랑이야기로 보았다면 윌북 판으로 읽는 네 번째의 『키다리 아저씨』 읽기는 여성의 참정권과 여성의 지위, 그리고 『작은 아씨들』에서의 조와 마찬가지로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여성상을 나타낸다는 점이었다.  

 

주디는 고아원에서 어린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으나 그녀가 쓴 영작문을 보고 작가로 키우겠다는 키다리 아저씨의 도움으로 대학에 들어간다. 대학에서 처음 경험해 보는 것들, 대학생활을 편지로 써 보내며 키다리 아저씨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을 키워 나간다. 기숙사에서 만난 샐리 맥브라이드와 우정을 나누고 줄리아 펜들턴과도 가깝게 지낸다. 펜들턴 가문의 딸인 줄리아의 삼촌이 찾아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그의 고백을 받지만 키다리 아저씨에 대한 마음 때문에 그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서간문 형식의 소설은 무척 매력적이다. 1인칭 소설로 진행되며 상대방을 향한 마음만 들어나니 애틋하다. 상대방의 마음은 어떤 것인지 짐작은 할 수 있지만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애가 탄다. 일기 형식의 편지는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드러낸다. 그의 정체를 모르지만 어느 누구보다 가깝게 여기는 이유와도 같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는 건 정말이지 기묘한 느낌이에요. 흥미롭고 낭만적이죠. 가능성이 많잖아요. 어쩌면 저는 미국인이 아닐지도 몰라요. 그런 사람이 많으니까요. 고대 로마인의 직계 후손일지도 모르고, 바이킹의 딸이거나 러시아 망명자의 자녀로, 원래는 시베리아 감옥이 있어야 하는 사람일지도 몰라요. (116페이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는 건 굉장히 큰 슬픔이다. 어디에서 왔는지 그 기원을 모르니 자신의 탄생에 대하여 불안하다. 그런 마음들을 유머스럽게 드러내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안타깝다.

 

다른 아이들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선물을받을 수 있어요. 아버지와 오빠, 이모, 삼촌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누구와도 그런 관계일 수가 없어요. 그건 그냥 재미 삼아 하는 생각이고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요. 사실은 혼자 벽에 등을 대고 세상과 싸워야 해요. 생각하면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어요. 그런 생각을 떨쳐 버리고 계속 안 그런 척하죠. (131페이지)

 

밝은 모습으로 지냈으나 주디가 숨겨놓았던 감정들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키다리 아저씨가 모자를 사라며 50달러 수표를 보냈던 것을 거절하며 보낸 편지다. 뉴욕의 상점가에서 줄리아가 비싼 모자를 사는 걸 주디가 편지로 썼던 내용에 대한 키다리 아저씨의 답이었다. 한번도 고아인 적이 없어 주디의 마음을 백 퍼센트 알 수 없겠지만 이 세상에 가족이 아무도 없다면 너무너무 슬플 것 같다.

 

 

 

 

앞서 주디를 가리켜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여성상이라고 표현했다. 주디는 대학에서 공부를 열심히 해 장학금을 타게 되었다. 더이상 키다리 아저씨의 학비를 받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키다리 아저씨는 장학금을 포기하라고 한다. 주디는 장학금을 포기하라면 아저씨가 준 용돈까지 받지 않겠다는 당찬 모습을 보인다. 또한 방학때는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며 점점 독립적인 여성이 되어가고 있었다.  『작은 아씨들』이 핫한 배우들과 함께 영화로 제작되었듯 『키다리 아저씨』도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작은 아씨들』은 꽤 여러 편의 영화로 만들어졌던데, 『키다리 아저씨』는 영화적인 요소가 덜하나. 1935년도 뮤지컬 영화만 있어 아쉽다. 제발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출판사 윌북의 걸클래식 컬렉션1과 함께 많은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걸클래식 컬렉션2다. 화려한 그림을 자랑했던 컬렉션1과는 조금 차분한 그림으로 소녀적인 감성을 느끼게 하는 사랑스러운 세트다. 몇 번이고 읽어야 하는 이유, 사랑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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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를 다시 읽으며 진 웹스터의 작품을 찾던 중 『키다리 아저씨』의 후속작이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인터넷 서점에 검색했으나 종이책은 보이지 않고 전자책으로만 있었다. 바로 구매하여 읽으려고 PC에서 크레마루나를 켰더니 파일이 보이지 않았다. PDF파일만 보이지 않은건지 잘 모르겠다. 할 수 없이 휴대폰으로 읽었는데, 종이책 그대로 PDF 파일로 변환시킨 것이라 글자가 너무 작아 눈이 아팠다. 그래도 읽고 싶은 마음에 휴대폰에 눈을 맞췄다. 원래 음성으로 책을 읽으면 다른 생각이 들어 잘 사용하지 않는데, 이 책은 읽다가 산책 나가는 길에 이어폰을 꽂고 들었는데 다른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오로지 책 내용에 집중했다. 이런 적 처음이었다. 역시 재미있고 기대감 있는 책은 음성으로 들어도 좋다는 걸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친애하는 적에게』는 『키다리 아저씨』의 다음 이야기로 샐리 맥브라이드가 주인공이다. 주디 애봇은 저비스 펜들턴과 결혼생활을 즐기고 있고 존 그리어 고아원의 평의원 회장인 저비스로부터 고아원 원장을 맡아 줄 것을 제안 받는다. 존 그리어 고아원 원장으로서 리펫 원장의 잔재물을 새로 바꾸며 의욕적으로 일하는 샐리 맥브라이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샐리 맥브라이드는 주디의 대학 친구로 주디를 좋아했던, 그래서 저비스의 강한 질투를 받았던 지미의 동생이기도 하다. 샐리는 주디와, 약혼자 고든, 그리고 고아원의 파견 의사인 로빈 맥클레이 씨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저비스와 주디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하고 존 그리어 고아원에 도착해 100여명의 아이들에 둘러 싸여 고군분투한다. 일단 아이들이 먹는 음식물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입을 옷과 아이들이 머무는 환경을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고자 한다.

 

약혼자 고든이 보내주는 많은 물품과 선물들, 주디와 저비스의 강력한 응원과 물건으로 존 그리어 고아원은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된다. 아이들을 위해 숲속에 캠핑장을 만들고 그것을 만들기 위해 지미와 지미의 친구들의 도움을 받는다.

 

샐리에게는 약혼자 고든이 있지만, 그 누구보다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 있으니 고아원의 파견 의사 로빈 맥클레이 씨다. 맥클레이 씨는 마치 저비스를 보는 듯 퉁명스럽고 차가운 성정을 지녔다. 하지만 샐리와 함께 고아원의 아이들을 지켜보며 점점 사람다운 사람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인다. 제목에 누구를 가리키는 가 하면 바로 로빈 맥클레이 씨를 가리켜 '친애하는 적'이라 부른다. 그 어떤 애칭보다 사랑스러운 애칭이 되어간다. 샐리는 주디와 고든, 맥클레이 씨에게 편지를 보내는데 오로지 맥클레이 씨에게만 애칭을 붙여주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샐리는 존 그리어 고아원을 아이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 꾸며주는데 온 열정을 다한다. 더불어 고아들이 좋은 가정에서 살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그래서 입양을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나선다. 고아가 되어 고아원으로 들어오게 된 사정, 최선을 다하여 입양을 보내 보지만 파양되어 다시 돌아오는 걸 보며 마음 아파 한다. 고아원에서 일하면서 주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주디가 원했던 것들을 생각해 좋은 가정에 아이들을 보내고 싶어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고아원을 장소로 하는 소설이기 때문에 고아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갖가지 사연을 가진 아이들과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피부색이 흰 아이들만 입양하려는 입양 부모들을 꼬집는다. 부호 J. F. 브레틀렌드 씨가 아내와 함께 여자 아이 한 명을 입양하고자 한다. 원래는 피부색이 까무잡잡한 다른 아이를 입양보내려고 했으나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다며 갔던 장소에서 알레그라를 보고는 반하여 그 아이를 입양시키려 한다. 오빠 두 명과 떨어뜨리는게 좋은지, 주디의 마을 떠올리며 알레그라에게 가정을 만들어주는 게 좋은 것인지 고민한다. 알레그라를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맥클레이 씨가 나타나 오빠들과 떨어져서는 절대 안된다며 딱 잘라 말한다.

 

나중에 존 그리어 고아원에 불이 나고 이 사실이 신문에 보도되었다. 이 내용을 본 J. F. 브레틀렌드 씨는 고아원에 찾아와 알레그라와 그 오빠들 모두를 입양한다. 이 부분은 무척 감동적이다. 가족들을 떨어뜨리는 게 옳은 것인지 가족을 만들어 주는 게 좋은 것인지 고민하였던 샐리에게 해답을 준 모습이기도 했다.

 

『키다리 아저씨』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고아원에 얽힌 이야기와 점점 고아원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샐리의 성장과 사랑, 그리고 주디와의 우정을 보게 된다. 역시나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친애하는적에게  #진웹스터  #바른번역왓북  #키다리아저씨  #후속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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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5-25 1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키다리아저씨의 후속작이 있다니. 한번 봐야겠어요^^

Breeze 2020-05-25 21:20   좋아요 0 | URL
종이책으로는 없고 전자책으로만 있었어요. PDF파일이라 글자 크기가 좀 작습니다. ^^
 
기억의 습지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4
이혜경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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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함께 근무하셨던 한 분은 그 분의 말로 월남 파병 군인이었다. 딸만 둘을 두셨는데, 직원들은 그때 그곳에 아들 하나는 있지 않겠느냐며 잘 찾아보라는 말을 농담 삼아 하곤 했다. 아빠도 스물한두 살에 베트남 파병을 하셨다며 말씀 하시곤 했는데 아빠는 어떠셨을까 생각했다. 한국군이 베트남에 파병되었을때 베트남 여성들에게 한 한국군들의 행동에 일본군 못지 않았다는 사실을 들었었다. 그래서 베트남 인들이 한국사람들을 싫어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곳에 있던 라이 따이한 즉 베트남에서 살고 있는 한국계 혼혈인들의 아픔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함께 근무했던 직원 하나도 어린 베트남 여성과 결혼하였기 때문에 이 소설의 내용이 낯설지 않았다.

 

소설은 한 남자의 고백이다. 죽은 베트남 여성의 부모와 여동생이 공항을 통해 들어오며 장례식에서 슬피울던 가족들을 보며 과거의 시간을 떠올린다. 베트남에 파병되었다가 돌아온지도 40여년이 넘었다. 그런데도 아직도 그때의 꿈을 꾼다. 앞서 가던 선임이 총에 맞아 죽는 장면. 한 발을 떼었으나 지뢰를 밟아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발을 떼 지뢰가 터지면서 산산조각이 되는 꿈이다. 식은 땀을 흘리며 꿈에서 깨어난 남자는 현재와 과거 사이에 놓여 있다.  

 

 

 

아내를 여의고 이 마을에 들어온 필성은 마을 사람들 속에 녹아 들어간다. 반면 역시 혼자 들어와서 산속에 머무는 김은 마을 어느 누구와도 왕래가 없다. 마을 이장으로부터 철규가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결혼식에 참석했다. 베트남 새댁이 들어온 뒤 필성은 잊었던 베트남의 기억들을 떠올리는 한편 베트남어를 기억하려 한다. 멀리 시집온 새댁에게 베트남 말로 말을 걸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잊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여전히 과거의 기억속의 일들을 헤매는 필성은 베트남에서 살아 돌아온 뒤 공부를 잘했던 필주에게 대학 등록금을 챙겨주었다. 그랬으나 동생은 번듯한 직장에 다니면서도 돌아가신 어머니의 집을 차지했다. 한국전쟁으로 아버지를 먼저 보낸 어머니는 어렵게 형제를 키웠다. 여자 혼자 몸으로 키우는 게 쉽지 않았다는 걸 이제는 안다.

 

군표를 내고 베트남 여성을 안았던 필성은 전쟁이 끝난 뒤 헤어질 때에야 응웬이라고 알았던 여자의 이름이 판이었음을.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라던 판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여기에서 군표를 내고 베트남 여성들을 한국군이 상대했다는 건 새로웠다. 그저 동네 여성들과 사귀었던 걸로만 알았는데 말이다. 종군위안부를 두었던 일본군과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이 못내 부끄러웠다.

 

마을 사람들에게 배척 받았던 김 또한 한국전쟁고아다. 살려고 서울로 도망쳤지만 북파 공작원을 양성하는 훈련소에 입소하게 되었다. 나라를 위해 북파공작원으로 활동하였으나 도망쳤다는 이유로 그는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 이야기하는 사람이라곤 필성 밖에 없을 정도로 마을 사람들은 그를 없는 사람 취급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거의 기억들은 안고 가야할 숙제다. 그걸 어떻게 풀어가느냐는 본인에게 달렸다.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건지. 다른 사람들이 그를 무시하였다고 전혀 상관없는 타인에게 화를 돌려서는 안된다. 김의 행동에 화가 나는 건 그 때문이다. 왜 그런 행동을 하였는가. 그 순간을 참지 못했는가. 똑같은 행동을 해서는 안되는데도 사람들은 자기가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은가 보다.

 

이혜경의 소설을 처음 읽었다. 묵직한 울림을 주는 소설이 감정을 건드렸다. 역사 속에 숨어든 아픈 기억을 가진 사람들을 소환해 우리가 한번쯤 생각해봐야할 것들을 떠올리게 했다. 무시하고 넘어가지 말아야 할 아픈 역사의 한귀퉁이를 엿본 느낌이다.

 

 

#기억의습지  #이혜경  #현대문학  #핀시리즈  #현대문학핀시리즈  #핀소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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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작가의 작품을 몇 개를 읽었더라. 읽으면 읽을수록 반하게 되는 작가다. 작품이 재미있고 막힘이 없다. 더군다나 유쾌하게 여겨지기까지 한다. 더불어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어딘가에 이런 일쯤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마는 일들 같다.

 

 

전부터 읽고 싶던 책이었다. 민음사에서 나오는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를 좋아하기도 하고 책들이 예뻐 되도록이면 종이책으로 소장하고 싶은 시리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정세랑 작가의 책을 몇 권 구매하기로 하면서 구매하게 되었다. 책을 보관해야하는 부담감은 없으나 역시 좋아하는 책은 종이책으로 갖고 싶다는 걸 다시한번 깨닫게 되기도 했다.

 

 

소설 속 주인공 안은영은 사립 M고 보건교사다. 안은영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으니 바로 퇴마사라는 것. 즉 귀신들을 보는 눈을 가졌다. 가방에 화장품 보다는 비비탄 총과 무지개색 플라스틱 장난감 칼을 가지고 다닌다. 안은영이 학교를 기웃거리는 이유는 학교에서 감지되는 그 무엇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이다.

 

 

10편으로 된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이다. 각자의 이야기를 하는 건 다르지만 보건교사 안은영과 M고의 실제 이사장 이자 한문 선생인 홍인표가 나오는 건 같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었으며 매 작품마다 다른 주인공들이 나와 소설을 이끌어간다. 몇 년 전 요양원에 옴이 퍼져 시끄럽게 했는데, 학교에서 옴을 잡아 먹는 소녀, 인표가 가진 밝은 색의 아우라(인표를 보호하는 빛)를 뺏으려하는 원어민 교사, 다른 학교에서 여학생의 방석을 뺏어오면 수능을 잘 본다는 소리에 훔쳐왔으나 반 아이들 전체가 울고 있었던 일들. 모두의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안은영의 눈에는 보이는 것들의 사연을 말한다.

 

 

퇴마사의 역할을 하려면 홍인표가 가진 빛의 파동, 즉 그의 손을 잡으면 전해오는 힘을 가져 충전을 시키기도 했으며 소원을 비는 탑을 돌며 그들의 염원을 가져오기도 했다. 또한 주말마다 남산에도 자주 다녔는데 연인들의 사랑의 맹세를 해둔 열쇠를 만지면 충전이 되곤 했다. 남산에 열쇠를 걸어두신 분들 조심하시라. M고 안은영 보건교사가 당신들의 마음을 다 가져갔으니 당신들의 사랑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어릴적 자신에게만 보였던 정현을 만나러 놀이터에 가끔씩 가곤 하는 은영. 그녀는 정현에게 줄 과자를 사 가지고 가 함께 이야기를 한다. 은영보다 머리 하나는 컸던 정현은 어느새 은영보다 훨씬 작은 아이로 남아있다. 또한 유일하게 은영과 친구였던 강선이 찾아왔던 날, 그가 죽었음을 알았다. 왜 죽었느냐고 물어보지 못했던 은영. 은영에게 비비탄 총과 무지개 색을 발하는 장난감 총을 주었던 아이가 강선이었다.

 

그는 대형 크레인에서 작업을 하다 죽었다. 지금은 랜드마크 주상 복합이 된 그 곳에서. 아직 희미해지기 전의 강선은 은영의 학교 보건실에서, 교실에서 함께 놀았다. 하나의 트라우마로 남은 그곳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마치 상상 속에 일어난 일들처럼 말했다.

 

 

유머 스럽고, 유쾌한 소설이었다. 더군다나 학창시절을 보내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위트있게 그렸다. 지금의 학교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다. 에로에로를 내뿜는 아이들에게서 일어나는 일들과 보이지 않는 존재와의 싸움을 그리는 내용은 유쾌해 지켜보는 이들, 특히 독자들을 즐겁게 한다. 할 수만 있다면  정세랑 작가의 책을 다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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