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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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 간다 미시마초의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에는 흑백의 방이 있다. 객실에 손님을 초대해 이야기를 듣는다. 이야기꾼은 이야기를 하며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듣는 이는 흑백의 방에서만 듣고 잊는다. 별난 괴담 자리는 조카딸 오치카가 시집을 간 후, 차남 도미지로가 이어받았다. 그림에 재주가 있는 도미지로는 이야기꾼의 이야기가 끝나면 이야기를 바탕으로 묵화를 그린다.


 

기이한 이야기 세 편이 있다. 일본의 괴담은 우리 옛이야기처럼 다양한 신들의 이야기가 많다. 먼저 열한 살 때 웃는 법을 잃어버린 한 소년의 이야기 주사위와 등에, 수신과 사랑에 빠진 오라버니의 이야기 주사위와 등에, 죽여도 죽지 않은 인간이 아닌 자들의 이야기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는 미야베 미유키의 좀비물이다. 좀비물은 다양한 주제로 우리의 두려움을 자극한다. 입동 즈음, 연못에 얼음이 얼었는지 궁금해 막대기로 연못을 휘젓던 소년은 익사체 한 구를 발견한다. 시체를 건져 처리 방법을 논의하던 중 시체가 일어나 사람을 덮쳤다. ‘인간이 아닌 자에게 물린 사람은 눈빛이 흐려지고 몸에서는 시체 썩는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익사체와 똑같은 괴물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익사체는 과연 어디에서 왔는가, 그 궁금증을 해결할 괴담이 한 부부에 의해 펼쳐진다.




 


우렁이 각시라는 전래 동화가 있다. 질냄비 각시라는 이야기도 이와 비슷하다. 구메가와 강에서 나루터지기로 일하는 오토비의 오라버니는 혼담이 들어와도 늘 거절해왔다. 밤에 자고 있는데 오라버니가 누군가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방을 내다보니 아무도 없었다. 오라버니는 누구와 이야기했던 것일까. 주사위와 등에는 미신의 결정체인 것 같다. 주사위 신이라고 들어봤는가. 신들이 모여 주사위로 노름을 한다. 주사위 신인 육면 님이 등에 신과의 노름에서 졌다. 사람들은 저주하기 위해 등에 신에게 빈다. 혼인을 위해 떠났던 누이를 누군가 저주했던 모양이다. 등에가 씌어 돌아온 누이를 대신한 소년이 등에를 타고 신들의 도박장으로 날아가 더부살이한다. 신들의 도박장에 화재가 발생해 다시 고향 마을로 돌아온 소년은 뜻밖의 사건을 목격한다. 도미지로를 지키는 오카쓰의 말이 인상적이다. ‘사람을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거다. 신과 사람의 역할에 대하여 고민해 볼 수 있었다.




 


기이한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우리는 이야기에 목말라 있는 모양이다.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에 책장을 들춘다. 흑백의 방에 들어온 사람들은 각자의 사연을 풀어놓는다. 그들의 이야기를 이끌기 위해 도미지로는 추임새를 넣듯 질문을 하고 귀를 기울인다. 미야베 미유키의 이야기에서 에도 시대의 삶과 정치를 알 수 있게 한다.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작가의 바람이 그대로 드러난다. 작품에서 도미지로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며 가문의 대를 이룰 일이 없는 차남이다. 남의 가게에 고용살이를 떠났던 형이 돌아오며 소설은 끝나는데, 미시마야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 듯하다. 교고쿠 나쓰히코의 항설백물어시리즈처럼 계속될 백 가지 이야기가 궁금한 이유다.


 

이야기는 계속된다. 미야베 미유키는 시대물에 특화된 작가다. 에도 시대의 사람 냄새나는 다음 이야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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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이 온다 창비교육 성장소설 10
이지애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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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다양한 삶이 있는 것 같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삶.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삶이다.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게 된다. 아이를 버리는 사람들,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 노력해 보았으면 어땠을까. 언젠가 배우 최우식이 나오는 영화를 보며 그룹홈의 역할을 알았던 것 같다. 그룹홈이란 복지제도의 한 형태로 시설보호보다는 가정보호의 필요를 느껴 관리인과 몇 명의 아이들이 가족처럼 살게 하는 제도다. 아이들을 방임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부모에게서 분리하여 가족의 형태를 이루는 제도는 장단점이 존재할 것이다. 사회복지사의 행동과 관리에 따라 상처받거나 차별받는 사람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룹홈은 가족을 이루는 삶이 어떤 거라는 걸 알게 해준다는 점에도 큰 장점이 될 것 같다.

 


완벽이 온다는 그룹홈에서 만난 청춘들의 삶과 희망, 가족의 의미를 묻는 작품이다. 인터넷 뉴스에서 접한 적이 있다. 시설에서 성년이 되면 몇백만 원의 생활자금을 받고 홀로 서야 하는 자립 준비 청년의 두려움에 대해서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차별이 존재하고, 자기가 세운 울타리에서 벗어나길 두려워한다.




 


그룹홈에서 자립을 위해 나온 민서는 간간이 연락하던 해서 언니를 만나 산부인과에 함께 다니면서 그룹홈에 있었던 시절을 떠올린다. 선생님 한 분과 네 살이 많은 해서 언니와 한방을 썼고, 다른 방에는 쌍둥이 자매인 설과 솔 언니가 함께 지냈다. 주말마다 아빠와 할머니가 있는 집을 방문하던 설과 솔, 엄마와 함께 살 거라는 해서 언니와 달리 민서는 갈 데가 없었다. 친권마저 포기한 아빠는 사라졌고, 또다시 버림받을까 봐 두려웠다.

 


기다림이란 두려운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도망갔다는 말을 듣고 자란 아이에게 부모란 언제든 없어질 수 있는 존재였다. 나는 아빠도 언젠가 나를 버리지 않을까 늘 두려웠다. 그게 언제일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헤어짐이 오늘은 아니기를 바라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179페이지)

 


민서는 누군가와 깊게 감정을 나누기를 주저했다. 아빠처럼 누군가 자기를 버리지 않을까. 상처받지 않기 위해 감정을 숨기고 마음을 주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을 때, 누군가가 간절히 필요할 때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우리는 오늘을 살 수 있을 것이다. 해서 언니가 갑자기 연락을 끊었을 때 두려웠던 마음은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았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법이다.

 


민서와 해서, 솔 언니에게 그룹홈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해서 언니가 임신하고 남자 친구가 도망가 자기의 삶을 탓했을 때, 민서가 없었다면 해서 언니는 망가졌을지도 모른다. 솔 언니에게 해서와 민서가 없었다면 정작 살고 싶었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으리라. 그들이 처한 상황이 안타까웠다. 그룹홈에 살았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가정의 형태를 가졌던 곳이 있었기에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지 그 의미를 묻는다. 타인보다 못한 가족을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 타인이 모여 서로 의지하고 산다면 그게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 완벽한 가족을 갖고 싶었던 해서가 아이의 태명을 완벽이라고 짓고, 완벽이를 기다리는 그 마음이 애틋했다. 완벽이를 기다리는 세 사람의 미래는 희망적이었다. 비로소 웃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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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왕 루이 14세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사사키 마코토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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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이 곧 국가다라고 말했던 태양왕 루이 14세의 평전이다. 발레와 예술을 사랑했던 루이 14세의 신화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여 그의 삶과 정치, 업적을 프랑스의 역사와 함께 이해할 수 있게 했다.


 

루이 14세는 루이 13세와 안 도트리슈 왕비 사이에서 태어났다. 왕과 왕비 부부는 결혼 후 오랫동안 자녀가 없었고, 루이 14세의 탄생은 왕국에서 기적과도 같은 큰 기쁨이었다. 루이 13세가 결핵과 장 질환으로 죽음이 임박하자 측근들을 불러 왕위 계승을 논의했다. 왕비가 섭정하게 하고, 6명으로 구성된 최고 섭정회의를 설치하여 왕비의 권한을 제한하고자 했다.




 


과거 30년 전쟁의 여파로 재정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호별 과세를 부과하자 프롱드가 시작되었다. 프롱드란 리슐리외의 사후 집권 체제가 붕괴하면서 약화된 권리를 회복하고자 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전개한 투쟁이었다. 두 번의 프롱드는 왕권의 강화를 가져온 계기가 되었다. 귀족 신분을 증명하는 증거 서류를 요구해 가짜 귀족을 적발해 면세 특권을 박탈하여 세수를 늘릴 뿐 아니라 귀족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강경한 대외 정책을 전개해 국제 정치 무대에서 프랑스의 지위 향상을 도모했다. 프랑스의 지위 향상의 한 방법으로 전쟁을 선택했다. 루이 14세의 업적 중 하나는 프랑스의 예술 정책이다. 건축 장관으로 취임한 콜베르와 함께 추진한 예술 정책의 키워드는 왕의 영광이었다. 회화 작품에서 승리충성또는 풍요는 다양한 우의적 개념으로 왕권의 강화를 표현했다. 승리를 상징하는 월계관과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 가지와 종려나무 잎을 전쟁의 표상으로, 신화 속 신의 다양한 캐릭터로 분하여 회화를 제작했다. 예술 작품으로 시민의 인식을 바꾸고 더 나아가 전쟁으로 프랑스의 땅을 늘려가며 루이 14세의 위대함을 선언했다.


 

회화와 함께 타피스리를 제작했다. 책 속에 많은 회화 자료를 수록해 루이 14세의 치세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왔다. 타피스리에는 국왕의 업적과 국왕 일가에 관한 작품들이었다. 모든 왕이 그렇듯 루이 14세의 여성 편력도 만만찮았다. 하지만 말년의 루이 14세는 신심이 깊은 맹트농 부인을 만나 심경의 변화가 생겨 통치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쟁을 계속했던 그가 마지막으로 한 말은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힘쓰라는 거였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왕이 될 나의 아들아, 너는 신에 대한 의무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전쟁에 관해서는 나를 따르지 말고, 늘 이웃나라와의 평화를 유지하도록 힘쓰며, 신민을 풍요롭게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라. 이런 것은 불행히도 내가 행하지 못한 일이다. (315페이지)


 

여섯 살에 왕이 되어 72년여를 통치했던 태양왕 루이 14세의 치적은 한 권의 책으로도 부족할 것이다. 유럽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이기도 하다. 평화를 위해 국가 간 결혼으로 유지했으며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전쟁도 불사했다. 역사는 왕의 권력과 치세에 따라 그 의미가 커지기도 하는 법. 프랑스 예술과 문화를 꽃피웠던 태양왕 루이 14세의 역사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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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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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못 버린 물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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