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사들
안 세르 지음, 길경선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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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대상으로 성 상품화하여 남자의 시선에서 쓴 소설이 많다.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던 편협한 인식에 피해를 본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여성은 남성의 지배하에 유린당하고 버려진다. 만약 반대의 상황이라면, 통쾌하지 않겠나.


 

남자아이들이 굴렁쇠를 쫓느라 깡충대며 발을 구르고, 여자들은 자신들을 위해 열리는 무도회를 준비하는 듯한 텅 빈 대저택의 풍경. 이들은 가정교사다. 맞은편 저택에 있는 가정교사 이네스는 노인의 돌보라며 보내졌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는 이네스. 그리고 망원경으로 가정교사들을 훔쳐보는 이는 노인이다. 가정교사들은 타인의 시선을 즐기는 듯하다. 지켜보는 시선에 답을 주듯 유혹의 몸짓을 보낸다. 이들이 오스퇴르 부부의 밑에서 가정교사로 일한 지 3개월이 되었다.





 


가정교사들은 정원을 가로질러 철문 안에서 밖을 지켜본다. 지나가는 남자들을 물색해다. 금빛 철문을 열고 들어오기만 하면 초원을 가로질러 숲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남자가 숲속으로 도망치면 그들은 달려간다. 덫에 걸린 사냥감을 그냥 놔두지 않는다. 그 남자는 몸이 꽉 잡힌 채 여자들에게 잡아먹힐 것이다.

 


모든 상황에 무심한 오스퇴르 부인과 그들을 지켜보는 오스퇴르 씨의 행동이 놀랍다. 권태에 빠진 부부가 선택한 가정교사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교태의 몸짓과 남자아이들의 굴렁쇠 놀이를 지켜볼 뿐이다. 그들의 광란의 기행은 오스퇴르 씨에게 강렬한 기쁨을 선사하는 일이다.

 


그리하여 결국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도대체 어떤 폭탄이 이 집 위로 떨어져야 삶이 갑작스러운 전환을 맞고, 철문이 활짝 열리고, 나무들이 뽑히고 집이 자리를 바꾸면서 다른 풍경을 만들어내게 되는 걸까? (117페이지)



가정교사들은 영화 <미나리> 제작사에 의해 영화화될 예정이며, <오징어 게임>의 정호연 배우가 가정교사 중 한 명으로 캐스팅되어 화제가 되었다. 단편소설 부문 공쿠르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안 세르의 첫 번째 장편소설로 비평계의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다만 욕망과 권태에 대하여 날 것의 감정을 표현했으며, 그들의 존재는 누군가의 시선이라는 것을 말했다. 노인이 망원경을 거두고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하자 가장 우위에 있었던 가정교사들의 존재는 한없이 작아지고 작아졌다. 시선의 유무와 감정의 상관관계를 표현하는 것만 같았다. 누군가의 시선이 존재하는 한 그 시선에 따라 힘을 갖기도, 존재할 수도 있는 모양이다.

 


이 소설을 읽은 지가 두 달 가까이 된다. 쉽게 읽은 것 같았는데, 마지막 장을 덮고 리뷰를 쓰려하니 어떻게 써야 할지, 소설에서 내가 느낀 감정이 무엇인지 표현하기가 힘들었다. 두 달 동안 한글 파일을 열었다가 닫기를 여러 번. 마무리하려는 지금도 내가 했던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 이상 이 감정을 붙잡고 있을 수는 없었다. 관음증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영화는 어떤 느낌을 줄 것인지 기대해 볼 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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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 엄마와 딸의 공동 회고록
하재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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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나서야 표지 속 사진이 보였다. 현재의 딸과 과거의 엄마 사진이 맞닿아있었다. 엄마가 엄마이기 전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딸은 다음 챕터에서 여성학과 젠더에 대하여 논한다. 여성 작가의 책을 예로 들어가며 성차별이 가져오는 문제를 돌아본다. 과거의 여성, 엄마들이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일들의 불합리함을 현재의 여성들에게 일깨운다. 현재의 여성들은 왜 그렇게 살았느냐고 물어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마들의 시절에는 당연하게 여겼다. 결혼하기 전에는 한 집안의 딸이었던 엄마가 며느리이자 아내, 엄마가 되면서 자유의지는 빛을 잃었다. 이 글을 쓰기 전 엄마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작가는 엄마에게 질문을 하면서 비로소 엄마를 알아가고 이해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딸이 엄마를 기억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 방법을 알기 전 엄마가 돌아가셔서 안타깝다. 엄마랑 함께 여행가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닐 여유가 생겼는데 엄마는 계시지 않는다. 딸의 시선으로 엄마의 삶을 기억하려는 작업은 엄마를 이해하는 작업과도 같다. 삶이 바빠 엄마와 소원했던 시간을 지나 육성으로 듣는 엄마의 삶을 이해하는 시간이자 영원히 간직될 엄마의 기록이다.





 

작가인 딸이 엄마가 자라온 삶을 듣는다. 어른들의 선택으로 아빠와 결혼하게 된 엄마가 겪어야 했던 일들. 가족이라는 이름 뒤에 자행되는 또 다른 폭력이었을 수도 있다. 사랑했던 할머니의 행동을 엄마의 육성으로 들으며 갈등해야 했을 입장도 이해가 된다.

 


기나긴 문학사에서 소수자인 여성 작가의 책을 읽었더라면, 버지니아 울프의 선언처럼 여성이 글을 쓸 수 있으려면 먼저 집 안의 천사를 죽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천사와 괴물 둘 다 죽이는울프적인 행위로부터 글쓰기를 시작했더라면, 그리하여 여성 작가가 되는 것은 저 다락방의 미친 여자들로부터 이어져온 계보의 말단에 나를 위치시키는 일임을 깨달았더라면 나의 삶과 글은 달라졌을까? (73페이지)


 

유년 시절부터 살아온 집과 그리운 시절에 관한 이야기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를 먼저 읽으며 작가가 가진 집에 관련된 기억의 편린에 공감했다. 좁은 집에서도 안방을 차지한 할머니와 자기만의 공간이라고는 부엌뿐이었던 엄마를 기억하는 방법이었다. ‘엄마의 삶을 경청하고 해석하고 감응하려는 작업이라고 표현했으며 엄마의 삶을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해석하는 작업이기도 했다. 여성학적 측면에서 엄마의 삶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순응하며 살아왔던 과거의 삶이었다면 지금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거 하며 살아야 하지 않겠나.

 


이야기는 단지 우리의 과거, 경험, 기억이 아니다. 그것은 자유이거나 해방일 수 있다.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비로소 나 자신이 된다. (14페이지)


 

오래전에 엄마가 건강했을 때 들었던 이야기를 자매들과 자주 이야기한다. ‘엄마가 그때 그랬어.’ 때로는 아빠 원망도 해보지만, 어쩌겠나. 이미 우리 곁에 계시지 않는 것을. 엄마의 기록이 사진밖에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음성으로 된 것들을 남겨 놓았으면 좋을 뻔했다. 후회되는 것들이 있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않았던 날들을.

 


할머니, 어머니로 이어지는 여성들의 삶에서는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그들의 언어는 숨겨졌고, 그것이 마음을 병들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말을 한다는 것은 자기를 표현하는 일이다. 누구의 엄마도 아닌 누구의 아내도 아닌 한 사람으로 존재하며 경험했던 이야기들은 오늘을 살아야 할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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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사랑의 말들
김달님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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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사람은 오래도록 슬픔에 침잠해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모든 장소, 모든 순간에 사랑했던 사람이 마치 환영처럼 떠오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감정은 희미해져 조금씩 일상에 적응한다.


 

몇 달 전 시어머니 사십구재 때 시누이가 날아가는 새를 보고, 엄마가 오셨나보다고 하길래 의외라고 여겼었다. 당신 남편이 암으로 돌아가셨을 때도 새가 날아와 남편이 인사하러 왔다고 하면서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시누이만 그런 게 아닌가 보다. 여동생이 엄마 산소에 벌초하러 갔다가 나비 한 마리가 날아든 걸 보고 우리 엄마 왔네.’라고 혼잣말을 했다. 김달님의 에세이에서도 나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연달아 잃은 작가의 가족들이 작은 것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모든 순간에 찾아온 것들을 보며 할머니, 할아버지가 왔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어디에서 이어져 온 건 모르겠으나 우리는 사랑했던 사람이 우리 곁에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 그리움의 새로운 표현 방법이다.





 

나는 그런 게 좋았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내가 어떤 삶들과 함께 살아가는지 구체적으로 감각하게 되는 순간이. 내가 모르는 인생이 이토록 많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찾아오던 놀라움과 부끄러움. 그와 동시에 또렷하게 생겨난 삶에 대한 애정과 의지가. (91페이지)


 

작가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그 말을 그냥 지나치는 게 아니라 새겨듣고 글로 나타낸다. 사람 사는 이야기 듣는 게 재미있다고 했다. 내가 모르는 인생을 듣고 발전하는 삶을 살아가는 힘을 얻기도 한다. 우리가 모르는 삶을 이해하기 위해 소설을 읽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좋아하는 아이돌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친구들과 방콕에 갔던 부분이 있다. 요양병원에 입원해 계신 할머니를 매일 보러 다니다가 훌쩍 떠났던 방콕 여행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는 내용이었다. 친구들과 여행 가서 함께 함께 콘서트를 보고 그 여운을 함께했던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친구들과 외국 여행 갔던 게 생각난다. 다녀와서도 오래도록 이야기했다. 그러고 보면 그때였기에 가능했던 일들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마음은 있으나 각자의 사정으로 함께하지 못하고 때로는 이별도 한다. 영원한 사랑이 없듯 영원한 우정이 없을 수도 있다.

 


작가에게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커다란 산 같은 존재였나 보다. 전작에서도 할머니, 할아버지를 말하는 것 같다. 사랑했던 분이라 상실감이 컸을 거로 생각된다. 지금도 그리워하는 감정이 느껴져 책을 읽는 나도 애틋해졌다.



라디오를 즐겨 듣는다. 퇴근 시 알람을 맞춰두고 이어폰을 꺼내 두 시간을 함께한다. 음악 듣는 게 좋다. 좋아하는 음악이 있으면 구매하여 보관해두고 듣는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작가도 라디오로 시작하는 하루를 좋아하게 됐다고 했다. 사람들이 보낸 사연을 듣고 있으면 다양한 사람만큼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고 여기게 된다. 동 시간대에 어떤 장소는 비가 내리고 어떤 장소는 해가 쨍쨍,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은 토론토에서 혹은 유럽에서 듣고 있다고 한다. 다양한 장소에서 각자의 감정으로 한 곡의 음악을 들으며 위로받는 시간. 왜 라디오를 듣는지 그 이유가 드러나는 글이었다.


 

타인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나와 다르지 않은 삶에 안심하는 것 같다. 오히려 힘을 얻는다고 해야겠다. 상실의 슬픔도, 삶의 기쁨도 누군가와 나누며 살아간다는 것을 글에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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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예술로 빛난다 -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대답
조원재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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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힘들 때 나는 소설 속에 빠져들거나 예술 서적을 읽는다. 다른 사람의 생을 사는 듯한 소설이 아니면 그림을 보는데, 상처를 잊을 뿐 아니라 치유의 효과까지 얻는다. 미술 치료의 효과가 크다는 걸 새삼 느낀다. 시간이 날 때마다 미술 서적을 들춰 시름을 잊는다. 조원재의 방구석 미술관을 좋아했다. 예술가의 삶과 작품에 대한 이해의 폭이 좋아졌다. 미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방법 중 자기만의 시각으로 그림을 들여다보는 일일 것이다. 미술 지식이 쌓이는 건 기본이다.

 


방구석 미술관이후 4년 만에 펴낸 삶은 예술로 빛난다에서는 예술 작품을 통해 삶의 의미와 방향을 제시한다. 삶의 모든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을 때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 삶이 달라진다는 걸 말하는 것 같다. 습작 시절부터 뛰어난 예술가는 없을 것이다. 자신만의 기법을 개발하고 꾸준한 노력으로 뛰어난 실력을 가진 예술가가 되었다. 습작 시절의 그림과 완숙미가 느껴지는 그림을 비교해보는 것 또한 즐거운 경험이었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예술가 중의 한 명이 빈센트 반 고흐일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는 여러 일을 경험하며 방황하다가 이십 대 후반에 와서야 화가의 길을 걷기로 결정했다. 번데기와 애벌레 시절을 거쳐 나비로 비교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번데기 시절에 그린 그림과 나비가 되어 그린 그림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고흐의 꿈틀거리는 붓질에서 금방이라도 풀들이 일어설 듯 생동감이 넘친다. 습작 시절의 그림은 어떤가. 어둡고 평면적이다. 풍경도 느낌이 다르다. 노랗고 푸른색을 강조해 보는 이로 하여금 햇살처럼 밝게 해준다.





 

모든 일의 시작은 당연히 허접하다. 실수와 시행착오가 숱하게 이어진다. 거기서 배우고 깨달음과 영감을 얻는다. 다음 차례에 그것을 반영해 조금씩 개선해 나간다. 그렇게 조금씩 성숙을 거듭해 가다 보면, 끝에 누가 봐도 비범하다 말할 수밖에 없는 무언가, 즉 예술이 허접했던 이에게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허접에서 비범으로 향하는 길, 그 길이 우리가 삶에서 예술을 행하는 길이 된다. 세잔이 그 길을 예술을 일군 것처럼. 우리가 그 길을 걷기로 택한다면 우리는 예술가가 되고, 우리의 삶은 예술이 된다. (103페이지)

 


저자는 제주에서 일 년을 지냈다고 했다. 허접하기 그지없는 요리 실력에서 일취월장했던 경험을 말하며 세잔과 피카소의 작품을 예로 들어 허접함에서 비범함으로 나아갔던 일화를 말했다. 정물화의 대가 세잔, 추상화의 대가 피카소의 독창적인 진화를 살펴볼 수 있었다.




 


바늘과 보따리로 작품을 표현하는 김수자의 작품 <바늘 여인> 연작 시리즈는 의미심장하다. 세계 각국을 떠돌아다니며 인파로 가득 찬 거리에서 자신의 뒷모습을 촬영해 그 영상을 바느질로 꿰매듯 엮은 비디오 작품이다. 작가의 뒷모습은 바늘을 연상시킨다. 바늘 여인의 그 의미를 알고 나니 작품이 더 새롭다. 책에 수록된 건 <바늘 여인>이라는 비디오 작품의 사진 한 컷이다. 작품에 스며든 인간애는 감동 그 자체다.


 

이렇게 보면 예술은 결국 무의미한 것에서 의미를 발견해 내는 것, 무의미하게 여겨지는 것 속에 숨어 있는 오묘한 아름다움을 발견해 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원초적인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148~149페이지)




 


생전에 화가가 거주하며 그림을 그렸던 저택을 개조해 미술관 겸 박물관으로 이용하는 소로야 미술관 사진은 가보고 싶은 장소다. 초록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정원과 세라믹 타일이 인상적이다. 진열된 소품 등 수집품은 박물관으로 꾸며져 즐거움을 더한다. 소로야의 <수영하는 사람>은 물에 젖은 인체의 모습이 다른 그림과는 다르다. 바다에서 막 빠져나온 인물의 몸 위에 물을 코팅했다. 소로야 만의 채색 기법이 특별하다.

 


그림은 볼 때마다 그 감동이 다르다. 오늘의 감정과 상황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는 건 소설을 읽어봐도 마찬가지다. 예술을 알고 나면 작품을 보는 안목도 높아진다. 살아갈 힘을 얻게 되는 그림의 위로. 어떻게 살 것인가, 예술이 주는 해답을 만나보자. 지금보다 훨씬 풍부해진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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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하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안보윤 외 지음, 이혜연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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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마음을 열고 타인을 바라본다고 해도 결국 우리가 생각하는 틀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노력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도 타인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던가. 조금씩 타인을 이해하려고 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공존하는 소설은 사회적 약자를 테마로 한 소설로 여덟 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첫 번째로 안보윤의 밤은 내가 가질게는 사회적 약자 중에서도 폭력에 노출된 한 아이를 바라봄과 동시에 폭력에 대처하는 힘을 얻게 되는 내용이다. 어린이집 교사로 있는 는 한 아이가 입학했을 때 아이의 엄마가 아동학대 경험이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 매일 아이가 등원하면 옷을 벗겨 아이의 몸 상태를 살폈다. 몸 여기저기에 멍이 발견되자 아동복지국에 신고해 엄마로부터 분리했다. 할아버지 집에서 등원하기 시작한 아이에게 이상징후가 생겼다. 아동복지국이 아닌 경찰에 신고해 아동학대에서 벗어날 수 있게 했다.





 

가 경찰에 신고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폭력에 노출된 언니와 함께 지내면서부터다. 습관적으로 타인에게 이용당하던 언니가 안락사의 위기에 처한 개를 입양하기로 정한 것을 인정하면서 상처받은 사람을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상처에 노출된 사람이 같은 상처를 지닌 존재를 끌어안으며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다.

 


서유미의 에트르와 조남주의 백은학원연합회 회장 경화는 전에 읽었던 내용이다. 다시 읽어도 우리에게 시사점을 준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하여 이익만을 바라보다가 처한 상황에 다다르다 보면 생각을 바꾼다. 경화가 학원 옆 건물에 요양원 건물이 들어선다고 했을 때 앞장서 반대하다가 엄마가 치매에 걸리자 더 이상 반대할 수 없었다. 학원 옆에 혐오시설이 될 것 같았던 요양원이 엄마의 치매로 자기에게 필요한 시설이 되었다. 상황에 따라 나와 우리 사회가 공존해야 할 필요가 있다.


 

김지연의 공원에서는 성 정체성과 함께 폭력에 노출된 이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것도 결국 사람이라는 것을 말한다. 평소 큰 키와 짧은 머리로 남자로 오해받았던 인물이 여자라고 인정하자 폭력에 노출된다. 공원에서 술 취한 남자는 여자를 때리고 사라졌다. 폭행한 남자를 특정할 수 없었던 여자는 공원이 불편한 장소가 되었다. 하지만 한 아이가 다가와서 벤치에 앉으며 우는 여자를 달랜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법. 아이의 작은 위로가 다시 공원을 좋아하게 만들었다.

 


최은영의 고백은 우리의 말과 표정이 어떻게 다른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내용이다. 미주와 주나, 진희는 고등학교 때 같은 반에서 만나 친구가 되었다. 할 말 하는 주나와 달리 진희는 책과 함께 가까워졌다. 셋은 한 명과 가까이 지내면 다른 한 사람이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관계다. 진희가 미주와 주나에게 고백했다. 여자를 좋아한다는 말에 주나는 역겹다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미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진희는 생일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람은 나 아닌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경향이 있는가 보다. 미주는 주나의 말 때문에 상처받았을 거로 여겼지만, 주나는 미주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미주는 진희가 고백하던 날의 자기의 표정을 알지 못했다. 자기도 모르는 새에 마음이 드러나 있었던 거다. 말 보다 더 잔혹한 표정이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랜만에 김숨의 단편을 읽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고장 난 보일러를 바꿀 돈이 없어 영하 15도를 웃도는, 등골까지 파고드는 한기에 몸서리쳐지는 밤을 보내는 한 노인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짖지 못하는 개를 안락사의 위기에서 구해온 아내를 생각한다. 개라도 품으면 몸이 따뜻해질까. 얼어 죽지 않으려고 개를 끌어안고 자는 에스키모들의 개의 밤 이야기를 떠올린다. 온기를 찾는 노인이 안타깝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저 골목길 어딘가에도 온기를 찾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모른 척하고 있지 않은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리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김미월의 중국어수업은 전문 대학의 부설 한국어 학원에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수가 주인공이다. 수는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이곳에 왔지만 학생들은 비자를 받으러 한국어 수업에 등록했다. 중국인이 한국에 장기 체류를 위해 필요한 비자를 쉽게 받을 수 있는 곳이 학생 비자이기 때문이다. 서울과 인천을 오가는 지하철 안에서 매일 만나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그들이 머물 공간을 그려본다. 애인을 위해 악착같이 돈을 버는 남학생의 상황을 보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수 또한 계약직으로 3개월마다 재계약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가 속해있는 공간은 누군가가 나서야 드러나는 것 같다.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관심과 배려가 타인을 이해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주변을 둘러보자. 사는 게 버거워도 마음 한 조각 나누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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