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수다와 속삭임 - 보다, 느끼다, 채우다
고유라 지음 / 아이템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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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이지 요즘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을때, 혼자만이 즐길 수 있는 고요의 시간은 무척이나 외롭기만 하다. 예전 같으면 꽃 피는 봄날, 마음껏 밖으로 나가 흩날리는 벚꽃을 만끽하고 영화, 공연, 미술 등의 문화 활동을 즐기며 좋은 사람들과 함께 차를 마시는 여유도 즐겼을텐데, 인위적 전염병이 무엇인데 인간의 생활패턴을 무너뜨리고 나약함을 확인시키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역시나 친구였고 이 책은 그렇게 곁에서 아무말없이 함께 해 주었다.

 

  서양명화 140편의 작품이 들어있는 이 책은 마음의 빈 공간을 채운다고 한다. 인상주의, 추상주의, 표현주의, 사실주의에 이어 서정적 풍경화까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정을 드러내 보여주거나 마음 둘 곳 없는 허무의 적막을 깨워주기도 한다. 특히 책 속에 들어 있는 작품은 저자와 함께 고즈넉히 걸으며 담소를 나누듯 감상하는 느낌으로 외로운 옆자리의 공간을 채워주는 듯 했다. 저자와 함께 작품을 감상하고 느낀 그대로 대화하며 마음한켠의 빈 공간을 채우는데, 어쩔땐 친구같기도 했고 어느 순간엔 연인 같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이와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과의 연결은 손길하나만으로도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고, 대자연의 신비로 공허함을 채워 자연의 빛이 세상에 드러나게 하였으며, 사랑에 있어선 마음껏 행할 수 있는 과감함을 선사했다. 특히 지치마음을 위로하듯 수고하고 지친 자들의 쉼은 나른한 오늘에 안녕을 고하는 듯 했다. 같은 그림을 보며 공감하며 다른 생각을 나누는 여유로운 시간을 주는 '그림과 수다와 속삭임'은 오래도록 친구삼아 천천히 함께 하고 싶은 책이였다.

 

  슬픔이 짙어 눈물을 흘릴때면 함께 울어줄 친구가 필요하겠지만, 때로는 울지않고 덤덤히 곁을 지켜줄 친구가 필요할 때가 있다. 이처럼 작품 또한 지금은 슬픔이였지만 어느날은 위로가 될 수 있음에 작품을 보면서 한참을 머무르게 되는 이유는 오늘은 어제와는 다른 기분이기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금도 이렇게나 아쉬운 이유는 만남의 시간이 짧았을 수도 있겠지만 헤어짐의 아쉬움이 더 커서 그런게 아닐까?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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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과 왕릉, 600년 조선문화를 걷다
한국역사인문교육원(미래학교) 지음 / 창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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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hestia0829/222271852287

 

 

궁이란 왕의 공간으로 왕과 왕실 사람들의 모든 생활을 엿볼수 있는 곳이다. 조선왕조가 1392년~1910년 약600년 동안의 역사를 품고 있다. 실질적으로는 세종때 학자들을 위한 집현전을 마련하면서 궁궐로서 자리잡기 시작했는데 임진왜란으로 많은 부분이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으나 고종의 아버지 흥선대원군에 의해 재정비 되었다고 한다. 이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면서 저마다의 생활공간과 역할을 분배하여 왕실을 유지했으며 그 공간에 함께 했던 궁궐사람들을 소개하면서 우리가 알아야 할 개념과 상징하는 의미 등을 알려주며 궁궐에 속한 사람들이 하는 일, 그리고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더 나아가 건축양식이 상징하는 바를 보여준다.

왕의 어원은 하늘과 땅, 인간을 상징한다고 한다. 절대권력을 쥐고 있는 왕은 입법권과 사법권, 행정권까지 모든 힘을 손에 쥐고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했다. 왕이 원자로서 탄생하고 이후 세자가 되기까지는 십년이 채 걸리지 않으나 왕이 되기위한 자질을 키우기 위해 쉼없는 교육을 받아야 했다. 세자가 되면 동쪽에 떠오르는 태양과도 같은 존재이기에 동궁에 거주하게 되는데 이런 왕의 일상을 모두 보여준다. 차기 군주를 생산해야 하며 궁궐의 살림을 책임지는 왕비, 왕이 되지 못한 왕자는 사가로 나가 왕자의 눈에 띄지 않게 살아야 했으며, 공주 또한 혼인을 한 후 사가로 출궁했으나 조선의 여성은 이름이 없는 경우가 많아 봉호로만 불렸던 일도 많았다. 외롭고 힘든 삶을 살았던 궁녀는 생각시 시절을 거쳐 정식궁녀가 되었고 혼인도 할 수 없었던 그녀들은 생을 마감할 때도 곁을 지키는 사람이 없어 화장을 했다. 왕의 그림자와 같은 내시는 결혼도 하긴 했으나 그 목적은 궁에서 일할 인원을 충원하기 위함이였고 온전한 남성으로 살지는 못했으나 권력자의 곁에서 재력과 권력은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어찌되었든 왕은 존엄의 상징이였으며 용안, 용포, 용상 등의 천상의 용은 결국 군주를 뜻하며 결코 짧지않은 궁궐과 왕릉의 문화를 담아내고 있다.

조선의 문화를 정의하고 궁궐의 모습을 그린 이 책은 사전에 있는 것처럼 개념과 호칭, 등급 등을 구분하여 정확하게 궁궐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위치를 보여준다. 특히 이 책은 한국역사인문교육원에 소속된 여러명의 전문강사들이 출간한 책으로 각 주제마다 다른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 그래서 특정 인물에 한정되었다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역사극을 보면서 주연뿐만 아니라 세세한 역할까지 다른 시선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생겼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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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륜선 타고 온 포크, 대동여지도 들고 조선을 기록하다 -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유진 초이'의 실존 인물 '조지 포크'의 조선 탐사 일기
조지 클레이튼 포크 지음, 사무엘 홀리 엮음, 조법종 외 옮김 / 알파미디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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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hestia0829/222260746863

 

 

해군 소위였다는 조지 클레이튼 포크가 조선의 땅을 장장 1448km를 이동하며 기록했다고 한다. 게다가 가마를 타고 움직였는데 무척 힘들었다는 에피소드가 미소짓게도 했다. 그동안 우리가 역사학자와 선생님께 배우고 들었던 수많은 역사의 흔적들을 타국인의 경험으로 보고 듣는다니, 아마도 색다른 조선의 모습을 옅볼수 있지 않을까 무척 기대됐다. 책에서 언급하는 1884년은 고종이 집권하는 시대로 갑신정변을 겪어 한미수호 조약으로 서방국가와 외교의 길을 열었고 당시 청나라와 일본의 텐진조약으로 일본이 조선에 들어와 발판을 마련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조지포크는 1884년 조선에 파견된 해군소위로 조선에서는 해군무관으로 정식 복무하게 되었다. 이 책에 들어가기에 앞서, 저자는 이 기록은 전혀 여과되지 않은 현실 그대로 보여준다고 소개하며 당시의 구체적인 정황들과 직설적인 표현으로 일기내용도 시간별로 써져있다고 한다. 특히 당시에는 증기기관을 이용한 화륜선을 바라보는 조선인들의 눈빛은 서양의 빠른 발전의 힘과 서양인에 대한 호기심이 넘쳐났다. 이 모든 기록은 미국 위스콘신 밀워키 주립대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고 대동여지도 외에 포크가 쓴 문서와 기록들, 신문자료들의 출처를 표기했다.

1884년 11월 1일부터 12월 14일, 총 44일간의 기록은 타국인의 시선으로 결코 더하지도 않고 빼지도 않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들어있는데, 재미있었던 부분은 가마꾼의 비용이 엄청나긴 했지만 불편했던 승차감을 호소했던 편지의 내용이었다. "가마의 돌발적인 움직임으로 고통받음", 또 하나를 소개하자면 집요한 시선때문에 놀라움을 넘어 경악을 금치못했던 화장실은 수많은 사람들이 그가 볼일을 보는 것을 구경한 경험, 그리고 조선의 남자들이 첩을 얻을때마다 정실부인의 원망도 같이 얻었다는 에피소드가 웃음을 터트게 했다.

조지포크가 보고 경험했던 조선은 대단히 경이로운 나라는 아니었다고 했지만, 이 작은 나라가 품고 있는 민속신앙과 거대한 불교 유적들, 그리고 바위 곳곳에 새겨져 있는 부조들은 그 어떤 사람들보다도 흥미로웠고 즐거움을 느꼈다고 한다. 특히 넓지는 않지만 훌륭한 평야를 지녔고 농지의 배수로를 과학적으로 설계된 것처럼 훌륭하여 조선인들의 삶의 지혜를 높이 샀다.

몰래보는 일기장은 역시나 재미있다. 지금도 변함없는 지역만의 특징을 이 책에서도 느낄수 있어서 무척 흥미로웠고 조선의 관리와 민간인들의 삶의 모습과 문화가 그대로 드러나 있어 현재와 연결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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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매혹적인 고전이라면 -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고전 읽기의 즐거움 서가명강 시리즈 15
홍진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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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hestia0829/222255709389

 

 

서울대에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란 의미를 가지고 있는 서가명강. 서가명강을 만나게 된 계기가 유성호 법의학자의 강연을 듣고 책을 만난 후 이후에도 꾸준히 찾아읽기도 하는데, 이번에 고전의 매력을 제대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발빠르게 만나게 되었다. 특히 요즘들어 여러 출판사에서 번역이나 티비에서 진행했던 고전들이 관심받게 되면서 개정판들이 나오는데 또다시 만나는 고전이 과거에 정석으로 읽었던 것보다 더 깊이있게 다가오는 듯 해서 기대감이 커졌는지도 모르겠다.

저자 홍진호 교수는 고전을 읽기 시작할때 작품이 쓰인 사회문화적 맥락을 살펴보고 말하고자하는 내용을 파악하면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이 책은 깊은 사색의 시간을 선물하는 듯, 시대적 배경과 문화를 곁들여 다른 작품 또한 연결시켜 다양한 방법으로 이야기한다. 헤르만헤세의 데미안 같은 경우는 책을 읽는 독자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삶과 얽혀진 무언가가 인생을 자극하게 되고, 데미안이 말했던 숨은 의미를 세심히 살펴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영상이라는 수단이 아닌 사색의 시간을 줌으로써 더 나은 나의 존재를 만들 수 있는 것이라 했다. 사상에 따른 반발을 샀던 작품도 있었는데 바로 젊은 베르터의 고통이다. 저자는 소설의 원제 '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를 거론하며 실제 발음과 한글번역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아닌 '젊은 베르터의 고통'이 올바른 번역이라고 했다. 어쨌든 결말로 따지자면 신이 주신 생명을 스스로 저버리게 하는 행위는 있을 수 없다며 기독교 신자로부터 문제시되기도 했다. 수수께끼를 풀듯 읽어야 하는 '672번째 밤의 동화'는 저자와 함께 하나씩 풀어헤쳤고, 입구도 여러개지만 출구도 여러개를 가진 미로같은 카프카의 '변신'은 노동력의 상실과 소외된 인간을 가장 극단적으로 전개시켜 자본주의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어렵다고 느꼈던 고전, 어렸을때는 아직 살아온 시간이 얼마되지 않아서 였을까... 다시금 만나는 고전은 자연스레 자신과 연결지어졌고 우리가 처한 지금의 환경에 합리적으로 나아갈 삶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다는 이 책은 여전히 공부하고 살아나가야 할 모든 이들에게 일단 고전을 읽으라 말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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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컬러 - 색을 본다는 것,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더 많은 것들에 대하여
데이비드 스콧 카스탄.스티븐 파딩 지음, 홍한별 옮김 / 갈마바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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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이라고 하면 여러가지 공상을 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물체의 색을 얘기하는거겠지만 어느 공간에서의 색을 말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들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색과 가지고 있는 색에 따른 연관된 단어들, 빨강은 정열이고 노랑은 새로움과 희망 등의 느낌, 더나아가 사람에게도 색을 입히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부드러운 파스텔톤이고 어떤 사람은 푸른 평화주의자 같으며 어둠을 품고있는 검은색의 느낌 등, 우리는 일상생활 중에서도 무의식적으로 색을 많이 꺼내어 놓는다. 이런 색을 본다는 의미와 그 속에 품고있는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는 소개에 무척이나 만나보고 싶었다.

책 속에는 뇌로 전달되는 보이는 색의 설명과 착시에 의한 다름, 그리고 다른 색과 어울려 보여지는 색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친다. 보이는 색과 보여지는 색, 같은 문맥같으면서도 다르게 전달되는 색의 스펙트럼 속에서 펼쳐지는 색의 유래와 사회적 이야기는 읽는 독자를 유혹하듯 끌여들이는 듯 했으며 일곱의 무지개색에 흰색, 회색, 검은색을 포함한 총 열가지 색에 관해 말한다. 장미는 붉지만 빛에 의한 시각적 현상은 어둠과 맞닿으면 더이상 빨강이 아닌 색이 된다. 색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현실과 빈센트 반 고흐의 추상으로 강력하게 드러난 주황은 어쨌든 빨강에 노랑을 빠트린 오렌지라는 것, 노랑이라고 불려지기 전에 백인의 살색을 비교해 자신들만큼 희다라는 표현을 했고 후에 살색의 논란으로 복숭아색으로 표기를 바꾼 크레욜라의 일화는 무척 재미있었다. 환경주의적이며 푸른 지구도 생태계유지의 희망을 녹색으로 표현했고 유럽에서 시작한 '파란 우울'은 심장질환을 안고 태어난 아이나 새파랗게 질린 얼굴의 파란 악마로도 표현했지만 정절과 진실함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 인디고의 염료로 무지개 색 속에 자리잡기까지 사연을 들려주는 남색, 모네의 선택을 받았던 보라색, 오드리햅번의 드레스를 시작으로 샤넬까지 섭렵한 검정, 세가지의 하얀 거짓말을 들려준 흰색, 회색만으로도 모든 그림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한 번 손에 들면 이야기 속에 푹 빠지게 된다.

언젠가 작가와의 만남에서 인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강연이였는데 흰색티와 노란색티, 그리고 검정티를 입은 세아이를 불러내 세계의 모든 다문화 친구들과 비교하는 자리에 백인, 황색인, 흑인에 대한 색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이 책속에서도 인종에 대한 살색기준이 무엇인지 논란으로 복숭아색이나 살구색 등으로 바꿨다는 이야기가 역시나 가장 흥미로웠고 흑백사진을 보여주면서 회색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문구가 뇌리에 새겨졌다. 심리학을 공부하는 이들도 색에 대한 연구를 다양하게 시도하는데 그런 분들에게 매우 도움이 될 듯 하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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