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상의 어릿광대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7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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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상의 어릿광대 』

히가시노 게이고 / 재인

 

 

 

 

 

우리내 인생살이 자체가 가끔 허상을 좇는 듯 하다. 앞으로의 확고한 계획으로 원하고자 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한 우물만 파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오히려 나 스스로가 바라는 바는 허상이고 정신을 차리면 그에 반하는 현실과 마주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허상의 어릿광대>라는 책의 제목을 보니 세상에 속해 있는 아주 작은 존재인 나는 누구의 어릿광대로 살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했다. 매번 삶의 중심은 '나'고 그런 '나'로 인해 변화를 일으킨다고 하지만 여전히 부족함을 느끼는 우리가 아닌듯 싶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미스터리를 당당히 추천하는 이유는 잔혹한 범죄와 넘치는 트릭때문만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서 벌어질 법한... 아니면 벌어지고 있는 문제를 소재삼아 변화하고 있는 암울한 현실을 드러내고 어쩌면 미연에 예방하고자 하는 문제를 직시하고 있기에 더욱 공감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허상의 어릿광대>는 총 7가지 단편을 수록하여 과학적 트릭을 포함한 심리적 문제, 그리고 수많은 반전을 포함해 독자에게 재미와 적지않은 감동 또한 선사하고 있다.

 

 

 

 

 

 

벼랑끝에 서 있는 사람을 현혹하여 아픔을 위로해주는 '구아이회'... 마음을 정화 해준다는 이곳은 대부가 행하는 염의 효력이 대단하다고 한다. 초자연적인 힘으로 구원한다는 이곳을 취재하기 위해 찾은 사토야마 나미는 죄의 기운을 씻기위한 행위를 버티지 못해 창문으로 뛰어내리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정화의 방엔 과연 어떤 물리적 트릭이 존재하는 것일까? 그리고 이 종교가 비밀리에 숨기고 있던 진실은 과연 무엇인지...

 

스치는 생각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현상을 분석하려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자신의 마음에 들지않는다고 계획적으로 괴롭히고 조종하려했던 <3장 들리다>에선 직장내의 따돌림이나 무시, 그리고 자신의 의중을 표현하지 못하는 사회 부적응자에 대한 사건을 보면서 왠지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환청에 시다리는 이들 또한 정신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에 의심때문에 말하지 못하고 혼자 겪어야했던 고충을 보면 변화하는 사회에 옳지 못한 행위를 하는 이들의 처벌은 그야말로 미약한 수준이니 반복되는 범죄의 심각성을 사회가 내버려두고 있는 건 아닌지 몹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7장 연기하다>에서는 무엇이 이토록 무감각한 인간을 탄생시켰는지 허무함을 남긴 사건... 나쁜 사람은 벌을 받아야 마땅하나, 인간 스스로가 죽음을 심판하는 것에 대한 범죄는 있어서는 안된다. 현실감 있는 연기를 위해 위험행위를 한다는 것... 거기에 트릭 또한 재현했다는 것은 인식 자체에 문제가 있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최근 게임하는 사람들이 인터넷 세상과 현실을 분간하지 못하는 사례가 잇달아 일어나는 실정이니 읽는내내 오소소 소름이 돋기도 했다.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와 엘리트 형사 구사나기의 캐미가 돋보였던 <허상의 어릿광대>

특히 이들이 나타나면 사건의 트릭은 감히 엄두도 못낸다. 과학적인 기술을 알지도 못하거니와 변화무쌍한 반전과 트릭은 그저 가독성의 놀라움만 안겨줄뿐...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문제 또한 기가막히고 현실감있게 재현하여 혹! "이 범죄가 지금 일어난 것은 아닐까?" 의심하게 만드는 혼동을 주기도 했다. 믿고 보는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 장난 없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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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
후루타 덴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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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 』

후루타 덴 / 블루홀6

 

 

 

 

익명으로 모든 것이 숨겨지지 않는다는 걸 아직도 모를까? 몇 해 전인가... 캐나다에서 자식이 부모를 고소했던 사건으로 인터넷이 떠들썩 한 적이 있다. 자신이 축적해 온 사회적 이미지가 있었는데 자신의 허락없이 10년간 인터넷에 글을 게재해서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를 계기로 자식의 사생활 침해에 대해 논쟁이 벌어졌고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엔 부모라도 처벌을 한다는 외국의 판례도 있었다. 특히 최근엔 무심코 올린 사진이 범죄에 악용되고 n번방 같은 크나 큰 사건도 벌어졌으니 더욱 신중한 소통이 요구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에선 익명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악의가 우리에게 가중시키는 정신적 문제를 결합시켰고, 한층 가까워진 온라인 속에서 벌어질 범죄에 대한 문제를 직시하고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 그 대책을 과제로 남겼다.

 

 

 

모든 게 딸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저 자신의 과시욕을 채우고 있는 게 아닐까?

Name: 아로하

Comment: 당신은 아이를 정말 사랑하나요?

소라파파의 답글이 달려있다.

Re: 혹시 자녀가 있으신지요?

이자식, 입만 살아가지고는. 다시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도오 출판사 히로인 잡지부록의 편집자 카에데...

'남편과 아이의 삶을 서포트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겠어. 내 삶의 주인공은 바로 나야!'라는 광고문구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가정주부로서의 삶을 만족하고 있는데 의지를 깎아내렸다는 등의 항의가 끊이질 않아 분위기가 가라앉을때까지 쉬어가기로 했지만, 어느날 프리랜서 기자가 찾아와 어린이 코스프레 의상을 만드는 유명 블로거에 대한 출판 의뢰가 들어온다. 백 엔으로 자신의 딸에게 직접 옷을 만드는 '소라파파'의 블로그를 본 카에데는 아무리 봐도 자기 과시욕으로 만드는 것 뿐이지 모자이크 처리한 딸은 원치않을거라는 의심을 품게 된다.

 

넉넉하진 않지만 안정된 직장에 가정을 꾸린 다나시마... 5년전 불의의 사고로 아내는 의식불명에 빠져 여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친가에서 딸아이를 돌봐주고 있는데 최선의 아빠가 되기위해 예쁜 코스프레 옷과 소품을 직접 만들어 딸에게 입히고 블로그에 공유를 했다. 그러던 어느날 뜬금없이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하느냐는 댓글이 달렸고, 그저 사랑합니다라고 답글을 달아도 될 것을 자신의 사랑이 의심받는다는 것에 화가 나 자녀가 있는지 반문했다.

 

이를 시작으로 익명의 악의는 일파만파 번져가기 시작한다. 단지 게시한 사진이 거짓된 것이라며 지레짐작하고 나보다 더 행복해 보이는 타인에 대한 악의적인 글이 자신의 삶 또한 까발려지면서 점차 벼랑끝으로 몰리게 되는데... 책 속에는 모르는 익명의 그림자도 존재하지만 주위에 나를 시기하는 가족과 친구 그리고 직장동료까지 얽히고 설켜 있다. 과연 이 모든 반전을 연결할 수 있는 독자가 몇이나 될지...

 

어쩌면 나조차도 익명의 악인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대면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이 끄적인 글 하나로 상대를 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시금 생각하게 했던 스토리였다.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를 통해 익명의 잔혹성이 타인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깨닫게 되었고 건전한 소통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키보드에 손을 올리면 악마로 돌변하는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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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부터의 탈출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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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다가올 미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가파르게 올라가는 문명의 발달은 신세계를 보여주는 듯 하지만 이미 과거를 살아온 노인에게는 이렇게나 빠른 문명이 버겁기만 하다. 중년의 나이로 SNS나 각종 커뮤니티를 이용할때 헤매면서 어떻게 물어물어 상황을 해결하지만 늙어진 부모님은 자동주문시스템으로 주문도 하지 못한다는 사실... 코로나로인해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쌍방향으로 소통하고 자료를 제출하는 것을 보니 이제 나도 슬슬 쉰세대로 진입하나 싶어 배움에 열심을 다하고 있다.

<미래로부터의 탈출>은 인간의 생존위기를 겪고 백명남짓 남아있는 이들의 끊임없는 사투를 보여주고 있다. 불편함없는 요양시설이지만 이곳에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없는 노인들... 이상하게도 이곳으로 어떻게 왔는지 그리고 나이조차도 기억나지 않는 이들은 그저 자신의 나이는 백살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다. 자신의 존재가 어떤 의미가 있으며 저 밖의 세상은 누가 사는지 의문을 품었던 노인들이 벌이는 탈출극... 뭔가 어수선하면서도 긴박한 긴장감을 전해주는 이 소설은 생전 마지막 작품으로 고바야시 월드로 초대하고 있다.

 

 

 

 

노인요양시설에서 거의 똑같은 매일을 보내고 있는 사부로...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일기를 쓴 것을 보니 처음 온 날짜가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면 각 국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직원들의 언어는 알아듣지 못하겠다. 그러다 일기장에서 우연히 발견한 암호와 같은 메세지... 나에겐 의문의 '협력자'가 있었고 나는 도망치고 있었다.

 

 

이 메시지를 봤다면 신중하게 행동하라.

메시지를 봤다는 걸 들키면 안 된다.

여기는 감옥이다.

도망치기 위한 힌트는 여기저기에 있다.

조각을 모아라.

 

 

 

메시지를 확인한 사부로는 함께 탈출할 동료를 모으기 시작한다.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 엘리자, 책을 좋아하며 명석한 두뇌를 가진 도크, 기계에 능숙한 만물박사 밋치, 재미있게도 이 노인들은 '헌드레즈'라는 팀 이름도 정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팀은 아주 조용히 모종의 계획을 세우는데 갑자기 동료 하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며칠 후에 돌아온 그는 기억이 지워진듯 처음 본 듯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는데...

 

로봇 공학의 3원칙의 개념을 창시한 아이작 아시모프...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선 안 되고 위배되지 않는 한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며 자신 또한 지켜야 한다는 것... 인간문명의 발달은 유전자 변형을 꽤하면서 혼란과 마주하게 된다. 인공지능로봇은 이를 실현시키기위해 인간의 생명은 위협하지 않는다. 문제는 유전자변형으로 인한 인간의 개념이 변화하기 시작해 로봇 공학 제0원칙이 만들어졌다는 사실... 과연 그것이 무엇일까?

인공지능의 발달은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도 하지만 인간이 설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존재로도 문제시 되고 있다. 비록 이 책에서는 노인요양시설로 작품을 그려내며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사실 이들이 진짜 노인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나이를 추정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주름진 얼굴에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없는 몸 뿐이지만 이들의 예리한 판단력과 진취적인 행동력은 왠지 조작되어 만들어진 느낌이었다. 읽으면서 섬뜩했던 점은 로봇에게 사육당하는 느낌과 왠지 미래의 모습이 진짜 그럴수도 있겠다는 공포가 동시에 다가와 인간과 로봇의 윤리강령을 더욱 예리하게 직시해야 할 것이라는 과제를 남긴 SF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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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교사
유디트 타슐러 지음, 홍순란 옮김, 임홍배 감수 / 창심소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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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전의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이 책을 만나자마자 어떡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리소설에 국어교사의 등장은 교사로서의 윤리를 무너뜨리는 게 아닌가 걱정되었기때문이다. 게다가 책 속 주인공은 허구의 언어를 무한정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자들... 바로 유명 문학작가와 국어교사... 그래서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기까지 숨죽여 지켜봐야 했다.

 

애인으로부터 버려진 <국어교사>는 그동안에 벌어진 사건을 풀어내면서 혹! 그녀가 범인임을 의심치않게 만들었던 집착과 교사로서 입밖으로 말하기가 어려울 것 같은 정확하고 친절한 잔인함에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과연 인간의 회귀본능처럼 벌어지는 16년 전의 비극이 어떤 진실을 품고 있는지 페이지를 넘겨보도록 한다.

 

 

 

 

16년전 5월 16일... 아침에 눈을 떠, 곁에 누워있던 크사버의 머리칼에 키스를 남기고 출근하는 일상이 너무나 행복했던 마틸다... 어쩐일인지 오늘은 왠지 내키지않은 기분으로 하루를 보낸 후 집에 돌아왔다. 텅빈 집... 그리고 흔적없이 사라진 당신... 얼마 지나지않아 호텔대부의 딸과 결혼한다는 기사를 보게된다.

 

마틸다에게 먼저 다가왔던 그는 격렬한 사랑을 시작하게 되면서 함께 살게된다.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어 크사버와 행복한 삶을 꿈 꾸었던 마틸다...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열망에 그에게 말을 비쳤지만 한사코 거부했던 그는 철저히 피임을 했다. 사실 마틸다와 함께한 이유는 금전적 문제가 가장 컷고 그녀의 충실한 삶을 존경했기때문인데 나중엔 그저 피곤한 생각만 들었다.

 

 

 

당신의 이야기에 어울리는 결말뿐만이 아니야.

새로운 이야기를 다시 들려줄게.

제목은 '국어교사'야.

당신도 함께 결말을 만들자.

중간에 덧붙이고 싶으면, 끼어들어도 괜찮아.

 

 

 

그렇게 지나버린 시간... 16년...

글쓰기 워크숍 프로그램을 맡은 마틸다와 강사로 선택된 크사버는 우연스레 재회하게 된다. 예전에 그들은 대화를 하면서 소설을 만들어 내는 것을 좋아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천사 3부작'은 그를 무명작가에서 유명작가로 탄생시킨다.

 

우연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재회한 그들은 예전처럼 허구의 대화를 그려내기 시작한다. 크사버는 사랑하는 두 여인사이에서 헤맸던 자신의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마틸다는 어린 아이를 납치해 지하방에 가두고 묵언으로 사육한 이야기를...

 

이 이야기가 점점 벼랑끝으로 몰린 이유는 그렇게도 아이를 원하지 않았던 크사버가 재벌 딸을 만나 바로 아이를 가졌다는 점... 그리고 그 아이의 유괴사건으로 한참동안 세상이 시끄러웠다는 점...

자~ 과연 그들이 숨기고 있는 비밀은...?

 

국어교사 마틸다의 바른생활은 누구하나 의심할 겨를이 없을정도로 철저했다. 크사버와의 추억의 날, 장소, 그곳에 함께 있었던 사람들의 이름까지 잊지않은걸 보면... 그랬던 그녀를 크사버는 부와 명예때문에 버리고 만다. 젊은 날을 모두 바쳤던 그녀였는데... 사랑과 결혼은 별개의 관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란 불안을 가졌던 크사버는 무엇이 그리도 두려웠을까...? 저자는 이 비극의 끝을 아주 현명하고 아름답게 그려내며 마침표를 찍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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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만의 살의
미키 아키코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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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그녀를 처음 본 순간 그녀는 나에게 꽃이 되었다' 라던지, 느긋한 오후,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중에 문득 문을 열고 걸어오는 남자를 봤는데 '그의 자체발광때문에 눈이 멀 뻔 했다'는 둥... 만약 이렇다면 그들은 인연인가? 그래서 사랑해야 하나? 자신은 원치 않았지만 상대에게 제멋대로 빠져드는 이 마음을 어떻게 멈출 수 있을지... 알고보니 그는 유부남이었고 그녀는 결혼을 앞둔 여성이었고, 끌리는 마음을 멈출 수 없으니 우리는 로맨스였다라고 주장한다면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그만"하라고 싶다. 냉철하게 판단해서 말 하자면 주위 사람들 싹 다 정리하고 시작하더라도 쉽게 인정 받을 순 없을 것 같다는게 내 생각... 시간이 지나 사랑이 변색뎌지 않는다면 인정해 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기만의 살의>는 로맨스라는 매력적인 가면을 씌우고 거침없이 살의를 드러냈던 추리소설이었다. 얽히고설킨 가계도는 스토리의 흥미를 더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미끼로 충분했고, 반전의 트릭은 추리 소설 속에 또 하나의 추리 작품을 더했다는 사실... 이젠 미스터리 좀 쓴다는 작가의 트릭은 거의 통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한데 추리소설을 소재로 한 기발함은 백톤쯤 되는 해머로 얻어맞는 듯한 느낌이 들었을 정도로 충격이 컷다. 알면서도 놀라울 정도로 기함하게 만들었던 <기만의 살의>... 정말이지 기똥차게 재미있었다.

 

 

 

 

 

니레 가문의 정신적 지주였던 이이치로의 사망... 장례를 마친 그의 가족은 저택 안 식당에서 다과시간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중 큰딸 사와코가 구역질에 고통을 호소하다 병원에 실려갔지만 이내 사망하고 만다. 그녀가 죽기 전 의사에게 남긴 말 "살려 주세요. 절 죽이려고 해요"... 그 말을 들은 의사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그러는 사이 저택에서 그녀의 양자 요시오도 쓰러져 사망하고 마는데... 그들의 사인은 바로 비소 중독... 사와코는 자신이 마시던 차에서, 그리고 요시오는 바지주머니에 숨겨둔 초콜릿을 먹고 사망.

 

니레 이이치로는 오래도록 의원직을 유지한 가문으로 큰아들은 병사로 사망, 큰딸 사와코는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돌계집이란 소릴 듣고 쫓겨나다시피 돌아왔고 둘째딸 도코는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다. 데릴사위 하루시게를 중심으로 니레 법무세무사무소를 운영하면서 니레 가문의 후계자로 나서는가 싶었는데 독살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문제는 니레 가문의 얽히고 설킨 관계는 타의적 힘에 의해 형성되었기에 누구하나 의심스럽지 않은 자가 없었다. 다만, 모든 증거의 흔적은 하루시게를 향해 있었고 불륜이 의심되는 사진이 발견되면서 그는 모든 범행을 인정하고 만다. 그렇게 선고된 무기징역...

 

 

이쯤에서 확실히 말씀드리지요.

저는 죄가 없습니다

 

 

 

 

약 40년이 지난 즈음... 가석방이 되어 나온 하루시게는 니레 가문에 홀로 남은 도코에게 편지를 쓴다. 아무 죄도 없는 가족을 희생양 삼아 자신의 무고를 주장할 수 없었던 그는 처자식을 살해한 누명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불륜의 사진은 우리의 마지막 밀회의 사진이었다고..!?!?

 

독자는 <기만의 살의>를 읽는내내 책 속에 들어있는 또 다른 추리소설에 의해 꼼짝없이 당하고 만다. 치정관계였던 그들이 주고받은 서신을 통해 독살사건의 전말이 하나씩 드러났고, 첫눈에 반했던 사랑이 연민이 되고 연민의 감정이 커지면서 저 깊숙히 품고 있었던 살의는 친족에게도 거침없었다. 사랑에 목 마른 자가 품었던 연민이라 하기엔 인간만의 도덕적 윤리가 너무나 쉽게 저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나락으로 떨어지는 추악한 인간의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허망했다고나 할까? 나이가 들면 사는 날보다 죽음이 더 가까워짐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묻어두었던 한을 드러냈으니 기만의 끝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추리의 정밀기계'란 호평이 전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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