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은 여자가 되나니 - 아킬레우스의 노예가 된 왕비
팻 바커 지음, 고유라 옮김 / 비에이블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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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묵은 여자가 되나니 』

아킬레우스의 노예가 된 ___ 왕비

팻 바커 지음 / 고유라 옮김 / 비에이블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 그리고 최고의 자리에서 그의 눈에 들어왔던 테티스... 테디스의 아름다움에 현혹된 제우스는 바다의 여신이었던 그녀를 탐하려하였으나 그녀가 낳은 아들은 아버지를 능가할 것이라는 예언에 인간인 펠레우스와 결혼하게 된다. 바로 그들의 자식이 아킬레우스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일찌감치 어머니에게 버려져 켄타우로스 곁에서 성장하게 되었고 이후 트로이 전쟁의 위대한 영웅으로 우뚝 섰던 아킬레우스지만 전쟁의 참혹함과 굶주렸던 정에 대한 갈망은 그의 영혼을 조금씩 갉아먹으며 종식해 왔다. 이후 수많은 전쟁과 생을 마감할때까지 외로움에 몸시려했던 그의 모습을 옅볼수 있었던 소설...

 

 

<침묵은 여자가 되나니>는 유혈이 낭자한 도륙의 현장에서 결국 진정한 승리는 그 누구도 아니였음을 보여주는 추악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었다.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가 아닌 피를 부른 도살자 아킬레우스... 승전을 울릴때마다 남자들은 환호성을 울릴테지만 여성들은 피눈물을 흘려야했던 현실을 보여준 소설이었다.

 

 

 

 

생쥐의 신이시여, 제 말이 들리나이까!

은제 활의 신이시여, 제 말이 들리나이까!

멀리서 화살을 쏴도 명중시키는 신이시여,

제 말이 들리나이까!

역병의 신이시여, 제 말이 들리나이까!

 

 

아킬레우스를 가리키는 수많은 별칭들... 위대한 아킬레우스. 눈부신 신과 같은 아킬레우스... 우리에게 그는... 그저 '도살자'일 뿐이었다. 이렇게나 강렬한 첫 문장은 그 누구도 원치 않았던 전쟁의 참상을 만들어낸 정복자를 향한 외침이었다.

 

 

열아홉의 왕비 브리세이스는 자신의 눈 앞에서 리르네소스의 성벽이 무너지고 그리스의 병사들이 돌진하여 자신의 남편과 형제의 목을 쳐내는 참상을 짙은 눈에 담고 있었다. 그녀들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발소리... 그것이 두려워 이 높은 지붕위에서 뛰어내리는 아리아나를 보았고 자신의 몸 뒤로 어린 소녀를 숨기는 엄마를 목격했다. 그리고 그녀는 "숨이 끊어질 때까지 나는 당신들을 증오할 것이다" 다짐했다.

 

 

배를 타고 떠나오면서 불길에 휩싸인 리르네소스를 보면서 다시 돌아올 수 없음을 느낀 브리세이스... 승전의 기쁨으로 자신의 앞에 우뚝선 아킬레우스는 모래가 잔뜩 낀 손으로 얼굴을 이리저리 돌리며 나를 선택했고 그렇게 어둠이 휩싸인 곳으로 이끌려갔다. 음식과 포도주를 내어주던 파트로클로스는 내 이름을 알았다는건 자신이 리르네소스의 왕비라는 것도 알았다는 사실... 그렇게 브리세이스는 전쟁의 포로이자 몸을 내주어야 하는 왕비... 아니 노예였다. 저주의 목소리를 내던 그녀는 그렇게 생쥐의 신, 은제 활의 신, 역병의 신을 부르짖으며 저항하고 있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으니...

 

 

노예로 살기보다는 죽음을 택하겠노라... 앙다문 입은 그저 침묵으로 휩싸여 있었다. 전쟁을 통해 지금의 평화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하기 무섭게 또 어둠에 휩싸이게 된 지금... 무엇을 얻기위해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참혹한 현장을 재현하는지 솔직히 무섭고 두렵기만 한 지금이다. 김대식 교수가 평한것처럼 전쟁은 남자들이 일으키지만, 절망의 기억은 언제나 여자들의 몫이었다는 메세지에 울컥했던 마음이 가라앉지 않아 애를 먹었다. <침묵은 여자가 되나니>를 읽으면서 더이상의 침묵은 절대 의미없음을 느끼게 했던 이야기... 아킬레우스의 노예가 된 왕비라는 시각에서 마주한 새로운 해석이 무척 색다르게 다가왔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아킬레우스의 노래'와 함께 만나보길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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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8
이디스 워튼 지음, 손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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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전집 208

 『 순수의 시대 』

 이디스 워턴 지음 / 손영미 옮김 / 문학동네

 

 

 

 

진심으로 사랑했기에 헤어짐도 감당할 수 있었다. 과연 이런 일이 가능할까?라고 생각하겠지만 우리가 흔히 티비에서 보는 가슴벅찬 사랑이야기 속에는 이런 결정적 요소들로 시청자의 눈물을 쏙 빼어 놓는다. 그럼에도 결국에는 간절한 바람으로 해피엔딩을 만들어 놓지만 실제는 그러한 현실이 마땅치 않기에 더 열정적으로 그들의 사랑을 응원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순수의 시대>는 이성과 감성의 혼란으로 진취적인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의 억누름을 그대로 보여주는 소설이다. 사랑했지만 마음껏 드러내어 보여줄 수 없었고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은 채 모든 것을 버릴 용기가 없었으며 차가운 타인의 시선조차 이겨낼 수 없었던 주인공의 순수를 그려냈다.

 

1870년대 뉴욕 상류층을 그린 이 소설은 맹목적으로 따라야 했던 그들만의 관습을 통해 변화하고자 했음에도 쉽사리 변화하지 못했던 인습의 대물림을 보여준다. '삼각관계 3부작' 중에서 가장 마지막에 쓰여진 이 작품은 가장 완벽한 불륜드라마라 극찬을 하지만 현대의 사람들에겐 그저 자신의 위치를 버리지 못한 용기없는 남성으로 보여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당시의 급변하는 사회를 보면 애처롭게만 보이는 연민의 감정으로 스스로를 억제하고 이성적인 판단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않기 위해 스스로 포기하고 마는 안타까움에 그저 애틋한 로맨스의 흐뭇한 엔딩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 순간 다시금

결혼은 지금까지 배워온 대로 안전한 정박지가 아니라

미지의 바다로 떠나는 항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웨덴 출신의 닐손 부인이 처음으로 음악당에 서는 날... 그곳엔 내로라하는 뉴욕 사교계의 일원들이 모여있었다. 오페라 공연의 휴식시간 즈음, 밍곳 집안의 부수에서 처음보는 인물을 발견하게 되는데 바로 엘렌 올렌스카 백작부인이었다. 소문에 의하면 엄청난 부호를 자랑하는 폴란드의 백작이었지만 짐승같은 행위에 죄수처럼 살아야 했던 그녀를 곁에서 보다못한 비서가 탈출을 시켰고 일년간 동거를 했다는 추문을 안고 돌아왔다는 것... 비밀리에 숨겨놓지는 못할 망정, 오페라 공연장까지 데리고 나왔으니 밍곳집안이 이렇게 나올지 몰랐다는 이들의 원성을 듣게 된다.

 

한편, 잠시 불장난 뒤로 메이 웰런드와 약혼을 하게 된 뉴런드 아처 또한 엘런을 곱상하게 보지 않았지만 뭔지모를 이끌림에 자꾸 그녀에게 시선이 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또한 인습에 따른 결혼은 또다른 권태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이대로 결혼을 하게 된다면 자신의 결혼 또한 부인의 무지와 남편의 위선으로 유지되는 무의미한 결합일 것이라 판단했다는거... 약혼녀의 친절은 학습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며 상류사회의 관습에 따라 일정기간동안 관계를 유지시켜 결혼에 이르러야 한다는 고정관념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터였다.

 

 

이혼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나쁜 것인지 깨닫게 하고,

결혼의 신성함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는 걸 알려주고...

나 때문에 집안이 도마 위에 오르거나

추문에 휩싸이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해서,

내가 이혼을 포기하게 만든 게 당신 아닌가요?

 

 

서로에게 이끌리는 감정은 어찌하지 못했다.

자신의 삶을 되찾기위해 이혼을 결심하게 된 엘렌... 그들 사회에선 어떤 상황에서도 여자가 이혼을 한다는 것은 안되는 이유였기에 겉으로 드러내지않은 시선을 보냈고 사촌동생 메이와 그곳의 사교계 사람들은 반성하고 있는 유럽의 남편에게 돌아가는 것이 현명하다고 권유하는데... 그녀 또한 아처에게 향하는 사랑의 감정과 집안의 우려때문에 자신의 거처를 옮겨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가게 된다.

 

<순수의 시대>에서 깊이 새겨봐야 할 인물들이 있다. 인습에 따라 순종적인 아내의 역할에 충실할 메이 웰런드, 짐승같은 남편을 피해 자신의 삶을 찾으려했던 진취적인 여인 엘렌 올렌스카 백작부인, 그리고 이성과 이상에서 쉼없이 망설였던 뉴런드 아처... '순수의 시대'에선 이 관계를 삼각관계라고 표현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만의 욕심을 챙겼던 사람이 없었기에 제목 그대로 순수한 이야기였다. 흔들리는 감정을 이성으로 짓누르고 이상을 위해 사랑과 이별한 그런 <순수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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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라의 비밀 약방
사라 페너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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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넬라의 비밀 약방 』

 사라 페너 지음 /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그곳엔 여자들만 살 수 있는 독약이 있대

 

 

지금까지 살아온 우리는... 어쩌면 많은 사람을 죽이며 살아왔을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마음속으로... 이슈가 되는 많은 잔혹한 사건의 범죄자를 죽이고 나를 처참하게 만들었던 누군가를 쉼없이 지우면서 말이다. <넬라의 비밀 약방>을 읽으면서 느꼈던 가장 큰 소망은 소중한 사람이 마음껏 빛났음하는 바람이었다. 우울했고, 암울했으며, 조금도 빛이 보일 것 같지 않은 어둔 쪽방 사이로 작은 빛의 소망을 불러일으키듯... 이 책은 악을 품은 여자들의 가슴시린 한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더 잘 살기위한 희망을 쉴새없이 그려낸 책이었다.

 

<넬라의 비밀 약방>에 기록된 여성들의 이름... 죽으면 잊혀질 그녀들의 이름을 새겨넣는 넬라였지만 결국 자신의 이름만큼은 새기진 못하고 만다. 18세기 여성들이 보내왔던 시대적 삶을 그려내면서 독살이라는 소재로 그녀들의 울분을 은밀히 처단했던 소설... 그러한 이야기는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여성에게 결코 잊혀질 나를 만들지 말라는 외침과도 같았다. 200년 전의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며 써내려간 이 책은 저자만의 매력적인 문체에 한없이 빠져들게 할 것임이 분명하다. 마음의 문을 열고 이 책을 마주하길...

 

 

 

하나를 얻으면

그 대가로 다른 하나를 잃는 게 마법의 저주래요.

어떤 묘약이든 효력을 발휘하면

현실 세계에서 다른 뭔가가 끔찍하게 잘못 되는 거죠.

 

 

넬라의 약방... 1791년 2월... 그리고 현재를 살고 있는 캐롤라인은 약200년의 시대를 연결하고 있다.

 

과거의 넬라의 약방...

자신이 누구를 죽이고 싶어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여자의 편지를 받았다. 그렇게 넬라의 약방에 찾아온 어린 하녀 엘리자 패닝은 넬라가 설명해주는 유의사항을 경청하여 듣고 있었다. 목주위의 경련을 일으키게 하는 마전자 씨앗... 그것을 주입한 달걀 두개... 이것을 다른 달걀과 섞이지않게 주의하여 주인어른의 아침상에 올려야 한다. 자신이 일하고 있는 저택의 암웰 부인은 엘리자에게 너무나 고마운 분이었다. 부인의 손떨림으로 자신에게 글쓰기를 가르쳤지만 세상이야기도 많이 들려주었던 은혜로운 분... 문제의 인물은 주인어른이었는데 그분은 과거에도 어린 하녀를 범해 임신을 하게 만들었고 자신은 주인어른이 준 음료를 마셔서 잠들었지만 암웰 부인의 말씀으로는 자신에게도 손을 뻗었다고 했다.

 

현재 런던에 있는 캐롤라인...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남편 제임스와 계획한 여행이지만 이곳엔 혼자왔다. 남편의 휴대폰에 메세지 알림창이 뜨면서 원치않게 눈에 띈 메세지... 아직까지 아이소식이 없던 그녀는 신중히 계획을 세워 아이를 준비하던 중이었고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면서 선택한 그였는데... 남편의 불륜을 확인하고는 함께 여행하고 싶지 않아서 홀로 런던행 비행기를 탓다. 생각에 젖어 홀로 걷던 그녀는 알프라는 남성이 제안한 '진흙 뒤지기'에 참여하게 되었고 하늘색 투명 유리로 만들어진 약병을 발견하게 된다.

 

백 엘리 3번지의 명망 높은 여성약방은 원래 엄마의 가게였고 넬라가 그 뒤를 이어 약방을 꾸려가게 되었다. 오로지 여성을 위한 묘약을 만들어 냈던 곳이었지만 사랑했던 남자에게 철저히 버림받았던 것... 그렇게 독약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넬라는 신뢰 없는 배신은 없다며 자신을 꾸짖었다. 캐롤라인 또한 매일이 똑같았던 생활이 위선적으로 다가왔다는 제임스의 말을 듣고 지금의 그녀가 어디에 서 있는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던것... 과거와 현재의 두 여인이 찾아야했던 나... 오로지 나로서의 자리를 찾기위한 사투에 끝까지 책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내 삶의 인생길에 나는 과연 어디까지 와 있을까? 만약 내가 갑작스레 세상과 등진다면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을까? 넬라가 마지막 엘리자의 손을 잡으며 무너졌을때, 가장 먼저 달려가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장부에 소녀의 이름을 적었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넬라의 비밀 약방>이 여성에게만 독약을 팔았지만 더 깊게 생각해 보자면 여성에게 던지는 독약의 메세지였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마약과도 좋은 책을 얻었으니 독자도 끔찍한 현실 세계에서 살아남으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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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자리
리디아 유크나비치 지음, 임슬애 옮김 / 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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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자리 』

리디아 유크나비치 / 든




이쪽도, 저쪽도 아닌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당신이 어디에 있든 나는 이해한다.


사회의 중심에서 버림받은 자들이 모이는 곳... 구석진 산 속이나 세상의 끝자락과도 같은 가장자리... 바로 그 곳에 그들이 존재한다. 사람들은 그들을 사회로 불러들이기보다 눈에 띄지 않도록 더 깊숙한 곳에 그냥 머물기를 바란다. 어쩌면 그들을 이용하여 범죄를 저지른다거나 하찮은 물건취급을 하기도 하며 더 나쁜 이들은 아예 사람취급조차 하지 않는 존재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는지 생각해보면 결국 가해자는 우리 모두가 아닐까 싶다.

음지에서 숨 죽여 살아가는 여러 단편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가장자리>는 거대한 자본주의의 세계에서 설마 이런 사람들이 실제한다는 사실에 거짓된 이야기가 아닐까했지만 각종 커뮤니티에서 들려오는 치졸한 사건사고를 보면 이런 거지같은 삶이 정말 존재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난하단 이유로 그들을 이용하고 나약한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을 착취한다거나 학대와 중독에서 벗어날 수 없는 벼랑에 내몬 사람들이 과연 누구일지 냉정한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어떤 어른들은

인간의 가치에 관한 원칙들을 전부 위반하며 살고,

그런 어른들의 이야기는

온 세상 아이들의 삶을 뒤흔든다.



수많은 이야기 속에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는 '장기배달부'였다.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버려진 아이들 그리고 실종된 아이들의 종착지... 결국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는 것이다. 사고로 손목이 잘린 아나스타샤는 잘려진 왼손을 발목위에 붙이고 살았다. 위험하지만 그곳은 의사들이 위험한 실험을 하기위한 최적의 장소였고 실패를 하더라도 책임지는 일이 없었기때문이다. 다행히 수술에 성공한 아나스타샤... 힘은 없었지만 발목에 붙어있던 손은 왼손에 안전하게 붙여졌다. 하지만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는 그녀에게 가족이란 존재는 나타나지 않았고 먼 친척아주머니라는 사람이 찾아와 열일곱명의 아이들과 함께 살게 된 소녀... 인간의 몸에는 다른 이들에게 이식할 수 있는 장기들이 있었고 아이들의 가치는 그들이 먹고 살기에 충분했다는 점... 그녀는 그곳에서 '장기배달부'의 일을 했다. 

꿈과 미래? 그들에게는 욕지거리보다 더 먼 단어였다. 하나의 단편만으로 <가장자리>가 보여주는 인간세계의 추악한 민낯은 그야말로 어둠이었다. 손가락 사이로 들어오는 아주 작은 바람조차도 허락되지 않았던 소외된 자들의 삶... 무차별적인 학대, 힘으로 짓눌러온 강간과 성 노동, 찌든 가난에 대한 폭력 등의 상처는 그 무엇으로도 그들을 회복가능케 하지 않았다는거... 그것이 나를 무척이나 화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저자는 모든 것을 이해한다고 말한다. 어둠이지만 희망의 빛이 보일 것이고 삶의 몸부림 속에 좀더 나은 삶에 도달할 것이라고... 독자인 나는 도대체 어디서 희망을 봐야할지 모르겠는데 <가장자리>를 보는 모든 이가 그렇게 응원하고 있었다. 그럼 당신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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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 개정판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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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 이야기 』

얀 마텔 / 작가정신





그야말로 나의 삶은 암흑이었다. 늦은 밤 술에 취해 들어오는 아버지의 발걸음에 귀를 기울였고 늦게까지 전등을 켤 수 없어서 도서관에서 제일 마지막에 나와야 했으며 그로인한 오해로 머리끄덩이를 잡혀 다음날에 치뤄야할 시험을 망쳤다. 다른 한편의 나는 불우한 가정이기는 했으나 어머니의 헌신으로 자신이 원하고자 하는 길을 걸었고 꾸준한 노력의 결과로 지금의 내바 탄생하였다. 자~~ 위의 상황을 보자면 똑같은 나의 이야기로 독자는 어떤 상황이 더 절실하며 반전의 이야기로 거듭나는 나를 원할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무너지는 나를 원할 것인지... 오래도록 생각을 해보면 사람들은 전자의 이야기를 선택하면서 거듭하여 반전하는 나의 삶을 원할 것이다. 작은 아픔쯤이야 누구나 겪고 있는 문제니 그만큼 가장 처절하고 절실해야만 상대의 감정을 휘두를 수 있단 말이다.

<파이 이야기>는 절박함 끝에 삶을 유지했지만 세상은 그들이 믿고자 하는 이야기를 듣고싶어 한다는 가식적인 모습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었다. 어쩌면 보편적인 인간의 삶을 벗어났다면 그들이 알고 있는 통념상의 삶의 굴곡만이 인정의 수준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을 해보면 인간으로서 어떻게 그런 일까지 벌일 수 있을까...하는 일들이 수시로 벌어지니 이 책에서 말하는 이야기는 믿든 말든 독자의 선택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당신은 어느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드시나요?




내 별명이 싫은 것도 그 때문이다.

숫자가 영원토록 따라다니는 게 거북하다.

하지만 인생에서 일을 알맞게 마무리 짓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야만 놓아버릴 수 있으니까.



인도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던 '파이'가족은 정권이 바뀌고 경영이 악화됨에 따라 이민을 가기로 결정하게 된다. 수영장의 이름을 딴 '피신 몰리토 파텔'은 소변을 보는 뜻의 파싱을 버리고, 중등에 진학하면서 파이 파텔로 거듭나게 되는데, 이름에 대한 에피소드는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도 연결되어 있었다.

어쨌든 동물들을 가득 싣고 이민을 가던 파이 가족은 거센 폭풍우를 만나게 되고 그대로 침몰하게 된다. 구명보트에 혼자 살아남게 되었다고 생각한 '파이'는 폭풍우 치는 바다 한가운데 허우적대는 '리처드 파커'를 마주하게 되고 극적으로 구해냈지만 미친 행동이라 깨닫는 순간, 때가 이미 늦었다는 것을 예견하게 된다. 하루종일 노에 걸터앉아 살육의 현장을 목격하고 굶주림에 처절한 상황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인간적 모습을 흔들리게 만드는데....

자~ 뒷다리가 부러진 얼룩말과 다리가 부러진 선원, 거부할 수 없는 욕구를 그대로 드러냈던 하이에나와 요리사, 부당한 상황때문에 화를 냈지만 힘이 없었던 오랑우탄과 엄마... 그리고 암울한 상황 속에서 고통을 이내했던 벵골 호랑이와 파이 파텔... 어떤 모험을 원할지 그것은 모두 저마다의 몫일 뿐이다.

한 평생을 살면서 끊임없이 선택을 해야 하는 인간의 삶을 생각하면 바다에서 사투를 벌인 파이의 계획을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구명보트에서 밀어내봤자 수영을 잘 하는 호랑이였고 동원 가능한 무기로 그를 공격함에는 무모함이 있었으며 결국 자연의 법칙으로 소모전을 펼쳤을 때는 허무함을 느꼈다는 점... 결국 리처드 파커를 길들이기로 한 파이...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하면서 살겠다는 의지를 되살리는 그는 결국 연민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절망에서 희망을 발견한 벵골 호랑이와 남겨진 소년... 홀로 남겨지는 것이 두려워 그를 살려 두기로 하고 살겠다는 의지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낸 파이는 227일간의 여정을 마무리 한다. 무엇이 사람을 살게 만드는걸까? 인간의 나약함을 보면서 다시금 발돋움을 하고 처절한 고통을 옅보며 그나마 행복하다 느끼는 인간... 어쩌면 매번 자신을 시험하며 하루하루를 이겨내는 삶을 살아내는게 아닐까 싶다. 다시 만나는 <파이 이야기>를 통해 '라이프 오브 파이'의 영상을 추억하는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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