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금서 - 개정판
김진명 지음 / 새움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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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미궁 한가운데엔 대한민국이 있다

『 천년의 금서 』

김진명 장편소설 / 새움











일본인들의 억지와 우리의 무지로

완전히 묻어버린 우리의 고대사에

이처럼 자랑스럽고 찬란한 문명이 있었던 겁니다.




우리의 무지함이 역사를 빼앗기는 현실과 마주하게 됐다. 

과거 청소년 시절... 역사의 기록을 외우고 있느니 차라리 어려운 수학문제를 푸는게 쉽다고 얘기했던 나는 이제와 생각해보니 참으로 무지한 사람이었다. 중년의 나이가 되어 사회의 중측이 되고 누군가의 엄마가 되면서 기록의 역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 지금, 정권이 바뀌면 왜 교과서가 개정됐고 어떤 오류로 내가 배웠던 역사를 근거도 없이 다시금 새기려하는지 관심조차 없었다는거... 무지한 탓도 있었겠지만 그동안 한국의 역사가 일본의 흔적을 벗어내지 못했다는 사실때문에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모른다는 것이 더 큰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언제였더라...? 우리나라의 국보와 보물의 차이점은 무엇이며 1호에 대한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했던 적이 있어 찾아보니, 그 기록 자체가 일제치하에 만들어 졌고 이동하며 보이는 순서대로 적었다는 내용을 인터넷 페이지에서 확인하고 기함을 했던 적이 있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기록을 남기려는 우리와 일본의 갈등은 여전히 대립관계에 있고 김치나 한복에 관한 중국의 주장 또한 역사의 기록만으로 증명해야 하는만큼 기록의 역사와 진실은 밀접한 관계에 있다 하겠다.



다른 건 차차 생각해봐야 알겠지만

일단 스스로 목을 맨 건 틀림없습니다.

손이나 목이나 저항한 흔적이 전혀 없으니 말입니다.

남에게 목을 졸려 죽은 시체가 이렇게 깨끗할 수는 없습니다.




첫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이후로 발표했던 도서가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던 김진명 작가... 그는 <천년의 금서>를 통해 대한민국이란 국호의 유래를 밝혔다. 마치 미스터리한 여교수의 사망을 소재로 더께한 기록의 흔적을 찾아 비밀스러운 행보를 보였다는거... 우리가 알고 있었던 단군신화 이전의 '한'의 기록을 찾았는데 읽는내내 가슴의 두근거림과 경이로움을 동시에 느꼈다는 것이다.

사망한 여교수가 남긴 다섯 개의 별자리와 웹하드에 남겨진 메세지로 추리소설과도 같은 증거의 흐름을 따라 사건을 해결하는데 <천년의 금서>가 사실인지 허구인지 독자들은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명색이 역사학자이자 국사편찬위원이고

대학에서 선생질을 하고 있는 사람이

대한민국이 왜 대한민국인지,

한국인이 왜 한국인인지,

한반도가 왜 한반도인지,

도대체 그 한(한)이라는 글자가

어디서 왔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목반장은 갑자기 걸려온 전화에 의심이 들어 현장에 직접 찾아간다. 혼자 사는 30대의 여자로 책장에 꽂혀진 책에 여러겹으로 엮인 빨간줄로 목을 매고 자살했는데, 자살이라고 하기엔 자세가 이상했다는 점이다.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했지만 타살 흔적이 없어 사건을 마무리했지만 아무래도 찝찝한 마음에 목반장은 혼자 수사를 진행한다. 그러던 중 컴퓨터에서 자주 메일을 주고 받는 한은원 역사교수를 발견하게 되는데...

어쨌든 자살한 김미진 교수의 장례식장을 찾은 이정서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던 목반장은 그 또한 타살이 분명하다는 주장에 도움을 청하게 된다. 프랑스의 핵융합 연구소 소속인 이정서는 미진의 흔적을 찾다 은원 또한 실종된 사실을 알게 되고 사건의 진실을 찾으러 중국행 비행기에 오르게 된다. 고조선 이전에 존재했던 '한'이라는 역사의 기록에 대한 진실이 과연 어디로 향할지...



김진명 소설엔 대한민국 역사의 혼이 담겨져 있다. <천년의 금서> 또한 한이라는 성이 중국의 한나라에서 온 것이 아니라 고조선 이전의 '한'과 고종 실록에 쓰여진 대한제국이란 국호의 탄생을 보며 오래도록 이어온 '한'에 대한 유래를 찾았던 역사적 발자취를 맛보게 하였다.

한국소설의 거장 김진명 작가는 이를 위해 오래전부터 고전분투하며 잃어버린 역사를 되찾았고 앞으로의 기록을 위한 역사학자들의 노력을 응원했다. 여전히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흔들고 있는 주변국의 횡포가 국민의 정서를 혼란에 빠지게 만드는 지금... 바로 이때 우리는 <천년의 금서>를 만나야 할 이유가 될 것이다.



김진명 소설엔 대한민국 역사의 혼이 담겨져 있다. <천년의 금서> 또한 한이라는 성이 중국의 한나라에서 온 것이 아니라 고조선 이전의 '한'과 고종 실록에 쓰여진 대한제국이란 국호의 탄생을 보며 오래도록 이어온 '한'에 대한 유래를 찾았던 역사적 발자취를 맛보게 하였다.

한국소설의 거장 김진명 작가는 이를 위해 오래전부터 고전분투하며 잃어버린 역사를 되찾았고 앞으로의 기록을 위한 역사학자들의 노력을 응원했다. 여전히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흔들고 있는 주변국의 횡포가 국민의 정서를 혼란에 빠지게 만드는 지금... 바로 이때 우리는 <천년의 금서>를 만나야 할 이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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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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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허삼관 매혈기》 위화의 8년 만의 신작!

『 원청 : 잃어버린 도시 』

위화 장편소설 / 푸른숲







이건 아직 시작도 시작되지 않고,

끝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우리내 삶은 그저 정해진 운명대로 따라가는 것에 불과한 것인지에 대한 물음에 잔잔하게 늘어지는 시간을 조심스레 잡아보았다. 운명대로 살되 삶의 희망을 놓지않으려 무던히도 애썼던 날들과 가난으로부터 벗어나려 앙다문 입으로 성실히 살아왔던 날들을 되새겨 본다. 이 불행이 운명이라면 내 존재의 의미를 찾아야했고 희망이 없더라도 기회를 만들어보겠노라 다짐했던 나날... 그런 날들이 하루하루 더해져서 그럼에도 살만하다 느끼며 살고 있는 듯 하다.

<원청>의 회색빛 잔잔한 어둠을 보면서 그나마 밝은 곳을 찾으려는 나의 눈길에 아직은 희망을 보고 있구나~란 생각에 작은 미소를 짓게 된다. 이렇게나 두껍고 긴 여정을 그려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고 끝나지도 않았음이 의미하는 것은 여전히 오늘을 살아내는 우리가 있기에 이런 메세지를 띄운건 아닐까 싶었다.








<원청>은 진시황 이래 군주제의 종말을 맞이했던 중국사의 근대적 소설로 1911년에 민주주의 혁명이었던 신해혁명기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시대를 관통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위화의 중국소설은 출간한지 1년 만에 150만 부가 판매되었다고 하니 붙임말조차 필요치 않은 듯 하다. 

작년에 강연한 영상을 옅보니 저자 위화는 <원청>에서 가장 애착이 갔던 인물로 샤오메이를 뽑았는데, 격변의 시대상 뿐만 아니라 여성으로서 감내해야했던 침묵에 무척이나 설움이 북받쳤다는 점이다. 저자 또한 그런 의미에서 작품 속 샤오메이를 놓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전생은 어디이고 내세는 어디인가,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가.



부유한 집안의 린샹푸... 아버지는 5살때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19살에 쓰러졌지만 남겨진 유산이 많아 살아가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남다른 재주로 가업을 물려받아 가구만드는 일을 했으며 생전에 아버님 말씀대로 재산도 적잖게 불려나가며 평화로운 삶을 살았었다. 

그러던 중 황혼이 내리는 어느날... 자신들이 타고가던 마차의 바퀴가 망가져 하룻밤 묵어가게 도와달라 청하는 남매의 부탁에 린샹푸는 그들을 손님방에 모시게 된다. 오라비는 아창이고 여동생은 샤오메이이며 원청이라는 남쪽도시에서 왔다는 의문의 남매, 다음날 오라비는 여동생만 두고 홀연히 사라졌고 남겨진 샤오메이와 린샹푸는 부부의 연을 이어 행복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그 행복도 잠시, 그녀 또한 자취를 감추고 마는데...

역경의 시간은 왜 자신을 비켜가지 않는지... 모아둔 재산을 가지고 사라졌던 그녀가 배가 남산만해져 린샹푸를 찾아왔고 출산한지 얼마지나지 않아 아이만 남겨둔채 또 다시 자취를 감춘다. 그녀를 찾아 '원청'으로 향했던 린샹푸의 견뎌내야하는 고달픈 삶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아니 시작이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살아 숨 쉬는 한, 삶은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원청>은 꿋꿋이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군상을 그렸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살아보려 하는 희망의 끈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 마치 이 또한 운명인것처럼...

힘든 지금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무엇으로 견뎌내야 하는지 고민하는 독자가 있다면 위화의 장편소설 <원청>을 추천하고 싶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서도 이렇게나 아쉬웠던 책은 오랜만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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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김진명 지음 / 새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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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펼친 순간 당신은 이미 승자다

『 카지노 』

김진명 장편소설 / 새움






인간은 늘 일탈을 꿈꾸며 그 일탈의 저편에 카지노가 있다는 작가 김진명님은 숱하게 일탈을 꿈꿨던 이들의 끝을 보면서 돈에 대한 이야기를 꼭 쓰고 싶었다고 한다. 카지노란, 거대한 게임의 공간으로 사회에서 벗어나 또 다른 나와 만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화려하고 거침없고 적거나 크던간에 모두 돈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기회의 장이며 인생 한 판으로 삶이 변화될 수 있는 파라다이스와도 같은 곳이다. 확실히 그렇다고 하기보다 그렇게 될 것이란 그들의 나지막한 희망이겠지만...

어쨌든 독자인 나는 화투나 카드게임 등의 놀이를 할 줄 아는 사람으로서 도박의 기묘한 스릴감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재미로라도 하지 않는 이유는 '나도 나를 잘 모른다는 것' 때문이다. 명절이면 재미로 고스톱을 치면서 웃고 떠들며 놀지만 돈을 잃으면 자신도 모르게 심중의 변화가 생긴다는거... 이때만되면 뉴스에서 이슈화되는 상황을 보면서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에 김진명 작가의 <카지노>는 어떤 위험을 그려내고 있을지 무척 궁금했다.



이곳은 인생의 마지막 도박을 하러 오는 곳이지요.

도박으로 모든 걸 잃은 사람들이

마지막 남은 몇 푼마저 잃고 난 뒤

자살하기 위해 택하는 곳이

바로 여기 네팔이에요.



카지노 게임은 본래 이길 수 없다. 원래 인간의 본성은 선하며 행복한 삶을 추구하지만 이러한 삶의 주체가 돈이 되어 그것에 쫓기다 인생을 허망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돈 때문에 일을 하고, 돈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며, 돈 때문에 신의를 잃는다는 점... 결국 돈에 치여 자신의 삶이 무너지는 모습을 그린 <카지노>... 

출간하는 작품마다 한국 베스트셀러를 실현시킨 작가의 심중을 그려보며 지금도 위태롭게 서 있는 대한민국의 초상을 마주하기로 한다.






인간이란 바람 앞의 촛불과 같은 존재예요.

생각해보세요.

인간의 그 장대하고 파란만장한 운명을.

그 운명 앞에 인간이란 다만 겸허할 수밖에 없어요.



청년은 지금 네팔 카트만두를 향해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 있다. 청년도 말이 없었지만 그의 옆에 앉은 여자도 말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호텔에 도착한 청년은 우연이 겹쳐서 인연이 되려는 듯 여자를 또 마주치게 되었다. 

청년은 이서후라는 인물로 과거 프로 도박사였고 마치 이곳을 삶의 종착지로 결정한 듯 권총을 구입하여 카지노에 들락거리기 시작한다. 한편 여자는 김은교, 실종된 동생을 찾으러 이곳에 왔지만 아무런 장비없이 에베레스트에 올랐다는 정황만 마주하게 된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동생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은교는 카지노 대부에게 돈을 빌렸고 기한내에 갚지 못하면 대가로 몸을 바쳐야한다는 치졸한 계약서에 서명을 하게 되는데...

또한 남모르게 도박꾼을 길러온 우 학장... 그에게 길들여진 혜진과 한혁은 과연 죽을 때까지 지지않는 게임을 펼쳐나갈수 있을지... 이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통해 보여주는 인간내면의 추악한 내면은 이 책을 마주하는 독자에게 무서운 경고장을 날린다. 

"이 책을 펼친 순간 당신은 이미 승자다" 

과연 진실일까 아니면 거짓일까...? 모든 판단은 독자의 몫...



이기기만 해서는 결코 도박전문가가 될 수 없다는 <카지노>... 잃어봐야 하고 잃으면서 슬픔도 겪어내야만 벼랑 끝에 서지 않을거란 말에 적지않은 깨달음을 얻었다. 매일이 도박장 한 가운데 서 있는듯한 인간의 삶이 그저 죽지않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나 스스로를 다독이며 지켜내는 삶이라는것을... 실패를 해 본 사람이야말로 더 좋은 방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기에 쉽사리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카지노>를 읽으면 역시 김진명을 외칠 것이다. 소름돋는 긴장감과 인생의 굴곡을 모두 그려낸 카지노는 지금 무너질것 같은 우리가 읽어야 할 한국소설이다. 꼭 한번 만나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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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자 생리학 인간 생리학
루이 후아르트 지음, 류재화 옮김 / 페이퍼로드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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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ysiologie du flâneur

『 산책자 생리학 』

루이 후아르트 / 페이퍼로드







한가로운 이곳에 터를 잡은 이유가 바로 산책로때문이었습니다. 학생때는 공부라는 핑계로, 성인이 되었을 때는 바쁜 직장생활로, 결혼 후에는 직장뿐만 아니라 창업을 위한 준비로 정신없이 보냈지요. 계획했지만 조금 늦은 나이에 소중한 생명을 얻었고 처음으로 휴식이란걸 해보았습니다. 그렇게 아침에 일어나 시원한 공기를 마주하고 아주 느린 걸음으로 산책로를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랬을까요? 저에게 산책이란 삶의 쉼표와도 같았습니다. 예쁜 산책로가 있는 곳에 작은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을 지어 조용히 살고 싶다고 말이죠. 그렇게 저의 첫번째 소원은 이루어졌고 행복한 삶을 보내고 있습니다.



인간은 작지만 괴로운 많은 불행 속에 살고 있다.




세상에 태어났으니 죽지못해 사는거라고 누군가는 말하더군요. 매번 실패와 좌절을 맛보고 웃을 일 하나도 없는 삶이지만 찰나의 기쁨으로 모든 것을 잊고 산다고 말이죠. 아마도 불행도 매번 찾아 오는것이 아닐겁니다. 기쁜 일보다 슬픈 일이 가슴에 더 깊이 패어들고 상처받은 마음은 쉽게 아물기 어렵기때문이 아닐까 하네요. 

<산책자 생리학>은 생물학을 조금 더 깊숙히 파고들어 자연의 섭리를 일컫는 생리학과 산책자의 습성을 에세이 형식으로 그려내고 있어요. 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이며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여러 시대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지요.







어떤 경우에나 명랑할 것.

필요할 때는 성찰할 것.

항상 관찰 정신을 지닐 것.

독창성은 그닥 없어도 됨.

유연한 사유.

약간의 피로와 훈련.

특히, 자신을 쉬게 할 줄 아는 의식 상태.




아름다운 이름의 산책자가 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자질을 소유해야 합니다. 명랑하며 자신을 성찰해야 한다는거... 따져보자면 위에 언급한 자질은 보통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성향이죠. 그런데 왜 이런 말들을 했을까요? 인생을 살면서 보통의 삶조차도 허락되지 않은 사람들이 그만큼이나 많기때문입니다. 특별히 남들보다 부자가 되라거나 높은 직위를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산책자라는 말은 나와 상관없는 일 같기만 하죠. 옮긴이 류재화님이 말하듯 "완벽한 산책이 불가능해진 현대인을 위한 씁쓸한 위로"라는 표현이 <산책자 생리학>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 것이 맞습니다.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우위에 있는 이유는 무념무상을 아는 사람으로 산책자가 되기 위한 조건을 가진 것이라 말합니다. 산책자는 덕이 가득한 인간임에 도덕적인 자이며 피로하긴 하지만 건강한 육체를 소유하고 산책이 주는 작은 행복을 아는 사람이라 한다. 한편 부족한 산책자들도 존재하는데 삶의 시간을 무의미하게 써버리는 무위도식자나 책임감없이 빈정거리고 게으른 삶을 사는 양아치들이 그러하다 말합니다. 

단순하게 말하는 듯 하면서도 자신의 삶을 되새기게 만드는 <산책자 생리학>은 한평생을 살면서 매번 갈림길에 멈추게 되는 우리에게 쉼표를 선사해 줍니다. 어떠한 삶을 보내고 있던간에 오로지 나를 위한 것이니까요.




<산책자 생리학>은 삶의 주체인 내가 산책자이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인식과 사유가 과거와 다르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므로 나는 지금 어느 길을 택할 것인지... 보고 느끼고 견디며 스스로를 의식하는 순간까지 끝나지 않을 인생이라는 산책길에, 그 중심에 내가 서 있음을 잊지 말기를 바라는 철학적 에세이였어요.

계절의 변화를 뚜렷이 보여주는 자연은 우리를 저버리는 법이 없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에세이로 <산책자 생리학>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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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4일
에리크 뷔야르 지음, 이재룡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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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만들었으나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이름 없는 군중우 외침이 생생히 울려 퍼진다

『 7월 14일 』

에리크 뷔야르 장편소설 / 열린책들







한 사건이 인간의 역사와 뒤섞이고

평범함이 이상을 동반한다니 묘하다.



촛불을 든 100만의 국민이 유명인사의 이름에 가려져 '누구 외'라거나 '기타 등등'에 속하지 않은 경이로운 이름으로 남을 때...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민중의 의지와 힘을 기리는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실현시킨 하야는 전세계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으며 한국만큼은 올바르게 민주주의의 실현을 이뤄내고 있다는 찬사의 목소리도 들었다. 

<7월 14일> 또한 프랑스 대혁명을 일으켰던 민중의 경의로운 이름을 기록했다. 가난한 민중의 외침으로 인한 바스티유 함락현장을 생생하게 그리면서 기록되지 못한 민중의 이름을 빼곡히 담아냈다는거... 혹여라도 이 속에 속하지 않은 무리가 있을까봐 노동자의 직업과 손에 들었던 저항의 물건들로 대신했던 기록도 기억에 남았다. 혁명의 그날에 불이 밝혀졌을지 기대하며 책장을 넘겨본다.






부상당한 아이는 목이 말랐다.

흑인이 마실 것을 주었다.

아이는 미소 지으며 곱슬곱슬한 들로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흑인이 웃었다.

아이의 눈이 감겼다.



당시 프랑스는 대기근을 겪고 있었고, 흉년과 노동자 탄압으로 국민은 굶주리고 있었다. 공장의 제품을 전 세계로 수출했지만 시장의 경쟁은 거침없이 치열해졌고 최후의 방법으로 노동자의 인건비를 줄이자는 결정은 그들을 또한번 분노하게 만들었다. 생활 필수품의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고 구걸로도 버틸 수 없었던 그들은 약탈을 시작했다는거...

1789년 4월 23일의 밤은 토론과 불평 그리고 분노만이 가득했던 길고 긴 밤이었다. 결국 그들은 권위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던 집을 약탈했고 경찰을 향해 기왓장을 던졌으며 군인들의 무차별 사격에도 굴하지 않았다. 파리의 거리에는 거지와 부랑자들이 늘어났고 부르주아 계층을 약탈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었다.

문제의 1789년 7월 14일...

왕의 명령으로 용병을 불러 모았고 이 군대가 파리로 진군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민중의 술렁임은 계속되었다는거... 결국 무차별 공격으로 인해 민중의 희생자가 발생하고 어린 아이마저 죽음에 이르자 민중은 폭군으로 변모하게 된다. 파리 시민들은 무기와 탄약이 저장되어 있는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해 탈취를 시작했고 이것이 우리가 배운 프랑스 대혁명의 시발점이 된 사건이라는 것이다. 



역사란 무엇인가... 변혁을 위한 끝없는 외침이 마치 큰 변화를 이루자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타인에게 억압으로 인한 지배가 아니라 그저 자신이 속해 있는 곳에서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작은 바람일뿐이다. 아픈 역사를 반복하며 세대가 변했다하여 이름 없이 잊혀지는 민중이 아니라 지금의 평화를 누릴 수 있는 우리가 민중의 이름을 되새길 수 있도록 말이다.

프랑스 대혁명의 현장을 그려낸 <7월 14일>은 우리와도 가깝게 이어져있는 역사의 기록이다. 지금도 끊이지 않는 외침의 목소리를 잊지않기를... 기록되지 않을 그 경이로운 이름에 이 책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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