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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굽는 가게로 초대합니다, 좋은 일은 언제 시작될까>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좋은 일은 언제 시작될까?
에이브러햄 J. 트워스키 지음, 최한림 옮김, 찰스 M.슐츠 그림 / 미래사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스누피 시리즈(피너츠)는 만만한 만화가 아니다. 우습게 알고 영한대역 같은 걸 붙잡았다가 그 허무한 개그와 철학적 대사들에 기겁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노란색 표지에 친숙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이 책 또한 보기와는 달리 만만하지 않다. 스누피의 탈을 쓴 정신치료 이야기니까. 

구태의연한 치료 기법 대신 친숙한 "만화"를 매개 도구로 사용했다는 점이 참신하다. "의사보다는 환자로부터 나오는 통찰력의 효력이 더 크다"는 것은 상담심리나 정신치료, 치유 계통에서는 잘 알려진 사실인데, 이 통찰력을 일깨우는 도구(불교로 말하자면 '방편')으로 은근히 철학적 특성을 지니는 "피너츠(Peanuts)" 캐릭터들이 동원되었다는 사실은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자신을 보자.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 분석하고 이야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자기 자신/너 자신"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고 하면 객관적인 분석은 커녕 얼렁뚱땅 회피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사람에게 있어서 "자기 자신"이란, 너무나 "당연"하고 "원래 그런" 것 같지만, 실상 누군가에 의해서나 어떤 상황에 의해 그 자체를 들여다보고 건드리게 되면(특히 부부싸움일 경우 확실하다) 엄청난 당혹감/분노와 함께 "왜 그런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로 흐지부지 결론을 내리는 이상한 대상이 아닐 수 없다.

만화를 통한 치료기법은 여기에서 바로 "타산지석"의 지혜로 활용된다. 인간 세상을 축소해놓은 듯한 "피너츠" 속 캐릭터들의 모습을 통해 감히(!) 직시할 수 없었던 내 모습을 은근슬쩍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책들은 이것을 "다른 사람의 인상적인 이야기(일화/에피소드/사례)"로 제시하는데 비해, 이 책의 저자는 그것을 친숙한 만화 주인공들로 대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원리는 그렇다치고, 이 책의 내용에서는 무엇을 새롭게 배울 수 있을까? 조금 아쉽게도, 남달리 번뜩이는 통찰이나 새로운 뭔가는 발견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자기 자신을 돌이켜봐야 하는 정신치료라는 분야의 다소 뻘쭘한 특성도 특성이지만, 이 책의 원서가 출판된 것이 1990년이니 뭐... ^ ^; 

"무엇이 필요할지 신중히 판단하라 ; 즉효약은 해답이 아니다 ; 허세는 금물 ; 순교자가 될 필요는 없다 ; 고집은 부리지 말되 자신의 판단을 존중하라 ; 자기 잘못을 두고 남을 탓하지 말라 ; 등등..."  이제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자기계발서와 매체에서 우려먹은 내용들이라 아하! 하고 무릎을 칠 만한 내용은 많지 않을 듯 하다 (사람마다 다를테니 직접 보고 판단하시길..).  

다만, '만화가 있으니 쉽겠지, 재밌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버린다면(사실 이것이 책 판매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역설적으로 "어, 이 만화를 이렇게 해석할 수 있구나!"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파악하게 되는 재미가 있고, 자기계발 서적들의 약간은 뻔하다 싶은 그런 주제들이 독특한 캐릭터 덕분에 신선하고 덜 지루하게 다가온다는 점이 차별성을 지닌다고 하겠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자신이 말하고 싶은 주제를 전개하기 위해 찰스 슐츠의 '피너츠' 카툰을 적당히 끌어다 썼기 때문에 약간씩 다르게 해석해볼 여지들도 남아 있다. 어찌보면, 서로 다른 목소리를 가진 두 사람의 작가가 한 권의 책 속에 시치미 뚝 떼고(?) 들어앉은 것이라 할 수 있는데, 겉모습과 내용물 사이의 적절한 조화를 스스로 발견하지 못한다면 눈에 띄는 몇 가지 만화에만 '겉돌다가' 끝까지 페이지를 즐겁게 넘길 수 있는 분이 많지 않을 듯. (찰스 슐츠의 시니컬한 '내용물'도 즐겨 보는지라 이 점이 좀 안타깝다.)  

 

4컷 카툰과 함께 실린 책의 제목 "좋은 일은 언제 시작될까(When do the good things Start)?" 는 바로 뒷 표지에 그 답과 해석을 싣고 있다. "지금 당장 시작될 수 있다"는 것. 그러면서 "그 전에 먼저 자신에 대한 비뚤어진 이미지부터 고쳐야 한다"고 알려준다.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면을 찾아내서 믿음과 자신감을 키워 줌으로써 자신의 비뚤어진 이미지를 고쳐나갈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는 설명이 간결하게 책의 개요를 대신한다.  

누구나 좋아하는 피너츠 캐릭터의 '귀여운 모습'과는 달리, 책의 '실제 내용'이 가지는 오래된 교훈들과 '진지하고 고뇌하는 감성(작가 찰스 슐츠의 성격이 많이 반영되었다고 한다)'은 사람마다 호/불호가 뚜렷이 갈리므로, 예쁜 겉모습 때문에 쉽게 집어들지 말고 실제로 5~10분간 내용을 확인해서 스스로 와닿는지 확인한 후 인연을 맺길 바란다. 그 정도는 해야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 연재된 만화인 '피너츠'와 스스로 만화가 보다는 '작가'이길 원했던 위대한 찰스 슐츠에 대한 예의가 아닐런지.  

 

맨 처음 이 책의 앞표지를 보았을 때 문득 떠올랐던 이야기가 있다.
저자가 주제를 전개한 방식과는 조금 다르지만, 결론은 비슷하고 또 다른 통찰이 숨어있다.
무엇보다, 카툰 속 오래된 친구들인 찰리 브라운과 라이너스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운문雲門 선사가 하루는 대중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보름 이전의 날들에 대해서는 묻지 않겠다. 대신 보름 이후에 관해서 말해보거라."
대중들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운문이 스스로 대답했다.

"날마다 좋은 날이로다(日日是好日)."

- 벽암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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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8 23: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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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매싱>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스매싱 - 아이디어가 막힐 때 돌파하는 힘
정상수 글.그림 / 해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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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매싱>에 '스매싱'이 없다"고 하면 좀 심한 표현이려나? 저자 또한 "한 가지만 강조하라"고 했는데, 한 상에 너무 여러가지 다채로운 메뉴들을 펼쳐놓은 느낌이다. 다양한 요리가 차려져 있는데, 다 먹고 나오니 메인 요리가 뚜렷이 기억나지 않는 뷔페 같다고나 할까... 코스 요리처럼 어떤 스토리나 줄거리를 가지고 이 요리들이 적절히 배열되었더라면 더 좋았으리라는 아쉬움.

책 자체는 재미있다. 저자 스스로 '광고 크리에이티브에서 배운 아이디어와 설득에 대한 지혜' 라고 전체 내용을 요약하고 있는데, 대부분 광고 업계와 관련된 내용이다. 치열한 광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벌어졌던 국내외의 다양한 에피소드와 아이디어 발상 기법들을 저자가 직접 그린 삽화와 오렌지색의 강조 배색을 곁들여 흥미롭게 전개하고 있다.

지은이가 계속 강조하는 것은 바로 "남 먼저, 과감하게, 다르게 하라!"는 것.  

책을 읽다보니 원래도 인상적이었던 만화같은 표지 그림에 다시 눈길이 갔는데, "아이디어 발상"을 상징하는 고만고만한 전구들 가운데 악마 같이 "튀는" 커다란 전구 하나가 바로 이 책의 주제를 한 눈에 반영해 놓은 듯 하다.  남 달리 빨갛게 뻗친 뿔 2개와 뻔뻔해 보이는 빤질빤질한 광택 마크, 어디론가 톡톡 튀는 화살표 꼬리. 알고보니 표지 그림 자체도 저자의 핵심주장을 반영하는 하나의 "광고" 였던 셈이다. ^ ^

미친 아이디어를 내라, 차별화하지 못하면 죽는다, 남의 아이디어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등등 각 장의 내용들은 아이디어와 시간에 쫓겨 피말리는, 말 그대로 '아이디어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광고업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여기저기서 가려뽑은 좋은 인용문도 많고, 치열한 실전을 통해 터득한 저자만의 노하우와 에피소드들이 상당히 다양하게 펼쳐진다. 굳이 광고업계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새롭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요구하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리라.

그런데, 참 이상하다. 이렇게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읽으면서도 내면 깊은 곳에서는 어쩐지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새로운" 아이디어, "남과 다른" 아이디어, "독창적"인 아이디어......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것"이 밥벌이가 된 사람들의 괴로움이 갈수록 더욱 깊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남과는 달라야 하고, 남보다 앞서야 하는 강박적인 몸부림, 기호/언어/상징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의 치열한 경쟁들... 대부분 습관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떠올리는 것이 바로 '생각(아이디어)'일진데, 어떤 목적을 위해 일부러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것은 바로 고통이 되어 버리는 현실. 특히나 그 아이디어가 이전의 것이나 남과는 "달라야 한다"는 전제까지 가지게 된다면 더더욱 더...

남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아이디어 발상의 세계와 이를 시장경졔의 비정한 현실 하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는 몸부림이 책 전반에 스며들어 있는 듯해서, 다 읽는데 몇 시간 걸리지 않았음에도 쉽사리 가벼운 서평을 올리지 못하게 하였다. 

게다가, 많은 이야기와 Tip들이 책 한 권에 담기다 보니 덕지덕지 포스트잇을 붙이고 형광펜을 줄쳐놓은 업무 수첩을 보는 느낌.. 이 내용들을 나만의 것으로 내면화시키려면 이리저리 흩어져있는 산만한 알맹이들을 하나로 꿰어 연결시켜줄 나름의 키워드가 필요했다. 그러지 않으면 (저자에겐 미안하지만) <유모어 전집>이나 <세계의 명언 모음> 같은 책들처럼 '다 좋은 말인데 딱히 기억에 남는건 별로 없는' 책으로 책꽂이에 전시되었다 사라질 가능성이 살짝 엿보였기에. 

일주일간 다시 틈날 때 마다 천천히 앞뒤로 책을 뒤적이다 발견한 나름의 연결선은.. (당연하지만) 바로 "사람의 마음" 이었다.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요즘 유행하는 괴짜 경제학이나 소비 심리학, 심리분석, 뇌과학 분야의 "기발한 연구"들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 책에서 보여주는 '광고 크리에이티브에서 배운 아이디어와 설득에 대한 지혜'를 통해 거꾸로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 수 있다 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비로소 이 책 자체에 대해 "스매싱"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이미 만들어져 움직이고 있는 구조를 통해 거꾸로 그 원리를 알아내는 기분이랄까. 

만약, 첫 인상과는 달리(?) 이 책의 내용이 너무 산만하고 여러 내용을 짜깁기 한 것처럼 어수선하다 느껴져서 한 번 읽고 그만두려 했던 분이 있다면, 이런 관점에서 다시 한번 들여다보길 권하고 싶다. 분명 새로운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 

P.S.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과 "독창적이고 차별성 있는 아이디어"는 다를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하고 보아야 할 것 같다. 광고업계에서는 후자가 더 우선시 되는 것 같지만, 일반적인 삶의 현장에서의 "문제 해결"이란 반드시 독창적이지는 않으며, 오히려 예전에 있던 것이 최선일 수도 있다. 한때 이 분야를 주름잡았던 '브레인스토밍에 의한 수 백 개의 아이디어' 보다는, 문제의 핵심을 꿰뚫는 새로운 통찰 내지 직관 같은 것이 요즘 비즈니스 창의력의 주제로 급부상하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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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전쟁>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환율전쟁 - 환율이 경제를 움직인다
최용식 지음 / 새빛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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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환율(Exchange rate).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썩 잘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 개념이다. 1달러가 천 몇 백원이라니, 1엔이 십 몇 원이라는 식으로 '숫자'를 입에 올리기는 쉬우나, 경상수지니 자본수지니 하면서 다른 경제 지표와의 상대적 관계를 언급하기 시작하면 어느새 애매하고 막연해지는 개념.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환율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낮설지 않을 것이다. 기획/개발/구매/생산/영업 등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면서 모든 노력을 기울였어도, 약간의 환율 변동에 따라 일년의 예산과 매출, 손익이 미친 X 널뛰듯 요동을 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씩 해외여행이나 어학연수를 갈 때에야 비로소 '환율'이라는 것을 체감하게 되는 일반인들에게조차 '환율'과 이에 대한 '정책'이 크게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현 정부가 들어선 2008년 이후의 경제 상황 때문이 아닐까 싶다.

900원대에서 1,500원대로(달러), 700원대에서 1,400원대로(엔화) 성큼 올라버린 환율... 유행처럼 번졌던 해외여행은 갑자기 부담으로 다가왔고, 물가폭등, 주가하락, 부동산 시장 침체 등등 악몽이 계속되었다. 재정경제부 장관의 정책과 자질이 수시로 네티즌들의 입방아에도 오르내릴 지경이 되자, 정부는 그 주범으로 석유값 폭등과 곡물/원자재값 상승 등 "세계경제의 위기"를 내세웠다. 정말 그것이 원인이었을까? 

단단한 검은색 하드커버와 붉은 글씨로 무장한 이 책의 첫 인상은 최근의 경제상황 처럼 왠지 갑갑하고 막연한 두려움을 불러 일으킨다. 그러나 막상 책을 펼치자, 여기에는 의외의 반전(?)이 숨겨져 있었다. 딱딱한 겉모습과는 달리, 간결하고 시원시원한 구성과 글씨의 배열들, 전문가입네 현학적이지 않으면서도 설득력있는 전개는 환율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덜어내고 마치 소설책을 읽듯 세계역사의 다양한 사례 속으로 이끄는 것이 아닌가.  대충 읽고 중고샵에나 팔아버릴까 하는 애초의 생각은 어느새 싹 달아나 있었다. ^^;

물론, 책의 내용이 소설책 처럼 쉽지만은 않다. 경상수지, 자본수지 등 기본적인 용어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으면 읽다가 인터넷 검색해봐야 하는 일이 가끔 생길 수 있을 정도로 경제학 용어라는 것이 만만하지도, 이 책이 기초용어부터 차근차근 손 잡고 설명해 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일류대 출신이니 뭐니 쓸데없는 학벌과 경력을 내세우지 않고도 이런 주제를 이렇게 쉽게 풀어서 설득력있게 전달해 주는 것은 저자의 공력을 짐작케한다.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환율은 니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x더x더~ 중요한거야!"

"환율정책을 잘 잡는 나라가 경제 패권을 지배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저자는 제목부터 [환율 전쟁]을 딱 내걸고 다음의 순서로 내용을 전개한다.

1. Why? (왜 중요할까) : 환율정책이 성장잠재력과 국제경쟁력을 결정하니까

2. How? (어떻게 움직이나) : 환율을 움직이는 요인들과 각종 경쟁력간의 상관관계

3. History (역사를 보라) : 몽골,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독일, 미국

4. Case study (성공/실패 사례) : 영국, 프랑스, 미국, 일본의 경제 침체와 번영

5. 우리나라는? :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권의 환율정책 비교

저자의 핵심 주장이라 할 수 있는 Why 와 How 에 대한 내용이 앞쪽 1/5 분량을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는 이에 대한 논거와 사례라고 할 수 있는 구성이다. 나름대로 골라 뽑아본 주요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경제의 호황과 경제위기는 모두 환율정책의 결과이다.

- 환율을 결정하는 것은 국제수지이며, 국제수지는 국제경쟁력과 성장잠재력에 좌우된다. 따라서 환율에 대한 정책대응은 그 변동에 대한 대처 뿐 아니라 국제경쟁력과 성장잠재력에 대한 대응을 포함한다.

- 국제수지가 흑자이면 환율은 하락하고, 국제수지가 적자이면 환율은 상승한다.

- 국제수지는 경상수지와 자본수지로 나뉜다. 경상수지는 국제경쟁력이 결정하고, 자본수지는 성장잠재력이 좌우한다. 국제경쟁력이 향상되면 경상수지는 호전되고 성장잠재력이 상승되면 자본수지까지 호전된다. 따라서 국제경쟁력과 성장잠재력이 향상되면 환율은 하락하고 그 반대의 경우 환율은 상승한다.

- 환율정책은 한 나라의 경제, 그 안에서 살아가는 개개인, 기업 모두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예: 일본의 경기침체,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금융위기, 한국의 IMF사태와 MB정부 경제난 등)

- MB정부는 '외환위기의 결과로 환율폭등이 일어났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로 '환율에 대한 잘못된 정책 대응이 경제난을 심화'시켰다. (즉, 환율방어가 물가폭등의 주 원인)

- 일본의 경기침체는 1980년대 말 주식/부동산 투자의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발생했다고 하지만, 일본의 '만성적인 경상수지의 흑자'가 결정적 원인일 수 있다. 우리나라도 국제 수지 흑자가 누적되면서 2003년부터 경기부진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 2010년 환율 예측 : 2010년 성장률이 4~5%에 머물면 경상수지는 200억 달러 이상의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게 되어 환율은 빠른 속도로 하락할 것이다 (850원대가 되면 Good). 

 

골치 아플거라 염려했던 경제 이론들은 책의 앞쪽만 일부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는 거의 '환율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 세계사'와 같은 구성으로 되어 있어서 예상보다 술술 책장이 넘어갔다. 

기본을 중시하고 꾸준함이 느껴지는 저자의 이야기 전개 방식이 다른 경제 전문가들의 책들과는 색다른 느낌을 자아낸다고나 할까. 세계 역사와 정치, 경제의 흐름을 '환율'이라는 또 다른 시각으로 조망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책이다. 이참에 저자의 [돈 버는 경제학]과 [거짓말 경제학]도 추가로 읽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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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는 연습>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올라가는 연습 - 당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터닝포인트
강금만 지음 / 비즈니스맵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책 제목인 <올라가는 연습>이라든지, '당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터닝포인트'라는 부제는 "CEO"라는 사회적 위치의 상징성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기 때문에, "CEO가 아닌 사람이 CEO가 되기 위한 방법" 같은 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라 생각하기 쉬울 것 같다. <올라가는 연습>이라면 '그 위치에 올라간 사람'이 아니라 '올라가지 못한 사람'이 '거기 올라가기 위해 필요한 어떤 연습' 같은 것을 떠올리게 하게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대부분의 내용은 "이미 CEO 또는 오너가 된 사람"이 "CEO가 아닌 직장인"과는 어떻게 다르게 보고 듣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서 몇 개 장을 읽어보고는 책 제목에서 약간의 위화감을 느꼈다.

프롤로그에서 밝혔다시피, 회사 홈페이지에 매달 기고한 칼럼을 엮어 펴낸 책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경영자로써, 또는 컨설턴트로써 경험하고 배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읽기 쉬운 에세이 형식으로 모아져 있는데,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 책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CEO 마인드"에 대해 "이거다!"하고 임팩트를 주는 구체적이고 정리된 방법론이나 철학 같은 것은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그런 방법론('CEO가 되는 법' 따위의) 같은 것이 이미 시중에 수없이 나와있기 때문에 편안하게 이런저런 경험담을 풀어낸 이 책은 나름대로의 차별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수많은 생생한 경험담들 속에서 제대로 키워드나 포인트를 잘 잡아내어 편집/분류해 두기만 했더라도 책 제목에 부합할 수 있고 좀 더 오랫동안 곁에 두고 볼 수 있는 그런 만듦새의 책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책을 읽으면서 또 하나 마음에 걸린 것은 저자가 CEO와 오너의 차별성을 따로 두지 않았고, CEO라는 Position을 정확하게 정의하지 않은 채 '조직에서의 최고 우두머리' 정도의 의미로만 두루뭉실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CEO 라는 용어가 한때 엄청난 성공과 명예와 능력의 상징으로 사회에서 떠받들여졌기에 용어로서의 차별성을 지니고, 저자의 위치가 현재 CEO라서 별 생각없이 사용되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진짜 CEO가 아니더라도 공감하고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 많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설령 진짜 CEO라 하더라도 조직의 실질적 소유자인 사장(오너)과는 또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점에서 주된 대상에 대한 용어 정의와 포지셔닝이 좀 더 정확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 책에서는 거창하게 CEO 까지는 아니더라도 자기 아래에 한 명이라도 부하를 두고 어떤 책임과 권한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고 낮설지 않은 내용들이 많이 펼쳐진다. 요즘의 조직들이 '주인의식'을 직원들에게 많이 강요하고 있기 때문인지, 구조조정 같은 일부 내용들을 제외하고는 CEO에 한참 못 미치는 업무를 할 때에도 주위에서 부대끼고 들었던 내용들이 많았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내내 지시만 받고 일하는 사람과 스스로 책임을 지고 관리하는 입장에 선 사람은 사고와 행동의 질이 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굳이 CEO 라는 용어를 강조해서 쓰기 보다는 '시키는 대로만 하는 직원이 아닌 사람'으로서의 자세를 주로 언급하고 싶었다는 점을 저자가 명확히 인식하고 책의 서두에 한마디 언급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흔히들 조직의 '최고경영자'인 CEO를 그 조직의 '설립자(founder)'나 실질적인 '사장'인 오너(owner)와 자주 혼동하여 말하는데, 주식회사 체제가 널리 퍼져있는 현대에서 CEO 는 오너 개념이 아니라 사실상 '월급쟁이 사장'이라 할 수 있는 일종의 임시직 자리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실질적 오너와 고용직 CEO 사이에는 리더쉽이나 장기 비전 제시 등에서 또다른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아온 터라, 저자가 아무런 구분과 정의 없이 이런 개념을 두루뭉실하게 사용하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기도 했다. 현재 'CEO 출신'임을 공공연히 내세우면서 '임시직' 주제에 자기가 '오너'인양 설쳐대는 어떤 자 때문에 CEO라는 것이 특별히 뛰어난 재능이나 장기적인 비전과 철학이 있기에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증명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 아닌가. 

실제 내용과 책 제목+부제목 간의 미묘한 부조화, 키포인트가 분류/정리되지 않고 1회성 칼럼들의 모음처럼 엮어진 단속성, 이미 CEO 라는 자리에 올라와 있는 특수성만을 강조한 점을 조금 누그러뜨린다면 부담없이 읽으면서 사회 선배의 귀한 경험들을 엿들을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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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배우 되지 마>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나 같은 배우 되지 마 - 조연처럼 부딪치고 주연처럼 빛나라
류승수 지음 / 라이프맵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TV를 안본지 6년이 넘었다. 미안한 말이지만, 저자의 사진이 박혀있는 띠지가 없는 채로 책이 배송되었던지라, "류승수"라는 이름 석자만으로는 도무지 누군지 감이 잡히지 않았더랬다. 게다가 책 제목은 왜 그리 안티(anti)스러운지.. 나같은 배우가 되지 말라니? 강하고 튀는 느낌도 좋겠지만, 뭔가 더 밝고 희망적인 제목이 낫지 않나? 하는 잡스러운 생각을 하면서 책을 펼쳤다. 아, <놈놈놈>에 오토바이 타고 나왔던 그 배우구나. 책장 사이사이에 나와있는 사진들을 보니 TV와는 거리가 먼 내게도 이제야 누군지 감이 잡힌다. 그런데, 이 책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자서전도, 영화 평론도 아닌 '성장중인 배우'의 이야기

<달마야 놀자>에서 성격 참 독특한 스님으로 나왔다는 것까지는 사진을 보고 기억해 냈는데, 책의 목차를 보자니 도대체 이 책이 무슨 책인지 알쏭달쏭했다. 영화 하나씩을 꿰어차고 모든 글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 배우가 이렇게 많은 영화에 출연했단 말인가?! 앗, 혹시 영화배우의 입장에서 쓴 영화평론집 같은건 아닐까? 옆표지와 뒷표지는 준수하지만, 책의 얼굴이랄 수 있는 앞표지의 임팩트가 다소 약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판매를 위해서는 사진이 나와있는 띠날개는 반드시 포함되기를..), 그 중 낮익은 몇 편의 영화에 관한 내용을 찾아보다가 어느새 이 책에 서서히 빠져들게 되었다. 

'배우'라고 하면 머리 속에 떠오르는 이미지 중에는 이런 것이 있다. 스타인 일류 배우와 스타가 아닌 그 나머지 배우들. 마치 '모 아니면 도', '주연 아니면 엑스트라' 같은 단순하면서도 황당한 인식구조인데, 어떤 '배우'가 책을 냈다고 하면 그 사람이 누구이든 그 책에는 '스타'가 되기 까지의 길고 긴 인생역정이나 에피소드들이 들어있을 거라고 대략 짐작하게 만들게 되는 것이다. TV 인생극장에서 볼 수 있는, 한번씩 약간의 감동이 섞인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의 뒤범벅은 아닐까 염려하게 되면서.  그런데, 다행이었다. 이 책은 완전히 스타가 된 배우의 회고담도, 스타를 꿈꾸는 덜 익은 풋내기의 잡글을 모은 책도 아니었다 (물론 개인적인 영화평론도 아니었다). '배우란 무엇일까'를 고민하면서 조금씩 성장해온, 우리 또래 어떤 젊은이의 이야기랄까.. 그런 점이 대충 읽고 내려놓으려던 손길을 다시 한 페이지씩 책장을 넘기게 하였다. 

배우들, 특히 스타가 아닌 무명시절의 배우들이 힘들게 산다는 이야기는 많이들 듣는다. 그런데, 세상살이가 어디 어떤 직업이나 만만한게 있던가? 철없는 십대, 이십대 아이돌들이 당일치기 TV 인생극장 같은데 출연해서 고생 좀 하고는 삶의 진실에 눈떳다는 식으로 깝친다든지, 반대로 며칠씩 밤샘 작업하는 연예인들의 일상을 다루면서 '스타란 알고 보면 전문적이고 힘들다'는 식으로 특별하게 대하는 것 모두가 사회생활 좀 하면서는 별스럽지 않게 생각되어진다. 어떤 일이나 정성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 제대로 되는 일이 어디 있으며, 밤 새고 못 먹고 못 자며 일하는 걸로 따져서는 신제품 런칭 전시회 준비하는 대기업 직원에서부터 전국의 수많은 공장에서 밤샘 작업하는 노동자들까지도 그만큼은 하면서 힘들게 살아가지 않던가. 보고서 한 장도 제대로 못 써오면서 S대 출신이랍시고 연봉 타령하는 신입사원들을 볼 때면 콱 쥐어박고 싶은걸 얼마나 참아야 했던지. 입사 초기에는 학벌이나 영어성적, 외모, 집안배경 같은 것이 눈에 두드러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맡은 일에 임하는 자세나 예의범절, 배우는 자세 같은 것이 결국 더 두드러지지 않던가. 그런 점에서, 저자가 책에서 말하는 에피소드들은 특별히 '배우'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 나이 또래에 사회생활 했던 삼십대, 사십대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삶의 배움'에 관한 내용들로 차곡차곡 채워져 있다는 점이 신선하고 친근하게 다가왔다. '배우'라는 특정 직업에 관련된 이야기들이지만, 초심을 강조한다든지, 힘을 빼라고 한다든지, 디테일의 힘을 안다든지, 공부하는 자세에 대한 내용들은 어떤 일을 하건 누구나 '아하!' 해봤거나 '아하!'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배울 줄 아는 사람, 류승수 

인상적인 것은 저자가 늘 일관되게 뭔가를 배우려고 한다는 점이었다. 그냥 자기 경험담과 에피소드들, 책에서 베낀 좋은 글귀들을 늘어놓고 폼 재면서 지나가도 되었을 것을, 그는 늘 '배우'란 무엇인지, '연기'란 무엇인지에 대해 주의를 두고 있었던 것 같다. 주변의 선배나 동료들에게서 슬쩍 들은 한 마디를 놓치치 않고 간직하고 되씹고 배우려는 자세. 완성된 '스타'도 멋지겠지만, 이렇게 스스로 생각하며 배워나가는 'ing 중인 배우'라면 참 제대로 멋지지 않은가. 저자의 배우는 자세 때문이겠지만, 한 마디씩 '가르침'을 알려준 것으로 소개된 선배 연기자들의 이야기도 읽는 재미가 꽤 쏠쏠했다. 송강호씨의 '오버'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박신양씨의 '과도한 감정 연습'에 대한 이야기, 또 김지운 감독의 '촌스러움'에 대한 언급 같은 것들은 책을 덮은 뒤에도 일상에서 가끔 의미를 떠올리게 하였다. 

이 다음이 기대되는 배우.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나는 어느덧 류승수라는 배우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 책의 '자세' 대로라면, 이것이 단순한 문학적 표현과 허세가 아니라면, 그는 또 배움을 통해 계속 자신의 틀을 깨면서 성장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부디 그가 초심을 잃지 말고 겸손한 자세로 묵묵히 배움의 길을 걸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가 인용한 것처럼, 배우는 배우는 사람이자 작품을 남기는 사람이니까. 조만간 <달마야 놀자>를 다시 빌려 보아야겠다.  (P.S. 오타: P.186. 밑에서 2번째줄. 명성의 거리Walk of Frame → Walk of Fame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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